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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전북망이 모두가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 예물 목록을 가져와 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이상하다는 듯 둘째 노부인에게 물었다.

“뭐가 문젭니까? 만 냥, 금 팔찌 두 쌍, 양지옥 팔지 두 쌍, 장신구 두 쌍, 비단 50필이 전부인데, 많은 편 아니잖습니까?”

“많지 않다고?”

둘째 노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 집엔 천냥도 없어.”

전북망이 놀라 물었다.

“말이 됩니까? 도대체 누가 장부 관리를 했습니까? 혹시 횡령이라도 한 거 아닙니까?”

“제가 했습니다.”

송석석이 담담히 말했다.

“당신이 관리했다고? 그럼 돈은 어디에 있소?”

전북망이 물었다.

“그러게 말이다. 어디에 있을까?”

둘째 노부인이 비웃듯 말꼬리를 올렸다.

“우리가 무슨 대단한 명문가라도 되는 줄 아니? 이 장군부는 너의 할아버지가 처음 장군으로 임명 받았을 때 받은 하사품이고, 너의 아버지와 내 남편이 받는 봉급과 쌀을 다 합쳐도 이천 냥을 넘지 못해. 너는 그 두 사람보다 더 적게 받는 사품 장군이고.”

“그래도 할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좀 수익 봤을 텐데요?”

전북망이 말했다. 그러자 둘째 노부인이 반박하고 나섰다.

“겨우 그 정도로는 이 큰 집안을 먹여 사릴 수 있을 것 같아? 네 어미가 매일 드시는 약만 해도 삼 냥, 삼 일마다 복용하는 약환은 한 알에 오 냥. 너의 현처의 지참금이 없었다면 이 집은 진작에 망했어!”

전북망은 믿기지 않았다. 그는 둘째 노부인이 송석석과 작당해 자신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실망한 얼굴로 예물 목록을 내려놓았다.

“솔직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냐 이 돈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고. 예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전쟁의 공로가 있으니, 폐하께서 상금을 내려 주실 겁니다.”

둘째 노부인이 말했다.

“전쟁의 공로? 이미 이방과 혼인하기 위해 사용한 거 아니었어? 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예물정도야 좀 줄이면 되잖아. 둘이 다시 상의해 봐.”

이때, 노부인이 기침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사인데, 준비해 줘야지. 이 돈을 아끼면 우리가 상대를 무시한다고 느끼지 않겠어?”

그리고는 송석석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석석아, 이 돈은 네가 먼저 내고 나중에 우리가 다시 여유가 생기면 갚아주는 건 어떠니?”

전소환이 비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가족끼리 빌리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언니, 충분히 현명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니 만냥쯤은 아무렇지 않게 내줄 거예요. 안 그래요?”

“소환아, 너 석석이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이미 우리 집을 위해 많은 것을 해줬어. 그 선의를 당연하듯이 받아들이면 어떡하니.”

노부인이 전소환을 꾸짖으며 송석석을 바라봤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의 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그저 말뿐인 겉치레, 송석석의 죄책감을 부추겨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는 술수에 불과했다.

노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자구나. 석석아, 불편하겠지만, 이방이 들어오면 네가 다시 교육 좀 하거라. 북망의 정실 부인은 그래도 너이지 않느냐?”

모든 시선이 송석석에게로 향했다. 전북망도 마찬가지로 그녀를 바라봤다. 저번에 뺨을 맞은 뒤로, 사이가 더 어색해진 탓에 그는 쉽사리 송석석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송석석은 말없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때, 둘째 노부인이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설마 부족한 혼수 다 석석이게 맡기려고요?”

둘째 노부인이 송석석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송석석은 자신을 생각해주는 둘째 노부인의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알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첩의 혼례식에 들어갈 혼수를 본처가 대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노부인이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석석아, 그게 무슨 철없는 소리니. 가족지리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그리고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달라는 건데, 그 정도도 못해주는거냐? 나중에 여유 생기면 다 갚을 거다.”

송석석이 전북망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군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체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는 송석석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가 자존심이 강한 것을 알고 일부러 이 질문을 던졌다.

“석석아, 이런 건 네가 결정하면 되지 왜 북망에게 묻느냐? 부부는 원래 한 몸이라고, 지아비가 곤란한데 부인으로서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

송석석이 온화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전 장군님의 대답을 들어야겠습니다. 정말 저에게 돈을 빌리실겁니까? 말만 하세요. 그럼 빌려드리겠습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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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Jung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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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guri
미친…미쳤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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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0. 07. AM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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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9화

    송석석은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 그들은 전쟁을 피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서경이 그들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수란석에게는 송가와 소가만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북명왕은 오히려 군권을 되찾기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송석석은 시선을 돌리며 냉옥 장공주의 유창한 상국 말에 귀 귀울였다. "본궁은 항상 왕비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상국에 온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왕비님을 뵙기 위함입니다."그녀는 방금전에도 이렇게 말했었지만 이번에는 표정이 진지하고 진심에서 우러나 보였으며 아까 같은 가식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송석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공주님을 뵙게 되어 저 또한 영광입니다."가까이에서 보니 냉옥 장공주는 어제 성문에서 봤을 때보다 피로해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눈 밑의 다크서클은 얇은 화장 덕분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전체적인 상태는 실제 나이보다 몇 년 더 많이 먹은 듯 지쳐보였다. 송석석은 그녀가 정권을 보좌했던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경은 내외의 위협을 겪었는데, 그들이 그동안 겪은 고통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내일 그녀와 신경전이 벌어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존경심을 느꼈다.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궁중 연회가 시작되었다.모두 자리에 앉아 식사를 준비했다. 서경의 사절단은 여전히 오른쪽에 앉아 있었고, 사여묵과 송석석은 나란히 앉았다. 태후는 음식을 같이 먹지 않았고 냉옥 장공주와 잠시 대면하기 위해 나왔다. 이는 사절단을 중시하는 태도였다.황제와 황후가 자리를 지키고 여러 왕야와 권신들도 함께 했다. 물론 회왕은 참석하지 않았고 회왕비도 오지 않았다. 연왕은 측비 김씨와 함께 자리에 앉았는데, 그는 이런 자리에 절대로 시민주를 데리고 오지 않는다. 아무리 시민주가 정비라도 말이다.연회 중 술잔이 오가며 두 나라는 우호적인 관계인 것처럼 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8화

    북명왕이 자기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수란석은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며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동안 성릉관의 일을 명확히 밝혀야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두 눈에서 불꽃이 튀고 있을 때 사여묵이 물었다. "수 대장군이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다 나으셨습니까?"수란석은 눈빛을 거두며 대답했다. "이리 신경 써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형님께선 이제 큰 이상이 없습니다.""이번에 수 대장군과 함께 오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수란석의 눈빛은 차갑고 냉랭했다. "형님께선비록 큰 이상은 없지만 과거에 중상을 입으셨기에 장거리 이동은 부적합합니다."사여묵은 수란키가 갇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 말했다. "우리 소 대장군도 두 번이나 화살을 맞았고 게다가 이제 막 칠순을 넘긴 고령이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일을 처리하러 성릉관에서 진성으로 돌아오셨습니다."수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말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오늘은 분명 저런 얘기를 안 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나에게도 할 말이 아주 많은데.’하지만 수란석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듯 사여묵은 또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아참, 듣자니 수 상서께서는 친히 검을 만드는 걸 좋아하신다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신검을 만드셨는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주제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수란석은 화가 난듯한 목소리로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무가 바빠서 이제 더는 검을 만들지 않습니다. 왕야께서 서경의 무기가 보고 싶으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전장에 나가면 충분히 볼 수 있었기에 사여묵은 그를 가볍게 바라보며 한 마디 던졌다. "좋습니다."목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수란석의 귀에는 아주 도발적으로 들렸다. 마치 그가 전쟁을 원한다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내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왕이 말하길 북명왕은 두 나라가 전쟁을 계속하는 걸 가장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나라가 전쟁을 하면 소가는 분명 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7화

    둘째 날, 평사저의 사람들로부터 소식이 전해졌다. 어제 서경 사절들이 회동관에 도착하자 회왕은 몰래 집으로 돌아갔고 오늘 아침 일찍 다시 변장을 하고 외출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평사저는 잠시 생각한 후 회왕의 의도를 대충 짐작해 보았다. “조심하거라. 그가 수란석과 결탁한 것이라면 너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니.”“알겠습니다.” 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젯밤 사제는 그녀에게 서경의 호위무사 중 한 명이 회왕처럼 보였다고 했다. 하여 두 사람은 밤새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측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궁중 연회의 화려한 조명은 별처럼 빛났고 소명 연회당은 낮처럼 환했다.사여묵과 송석석이 입구에 도착했을 때, 서경 사절들이 이미 도착해 궁궐의 오른편에 앉아 있었고 호위와 서경의 궁인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입궁 시에는 무기를 지닐 수 없기 때문에 호위들 모두 검을 차지 않았다.태후와 황후는 자리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식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 서경의 냉옥 장공주를 맞이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태후는 몸이 아파 나오지 않지만 오늘은 냉옥 장공주가 오기 때문에 기꺼이 나와서 손님을 맞이한 것이다.냉옥 장공주와 태후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놀라운 점은 두 사람이 통역사의 도움 없이 때로는 상국어로, 때로는 서경어로 대화를 원만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냉옥 장공주가 상국어를 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태후가 서경어를 할 줄 아는 것은 송석석에게 매우 의외였다.사여묵과 송석석은 먼저 황제에게 인사를 올린 후 태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냉옥 장공주는 그녀가 송회안의 딸이자 소 대장군의 외손녀, 남장 전투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송석석이라는 사실에 저도 몰래 송석석을 몇 번 쳐다보았다.북명왕부는 냉옥 장공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냉옥 장공주도 상국의 중요한 인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특히 송석석와 이방에 대해서는 더 잘 알았다. 송석석은 가문과 능력이 뛰어난 여인이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6화

    다음 날 정오쯤, 서경 사절단이 진성에 도착하자 예부와 홍려사에서 그들을 접대해 회동관으로 안내했다. 서경의 관제는 상국과 비슷하지만 서경은 승상 자리를 두지 않고 내각과 육부구경을 두고 있었다. 이번에 상국에 온 사절단은 냉옥공주와 병부 상서 수란석을 필두로 내각 대학사 고공과 양안, 홍려사 사정 소진, 통역관 두 명, 친군령 정영수, 냉옥 장공주부의 위장 임화옥과 세 명의 여관으로 구성됐고, 여관의 이름은 보고되지 않아 알 수 없었다. 그 외에는 모두 호위와 수행 인원들이다.사여묵과 송석석 일행은 성문 근처의 술집에서 사절단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냉옥 장공주는 보라색 관복에 자홍색의 준마를 탄 채 대열을 따라 천천히 진성에 들어섰다. 냉옥 장공주의 실제 나이는 서른두 살이지만 아마도 긴 여행의 피로로 인해 더 늙어 보이는 것 같았다.“장공주 뒤에서 검은 준마를 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수란석입니다. 그는 수란키의 친동생이긴 하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지요. 예전에 성릉관에서 전투를 이끈 사람이 바로 그이고, 지금은 정원제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종용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정원제는 장공주를 매우 존경하지만 사실 선태자를 더 존경하였습니다. 정원제는 전쟁을 원하고 그는…” 염구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 적당한 표현을 찾았다. “… 어쨌든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문무를 겸비했고 선태자를 오래 따랐지요. 서경에서 덕망도 높고 꽤 중요한 인물이지만 본성은 좀 미쳐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장공주와 선태자가 그를 지켜봐 주고 또 수란키가 귀띔을 해줘서 본성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장공주가 그를 뒷받침해서 높은 자리에 올린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공주가 모르는 사실은 그의 마음속엔 형인 수란키보다 집안과 나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송석석이 그 말을 이어받았다. “장공주가 나라를 우선시한다고 생각해서 정원제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여겼겠죠.”“네, 하지만 이제 장공주는 깨달았을 겁니다. 이번에 그녀가 직접 와서 여러 논의를 이끌어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5화

    진술서를 어전에 제출한 후 숙청제는 이택이 말한 이방의 자백 세부 사항을 들으며 이마를 찌푸렸다.녹분성 사건은 숙청제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마을 학살과 포로 처형 네 글자는 모두 피비린내 나는 말들 뿐이었다. 세부 사항은 있는 줄은 몰랐다. 진술서에는 포로 처형과 마을 학살의 구체적인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이택이 말한 내용을 들으며 숙청제는 자기가 상국의 황제라는 사실을 잊어 버리고 미처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쳤다.이택도 마찬가지로 등골이 오싹해져 황제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이런 사람이 전쟁 공로로 혼인 허락을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만약 북명왕비처럼 입직해서 관직에 나가거나 군에서 무장으로 활동했다면 그것은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었다."북명왕은 이 진술서를 보았느냐?" 숙청제는 한차례 질책을 마친 후 이택에게 물었다.이택은 북명왕이 먼저 사람을 보내 전북망에게 전한 뒤 황제가 명을 내린 것을 알고 있기에 신중하게 대답했다. "이방의 자백이 있자마자 신은 즉시 이 진술서를 가지고 궁으로 들어왔습니다."숙청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그에게도 이 진술서를 전달하거라. 비록 대리사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소 대장군은 북명왕비의 외조부이니 그도 알아야 할 것이야."이택은 잠시 놀랐다. ‘설마 황제가 북명왕의 개입을 허락한 것인가?’ 그는 황제와 북명왕 사이에 어떤 불편한 감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이택은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공손히 대답했다. "예, 제가 직접 가서 전달하겠습니다."어전에서 나온 후, 이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여묵과 입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북명왕이 개입한 만큼 황제의 명령을 받은 후 이 일의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주 중요했다. 만약 잘 처리된다면 공로를 얻을 수 있겠지만 실수하면 직위가 내려가고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이택은 마음속으로 안도하며 빠르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4화

    주부는 이방의 말을 기록하며, 이천명 등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던 진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그러고는 성릉관에 돌아가서 세부 사항을 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수란키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이전에 두 나라가 이미 세부 사항을 발송했으며 서로 동의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는데, 그 세부 사항은 이방도 본 적이 있었다. 상국의 요구사항으로 전쟁을 멈추고 국경선을 원래의 선으로 돌려놓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그 기준은 녹분성 외곽의 산기슭이었다."잠시 정신이 팔려서 내가 협정을 체결하면 공을 세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란키에게 군대를 20리 후퇴시키고 단 12명만 남기게 했지요. 한편으로는 전북망이 양곡 창고를 불태우는 계획을 잘 진행했으면 싶어서였고, 또 한편으로는 협정이 체결된 후 제와 제 부하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본래 12명을 남기기로 한 것은 그들이 모두 능력 있는 사람들일까 봐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들이 남긴 사람 중에는 참모와 의무병 3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걱정이 사라졌고 협정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체결되었습니다. 협정이 체결된 후 우리는 그 소장을 붙잡고 산 아래로 내려가 풀어주었습니다."그 뒤 그녀는 전북망에게 협정 체결 사실을 알렸고 성릉관으로 돌아갔다.수란키는 사람을 보내 접선했고 그녀는 그렇게 얼떨결에 공신이 되었다.물론 소삼야는 반복해서 그녀에게 수란키와 어떻게 협정을 체결했는지 물었고 그녀와 그 부하들은 이미 만들어 놓은 이야기를 말했다. 그들은 산 아래에서 수란키와 12명을 만났는데 전투를 통해 수란키를 붙잡았고 그 뒤에 협정이 체결되었다고 했다.소삼야와 그들은 그 이야기를 잘 믿지 않았지만 수란키가 전선에서 사라진 사실과 협정에 수란키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게다가 성릉관에서는 이제 소 대장군의 도장만 찍으면 그 협정은 공식적으로 성립될 수 있었다.주부는 그 기록에서 서경 태자에 대한 언급을 완전히 생략하고, ‘소장'이라는 표현만을 사용했다. 왜냐하면 서경의 국서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3화

    이택은 날카롭게 말했다. “소 대장군께서 진성으로 돌아와 심문을 받는 것도 다 너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길 바라는 거냐? 네가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누군가 그를 이 사건에서 빼려고 합니다. 누군가가요!” 이방은 마치 분노한 사자처럼 발버둥을 쳤으나 쇠사슬에 묶여 있는 탓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성릉관의 주장이었으니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들은 하나같이 권세가 두려워 사여묵과 송석석에게 아첨하며 전북망을 죽이려 들지 않습니까? 그는 내가 마을을 학살한 일을 전혀 모릅니다. 전북망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란 말입니다!”“전북망이 모른다면 소 대장군은 더더욱 알 리가 없다.” 이택은 콧방귀를 뀌며 주부에게 명령했다. “기록하거라. 이방은 전북망과 소 대장군이 모두 몰랐다고 진술했다는 것을.”“아니,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방이 큰 소리로 부인했지만, 이택은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여기 귀가 몇 개인데 감히 말을 바꾼단 말이냐?”이방은 입을 열다 말고 자기가 처한 상황을 깨닫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눈에 숨겨진 교만과 불만을 애써 감췄다.이택은 그녀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역시 왕야는 단호하다. 전북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전북망이야말로 작전의 지휘관이었고 그가 몰랐다면 소 대장군은 더욱 알 리가 없다. 이방은 전북망의 부장이라 절대 독립적으로 소 대장군의 명령을 받을 수 없었다.사실 이방은 전에 전북망이 자신에게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여겼었기에 형부에 붙잡히기 전까지는 전북망을 연루시키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날, 성릉관에서 그녀에게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자신의 미래를 걸고 그녀를 도와 도망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전북망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이다.그래서 형부에 들어온 후 그녀는 소 대장군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이 정확한 방법이며 황제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2화

    숙청제는 손을 내려놓고 차갑게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새로운 무장을 키우려는 건 맞지만 짐은 어리석은 임금이 아니다.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키운다고 해도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노장들을 버릴 순 없다.”“헌데 내가 어찌 새로운 무장을 키우려는지 그가 정녕 모른단 말이냐? 북명군의 군권이 이제는 그에게 없지만 위신은 여전히 강하다. 남강 수복의 공은 마치 큰 산처럼 그를 지키고 있다. 나는 그를 움직일 수 없고 오히려 북명군이 나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하도 세게 쥔 탓에 주필이 그의 손에서 부러졌다. 숙청제는 붓을 책상 위에 던지고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짐은 북명왕이 역적이 되지 않을 거라 믿겠지만, 만약 그에게 진정 불순한 야망이 있다면 나는 그를 어찌해야 할꼬?”오 대반은 속으로 급히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폐하, 북명왕은 결코 반역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는 폐하의 아우입니다.”하지만 숙청제는 싸늘하게 답했다. “짐은 그가 당장 반역할 생각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고위직에 오래 있으면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법이지. 나는 그를 경계하고 형제로서 싸우고 싶지 않으니 그가 그런 마음을 먹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단호히 처리할 수밖에 없다.”사여묵은 숙청제와 대립하며 그를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숙청제는 오히려 안도했다. 만약 그가 더 큰 계획이 있었다면 소 대장군의 일로 그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은 사여묵이 반역의 야망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잠시 후, 전북망이 형부에 도착했고 이택이 직접 심문했다.전북망은 성릉관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숨김없이 고백했는데 그와 이방이 성릉관에서 사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것도 솔직히 인정했다. 사실 그는 이미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황제가 그를 보호해 주고 있었지만 세상에 드러난 사실들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녹분성 작전의 장군이고 또 이방과도 관계를 가졌다. 그러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1화

    사여묵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지만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폐하께서는 형부를 통해 전북망을 심문하시고 그의 진술과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대조하여 사실을 밝혀주십시오. 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경 사람들은 우리가 전쟁포로를 죽이고 마을을 학살한 일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전쟁의 총책임자인 전북망을 배제한다면 그들은 더욱 분노하며 저희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고 여길 것입니다."그는 고개를 들고 강한 눈빛으로 숙청제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게다가 성릉관의 군사와 백성들은 실망할 것이고 폐하께서 심복 무장을 키우려는 의도가 따로 있기에 오랜 세월 성문을 지킨 노장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운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쾅!"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숙청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는데, 눈 속에는 엄청난 분노가 서렸다. "무엄하도다!"오 대반은 몸을 떨며 숙청제에게 진정하라고 청한 뒤 사여묵에게 말했다."왕야, 더는 폐하를 노하게 하지 마십시오."숙청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사여묵을 위에서 차갑고 날카롭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너의 공손한 태도는 모두 가식이었구나. 짐의 말을 거역하고 욕보이다니? 이런 일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천하의 군사들이 짐에게 실망하지 않겠느냐?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거라!"사여묵는 당당히 숙청제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제가 무엇을 원하든지 모두 상국을 위한 것입니다. 도리어 여쭙고 싶습니다. 폐하께서는 신이 대체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평소보다 다른 사여묵의 모습에 숙청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비록 숙청제가 군권을 빼앗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군심을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남강 전투 후, 숙청제는 사여묵이 군무를 맡지 못하게 하여 서서히 군대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하려 했지만 그 과정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며 아직 목적에 도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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