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이 차에서 내려 짐을 챙기려는데 류청이 그녀 앞으로 다가와 활짝 웃으며 말했다.“내가 할게.”지윤이 반응하고 그를 보자 류청은 이가 다 보일 정도로 활짝 웃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한없이 밝은 모습이었다.“왜 그렇게 신났어?”지윤이 묻자 류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반달 눈이 되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때때로 지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복권이라도 당첨됐어?”지윤이 경악하더니 물었다.“설마 1등?”류청이 웃으며 답했다.“아니. 나 복권 안 사.”“근데 왜 이렇게 기뻐해?”류청은 즉시 미소를 거두고 입을 오므리더니 다시 흰 이를 드러냈다.“내가 기뻐했어?”“응. 복권에 당첨됐거나, 돈을 주웠거나 아니면 곧 신부와 합방을 앞둔 새신랑 모습인데?”류청은 캐리어를 끌다가 움찔하더니 지윤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는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고 어색하게 중얼거렸다.“나 신부 없어.”그는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고 지윤이 그 뒤를 따랐다.“도련님도 왔는데 왜 그 여자는 안 보여?”“어느 여자?”류청이 의문스러워 묻자 지윤이 차갑게 말했다.“유 비서 말이야.”“임무 수행하러 갔어.”“어떤 임무?”“기밀이야. 말할 수 없어.”유미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류청을 노려보다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와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저녁 무렵이었고, 정안이 남하준에게 돌아온다는 말을 미리 하지 않아 저녁 식사를 준비하지 못했다.정안과 뱃속의 아기가 배고플까 봐 걱정한 남하준은 직접 계란 국수 4인분을 만들었다.식탁에서 류청은 활짝 웃으며 감개무량한 투로 말했다.“사모님 덕분에 제가 도련님이 직접 만든 국수를 먹어보네요.”정안은 입술을 가볍게 오므리고 방금 자리에 앉은 남하준을 힐끗 보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예쁜 미소가 가득하고 눈가에는 온화함이 가득했다.“식기 전에 얼른 먹어.”남하준은 정안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냄비 안에 더 있으니까 먹고 더
남하준은 유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라서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서 인터넷을 찾아보려고 했다.정안이 그의 휴대전화를 뺏어오며 말했다.“보지 마요. 인터넷엔 모두 겁주는 것밖에 없어요. 별로 큰 문제 아니에요.”남하준은 가슴이 아파 팔을 오므리고 그녀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난 유능한 남편도 아니고 유능한 아버지는 더더욱 아니야. 이번에 또 너 정기검진 놓쳤어.”정안이 부드럽게 속삭였다.“괜찮아요. 어쩔 수 없었잖아요.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는 날엔 반드시 내 곁에 있어 줘요.”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술에 대고 가볍게 키스했다.“너랑 아기 꼭 지켜줄 거야.”정안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약속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우리 아이를 제일 먼저 본 사람이 오빠였으면 좋겠어요. 나도 분만실에서 나와 제일 먼저 오빠 얼굴 보고 싶어요.”“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든 네가 출산하는 날엔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네 곁을 지킬게.”정안은 행복에 겨워 눈을 감고 웃으며 그의 따뜻한 품에 안겼다.남하준은 부드러운 그녀의 몸을 더 꽉 끌어안았다.그때 갑자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정안이 남하준의 휴대전화를 들어보니 발신자 정보가 유미라고 떴다.순간 정안은 모든 행복이 시들해진 기분으로 남하준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남하준은 휴대전화를 받고 정안을 밀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완아. 나 전화 좀 받고 올게.”정안은 움직이지 않고 불쾌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못 들을 게 뭐 있어요? 여기서 받아요. 스피커폰으로.”남하준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스피커폰으로 연결했다.그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저쪽에서 유미의 당황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준아... 살려... 나 좀 살려줘...”남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온몸이 굳어졌다.정안은 구조 요청 소리를 듣고 즉시 일어나 남하준에게 길을 비켰다.남하준은 일어나서 다급하게 물었다.“무슨 상황이야? 지금 어디야?”이때 류청도 황급히 뛰어나와 긴장된 표정으로 남
말을 마친 남하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금원을 뛰쳐나갔고 류청이 그 뒤를 따랐다.정안은 제자리에 서서 천천히 주먹을 불끈 쥔 채 눈물로 시야를 흐렸다.그녀는 남하준을 이해했다.열혈 남성인 그는 낯선 사람이 도움을 요청해도 주저하지 않고 목숨을 바쳐 구할 사람인데 하물며 상대가 그의 친구이자 부하였다.하지만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걷잡을 수 없이 괴로웠다.지윤은 기척을 듣고 방문을 뛰쳐나와 류청과 남하준이 황급히 떠나는 뒷모습을 보았다.그녀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며 물었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두 사람 왜 저렇게 급히 나가요?”정안이 대답 없이 꼼짝 않고 서 있자 지윤이 그녀 곁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당황하여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언니, 왜 울어요? 어디 아파요?”정안이 눈을 감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그는 말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가슴이 돌로 막힌 듯 아팠다....별 한 점 없는 까만 밤하늘.남하준은 나간 지 두 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정안은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와 꽃밭 길 가로등 밑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다.“언니, 이렇게 추운 날에 왜 밖에서 기다려요?”지윤의 관심 어린 목소리가 나자 정안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보았다.그 순간 지윤은 정안의 이마에 붉은 점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 긴장했다.“언니. 엎드려요!”정안은 의문스러워 눈살을 찌푸렸다.“뭐?”“언니 빨리 엎드려요!”지윤은 숨을 죽이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정안에게 몸을 던졌다.갑자기 펑 하는 소음 총소리가 정안의 고막을 관통했다.같은 시각 지윤이 날아와 정안을 끌어안고 한 바퀴를 돌더니 곧이어 두 사람은 정원의 덤불 속으로 떨어졌다.지윤은 자기 몸으로 정안의 밑을 받쳐 그녀와 아기를 보호했다.정안은 당황한 표정으로 지윤의 위에 엎드렸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배가 아프고 온몸이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반면 지윤은 온몸에 땀이 나고 얼
정안은 힘껏 옷을 던졌다.둔탁한 소리가 다시 울리고 총알이 옷에 명중되었다.같은 시각 정안은 빠르게 달려 계단을 뛰어올라 큰 기둥 뒤로 숨었다.그녀는 호흡이 점점 줄어들어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모든 신경이 곤두섰다.배가 찌릿찌릿 아플 정도로 긴장했다.이제 몇 걸음만 걸으면 집으로 돌진할 수 있었다.그녀는 배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아가야, 괜찮아. 엄마 꼭 할 수 있으니까 엄마 믿어. 긴장하지 말고 겁먹지도 마.”그녀는 다시 입고 있던 스웨터를 벗어서 때를 봐서 홱 뿌렸고 또 둔탁한 소리가 울리더니 총알이 스웨터를 뚫고 대문에 박혔다.정안은 있는 힘을 다해 목숨을 걸고 대문을 향해 돌진했다.그러자 다시 총알이 발사됐다.3발 연속 정안의 옆을 스쳤고 그녀는 사신과 스쳐 지나가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집안으로 뛰어들었다.너무 당황하고 긴장되고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에 그녀는 현관에서 넘어지고 말았다.배가 짓눌려 심한 통증이 오자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앞으로 기어가며 소리쳤다.“소등!”곧이어 온 집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배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고 그녀는 아랫도리에서 액체가 서서히 밀려나 허벅지가 흠뻑 젖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간신히 거실로 올라가 탁자 위의 휴대폰을 찾았다.마루에 누워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고 어두운 천장을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바라보았다.정안은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부른 다음 남하준에게 전화했다.눈물방울이 정안의 눈가에 천천히 흘러내렸고 한 손으로는 아픈 배를 쓰다듬고 한 손으로는 그가 전화를 받기 기다렸다.연결음이 뚜뚜뚜 오래도록 울렸다.그녀의 마음이 식을 때까지 남하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걸었는데 기계음 소리만 들려왔다.“지금 거신 번호는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이니...”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캄캄한 심연의 바닥으로 떨어졌고 끝없는 절망으로 떨어졌다.정안은 너무 일찍 결론을 내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남하준은 분명 무슨
칠흑 같은 어둠의 장막은 마치 악몽 같았다.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고 정안과 지윤은 각각 구급차에 실려 갔다.정안은 죽을 것 같은 복부의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신체적 고통은 심장의 1만분의 1도 안 되었고 끝없는 두려움과 실망이 그녀를 지독하게 괴롭혔다.그녀와 아이가 동시에 위험에 처했을 때, 그녀의 곁에는 가족이 한 명도 없었다.그녀가 의지하고 사랑했던 남편은 소식이 끊긴 채 다른 여자를 구하고 있었다.애초에 그녀와 가짜 백하린이 동시에 물에 빠졌을 때, 남편이 그녀를 무시하고 그 여자를 구했을 때 그 실망감, 심장을 찢어발기는 고통이 다시금 몰려왔다.그녀는 분만실로 실려 들어갔고 귓가에 의사와 간호사가 황급히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눈앞이 희미하고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그녀의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밖으로 넘쳐흘렀고, 아랫배에 피가 흐르고, 심장이 천만 마리의 개미에게 물어뜯기는 것 같은 따끔거림이 몰려왔고 아랫배의 욱신거림까지 그녀를 계속 괴롭혔다.“산모분 남편 도착했어요? 다른 가족은요? 수술 동의서에 누가 서명해요?”“얼른 가족에게 전화하세요. 지금 산모분 위험한 상태에요. 태아 몇 개월 차에요? 어느 병원에서 정기 검진받았어요?”“산모분 휴대전화 어딨어요? 얼른 가족에게 연락하세요.”마음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초조한 의사의 재촉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정안은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채 온몸을 떨며 힘없이 휴대전화 잠금화면을 열고 시어머니의 번호를 열어 간호사에게 건넸다.그러자 그녀는 분만실로 밀려 들어갔다.자궁 수축이 일어날 때마다 그녀는 분만실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그러나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간호사가 그녀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을 때,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남하준의 번호를 눌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그가 전원을 켜고 서둘러 오기를 바랐다.하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진 상태라는 기계음만 들려왔다.의사는 분만실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정안은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결국 고통받는 건 자신이었다.지윤은 서명을 마친 후, 빠르게 정안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언니. 힘내요. 언니랑 아기 분명 무사할 거예요.”의사가 소리쳤다.“얼른 수술실로 옮겨서 제왕절개수술 시작해!”조산사가 정안의 병상을 밀자 다른 조산사가 큰소리로 외쳤다.“아기 머리가 나왔어요!”분만실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 몇 명이 모두 둘러서서 희망을 본 듯 감격에 겨워 정안을 다독이며 힘주는 법을 가르쳤다.지윤은 산대 옆에 엎드려 몸의 통증을 참고 눈물을 반짝이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언니 힘내요. 포기하지 마요. 아기 괜찮을 거예요. 제발 버텨요...”정안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죽을 듯한 10도 통증을 참느라 온몸이 땀에 젖고 눈물이 말라 입술이 깨물리고 분만대를 조르느라 손등의 핏줄이 터졌다.기절할 것 같은 통증을 느낀 순간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갑자기 모든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의 몸이 가벼워졌다.의사는 더욱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왔어! 어서 빨리 산모 구해!”지윤은 눈물범벅이 되어 정안을 바라보며 그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울먹였다.“언니. 아기 나왔어요. 흑흑.”정안은 온몸이 저려 의사의 손에 들려 있는 아이를 힘없이 쳐다보았다.아기는 아주 작고 보들보들하며 핏자국이 있는 몸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의사가 아기의 두 발을 거꾸로 들고 등을 한번 또 한 번 두드리기 시작했다.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정안은 마음이 바짝 조여왔다.그녀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고, 그녀는 겨우 7개월 된 아이를 바라보며 가슴이 짓밟히는 것처럼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느꼈다.“빨리 지혈해!”다른 의사들이 더 혼란스러워졌다.“피 더 많이 가져와. 어서!”정안은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의사와 조산사의 구조 소리, 지윤의 흐느낌이 희미하게 들렸다.하지만 그녀가 가장 듣고 싶은 것은 아이의 울음소리였다.아기가 울기를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깊은
남하준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느릿느릿 말했다.“한이서는 일주일에 한 번 꼭 그 미용실에 가. 근데 네가 또 그 안에서 납치당했으니 그 미용실 분명 뭔가 있어.”“그럼 이제 어떡해?”유미가 물었지만 남하준은 말없이 그녀를 정형외과에 데려다주고 보고서를 의사에게 건네고 상황을 설명했다.유미가 치료를 받을 때 그는 방을 나와 외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다.그제야 휴대전화가 꺼진 것을 발견했다.그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전원을 켰고 곧바로 전화 알림과 메시지가 폭주했다.남하준은 순간 얼굴이 확 어두워지며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류청이 열 몇 개, 부모님이 대여섯 개, 형님과 형수님, 지윤, 그리고 정안의 부재중 전화도 두 통 있었다.순간 그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즉시 정안에게 전화하며 노기등등하게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네가 내 폰 꺼놨어?”남하준은 치료 중인 유미에게 화를 내며 물었다.유미와 의사는 그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깜짝 놀랐다.유미는 긴장된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아니... 아니야. 나 네 폰 만진 적도 없어.”남하준은 전화기 너머의 벨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러나 정안이 계속 받지 않아 초조하고 걱정으로 가득한 그는 휴대전화가 왜 꺼졌는지 따질 시간이 없었고 류청에게 전화를 걸면서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유미가 긴장된 표정으로 의사를 밀어내고 절뚝절뚝 쫓아갔다.“하준아. 나 아직 아픈데 어디 가? 나 버리고 가는 거야?”남하준은 그녀의 말이 한 글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전화를 받은 류청이 다급하게 말했다.“사모님 사고 났어요. 어서 병원에 오세요.”순간 남하준은 가슴이 찢어지고 머리가 하얘졌고 100m 달리기 속도로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유미가 절름거리며 몇 걸음 뛰었는데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뒤에서 애처롭게 소리쳤다.“하준아. 이렇게 나 버리고 가면 어떡해?”...빛이 환히 비치는 병실에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정안은 의식이 점점 뚜렷해지자 허약하게 눈을 뜨고 손가락
맏며느리 유가영이 말을 보탰다.“그래. 아이 낳고 울면 눈도 상하고 산후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정안이 입술을 오므리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감사해요. 형님. 안 울게요.”“그래야지.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미숙아라도 별로 문제 될 것 없어. 한두 달만 병원에 입원하면 집에 갈 수 있어. 내가 아이 키운 경험이 있으니까 내가 키워줄게. 분명 잘 돌볼 수 있을 거야.”허윤미가 황급히 말했다.“아니다. 내가 키워주마. 그래도 아이는 내가 더 많이 키워봤지. 네 남편도 그렇고 첫째도 그렇고 넷째도 그렇고. 봐봐. 얼마나 튼튼하니?”그녀가 뒤에 있는 남태준을 툭 치며 말했고 갑자기 두들겨 맞은 남태준은 놀라서 가슴을 움켜쥐었다.정안은 눈도 보이지 않으면서 그녀를 보러 와준 남태준을 보며 감동이 밀려와 미소가 절로 번졌다.남태준이 입을 열었다.“완자야. 득남 축하해.”정안이 부드럽게 말했다.“고마워요. 오빠.”그러자 큰형 남희준도 덩달아 축하하며 장난쳤다.“제수씨, 저 녀석 겨우 1.8kg이지만 엄청 튼튼해 보였어. 얼마나 힘차게 우는지 유리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기운이 넘치고 손발을 퍼덕거리더라니까?”정안은 아들의 소식을 들으니 너무 기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 아주버님.”허윤미가 정안의 손을 잡고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완자야. 고생이 많았다. 아이 낳다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어. 의사가 너 출혈이 심해서 자궁을 잘라야 목숨을 건질 뻔했는데 네 혈소판이 강하게 버텨냈고 산부인과 의사들 덕분에 다행히 지혈할 수 있었어.”출산의 위험에 대해 그녀는 임신하기 전에 이미 익혀 두었다.어느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겠는가?아이가 건강하기만 하면 모든 고생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그녀는 오늘의 고통을 꼭 기억하고 앞으로 다시는 낳지 않을 것이다.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어머님, 저 이제 괜찮아요.”“괜찮긴 뭐가 괜찮아? 지금 몸이 이렇게 허약한데?”허윤미는 진지한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