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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541 - Chapter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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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1화

하민재가 반응하기도 전에 홍주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씨 가문의 장남?”조금 전 하민재와 유남준이 다투고 있을 때 홍주영이 하민재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그는 사실 부잣집 아들이었다.그제야 하민재는 자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신분 위장하고 소개팅하러 나온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홍주영은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하씨 가문의 도련님과 소개팅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네요.”하민재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어차피 재미도 좀 봤으니, 그녀를 이만 잊는 것도 나쁘지 않아.’홍주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계산을 마친 뒤 자리를 떴다.홍주영이 떠나든 말든 하민재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듯하여 숨쉬기가 힘들었다.이때, 할머니의 전화가 걸려 왔다.“민재야, 주영과는 잘 돼가고 있는 거야? 괜찮다면 집에 와서 혼사를 논하자꾸나. 연말에 결혼하는 걸로 하고.”대부분 가문의 풍습은 늘 이런 식이었다.소개팅한 뒤 한두 달 연애하다가 결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민재는 고민하고 있었다.“할머니, 좀 더 얘기해 봐야 하니 조급해하지 마세요.”말을 내뱉자마자 그는 후회했다.‘아참, 그녀와 이제 끝이라고 말해야 했는데.’그의 말에 하민재의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주영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 많이 해. 이 할미가 점을 보니 주영이 너와 아주 잘 맞더라. 게다가 점쟁이 말로는 그녀가 우리 하씨 가문의 명예를 드높인다던데.”“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앞으로는 점 보러 좀 다니지 마세요.”하민재가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홍주영을 뒤쫓아나갔을 때는 그녀가 사라진 뒤였다.“걸음이 왜 그렇게 빨라?”하민재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모든 것이 내 잘못이구나. 신분을 숨기지 말아야 했는데.”그는 홍주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주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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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2화

“필요 없으니 이만 끊을게요.”홍주영은 차갑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집안 형편이 유씨 가문만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것도 아니었다.‘남우 도련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들었다면 내가 결코 이토록 적극적이지 않았을 텐데. 남우 도련님은 바보도 아니면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던 홍주영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고였다.유남우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기어코 자신에게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그 고집 때문이었다.한편, 휴대폰 너머에 있던 유남우는 편치 않은 마음으로 홍주영이 끊은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홍주영으로부터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한 하민재의 마음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내가 그렇게도 매력이 없단 말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하민재는 또 할머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놈아. 왜 주영을 화나게 한 거야? 주영의 말로는 너와 어울리지 않으니 그냥 친구로 남겠다던데.”전달받은 내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민재의 할머니는 최대한 완곡하게 말했다.하민재는 조금 당황했다.“제가 거절당했다는 말인가요?”“그걸 말이라고 해? 이 개자식아, 대체 왜 주영을 화나게 한 거야? 어서 그녀에게 사죄해! 한심해서 원. 내가 진주까지 가서 혼내야 정신 차릴 테냐? 주영의 할머니가 내 어렸을 적의 절친이니 그녀와 결혼하지 않겠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궁합도 봐야 한다면서요?”“궁합 보니 너와 잘 맞더라.”하민재의 할머니가 허풍을 보탰다.“내가 소개해 준 여러 여자 중에서 주영과의 궁합이 제일 좋아.”“알았으니까 이만 끊어요.”하민재는 짜증 내며 전화를 끊었다.여자를 차버린 적은 있어도 차인 적이 없었던 하민재가 소파에 앉아 홍주영의 마음을 되돌릴 궁리를 하고 있었다.…한편,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차에 앉아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가고 있었다.가는 도중 박민정은 하민재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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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3화

박민정은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얘가 TV에서 그런 걸 봤다고?’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덥석 잡았다.박민정이 손을 빼려 하자, 유남준이 말했다.“민정아, 윤우 말이 맞아. 손잡는 것부터 시작하자.”박윤우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좋다고 생각해요.”박민정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박윤우가 계속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가는 내내 그녀의 손등과 손바닥은 땀으로 가득 찼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준이 놓아줄 리 없었다.유남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윤우가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손잡고 있어도 되지?”앞에서 걸어가던 박윤우가 뒤를 돌아보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이들이 거실로 들어오자, 불고기를 먹으려고 모여든 설인하와 다른 사람들이 손깍지를 낀 이 둘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민수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민정아, 설마 기억을 되찾은 거야?”박민정은 민망한지 즉시 손을 뺐다.“아직이야.”“오.”설인하와 민수아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불고기를 가지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그러자 거실에는 박민정과 유남준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박민정은 조금 어색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서연이 돌아왔는지 모르겠네. 제가 서연 방에 가볼게요.”말을 마치고 진서연의 방에 가서 문을 두드렸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인기척이 없었다.시간을 보니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해.’유남준은 그녀와 얘기를 좀 더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은 내일 학부모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근 뒤 씻으러 갔다.다음 날 아침,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려는 박민정을 유치원까지 태워주려고 유남준은 이른 아침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회사 안 가요?”박민정은 원래 택시 타고 가거나 아니면 기사에게 부탁해 유치원까지 갈 생각이었다.“같은 방향이야.”유남준은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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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화

“무엇 때문에요?”지원 엄마의 앞에서 걷던 박민정이 물었다.전에 그녀와 교류한 적이 있어서인지 박민정은 크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지원 엄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휴. 제가 한마디만 할 테니 화내지 마세요. 사실 최현아가 도한 엄마를 이용하여 예찬 엄마를 견제하려 했거든요.”박민정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지원 엄마를 바라보았다.“지원 엄마는 멀쩡하네요.”지원 엄마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손가락 세 개를 세우며 맹세했다.“예찬 엄마를 배신한 적이 없다고 저는 맹세할 수 있어요. 비록 지난 1년 동안 아부 떨며 최현아의 비위를 맞춰주긴 했지만 그게 전부에요. 어떻게 감히 최현아의 심기를 건드리겠어요?”예전에 줏대가 없던 지원 엄마는 이제 완전히 박민정의 편에 섰다.지원 엄마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그때 제가 말한 비밀을 잊은 건 아니죠? 비밀까지 말했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예찬 엄마를 배신할 수 있겠어요.”‘비밀?’기억을 잃어버린 탓에 박민정은 많은 일들이 생각나지 않았다.겉으로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그냥 말해본 거니까 다른 뜻은 없어요.”“네. 어서 회의실로 갑시다.”“그럽시다.”지원 엄마와 함께 박민정은 학부모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에 도착했다.최현아를 중심으로 대부분 학부모가 모여 앉아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어제 최현아의 사진을 봤었던 박민정은 단번에 그녀를 알아봤다.최현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웃으며 말했다.“민정이 왔네. 이번이 마지막 학기여서 다시는 학부모 회의에서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박민정도 예의 바르게 웃었다.“작년에는 일이 있어서 못 참석했어요. 이제 돌아왔으니 당연히 참석해야죠.”“잘 왔어. 어서 앉아.”박민정을 바라보며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최현아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민정이 많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지?’학부모 회의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아이들의 학습 상황과 향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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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5화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그녀가 쪼그리고 앉아 박예찬을 향해 손을 내밀자, 박예찬은 얼굴이 빨개진 채 쭈뼛거리며 박민정에게 다가갔다.“엄마, 이제 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아이의 걱정스러운 말에 박민정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아주 좋아졌어.”“그렇다면 나와 동생은 기억난 거야?”박예찬은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그의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죄책감이 느껴진 박민정은 아이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응. 조금.”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이어서 덧붙였다.“너와 네 동생은 내 자식인데 내가 어떻게 잊어.”박예찬의 눈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역시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야.”박민정은 마음이 쓰라렸다.기억하지 못해서 애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박예찬은 문득 유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라 박민정에게 물었다.“엄마, 학부모 회의가 이미 끝나지 않았어? 왜 집에 안 가?”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안 가. 이따가 행사가 있다더라.”박민정이 혹시라도 위험에 처하게 될까 봐 박예찬은 노심초사하였다.“엄마, 그러지 말고 집 가.”“왜?”박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엄마가 남아 있는 게 싫어?”박예찬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게 아니라… 엄마가 남아 있겠다면 나야 좋지. 하지만… ”박민정이 아이의 말을 끊었다.“걱정하지 마.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너와 많은 시간을 보낼 거야.”박예찬이 김씨 가문에서 지내고 있던 탓에 박민정은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적었다.이렇게 된 이상 박민정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박예찬은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행사는 별거 없었다.그저 게임이나 하고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저녁 식사하는 것이 전부였다.야외 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느라고 학부모들이 바삐 움직이자, 박민정도 그들을 도와 나섰다.하지만 지원 엄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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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애 엄마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자, 최현아가 물었다.“민정아, 이 뭐 하는 짓이야? 왜 갑자기 테이블 들어 엎은 것도 모자라 사람을 고의로 밀치기까지 해?”“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에요.”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미안해요.”그녀의 사과에 애 엄마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박민정이 기억을 잃어서 상대하기 쉬워졌다고 최현아는 생각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민정아, 너 일부러 이런 거지? 됐어. 다들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니,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게.”말을 마친 후 최현아는 다른 애 엄마들과 함께하던 일을 계속했다.박민정도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옆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지원 엄마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예찬 엄마가 대단하네. 나 같았으면 최현아와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텐데. 복도 참 많긴 하지. 호산 그룹과 IM 그룹의 대표인 유남준 같은 남편을 두었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할까?’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자, 당분간은 박민정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최현아가 애 엄마들에게 지시했다.행사가 시작된 후, 미소를 지으며 박민정에게 다가온 최현아가 케이크를 건네며 말했다.“민정아, 어서 먹어 봐. 이건 애 엄마들이 직접 만든 거야. 아주 맛있어.”박민정이 거절하기도 전에 박예찬이 경계심을 보이며 재빨리 다가왔다.“현아 이모, 엄마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케이크를 못 먹어요. 그냥 마음만 받을게요.”독이 들어 있을까 봐 박예찬은 두려웠다.‘비록 그럴 가능성이 작겠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박민정도 경계하며 말했다.“맞아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요. 의사도 이런 걸 먹지 말라고 해서.”그러자 최현아는 케이크를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알았어.”그녀는 박민정의 옆에서 서성이며 떠날 생각이 없었다.“언제쯤이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나랑 같이 쇼핑도 하고 놀러도 가고 그래야지.”최현아는 마치 친 언니처럼 그녀를 챙겼다.박민정은 조하랑을 통해 최현아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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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7화

박민정이 돌아왔을 때는 정민기가 도한 엄마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였다.박민정이 실종된 후에 최현아는 다른 애 엄마들과 함께 지원 엄마와 도한 엄마를 고립시켰다.하지만 지원과 도한은 박예찬과 달라서 고립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이 때문에 도한은 병까지 얻게 되었다.다행히 지원 엄마가 세 치 혀를 놀려 최현아의 환심을 산 덕에 지원은 유치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되었다.반면 도한 엄마는 아들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유치원에 보내야 했다.게다가 그곳은 환경도 별로 좋지 않았다.“저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말인가요?”박민정이 물었다.도한 엄마가 예전에 자신을 매우 지지했다는 사실과 자신과 최현아 사이의 불화를 박민정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정민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네. 맞아요.”최현아가 박민정에 대한 불만을 도한 엄마에게 돌렸던 것이었다.정민기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아무것도 기억 안 나서 그러는데 혹시 그녀의 연락처를 알고 있나요?”“물론이죠.”휴대폰을 꺼낸 정민기가 박민정에게 도한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다가 뭔가 생각나서 한마디 덧붙였다.“맞다. 민정 씨가 예전에 쓰던 휴대폰에도 애 엄마들 연락처가 있을 거예요.”‘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내가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남준 씨가 줬잖아.’배터리가 다 떨어진 데다 휴대폰을 볼 시간이 없어서 박민정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네. 한 번 봐야겠네요.”“그러세요.”서둘러 방으로 들어온 박민정은 자신이 원래 쓰던 휴대폰을 꺼내 충전한 후 지문으로 열었다.그러고는 자신의 소셜 계정에 로그인하였다.유남준이 그녀의 휴대폰에 손을 대지 않은 덕분에 예전의 채팅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애 엄마들의 단톡방에는 박민정과 지원 엄마, 도한 엄마, 그리고 손연서라는 사람이 있었다.단톡방에는 작년 이맘때쯤에 보낸 손연서의 메시지가 있었다.[민정 씨, 괜찮나요? 왜 아무 소식도 없어요?]그리고 지원 엄마가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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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8화

“미안해요. 바쁘다 보니 인제야 휴대폰을 켰네요. 민정 씨가 돌아와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요. 언제 모이나요? 저도 갈게요.”예전에 박민정이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해 도한 엄마는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비록 자기 아들이 최현아에 의해 쫓겨났지만, 그 이유를 박민정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박민정과 이들은 내일 유치원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다음 날 아침이 되자, 박민정은 이들과 만나려고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유남준이 그녀를 배웅하려 했지만, 그녀는 단칼에 거절했다.음식점에 도착하니 지원 엄마와 손연서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늦게 도착한 도한 엄마는 숨을 헐떡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죄송해요. 애가 아침에 늦잠 잔 탓에 유치원에 늦게 보내다 보니 인제야 오게 되었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 어서 앉아 목부터 축이세요.”손연서도 한마디 했다.“그래요. 도한 엄마의 상황을 저희가 다 이해해요.”도한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자리에 앉은 후 박민정이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제가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렸으니, 오늘에는 제가 쏠게요. 먹고 싶은 걸 주문하세요.”손연서가 능청스럽게 웃었다.“알았어요. 그렇다면 체면 차리지 않겠어요.”“당연한 거 아닌가요? 다들 친구인데.”박민정이 말했다.박민정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손연서와 몇몇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이들 눈에는 그녀가 1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박민정은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기억을 조금이나마 되찾길 바랐다.물론 도한 엄마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었고.부자와 결혼했던 도한 엄마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2명의 아이를 시부모와 같이 키우고 있었다.눈칫밥을 많이 먹어서인지 그녀는 많이 위축된 모습이었다.지원 엄마도 도한 엄마와 비슷한 처지였지만 다행히 말주변이 좋아서 너무 힘들어 보내지는 않았다.다들 주문을 마치고 근황에 관해 이야기했다.박민정이 먼저 솔직하게 털어놨다.“작년에 예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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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9화

“요즘에는 서로 자식 비교를 하는 것이 대세잖아요. 최현아를 건드려서 아이가 더 안 좋은 유치원으로 옮기게 된 것이 시댁 식구들은 도한 엄마 때문이라 생각해요. 도한 엄마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거죠.”손연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도 몰랐다가 사업 모임에서 우연히 들었어요. 도한 엄마의 시아버지는 똑 부러진 며느리를 찾으려고 도한 엄마에게 이혼까지 강요하고 있대요.”사소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을 몰랐던 박민정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정말 너무 하네요.”“도한 엄마가 얼마나 눈에 거슬렸으면 그랬겠어요.”손연서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이 문제는 도한 엄마의 집안일이니 민정 씨는 나서지 마세요.”도한 엄마의 시댁과 관련된 일이라 나서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박민정도 잘 알고 있었다.“도한을 좋은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게 돕는 것은 괜찮을 것 같은데.”많은 부모는 자녀들을 위한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고 있었다.학교마다 인원이 정해졌다 보니 당연히 인맥이 없는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감히 좋은 학교에 입학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건 괜찮죠.”손연서는 앞쪽 순위에 있는 초등학교를 나열하여 박민정에게 알려주었다.“민정 씨의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거예요. 매우 부유한 집안 자녀들이 아니면 이런 학교에 입학할 수 없거든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하지만 유남준과 붙어있는 것이 싫어 그에게 말해야 할지 말지 그녀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박민정과 손연서는 조금 전에 논의했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이들은 밥 먹고 쇼핑까지 마친 후 헤어졌다.집에 도착한 박민정은 명문 초등학교 입학 자격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니 명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천재이거나 힘 있고 빽있는 집안의 자식들이었다.학교 입학처에 전화해 봤지만, 상대방은 추천서가 있어야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다고 말했다.“면접도 봐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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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0화

두 장의 추천서를 받은 박민정의 입이 떡 벌어졌다.“정말 대단하네요.”그녀도 추천서를 받겠다고 나름 애써봤지만, 한 장도 받지 못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박민정이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면접은 어렵지 않을까요?”“이 추천서만 있으면 면접은 필요 없어.”이 한마디에 박민정은 자신 앞에 있는 남자가 우러러보였다.“너무 대단한데?”그녀는 진심으로 탄복했다.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다가간 유남준이 준수한 얼굴을 내밀며 물었다.“내가 도와줬으니 감사 인사를 안 할 거야?”박민정은 당황했다.‘감사 인사?’“저…”박민정은 우물쭈물 어쩔 바를 몰랐다.‘이 남자가 가진 게 많아서 딱히 필요한 것은 없어 보이는데. 대체 무슨 감사 인사를 하라는 건지.’유남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농담이야. 우리는 부부니까 그딴 거 필요 없어. 대신 내 얼굴에 키스해 주면, 기분 좋을 것 같은데.”‘키스?’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박민정은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그…”그에게 키스한다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박민정의 표정을 읽은 유남준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알았어. 이걸로 퉁 치자.”박민정이 민망해할까 봐 유남준은 서둘러 방에서 빠져나왔다.그가 나가고 나서야 박민정은 숨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후, 그녀가 나가보니 유남준은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이때 돌아온 진서연이 잘 놀았냐고 박민정에게 묻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저녁에 박민정은 추천서를 도한 엄마에게 주려고 배달원에게 부탁했다.그 시각, 도한 엄마는 집에 있었다.도한 엄마가 혼자 일하게 놔두라고 그녀의 시아버지가 가정부에게 지시했다.시어머니도 험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일하지 않는 자를 밥도 주지 말라는 것이 우리 가문의 가법이야.”도한 엄마는 억울했지만,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장연정에게 말했다.“아줌마, 제가 혼자 하면 되니 이만 쉬세요.”돈이 많으면서 이토록 인색한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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