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1149 챕터

제21화

노부인의 방은 밤이 깊어지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전북망의 이혼 발표 때문이었다. 전북망의 아버지, 전기가 타이르듯 말했다. “네가 정실 부인을 먼저 내쫓게 되면, 모든 언관(言官: 왕에게 직언과 비판을 하는 관직)이 널 탄핵하라고 상소를 올릴 거다. 그러면 너는 더 이상 조정에서 높은 관직으로 올라가지 못해.”형 전북경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둘째야, 아버지의 말씀 들어. 군에 송석석 아버지 부하로 있던 장병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이번에 네가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들의 지지를 잃게 되면, 네 입지가 불안해질 거다.”“하지만 저 여자가 어머니의 목숨을 가지고 저를 협박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냥 넘어갑니까!”전북망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노분인은 지금 안정을 찾은 상태였지만, 좀 전에 발병했던 고통으로 송석석을 더욱 증오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노부인이 뭔가 생각난 듯 거칠게 소리쳤다.“당장 내쫓거라! 이혼당하는 여자는 혼수품을 가지고 못 가게 되어 있어!”전북망이 말했다.“전 그걸 바라고 이혼하자고 한 거 아닙니다.”“그게 뭐 어때서? 자기가 잘못한 것 때문에 내쫓기는 건데, 혼수품은 당연히 두고 가야지!”노부인이 가슴을 문지르며 말했다. 아직도 가슴에 알싸한 고통이 남아 있었다.“혼수품을 두고 가면, 그 돈으로 다시 단신의를 부르면 되지 않느냐? 북망아, 너도 밖에 돈을 빌리러 다녀 봐서 알 것 아니냐? 돈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장군이라도 무시당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예물을 준비한다고 가게와 땅을 다 팔아버린 바람에 우리 지금 완전 빈털터리야.”전기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부인, 혼수품이 중요하오? 아니면 북망의 앞길이 더 중요하오? 제발 생각 좀 하고 말하시오!”노부인도 사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보다 돈이 더 급했다.“당신도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조정엔 지금 무장들이 필요하다고, 폐하께서도 뛰어난 장군들을 많이 배출하려고 노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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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전북망이 급히 막아서며 말했다. “어머니, 제발 이러지 마세요. 그 혼수품을 제가 어떻게 받습니까?”노부인이 화가난 목소리로 말했다.“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 거라. 네가 그 년한테 당한 게 얼마인데? 네가 마음 이렇게 약한 모습 보여주니까, 그 년도 이렇게 함부로 나오는 거 아니야! 네 어미가 또 그 년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워지길 바라느냐?”하지만 전북망은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상태였다. “아버지, 어머니, 형님. 제가 그 자의 혼수품까지 가져가버리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럽니다. 내일 아버지와 형님께서는 양쪽 가문을 대표하는 어르신들을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혼인을 중매해줬던 중매인도 불러 증인으로 세워주면 감사하겠습니다.”“너희 혼인, 연왕비(燕王妃)가 중매해줬던 것 같다만.”전기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연왕비는 송씨 부인의 친척이야. 송석석과도 가깝고.”노부인인 말했다. “그럼 연왕비는 빼고, 그날 섰던 다른 중매인을 부르도록 하지.”연왕비는 몸이 좋지 않아 연왕부(燕王府: 연왕이 거주하는 관저) 관리는 진작에 측비(側妃)에게 맡겨졌다. 그렇기에 굳이 연왕비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지만, 황실 집안 사람들과의 갈등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았다. 전북망이 말했다.“그럼 나머지는 어머니께서 맡아주십시오. 저는 잠시 나갔다가 오겠습니다.”“이 늦은 밤에 어디 가려고?”전북경이 물었다. “그냥 좀 바람 쐬고 오겠습니다.”전북망은 그 말을 끝으로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 그가 늦은 밤 집을 나선 이유는 이방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이방은 여자에게 나쁘게 구는 남자를 가장 싫어했다. 그는 이 일 때문에 이방이 괜한 오해를 할까 두려웠다. 그러니 이혼의 사유가 송석석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만 했다. 물론 이 시간에 이방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방의 아버지 이청명(易天明)은 한때 진북후부의 부하로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전투 중 부상을 입게 되어 다리를 절면서 어쩔 수 없이 퇴역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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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이방은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더 이득인가, 무엇이 더 손해인가? 현재 상황에서, 이혼은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큰 선택지였다. 정실자리는 확실히 탐나긴 했지만, 지금 이혼하면 출세길이 막힐 수도 있었다.이방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앞길에 걸림돌이 생기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송석석이었다. 얼마 전에 만남을 가지고 난 뒤, 이방은 왠지 모를 불안을 느꼈다. 송석석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북망이 앞으로도 지금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또한 송석석을 내쫓게 되면, 그녀는 곧바로 정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방의 아버지가 처음 혼인을 반대했던 것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말이 평첩이지, 딸이 첩과 다를 바가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었다. 비록 어찌저찌 설득은 했지만, 진짜 정실이 된다면 이방의 부모도 싫어할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북망과 송석석은 아직 첫날밤을 치르기 전이었다. 송석석을 만나기 전엔, 이방은 전북망에게 본처가 있다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분명 곱게 자란 여인일 테니,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만남 이후, 이방은 생각을 완전히 뒤집을 수밖에 없었다. 송석석은 결코 연약한 여인이 아니었다. 여장군인 그녀의 앞에서도 전혀 꿀리는 기색이 없이 맞받아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송석석을 몰아낼 기회가 생길지 몰랐다. 이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떻게 이렇게 악독한 짓을, 참을 수 없군요. 당신 마음대로 해요. 혼수품에 대해서는….”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법률에 쫓겨난 여인은 혼수품을 가지고 갈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자비를 베풀고 말고는 당신이 선택해주세요. 혼수품을 돌려준다면 당신의 명예에 도움이 될 것이고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으니까요.”“혼수품은 돌려줄 것이오.”전북망의 의지는 확고해보였다. 이방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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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전북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무슨 낯으로 그녀의 지참금을 받는다는 말이오? 명색에 사품 장군이자, 사내라는 놈이, 어떻게 자기 손으로 내쫓은 여인의 지참금을 쓸 수 있겠소?”이방은 잠시 생각한 뒤,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쇠기를 박았다. “어머님께서도 계속 약을 드셔야 한다면서요. 돈도 적게 들지 않을 텐데, 우리가 군공의 대가로 혼인을 요청한 탓에 따로 받은 상금도 없잖습니까. 당신과 제가 비록 모두 사품 장군이긴 하지만, 봉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그 모든 것을 다 들이부어도, 감당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있습니까? 게다가….”잠시 뜸을 들이던 이방이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군공을 세운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은 아니잖아요. 무장의 삶은 불안정해요. 어머니가 여기서 더 나빠지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 모든 것을 돌려주면 당신은 명예를 지킬 수 있겠지만, 어머니에겐 불효자가 될지도 모르죠.”전북망은 그녀의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올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실망인지 무력함인지 모를 것이 그의 가슴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말이 이해되기도 했다. 그녀의 입장에선 충분히 걱정될만한 것들이었다. 불효와 명예, 이방은 그 사이에서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전북망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이방,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소.”이방의 성향상 꺼내기 쉬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북망은 그녀가 자신을 생각해주는 만큼, 자신도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이번 일로 사람들이 이방을 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이방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전 언제나 당신 편에 설 거예요.”전북망은 힘이 났다. 그는 벅차오름을 못 이기고 이방을 품에 꽉 끌어안고 말았다. “알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절대 당신을 고생시키지 않으리다.”그녀가 이렇게 행동한 것은 송석석의 지참금이 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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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송태공이 성격이 불 같다는 건 전기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바로 해명하려 든다는 건, 끓는 물에 기름을 붓는 거나 마찬가지, 전기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어르신, 진정하십시오. 오늘 모신 이유는 두 아이의 일을 좀 더 분명하게 처리하기 위함이지,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송세안도 옆에서 그를 달래며 말했다.“좀 이따가 석석이가 오면, 좀 더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요, 할아버지. 상황을 파악한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하지만 송태공은 여전히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무슨 일이든지 간에, 전북망이 출정간 지난 일년 동안 석석이가 이 집 부모를 모시고 살림을 했던 것은 사실 아니오? 모두를 위해 말없이 희생한 대가가 겨우 이거요?”“어르신, 일단 진정하시죠. 하실 말씀 있으시다면, 이따가 사람들이 다 모인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전북망이 담담히 말했다. 그는 꼭 참석해야 할 사람들 외에, 최대한 사람을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싶었다. 비록 명목상 송석석이 잘못을 한 것은 맞으나, 이혼하기엔 정말 안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막 조정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장군, 안 좋은 호평이 생긴다면 앞길에 걸림돌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집들처럼 이웃을 불러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대신 가문의 어르신들을 모두 불러모았다.전북망의 할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둘째 집의 태부인은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이 집에도 인재는 별로 없었다. 관직에 오른 사람이 겨우 한 명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한명조차 전기와 전북경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두 집안은 거의 명절이나 경사 아니면 따로 만날 일이 없을 정도로 왕래가 깊지 않았다.그런데 어제 갑작스레 전북망이 이혼하게 되었다면서 증인으로 와달라는 소식을 듣고 태부인은 깜짝 놀랐다.이 시점에 이혼하다니,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상황을 전해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송씨 집안엔 이제 딸 한 명 빼놓고 방계 쪽 친척들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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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그의 반응에 송석석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지참금의 절반이나 남겨 주라고 청하다니, 이방 장군께서 절 이렇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네요?”“아니, 이건 이방이 쓴 것이 아니오. 이방이 이런 말 했을 리가 없잖소!”전북망은 변명했지만, 이미 필체가 모든 것을 증명주고 있어 소용없었다.송석석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장군님께 묻겠습니다. 오늘 이혼하고 나면, 남은 지참금 제가 다 가져가도 되겠습니까?”이 편지를 보기 전까진, 전북망은 확실히 모두 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방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들어주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것 같았다. 송석석이 미소를 지은 채 미꼬았다.“망설이네요? 역시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었네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한마디, 한마디, 비수가 되어 그의 마음에 꽂혔다. 전북망은 부끄럽고 화가 났다. 하지만 차마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멍하니 그녀가 비웃음을 날리며 자신을 지나쳐 가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송석석을 발견한 송태공이 다급히 손짓하며 물었다.“석석아, 장군부에서 너를 괴롭혔느냐? 그렇다면 두려워하지 말 거라. 이 태숙조가 널 지켜주마.”그를 보자 송석석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태숙조, 또 폐를 끼쳐드려서 죄송해요.”“울지 말거라!”송석석을 보자 송태공은 진북후부에 있었던 비극이 떠올랐다. 그 사건은 그에게도 매우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네가 꿀릴 게 뭐가 있다고, 눈물 그치고 당당히 얘기하거라. 비록 전북후부에 너 혼자밖에 안 남았지만, 절대로 기죽어서는 안 된다!”“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방은 처음부터 평처로 들어오기로 약속되어 있었어요. 본부인 자리는 언제나 변함이 없을 것이라 말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송석석이에요! 그런데 마치 우리가 뭔가 잘못한 듯 말씀하시네요?”그의 말을 들은 노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석석아, 너에게 직접 묻겠다. 네가 시집온 후로, 여기 중에 누구라도 널 때리거나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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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절반!”전북망이 문가에 서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이상하게 송석석과 눈을 마주보기가 힘들었다.“절반만 걷고, 절반은 돌려주겠습니다.” 송세안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절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이오? 석석이가 이 집에 시집올 때 가지고 온 혼수가 얼마나 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욕심을 부릴 수가 있단 말이오!”전북망이 구겨진 서신을 자시한번 힘주어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이미 말했듯이, 정 불만이시면 관청에 신고하십시오. 이혼장은 여기 있으니, 한번 살펴보십시오.”그는 집사에게 이혼장을 건네라고 지시했다. 곧 송석석이 내밀어진 종이를 받아들였고 집사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송석석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쫓겨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무척 익숙한 글씨체가 보였다. 전북망의 필체였다. 전에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송석석은 단번에 알아봤다. 이혼장에 들어있는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질투에 눈이 멀어 불효를 저질렀으며, 마지막엔 그녀가 다시 좋은 짝을 만나길 기원한다고 적혀 있었다.“조언하 건데, 만약 앞으로 다시 시집가게 된다면 이런 짓, 다시는 저지르지 마시오. 그럼 최소한의 행복은 보장될 테니까.”후련해야 하거만, 전북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했다. “가르침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송석석이 이혼장을 들어올리며 말했다.“그런데 아직 관청 도장이 없군요.”전북망이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도장은 곧 내가 관청에 가서 직접 받을 것이오. 지참금 절반밖에 회수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시오. 법대로 했으면 당신은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을 것이오. 그러니 나를 탓하지 마시오. 이 모든 것은 그대가 자초한 일이니.”지참금 정리는 완료된 상태였다. 가져간다고 해도 가져갈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교지가 내려온 뒤에 이혼을 했다면 좀 더 깔끔했겠지만, 송석석은 더 이상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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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송태공과 송세안은 노부인의 꾸지람에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송씨 가문엔 지금 딱히 인재라고 할만한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고, 전북망은 한참 주목받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이방이라는 여장군까지 더해지면, 확실히 미래가 밝아 보이긴 했다.“어머니, 그만하세요. 여기서 더 싸워봤자 의미없습니다!”전북망은 더 이상 불쾌한 상황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 일을 빨리 해결하고 이방을 아내로 맞이하는데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송석석에게 혼수품을 절반밖에 못 돌려주게 된 것은 확실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 초대된 다른 사람들도 마음이 불편했다. 비록 용기가 없어 노부인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이 상황에 대해 거북함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둘째 집 사람들이 가장 표정이 안 좋았다. 일가 친척 없는 여인을 내쫓는 것도 모자라 지참금 절반이나 빼앗다니, 비록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같은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럽게 느껴졌다.“송석석, 얼른 혼수 목록을 내놓거라!”노부인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혼수 목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망에 너에게 절반은 내어주겠다고 했으니, 그 목록대로 나누거라!”혹시라도 꼼수를 부려 혼수품을 줄일까 걱정되었던 노부인이 경고했다.“혼수 목록 사본도 이미 다 만들어 놓았으니, 가짜 목록을 가지고 날 속이려 들지 말거라!”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그 사본 꺼내서 직접 보시면 되겠네요. 저한테 달라고 하지 마시고.”결혼 후, 그녀는 집안 살림을 맡아 운영하게 되면서 혼수 목록을 개인 금고에 보관해 두었다. 열쇠 또한 그녀가 직접 보관했다. 그러니 사본 따위 만들 여유가 있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지난 일년 동안 집안 생활비와 약값도 모두 그녀의 손에서 나갔다. 결국 이렇게 될 줄은 송석석 본인도 몰랐는데, 저들이라고 예상했을 턱이 없었다. 그러니 노부인의 주장은 거짓이었다!노부인이 콧방귀를 뛰며 말했다.“내놓으라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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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전북망은 충격이 빠졌다. 그녀의 무공이 단순 좀 높은 정도가 아니라,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10명이 있어도 상대가 안 될 가능성이 컸다.이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동안은 왜 숨겼던 것일까?송석석은 혼수 목록을 든 채 그를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한여름의 태양처럼 눈부시고 찬란한 미소였다.하지만 곧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혼수 목록을 공중으로 던지더니, 순식간에 눈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눈으로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혼수 목록이! 혼수 목록이…! 이럴 수가!”그 모습을 본 노부인이 절규하며 소리쳤다.“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넌 이제부터 장군부에서 아무것도 못 가져 갈 거야! 일 푼도 못 줘!”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가지고 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여기서 절 막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으세요?”노부인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감히 뭐 어쩌겠다고? 혼수품에 손을 대기만 해봐, 바로 관부(官府)에 신고할 거야. 이혼당한 주제에, 어디서 감히 혼수품을 노려!”그리고는 옆에 있던 하녀를 향해 다급히 외쳤다.“여봐라, 이년에게 아무것도 주지말고 쫓아내라. 함께 온 하인들도 모두 나가지 못하게 해라!”그렇게 하인들이 망설이며 우물쭈물하던 사이에, 갑자기 정문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지를 받들라!”모두가 사색이 된 채 얼른 몸을 가다듬었다. 노부인 또한 송석석을 내버려두고 정문으로 향했다.“얼른 무릎들 꿇어라! 성지를 받아야 한다!”하인들도 함께 서둘러 줄을 맞추어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금군과 함께 오 대반이 성지를 들고 장군부 안으로 들어섰다.이때, 전북망이 가장 앞에서 외쳤다.“신(臣: 신하) 전북망, 성지를 받듭니다!”그러자 오 대반이 웃으며 답했다.“장군, 일어나십시오. 이 성지는 장군한테 내려온 것이 아닙니다. 송석석 양에게 주는 것이지.”이 집에 자신 말고 성지를 받을만한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송석석의 이름이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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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송석석이 고개를 숙이며 크게 절을 올렸다.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드디어 기다리던 성지가 도착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전북망은 창백해진 얼굴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럼 그때 궁에 들어간 것이 혼인을 방해하기 위함이 아니었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이혼을 결심했지? 설마 교지 받았다는 말을 전하자마자?온갖 생각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는 송석석을 질투심이 많고 이기적인, 자신을 독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오해였다.전북망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곧이어 그의 눈에 환한 표정으로 성지를 받아들이는 송석석의 얼굴이 보였다. 곧이어 처음 청혼하러 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처럼 아름다웠었다. 전북망은 그녀의 눈부신 외모에 숨을 쉬는 것도 잊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었다.하지만 출정 뒤에, 이방을 만나게 되면서 그는 그때의 기분을 잊고 살았다. 노부인도 이런 결말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송석석이 먼저 이혼을 요청했을 줄이야.황제가 허락한 이혼이니, 혼수품도 모두 돌려줘야만 했다. 장군부는 이미 빈껍데기 신세인데, 송석석의 혼수품까지 돌려주게 되면 정말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석석아, 석석아! 내가 오해했다!”노부인이 다급히 송석석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내가 널 오해했어. 난 네가 당연히 북망과 이방의 결혼을 막으려고 황제폐하를 찾아간 줄 알았어. 그게 아닌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널 내쫓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송석석의 싸늘한 말 한마디였다.“오해였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그리고는 노부인을 등진 채, 오 대반에게 말을 건넸다. “오 공공, 뭐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네요. 언제 진국부후에 오시게 되면 반드시 거하게 차려드리겠습니다. 저희 집 보주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납니다.”“좋습니다!”오 대반이 그녀를 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성지가 좀 많이 늦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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