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우는 문 구멍을 통해 바깥을 살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할아버지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잠이나 푹 자라. 뭐 하고 있는 거냐?”“할아버지, 안 주무세요?”“이 늙은이는 여섯 시간만 자면 충분해.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고 아무 때나 잘 수 있어.”김훈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는데 병에 걸렸다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김인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됐어, 한숨 쉬지 말고 하랑이랑 같이 침대에서 자라. 바닥에서 자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이 말에 조하랑과 김인우 둘 다 당황했다.조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또 이러시면 저 할아버지 안 볼 거예요.”김인우도 맞장구쳤다.“맞아요, 우리 둘 다 할아버지랑 안 놀아줄 거예요.”정말이지, 나이가 들면 철든다더니, 이 할아버지는 정반대였다. 이렇게 사람을 들들 볶다니.김훈은 이 말을 듣고는 일부러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아휴, 늙으니 손자한테까지 미움받네... 참, 세월이 야속하다...”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는데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그 쓸쓸한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던 조하랑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를 따라가 위로해드리려 했다.하지만 김인우가 그녀를 막아서며 말했다.“또 마음 약해지지 마요. 우리 할아버지 성격 몰라요? 다 일부러 저러는 거예요.”최근 김인우는 할아버지가 말한 병들이 모두 꾸며낸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아냈다.조하랑은 발걸음을 멈췄다.“생각해보니 맞네요. 할아버지는 진짜 연기 대장이세요.”그녀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지만 바닥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김인우를 보고 마음이 쓰였다.“인우 씨도 침대에서 자요. 우리 각자 한쪽씩 쓰면 되잖아요.”그도 그럴 것이, 방 안 난방이 끊겨 지금은 초봄이라 꽤 쌀쌀했다. 김인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괜찮긴 한데, 또 나 때리는 거 아니에요?”예전에 김인우가 잠결에 조하랑을 안았고 그녀가 그걸 발견고는 제대로 혼내준 적이 있었다.조하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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