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화

이방은 속에서 질투심이 살짝 올라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전 질투가 많지 않습니다. 그쪽도 아이를 가져야 남은 생, 의지할 곳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임신한 뒤에도 그대와 잠자리를 가지건 말건, 그의 선택에 맡길 생각입니다.”

마지막 말엔 분명 화가 난 기색이 담겨 있었다.

전북망이 서둘러 약속했다.

“걱정할 것 없소. 임신한 뒤에는 다시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오.”

“그럴 것 없습니다. 저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닙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방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걸 송석석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그녀가 아닌 이방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 역겨운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꾸짖듯 이방을 향해 쏟아붙였다.

“이미 여인인 것만으로도 살기 벅찬 세상인데, 같은 여자끼리 돕고 살지는 못할지 언정 짓밟으려 드시는군요. 그래봤자 당신도 여인 아닌가요? 전쟁터에서 좀 활약했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해도 되나요? 당신들 눈엔 제가 겨우 자식한테 의지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연약한 여자로 보이나요? 저도 하고 싶은 게 있고 원하는 삶이 있어요. 당신들 때문에 한낱 병풍이 될 생각이 없단 말이에요. 본인들만 중요하고 남들은 하찮게 여기지 마세요.”

이방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말 너무 심하게 하시는 거 아닙니까?”

송석석이 차갑게 말했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이혼합시다.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이혼? 지금 날 협박하려 드는 것이오?”

이방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닙니다. 어디 마음껏 소란 피워 보십시오. 그럴수록 그쪽만 창피를 당할 테니.”

그녀는 명문가의 여인들이 얼마나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송석석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높은 신분을 가진 여인들일수록 더 했다.

“난 그대와 이혼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가 이러는 것은 다 그대를 위해….”

“그만하세요!”

송석석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위엄이 가득 담긴 말투로 말했다.

“어디서 제 앞에서 위선을 떨려 하십니까? 이러는 이유 제가 모를 줄 아십니까? 자신들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잖습니까!”

전북망이 급히 끼어들었다.

“그게 아니오. 괜한 오해하지 마시오.”

이방이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의 눈엔 뭐만 보인다고, 역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여인 답게 참으로 오만한 착각을 하고 있네요. 그대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습니까? 버림받아 밖에서 고생하는 것보단 장군부에 지내는 게 훨씬 나으니까. 왜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으려 하십니까? 제 호의를 먼저 걷어찬 것은 그쪽이니, 더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그대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고 제 낭군님만 사랑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뭐라 수근거리든, 상관없습니다.”

송석석이 말했다.

“정말 상관없었다면, 여기에 올 필요도 없었겠죠.”

이방이 앞으로 걸어나가며 차갑게 말했다.

“나는 그대가 이혼을 빌미로 불쌍한 척 우리를 방해할까 봐 온 것입니다. 이 혼인은 우리가 전쟁의 공로로 받은 것이니, 그대가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소용없습니다.”

송석석이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나가세요. 이런 대화 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나라를 위해 싸워준 장군들과 더 얼굴 붉힐 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의 아버지와 형제들 또한 무장으로서 전장에서 희생되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무장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송석석은 더 이상 두 사람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보주야, 손님들 나가신다! 배웅해드리거라!”

그녀가 싸늘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주가 나타나 그들을 향해 말했다.

“두 분의 관계는, 두 분이서 알아서 해결하세요. 괜히 가만히 있는 저희 아가씨 괴롭히지 마시고.”

“건방진 것!”

이방이 화를 내며 말했다.

“감히 하녀 따위가 장군을 가르치려 들어?”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