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541 - 챕터 550

916 챕터

제541화

남하준과 정안 모두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다들 눈치챈바 계속 캐묻기 난처했다.남하준은 항상 바빴고 정안의 산후조리 기간에 만나지도 않고 서로 교류도 없어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분위기가 난처해졌을 때, 유미가 걸어와서 손에 노트를 들고 남하준 곁에 섰다.“하준아, 오늘 스케줄 내가 다 짜놨어.”정안이 아침을 먹던 동작이 순간 굳어졌고 안색이 가라앉아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저 다 먹었으니까 다들 천천히 드세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떴고 형들은 경악하여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아침을 반쯤 먹은 걸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적게 먹어?”정안은 대꾸도 없이 성큼성큼 떠났다.평소 같으면 남하준은 정안이 그와 함께 아침을 먹고 싶지 않고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아 떠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정안이 진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유미였다.남하준은 심호흡을 하고 애써 화를 억누르며 차갑게 물었다.“내 명령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유미는 서러워하며 중얼거렸다.“휴가 가기 싫은 것도 잘못이야?”남하준은 눈을 감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식탁 위에 놓인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고 손등의 핏줄이 부풀어 올랐다.어쩐지 정안이 유미를 그렇게 싫어하더라니.유미는 정말 겁도 없이 상사의 말도 존중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의 아내를 안중에 둘까?남하준은 눈을 뜨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엄숙하게 말했다.“아주머니. 지금 당장 유미 짐 싸서 기사더러 집에 데려다주라고 하세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도우미는 긴장해서 급히 응수하고 위층으로 몸을 돌려 정리하러 갔다.유미는 어금니를 깨물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서러워했다.남하준은 일어나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냉담한 태도로 또박또박 말했다.“네 업무는 류청이 맡아 할 거고 넌 한 달 안에 다른 자리 마련될 거야.”유미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하준아! 설마 백완자 때문이야? 너 언제부터 이렇게 공과 사를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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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보다 못한 최서윤이 유미를 도와 말해주려고 다가갔다. “하준아. 유미 씨 잘못한 거 없는데...”남하준이 그녀를 차갑게 흘기며 엄숙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시죠.”최서윤은 그의 차가운 기운에 충격을 받아 깜짝 놀라 소리를 뚝 그치고 침을 삼켰다.말을 마친 남하준은 성큼성큼 떠났고 그가 대문을 나섰을 때 류청이 차량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도련님, 잘 주무셨어요?”류청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남하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완자는?”“사모님은 지윤이와 함께 차를 몰고 나가셨습니다.”“따라가.”남하준이 즉시 차 문을 당겨 앉자 류청이 운전석에 들어서 시동을 걸며 물었다.“혹시 무슨 일 생겼습니까?”남하준은 조바심이 났다.“완자가 리셋 미용실 CCTV를 해킹해서 유미를 조사했어.”“유 비서를 왜 조사하죠?”“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뭔가 실마리를 찾아서 지금 깊이 조사하러 갔다는 게 중요해.”“혹시 사모님이 우리 계획을 망칠까 봐 걱정되십니까?”남하준은 침묵하며 천천히 창밖을 내다보았다.계획을 망쳤으면 계획을 바꾸면 된다.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정안이 위험에 처하는 것이었다.유미도 저번에 그 미용실을 파고들다가 납치당했으니....1시간 뒤.차량이 리셋 미용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지윤이 시동을 끄고 안젠벨트를 풀고 정안을 돌아보았다.“도착했어요. 우리 들어가요?”정안은 얼굴이 굳고 미간을 찡그린 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아니.”“여기까지 왔는데 왜 안 들어가요?”정안이 태블릿을 지윤에게 보여주자 지윤이 안에 있는 정보를 확인했다.회사 등록 정보가 있었는데 리셋 미용실의 법인은 한이서였다. 즉 이 미용실은 백씨 가문 산업 중 하나였다.“한이서?”지윤은 그때 이 미용실 화장실에서 한이서에게 더러운 물을 먹인 기억이 떠올랐다. 한이서는 그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을 것이다.정안이 태블릿을 가져가며 느릿느릿 말했다.“오랫동안 CCTV를 봤는데 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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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정안은 권총 같은 무기를 꺼내 지윤에게 건넸다.“이거 갖고 있어.”지윤이 경악했다.“총기 사용은 좀 그렇지 않을까요?”M국의 총기 통제는 매우 엄격했다. 일반인이 총을 소지하는 것도 불법인데 게다가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 사형감이었다.정안은 특수 마스크를 꺼내 지윤에게 씌워주며 설명했다.“총에 총알이 들어 있지 않아. 내가 연구한 다량의 에테르를 함유한 화학무기로 의학적으로 환자를 마취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지. 사람에게 쏘아도 다치지 않고 탄체가 파열되어 공기 전파를 통해 사람이 조금만 마셔도 몸이 저리고 힘이 없어 혼수상태에 빠져.”지윤은 감격에 겨워 손에 든 총을 바라보며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언니는 역시 대단해요.”정안은 자신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했다.“조심해서 사용해. 탄체를 튕길 때 흡입하지 않도록 20초 동안 숨을 죽이고 있어.”“좋아요.”지윤은 고개를 돌려 점점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았고 두 사람이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지윤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총을 겨누자 사내들은 그녀 손에 든 총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정안이 준비를 마치고 명령했다.“쏴!”말이 끝나자 지윤은 앞 사람을 향해 총을 쐈는데 펑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즉시 몸을 돌려 뒤에 있는 사람을 겨누고 또 한 발 쐈다.두 발의 총격이 끝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 웅크리고 앉아 좌우로 흩어져 차 안으로 숨었다.그러자 주차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십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계속해서 쓰러졌고 앞과 뒤 차량에 타고 있던 남자들이 상황을 보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정안과 지윤을 향해 들이받았다.정안과 지윤은 빠르게 반응하여 주차된 차량의 좌우로 숨었다.펑 하는 굉음과 함께 그녀들의 차량이 부딪쳐 찌그러졌다.정안은 차 밑으로 기어들어 숨었다.잠시 후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문을 열고 내려오더니 휴대전화를 꺼내서 다이얼을 돌렸다. “이 여자 손에 화학무기가 있어. 사람 더 보내고 방독면도 챙겨.”정안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지윤이 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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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남하준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뜻밖에도 그녀는 방향을 바꿔 반대쪽을 통해 일어나 몸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지윤이 달려와 긴장하며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아요?”“나 괜찮아.”정안은 중얼거리더니 복도를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이전에 쓰러진 사내들 외에도 몇 명의 사내가 방독면을 쓰고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알고 보니 그들의 구원병이 와서 지윤이 해결할 수 없었다.남하준은 정안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그녀가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안과 지윤이 몰고 온 차는 이미 심하게 손상되어 운전할 수 없었다.“경찰이 현장을 처리할 테니 내 차 타고 가.”“고마워요.”남하준이 말하자 정안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들의 차로 향했다.그녀는 조수석 차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고 지윤과 류청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남하준을 보았다.남하준은 어두운 얼굴로 조수석의 정안을 한참 바라보다가 덤덤하게 말했다.“타.”류청은 별말 없이 운전석에 앉았다.지윤은 이해할 수 없어 조수석 유리 창문을 두드렸다.“언니, 도련님이랑 뒤에 타세요.”정안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잔말 말고 빨리 타.”지윤은 불쾌한 듯 입을 삐죽 내밀고 뺨을 불룩하게 내밀며 마지못해 뒷좌석 문을 열었다.남하준과 나란히 앉아 그의 차갑고 위엄 있는 분위기를 견뎌야 하니 지윤은 너무 괴로웠다.차량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번화가로 들어섰다.답답한 차 안, 형언할 수 없는 저기압이 감돌고 있었다.지윤은 창가에 웅크리고 앉아 바깥 경치를 조용히 바라보며 남하준이 그녀와 언니를 꾸짖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남하준이 먼저 그 정적을 깨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직접 조사하지 말고.”지윤은 흠칫 놀라 남하준을 돌아보았다.그의 시선이 줄곧 정안의 옆모습에 고정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지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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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남하준은 해명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런 해명이 정안의 오해를 깊어지게 할까 봐 두려웠다.그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지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맑고 큰 눈을 깜빡이며 충격을 받은 말투로 물었다.“설마 언니 전화 받기 싫어서 전원 끈 건 아니겠죠?”남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긴장한 나머지 툭 내뱉었다.“유미가 내 외투를 걸치고 있었어. 마침 휴대폰이 외투 주머니에 있었고.”순간 정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말 의리 깊은 우정이야!’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심호흡을 하며 답답하게 창밖을 보았다.지윤이 경악해서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물었다.“그럼 유 비서가 일부러 전원을 껐다는 거예요?”남하준이 설명했다.“내가 물어봤는데 부인했어요.”“그래서 도련님은 유 비서 말을 믿어요?”“내가 믿든 안 믿든 유 비서가 전원을 껐다는 증거는 없어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지나친 행동이네요.”지윤이 불쾌한 듯이 중얼거렸다.남하준의 어두운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스치고 잠자코 있는 정안을 보며 미안함이 짙어졌다.차 안이 또 무거운 고요 속에 빠졌다.잠시 후 정안은 갑자기 몸을 돌려 온기 없는 눈빛으로 남하준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폰 줘요.”남하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정안에게 건넸다.정안은 휴대전화를 받아 차량의 선반에서 케이블을 찾아 휴대전화에 꽂고 또 그녀의 태블릿에 접속하고는 물었다.“잠금 번호 뭐예요?”남하준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해서 시트에 몸을 기댄 채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결혼기념일.”정안은 몇 초간 멈칫했다.류청과 지윤은 재밌는 구경을 한 것 같아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다.정안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태블릿에서 조작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코드를 작성하고 그날 휴대폰의 데이터와 지령을 내보내기 시작했다.작업이 끝나자 정안은 태블릿 화면을 밝게 하고 남하준 앞에 내보였다.“직접 확인해요.”남하준이 화면상의 일련의 코드 숫자를 보니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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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남하준이 눈을 감고 냉담하게 물었다.“너도 같이 조사받고 싶어?”“죄송합니다.”류청이 부랴부랴 사과하고 긴장해서 말했다.“저는 정치적 입장이 확고하고 국가와 도련님에게 충성심이 강하니 조사할 필요 없어요.”남하준은 그를 조사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의심되는 사람을 곁에 두지 않았고 일단 곁에 두면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나친 믿음으로 정호가 그를 배신하고 유미가 멋대로 그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그는 침울한 심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출발해.”...정안이 본가에 들어서자 최서윤의 신랄하게 비꼬는 소리가 들렸다.“요즘엔 여자들은 자기 남편 일을 지지하지도, 이해하지도, 도와주지도 않고 옆에 있는 여비서조차 용납할 수 없다니까.”정안은 발걸음을 멈추고 거실 소파에 있는 최서윤을 돌아보았다.지윤은 화가 치밀어 올라 따지려 했지만 정안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 충동적인 행동을 막았다.지윤은 그녀의 비서였으니 최서윤에게 미움을 사면 앞으로 이 집에서 잘 지낼 수 없었다.정안이 천천히 다가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형님, 할 말 있으면 바로 하세요. 빙빙 돌려서 비꼬지 마시고.”최서윤은 거들먹거리며 소파에 기대더니 차갑게 되물었다.“동서를 말한 것도 아닌데 왜 예민하게 반응해?”정안은 변명할 가치도 없었다.“지금 이 방에 형님과 저뿐인데 설마 귀신과 대화하신 거예요?”최서윤은 정안의 강경한 태도에 더 이상 시치미를 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가슴을 두르고 기고만장하게 말했다.“하준이가 동서 예뻐하는 것만 믿고 옆에 있는 여비서까지 내쫓는 게 보기 불편해서 그래. 지금 유미 씨 집에서도 나갔고 일도 끊겼어. 이제 만족해?”정안은 살짝 넋을 잃고 지윤을 바라보았고 지윤도 어리둥절해 모르겠다는 뜻으로 두 손을 벌렸다.조금 의외였지만 정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 느릿느릿 말했다.“형님께서 그렇게 유 비서를 아끼시니 차라리 셋째 도련님 수행 비서로 채용해 회사에 출근시키는 건 어때요? 하루 24시간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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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남하준이 일단 마음먹으면 이렇게 신속하고 잔인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베란다 밖 등나무 의자에 앉아 맥없이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온갖 상념을 늘어놓았다.휴대전화를 꺼내 남하준과의 채팅 페이지를 열어 그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보면서 한 줄 한 줄 손가락으로 그었다그녀는 음성을 들어본 적이 없고 메시지도 곁눈질만 할 뿐 계속 무시했다.갑자기 남하준이 그간 자신에게 무슨 음성을 보냈는지 궁금해졌다.한 달 전의 음성으로 올라가 클릭해서 들었다.“완아. 너와 아기에게 내가 참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 나 용서하지 않아도 되니까 무시하지는 마. 응?”“산후 도우미가 너 젖 오르는 게 힘들다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네. 너무 걱정되고 불안해. 나 지금 네 방 앞에 있는데 잠깐 나올래?”“몸은 좀 어때? 내일 나랑 같이 아기 보러 가자. 응?”“내가 잘못했어. 어떻게 해야 네가 용서해줄까? 내가 어떻게 해야 네 화가 풀릴지 좀 알려주면 안 돼?”“비 온다.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많이 입어.”“밤늦게까지 책 보지 마. 눈에 안 좋아. 얼른 불 끄고 쉬어.”“나 3일 동안 출장 가는데 그곳 장미 과자가 유명하대. 돌아올 때 좀 사 올게. 다른 것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완아. 뒤뜰에 감이 익었어.”“보고 싶다. 나랑 말 섞지 않아도 되니까 피하지 마.”“나 병원에 가서 우리 아기 봤는데 의사가 상태가 점점 좋아져서 곧 집에 돌아올 수 있대. 우리 상의해서 이름 지어주자. 성을 백 씨로 할까 아니면 남 씨?”“너 안 뚱뚱하니까 다이어트 하지 말고 많이 먹어. 몸이 회복되면 나랑 같이 산에 가서 일몰 보자.”“날씨가 풀렸어. 봄이 오려나 봐.”“벌써 한 달이야. 그동안 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넌 아마 상상도 못 할 거야. 집에 있으면 너 기분 나쁘게 할까 봐 계속 바삐 일했어.”“약속을 어긴 대가가 이렇게 큰 거구나. 난 아마 평생 다시 약속 어기지 못할 거야.”“지윤 씨가 너에게 앵두를 여러 번 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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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정안은 평소 11시에 잤는데 오늘은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무엇을 걱정하는지 마음이 허전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갑자기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닫는 소리가 미약하고 남자의 발걸음은 가벼웠다.정안은 몸이 팽팽하여 눈을 질끈 감고 자는 척했다.남자는 불을 켜지 않고 정안의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두 손으로 침대를 짚고 몸을 숙인 후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그의 동작은 가볍고 느리고 조심스러웠다.정안은 은은한 술 냄새와 남하준 특유의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그의 뜨거운 호흡이 그녀의 얼굴에 뿌려져 약간 뜨거웠다.남하준은 그녀를 깨울까 봐 살짝 키스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씻었다.그는 정안의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빛이 방 밖으로 비칠까 봐 불도 켜지 않고 화장실에 들어갔다.어쩌면 남하준이 돌아왔다는 걸 알아서인지 정안은 허전했던 마음이 한순간 편안해졌고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마음이 편안해진 그녀는 천천히 깊은 잠에 빠졌다.얼마나 지났을까,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곁에 있던 남자가 다시 그녀의 뒷머리 밑에 손을 얹고 그녀의 등을 대고 잠든 몸을 살며시 바로잡아 주는 것을 느꼈다.바깥 날씨가 아직 추웠다.정안은 튼튼하고 포근한 가슴이 그녀를 끌어안고 있으니 아주 편안했다.이른 아침의 첫 햇살이 온 방 안을 밝게 비추었다.아직도 단꿈에 빠진 정안은 아랫배가 뭔가에 떠받치는 것 같아 불편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고 두툼한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남하준에게 가까이 안긴 채 몸을 밀착하고 있었다.온몸에 반바지만 입고 있는 남자는 아침에 강렬한 생리적 반응을 보였고 마치 해방되지 않은 듯 그녀의 몸에 억지로 받치고 있었다.남자의 생리적 현상이 아랫배를 받치고 있어 조금 아팠던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으니 얼굴이 왠지 뜨거워졌다.하지만 그는 가볍고 고른 숨을 쉬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지금 몇 시지?’정안은 갑자기 시간을 알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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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커튼의 차광 효과가 좋아서 방이 곧 어두워졌다.남하준이 다시 침대에 눕자 정안은 괜히 긴장해서 가장자리로 가서 등을 돌리고 잤다.그녀의 행동에 남하준은 서글퍼졌다.그는 정안을 향해 돌아누운 채 그녀의 숱이 많은 검은 머리를 가만히 바라보며 마음이 심란하고 몸이 불에 탈 것 같아도 추호도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우선, 그녀의 몸이 막 원기를 회복했기 때문에 너무 일찍 성생활을 하는 것이 좋지 않았다.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다. 남하준은 줄곧 그녀의 감정을 존중했고 조금도 강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성에 관한 일은 한 번 경험하기만 하면, 엎치락뒤치락하는 쾌감을 느끼게 되면 약에 중독된 듯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그녀와의 아름다운 잠자리를 경험하기 전보다 훨씬 더 견디기 어려웠다.가슴이 긁히고 불꽃이 튕기는 느낌은 정말 보통 사람이 참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남하준은 서서히 눈을 감고 몸은 굳어 움직이지 않고 머리는 천천히 정안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떨어진 지척의 거리에서 은은한 머리카락 향기를 맡으니 마음이 조금 위로되는 것 같았다.정안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고 눈을 감아도 다시 잠들 수 없었다.뒤에 있는 남자는 그녀가 깨어있을 때 그녀의 몸에 손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단지 그녀가 잠든 후에야 몰래 그녀에게 키스하고 몰래 안아줄 수 있었다.정안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서서히 잠이 들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남하준은 이미 방에 없었고 정안은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고 외출을 준비했다.가족들은 다들 출근하고, 파티에 참여하고, 놀러 가고 모두 제각기 바빠 아무도 집에 없었다.지윤이 거실에서 간식을 먹으며 로맨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정안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 중앙으로 가서 TV에서 낯 뜨거운 화면을 보니 남녀 주인공이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 침대 위로 천천히 쓰러지는 모습이 아주 아름답고 분위기 있었다.지윤의 두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입꼬리가 씩 올라가 정안이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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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정안은 불쾌한 듯 중얼거렸다.“내가 뭐 그러라고 시켰니? 누가 돌아오래?”지윤은 웃으며 정안에게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중얼거렸다.“도련님께는 언니가 있는 곳이 곧 집인 거죠. 바쁜 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잖아요? 돌아와서 언니 얼굴 한 번 못 보더라도 도련님은 매일같이 집에 돌아오고 계세요.”정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수상쩍은 표정으로 지윤을 바라보았다.“너 얼마 받았어? 왜 갑자기 하준 오빠 편에서 말해?”지윤은 어깨를 으쓱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제가 그저 쓸데없이 소리 한 거예요. 언니 듣기 싫으면 말고요.”정안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점심 먹으러 가자. 점심 먹고 나랑 드레스 사러 가.”“갑자기 웬 드레스요?”지윤이 경악해서 묻자 정안이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아침에 정통 어르신 따님 초대를 받아서 저녁 파티에 참석해야 해.”“정통 어르신 따님이 언니를 초대해요?”“그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말이야.”정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탄식했다.“하지만 정통 어르신 따님이라 거절하기도 애매해.”지윤이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왜 언니를 초대했대요?”“몰라.”“도련님께 알릴까요?”“필요 없어.”“그럼 나랑 같이 가요.”“그래 그럼.”저녁 무렵, 뉴빌리지의 대저택.정안이 풀 세팅하고 출석했지만 뜻밖에도 그녀의 착장은 이번 파티에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가장 편안하고 평범한 옷을 입고 매우 수수하고 꾸밈이 없었다.정안은 자신이 한 방 먹은 것 같았다.분명 그녀를 초대했을 때, 성대하고 공식적인 고급 만찬이니 성대한 차림으로 참석하라고 했다.하지만 막상 오고 보니 정원에 무대를 만들어 피아니스트와 밴드를 초대했고 무대 아래에 있는 모닥불 주위에 다들 둘러싸고 앉았고 또 일부 사람들은 옆에서 고기를 구웠다.정안의 미모가 눈길을 끌었지만 고급스러운 차림과 우아한 드레스가 너무 돋보여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기도 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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