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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독점적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536 챕터

제521화

용도?여기에 추모 공원을 짓는다고?양시연은 속으로 툴툴거렸다.‘이렇게 큰 공간에 왕릉이라도 지으려는 거야?’그러나 양시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정인 그룹이 봐 둔 곳이라면 풍수지리적으로 아주 좋은 것이겠죠. 덕분에 좋은 곳을 알게 되어서 감사해요.”“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시연 씨.”“...”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데 자신이 성을 바꾼 사실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옆자리에서 덤덤하게 음식을 먹고 있는 부승원을 보는 순간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부! 승! 원!’‘정말 겉보기랑 다르게 가십에 빠른 변호사라니까!’양시연은 고개를 돌려 연정훈에게 말했다.“실례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정인 그룹은 이 땅을 어떻게 사용하실 생각인가요?”“아직 생각해 둔 바가 없어요.”‘생각해 두지 않았으면서 따로 용도가 있다고 말하다니.’차라리 ‘상업 기밀’이라고 말했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테지만 이건 분명 태클이 분명했다.하지만 양시연은 당황하지 않았다.최악의 상황이 오면 발을 빼면 되었다.그러니 두려울 게 없었다.양시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정인 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연 대표님은 협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연정훈은 덤덤하게 양시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협력이요?”“네.”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기로 둘째라면 섭섭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정인 그룹 사람은 아무리 두루뭉술하게 말해도 바로 알아차렸다.느닷없이 나타난 연정훈은 양시연과 모르는 사이 같아 보여도 행동에서 보면 양시연을 노리고 온 게 분명했다.그리고 늘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만 보이던 연정훈이 오늘엔... 시계를 차지 않았다.급하게 달려왔다는 의미였다.어느 높은 자리의 사람이 말을 이었다.“양시연 씨가 말하는 협력은 어떤 의미인가요?”양시연이 입을 열려는데 연정훈이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더니 옆에 놓인 담배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양시연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뜯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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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스케줄 확인하고 말씀드리죠.”연정훈은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이에 부승원은 몰래 헛웃음을 내쉬었다.다른 사람들은 이게 연정훈의 평소 스타일이기에 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양시연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협력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괜찮았다. 양시연은 과거 자신이 말도 없이 떠난 것에 원한을 품은 연정훈이, 공과 사를 가리지 못하고 복수를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시간을 확인한 양시연이 살짝 떠보듯 물었다.“연 대표님 아직 식사 전이죠?”그리고 그 예상이 맞은 듯 연정훈은 차가운 얼굴을 살짝 끄덕였다.“여기 시그니처 메뉴 한번 드셔보실래요?”양시연은 웨이터를 불러 다시 음식을 주문했다.그러나 주문할 때 과거 연정훈이 좋아하던 음식을 주문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많은 고민 끝에 양시연은 그 메뉴를 주문했다.협력 파트너의 입맛을 굳이 모른 척할 필요는 없었으며 연정훈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다른 협력사 관계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메뉴판을 돌려주며 양시연은 웨이터에 재차 강조했다.“고등어는 꼭 찜으로 해주세요.”다시 자리에 앉은 양시연은 또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양시연은 연정훈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뒤 또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했다.그러자 연정훈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갔다.양시연이 무슨 질문을 해도 연정훈은 짧은 단어로 답했다.아무렴 상관이 없다는 양시연의 태도에 연정훈은 점점 더 굳어갔다.그러자 식사 자리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다.겨우 식사를 마치고 양시연은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여러 고위 임원에게 드렸다.그러나 마침 연정훈의 차례에 준비해 둔 선물이 동이 나버렸다.연정훈은 차량 뒷좌석에 앉아 ‘없어도 그만’이라는 표정을 지었다.양시연이 미소를 지은 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연 대표님,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선물이라는 단어는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차 안의 사람이 대답이 없자 양시연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종료하고 손을 휘휘 저었으며 차량 뒤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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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양시연은 진작 번호를 바꿨다. 반우희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건 양시연이 따로 반우희의 번호를 옮겨 저장했기 때문이었다.양시연이 방금 자리에서 건넨 명함의 번호는 개인 번호가 아니었으며 반우희가 가지고 있는 번호가 진짜였다.부승원은 바로 눈치를 챘었고 양시연이 건넨 명함에 개인 번호를 옮겨 적었다.반우희는 그 옆을 총총 맴돌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일인지 초조해했다.“시연 언니가 그랬는데 이건 개인 번호라 다른 사람한테 넘기면 안 된다고 했어요.”“내가 뺏은 거지. 네가 준 게 아니잖아.”부승원이 말을 고쳤다.“...”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저녁이었다.부승원은 우산을 쓰지 않고 쿠키와 명함을 챙겨 연정훈의 차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세워 둔 양시연의 차도 출발을 했다.부승원이 창가를 똑똑 두드리자 창이 내려가고 예상했던 그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부승원은 그 쿠키 박스를 안으로 던지고 명함을 표창처럼 얼굴에 꽂았다.“...”그러자 연정훈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부승원은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쿠키는 시연 씨가 직접 구운 거고 명함에 적힌 번호는 개인 번호야.”연정훈이 인상을 찌푸려 옆에 떨어진 박스를 쳐다봤다.“멍하니 있지 말고 차에서 내려 나한테 절이라도 할래?”“...”...양시연은 술을 적지 않게 마셨다. 1년 동안 술을 많이 접했지만 주량은 늘지 않아 조금 알딸딸한 상태였다.뒷좌석에 편히 기대앉은 양시연은 연정훈에게서 풍기던 그 옅은 향이 떠올랐다.레몬 페퍼먼트 향.과거 양시연이 즐겨 쓰던 향이었다.술자리에서는 파트너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연정훈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기억이 났다.이건 또 이것대로 꽤 난감했다.과거 사랑했던 사이인데 연정훈은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쯧.‘내일 다시 만나면 표정을 조금 풀까?’그런데 그때 기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누군가 우리의 뒤를 밟고 있습니다.”양시연이 바로 허리를 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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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양지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숨을 제대로 고르기도 전에 자신과 양석진의 상태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양석진을 한쪽으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러나 양석진은 양지원의 허리를 꽉 잡아 계속해서 입술을 탐하고 모든 숨을 빼앗으려 했다.“...”양지원은 참지 못하고 달뜬 숨을 뱉었고 노크 소리가 이어지자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양석진의 가슴을 밀어내며 말할 기회를 찾았다.“시연이에요. 시연이가 돌아왔다고요!”그러나 양석진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너무 급해진 양지원이 조금 소리를 높여 말했다.“오빠!”쳇.양석진은 드디어 하던 행동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며 팔로 몸을 지탱해 양지원을 바라봤다.양지원은 너무 당황하고 부끄러워 그 품에서 빠르게 벗어났다.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돌아봤으나 양석진은 여전히 무덤덤해 보였다.“시연이가 노크하고 있잖아요.”양석진은 아무 말이 없었다.그러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등을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 양지원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양지원은 벌거벗은 몸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시연이랑 몇 번 만나지 못했으니 시연이가 많이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이따가 시연이랑 대화 많이 해요.”“알겠어.”양석진은 양지원을 등지고 셔츠를 껴입었다.노크 소리는 어느새 멈췄고 방안에는 옷을 입는 사부작사부작 소리만 들려왔다.느짓느짓 움직이는 양석진에 양지원은 이마를 부여잡았다.‘정말 미쳤지.’하지만 두 사람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맞춘 것처럼 한 사람은 침대에 그대로 누워있고 다른 한 사람은 양시연을 맞으러 나갔다.문밖에서.양시연은 기다리다 못해 층계 난간에 몸을 기대 거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양지원이 기르고 있는 닥스훈트를 약 올렸다.“소시지.”작게 별명을 부르니 닥스훈트가 고개를 돌렸다.“...”강아지에게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읽은 양시연은 웃음이 터졌다.그리고 그때 등 뒤의 문이 열렸다.양시연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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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양석진은 양지원과의 사이에 한 점 부끄럼이 없었다.두 사람은 피가 섞이지 않았고 그저 같은 성을 가졌을 뿐이었다.하지만 서로 서 있는 위치에 함부로 사실을 공개할 수가 없었다.무엇보다 양시연이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다행히 몇 년 전 사실을 공개하고 양시연은 양지원과 많이 가까워졌다.비록 양석진을 아빠라고 부르지는 못했으나 늘 양석진을 존경하고 따랐다.양시연의 시선에서 자신을 향한 호감이 느껴졌다.부녀는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았고 양시연은 괜히 양석진의 쉬는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일이 바빠도 꼭 몸 챙기세요.”“알겠어.”“참, 며칠 전 보낸 쿠키는 받으셨어요?”양석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너희 엄마보다 솜씨가 좋더구나.”평소 손에 물 한 방울대지 않던 양지원을 떠올리며 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요즘엔 전복죽도 끓이세요.”“정말?”“네!”양석진이 말했다.“네가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양시연이 입을 삐죽였다.홍조가 많이 올라온 양시연을 보며 양석진이 말했다.“방으로 돌아가거라. 사람을 시켜 꿀물을 보낼 테니.”“네...”양시연은 여전히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양석진과 시선을 마주한 채로 뒷걸음질하다가 바로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방으로 돌아가는 양시연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양석진은 이런 양시연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양석진은 양시연에게 꿀물을 보내고 양지원에게는 밤 케이크를 챙겨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남겨진 양지원은 속옷을 찾지 못해 일단 파자마를 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쳤다.양석진이 돌아오자 양지원은 눈에 띄게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가 한참 마음을 가라앉히고 테이블 가까이 다가갔다.“왜 시연이랑 더 얘기하지 않고요?”“술을 많이 마셔서 이만 돌아가 쉬라고 했어.”“많이 마셨어요?”양지원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보기엔 멀쩡해.”양석진은 케이크를 양지원 가까이 놔주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다리를 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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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양지원은 작은 케이크를 비웠다. 야밤에 센치해지긴 했지만 관리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양석진이 아무 말 없자 양지원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불장난은 하룻밤에 한 번이면 충분했다.아이 때문에 이미 깨진 분위기를 모른 척 이어가는 것도 말이 아니었다.그러고 보니 양지원은 지금 양석진과 이러고 있는 게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2년 전, 오성호는 화서시에서 목숨을 잃고 타의로 양지원과의 부부 관계를 끝냈다. 양지원은 오늘 마침 세운을 지나갈 일이 있었고 온 김에 양석진을 만난다는 게 방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사실 양지원이 매번 국내로 돌아올 때마다 양석진은 정확하게 양지원이 묵고 있는 곳을 찾아왔다.전날 밤에 오면 이튿날 아침 떠나는 식이었다.그리고 밤엔 과거의 사랑을 이어갔다.왜 양석진이 아직도 양시연과 서먹서먹한지 생각해 보니 시간만 나면 양지원을 찾아오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었다.쯧.양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먹은 케이크를 정리했다.양석진은 가만히 지켜보다가 양지원이 등을 돌리자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톡톡 두드렸다.양지원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어 뒤쪽의 소파를 보라는 시늉을 했다.소파에는 양석진의 코트가 놓여 있었다.양지원은 코트를 가져다 달라는 의미인 줄 알고 고분고분 그곳으로 향했다.외투를 들어 올리니 마침 무언가가 주머니에서 뚝 떨어졌다.고개를 숙여 그 물체를 확인하는 순간 양지원은 얼굴이 불덩이가 되었다.검은색 속옷!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더니!기억을 되짚어보니 아까 안겨 침대에 이동하는 동안 양지원은 속옷을 벗었었다. 그때의 양석진은 옷을 모두 갖추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넣은 게 분명했다.“...”양지원은 고개를 돌려 양석진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양석진!’‘나이가 몇인데 유치하게!’양지원은 이를 꽉 깨물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등 뒤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양석진은 양지원의 허리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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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양시연은 방으로 돌아가 따뜻한 물로 샤워했다. 느긋하게 스킨 케어까지 마치고 테이블 앞에 앉아 내일 사용할 제안서를 작성했다.내용은 연정훈과의 협력.밝게 켜진 전등 아래 양시연은 자꾸 넋이 빠지고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연정훈을 떠나던 날 양시연은 마음이 텅 빈 것 같았고 두 사람의 추억은 마치 ‘유물’처럼 느껴졌다.그러던 어느 날 양지원이 진실을 고백하고 적게는 반년 동안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를 먹었다.그때는 미처 연락을 끊지 못해 핸드폰에는 자주 연정훈의 연락이 찍혀 있었다.하지만 그 뒤로 양시연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그 일들만으로도 벅찬 나날을 보냈다. 매일 놀람과 경악 속에서 잠이 들고 깼으며 연정훈이라는 사람을 차차 잊어갔다.그래서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모든 연락을 끊었다.끊임없이 배우고 변하고 달라지는 동안 양시연은 매일매일을 바삐 보냈다.그리고 최근 들어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경인으로 돌아오게 된 건 양지원이 건넨 연습 프로젝트에서 인터참 프로젝트를 뽑았기 때문이었다.오늘 연정훈을 만나도 큰 감정 변화가 없을 줄만 알았는데 양시연은 자기 자신을 참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정훈은 양시연이 경인에 남겨둔 선명한 발자국이었다.양시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쥔 펜을 내려놓았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새벽 2시를 넘겨버렸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넋을 놓고 생각에 잠겨 있던 양시연은 살짝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긴 소매와 긴 바지의 잠옷을 입은 양지원이 간식거리를 들고 서 있었다.양시연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엄마, 금방 돌아오신 거예요?”정원에 차가 들어오는 소리는 듣지 못했었다.그 말에 양지원은 슬쩍 시선을 피하며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방에 불이 켜지 있길래 간식 좀 챙겨 왔어.”양시연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테이블 위로 간식을 내려 두며 양지원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네 아버지가 그러던데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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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양지원이 인상을 팍 썼다.“너한테 넘기지 않는다는 거야?”“네. 태클을 걸고 싶은 모양이에요.”양시연의 솔직한 말에 양지원은 헛웃음을 터뜨렸다.“뭐, 정훈이는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런가 보죠.”양시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아무래도 차였다고 생각해 체면을 구겼다고 여긴 모양이에요.”양지원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생각하더니 좋은 수가 떠오른 것처럼 몸을 바짝 일으켰다.이에 양시연도 흥미를 보이며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며칠 뒤 너에게 국내 인사들을 소개해 줄게. 그런데 가장 먼저 연씨 가문으로 가자. 정훈이 엄마와 내가 어떤 사이인데 바로 널 수양딸로 삼고 큰 잔치를 벌이게 하는 거지. 그럼 너와 정훈이는 오빠 동생 사이가 되는 거야.”“...”양시연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연정훈이 자신을 향한 마음이 남아있는지는 잘 몰라도, 오빠라고 부른다면 연정훈의 표정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양지원은 흥이 난 듯 계속 말을 이었다.“그리고 정훈이 엄마가 널 괴롭혔다고 했지? 마침 잘됐네. 우리 한번 제대로 갚아주자.”모자를 한꺼번에 꼽 줄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사모님이랑 친한 친구 사이 아니었어요?”양지원이 역겹다는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전해 들었어. 보아하니 빈부로 신분에 급을 메긴 것 같은데 그동안 연락을 아예 끊고 지냈어.”“절교예요?”“비슷하지.”양지원이 턱을 감싸며 말했다.“날 먼저 찾아와도 거들떠보지 않았지.”“정말요?”“그래. 그래도 네가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내가 먼저 연락해 식사 자리를 잡을게. 방심한 틈을 타 널 소개해 주는 거야.”벌써 구체적인 틀이 잡혔다.양시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양지원이 이런 양시연을 힐끗 보며 말했다.“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잖아.”‘그러니까 열심히 들어줘!’양시연은 목을 가다듬고 다시 진지한 얼굴로 임했다.그리고 피는 속이지 못하는 건지 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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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방금 말한 계획이 완벽하지는 않으니 일단 이렇게 해봐. 먼저 연정훈을 꼬셔보는 거야. 과거에 정훈이도 네 감정을 이용했다며? 너도 한번 갚아주는 거야!”“...”양지원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가장 아슬아슬해지는 순간에 연씨 가문을 찾아 오빠로 삼는 거지!”결국은 그 오빠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양시연은 이마를 짚었다.자신이 왜 양지원의 연애 충고를 이렇게 진지하게 듣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양지원은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었으나 오늘 밤엔 흥분에 겨워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러자 양시연이 제때 말을 끊었다.“엄마, 그만해요. 난 오빠한테 관심 없어요.”양지원이 입을 삐죽였다.모녀는 야밤에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테이블에 앉았다가 소파로 옮겨 2차전을 이었다.이런 이벤트는 과거 몇 년 사이 종종 있었다.양지원은 양시연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새벽 시간에 자주 방을 찾아왔었다.양지원과 양석진 사이의 일도 이렇게 천천히 양시연에게 알렸다.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양지원은 긴 소매와 긴 바지 차림이 불편했다. 그래도 갑자기 슬립으로 갈아입는 건 이상했으니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기로 했다.방을 나서려는데 양지원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요즘 혁수랑 연락하고 있어?”“네. 저번 주에 연락했었어요.”양지원은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나한테 연락하지 않은 지 꽤 됐어.”진실을 알아차린 양혁수는 꼭 한번 오성호와 소현정을 만나고 싶다고 뜻을 밝혔고 모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양혁수는 양지원을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양지원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그리고 모든 상황이 조금 진정되고는 영국으로 훌쩍 떠나가 버렸다. 양씨 사업을 조금 물려받은 뒤 창업한다더니 요즘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들었다.양시연이 양지원을 위로했다.“자꾸 슬쩍 엄마 상황을 물어봤어요.”그 말에 양지원이 눈을 반짝였다.“정말?”“네!”양시연은 통화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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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9시를 막 넘긴 시간이었지만 회의실은 난리가 났다.손지은은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우며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감히 날 잘라요?”양시연이 말했다.“네. 아주 잘 들으셨네요.”“왜요!”양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이유를 몰라서 물어요?”손지은이 말문이 막혔다.양시연은 손지은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변 사람들을 일일이 훑었다.인터참은 과거 거의 무너져가는 의료 보험 회사였다. 지금 남겨진 직원들 절반 이상은 그 회사 직원들이었다.회사 업무에 익숙해 보여 양시연은 경력자를 골라 남겼다.인수하고 처음에는 다들 열심히 일을 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양시연이 ‘말 잘 듣는’ 대표라는 인식이 강해지자 점점 머리 위로 기어오르려 했다.특히 손지은이 제일 대표적이었는데 자꾸 양시연을 가르치려 들었다. 그래서 양시연은 새로 사람을 뽑아 책임자를 따로 만들었고 어린 친구들이 더 착실하게 일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그런데 손지은은 성과를 내는 신인들이 꼴사나웠는지 문제가 있는 땅을 구매하도록 함정을 팠다.“토지 인수 건은 려욱 씨가 마음이 급해 큰 실수를 한 건 맞지만 다들 참여를 했으니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누가 사직을 당해 마땅한지는 잘 알겠지요. 보상금은 꿈도 꾸지 마세요. 그리고 회사 측에서 손해 배상도 신청할 겁니다!”“참여했던 사람들은 제 발로 이 회사를 나가던지 앞으로 숨죽이고 회사 생활하세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내가 손해 배상 신청하면 죽을 때까지 갚지 못할 빚이 생길 겁니다. 회사에 이렇게 큰 손해를 가져오다니, 얼마나 큰 범죄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요?”“내가 행여나 모를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충분한 조사를 거쳐 모두 알아냈어요!”회의실은 정적이 흘렀다.다들 양시연에게 이렇게 강한 모습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손지은은 아예 자리에 굳어버렸다.그러자 양시연은 비서를 시켜 경호원을 대동해 직접 치워버렸다.손지은의 난동이 겨우 잠잠해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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