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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3화

작가: 윤지
박민정은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

‘얘가 TV에서 그런 걸 봤다고?’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덥석 잡았다.

박민정이 손을 빼려 하자, 유남준이 말했다.

“민정아, 윤우 말이 맞아. 손잡는 것부터 시작하자.”

박윤우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박민정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박윤우가 계속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가는 내내 그녀의 손등과 손바닥은 땀으로 가득 찼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준이 놓아줄 리 없었다.

유남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윤우가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손잡고 있어도 되지?”

앞에서 걸어가던 박윤우가 뒤를 돌아보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거실로 들어오자, 불고기를 먹으려고 모여든 설인하와 다른 사람들이 손깍지를 낀 이 둘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민수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민정아, 설마 기억을 되찾은 거야?”

박민정은 민망한지 즉시 손을 뺐다.

“아직이야.”

“오.”

설인하와 민수아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불고기를 가지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거실에는 박민정과 유남준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박민정은 조금 어색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서연이 돌아왔는지 모르겠네. 제가 서연 방에 가볼게요.”

말을 마치고 진서연의 방에 가서 문을 두드렸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인기척이 없었다.

시간을 보니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해.’

유남준은 그녀와 얘기를 좀 더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민정은 내일 학부모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근 뒤 씻으러 갔다.

다음 날 아침,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려는 박민정을 유치원까지 태워주려고 유남준은 이른 아침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안 가요?”

박민정은 원래 택시 타고 가거나 아니면 기사에게 부탁해 유치원까지 갈 생각이었다.

“같은 방향이야.”

유남준은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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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2화

    “필요 없으니 이만 끊을게요.”홍주영은 차갑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집안 형편이 유씨 가문만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것도 아니었다.‘남우 도련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들었다면 내가 결코 이토록 적극적이지 않았을 텐데. 남우 도련님은 바보도 아니면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던 홍주영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고였다.유남우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기어코 자신에게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그 고집 때문이었다.한편, 휴대폰 너머에 있던 유남우는 편치 않은 마음으로 홍주영이 끊은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홍주영으로부터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한 하민재의 마음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내가 그렇게도 매력이 없단 말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하민재는 또 할머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놈아. 왜 주영을 화나게 한 거야? 주영의 말로는 너와 어울리지 않으니 그냥 친구로 남겠다던데.”전달받은 내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민재의 할머니는 최대한 완곡하게 말했다.하민재는 조금 당황했다.“제가 거절당했다는 말인가요?”“그걸 말이라고 해? 이 개자식아, 대체 왜 주영을 화나게 한 거야? 어서 그녀에게 사죄해! 한심해서 원. 내가 진주까지 가서 혼내야 정신 차릴 테냐? 주영의 할머니가 내 어렸을 적의 절친이니 그녀와 결혼하지 않겠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궁합도 봐야 한다면서요?”“궁합 보니 너와 잘 맞더라.”하민재의 할머니가 허풍을 보탰다.“내가 소개해 준 여러 여자 중에서 주영과의 궁합이 제일 좋아.”“알았으니까 이만 끊어요.”하민재는 짜증 내며 전화를 끊었다.여자를 차버린 적은 있어도 차인 적이 없었던 하민재가 소파에 앉아 홍주영의 마음을 되돌릴 궁리를 하고 있었다.…한편,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차에 앉아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가고 있었다.가는 도중 박민정은 하민재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1화

    하민재가 반응하기도 전에 홍주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씨 가문의 장남?”조금 전 하민재와 유남준이 다투고 있을 때 홍주영이 하민재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그는 사실 부잣집 아들이었다.그제야 하민재는 자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신분 위장하고 소개팅하러 나온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홍주영은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하씨 가문의 도련님과 소개팅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네요.”하민재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어차피 재미도 좀 봤으니, 그녀를 이만 잊는 것도 나쁘지 않아.’홍주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계산을 마친 뒤 자리를 떴다.홍주영이 떠나든 말든 하민재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듯하여 숨쉬기가 힘들었다.이때, 할머니의 전화가 걸려 왔다.“민재야, 주영과는 잘 돼가고 있는 거야? 괜찮다면 집에 와서 혼사를 논하자꾸나. 연말에 결혼하는 걸로 하고.”대부분 가문의 풍습은 늘 이런 식이었다.소개팅한 뒤 한두 달 연애하다가 결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민재는 고민하고 있었다.“할머니, 좀 더 얘기해 봐야 하니 조급해하지 마세요.”말을 내뱉자마자 그는 후회했다.‘아참, 그녀와 이제 끝이라고 말해야 했는데.’그의 말에 하민재의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주영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 많이 해. 이 할미가 점을 보니 주영이 너와 아주 잘 맞더라. 게다가 점쟁이 말로는 그녀가 우리 하씨 가문의 명예를 드높인다던데.”“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앞으로는 점 보러 좀 다니지 마세요.”하민재가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홍주영을 뒤쫓아나갔을 때는 그녀가 사라진 뒤였다.“걸음이 왜 그렇게 빨라?”하민재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모든 것이 내 잘못이구나. 신분을 숨기지 말아야 했는데.”그는 홍주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주영 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0화

    하민재의 말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을 눈치챘지만 박민정은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어렸을 때의 일들을 대부분 기억해요.”“그렇구나.”하민재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자, 옆에 있던 홍주영은 이 소개팅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연지석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던 하민재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왜 혼자 있어요? 유남준은 같이 안 왔나요? 민정 씨가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어쩌려고.”박민정은 하민재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한마디 내뱉었다.“화장실 갔으니 곧 올 거예요. 저 그러면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친 박민정이 자리를 뜨려고 돌아서자, 하민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나 보네.”그는 재빨리 뒤쫓아가 박민정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민정 씨, 어디를 그리 급히 가려고요? 저는 지석 형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은데.”하민재가 갑자기 자기 손목을 잡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할 얘기가 더 남았나요?”“지석 형을 받아들였다가 거절한 이유, 그리고 그를 기억에서 지운 이유를 설명하시죠.”하민재는 자신의 롤모델인 연지석이 박민정에게 현혹된 이유를 알고 싶었다.그에게 움켜잡힌 손목 부위가 박민정은 너무나 아팠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오해?”하민재는 쓴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지석 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좋아한 적이 있긴 했었나요?”하민재의 말을 통 알아듣지 못했던 박민정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하민재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보다 못한 홍주영이 하민재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민정 씨를 놔주세요.”박민정을 어렵게 만났기 때문에 하민재는 그녀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연지석의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해서 더욱 그러했다.바로 그때, 유남준이 박윤우와 함께 화장실 안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이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그는 잡고 있던 박윤우의 손을 놓은 후, 즉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39화

    번화한 거리에서 걷고 있던 세 식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그들 쪽으로 향했다.“와! 저 아이 너무 귀엽네요. 엄마 아빠도 잘생기고.”“그렇네요. 저 아이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인터넷 스타 같네요.”기분이 들떠있던 박윤우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려 하자 재빨리 마스크를 썼다.“엄마, 빨리 가.”박민정은 의아했다.“왜 그래?”“나중에 말해줄게.”박윤우가 박민정의 손을 잡아당기며 서둘러 도망가려 하자, 유남준이 박윤우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아이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얼굴을 드러내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일렀거늘. 너 때문에 나와 네 엄마도 숨어야 하잖아. 차라리 그냥 너 혼자 숨는 게 낫겠다.”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이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 박윤우는 유남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쓰레기 아빠, 앞으로는 제 도움받을 생각하지 마세요. 흥!”말은 그렇게 해도 박윤우의 마음속에는 유남준 생각뿐이었다.불고기 맛집에 도착한 세 사람은 VIP룸에 들어갔다.그제야 박윤우는 유남준의 가슴에 파묻었던 얼굴을 드러냈다.“아이고.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잖아.”“대체 무슨 일인데?”박민정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자, 박윤우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한 사실을 그녀에게 털어놨다.“엄마, 내가 라이브 방송해도 괜찮지?”돈을 주겠으니 라이브 방송을 그만두라고 고영란은 입이 닳도록 박윤우에게 말했었다.“괜찮고말고. 어린 나이에 라이브 방송까지 했다니. 너무 훌륭한데.”당근을 주고 나서 박민정은 채찍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렇지만 아직 어리니까 공부에 집중해야 해.”‘공부’라는 말에 박윤우는 머리가 아팠다.“알았어요. 엄마.”불고기가 나오자마자 다들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박민정이 박윤우의 그릇에 불고기를 담아주면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집어주었다.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배불리 먹고 나자, 박윤우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그 말에 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알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38화

    민수아가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서연아, 어디 가?”“밥 먹으러요.”진서연이 대답했다.“밥 먹으러 간다고? 너 밥 먹었잖아.”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민수아의 말에 진서연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보다 못한 설인하가 민수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수아 씨, 바보예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을 이어주겠다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내뱉었으니, 바보가 맞았다.민수아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아까 밥을 많이 안 먹었지? 민기 씨와 함께 밖에서 많이 먹어.”‘내가 돼지야?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민기 씨가 싫어하지는 않겠지?’쓸데없는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정작 그녀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정민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러면 불고기 먹으러 갈까요? 남으면 가져와서 배고플 때 먹어도 되고.”그의 말을 듣고서야 빨개졌던 진서연의 얼굴이 서서히 가라앉았다.“네. 그렇게 해요.”진서연은 여장부의 모습을 거두려고 일부러 작은 발걸음으로 걸었다.박민정이 눈치채고 미소를 지었다.“둘이 정말 잘 어울리네.”“그러게. 빨리 연인 사이로 발전하여 결혼하면 좋을 텐데. 다들 결혼하니까 얼마나 좋아.”설인하는 민수아의 말을 그저 웃어넘겼다.그녀는 방성원과 이혼하려 했지만, 방성원이 이혼을 거부하고 있었다.물론 이혼소송을 할 수도 있었으나, 방은정의 양육권이 방성원에 넘어갈 게 뻔해서 설인하에게 불리했다.진서연이 나간 후 박민정은 산책 좀 하다가 방에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유남준은 박민정과 대화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 탓에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당연히 노크도 해봤지만, 그녀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일 있으면 내일 얘기하고 이만 쉬세요.”문 너머에 있던 박민정의 말에 유남준은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알았어.”이때, 박윤우가 유남준에게 다가왔다.“쓰레기 아빠, 아직도 엄마의 마음을 얻지 못했구나.”유남준은 박윤우에게 도움을 청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37화

    유남준이 흔쾌히 승낙하는 것을 본 몇몇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도 전에 이 얘기를 꺼낸 적이 있지만 유남준은 회사가 연애하는 곳이 아니라며 단칼에 거절했었다.유남준이 박민정을 많이 무서워하는 것이 확실했다.한편, 정민기의 방 앞까지 찾아간 진서연은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그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더니 바로 열렸다.“왜 문이 열려 있지? 어디 갔나?”진서연은 조금 당황했다.그녀가 다시 나가려고 문을 닫으려던 순간, 타올을 걸친 정민기가 화장실 안에서 걸어 나왔다.정민기의 튼튼하고 강한 근육을 바라본 순간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저… 문이 안 잠겼길래… 일부로 들어온 건 아니고. 샤워하는 줄 몰랐어요.”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을 더듬던 진서연은 나가려고 뒤돌아섰다.다행히 정민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 그렇구나. 옷 갈아입을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네.”진서연은 그를 등진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그녀는 그제야 심호흡하며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혔다.‘낮에 뭔 얼어 죽을 샤워야. 망측해서 원. 하여튼 부끄러움은 내 몫이라니까. 그나저나 몸매는 정말 끝내주네. 어떻게 운동했기에 이 정도로 관리가 잘 된 걸까?’진서연이 얼마나 오만가지 잡생각에 사로잡혔으면 정민기가 옷을 다 갈아입고 자신에게 다가올 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했다.정민기가 진서연의 어깨를 툭툭 치자, 진서연은 화들짝 놀랐다.“무슨 생각 해요?”정민기가 손을 내리며 말했다.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진서연이 뒤돌아섰다.그가 옷을 입은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청첩장을 건넸다.“이건 이달 15일에 있을 수아 씨와 다희 씨의 결혼식 청첩장이에요.”진서연이 청첩장을 정민기에게 건네고 나가려고 할 때 정민기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 서연 씨도 결혼식에 갈 거죠?”사실 정민기는 시끌벅적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진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36화

    박민정이 박예찬의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하랑이 박민정에게 전화했다.“민정아, 요즘은 예전과 달라. 애 엄마들은 하나같이 속물이야. 다들 최현아 쪽에 붙었어.”‘최현아?’박민정이 묻기도 전에 조하랑이 물었다.“참. 최현아가 누군지 기억하지?”박민정은 조금 당황했다.“모르겠는데.”조하랑은 피가 거꾸로 솟을 뻔했다.‘어휴. 역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네.’“누구냐면… 그녀는 유남준 사촌 형의 아내야. 어쨌든 좋은 사람은 아니야. 예전에 너를 많이 괴롭혔어.”“알았어.”‘좋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학부모 회의에서는 간계를 부리지 않겠지.’박민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실이 증명하듯 그녀의 생각은 짧았다.박민정이 괴롭힘을 당할까 봐 조하랑은 심히 걱정되었다.“내가 내일에 다른 일이 있어서 너와 함께 가지 못하겠어. 아니면 거절하고 가지 마.”“안돼. 다른 애 엄마들은 다 가는데 나만 안 간다면 예찬이 너무 불쌍하잖아.”박민정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박민정에게 말하는 것 외에 조하랑도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물론 여자들의 기싸움을 조심하라는 말을 보태는 것을 잊지 않았다만.“알았어.”박민정은 아무 생각 없이 답한 후,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기까지 했다.저녁이 되자, 박윤우가 박민정에게 졸랐다.“엄마, 형의 학부모 회의에 다녀온 후 나의 학부모 회의에도 와줘.”“알았어.”박민정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자, 박윤우는 그제야 흡족해했다.이때, 민수아가 서프라이즈를 하려는 듯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방 안에서 걸어 나왔다.모두가 의아해하자, 민수아는 감추고 있던 청첩장을 그들에게 보여줬다.“여러분, 다희와 제가 드디어 결혼 날짜를 잡았어요. 이달 15일에 결혼할 예정이니 꼭 참석해 주세요.”이미 알고 있던 유남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와! 이렇게나 빨리요? 축하해요.”모두의 축하에 민수아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35화

    박민정이 정반대의 말을 한다고 생각한 이지원의 뻔뻔스러움은 극치에 달했다.“어쨌거나 저는 무난하게 살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없어요.”당연히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었다.많은 고통을 겪다 보니 너무 괴로워서 쓸데없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더구나 올해 들어 유남우의 도움으로 연예계에서 꽤 잘나간 탓에 이제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이 얘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박민정의 물음에 이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를 용서해 준다면 앞으로는 조용히 살겠다고 약속할게요. 물론 민정 씨의 말도 잘 들을 거고요.”“저는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으니 이만 가보세요.”박민정은 차갑게 대답했다.이지원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녀를 쉽게 용서하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박민정이 여전히 예전처럼 마음이 여리다고 생각한 이지원은 바닥에서 일어났다.“민정 씨, 저는 그러면 가볼게요.”“그러세요.”박민정은 그녀가 나가는 뒷모습을 쳐다보았다.이지원이 나가자, 박민정이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유남준은 서둘러 병실로 들어갔다.“이지원이 뭐라 한 거야?”유남준이 다짜고짜 물었다.“널 때린 건 아니지?”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아직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이지원이 조금 전에 한 말을 그녀는 유남준에게 말하지 않았다.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나에게 얘기해. 이지원은 겉과 속이 달라. 넌 지금 기억을 잃은 상태라 그녀의 말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돼.”“저도 알아요.”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함께 병원을 빠져나왔다.이지원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자, 박민정은 당시 사건을 파헤치려고 정민기를 찾아갔다.“제 사건은 윤소현과 이지원, 그리고 유남우가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 민기 씨가 좀 더 깊게 조사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하지만…”정민기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시간이 많이 흐르다 보니 빠른 기간 내 알아내기는 어려울 거예요.”“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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