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916 챕터

제561화

정안이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지만 나도 안고 싶단 말이에요.”남하준은 사랑스럽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아이를 그녀의 품에 안겼다.그가 손을 빼낼 때, 팔이 실수로 정안의 풍만한 가슴에 닿았다. 단지 순간적인 느낌일 뿐이었지만 가슴이 심하게 뛰고 눈 밑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부끄러움이 스쳤다.그와 정안의 친밀한 관계는 불과 몇 년 전 그날 밤뿐이었다.잊을 수 없고 또 소중한 기억이었다.그는 정안을 보고, 정안은 아이를 보며 저마다 뜨거운 시선을 내뿜었다.집에 돌아와 가족 모두가 아이를 본 후 아이의 건강을 위해 산호 도우미가 아이를 방으로 돌려보냈다.정안은 마치 넋을 잃은 듯 아기 침대 옆에 엎드려 잠든 아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미숙아이기 때문에 너무 작은 아들의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정안이 한참이나 쳐다봤고 아이가 배고파서 깨자 산후 도우미가 분유를 타서 먹였다.아기에게 먹여준 후, 산호 도우미가 아이의 기저귀를 다시 검사하고 깨끗한 것으로 갈아 주었다.배불리 먹고 마시고 몸이 편안해지자 아이는 다시 잠이 들었다.정안은 계속 아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남하준이 들어와서 아기 침대 난간에 손을 얹고 아들을 보려고 몸을 기울였지만 사실은 정안에게로 다가갔다.“우리 아들 착하네.”남하준이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정안은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생긴 건 오빠를 닮았고 성격은 나를 닮았어요.”이건 남하준이 평생 들어본 말 중 가장 달콤한 사랑의 말이었다. 그는 행복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고 입술을 오므려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그는 정안이 더 이상 그를 냉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꿀을 먹은 듯 달콤했다.남하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아이 이름 지어줘.”정안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따듯한 눈빛으로 남하준을 보며 말했다.“아이 아빠가 지어주세요.”“네가 나보다 학력이 높잖아. 네가 지어.”정안이 가볍게 웃었다.“오빠도 낮진 않잖아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4
더 보기

제562화

남하준이 유동진을 데리고 서재로 들어갔다.문을 닫자마자 유동진은 지체 없이 말했다.“사건의 경위는 이미 전해 들었어. 유미는 절대 스파이가 아니야. 월급 행위 때문에 안보국 조사를 받게 하는 건 아니지. 이미 일주일 째 안보국에 갇혀 있어. 빨리 유미 좀 구해줘.”남하준은 소파에 앉아 맞은편을 가리키며 느긋하게 말했다.“앉아서 얘기해.”유동진은 화가 치밀어 올라 맞은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본능적으로 몸을 기울이며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유미는 절대 스파이가 아니야.”“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도 정호가 배신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어떻게 정호와 내 여동생을 비교해?”“왜 안 돼? 정호는 감히 함부로 내 휴대폰 내용을 보지 못하고 전화를 끊거나 전원을 끊어버릴 용기는 더더욱 없었어. 하지만 유미는 그럴 용기가 있고 또 그렇게 했어.”유동진이 깊이 탄식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래. 그건 확실히 유미가 잘못했어. 매우 어리석고 부도덕했어. 하지만 그건 모두 널 좋아해서 질투심 때문에...”남하준이 즉시 말을 끊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지 100% 확실한 건 아니잖아? 안 그래?”유동진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죄가 없다면 당연히 안보국에서 풀어줄 텐데 뭘 걱정하는 거야?”유동진이 코웃음을 치며 화가 나서 말했다.“뭘 걱정하냐고? 지금 갇혀서 자유도 제한되어 잘 지내고 있는지,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어. 한 번도 이런 서러움과 고난을 겪어본 적이 없는 애야. 이번 안보국 정치심사 때문에 앞으로 업무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고.”남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럼 이번 기회를 빌어 서러움이 뭔지, 고난이 뭔지 겪어보는 것도 좋겠네.”유동진은 경악해서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가 말했다.“우리 십여 년 우정이 전부 허구였어? 그게 지금 사람이 할 소리야?”이 우정을 언급하니 남하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만약 그가 애초에 정과 의리를 중시해 정통 어르신의 안배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4
더 보기

제563화

“유미 때문에 내 아내는 공포와 실망 속에 경찰과 구급차가 오길 기다렸어. 구급차가 몇 분이라도 더 늦었다면 어떤 결과였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 완이가 그때 겪은 절망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난 나 자신을 수백 번이고 더 죽이고 싶어.”“이 일로 난 아내의 신뢰를 잃었고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기 직전이야.”남하준은 쓸쓸하게 하소연했다.“아들이 없었다면 아내는 진작 나 떠났을 거야.”유동진은 기세가 가라앉아 자신 없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하준아. 미안하다. 유미를 대신해 내가 너와 아내에게 사과하마. 유미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잘못을 저질렀어. 앞으로 엄하게 가르칠 테니까 이번만은...”남하준이 그의 말을 끊었다.“유미도 성인이야.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지.”“하지만...”남하준은 그가 여동생을 아끼는 것을 알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말했다. “정통 어르신 딸이 유미와 절친이야. 그러니까 거주 환경과 음식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도 감히 유미 괴롭히지 못할 거야.”유동진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가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우울한 기분이었다.두 사람은 잠시 침묵을 지켰고 각자 마음을 추슬렀다.남하준이 일어나자 유동진이 멍해져서 고개를 들어보았다.“우리 아들 집에 돌아왔는데 보고 갈래?”유동진은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좋지!”“가자.”남하준이 그를 데리고 나갔고 두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기방으로 들어갔다.산후 도우미가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유동진과 남하준은 아기와 반 미터 거리를 두고 멈춰 서서 아기가 우유를 마시는 것을 가만히 보았는데 점점 넋을 잃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아이가 힘껏 젖을 빨며 내는 낑낑거리는 소리가 매우 부드럽고 듣기 좋았는데 남하준의 마음이 다 녹아버릴 정도였다.유동진이 호기심에 물었다.“몇 개월 됐어?”“50일 조금 넘었어.”“거의 두 달이 돼 가는데 왜 저렇게 작아?”“미숙아야.”유동진은 순간 웃음이 굳어졌고 여동생이 저지른 잘못이 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4
더 보기

제564화

정안은 차마 시부모의 열정을 깨뜨릴 수 없지만 그런 이름은 싫어서 남하준의 팔뚝에 몸을 가까이하고 귓가에 속삭였다.“백거이는 아주 유명한 외국 시인이에요.”남하준은 기분 좋게 팔뚝을 내려다보았다. 정안이 친밀하게 그의 몸에 달라붙는 걸 보니 그녀는 유동진의 방문에 화가 나지 않은 모양이었다.그는 목을 축이더니 말했다.“아빠, 다른 거로 바꿔요.”허윤미와 유동진은 악연하게 남하준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동진이 입을 열었다.“왜 그래? 이름 좋은데?”허윤미가 또 말했다.“그래 하준아. 아주 좋은 이름인데 왜? 아기가 완자 성 따르는 거 싫어?”남하준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설명했다.“성 때문이 아니라 이름이 안 좋아요. 외국 유명 시인과 이름이 같아요.”정안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성은 아빠 성을 따라 남으로 하죠. 그게 더 멋진 것 같아요.”그러자 남창민과 허윤미는 입이 귀에 걸렸다.“그래. 좋아. 우리 그럼 남씨 성으로 보자꾸나.”그때 유동진이 놀리듯 말했다.“남차르트”정안과 남하준의 얼굴이 굳어 어이없다는 듯 유동진을 바라보았다.“좋아! 아주 포스가 있어!”남창민이 흥분해서 말하자 허윤미도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좋은 이름인데 왜 귀에 익은 것 같지?”남하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 돼요.”유동진이 턱을 만지며 엄숙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유유히 말했다.“남... 남모스.”남창민은 손뼉을 탁 치며 흥분에 겨워 말했다.“이거 좋네. 우아하고 특별하고 트렌디하고.”정안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한숨만 내쉬었다.확실히 좋았다. 모스 부호를 발명한 사람으로 아주 대단한 과학자였으니.남하준이 보다 못해 유동진의 팔을 잡아당겼다.“너 바쁘지? 기사더러 너 데려다주라고 할게.”유동진이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나 안 바빠.”남하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노려보았다. ‘너 일부러 방해하려고 왔지?’유동진은 웃으며 윙크하더니 남창민 부부를 계속 쳐다보았다.“아저씨, 차라리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4
더 보기

제565화

남하준이 정자 쪽을 바라보며 오솔길을 걸으니 서늘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따스한 햇볕이 그에게 쏟아졌다.앞에 그가 가장 사랑하는 부모와 아내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그가 평생 지켜내야 할 아름다움이었다.정자 안.정안이 뜨거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껴 고개를 들자 남하준과 눈이 마주쳤다.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걸어오는 그의 눈은 뜨겁고 미소는 부드러웠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눈이 부셨다.정안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대응했다.두 사람의 눈빛에는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했다.그들은 한참 동안 상의했지만 마땅한 이름을 고르지 못했다.남하준은 급하지 않다고 부모님께서 천천히 생각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이 일에 아주 신경 쓰고 신중을 가했다. 아마 대학 입시 시험 때도 이렇게 진지하게 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저녁, 정안은 산후 도우미의 저지에도 꼭 아들과 자겠다고 고집했다.그녀가 중간에 눕고 한쪽에 남편, 다른 한쪽에 아들이 잠들었다.늦은 밤에야 정안은 산후 도우미의 말을 들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아들이 저녁 12시에 일어나 울자 그녀는 즉시 일어나 분유를 탔다.남하준도 동정을 듣고 깨어났다.부부는 허둥지둥 분유를 타서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젖트림을 위해 두드렸다.2시에 한 번 더 깨어나자 똑같이 분유를 타고 젖트림을 쳤고 재우고 나니 두 사람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정안의 몸은 아직 회복기였고 4시가 되자 아들이 또 우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울음소리가 매우 짧았다. 그녀가 무거운 눈을 떴을 때 남하준이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울지 못하게 달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분유를 타고 있었다.로켓과 대포를 다루는 남자가 새벽녘에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그 화면은 따뜻하면서도 어색했다.정안은 너무 피곤해서 깨어나지 못했고 아침 6시가 넘자 아들의 울음소리가 또 들려왔다.정안이 어렴풋이 눈을 뜨니 남하준이 아들을 안고 방을 나서는 것이 보였다.단 하룻밤이었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5
더 보기

제566화

정안은 점심때가 되어도 깨어날 기미가 없었고 지윤의 전화가 걸려와서야 그녀를 깨웠다.옆 침대는 비어 있었고 남하준은 언제 떠났는지 몰랐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만져 귓가에 갖다 대고 쉰 목소리로 받았다“응 지윤아.”“언니 할아버지 소식 있어요.”정안은 정신이 번쩍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할아버지 찾았어?”“못 찾았는데 할아버지 명의로 갑자기 5조 원이 넘는 산장이 생겼어요. 그 럭셔리함이 M국에서 버금가는 정도예요.”정안은 할아버지의 재산이 얼마인지, 부동산이 얼마인지 전혀 몰랐다.“그게 할아버지 행방과 무슨 관련이 있는데?”“얼른 인터넷 실검 확인해요. 그 5조 원이 넘는 산장을 할아버지는 언니에게 준다고 유언장을 작성해놓으셨어요.”정안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뉴스를 켜니 역시 뉴스 헤드라인에 올라 있었다.[#M국 갑부의 손녀, M국 최고 럭셔리 산장 상속받다.][#M국 가장 웅장하고 호화로운 산장.][#갑부 손녀 5조 원 산장 상속.]실검을 줄줄이 확인해도 정안은 할아버지의 행방을 찾지 못하자 실망하며 탄식했다.“지윤아. 이게 어디 할아버지 소식이야?”“이상하지 않아요?”지윤이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그런 소식이 나왔을까요?”정안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 정말 이상했다.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실종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백씨 가문의 재산은 진작 백인호와 한이서 두 사람에게 넘어갔다. 나라가 은밀히 도와 백씨 가문의 재산이 다른 곳으로 흐르는 걸 막았지만 그건 모두 백인호가 차지하고 있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유언장이 튀어나왔을까?이렇게 뜨면 한이서에게 얼른 뺏으러 오라고 알려주는 꼴이 아닌가?할아버지가 아직 죽지 않고 유언장을 새로 작성해야만 그 5조 원짜리 산장을 쉽게 뺏어갈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한 정안은 문득 깨닫고 지윤의 전화를 급히 끊고 긴 머리를 다듬고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사방으로 남하준의 그림자를 찾았다.서재와 거실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5
더 보기

제567화

“나도 오빠 계획을 알 수 있을까요?”정안이 궁금해서 물었다.“물론이지. 지금은 곤란하고 돌아가서 말해줄게.”“네. 기다릴게요.”정안은 전화를 끊으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그녀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남하준은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5조 원을 잃게 된다.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5조 원은 할아버지 명의로 돼 있으니 할아버지가 돌려주지 않으면 감히 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정안이 휴대전화를 들고 천천히 서재를 나와 거실로 왔을 때 집사가 들어왔다.“사모님, 지우 씨가 오셨어요.”정안이 고개를 들어 집사 뒤의 지우를 보자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히며 성큼성큼 걸어갔다.“지우야!”지우는 양손을 벌리고 그녀와 큰 포옹을 나누며 활짝 웃었다.“오랜만이야.”“여긴 어떻게 왔어?”가뜩이나 눈물이 많은 정안은 이미 두 눈에 눈물이 고이고 기뻐서 목소리가 떨렸다.지우가 가볍게 그녀의 손을 밀치고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너 아이 낳았으니 당연히 와 봐야지.”그러면서 그녀는 집사가 들고 있는 선물을 가리켰다.“내가 돈은 없고 집에서 키우는 토종닭 몇 마리, 토종계란, 그리고 몇 가지 일반적인 보양식만 가지고 왔으니 싫어하지 마.”정안이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내가 왜 싫어하겠어? 이렇게 좋은 물건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잖아.”지우가 기뻐하며 말했다.“방금 아이 낳은 산모가 왜 이렇게 말랐어? 너 다이어트 했니?”“나 임신했을 때도 뚱뚱하지 않았어. 아기와 양수가 살찌는 것 빼고 내 몸은 계속 빠졌다고.”지우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농담스레 말했다.“하늘이 내린 임산부네. 앞으로 몇 명 더 낳아.”“이제 안 낳아.”정안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고는 지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지우가 어리둥절해서 발걸음을 멈추었다.“나 이제 방금 와서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는데 벌써 쫓아내는 거야?”정안이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의 팔짱을 꼈다. “아니. 너 데리고 태준 오빠 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5
더 보기

제568화

지우는 말할수록 화가 나서 목소리가 더 치솟았다.“두 번째 소개팅 상대는 우리 집처럼 찢어지게 가난해서 조건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지. 근데 그 엄마가 정말... 우리 약혼하고 동거하고, 임신해서 아들까지 낳으면 결혼식 올리래. 게다가 결혼식이랑 애 백일잔치를 같이 치르재.”“여기서 중요한 건 무조건 아들을 낳아야 하는 거야. 아니면 예물 따위 없대.”지우가 화가 나서 입김을 불면서 어느새 단풍나무 집까지 간 줄 몰랐다.정안은 그녀의 경험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고 또 우습기도 했다. 그녀의 주위에서 이런 이상한 일들은 만나기 어려웠다.지우가 말을 이었다.“엄마가 나 시집가라고 만날 소개팅 시켜주니까 짜증 나 죽겠어.”“왜 그렇게 서두르시는데?”“왜긴 왜야? 남동생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으니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 거지.”정안은 어리둥절했다.“네 남동생 결혼이 너랑 뭔 상관인데?”지우가 정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난 정말 네가 부러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돈 걱정 하나 없이 주위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공주로 컸으니. 나처럼 가난한 집 딸들의 숙명이 얼마나 슬픈지 모르잖아.”정안이 알아채고 경악해서 말했다.“설마 너 결혼한 예물 돈으로 동생 결혼시키려는 거야?”“설마가 아니라 사실이야.”정안이 의분에 차서 말했다.“세상에 어떻게 그런 부모가 있어?”지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몇백만 원의 조의금을 받았어. 아버지 병 치료를 위해 내가 몇 천만 원의 빚을 졌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엄마는 내 빚을 갚아줄 생각은 않고 동생에게 차를 사줬어.”“그럼 넌 왜 엄마 말대로 소개팅을 하는 건데?”정안이 얼굴이 굳어지며 또박또박 말했다. “나 같으면 그런 어머니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을 거야.”“남동생을 편애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잖아. 어릴 때부터 나 학대한 적도 없고 공부도 시켜주고 먹이고 입혔으니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어.”정안이 그녀를 끌고 계속 앞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5
더 보기

제569화

낯익은 고용주의 집에 돌아오니 지우는 더욱 친근감을 느꼈다.깨끗하게 정리된 거실.지우는 처음으로 손님으로 방문해 단정히 앉았는데 남태준이 바로 맞은편에 앉아 그녀는 매우 어색해 보였다.정안이 차를 준비하러 가자 거실의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고 두 사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지우가 몰래 남태준을 보니 몸이 건장하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 안심했다.정안이 차를 들고 와서 어색해하는 두 사람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두 사람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말이 없어요?”지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정안이 건네준 찻잔을 받아 들었다.“고마워.”정안은 또 따뜻한 차 한 잔을 남태준의 손에 넣었다.“고마워.”정안이 지우의 옆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굳어 있어? 우리 재밌는 얘기 나눠.”지우는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주위에 나눌 만한 기쁜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그녀의 인생 곳곳에 슬픔이 있고, 생활 곳곳에 시련이 있는데, 무슨 기쁜 일이 있겠는가?남태준이 차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안은 물을 마시면서 지우를 슬쩍 곁눈질하고 또 남태준을 보았다.두 사람 사이의 이 어색함은 긴장 때문일까?그녀는 이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남하준과 처음 만났을 때 괜히 긴장돼서 말도 잘 못 했었다.정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우야, 너 소개팅에서 겪은 기이한 일들 계속 말해봐. 나 더 듣고 싶어.”지우는 놀라서 찻물에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며 입을 꼭 막았다.정안이 반응도 하기 전에 남태준이 익숙하게 손을 뻗어 티슈 케이스를 만지고 티슈 두 장을 꺼내어 기침하는 방향으로 건넸다.지우는 남태준이 건넨 휴지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그의 눈은 맑고 아름답지만 시선에는 초점이 없어 전혀 앞을 볼 수 없었다.지우는 그가 앞을 보는 줄 알았다.“고마워요.”지우가 남태준이 건네준 휴지를 받았고 정안이 지우의 등을 살살 토닥였다.“왜 그래? 방금 밖에서는 잘 얘기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6
더 보기

제570화

두 사람 모두 아쉬워하고 있을 때 남태준이 갑자기 끼어들었다.“엄마 말 들어.”정안과 지우는 넋을 잃고 경악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남태준은 서서히 주먹을 쥔 채 가슴이 출렁이고 안색이 긴장한 듯 가라앉아 엄숙하게 말했다.“너무 일찍 결혼하지 마.”지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저 이제 스물여섯이에요.”“남자들은 다 믿을 수 없어.”“그럼 누굴 믿어야 하죠?”“자기 자신.”정안과 지우는 모두 그의 말에 공감했고 그가 단지 감명받아서 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건 뒷말을 위한 핑계였다. 그가 목청을 가다듬더니 말했다.“지우야. 돌아와서 일해. 내가 월급 올려줄게.”정안은 참지 못하고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다.지우는 충격적인 눈으로 남태준을 바라보며 너무 놀라서 잠시 반응하지 못했다.한 달에 수백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지극히 정상인 시각장애인을 돌보라니. 지우는 그렇게 높은 월급을 받기가 부끄러웠다.남태준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어머니는 예물을 얼마나 원하셔?”지우는 또 놀라 멍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정안을 바라보았다.남태준은 대체 무슨 뜻일까? 돌아와 일하란 뜻일까? 아니면 예물을 묻고 싶은 걸까?정안은 모르겠다며 직접 물어보라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했다.지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한동안 대답이 없자 남태준의 숨결은 더욱 무거워졌고 말투는 엄숙해졌다.“지우야. 너와 결혼하려면 예물이 얼만데?”지우가 놀라서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6천만 원이요. 엄마가 적어도 6천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하셨어요.”남태준이 또박또박 말했다.“그 돈 내가 어머니께 드릴 테니 시집가지 말고 돌아와서 일해. 매달 천만 원 더 줄게. 급여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내가 책임져.”지우는 가만히 남태준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몸이 멍해졌다.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자리가 어디 있을까?만약 그녀가 남태준을 알지 않았다면 이 남자는 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16
더 보기
이전
1
...
5556575859
...
9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