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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최강 이혼남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1059 챕터

제11화

“공혜리 씨, 당신도 비싼 교육을 받은 사람 같은데 어떻게 시비를 안 가리지? 아무리 급해도 의사를 함부로 구하면 안 되지. 돈도 몸도 뺏기고 나서 후회하면 늦어. 제일 중요한 건 환자의 치료를 놓치면 울어도 소용없다는 거야.”이승휘가 말했다.“무현 님은 사기꾼이 아니에요.”이승휘가 콧방귀를 끼더니 조롱했다.“혜리 씨, 국내 의학은 안 돼. 서양 의학과는 비길 수조차 없어. 더 괘씸한 건 돌팔이가 환자와 가족들에게 사기 치는 거야. 완전 양심을 저버린 거지. 그게 사기꾼이 아니면 뭔데?”“무현 님,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공혜리가 얼른 염무현을 달랬다.이승휘는 미간을 찌푸렸다. 염무현의 아우라가 심상치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젊었다.의사라는 직업이 원래 오랜 기간의 임상 경험과 끊임없는 학습, 누적과 터득을 통해야만 전문가 레벨로 올라갈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러려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기껏해야 스무 살이 좀 넘어 보였다. 의대도 졸업했는지 의문이었고 졸업했다고 해도 겨우 레지던트일 것이다.그런데 사기꾼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사기꾼을 하려면 닮기라도 해야지, 이래서 누굴 속일 수 있을까.이승휘는 공혜리가 급한 나머지 아무 의사나 구하는 바람에 이런 유치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이승휘는 업계의 권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반드시 현장에서 정체를 까밝혀야 한다고 여겼다.“저기요, 어느 의대 나왔어요? 학력은 어떻게 되죠? 멘토는 누구예요?”이승휘가 염무현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염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의대 다닌 적 없어요. 그러니 학력도 없겠죠. 멘토가 누군지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은퇴하셨거든요.”이건 다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사부님을 존경하는 의미로 옥의 신이라고 부른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는 여러 묘수를 알고 있는 늙은이였다.옥의 신, 감옥의 신이라는 뜻이었다.염무현이 교도소로 들어간 후 행운스레 그는 그 늙은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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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당신이 귀띔해야만 내가 아는 줄 알아?”이승휘가 염무현을 째려보더니 말했다.“당연히 중점 부위를 찾아서 뚫어야지. 설비 준비해.”염무현이 팽팽하게 맞섰다.“저 사람 몸을 벌집을 만든다 해도 독의 근원지는 못 찾을 거예요. 그리고 환자 상황이 여의찮고요.”“헛소리하지 마요. 선배 판단이 틀릴 리가 없잖아요. 뼈를 뚫는 시술, 상처가 난다고 해도 얼마나 작은데, 사람 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요. 모르면 좀 가만히 있어요. 무식한 거 티 나잖아요. 쪽팔리지도 않나.”유재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뼈를 뚫는 시술은 일반 환자들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공규석 씨처럼 거의 죽어가는 사람은 못 버텨내요.”“간덩이가 부었구먼. 감히 우리 선배님의 전문성에 도전해?”이승휘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저기요. 그냥 내가 원인을 찾으면 사기 칠 기회가 없어질 거 같아서 걱정하는 거 같은데, 맞죠?”공혜리는 중간에 껴서 어쩔 바를 몰랐다. 양쪽 다 공규석을 구하러 온 사람이었지만 새우등인 그녀는 누구의 편을 들든 맞는다고 볼 수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나를 못 믿어도 어쩔 수 없어요. 후회만 하지 마요.”염무현은 이렇게 말하더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이승휘는 공혜리에게 말했다.“공혜리 씨,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할게. 만약 당신 아버지 못 고치면 권위라는 타이틀도 포기하고 앞으로 의사 그만둘 거야.”이렇게 독한 맹세도 스스름없이 하는 걸 봐서는 이미 확신이 선 것 같았다.공혜리가 서둘러 대답했다.“무슨 그런 말씀을... 이 교수님, 잘 부탁드릴게요.”그러고는 복잡한 눈빛으로 염무현을 바라봤다.“무현 님...”염무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공혜리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일이 해결되면 다시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이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설비 올려!”이승휘의 명령하에 유재영이 익숙하게 여러 가지 설비를 조작하며 케미를 살렸다.한편, 옆에 위치한 한 입원 병동.양희지가 당황한 표정으로 힐을 신은 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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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막무가내인 서아란이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해서 설명했다.양문수도 옆에서 부채질했다.“4년이나 교도소에서 썩었으니 폭력적으로 변해도 이상해할 거 없잖아?”양희지는 마음이 복잡했다. 한편으로 염무현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엄마와 동생이 불쌍했다.하지만 어찌 됐든 간에 사람을 때리는 건 잘못된 일이었다. 게다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더더욱 안 된다.“그만해요. 바로 전화해서 따져줄 테니.”양희지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와 바로 염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질책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우리 엄마랑 동생 진짜 당신이 그런 거야?”“부정하지는 않을게. 네 마음대로 생각해.”양희지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염무현, 난 그래도 너한테 희망을 품고 있었어. 무슨 이유라도 있는 줄 알았다고. 근데 이렇게 무책임한 말을 할 줄은 몰랐네. 엄마 말이 맞아. 넌 정말 구제 불능의 인간쓰레기야.”염무현이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네가 한 말, 뭔가 익숙하다는 생각 안 들어?”양희지는 멈칫하더니 뭔가 떠올랐다. 익숙한 건 맞았다. 교도소 앞에서 염무현에게 했던 말을 지금 그대로 다시 돌려받았다.너무 아이러니했다. 염무현이 인간쓰레기면 그럼 양희지는 뭐란 말인가.양희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염무현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 그는 양희지와 딱히 할 말이 없었다.양희지는 잔뜩 약이 올라 이를 악물었다.“염무현, 이 일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 말겠어.”그러더니 양희지는 다시 어두운 얼굴로 병실에 들어갔다.서아란이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다.“뭐래... 그 새끼 인정 안 하지? 맞지? 딸, 그 새끼가 하는 말 절대 믿지 마...”“인정했어요.”양희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아란은 멈칫하더니 콧방귀를 꼈다.“흥, 그래도 뭘 알긴 아네. 거짓말을 해도 쓸모가 없다는 걸 아니까 그런 거지. 근데 딸, 남도훈 도련님이랑 데이트 가지 않았어? 설마 말도 없이 안 나간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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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공혜리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가여운 표정으로 염무현을 올려다봤다.이승휘는 눈이 휘둥그레서 큰 소리로 말했다.“공혜리 씨, 너무 급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사기꾼한테 비는 거야 지금?”“안 그러면 당신한테 맡겨요?”공혜리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결과로 보면 염무현의 말이 맞았다. 뼈를 뚫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대가가 너무 참혹했다.공혜리는 갈팡질팡했던 자신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지금 아빠를 구할 수 있는 건 염무현뿐이었다.“아빠한테 무슨 일 생기기라도 하면 살아서 서해에서 나갈 생각하지 마요.”이승휘가 당황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공혜리 씨, 잘못을 왜 내가 다 떠안아야 해? 난 이미 최선을 다했어. 공규석 씨한테 쓴 치료 방법은 제일 좋은 선택이었다고. 우리 모두가 증명할 수 있어. 나도 못 고치는 병이면 신이 온다 해도 소용없어. 공규석 씨가 명줄이 짧은 거야. 운명을 어떻게 막아. 생로병사는 자연의 이치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애초부터 방법이 없는 문제였어. 보상으로 시체를 내가 제원시에 이송해서 원인을 분석해 줄 수는 있어. 공혜리 씨를 끝까지 책임지는 거지.”이승휘는 재벌에 꽤 익숙한 편이었다. 어떤 재벌이든 그를 보면 공손하게 대했기에 공규석의 죽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서해는 원래 작은 곳이었다. 아무리 이 지역 유지라고 해도 의학적 권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앞에 했던 맹세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권위라는 타이틀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은퇴는 더더욱 없을 일이었다.하지만 공씨 집안이 겉에 보이는 장사뿐만 아니라 어두운 장사도 같이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공규석은 서해의 황제나 다름없었다. 몇 년 사이 공규석은 조금 회개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씨 집안이 쌓아놓은 기초가 있는지라 얕봐서는 안 되었다.“끌어내요.”공혜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지시했다.열댓 명의 기골이 장대한 경호원이 안으로 쏟아졌고 군말 없이 이승휘와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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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염무현은 금침을 하나 꺼내더니 번개와 같은 속도로 공규석의 천문혈에 놓았다.이어서 백혈, 관자놀이, 풍혈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침은 놓으면 놓을수록 속도가 빨라졌다. 손이 보이지 빠른 속도가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허세 부리긴.”이승휘가 조롱하며 말했다.유재영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침을 꿀꺽 삼켰지만 별반 나아지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침을 놓고 있는 혈 자리 모두 사람 목숨을 좌우지하는 죽음의 혈 자리에요. 보통 사람은 건드리지도 못하는데, 저러는 걸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예요.”이승휘처럼 앞뒤 꽉 막힌 서양 의학 신도와는 달리 유재영은 국내 의학을 조금 배운 적이 있었다. 하여 염무현의 솜씨가 비범하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안 될 줄 알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거지. 뭐가 대단하다고. 왜 멘토는 같은데 우리가 이렇게 차이 나는지 알겠지? 넌 너무 쓸데없는 걸 믿어서 그래. 평생 나 같은 경지는 도달하지 못할 거라고.”평소라면 유재영은 수치스러워서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지금 선배의 교훈을 들은 체 만체하고는 침대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소리를 질렀다.“세상에, 뭔가 익숙하다고 했는데 오랫동안 실전된 이네. 전해지는데 의하면 짧은 시간 내에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는 그 침구술이잖아.”아홉 개의 금으로 만든 침을 아홉 개의 대응되는 죽음의 혈에 꽂아 넣는 침구술이었다.다른 의사라면 감히 하나도 놓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이건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라 살인이었다.하지만 염무현은 과감했다. 공규석은 이미 심장이 멎었기에 강력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목숨을 건질 수 없기 때문이다.“개뿔, 그걸 누가 믿어?”이승휘는 이미 생각을 마쳤다. 염무현이 아무렇게나 침을 놓는 바람에 공규석이 죽었다고 발뺌할 셈이었다. 그때 직선을 유지하던 바이털이 올라기기 시작했다.그러더니 심박수가 돌아왔고 혈압도 같이 상승했다.이승휘는 너무 놀라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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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주제에 배짱은 좋네.’이승휘는 이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염무현이 너무 나댄다고 생각했다.의사가 된 지 수십 년이 지나 아무리 권위라는 타이틀을 얻고 업계와 환자 가족의 환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말은 감히 내뱉지 못햇다.“사람을 살린다고 끝난 게 아니에요. 완치해야지. 당신은 아직 멀었어.”이승휘는 분에 차서 반박했다.“그럼 질문 하나 할게요. 무슨 독인지는 알아요?”염무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승휘는 자신만만해서 말했다.“이봐, 모를 줄 알았어. 그냥 아무렇게나 다 때려 박은 거지. 성공할 확률이 로또 당첨될 확률보다 낮아요. 행운의 여신이 한 사람만 예뻐할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무모하게 운을 믿다가 성공이라도 하면 내가 이름을 거꾸로 쓸게요.”공혜리는 이런 권위에 철저히 실망했을뿐더러 너무 역겹다고 생각했다.“믿음을 저버린 사람이 맹세는 무슨, 그러다 웃음거리가 되는 수가 있어요.”이승휘가 순간 얼굴을 붉히며 눈을 부릅뜨고는 큰소리로 반박했다.“아까는 운이 좋아서 그런 거고 별거 아니야. 이 늙은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네.”염무현이 한편으로 정확하게 침을 놓으며 말했다.“그럼 두손 두발 다 들게 해주지.”“당신이 무슨 수로?”이승휘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염무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이 독은 뱀이나 지네로 만든 고독(蠱毒)입니다. 기생충 비슷한 독 벌렌데, 심맥에 숨어들어 정기와 피를 빨아먹어요. 그 때문에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서 쓰러진 겁니다."이승휘가 바로 반박했다.“헛소리하지 마요. 독벌레는 무슨,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건 미개한 사람들이 교육받기 전에 쓴 소설일 뿐이에요. 소설 작가들이 허투루 쓴 내용을 믿으면 안 되죠. 다를 들었죠? 진짜 광대가 따로 없다니까요. 사기꾼이야 아주.”공혜리가 진지하게 말했다.“무현 님, 저는 무현 님을 믿어요. 무현 님이라면 아빠를 믿고 맡길 수 있어요.”이 말은 이승휘를 대놓고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이승휘는 잔뜩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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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두 눈은 좁쌀보다도 작았고 입을 벌린 채 갈라진 까만 혀를 날름거리며 쓱쓱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는 보는 사람을 소름 끼치게 했다.“뱀, 진짜 뱀이다!”유쟁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작은 뱀은 놀란 듯 갑자기 몸에 난 작은 구멍에서 빠져나와 몸을 움츠리며 튕겨 올라 다른 데로 도망가려고 했다. 이렇게 작은 것이 도망가면 거의 찾지 못한다고 봐야 했다.이때 염무현이 유리병을 들어 이를 받아서 마개를 닫았다. 뱀은 유리병 안에서 여기저기 막 뒹굴었지만 도망갈 곳은 없었다.공혜리가 얼굴이 사색이 돼서는 물었다.“무현 님, 이게 뭔가요?”염무현이 유리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황금빛 뱀으로 만든 고독이라고 해서 금사고독이라고 하죠. 고독을 내린 사람은 금사의 알을 물이나 음식에 섞어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의 뱃속에 들어가게 합니다. 그 알이 뱃속에서 부화되는 날이면 금사고독이 되는 거죠.”“역시 누군가 우리 아빠를 해치려고 손을 썼어.”공혜리는 눈빛이 매서워지더니 차가운 살기를 뿜어냈다.“손을 씻었는데도 가만히 놔두지 않네. 누가 한 짓인지 찾아내면 내가 반드시 부숴버릴 거예요.”김범식이 험악한 말투로 말했다.“아가씨, 조사되면 바로 나한테 알려주세요. 내가 직접 죽일 거예요.”이때 공규석의 눈동자가 몇 번 움직이더니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여기가 어디야? 나 어떻게 된 거야?”공혜리가 다급하게 침대맡으로 달려가더니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아빠, 깨어나셨네요. 정말 너무 다행이에요. 꼬박 한 주를 인사불성으로 쓰러져 계셨어요.”“혜리야, 울지 마. 아빠 이렇게 살아 있잖아.”공규석은 그런 딸을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 어렴풋이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염라대... 무현 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흥분한 나머지 염라대왕이라는 네 글자를 입 밖에 꺼낼 뻔했다.염라대왕이라는 이름은 전 세계를 뒤흔들만한 이름이었다. 나쁜 사람은 이 이름을 들으면 혼비백산했고 재벌은 이 사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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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앞으로 계속 어려운 사람을 돕고 착한 일 많이 하세요. 그러면 제가 오래오래 장수하게 해드릴게요.”염무현이 말했다.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이 말을 의심하지 못했다. 염무현의 뛰어난 실력으로 그들 모두를 놀래켰다.공규석이 다급하게 말했다.“무현 님 감사합니다. 교훈 새겨들을게요. 좋은 사람이 되어 사회에 보답하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이승휘는 죄책감 어린 눈빛으로 이미 염무현에게 반해버린 유재영을 쳐다봤다.이게 바로 의사된 자의 자비를 베푸는 마음이다.염무현은 침을 챙기며 말했다.“쓰러진 시간이 길기도 하고 많은 정기와 피를 뺏겼기 때문에 신체 기능이 조금 안 좋아졌을 거예요. 앞으로도 삼일 정도 쓰러져 있을 거예요. 자체 치유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니 걱정할 거 없어요. 3일 뒤에 한번 더 침을 놓으면 완치될 겁니다.”공규석이 다시 하번 인사했다.“무현 님, 살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움을 이루 말할 수는 없지만 작은 청이 하나 있으니 무현 님께서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말씀해보세요.”공규석은 자기 딸 공혜리를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쓰러진 동안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집안이 엉망일 거예요. 우리 혜리 좀 신경 써 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죠.”염무현이 흔쾌히 수락했다.공규석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공혜리에게 말했다.“혜리야, 뭐해? 얼른 무현 님께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고.”“무현 님, 감사드립니다.”공혜리는 염무현을 향해 몸을 숙여 인사했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과 함께 깊은 가슴골이 훤히 드러났고 은근히 섹시했다.사실 공혜리는 공규석이 왜 이렇게 하라고 하는지 의문이었다. 염무현의 의술이 뛰어난 건 맞으나 의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하지만 공규석이 뭔가 홀로 남은 아이를 부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공혜리도 무시할 수 없었다.염무현이 얼마나 많은 묘수를 가지고 있는지 그녀는 몰랐다. 의술은 그저 그가 잘하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공규석이 의미심장하게 당부했다.“무슨 일이 있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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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서양 의학을 전공하는 자들이 전통 국내 의학을 얕잡아보긴 했지만 염무현은 종래로 서양 의학을 비하한 적이 없었다.그는 의사의 수준에만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의술이 더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가했다. 모두 사람을 구하는 의술인데 굳이 높고 낮음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이승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현 님, 그게 무슨 뜻인지...”“마음 잘 추스리고 정확한 마음가짐으로 더 열정적으로 의료 사업에 뛰어들어서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구하는게 초심을 잃지 않는 거예요.”염무현이 이렇게 말했다.이승휘가 멈칫하더니 마치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염무현에게 90도 인사를 건네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것 같네요. 다시 한번 너그럽게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그 뒤로 이승휘는 전에 기세등등해서 모두를 내려다보던 습관을 고치고 온힘을 다해 부상자를 돌보고 의학을 연구하는 데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끝내는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진정한 권위를 가진 전문가가 되었다.공혜리는 그런 염무현을 우러러봤다. 예쁜 얼굴에 볼드체로 감탄 두글자가 쓰여 있는 것 같았다.염무현의 의술이면 분명 군림하면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을 굴복시켜도 될텐데 오히려 그는 덕으로 사람을 설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성에 이러한 그릇이라니,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오늘 일은 여러분들이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공혜리가 유재영과 그 일행에게 말했다.“아무도 아빠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밖에 알리지 마세요. 대외로는 아직 혼수상태라고 해야 합니다. 아셨죠?”이는 고독을 내린 진범을 마비시켜 자기가 성공한 줄 알고 먼저 모습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였다.공혜리의 상벌이 명확한 성격에서 알 수 있는 건 그녀가 이런 일에 꽤 익숙하다는 것이었다.유재영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공혜리 씨, 걱정하지 마세요. 입 함부로 놀리지 않겠습니다.”너무 창피한 일이라 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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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골든 파트너는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에요.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양희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위치를 지켜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양씨 집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지 모르죠?”서아란이 눈을 부릅뜨고는 주저하는 양희지를 한탄하며 언성을 높였다.“그래서 이 기회에 한층 더 올라가려는 거 아니야. 공씨 집안이 양씨 집안에 대한 호감도를 보면 어려운 거 아니야. 3년씩이나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우리를 챙겨준 게 제일 좋은 증거 아니겠니?”양희지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까지도 나는 공 씨 집안이 왜 우리 집안에 자꾸만 기회를 주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모험할 수가 없고요.”“이게 왜 모험이야?”양문수도 뭘 좀 안다는 듯이 잘난 척하며 분석했다.“힘써 싸우면 자전거가 오토바이가 되는 거고 실패하면 그냥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되지. 손해 볼 거 없잖아. 공씨 집안도 우리 양씨 집안의 발전 비전을 좋게 봤거나 너에게 흥미가 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우리를 키우려던 생각일 수도 있어. 아무렴 어쨌든 이건 우리에게 둘도 없는 기회야.”서아란이 얼른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네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기회는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되어 있어. 맞다. 친구 통해서 상황 좀 알아봐.”양희지도 탐나는 건 사실이었다. 골든 파트너 기회를 얻으면 매년 몇억, 몇십억의 프로젝트가 오갈 것이고 아무렇게나 벌어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들어온다.공씨 집안의 화려한 차량 행렬과 하늘을 찌를 듯한 사무 청사는 양희지가 분투하는 최종 목표였다“알았어요. 가서 준비할게요.”양희지는 병실에서 나왔다. 가족을 돌볼 수 없는 게 마음에 걸려 카운터로 향했다. 엄마와 동생들 앞으로 잔고라도 넣어 보상해 주고 싶었다.별장식 병실에서 공혜리는 공손하게 말했다.“무현 님, 차를 배정해 호텔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아니에요. 처리해야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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