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은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더 이득인가, 무엇이 더 손해인가? 현재 상황에서, 이혼은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큰 선택지였다. 정실자리는 확실히 탐나긴 했지만, 지금 이혼하면 출세길이 막힐 수도 있었다.이방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앞길에 걸림돌이 생기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송석석이었다. 얼마 전에 만남을 가지고 난 뒤, 이방은 왠지 모를 불안을 느꼈다. 송석석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북망이 앞으로도 지금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또한 송석석을 내쫓게 되면, 그녀는 곧바로 정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방의 아버지가 처음 혼인을 반대했던 것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말이 평첩이지, 딸이 첩과 다를 바가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었다. 비록 어찌저찌 설득은 했지만, 진짜 정실이 된다면 이방의 부모도 싫어할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북망과 송석석은 아직 첫날밤을 치르기 전이었다. 송석석을 만나기 전엔, 이방은 전북망에게 본처가 있다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분명 곱게 자란 여인일 테니,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만남 이후, 이방은 생각을 완전히 뒤집을 수밖에 없었다. 송석석은 결코 연약한 여인이 아니었다. 여장군인 그녀의 앞에서도 전혀 꿀리는 기색이 없이 맞받아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송석석을 몰아낼 기회가 생길지 몰랐다. 이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떻게 이렇게 악독한 짓을, 참을 수 없군요. 당신 마음대로 해요. 혼수품에 대해서는….”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법률에 쫓겨난 여인은 혼수품을 가지고 갈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자비를 베풀고 말고는 당신이 선택해주세요. 혼수품을 돌려준다면 당신의 명예에 도움이 될 것이고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으니까요.”“혼수품은 돌려줄 것이오.”전북망의 의지는 확고해보였다. 이방이 그를
전북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무슨 낯으로 그녀의 지참금을 받는다는 말이오? 명색에 사품 장군이자, 사내라는 놈이, 어떻게 자기 손으로 내쫓은 여인의 지참금을 쓸 수 있겠소?”이방은 잠시 생각한 뒤,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쇠기를 박았다. “어머님께서도 계속 약을 드셔야 한다면서요. 돈도 적게 들지 않을 텐데, 우리가 군공의 대가로 혼인을 요청한 탓에 따로 받은 상금도 없잖습니까. 당신과 제가 비록 모두 사품 장군이긴 하지만, 봉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그 모든 것을 다 들이부어도, 감당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있습니까? 게다가….”잠시 뜸을 들이던 이방이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군공을 세운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은 아니잖아요. 무장의 삶은 불안정해요. 어머니가 여기서 더 나빠지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 모든 것을 돌려주면 당신은 명예를 지킬 수 있겠지만, 어머니에겐 불효자가 될지도 모르죠.”전북망은 그녀의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올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실망인지 무력함인지 모를 것이 그의 가슴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말이 이해되기도 했다. 그녀의 입장에선 충분히 걱정될만한 것들이었다. 불효와 명예, 이방은 그 사이에서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전북망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이방,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소.”이방의 성향상 꺼내기 쉬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북망은 그녀가 자신을 생각해주는 만큼, 자신도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이번 일로 사람들이 이방을 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이방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전 언제나 당신 편에 설 거예요.”전북망은 힘이 났다. 그는 벅차오름을 못 이기고 이방을 품에 꽉 끌어안고 말았다. “알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절대 당신을 고생시키지 않으리다.”그녀가 이렇게 행동한 것은 송석석의 지참금이 탐나
송태공이 성격이 불 같다는 건 전기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바로 해명하려 든다는 건, 끓는 물에 기름을 붓는 거나 마찬가지, 전기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어르신, 진정하십시오. 오늘 모신 이유는 두 아이의 일을 좀 더 분명하게 처리하기 위함이지,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송세안도 옆에서 그를 달래며 말했다.“좀 이따가 석석이가 오면, 좀 더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요, 할아버지. 상황을 파악한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하지만 송태공은 여전히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무슨 일이든지 간에, 전북망이 출정간 지난 일년 동안 석석이가 이 집 부모를 모시고 살림을 했던 것은 사실 아니오? 모두를 위해 말없이 희생한 대가가 겨우 이거요?”“어르신, 일단 진정하시죠. 하실 말씀 있으시다면, 이따가 사람들이 다 모인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전북망이 담담히 말했다. 그는 꼭 참석해야 할 사람들 외에, 최대한 사람을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싶었다. 비록 명목상 송석석이 잘못을 한 것은 맞으나, 이혼하기엔 정말 안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막 조정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장군, 안 좋은 호평이 생긴다면 앞길에 걸림돌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집들처럼 이웃을 불러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대신 가문의 어르신들을 모두 불러모았다.전북망의 할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둘째 집의 태부인은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이 집에도 인재는 별로 없었다. 관직에 오른 사람이 겨우 한 명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한명조차 전기와 전북경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두 집안은 거의 명절이나 경사 아니면 따로 만날 일이 없을 정도로 왕래가 깊지 않았다.그런데 어제 갑작스레 전북망이 이혼하게 되었다면서 증인으로 와달라는 소식을 듣고 태부인은 깜짝 놀랐다.이 시점에 이혼하다니,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상황을 전해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송씨 집안엔 이제 딸 한 명 빼놓고 방계 쪽 친척들 밖
그의 반응에 송석석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지참금의 절반이나 남겨 주라고 청하다니, 이방 장군께서 절 이렇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네요?”“아니, 이건 이방이 쓴 것이 아니오. 이방이 이런 말 했을 리가 없잖소!”전북망은 변명했지만, 이미 필체가 모든 것을 증명주고 있어 소용없었다.송석석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장군님께 묻겠습니다. 오늘 이혼하고 나면, 남은 지참금 제가 다 가져가도 되겠습니까?”이 편지를 보기 전까진, 전북망은 확실히 모두 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방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들어주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것 같았다. 송석석이 미소를 지은 채 미꼬았다.“망설이네요? 역시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었네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한마디, 한마디, 비수가 되어 그의 마음에 꽂혔다. 전북망은 부끄럽고 화가 났다. 하지만 차마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멍하니 그녀가 비웃음을 날리며 자신을 지나쳐 가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송석석을 발견한 송태공이 다급히 손짓하며 물었다.“석석아, 장군부에서 너를 괴롭혔느냐? 그렇다면 두려워하지 말 거라. 이 태숙조가 널 지켜주마.”그를 보자 송석석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태숙조, 또 폐를 끼쳐드려서 죄송해요.”“울지 말거라!”송석석을 보자 송태공은 진북후부에 있었던 비극이 떠올랐다. 그 사건은 그에게도 매우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네가 꿀릴 게 뭐가 있다고, 눈물 그치고 당당히 얘기하거라. 비록 전북후부에 너 혼자밖에 안 남았지만, 절대로 기죽어서는 안 된다!”“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방은 처음부터 평처로 들어오기로 약속되어 있었어요. 본부인 자리는 언제나 변함이 없을 것이라 말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송석석이에요! 그런데 마치 우리가 뭔가 잘못한 듯 말씀하시네요?”그의 말을 들은 노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석석아, 너에게 직접 묻겠다. 네가 시집온 후로, 여기 중에 누구라도 널 때리거나 욕
“절반!”전북망이 문가에 서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이상하게 송석석과 눈을 마주보기가 힘들었다.“절반만 걷고, 절반은 돌려주겠습니다.” 송세안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절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이오? 석석이가 이 집에 시집올 때 가지고 온 혼수가 얼마나 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욕심을 부릴 수가 있단 말이오!”전북망이 구겨진 서신을 자시한번 힘주어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이미 말했듯이, 정 불만이시면 관청에 신고하십시오. 이혼장은 여기 있으니, 한번 살펴보십시오.”그는 집사에게 이혼장을 건네라고 지시했다. 곧 송석석이 내밀어진 종이를 받아들였고 집사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송석석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쫓겨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무척 익숙한 글씨체가 보였다. 전북망의 필체였다. 전에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송석석은 단번에 알아봤다. 이혼장에 들어있는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질투에 눈이 멀어 불효를 저질렀으며, 마지막엔 그녀가 다시 좋은 짝을 만나길 기원한다고 적혀 있었다.“조언하 건데, 만약 앞으로 다시 시집가게 된다면 이런 짓, 다시는 저지르지 마시오. 그럼 최소한의 행복은 보장될 테니까.”후련해야 하거만, 전북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했다. “가르침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송석석이 이혼장을 들어올리며 말했다.“그런데 아직 관청 도장이 없군요.”전북망이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도장은 곧 내가 관청에 가서 직접 받을 것이오. 지참금 절반밖에 회수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시오. 법대로 했으면 당신은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을 것이오. 그러니 나를 탓하지 마시오. 이 모든 것은 그대가 자초한 일이니.”지참금 정리는 완료된 상태였다. 가져간다고 해도 가져갈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교지가 내려온 뒤에 이혼을 했다면 좀 더 깔끔했겠지만, 송석석은 더 이상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송태공과 송세안은 노부인의 꾸지람에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송씨 가문엔 지금 딱히 인재라고 할만한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고, 전북망은 한참 주목받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이방이라는 여장군까지 더해지면, 확실히 미래가 밝아 보이긴 했다.“어머니, 그만하세요. 여기서 더 싸워봤자 의미없습니다!”전북망은 더 이상 불쾌한 상황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 일을 빨리 해결하고 이방을 아내로 맞이하는데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송석석에게 혼수품을 절반밖에 못 돌려주게 된 것은 확실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 초대된 다른 사람들도 마음이 불편했다. 비록 용기가 없어 노부인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이 상황에 대해 거북함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둘째 집 사람들이 가장 표정이 안 좋았다. 일가 친척 없는 여인을 내쫓는 것도 모자라 지참금 절반이나 빼앗다니, 비록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같은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럽게 느껴졌다.“송석석, 얼른 혼수 목록을 내놓거라!”노부인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혼수 목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망에 너에게 절반은 내어주겠다고 했으니, 그 목록대로 나누거라!”혹시라도 꼼수를 부려 혼수품을 줄일까 걱정되었던 노부인이 경고했다.“혼수 목록 사본도 이미 다 만들어 놓았으니, 가짜 목록을 가지고 날 속이려 들지 말거라!”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그 사본 꺼내서 직접 보시면 되겠네요. 저한테 달라고 하지 마시고.”결혼 후, 그녀는 집안 살림을 맡아 운영하게 되면서 혼수 목록을 개인 금고에 보관해 두었다. 열쇠 또한 그녀가 직접 보관했다. 그러니 사본 따위 만들 여유가 있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지난 일년 동안 집안 생활비와 약값도 모두 그녀의 손에서 나갔다. 결국 이렇게 될 줄은 송석석 본인도 몰랐는데, 저들이라고 예상했을 턱이 없었다. 그러니 노부인의 주장은 거짓이었다!노부인이 콧방귀를 뛰며 말했다.“내놓으라면 내
전북망은 충격이 빠졌다. 그녀의 무공이 단순 좀 높은 정도가 아니라,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10명이 있어도 상대가 안 될 가능성이 컸다.이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동안은 왜 숨겼던 것일까?송석석은 혼수 목록을 든 채 그를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한여름의 태양처럼 눈부시고 찬란한 미소였다.하지만 곧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혼수 목록을 공중으로 던지더니, 순식간에 눈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눈으로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혼수 목록이! 혼수 목록이…! 이럴 수가!”그 모습을 본 노부인이 절규하며 소리쳤다.“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넌 이제부터 장군부에서 아무것도 못 가져 갈 거야! 일 푼도 못 줘!”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가지고 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여기서 절 막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으세요?”노부인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감히 뭐 어쩌겠다고? 혼수품에 손을 대기만 해봐, 바로 관부(官府)에 신고할 거야. 이혼당한 주제에, 어디서 감히 혼수품을 노려!”그리고는 옆에 있던 하녀를 향해 다급히 외쳤다.“여봐라, 이년에게 아무것도 주지말고 쫓아내라. 함께 온 하인들도 모두 나가지 못하게 해라!”그렇게 하인들이 망설이며 우물쭈물하던 사이에, 갑자기 정문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지를 받들라!”모두가 사색이 된 채 얼른 몸을 가다듬었다. 노부인 또한 송석석을 내버려두고 정문으로 향했다.“얼른 무릎들 꿇어라! 성지를 받아야 한다!”하인들도 함께 서둘러 줄을 맞추어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금군과 함께 오 대반이 성지를 들고 장군부 안으로 들어섰다.이때, 전북망이 가장 앞에서 외쳤다.“신(臣: 신하) 전북망, 성지를 받듭니다!”그러자 오 대반이 웃으며 답했다.“장군, 일어나십시오. 이 성지는 장군한테 내려온 것이 아닙니다. 송석석 양에게 주는 것이지.”이 집에 자신 말고 성지를 받을만한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송석석의 이름이 나오자
송석석이 고개를 숙이며 크게 절을 올렸다.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드디어 기다리던 성지가 도착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전북망은 창백해진 얼굴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럼 그때 궁에 들어간 것이 혼인을 방해하기 위함이 아니었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이혼을 결심했지? 설마 교지 받았다는 말을 전하자마자?온갖 생각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는 송석석을 질투심이 많고 이기적인, 자신을 독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오해였다.전북망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곧이어 그의 눈에 환한 표정으로 성지를 받아들이는 송석석의 얼굴이 보였다. 곧이어 처음 청혼하러 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처럼 아름다웠었다. 전북망은 그녀의 눈부신 외모에 숨을 쉬는 것도 잊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었다.하지만 출정 뒤에, 이방을 만나게 되면서 그는 그때의 기분을 잊고 살았다. 노부인도 이런 결말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송석석이 먼저 이혼을 요청했을 줄이야.황제가 허락한 이혼이니, 혼수품도 모두 돌려줘야만 했다. 장군부는 이미 빈껍데기 신세인데, 송석석의 혼수품까지 돌려주게 되면 정말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석석아, 석석아! 내가 오해했다!”노부인이 다급히 송석석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내가 널 오해했어. 난 네가 당연히 북망과 이방의 결혼을 막으려고 황제폐하를 찾아간 줄 알았어. 그게 아닌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널 내쫓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송석석의 싸늘한 말 한마디였다.“오해였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그리고는 노부인을 등진 채, 오 대반에게 말을 건넸다. “오 공공, 뭐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네요. 언제 진국부후에 오시게 되면 반드시 거하게 차려드리겠습니다. 저희 집 보주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납니다.”“좋습니다!”오 대반이 그녀를 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성지가 좀 많이 늦었
비록 갈증이 심했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찻물을 보자 제 상서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송석석이 여학에 관한 화제에 관심이 없어 보이자 제 상서는 이내 다른 얘기를 꺼냈다.“북명왕 곁에 유능한 조력자가 한두 명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제가 실력 있는 사람을 소개해드릴 수도…”제 상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석석이 손을 내두르며 말했다.“제 상서님, 괜히 화제를 돌릴 필요 없으십니다. 현재 이곳에서 제 제사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풍관에서 나오기 전에 제가 천으로 제 제사의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리고 옥에서도 천을 쓰고 계시니 염려 마십시오.”단도직입적인 송석석의 말에 제 상서는 순간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으며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제 상서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창피해 난감했다.만약 옥에 갇힌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가문 중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자가 누구든 제 상서는 직접 다리를 부러트려 가문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잠시 침묵하던 제 상서는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감님, 혹시 제 아버지를 풀어줄 수 있으십니까? 제 아버지는 연세도 높고 건강도 안 좋으셔서 오랫동안 옥살이를 할 수가 없습니다.”“제 상서, 전 황제 폐하의 어명을 받고 남풍관을 조사하고 있는 겁니다. 남풍관 현장에 있었던 자들은 이틀 뒤면 바로 풀려날 것입니다. 조사 목적이 남풍관을 찾은 손님들이 아니라 남풍관에 숨어 지내는 사국 정탐조들이니까요. 제 상서께서 아직 모르고 계실 수도 있는데 남풍관 몇 군데에 사국 사람들이 열 명도 넘게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국 사람들은 전부 사온이 진성에 데리고 와서 남풍관에 몰래 숨긴 자들이죠. 제 상서의 부친께서도 이 사국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제 상서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렸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약 송석석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이 일은 그저 도덕에 어긋나는 정도로 쉽게 끝나지 못할 것이다.아버지께서 대체 이런 바보
광릉후가 떠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제 상서는 이내 부하를 시켜 공주부에게 가서 제수찬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일은 제 상서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 한녕 공주와 함께 강남으로 구경을 떠난 제수찬이 3월 달이 되어서야 돌아올 거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그 놈은 맨날 머릿속에 놀고먹는 생각밖에 없어! 제씨 가문 세력 덕분이 아니었으면 그 놈이 한녕 공주와 혼인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제 상서가 씩씩거리면서 테이블을 내리치자 곁에 있던 하인이 제안했다.“대인님, 셋째 어르신과 그 부인께 부탁을 드려보는 건 어떻습니까?”“둘 다 멍청해서 오히려 일을 더 그르칠 수도 있어.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야!”제 상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만약 사여묵이 진성에 있다면 제 상서는 남자끼리 잘 얘기해서 부탁을 하기도 쉬웠을 텐데 하필 사여묵이 집을 비운 지금, 여인에게 이런 부탁을 하기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그렇다고 이 일을 내일까지 끌 수는 없었기에, 오늘밤 반드시 아버지를 옥에서 빼내야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그가 추운 경위부 옥에서 오랫동안은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제 상서는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섣불리 아무한테나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지금까지 아버지는 단 한번도 아들 앞에서 티를 낸 적이 없었다.혼인을 하고 자식까지 낳은 제 제사는 늘 엄숙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으며 송석석이 소주방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에도 크게 비판을 했었다.더군다나 제 제사는 평소에 가문 제자들에게도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늘 경고를 하고 주의를 줬었는데, 본인이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한숨을 푹 내쉰 제 상서는 부하에게 가마를 준비하라고 명령한 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경위부로 향했다.오늘밤 남풍관을 조사했고 많은 사람들을 체포했으니 송석석은 아직 경위부에 남아있을 것이다.경위부에 도착한 제 상서는 가마에서 내렸고 안
한편, 제씨 가문 저택의 환한 불빛 아래, 제 상서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웠고 눈빛도 분노로 가득 찼지만 대놓고 화를 내진 못했다.“이 일을 아는 사람이 또 있어?”광릉후는 자신의 누나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감히 얘기할 수 없었으며 누나가 왜 그와 함께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한 건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이 일은 아는 사람이 많아서 좋은 게 하나도 없다.“아무도 모릅니다. 당시 제사님께서 끌려가실 때 얼굴에 천이 씌워져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송 대감만 본 듯합니다.”광릉후의 대답에 제 상서는 이를 꽉 깨물었다.“왜 하필 그 여자한테 들킨 거야! 필명이나 오진이 봤으면 그나마 해결하기 쉬었을 텐데 그 여자가 봤으니 일이 너무 번거롭게 됐잖아! 아버지를 어떻게 옥에서 꺼내야 한단 말이냐! 이제 송석석 그 여자는 이 일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 거야!”잠시 머뭇거리던 광릉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고 싶었다면 제사님을 잡아갈 때 얼굴에 천을 씌우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제씨 가문이 눈엣가시라고 해도 선황제의 체면은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선황제에게 스승이 한 명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제사의 칭호를 폐하면 그만인 거지. 여인들의 속이 얼마나 좁고 복수심이 얼마나 강한 지 네가 몰라서 그래.”제 상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광릉후는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광릉후는 송석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속으로 송석석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감히 제 상서 앞에서 송석석의 편을 들 수가 없었다.광릉후는 아직 제 상서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잠시 머리를 굴리곤 한가지 제안했다.“제 대인님, 지금 가장 급선무는 제사님을 옥에서 구해오는 것입니다. 대인님 셋째 남동생의 아드님 제수찬 도련님께서 한녕 공주와 혼인을 하셨잖아요. 북명왕의 친동생인 한녕 공주께서 송석석에게 직접 부탁을 하신다면 일이 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광릉후의 말에 제 상서는
남풍관이 단속된 소식은 순식간에 온 경성에 퍼졌다.광릉후는 두려움에 휩싸여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마침 그날 몸이 아파서 남풍관에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느닷없이 단속이 진행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남풍관은 수년간 운영하며 경성의 수많은 명문가 대감을 접대해 왔다. 황제가 정말 남풍관을 단속하려 했다면, 분명 누군가 그에게 미리 알려줬을 터인데, 아무런 소식도 없이 갑작스레 단속이 이루어졌다.정신을 차린 광릉후는 이내 믿을 만한 부하를 불러왔다. 그는 이일의 주도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오늘 밤 제제사가 그곳에 있었는지 알아보라 지시했다.그는 제제사가 남풍관에 가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비밀로 해왔다. 심지어 제부의 사람들도 몰랐고, 오직 그의 충실한 부하인 양기웅만 알고 있었다.남풍관에서 그의 정체를 아는 이는 남풍관을 관리하는 부하뿐이었다.남풍관에서 마차를 관리하던 마부가 잡히지 않자, 바로 광릉후부로 와서 상황을 보고했다.부하가 굳이 따로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마부가 두 가지 중요한 소식을 전했다. 하나는 송석석이 경위와 순방영을 이끌고 단속을 주도했다는 것, 또 하나는 ‘얼굴이 하얀 늙은이’가 경위부로 끌려갔다는 것이다.마부는 제제사의 정체를 모르기에 그저 ‘얼굴이 하얀 늙은이’라고만 표현했다.광릉후는 놀라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렇다면 얼굴이 다 드러난 것이냐?”“전부 얼굴에 천을 덮고 끌려갔습니다. 얼굴이 하얀 늙은이도 천으로 머리를 덮고 있어서 아무도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광릉후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경위부로 끌려갔으니, 정체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특히 제가는 송석석의 미움을 산 적 있었다.더군다나, 이전에 광릉후의 딸 회옥과 제가의 아가씨가 여학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모두 퇴학당한 것도, 황후의 말이 큰 영향을 미쳤다.송석석이 제제사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분명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이건 정말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게다가, 남풍관을 설립한
안에서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숨소리는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제제사 평생 이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제제사는 큰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일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 당장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자신의 시신이 이곳에서 발견되는 것만큼은 절대 원하지 않았다.특히, 섣달그믐날 궁을 떠나던 날, 그는 송석석를 심히 꾸짖었었다.“나오시지요!”송석석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그러자 두 명의 맨발 남창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방 안에는 귀한 탄을 태우고 있었고, 바닥에는 두껍게 비단이 깔려 있어 맨발로 걸어 다닐 수 있었다.“스스로 나오실 것입니까? 아니면 제가 청해야 합니까?”송석석이 차분히 말했다.두 남창은 그녀의 말에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갔고, 병풍 뒤에 남겨진 사람만 홀로 떨고 있었다.송석석은 탁자 위에 깔린 수를 놓은 비단을 잡고 병풍 뒤로 가서 제제사의 몸을 덮은 후,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가시지요!”비단으로 얼굴을 가린 제제사는 비틀거리며 끌려갔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길을 보고 있었다.그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송석석은 분명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는 소란을 틈타 미리 병풍 뒤에 미리 숨어 있었고 송석석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하지만 송석석는 그의 정체를 아는 듯, 그의 체면을 챙겨주었다. 그를 끌고 내려갈 때도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았고, 비틀거리는 그를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그는 따로 마차에 실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끌려갔다.제제사는 끊임없이 도망칠 방법을 고민했다. 그의 정체를 밝히고 송석석과 조건을 논의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 여겼다. 충분한 이익을 제시하면 송석석이 그를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송석석이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의 이 차림새로는 보통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비록 밤이었지만, 남풍관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큰 화제가 되었다. 길가에 많은 백성들이 구경하며 몰려들었다. 조정 신하는
경위부의 감옥은 매우 간소했다. 사람을 잡은 적도 있지만 보통 사람을 가두는 일이 드물었다. 대부분 경미한 사건으로 벌금이나 회초리 벌을 내렸고, 심각한 경우에는 관청으로 보내져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송석석이 물었다.“조정 신하가 있으면, 함께 데리고 와야 합니까?”숙청제가 화를 내며 말했다.“당연한 소리다.”송석석은 황제가 그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임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관청에 알려지지 않도록 경위부 감옥에 가두려는 것이다.가장 큰 목적은 사국의 첩자를 잡아 엄히 심문하는 것이었다.“미리 소문을 퍼뜨리지 말거라.”숙청제가 경고했다. 그는 그들을 훈계하여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송석석은 공손히 대답했다.“예, 명을 받들겠습니다.”명을 받고 떠나면서 송석석은 제제사가 떠올랐다.사실 그날 제제사가 송석석에게 한 소리 했을 때, 그녀는 속으로 화가 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는 선제의 스승이기에 선제의 명성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 사람이 만약 경위부의 감옥에 갇힌다면 제제사는 수치를 당할 것이다.그가 수치가 당하는 것 외에 선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었다.다행히도 몇 달 전부터 그를 비밀리에 감시해 보니, 제제사는 남풍관에 자주 가지 않았다. 사흘 전에 갔던 것으로 보아, 아마 이번에는 이틀 내에 다시 가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오늘 밤 남풍관을 공격할 셈이었다. 황제가 광릉후 향봉천을 잡아들이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 아마 황제가 따로 처리할 테니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송석석은 경위부로 돌아가 병사를 조직했다.그녀는 이미 다섯 개의 남풍관을 조사해 놓았다. 각 남풍관 마다 부하 10명과 남창 20명이 있었고, 사국의 첩자 15명이 다섯 개의 남풍관에 흩어져 있었다.이들의 무공을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가볍고 빠른 발소리를 보니 경공이 뛰어난 듯했다.시만자는 이미 경위와 순방영을 훈련한 지 오래였다. 오랫동안 가르침을 받으니, 병사들의 무공도 강해졌고 강의를 듣고 손발이 많이 나아졌고, 오
남풍관의 일이 철저히 조사된 후, 송석석는 직접 궁으로 들어가 보고했다.그녀는 황후가 그녀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일을 마친 뒤 태후께 문안을 올릴 생각뿐이었다.숙청제는 남풍관에 무술을 익힌 사국인들이 숨어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그의 표정은 바로 굳어졌다.송석석는 제제사가 남풍관에 간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는 그저 여가를 즐기기 위해 남풍관으로 갔을 뿐이다. 그는 심지어 신분을 철저히 숨기려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꾸미고 있었다.몇 차례 몰래 대화를 엿들어 보니, 그는 풍월을 논할 뿐 정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특별히 이상한 행동도 없었기에 기밀을 누설될 가능성은 없었다.홍현은 남창들의 대화를 엿들은 적 있었다. 그들은 제제사를 ‘늙은이’라 부르며 몹시 싫어했고 남풍관에 다시 왔다며 불평했었다. 하지만 제제사가 돈을 많이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상대한다고 했었다.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하니, 송석석은 보고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일부 남창이 사국인이라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사국인은 기준이 엄격하여,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매력적인 남성들만 골랐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사국인이라 보기엔 애매했다.대부분은 남강인과 사국인의 자식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 역시 반쯤은 상국인이었다. 남강은 오랫동안 사국의 지배를 받았고, 겨우 최근 2년에야 독립을 회복했다. 그래서 이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경성에 숨어들어 있었다. 이는 그들의 주인이 사국인 임을 뜻했다.“이들은 모두 사온이 살아 있을 때 상단을 따라 몰래 경성에 들어온 자들입니다. 사온이 그들의 신분을 바꿔 남풍관에 들였고, 남풍관은 그녀의 명을 받고 세워진 곳입니다. 남풍관이 큰돈을 벌고 있기에 사온이 몰락한 후에도 광릉후는 남풍관의 문을 닫으려 하지 않았습니다.”숙청제는 화가 치밀어 오름과 동시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소문에 의하면 광릉후 향봉천도 남색을 좋아한다고 하더구나. 그가 남풍
“황후가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텐데요. 예전엔 아주 총명했습니다.” 태후는 밥상에서 일어나 단목 원형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배가 부르니 편안했다. “똑똑한 사람이 갑자기 어리석어지는 것은 한복판에 서있어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저 자신의 이익만 보고, 그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요.”“네, 어마마마 말씀이 맞습니다.” 숙청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태후는 그에게 앉으라 하며 물었다. “지금 여학 모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숙청제가 대답했다. “저는 아주 좋은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백성들이 자신과 권력자들 간에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느낄 것이고, 민심도 많이 좋아질 것입니다.”그는 당연히 큰 틀에서 생각했고, 여자 백성들의 교육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그럼 세상의 학자들이 이것으로 인해 반발하지 않을까요?” 태후가 또 물었다.숙청제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어떤 학자들은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거나, 여자들은 총명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장난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학자들은 여자들도 총명하여 읽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마음이 넓은 사람들이어서 심지어 이 일을 지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여자들은 과거 시험에 응시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이 반발하면 시험 자격이 취소될 터인데, 몇몇 세상에 화를 품고 있는 자들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자신의 앞길을 걸고 도박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태후는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만약 이렇게 간단한 도리였다면, 황후가 어떻게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애씨 가문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그것도 결국 애씨 가문을 바보 취급 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숙청제의 얼굴을 더욱 엄숙해졌다. 어머니가 이렇게 단호하게 누군가를 논한 적이 없었다. 특히 황후에게는 항상 어느 정도 배려를 해왔다.숙청제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황후가 여학을 건드려 다른 사람
궁문이 열리자, 오 대반은 급히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란주 상궁은 급히 들어가 황후를 부축해 일으켰다.“마마 손에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란주 상궁은 급히 손수건으로 피를 닦으며 궁녀들을 불러 상처를 씻기게 했다.제 황후는 온몸에 힘이 없이 의자에 앉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태비를 버리겠다고 하셨어, 폐하께서 태비를 버리겠다고.”“폐하께서 잠시 노하셔서 그런 겁니다. 어떻게 태후를 버리시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란주 상궁은 시중을 들던 궁녀들을 나가게 하고, 창백한 얼굴을 한 마마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마마께서 태후께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늙은 영태비의 일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마마께서 듣지 않으셨습니다.”“나는 이게 뭐가 잘못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 황후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두 일은 잘못하긴 했지만 아주 작은 잘못이고,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란 말이다.”란주 상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태후와 황제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송석석을 어떻게 공격해야 대황자를 위한 것일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하지만 이건 잘못된 길이다.“마마, 반드시 송석석을 적대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를 끌어들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녀는 후궁이 아니잖습니까.” 란주 상궁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북명왕은 그녀의 말을 잘 따르니, 만약 그녀를 끌어들인다면 북명왕도 자연스레 대황자의 편에 서게 될 것입니다.”“하지만 폐하께서 항상 북명왕을 경계하시는데, 내가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건 황자께 더욱 해가 되지 않겠는가?”“마마님, 계속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시고, 흘러가는 것에 맞추시어야 합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북명왕을 중용하시고, 비록 형제간에 갈등이 있지만 국사 방면에서는 그를 의지하고 계십니다. 북명왕과 왕비의 능력이 뛰어나니, 그들 부부가 폐하께 가장 좋은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황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게 내가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야. 난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