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고용주의 집에 돌아오니 지우는 더욱 친근감을 느꼈다.깨끗하게 정리된 거실.지우는 처음으로 손님으로 방문해 단정히 앉았는데 남태준이 바로 맞은편에 앉아 그녀는 매우 어색해 보였다.정안이 차를 준비하러 가자 거실의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고 두 사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지우가 몰래 남태준을 보니 몸이 건장하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 안심했다.정안이 차를 들고 와서 어색해하는 두 사람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두 사람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말이 없어요?”지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정안이 건네준 찻잔을 받아 들었다.“고마워.”정안은 또 따뜻한 차 한 잔을 남태준의 손에 넣었다.“고마워.”정안이 지우의 옆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굳어 있어? 우리 재밌는 얘기 나눠.”지우는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주위에 나눌 만한 기쁜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그녀의 인생 곳곳에 슬픔이 있고, 생활 곳곳에 시련이 있는데, 무슨 기쁜 일이 있겠는가?남태준이 차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안은 물을 마시면서 지우를 슬쩍 곁눈질하고 또 남태준을 보았다.두 사람 사이의 이 어색함은 긴장 때문일까?그녀는 이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남하준과 처음 만났을 때 괜히 긴장돼서 말도 잘 못 했었다.정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우야, 너 소개팅에서 겪은 기이한 일들 계속 말해봐. 나 더 듣고 싶어.”지우는 놀라서 찻물에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며 입을 꼭 막았다.정안이 반응도 하기 전에 남태준이 익숙하게 손을 뻗어 티슈 케이스를 만지고 티슈 두 장을 꺼내어 기침하는 방향으로 건넸다.지우는 남태준이 건넨 휴지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그의 눈은 맑고 아름답지만 시선에는 초점이 없어 전혀 앞을 볼 수 없었다.지우는 그가 앞을 보는 줄 알았다.“고마워요.”지우가 남태준이 건네준 휴지를 받았고 정안이 지우의 등을 살살 토닥였다.“왜 그래? 방금 밖에서는 잘 얘기
두 사람 모두 아쉬워하고 있을 때 남태준이 갑자기 끼어들었다.“엄마 말 들어.”정안과 지우는 넋을 잃고 경악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남태준은 서서히 주먹을 쥔 채 가슴이 출렁이고 안색이 긴장한 듯 가라앉아 엄숙하게 말했다.“너무 일찍 결혼하지 마.”지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저 이제 스물여섯이에요.”“남자들은 다 믿을 수 없어.”“그럼 누굴 믿어야 하죠?”“자기 자신.”정안과 지우는 모두 그의 말에 공감했고 그가 단지 감명받아서 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건 뒷말을 위한 핑계였다. 그가 목청을 가다듬더니 말했다.“지우야. 돌아와서 일해. 내가 월급 올려줄게.”정안은 참지 못하고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다.지우는 충격적인 눈으로 남태준을 바라보며 너무 놀라서 잠시 반응하지 못했다.한 달에 수백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지극히 정상인 시각장애인을 돌보라니. 지우는 그렇게 높은 월급을 받기가 부끄러웠다.남태준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어머니는 예물을 얼마나 원하셔?”지우는 또 놀라 멍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정안을 바라보았다.남태준은 대체 무슨 뜻일까? 돌아와 일하란 뜻일까? 아니면 예물을 묻고 싶은 걸까?정안은 모르겠다며 직접 물어보라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했다.지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한동안 대답이 없자 남태준의 숨결은 더욱 무거워졌고 말투는 엄숙해졌다.“지우야. 너와 결혼하려면 예물이 얼만데?”지우가 놀라서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6천만 원이요. 엄마가 적어도 6천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하셨어요.”남태준이 또박또박 말했다.“그 돈 내가 어머니께 드릴 테니 시집가지 말고 돌아와서 일해. 매달 천만 원 더 줄게. 급여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내가 책임져.”지우는 가만히 남태준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몸이 멍해졌다.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자리가 어디 있을까?만약 그녀가 남태준을 알지 않았다면 이 남자는 분
남태준은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더니 쉰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지우야. 만약... 너만 원한다면 난... 내가 가진 회사 주식의 수입 전부를 너에게 줄 수 있어. 그리고 급여와 보험 보상금, 부동산 몇 군데, 그리고 투자한 프로젝트들...”남태준이 긴장하면서도 엄숙하게 자신의 모든 수입을 설명하며 태도를 밝힐 때, 지우가 갑자기 중단했다. “감사하지만 전 스폰 받고 싶지 않아요.”남태준은 주먹을 살짝 쥐더니 말을 멈추고 씁쓸하게 입꼬리를 걸치고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지우는 매우 복잡한 심정으로 심호흡하더니 용기 내어 말했다.“도련님, 우리 집이 가난한 것도 사실이고 저도 아무런 재주가 없어 그저 인터넷 소설이나 쓰면서 생활비나 조금 버는 작가지만 그래도 세계관이 바른 사람이에요. 전 스폰 받고 싶지 않아요.”남태준은 주먹을 더 꽉 쥐며 괴로움이 가슴에 가득 찼다.지우는 한숨을 내쉬더니 밝은 어조로 말했다.“전 세계관이 맞는 남자를 찾아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어요.”“저는 돈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아빠가 편찮으실 때 그렇게 많은 빚을 지면서도 몸을 팔아 남자에게 빌붙어 돈을 벌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지금은 더더욱 그럴 생각이 없고요.”“도련님의 선의에 감사드려요.”지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건강하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남태준은 마음이 눈처럼 캄캄하고 무겁고 짓눌리는 느낌이었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아플 정도로 꼬집어도 심장 깊숙한 곳의 고통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순전히 그녀를 곁에 두고 싶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지우가 먼저 스폰이란 단어를 꺼냈고 그는 그 단어의 뒤에 숨겨진 사실에 이끌려 그 잠재적 의미를 간과하고 말았다.그녀를 책임지고 싶고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육체적 거래처럼 얄팍한 의도는 아니었다.남태준이 반응했을 때 이미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당황해서 일어나던 그는 앞으로 가다가 쾅 하고 무릎을 탁자에 부딪혔고 그는 통증을 참으며
그 후, 남하준은 말없이 파일 하나를 보내왔다.정안이 클릭하여 열어보니 안에는 녹음 한 단락이 있었다.그녀가 녹음 파일을 열심히 들으니 한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망할 늙은이, 5조 원짜리 산장이 하나 더 있었던 거야?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었어?”백진은 의문스러웠다.“5조 원짜리 산장이라니?”정안은 오랜만에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입을 틀어막았다.“계속 시치미를 떼?”백진이 반응하고 말했다.“그래서 어쩔 생각인데?”“그 산장 양아들 백인호 명의로 바꾸겠다는 유언장 새로 작성해. 얌전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 아들, 며느리와 손자는 아마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을 테니까.”정안은 그제야 남하준의 방법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할아버지가 알아채지 못하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분명 들통 날 것이다.남하준은 할아버지와 아무런 사전 연락도 없이 서로의 생각을 짐작하며 계획을 진행했다.만약 할아버지가 부인한다면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할아버지가 5조 원짜리 산장을 볼모로 잡지 않는다면 이 일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정안은 심장을 부여잡고 숨죽여 들으면서 할아버지가 좀 더 지혜롭길 기도할 때 또 백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유언장 바꾸는 건 되는데 나가서 아내 제사를 지내야겠어.”“당신은 나와 조건을 협상할 자격이 없어.”한이서가 분노하자 백진이 포기하듯 말했다.“그럼 내 가족을 모두 죽여. 아내도 이미 죽었으니 나도 진작 살고 싶지 않았어. 내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도 당신들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갇혀있었고, 당신들이 백가의 모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다면 분명 살 수 없겠지.”한이서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좋아. 그 조건 받아들이지. 하지만 시간은 내가 정해.”“좋아.”정안은 이 녹음 파일을 들은 후 감격하여 눈물을 글썽였다.너무 기뻤고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남하준이 한이서를 반년 넘게 지켜봤지만 그녀는 백인호에게 연락한 적도, 정안의 할아버지와 부모님께 연락한
정안은 불안하게 하룻밤을 기다렸다.다음 날, 남하준은 돌아오지 않았다.그녀는 감히 전화를 걸어 방해하지 못하고 끝없는 고통과 기대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한 번도 시간이 그렇게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1분 1초를 세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문 앞을 응시했다.아무리 기다려도 남하준은 돌아오지 않았다.셋째 날 늦은 밤, 그녀는 휴대전화로 인기 뉴스를 보았다.묘비 산에서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고 주변 주민들이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깊은 밤이라 총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정안은 휴대전화를 계속 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남하준의 번호를 눌렀다.휴대전화에서 전원이 꺼졌다는 안내음이 들려왔다.정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고 커다란 손이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 것 같았다.가슴이 답답하고 아프고 걱정과 두려움 속에 안절부절못하며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새벽 세 시.정안은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아 코트를 걸치고 베란다 밖에 서서 찬 바람을 쐬며 정원 앞의 큰 철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남하준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또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정안은 갑자기 고급차량이 별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흥분해서 말을 할 수 없었고 재빨리 몸을 돌려 방으로 뛰어들어 문으로 달려갔다.남하준이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몸을 돌리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오빠!”정안의 목소리는 약간 울먹였고 감격스러웠고 흥분했다.남하준은 기쁘지만 또 안쓰러웠다. 새벽 4시가 다 되어가는데 그녀는 아직도 안 자고 있었다.남하준이 반응하기 전에 정안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어 그의 목을 감싼 후 꽉 안았다.그는 자연스럽게 정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큰 키와 큰 체형 때문에 정안은 두 발이 땅에서 떨어져 온몸의 힘이 남자의 팔에 들어갔다.“안 다쳤어요?”정안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걱정돼 당장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정안의 품이 너무 부드
남하준은 뜨거운 시선으로 정안의 눈을 내려다보며 그녀의 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정안은 긴장된 듯 침을 삼키고 입술을 오므리더니 물었다.“계획은 어떻게 됐어요?”“날 밝으면 말해줄게. 응?”그의 따가운 시선은 여자의 연분홍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고 목젖이 저절로 위아래로 굴렀다.“좋아요.”정안은 힘들어 보이는 그의 뺨을 손으로 살며시 어루만졌다.“피곤하죠? 내가 샤워 물 받아줄게요. 씻고 얼른 쉬어요.”“안 힘들어.”남하준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뜨거운 눈빛은 마치 화로 같았다.“나 샤워하러 갈 테니까 먼저 자지 마.”자신에게 할 말이 있나 싶어 정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남하준은 그녀의 몸에서 일어나 외투를 벗고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뒤돌아서 화장실로 들어갔다.정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휴대전화를 눌러보니 배터리가 없었다.즉시 충전선을 찾아 그의 휴대전화를 충전했고 이불을 펴고 그가 잘 자리에 들어가서 누워 이불속을 따뜻하게 해주었다.10분 후, 정안은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즉시 일어나 앉았다. “내가 따뜻하게 했어요. 오빠...”정안은 순간 소리가 뚝 그쳤다.눈앞의 남자는 마른 수건을 손에 들고 반쯤 젖은 단발머리를 닦고 있었고 각진 이목구비는 여전히 매혹적이고 아름다우며 상체는 벗은 채 샤워타올만 두르고 나왔다.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의 건장한 체격은 그야말로 감탄스러웠고 가슴 근육은 단단하고 복근은 뚜렷했다.사나이가 목욕하고 나온 이 장면은 정말 생기와 야성미가 넘쳤다.정안은 그가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을 본 적이 드물어 매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며 괜히 부끄러워 났다.그녀는 겁에 질려 눈을 내리뜨고 눈빛을 약간 피하며 중얼거렸다.“일찍 쉬세요.”남하준은 머리카락을 닦던 수건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침대를 받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정안은 고개를 점점 더 숙였고 턱을 목구멍에 파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뛰고 목소리가 떨렸다.“또 옷 안 입고 자요?”남하준은 저
정안은 그의 손목을 덥석 누르고 흐릿한 눈을 뜨고 그의 뜨거운 시선을 바라보며 숨을 헐떡였다.“오빠. 새벽 네 시예요. 요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이러면 안 돼요.”남하준은 손을 빼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말투에는 아쉬움이 깃들었다.“몸이 아직 회복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나 밀어내는 거야?”정안이 급히 설명했다.“이미 두 달이 넘었어요. 몸이 회복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남하준은 이불을 빼서 몸을 덮고 샤워타올을 빠르게 뿌리쳤다.순간, 남자의 몸이 정안의 아랫배에 닿았고 그녀는 남자의 고통스러운 욕망을 실감하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잠들 수 없었다.정안은 움찔하더니 몸이 팽팽해지고 볼이 붉어져 수줍게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남하준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네 몸이 불편하다면 참을 수 있는데 나 피곤할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나 못 참아.”정안은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고 아랫배가 세게 받친 느낌에 조금 괴로워 부끄러운 듯 눈을 감았다.“원해?”남하준이 그녀의 목에 키스하고 쉰 목소리로 부드럽게 달랬다.“살살, 빨리 끝낼게.”살살은 얼마나 살살이고, 빠르다는 건 또 얼마나 빠르단 걸까?그들이 관계를 맺은 건 비록 한 번뿐이었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 그는 살살 빨리 끝낼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정안은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내면 그도 일찍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네.”정안이 수줍어하며 대답하자 남하준은 다정하게 웃더니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손으로 그녀의 잠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뜨거운 욕망이 한밤중에 타오르고 있었다.피부의 솔직한 만남, 가장 깊은 곳에서의 육체적 교감은 감정의 가장 좋은 조화제였다.정안이 평생 들어본 남하준의 가장 큰 거짓말은 살살 빠르단 것이었다.새벽의 시간은 이 남자가 쓰기에 역부족이었다.게다가 그는 정안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절제하고 있었다.이른 아침 해가 뜨자 정안은 피곤해
“아니라니까요!”정안은 그의 허벅지에서 움직였다. 앉아 있는 자세가 너무 친밀해 수줍어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오빠가 나 피곤하게 만들어서 여태까지 잔 거잖아요.”남하준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붉은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앞으론 안 그럴게.”“내가 아직도 오빠 말을 믿을 것 같아요?”정안은 불쾌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건 금욕을 너무 오래 해서 그래.”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만져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앞으로 자주 하자.”자주 하자는 말에 정안은 창피함이 몰려왔다.남하준은 그녀의 보들보들한 작은 손을 만지다가 참지 못하고 입가에 대고 입맞춤을 하더니 손을 떼지 못하고 자기 손바닥에 비벼 넣었다.“더 먹을래?”“배불러요.”정안은 자신의 손을 빼내어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경각심을 세웠다.“설마 또 원하는 건 아니죠?”남하준은 쓸쓸한 미소를 짓더니 가볍게 탄식했다.“네 남편 아직 팔팔해. 너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가능하지. 하지만 무조건 너도 원해야 해. 난 절대 너 강요 안 해.”“그럼 뭐 할 건데요?”“배불렀으면 나랑 누구 만나러 가자.”남하준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진지하게 말했다.정안은 그의 눈에 희망이 보이자 허벅지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손을 잡고 흥분해서 말했다.“가요. 지금 당장.”한 시간 뒤.남하준이 직접 운전해 두 사람은 군인 병원에 도착했다.이곳은 안성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병원으로, 보통 군인과 중요 인물만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진찰 외에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정안은 조마조마하게 차에서 내렸고 남하준의 손에 이끌려 겹겹이 경비를 지나 VIP 병실로 들어갔다.날이 어두워지자 병원은 환하게 불이 켜졌다.문을 지키는 병사가 방문을 열어주었다.널찍한 병실, 정안은 멀리 병상에 누워 있는 노인이 보였다.그녀는 긴장한 듯 고개를 들어 남하준을 바라보았다.“대체 누구 만나러 온 거예요?”“들어가 보면
지우는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병원에 병 보러 오지 왜 왔겠어? 갑자기 왜 태준 씨를 물어?”임다희는 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확인했다.“태준이가 당신 안 찾았어?”“아니.”지우가 고개를 젓자 임다희는 가볍게 웃었다.“그쪽이 아니라면 대체 누굴 찾아갔을까?”“그게 무슨 말이야?”지우가 일부러 이해가 안 가는 척 묻자 임다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두 사람 재결합한 거 맞지?”지우는 침묵했다.임다희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조롱했다.“거짓말할 필요 없어. 두 사람 다시 만나는 거 아니까. 태준이가 당신을 찾지 않은 건 아마 약효가 너무 강해 당신 같은 여린 몸을 망쳐도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여자를 찾아 해결했나 보네.”“약효가 너무 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지우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녀를 만족시켜줬다.임다희는 속이 편안해지며 여유롭게 말했다.“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 이 시간에 당신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지우의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눈앞의 이 악랄한 여자를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남태준을 그렇게 괴롭게 만들고 무슨 염치로 지금 까불고 있을까?만약 남태준이 그녀가 임다희와 정면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면 지우는 절대 임다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남태준의 뜻에 따라 얌전하고 철든 여자친구가 되어야 했다.지우는 괴로운 척 연기하며 겨우 눈물 한 방울을 짜냈다.임다희는 그녀의 괴로운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한 감정을 잠재우고는 실소를 터뜨렸다.“이게 당신들 사랑이야? 하하. 우습네!”그녀의 비아냥거림과 함께 차 문이 닫히고 차량이 서서히 빠져나갔다.지우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택시를 잡아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남태준을 걱정했다. 그의 옷이 흠뻑 젖어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지우는 기사에게 주소를 말하고는 남태준의 집에 가서 깨끗한 옷 몇 벌을 챙기려 했다.
잠시 후 한 남자 의사가 들어와 남태준이 평온하게 쉬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효과가 조금은 있네요.”말을 마친 그는 남태준의 아랫도리를 보더니 한마디 보탰다.“하지만 효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휴. 환자분 물 많이 주시고 약효가 천천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의사는 자리를 떠났고 지우는 급히 미지근한 물을 붓고 남태준의 아랫배를 슬쩍 쳐다봤다.병원의 이불이 너무 얇은 편도 아니었는데 남태준의 아랫배가 여전히 부풀어 올랐다.지우는 속으로 욕했다.‘늑대 같은 임다희! 빌어먹을!’“태준 씨. 물 좀 마셔요.”지우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남태준이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뜨고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자 지우가 서둘러 그의 등을 부축해 주었다.“아직도 힘들어요?”지우가 관심하며 묻자 남태준은 대답하지 않고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너 집에 가서 쉬어.”“싫어요. 여기 있을래요.”남태준은 눈을 감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돌아가라고.”“혹시 무슨 일 생겼는데 옆에 돌봐줄 사람 없으면 어떡해요?”“여기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으니까 나 괜찮아.”“그래도 난 여기 있고 싶다고요.”남태준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천천히 뜨고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몸 안의 불은 꺼졌지만 탄소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어. 넌 탄소 더미 옆의 디젤과 같아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비유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남태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지우는 그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여기 머무르는 게 어쩌면 그의 안정과 회복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좋아요. 나 먼저 갈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줘요.”“그래.”지우는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1층 로비에서 매니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약을 받는 임다희를 만났다.지우는 재빨리 기둥 뒤에 숨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허리와 다리를 다친
지우는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 옆집에서 종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매번 거래가 있을 때면 이웃 할아버지는 종돈에게 독한 약을 먹였고 약을 먹은 종돈은 열 몇 마리의 암퇘지와 교배를 했다.그녀는 그 장면을 본 적은 없지만 처절하고 끔찍한 돼지 울음소리는 그녀 어린 시절의 악몽이었다.정신이 번쩍 든 지우는 두말없이 펑 하고 문을 닫았다.갑작스레 문을 닫는 모습과 지우의 창백한 얼굴, 당황하는 모습에 남태준은 피식 웃었다.지우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았고 15분 후, 남태준은 지우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응급실에 가서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의사가 남태준 옆에 있는 지우를 가리키며 물었다.“환자분 여자친구예요?”남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여동생이에요.”지우는 마음이 뭉클했다. 남태준은 스스로 고통을 참을지언정 그녀가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여자친구 있어요?”“없어요.”“내가 주소를 줄 테니 가서...”의사가 간단한 방법을 추천하려 하자 남태준이 엄숙하게 말했다.“나 경찰입니다.”의사는 말을 뚝 그치고 긴장된 듯 침을 삼키더니 웃어 보이며 애써 둘러댔다.“그러니까 제 말은 이런 경우 의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도 해독제가 없어요.”“진정제 놔주세요. 진정제가 안 되면 마취제라도...”“그런 약은 함부로 처방할 수 없고 일정한 수치에 도달해야 처방할 수 있어요. 환자분 같은 경우는...”의사는 난처해하더니 남태준의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강한 카리스마에 겁을 먹고 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진정제 놓아드리겠지만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을 거예요. 그저 괴로움을 조금 억제하는 정도예요.”“감사합니다.”남태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괴롭게 참아내느라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다른 약도 같이 처방해 드릴게요.”의사가 약을 처방하며 말했다.“여자친구도 없고 그런 서비스도 받기 싫다면 여동생분께 성인 가게에 가서 사달라고 하세요.”지우는 이렇게 난처한 적이 없었다.
지우가 만약 숫처녀라면 아마 고생할 것이다.남태준은 생각하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구급차를 불러 의사를 찾아 해결할 생각이었다. 휴대전화를 찾아 다이얼을 돌리려던 순간, 조수석 문이 열리면서 지우가 다급하게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태준 씨?”남태준은 움찔 놀랐다. 뜨거운 눈으로 지우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니 입이 바짝 마르고 욕망이 최고조에 달했다.지우는 남자가 머리와 몸이 흠뻑 젖어 숨도 약간 헐떡이는 것을 보고 몸을 기울여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타오를 듯한 고온에 지우는 화들짝 놀랐다.“태준 씨 열 나요.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남태준은 꾹 참으며 천천히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운전할 줄 알아?”“아니요.”지우가 긴장하며 말했다.“방금 택시 타고 왔어요. 택시 타고 병원에 데려다줄게요.”택시?남태준은 자신이 통제 불능이 되어 택시에서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 걱정했다.지우는 휴지를 뽑아 그의 볼과 목의 물기를 닦아 줬다.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 손바닥의 부드러움은 치명적인 유혹처럼 그를 걷잡을 수 없이 달려들고 싶게 만들었다.“지우야.”남태준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눈을 감고 감히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하며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말했다.“방금 다희를 만났어.”지우는 땀을 닦는 동작을 멈추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티 나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리고요?”“그리고 이렇게 됐어. 너무 괴롭고 답답해 죽을 것 같아.”남태준은 침을 삼키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지우의 시선은 그의 고통스러운 안색에서 내려와 그의 가슴팍을 보니 기복이 아주 심했고 더 아래로 내려가니 운전석에 앉아도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임다희가 약을 먹였어요?”지우는 분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어쩔 줄 몰랐다.그러자 남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어떡해요?”지우는 부랴부랴 고개를 내밀어 근처에 호텔이 있는지 살폈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