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왕은 바닥에 깨진 찻잔 조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는데, 비록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그 조각으로 손목을 긋기에는 충분했다.휘왕이 바닥에서 찻잔 조각을 하나 주워 손목에 댄 순간, 누군가가 휘왕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왕야, 그러다가 다치실 수도 있으십니다!”손목이 꽉 잡힌 휘왕은 순식간에 찻잔 조각을 빼앗겼고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그 사람은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도 여전히 정체를 전혀 알 수 없었다.이 저택에 이런 사람이 대체 얼마나 더 많은 것인지, 이자들 모두 실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내공이 깊고 암살에 능한 사람들이었기에 휘왕은 어디로 가든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는 압박감이 느껴졌다.심지어는 시만자 일행과 함께 가도 마찬가지였다.휘왕은 시만자 일행도 이자들의 존재를 발견해주기를 바랐지만, 공기 마냥 여기저기 곳곳에 다녔던 탓에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휘왕은 퍼렇게 멍이 든 자신의 손목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의 죽음조차 결정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았다.다음날이 되자마자, 시만자 일행은 휘왕 저택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떠나기 전 시만자는 저택 사람들 모두와 작별 인사를 했다.휘왕과 고청영에게 인사를 하고 정삼숙한테까지 인사를 한 뒤, 마지막으로 관백 앞에 섰다.“저희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제일 고생한 분이 관백이시죠. 맛있는 음식도 대접해주시고 여기저기 데리고 돌아다니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왕야와 여러분들을 모시고 왕경루에 가서 거하게 한 턱 쏘겠습니다.”그러자 허리를 살짝 굽힌 관백이 자상하고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가씨 그런 말씀 마세요. 이건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괜히 저희에게 돈을 쓸 필요 없습니다.”“돈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저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관백은 환하게 웃으며 시만자 일행을 저택 대문 밖까지 바래다 주었다.시만자는 고개를 돌려 휘왕을 힐끔 쳐다보았는데, 입을 꾹 다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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