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531 - 챕터 540

920 챕터

제531화

지윤은 정안의 입장을 생각만 해도 이가 근질근질했는데 정안은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울까?“언니. 도련님께 솔직히 말해서 유 비서 보내라고 해요. 나 지금 유 비서 보기만 해도 끔찍한데 언니는 얼마나 괴롭겠어요?”정안은 작업을 끝낸 후 태블릿을 닫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담담하게 말했다.“나 괜찮아.”왜냐하면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남하준에게 자신이 유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미가 그녀의 집에 나타나는 게 싫다는 것을, 두 사람의 감정에 개입하는 게 싫다는 것을 표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남하준은 유미가 그들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유미는 정통 어르신이 그의 곁에 보낸 사람이고, 서로 십수 년의 우정을 나눈 사람이고, 더욱이 남하준의 친한 친구 여동생이라는 이유때문에 남하준은 유미에게 다소 편파적이고 그녀를 배려하고 있었다.정안이 암살당한 날, 그녀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그에게 집에 남아서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고, 류청을 보내 유미를 구하게 하라고 부탁했다.하지만 그는 유미의 안위를 걱정해 결국 떠났다.그러나 이건 결코 그녀가 남하준을 가장 미워하는 원인이 아니었다.그녀가 가장 미워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위험하고 무력할 때, 그를 떠올리고 그에게 도움을 청할 때였다.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두 번째는 전원을 껐다.그 순간, 그녀는 전에 없던 절망을 느꼈다. 여자는 절대 남자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그녀의 아들도 그 사고로 인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로 했고, 앞으로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의지할 것이라 다짐했다.30분 후, 차량이 본가에 들어섰다.정안이 조수석에서 내리자 멀지 않은 곳에 군전 그룹의 차량 몇 대가 서 있었는데 한 무리의 병사들이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그들은 멀리서 정안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그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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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남하준은 여전히 무거운 호흡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고 그녀를 향해 돌아서서 그윽한 눈동자로 부드럽게 속삭였다.“완아. 우리 얘기 좀 해.”정안은 눈길도 주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며 덤덤한 어조로 비꼬았다.“매일 공사다망하신 분 시간을 제가 어찌 감히 뺏겠어요? 아니면 도련님의 그 잘난 비서가 또 저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가씨가 그쪽 일을 방해한다고 말할 텐데요?”남하준은 가슴의 기복이 심하고 심호흡을 하며 가슴 끝이 아려오는 통증을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부부야. 나에게 꼭 이래야겠어?”“나 기억 잃지 않았으니까 도련님께서 상기 시켜 주지 않으셔도 돼요.”도련님이란 호칭은 존칭 같지만 생소함이 극에 달했다.남하준은 약간 붉어진 눈으로 그녀의 거리감 느껴지는 얼굴을 바라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이러한 고통은 이미 한 달 넘게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다.지난 한 달 동안 그들은 같은 지붕 아래 살았지만 정안은 그를 외면하고 전화도 받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고, 강제로 그녀 앞에 나타나도 그녀의 태도는 겨울의 서리보다 더 차가웠다.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그때 유미가 달려와 부드럽게 말했다.“하준아.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까 이제 가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어.”남하준은 못 들은 척했고 정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거 놔요. 나도 바빠요. 도련님이랑 여기서 시간 낭비할 시간 없어요.”남하준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두말없이 정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갔다.“하준아!”유미가 두 발짝 쫓아갔지만 불만스러운 얼굴로 계속 쫓아갈 자격이 없었다.남자의 손힘이 너무 센 탓에 정안은 손목이 아파 났다.남하준은 다급하고 거칠게 그녀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가 안방 안으로 던졌다.방문이 펑 하고 세게 닫혔다.이 큰 소리는 그의 모든 불만을 가득 채웠고 놀란 정안은 심장이 덜덜 떨렸다.그는 정안을 침대 가장자리로 끌어당겨 그녀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그리고 자신은 돌아서서 방의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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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정안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남하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영혼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두 눈이 마주치자 모든 것이 변했다.그는 정안의 눈에서 어떠한 온기도 느낄 수 없었다.사실 정안의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계속해서 불필요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할 말 끝났으면 나 먼저 가볼게요. 나 진짜 바쁘거든요.”정안이 일어나서 문 쪽으로 돌아서자 남하준이 돌진하여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나지막한 말투로 물었다.“나한테 대체 왜 이래?”정안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답했다.“사랑하지 않아요. 대답이 됐나요?”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남하준의 가슴에 꽂히자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그의 안색은 점점 나빠지고 눈 밑은 슬픔으로 가득 차서 뻣뻣한 웃음을 지으며 덤덤한 척 말했다.“그럼 왜 돌아왔어? 왜 내 아이를 낳고 왜 나랑 결혼했어? 대체 왜?”그의 모든 질문에는 끝없는 고통이 배어 있고 목소리는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정안은 그의 목소리에서 가벼운 흐느낌을 듣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감정이 자극되었다.분명 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이 죽일 놈의 마음을 억누르기가 이렇게 어려웠다.그럴수록 정안은 조금의 진심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가슴이 은은히 아프고 눈 밑이 촉촉해지며 괴로웠지만 그럴수록 진심을 꽁꽁 감추고 더 차갑게 말했다.“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만약 이런 나를 감당하기 어렵고 나로 인해 당신이 괴롭다면 우리 이혼해요.”남하준은 차갑게 웃더니 그녀의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서서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의 넓은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그는 몰래 눈물을 닦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아픔을 견디려고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슬렀다.다시 몸을 돌려 정안을 마주한 그의 깊은 눈빛은 붉고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숙연하고 냉랭한 태도는 강경하게 변했다.“백완자. 난 이번 생에 네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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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어쩌면 이게 남하준의 진정한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녀 앞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그의 본성을 억눌렀을 수 있다.그녀는 전혀 남하준의 상대가 아니었다.정안은 순간 너무 무기력했고 남하준은 성큼성큼 집을 나섰다.유미는 그가 나오자 급히 마중 나와 그의 걸음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하준아. 너 안색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남하준은 그 누구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유미의 관심도 들은 척하지 않았다.류청은 남하준의 안색이 어둡고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고 급히 달려가 긴장하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남하준은 차에 오르기 1초 전에 지윤을 보더니 차갑게 명령했다.“지윤 씨도 데려가.”류청은 의심스러웠지만 더 묻지 못하고 지윤을 쭈뼛쭈뼛 바라보았다.유미가 불쾌한 듯 물었다.“지윤 씨는 왜 데려가? 그저 완자 비서일 뿐이잖아. 우리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유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하준은 이미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류청이 지윤에게 다가가 몇 마디 중얼거렸다.지윤은 류청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남하준의 차에 올라 그와 뒷좌석에 앉았다.류청이 운전하고 유미가 조수석에 앉았다.차량은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나갔다.지윤은 남하준의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차 전체가 얼음고에 들어간 것 같아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그녀는 침을 삼키고 긴장하며 물었다. “도련님, 저 데리고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남하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두 사람은 내 사람들을 따돌리고 어디 가서 뭐 했어요?”지윤은 움찔하더니 다소 긴장한 듯 웃어 보였다.“저희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아무 데도 가지 않았어요.”남하준이 차갑게 경고했다.“나 두 번 묻기 싫으니까 말해요.”지윤이 쩔쩔매며 류청을 바라보았다.류청은 차를 몰면서도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말하라고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지윤은 다시 조수석의 유미를 쳐다보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는 불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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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지윤은 충격에 입을 딱 벌리고 남하준을 바라보았다.남하준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죠?”지윤은 코웃음을 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어쩐지 언니가 도련님을 사랑하지 않더라니. 정말 그럴 가치가 없네요.”“이유를 말해봐요.”남하준이 차갑고 매서운 눈으로 묻자 지윤은 그의 위엄에 겁을 먹고 긴장하여 침을 삼키고는 짐짓 가볍게 농담했다.“도련님께서 이렇게 내연녀를 감싸시니까 언니가 도련님을 못 믿고 직접 진상을 조사하는 거죠.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과 총을 맞은 나의 복수를 하려는 거예요.”남하준이 불쾌하게 말했다.“유미는 내연녀가 아니에요. 우리는 순전히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예요.”지윤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참. 어느 바람피운 남자가 자기 내연녀를 인정해요? 난 도련님 아내가 아니니 저에게 설명할 필요 없어요. 어쨌든 도련님은 언니와 유 비서 사이에서 유 비서를 선택했어요. 우리 언니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그쪽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언니가 가치 없다고 판단하면 사랑하지 않는 건 당연하죠.”남하준은 주먹을 천천히 쥐며 얼굴이 새파래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는 지윤의 입에서 정안의 입장을 들었다.이것이 바로 정안이 지금 그를 냉대하는 이유일까?남하준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무릎을 손으로 꽉 조이며 점차 힘을 주었다.“계속 말해봐요.”“뭘 계속 말해요?”지윤이 의혹스러워 묻자 남하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지윤 씨가 무슨 말을 하든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알고 있는 거, 불만이든 분노든 전부 털어놔요.”“왜 언니한테 안 물어봐요?”“지금 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어떻게 나와 말을 섞겠어요?”지윤은 코웃음을 치며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거 참 잘됐네요.”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려 꾹 참았다.지윤은 한숨을 내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차가운 눈을 가늘게 뜨고 앞쪽의 유미를 바라보며 마음속의 불만을 토로했다.“도련님은 참 자기 복을 누릴 줄 모르세요. 언니처럼 훌륭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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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지윤은 남하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괜찮아요.”지윤은 한참 그를 지켜보다가 별일 없는 것 같아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류청의 곁으로 다가가 손가락을 뻗어 류청의 단단한 가슴을 찔렀다.“도련님이 너보고 나 집에 데려다주래.”류청은 지윤이 찌른 가슴을 움켜쥐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귀가 빨개졌다.그는 곧바로 차 열쇠를 유미의 손에 쥐여주며 웃는 얼굴로 지윤의 손목을 잡아당겼다.“그래. 내가 데려다줄게.”지윤은 부끄러운 듯이 손을 뺐다.류청은 눈이 반짝이며 눈에는 온통 지윤의 귀여운 모습밖에 없었다.유미가 류청을 힐끔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이런 호구!”류청은 유미를 상대하지 않고 지윤을 데리고 뒤차로 가서 차에 타고 있던 동료를 쫓아내고는 지윤을 데리고 떠났다.남하준은 차 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차가운 얼굴이 유달리 어두워 유미는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남하준은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정통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다.“유미 다른 곳으로 발령 내세요.”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정통 어르신이 난처하게 말했다.“남 장군, 왜 또 그 얘기인가? 내가 지난번에 설명했지 않은가? 유미는 내 딸의 절친일세. 유미가 굳이 자네 옆에 있겠다고 하니 나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만약 내가 유미를 다른 곳으로 발령내면 내 딸이 분명 소란을 피운다고. 내가 딸바보라 딸을 무서워하는 거 남 장군도 잘 알지 않은가?”남하준은 가차 없이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저도 아내 바보라서 제 아내가 무서워요. 이제 유미의 존재가 제 결혼에 영향을 미쳤으니 유미를 다른 곳으로 발령내지 않으면 제가 자리를 옮기죠.”“자네는 국방 장군인데 어디로 옮기겠나?”남하준은 위엄있는 말투로 분노해서 말했다.“퇴임하고 집에 돌아가 사업을 해도 되죠.”“그게 무슨 헛소린가?”정통 어르신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은 하지 말게.”“제가 농담하는 사람으로 보이세요?”남하준이 되묻자 정통 어르신이 급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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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밤이 깊어 인기척이 없고 별과 달은 어두침침했다.남하준이 일을 마치고 본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11시가 넘었다.집 안팎이 환하지만 다들 방으로 돌아가 쉬고 있어 휑뎅그렁한 집안이 쓸쓸해 보였다.남하준이 피곤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방문을 열고 보니 방안이 어두컴컴했다.불을 켜도 텅 빈 방에는 정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치고 쓸쓸한 기분으로 들어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허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깊은 자책감에 빠졌다.한 달여 동안 공허함이 그의 마음의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정안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이었다.분명 두 사람은 부부이고 지금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낯선 사람만도 못한 관계였다.그는 몇 초 동안 생각하다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다.15분 후, 그는 산뜻하고 깔끔한 잠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정안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그녀가 없었다. 그는 또 지윤의 방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지윤이 문을 열며 의문스러워 물었다.“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저 찾아오셨어요?”“내 아내 지윤 씨 방에 있어요?”내 아내라는 세글자가 유달리 굳건하고 단호하게 들렸다.지윤은 눈빛이 반짝이며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네. 근데 언니 이미 잠들었어요. 할 말 있으면...”지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하준이 문을 열고 억지로 쳐들어갔다.지윤이 당황하여 막으려 하였으나 손을 쓸 겨를이 없었다.“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언니 이미 잠들었다니까요? 도련님 보고 싶지 않아서 여기 와서 자고 있는데 이렇게 쳐들어오시면 어떡해요?”남하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침대로 향했다.정안이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서 눈을 뜨는 순간, 온몸이 허공에 붕 뜨고 누군가 그녀의 몸을 가로로 안았다. 놀란 정안은 상대방의 어깨를 꼭 껴안았다.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그녀는 내려오려고 발버둥 쳤다.“남하준. 무슨 짓이야? 내려줘!”남 부부의 일에 지윤이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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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정안은 미동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잠이 오지 않았다.얼마 후 그녀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깊은 잠에 빠졌다.얼마나 잤을까, 그녀는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몸에 살짝 닿는 것을 느꼈다.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뒷목을 통해 조심스럽게 지나갔고 그녀를 깨울까 봐 동작이 가볍고 조심스러웠다.정안은 정신이 흐릿한 가운데 팔을 베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깨어나지 못했다.그녀는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어 편안한 위치를 찾고 계속 잤다.다만, 꿈속에서 그녀는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맴돌고 뜨거운 호흡이 그녀의 얼굴에 뿌려지는 걸 느끼며 두툼하고 따뜻한 품에 안겨 편안하게 잠을 잤다.이튿날 아침.정안이 품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 자신이 남자의 팔꿈치를 베고 몸을 반쯤 얹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지극히 다정하고 애매한 자세였다.그녀는 어젯밤 분명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잤는데 왜 이렇게 잠버릇이 안 좋을까?정안은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조금의 미련도 없이 빠르게 그의 품에서 일어났다.정안의 기척에 놀란 남하준이 눈을 떴을 때 방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였다.남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깊은숨을 내쉬었다.정안은 방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단장한 후 가방을 들고 나갔다.그녀는 걸으면서 지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어났어? 나랑 지금 밖에 나가자.”곧 지윤이 답장을 보냈다.“방금 깼어요. 조금만 기다려요.”“그래.”정안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에서 유미가 셋째 내외와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정안을 본 남영준이 활짝 웃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완자야. 잘 잤어?”유미와 최서윤은 순간 안색이 굳어져서 정안을 보았다.그녀가 백완자의 신분을 회복한 후, 남씨 가문 일가는 서다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녀를 끔찍이 아꼈다.남창민 부부는 어린 시절처럼 그녀를 친딸처럼 대했고, 남씨 가문 5형제도 그녀를 친동생처럼 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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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정안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두 분께 너무 감사드려요.”“가족끼리 감사할 것 없어.”남희준이 호탕하게 말하자 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죽을 계속 먹었다.그러자 또 다른 둔탁하고 상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완자 일찍 일어났네.”정안이 고개를 들어보니 둘째 남이준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가 식탁으로 가서 앉자 정안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세 사람은 아침을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남영준의 마음은 일찍 거실을 떠났고 목을 길게 쭉 빼고 계속 식탁 쪽을 바라보았다.결국 참다못해 일어나자 최서윤이 언짢아하며 물었다.“당신 뭐하러 가요?”“아침 먹으러.”최서윤의 안색이 굳어졌다.“방금 먹었잖아요?”남영준이 걸어가며 말했다.“배불리 못 먹어서 더 먹으려고.”최서윤은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정안을 노려보며 나지막이 불평했다.“백완자가 집에 들어온 후로 이 집안 형제들은 아주 꿀을 발견한 꿀벌처럼, 사탕 발견한 개미처럼, 똥을 발견한 파리처럼 계속 저 옆에 가서 붙는다니까!”여기서 한 달을 산 유미도 이런 광경을 여러 번 보아 궁금해서 물었다.“왜 다들 저렇게 완자를 좋아하는 거죠?”최서윤은 두 손으로 가슴을 두르고 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대어 차가운 얼굴로 질투에 차서 말했다. “내 남편 말에 따르면 소꿉친구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네요. 시어머니의 설명대로라면 백완자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귀여웠고 또 이 집엔 딸이 없어서 아들들이 전부 백완자를 친동생처럼 아꼈다네요.”유미가 차갑게 웃더니 비꼬았다.“어느 남자가 자기 친여동생과 결혼을 해요?”유미의 말속에 가시가 있음을 알아챈 최서윤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준이는 야망이 커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갑부의 손녀에, 생김새도 귀엽고 성격도 좋고 게다가 슈퍼 모범생인 여자를 보며 어느 사춘기 남자가 설레지 않겠어요?”유미가 움찔하더니 흥분에 겨워 물었다.“그럼 아직 미혼인 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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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그때, 침착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최서윤과 유미가 계단을 돌아보니 남하준이 멋진 블랙 롱코트를 입고 위층에서 내려왔는데 늠름하고 기품이 넘쳤다.유미는 멍해졌고 최서윤도 함께 넋을 잃었다.늘 남하준의 아우라에 놀라는 그녀였다. 일찍이 남하준에게 결혼을 거절당한 것이 그녀의 평생 한으로 되었다.매번 남하준을 만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왜 같은 형제인데 그녀의 남편은 외모도 몸매도 남하준보다 못하고 능력도 한참 차이가 날까?“하준아. 굿모닝.”유미가 일어나서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남하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어두운 눈빛으로 유미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더니 덤덤하게 물었다.“내가 설명을 잘 못 한 거야? 아니면 네가 못 알아들은 거야?”유미가 단호하게 말했다.“나 휴가 필요 없어.”남하준은 인정사정없이 차갑게 말했다.“그럼 이 집에서 나가.”“출근하기 너무 멀어서 오가기 불편하단 말이야.”유미가 나지막이 불평했다.“류청도 여기서 사는데 왜 나만 쫓아내?”최서윤이 끼어들었다.“그래, 하준아. 집이 이렇게 큰데 비서 열 명이 와도 충분해. 어떻게 비서를 집에서 쫓아낼 수 있어?”남하준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고 말없이 꾹 참고 유미의 억울한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짜증이 났다.그때 식탁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남이준이 썰렁한 농담을 해서 모두를 웃겼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화기애애했다.남하준의 마음이 이미 식탁으로 날아가 버렸고 그는 덤덤하게 명령했다.“너 지금 휴가야. 이 집에서 나가. 이건 명령이야.”말을 마친 그는 식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유미가 뒤에서 투덜거렸다.“나 휴가 원하지 않는다고!”남하준은 들은 체 만 체 성큼성큼 걸어갔다.“다들 좋은 아침이에요.”남하준이 식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정안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도 들지 않고 얼굴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침 식사에만 열중했다.남하준은 정안의 양옆에 큰형과 둘째 형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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