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의 장막은 마치 악몽 같았다.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고 정안과 지윤은 각각 구급차에 실려 갔다.정안은 죽을 것 같은 복부의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신체적 고통은 심장의 1만분의 1도 안 되었고 끝없는 두려움과 실망이 그녀를 지독하게 괴롭혔다.그녀와 아이가 동시에 위험에 처했을 때, 그녀의 곁에는 가족이 한 명도 없었다.그녀가 의지하고 사랑했던 남편은 소식이 끊긴 채 다른 여자를 구하고 있었다.애초에 그녀와 가짜 백하린이 동시에 물에 빠졌을 때, 남편이 그녀를 무시하고 그 여자를 구했을 때 그 실망감, 심장을 찢어발기는 고통이 다시금 몰려왔다.그녀는 분만실로 실려 들어갔고 귓가에 의사와 간호사가 황급히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눈앞이 희미하고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그녀의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밖으로 넘쳐흘렀고, 아랫배에 피가 흐르고, 심장이 천만 마리의 개미에게 물어뜯기는 것 같은 따끔거림이 몰려왔고 아랫배의 욱신거림까지 그녀를 계속 괴롭혔다.“산모분 남편 도착했어요? 다른 가족은요? 수술 동의서에 누가 서명해요?”“얼른 가족에게 전화하세요. 지금 산모분 위험한 상태에요. 태아 몇 개월 차에요? 어느 병원에서 정기 검진받았어요?”“산모분 휴대전화 어딨어요? 얼른 가족에게 연락하세요.”마음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초조한 의사의 재촉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정안은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채 온몸을 떨며 힘없이 휴대전화 잠금화면을 열고 시어머니의 번호를 열어 간호사에게 건넸다.그러자 그녀는 분만실로 밀려 들어갔다.자궁 수축이 일어날 때마다 그녀는 분만실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그러나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간호사가 그녀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을 때,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남하준의 번호를 눌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그가 전원을 켜고 서둘러 오기를 바랐다.하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진 상태라는 기계음만 들려왔다.의사는 분만실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정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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