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341 - Chapter 1350

1380 Chapters

제1341화

하지만 이 정도로 고명옥을 바로 풀어줄 수는 없다. 몽동이는 고명옥의 다리를 부러트린 뒤, 아무도 모르게 그를 약왕당에 보냈고 고명옥에게 자신이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다리가 부러졌다고 얘기하라고 했다.이 이유로 집에서 쉬고 있으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일처리를 마친 몽동이는 돌아가자마자 송석석에게 물었다.“왜 고명옥 그자를 시켜 상대방의 소식을 알아내게 하지 않는 것이냐? 그자에게 겁을 줘서 황제 폐하께서 잠복 조사 임무를 맡겼다고 하면 무조건 따를 텐데?”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고명옥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야. 되레 꼬리가 밟힐 수도 있으니깐.”몽동이는 조금 전 온몸을 덜덜 떨면서 도망가던 고명옥의 모습이 떠올랐고 확실히 일을 맡길 만한 상대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명옥을 시켜 김창명을 조사하면 바로 김창명에게 들킬 것이니 차라리 집에서 다리나 치료받으면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훨씬 안전할 것이었다. 조금 뒤, 저택으로 돌아간 송석석은 염구진과 심청화에게 이 일에 관하여 논의했다. 세 사람은 이 일을 황제에게 보고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다가 결국 황제에게 보고하기로 했다.불법으로 증좌를 수집한 죄를 묻는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 묻지는 않을 것이다.송석석은 이번에 궁으로 들어가면서 심청화도 함께 데리고 갔다. 황제는 심청화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궁에 들어가서도 황제를 만날 수는 없었다. 오대반은 황제께서 오늘 피를 토하여 기절할 뻔해서 현재 어의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옥체가 괜찮으신 건가? 혹시 누가 독은 탄 건 아니고?”송석석이 다급하게 묻자 오대반이 한숨을 푹 내쉬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의께서 진단을 내리셨는데, 폐하께서는 독 때문에 앓아 누운 게 아니라 속에 화병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며칠동안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주무시지도 못하신 데다가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니 고뿔까지 걸리신 겁니다. 기침이 며칠이나 지속되었는데 아직도 멈추지 않습니다.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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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황제가 척귀에게 다른 업무를 맡겼기에, 감옥 관리는 대리사의 관원 사여령에게 맡겼다.그날 저녁, 사여령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생겨서 송석석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그녀를 보러 북명 황실로 향했다.송석석은 최씨와 아이들에 관한 일일까 봐 밥을 먹다가 급하게 본채로 나왔지만 사여령의 말을 들어보니 문제가 생긴 사람은 평서백부 노부인과 왕청여였다.두 사람은 감옥에 갇히고 나서부터 매일 근심과 걱정이 심한 데다가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하여 며칠 전부터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송석석이 준 약을 먹고 조금 나아지는 건가 싶었는데 다시 그곳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결국 다시 병세가 심각해졌으며 왕청여는 심지어 고열까지 앓고 있다.평서백부 노부인은 의원을 불러오라고 애원했지만 사여령은 혼자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에 송석석을 찾아온 것이다.“다른 사람은 어떻습니까? 다들 같은 증상을 앓고 있나요?”“처음에는 모두 증상이 비슷했습니다. 신분이 귀한 분들이 갑자기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서 꽤 힘들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고 나서 거의 다 나았는데 유독 평서백부 노부인과 왕청여 두 모녀의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사여령은 말하다가 잠시 멈추고 송석석을 힐끔 쳐다보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왕청여 그자는 곧 죽어가는 모습이고 노부인께서는 하도 울어서 눈이 멀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의원을 불러 상태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데 송 대감님 생각은 어떠십니까?”“혹시 척귀 그자에게 찾아가 보셨습니까? 전에는 척귀가 감옥을 관리하고 있어서 그자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송석석의 말에 사여령이 솔직하게 고백했다.“척귀 그자를 찾아갔는데 왕청여가 전북망 장군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장군님 곁을 떠났다고 좋은 여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의원을 부를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송석석은 척귀와 전북망의 사이가 이렇게나 가까울 줄은 몰랐다.“그럼 왜 진이를 찾아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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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노부인과 왕청여의 생명에는 위험이 없는 것입니까?”송석석의 물음에 홍작이 대답했다.“노부인께서는 괜찮은데 왕청여 그자가 문제입니다. 만약 계속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긴장한 탓에 계속 제 손을 잡고 자신이 곧 죽을 것인만 물어보더군요. 헛소리도 조금 하는데, 막 이 사람 탓 저 사람 탓 하다가 결국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본인 탓도 하더라고요.”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해도 더 이상 최씨를 괴롭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만약 왕청여가 감옥 안에서 죽는다면 왕씨 가문 사람들은 큰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고 이는 최씨의 심리적 부담만 더욱 크게 만들 수도 있다.“홍작, 며칠 뒤에 다시 한번 가보시지요.”“네.”홍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말을 덧붙였다.“며칠 뒤에 가실 때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송석석은 따로 최씨와 담소를 나누고 싶었다. 절망스러운 곳에 갇혀서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고 주변에 울음소리만 계속 들리면 하루하루가 매우 길게 느껴질 것이다.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황제가 건강상 이유로 조정을 쉬었으니 송석석은 일단 목 승상을 찾아가 김창명이 노동자들을 몰래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다음날, 송석석은 제일 먼저 목 승상에게 찾아가 김창명의 수상한 행동을 전했고 목 승상은 바로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궁으로 향했다.송석석은 경위부도 돌아와 심청화와 염구진을 불러 대책을 상의했다.그들은 수많은 가능성을 예상했으며 밖에서 공격하고 안에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반드시 성문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어야 한다.동시에 부하들을 시켜 진성 근처 일대를 순찰하게 했다. 진성 근처에는 마을이 많았고, 큰 마을에는 몇 백 명의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에 역적들이 그 속에 숨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오늘부터 방어 병력을 배치했고, 특히 대궐로 통하는 길을 중점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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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송석석은 감옥을 떠나기 전에 아랫사람을 시켜 전복죽 두 가마를 사와서, 밖에 있는 백성들이 최씨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보내온 죽이라며 대충 핑계를 대며 건네주었다.최씨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며, 전복죽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그나마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대리사를 떠난 송석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염구진을 불러 오늘 백성들이 최씨에게 죽을 보냈다는 소문을 널리 퍼트리라고 했다. 전에는 다들 최씨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외치고 다녔지만 이제는 거의 최씨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 기회에 최씨의 선행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했다.한편, 사여령은 최씨의 선행을 감옥 관리자들에게 전해듣곤 크게 감동하여 의례적으로 왕씨 가문 사람들에게 전복죽을 나눠주었다.그렇게 최씨의 미담은 다시 한번 백성들의 입방아에 올랐고, 모두들 평서백부에 관한 얘기를 여기저기에 전했다. 기댈 수 있는 친정이 없었던 최씨에게 왕표가 지금까지 괴롭혔다는 사실에 백성들은 너도나도 왕표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최씨를 동정했다.한편, 어사도 이 일에 대해 다시 한번 보고했는데, 이번에는 숙청제 병상 앞에서 보고를 진행했다.마침 조금 전에 목 승상한테서 수로 공사 노동자들이 몰래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숙청제는 최씨의 미담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더군다나 목 승상도 옆에서 왕표가 절대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했고 야반 도주할 때부터 이미 가족들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알면서도 그런 짓을 저지른 거라고 강조했다.잠시 침묵하던 숙청제가 곧이어 어명을 내렸다.“왕씨 가문 일가족 모두 서민으로 신분을 낮추고 왕씨 가문의 남자들은 전부 남강으로 3년 동안 유배를 보내거라. 그리고 그 집안의 노비들은 왕씨 가문을 계속 따르든 왕씨 가문을 떠나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거라.”“성은이 망극하옵니다!”허 어사가 왕씨 가문 사람들을 대신하여 숙청제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허 어사를 보낸 뒤, 숙청제는 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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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현갑군의 병력 배치로 진성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늦은 시간 통행 금지로 음식점들과 찻집도 해가 지면 바로 문을 닫았고 어둠이 깃든 진성은 완전히 죽은 성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현재의 대책은 적이 움직이지 않는 한,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수로 공사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고 무단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현갑군은 바로 공사 현장을 포위할 것이기에 송석석은 기선을 빼앗을 수 있다.공사가 중단되지 않고 계획대로 순조롭게 마친다면, 조정과 백성들에게도 유리했다.대치 상황은 아니지만 공기 속에서 이미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매일 성문 진출에 대한 경비가 삼엄했기에 황작도 반드시 진성으로 돌아올 것이다. 목숨까지 걸었는데 원정으로 지휘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러자 송석석은 전에 황작이 이미 진성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시만자는 그동안 계속 휘왕 저택에서 지내면서 수상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더군다나 휘왕 곁을 지키는 두 사람은 전부 나이가 든 노인이었으며 나머지 노비들도 저택 안에서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고 만두가 구매를 담당하는 노비를 확실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외부 사람과 접선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실로 머리가 아픈 일이었다.한편, 왕씨 가문 사람들은 감옥에서 풀려났다. 집안 남자들은 전부 유배되었고 그 중에는 현이도 포함되었다.남강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에 차라리 남강으로 유배되는 게 더 나았다.그리고 최씨와 노부인 등의 사람들은 현재 대놓고 저택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최씨가 왕이장 쪽에 꽤 많은 돈을 보관해 두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소주방에서 잠시 지낼 수밖에 없었다.평소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소주방을 하찮게 생각하던 왕청여도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고생한 탓에 아무 말없이 최씨의 결정에 따를 뿐이었다.한편, 송석석은 왕지아를 황실로 데려가 명희와 친해지게끔 만들었다. 명희는 무술 천재였고 왕지아는 똑똑하고 영리했기에 두 아이는 나이 차이가 조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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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시만자 등 세 사람은 휘왕 저택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저택 안을 몇 번이나 수색하고 돌아봤지만 수상한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기에 이제 그만 철수할 생각이었다.매일 휘왕과 먹고 놀고 즐기느라 사람이 점점 퇴폐해지는 기분이 들었으며 특히 바삐 움직이는 송석석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저녁 식사 때, 시만자는 휘왕에게 내일 저택을 떠나겠다고 했고 휘왕은 환하게 웃으며 시만자를 쳐다보았다.“왜? 내가 대접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 것이냐? 왜 갑자기 떠나겠다는 거야?”시만자가 솔직하게 대답했다.“너무 잘 먹어서 탈입니다.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주셔서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네가 아직 제대로 먹을 줄 몰라서 그런 것이다. 그래, 그냥 네 뜻대로 하거라. 이곳이 지겹다면 돌아가야지.”휘왕은 인자하게 웃다가 정삼숙을 불러왔다.“정삼아, 창고에 가서 좋은 선물 몇 개 가지고 와라. 내일 이자들이 떠날 때 챙겨주고.”“알겠습니다. 소인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문 밖에 서서 정삼숙의 대답을 들은 관백은 바로 들어와서 휘왕에게 말했다.“왕야, 제가 가져오겠습니다.”관백을 힐끗 쳐다보던 휘왕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래, 네가 가져와라. 날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아주 좋은 선물로 골라 오거라.”“네.”한편, 관백은 돌아서서 떠나는 관백에게 괜찮다며 부르려고 했다. 이곳에서 공짜로 먹고 자고 했는데 선물까지 챙겨가는 건 너무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만자가 고개를 들어 관백의 뒷모습과 걸음걸이를 본 순간, 놀라 온몸이 굳어 버렸다.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이렇게 보고 있으니 관백의 등은 매우 꼿꼿했고 걸을 때 손 하나를 등 뒤에 놓은 채 손가락을 살짝 오므리고 있는 것이 누가 봐도 귀하게 자란 사람처럼 보였다.넋을 잃고 쳐다보던 시만자는 다시 한번 자세하게 생각해보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관백은 정삼숙과 달리 휘왕 앞에서 단 한번도 ‘소인’이라고 자신을 칭한 적이 없었다. “만자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휘왕의 부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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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모신신이 관백을 공격해서 무술 실력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하자 시만자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그건 안 돼. 차라리 모른 척하는 게 더 나아. 상대방이 눈치라도 채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거야. 내일 아침 바로 이곳을 떠나서 석석이와 염 선생한테 얘기해줘야 돼.”“우리가 과연 무사하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만두가 의미심장하게 묻자 모신신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휘왕이 우리를 이곳에 가둘 수도 있다는 말이야? 조금 전에 휘왕이 분명 우리에게 가도 된다고 했잖아...”“휘왕이 왜 만자를 이곳에 불렀는지, 다들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시만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전에도 송석석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제 보니 구조 신호는 아닌 것 같고 그럼 휘왕은 그들을 가두려고 하는 걸까?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지금까지 휘왕의 행동으로 보면 뭔가 의도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혹시 왕야와 관백이 한통속이 아닌 게 아닐까?”그러자 시만자는 순간 휘왕 저택에 있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관백은 늘 휘왕 곁에 있었지만 그 존재가 눈에 띄지 않았다.‘설마 관백 그자가 위장술을 쓴 건가? 관백이 바로 영군왕인 건가?’하지만 시만자는 자신의 추측까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오늘은 그만 얘기하고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시만자는 이곳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만약 관백의 무술 실력이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매우 강하다면 세 사람이 합쳐도 관백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그럼 오늘밤 우리 셋이서 같이 자자. 혹시 모르잖아.”모신신이 만두와 시만자의 팔을 잡으며 말했고 이내 세 사람은 방으로 돌아왔다.만두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고 모신신과 시만자는 침대에 꼭 붙어있었다.“너희들은 자.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만두의 말에 모신신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지금 상황이 우리한테 위험하다면, 왜 오늘밤엔 몰래 도망가지 않는 거야?”“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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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휘왕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는데, 긴 기럭지에 건장한 몸매를 자랑하는 영군왕은 관백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들이 부왕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 수로 공사로 잘 마무리 지을 것이고 죄 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지도 않겠습니다. 진성 백성들을 다치게 하지도 않고 근처 마을에도 피해를 주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부왕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천하를 얻으면 부왕은 반드시 황제가 되실 겁니다.”영군왕의 말에 휘왕이 코웃음을 쳤다.“아주 대단한 효자구나.”“아들이 이미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부왕을 황제의 자리로 올리겠다고요. 부왕이 이 나라의 황제가 되면 저희는 더 이상 사국의 협박을 받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변경을 위해 서경과 대치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백성들과 우리 상국은 태평 성세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휘왕이 침을 툭 뱉으며 대꾸했다.“사국 서경과 손잡은 역적 주제에 대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한 말을 할 수 있는 게냐? 듣기만 해도 역겨워서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구나.”“그건 그저 이 나라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부왕께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 적들을 확실하게 물리칠 것입니다!”휘왕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뻔뻔한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도대체 어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이지? 내가 어쩌다가 저런 악마 같은 놈을 낳았단 말이냐…’남강이 얼마나 힘들게 이 나라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끝이 보이지 않던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장군과 병사들의 뼈와 살이 그 땅에 묻혔는데 영군왕은 지금 그 땅을 적들에게 그냥 내어주려고 한다.남강이 사국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 돌려받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영군왕에게 있어서 국토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며 그가 원하는 건 그저 황제 자리 뿐이었다.“너만 역적인 것이지, 여기저기 내 이름까지 팔 생각은 하지도 마. 백성들은 결국 나를 욕하고 나에게 손가락질할 거야. 난 역사에 길이 남은 역적이고 넌 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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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휘왕은 바닥에 깨진 찻잔 조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는데, 비록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그 조각으로 손목을 긋기에는 충분했다.휘왕이 바닥에서 찻잔 조각을 하나 주워 손목에 댄 순간, 누군가가 휘왕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왕야, 그러다가 다치실 수도 있으십니다!”손목이 꽉 잡힌 휘왕은 순식간에 찻잔 조각을 빼앗겼고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그 사람은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도 여전히 정체를 전혀 알 수 없었다.이 저택에 이런 사람이 대체 얼마나 더 많은 것인지, 이자들 모두 실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내공이 깊고 암살에 능한 사람들이었기에 휘왕은 어디로 가든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는 압박감이 느껴졌다.심지어는 시만자 일행과 함께 가도 마찬가지였다.휘왕은 시만자 일행도 이자들의 존재를 발견해주기를 바랐지만, 공기 마냥 여기저기 곳곳에 다녔던 탓에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휘왕은 퍼렇게 멍이 든 자신의 손목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의 죽음조차 결정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았다.다음날이 되자마자, 시만자 일행은 휘왕 저택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떠나기 전 시만자는 저택 사람들 모두와 작별 인사를 했다.휘왕과 고청영에게 인사를 하고 정삼숙한테까지 인사를 한 뒤, 마지막으로 관백 앞에 섰다.“저희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제일 고생한 분이 관백이시죠. 맛있는 음식도 대접해주시고 여기저기 데리고 돌아다니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왕야와 여러분들을 모시고 왕경루에 가서 거하게 한 턱 쏘겠습니다.”그러자 허리를 살짝 굽힌 관백이 자상하고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가씨 그런 말씀 마세요. 이건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괜히 저희에게 돈을 쓸 필요 없습니다.”“돈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저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관백은 환하게 웃으며 시만자 일행을 저택 대문 밖까지 바래다 주었다.시만자는 고개를 돌려 휘왕을 힐끔 쳐다보았는데, 입을 꾹 다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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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한편, 매산 만종문에서.며칠 전부터 임양운은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했지만 무소위는 오늘이 아니라고 했다.하지만 생일이 맞든 아니든 큰 상관은 없었다. 임양운이 떠들썩하게 잔치를 하고 싶다는 말에 무소위가 며칠 전부터 매산의 각 파문들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총 30석 정도 초대했기 때문이다.무소위가 직접 임양운의 생일 잔치를 준비했는데, 그가 평소에도 만종문의 일들을 친히 처리한 덕분에 고생하는 건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임양운이 초대장에 절대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적었고 무소위는 사형의 이런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종문에 돈이 많은 게 사실이긴 해도 이렇게까지 함부로 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다른 종파의 잔치에 참석할 때마다 단 한번도 빈손으로 간 적이 없는데 그만큼의 선물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수상하기도 했다. 평소에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임양운인데 이번에는 잔치를 크게 벌였을 뿐만 아니라 취기가 조금 오르자 경화파 장문인의 손을 덥석 잡고는 구구절절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내일 제가 진성에 다녀올 건데 저랑 같이 가지 않으실 겁니까? 가서 몽동이랑 아라도 좀 보고. 경화파 제자들도 데리고 저와 함께 다녀옵시다!”그러자 경화파 장문인이 슬쩍 손을 빼더니 젓가락을 들고 반찬을 집으며 대답했다.“경비가 부족합니다.”“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경비는 당연히 제가 다 책임집니다. 왕경루 아시죠? 저희 집에서 차린 건데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시켜셔도 되고, 원하시는 만큼 지내셔도 됩니다. 절대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그럼 동의하신 걸로 알겠습니다.”경화파 장문인이 입에 음식을 씹고 있었기에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이고 말을 하려고 했을 때에 임양운은 이미 돌아서서 떠났다.돌아선 임양운은 바로 적염문 장문인의 손을 덥석 잡더니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쪽 제자 시만자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보고 싶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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