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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 Bab

제1291화

“하아...”임가희는 가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연지를 데리고 설윤 씨에게 직접 사과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설윤 씨가 오해를 했고 화가 난 채로 경주를 떠나버렸어요. 어디로 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아가씨가 밖에서 누군가에게 속거나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최국환이 물었다.“다친 곳은 없나?”“저는... 저는 다치지 않았어요.”“굳이 설윤을 감싸주지 않아도 돼. 설윤이 당신을 찌르고 겁에 질려 도망친 거지?”임가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설윤 씨도 순간적인 충동이었을 거예요. 아직 어리잖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최국환은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당신은 정말 너무 착해. 감히 당신을 다치게 하다니. 도망쳤다면 다시 돌아올 생각도 말아야지. 당신도 더는 이 일로 신경 쓰지 말고 몸이나 잘 회복해.”“여보, 설윤 씨가 먼 곳으로 간 게 아니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당신도 참, 아직도 다른 사람 걱정을 하고 있다니?”“다른 사람은 상관없지만... 설윤 씨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당신이 마음 아플까 봐요.”최국환은 마음이 흔들리며 말했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야. 그러니 다른 사람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몸이나 잘 챙겨. 알겠지?”“응, 알겠어요.”부부는 집안일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뒤 통화를 마쳤다.임연지는 감탄하며 말했다.“고모, 이 수법은 정말 대단해요!”몇 마디 말로 진실을 뒤바꾸고 고모부가 설윤을 싫어하게 만들다니.임가희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앞으로 이런 건 배워둬야 해. 알겠니?”“알겠어요, 고모.”“하지만 아직 방심할 때는 아니야. 반드시 설윤을 찾아서 그 여자 아이를 없애야 해.”임가희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고모가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보냈으니 분명 찾게 될 거예요.”...“엄마, 아빠는 왜 저를 보러 오지 않아요?”메이슨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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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정말 착하네. 자, 어서 들어가자.”매 여사의 집은 10층에 위치한 방 3개와 거실 1개로 구성된 아파트였고 정교하게 꾸며진 인테리어 덕분에 매우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남편은 오늘 출근해서 집에 없어요. 지금 집에는 나랑 무영이뿐이에요.”매 여사는 지문 인식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안쪽을 향해 외쳤다.“무영아, 온 아줌마랑 메이슨 오셨어.”곧 무영이가 총총걸음으로 달려 나왔다.“아줌마, 안녕하세요. 메이슨, 이리 와서 같이 애니 보자!”집 안은 난방이 잘 되어 몹시 따뜻했고 온하랑은 메이슨의 패딩을 벗겨 주며 말했다.“가서 무영이 형이랑 놀아.”“네.”메이슨은 아직 어색한 듯 소파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거실에서는 영어로 된 애니가 재생되고 있었는데 익숙한 언어가 그의 긴장을 조금 덜어주었다.‘무영이 형은 정말 친절해.’매 여사는 과일을 먹기 좋게 자르고 접시에 담은 후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메이슨, 여기 과일 좀 먹어.”“감사합니다, 아줌마.” 메이슨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괜찮아. 여기 둘 테니까 먹고 싶을 때 알아서 집어 먹으렴.”안무영은 이쑤시개로 멜론 한 조각을 찔러 입에 넣더니 또 하나를 메이슨에게 건넸다.“여기.”“고마워, 형.”온하랑의 시선이 식탁 위에 놓인 오븐, 도마, 그리고 반죽으로 향했다.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베이킹하려는 거예요?”“네, 주말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종종 이런 걸 만들곤 해요. 이번엔 제 손맛 좀 보시겠어요?”“대단하네요. 저도 해봐도 될까요?”“물론이죠.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그렇게 메이슨과 안무영은 소파에서 나란히 앉아 애니를 보고 온하랑은 매 여사와 함께 베이킹을 배우며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서른 즈음 되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는데 깔끔한 정장을 입고 키가 훤칠하며 잘생긴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온하랑을 보고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어... 손님이 있었네요?”“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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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강씨 대표의 사무실은 공기가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안승현은 깊은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제 추측이 맞다면 서이안 씨를 의도적으로 가까이하려 했을 겁니다. 서이안 씨의 친구라는 명목으로 저를 몰래 조사하려는 거죠.”책상 뒤에서 강기우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다리를 교차하고 여유롭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가끔 다리를 흔들고 팔꿈치를 팔걸이에 기댄 채 손등으로 턱을 받쳐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강기우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자 안승현은 불안한 표정으로 목소리의 조급함이 묻어났다.“강 대표님, 저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강기우는 느리게 시선을 들어 안승현을 바라보았다.“내 아버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겠어?”안승현은 잠시 망설이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감히 물어볼 수도 없어서 그저 명령대로 따랐습니다.”“알았어. 이젠 돌아가라. 네 할 일이나 잘하고 실수하지 마.”“...네.”안승현은 뒤돌아 문을 향해 걸어갔으나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강 대표님, 반드시 빨리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그들은 한배를 탄 관계였기에 만약 그가 발각되면 강 씨 가문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강기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 걱정하지 마.”안승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문이 닫히고 나서 강기우는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고 짙고 어두운 눈빛으로 깊은 생각에 잠긴 후 전화를 걸었다.“면회 신청을 준비해 줘. 아버지를 면회하러 갈 거야.”교도소 면회실에서는 유리 앞에 몇 명씩 앉아 마이크로 유리 너머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분노에 차서 꾸짖고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강기우는 자리를 고른 후 유리 앞에 앉아 기다렸다.1분 후 유리 너머에서 경호원에 의해 교도소 옷을 입은 강시우가 들어와 강기우와 마주 앉아 마이크를 집어 들고 말했다.“기우야.”“아버지.”부자는 유리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강기우는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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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바 테이블 앞에는 몇 명의 젊은 남자들이 앉아 수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은 가끔 술집의 한 방향을 힐끗 바라보며 웃음소리를 흘렸다.“...정말 예쁘네요. 혼자 온 건가요?”“어이 저기 봐요. 화장실 가는 거 같지 않아요?”“좋은 기회네요. 가서 말을 걸어보고 카카오톡 아이디라도 달라고 해볼까요?”그들이 쳐다보는 시선 끝에 술집 구석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예쁜 여자가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이 지역은 거리가 번화하고 많은 행인들이 혼잡하게 지나가며 숨어 있기 딱 좋은 곳이었다.설윤은 어제 도착해 작은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체크아웃 후 바로 이 술집에 숨어 있었다.방금 들어온 그 남자들이 설윤을 찾으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됐다.설윤은 마음이 복잡해져 화장실로 들어갔고 갑자기 한 손이 그녀의 입을 덮으며 옆에서 나타났다.순간 설윤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솟구쳤다.손발이 움직일 새도 없이 그녀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화장실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뒤에서 남자가 큰 손으로 문을 잠갔다.‘이런. 나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이건 그냥 변태잖아.’설윤은 팔꿈치를 뒤로 세게 밀고 발을 들어 차려고 했지만 뒤의 남자는 쉽게 피하며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꽉 붙잡아 문에 밀어붙였다.“움직이지 마.”설윤은 잠시 멈칫하며 코끝에서 피가 섞인 냄새를 맡았다. 남자의 손에서 나는 듯했다.잠시 망설이다가 갑자기 바깥에서 몇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화장실에는 없어.”“가자.”“잠깐만...혹시 반대로 생각해서 여자 화장실에 숨은 거 아닐까?”설윤은 아까 들어온 그 남자들이 그녀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그녀 뒤에 있는 사람을 찾으러 온 것이었음을 깨달았다.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그들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자 설윤은 숨을 죽이며 조금이라도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좁고 조용한 공간에서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의 발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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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화장실의 다른 칸들이 모두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경호원은 유일하게 문이 닫혀 있는 칸 앞에 다가가 손을 들고 문을 두드리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나와!”“꺼져!”칸 안에서 성난 남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경호원은 순간 멈칫했다.‘여자 화장실 칸 안에 남자가 있다고?’의아해하는 찰나 이번에는 달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응...정말 김새게 하네... 아... 자기야 빨리 좀 해줘요...”경호원은 온몸에 전율이 일며 순간적으로 당황했다.‘그만두자.’알고 보니 그냥 한 쌍의 연인이 여기서 정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고 술집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기에 경호원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여자 화장실을 나왔다.그래도 찝찝한 마음에 남자 화장실까지 확인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그들은 끝내 목표를 찾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술집을 떠났다.“그들이 갔어요.”남자가 말했다.“네. 고마워요.”설윤은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다.“설윤 씨?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최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두 사람의 동시에 말했고 설윤은 눈앞의 초췌한 최동철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짓하고 말했다.“저요? 당신 새어머니한테 쫓겨나서 여기까지 도망 온 거예요. 방금 그 사람들도 임 여사가 보낸 거고요.”최동철은 볼의 피를 닦아내며 설윤을 흘겨보았다.“그 늙은이가 가만히 있어요?”설윤은 고개를 저었다.“국환 씨는 그때 경주에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뭐... 임 여사가 하는 말이 곧 법이겠죠. 아마 내 등에 온갖 더러운 누명이 씌워졌을걸요. 그런데 당신은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출장 중에 누군가의 표적이 됐어요.”최동철은 짧게 대답했다.“그럼 국환 씨에게 사람을 보내달라고 연락은 해봤어요?”최동철은 설윤을 힐끗 바라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순진하군요. 지금 나를 가장 원하지 않는 사람은 바로 저의 아버지예요.”그가 돌아가지 못하면 최국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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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6화

“거기 누구야?”그들에게 들킬까 봐 최동철은 즉시 피해서 떠났다.“쫓아!”밤이 깊어지며 타운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쇼핑하거나 저녁 식사를 위해 거리를 거닐고 학원에서 나온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함께 거리를 돌았다.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노골적으로 추격할 수 없었다. 최동철은 그 틈을 이용해 사람들 속을 이리저리 빠져나갔고 주변의 복잡한 길들을 따라 추격자를 따돌렸다.뒤쪽에서 추격자가 사라지자 최동철은 그 틈을 타 인근 작은 골목으로 빠져나갔다.갑자기 앞쪽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이며 날카로운 칼날이 날아왔다.최동철은 즉시 몸을 피했지만 칼날이 그의 팔을 스쳐 지나가며 외투와 안에 입고 있던 옷까지 찢어지고 피부까지 상처를 입혔다.상처를 힐끗 살펴본 후 최동철은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곳에는 한 명만 있었고 아마 가까운 곳에서 그를 가로막으려던 사람일 것이다.최동철은 손목을 돌려 가볍게 풀었고 순간 긴장감이 고조되며 그는 팔꿈치를 뻗어 상대의 손목을 단번에 잡았다.상대는 칼을 휘두르며 다시 최동철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최동철은 몸을 돌려 피한 뒤 기회를 노려 상대의 등을 팔꿈치로 세게 박았고 상대는 신음하며 몇 걸음 앞으로 휘청거렸지만 그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시 최동철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었다.최동철은 신속하게 결단을 내리고 싸움을 빨리 끝내기로 했다. 너무 오래 끌면 상대의 동료들이 오게 되고 그만큼 더 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한 번의 빈틈으로 칼날이 최동철의 어깨를 찔렀다.최동철은 그 틈을 타 상대의 손목을 움켜잡고 무릎을 상대의 복부에 강하게 박았다. 그 후 상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아래로 끌어내리며 팔꿈치로 상대의 뒤통수를 세게 가격했다.상대는 땅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했고 최동철은 망설임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상대가 최동철의 다리를 붙잡아 최동철은 못 가게 했지만 최동철은 상대의 머리를 발로 찼고 상대는 일어나지 못했다.최동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장을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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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모텔의 엘리베이터는 입구 바로 앞에 있어 카드 없이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얼마 전 한 잘생긴 남자가 들어왔고 그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올라갔다. 프런트 직원은 그를 한 번 더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손님 참 잘생겼네. 왜 전에 본 적이 없지?’그때 직원은 잠시 그를 부를지 고민했지만 이 남자가 어제 체크인한 손님일 수도 있고 자신이 점심시간에 잠깐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런 생각을 하던 중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최동철 씨는 아마 친구 만나러 간 거겠죠. 저희도 올라가요.”리더인 남자는 동료와 눈을 맞추고는 눈짓을 보냈고 그들은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인원이 너무 많아요. 방을 잡고 올라가세요. 아니면 경찰을 부를 거예요.”‘그 잘생긴 남자 한 명만 올라갔으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방에 들어가겠냐?’리더는 상황을 보고 돌아서서 말했다.“알겠어요. 트윈룸 두 개로 예약해 주세요.”“등록증을 주세요.”남자가 등록증을 내자 프런트 직원은 컴퓨터에서 방을 예약하기 시작했다.리더인 남자는 동료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다.“둘째, 동철한테 전화해서 친구가 어느 방에 있는지 물어봐 줘요.”동료는 전화를 꺼내고 30초 후 말했다.“전화가 안 돼요. 안 받아요.”리더는 다시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모니터에서 최동철이 어떤 방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나요?”프런트 직원은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그 친구 이름이 뭐예요?”“저희도 몰라요. 그가 이곳에 친구가 있다고 했고 우리에게 놀러 오라고 했는데 최동철은 먼저 가버렸어요.”프런트 직원은 방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모니터 확인은 사장님만 할 수 있어요. 먼저 방에 가서 쉬세요. 사장님이 나중에 연락할 거예요.”그들은 서로 눈을 맞추고 한마디도 없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알겠어요.”엘리베이터 안에서 리더가 말했다.“최동철 씨가 다쳤으니까 상대하기 쉬워요. 우리가 네 명으로 나눠서 각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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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8화

“먼저 부 대표님께 보고하고 대표님의 지시를 기다리죠.”...모텔의 어느 방에서 설윤은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그들은 잠시 나갔어요.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어요.”“네. 고마워요.”최동철은 싱글 침대에 기대어 팔꿈치를 눈에 대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당신 너무 크게 다쳤어요. 이렇게 놔두면 안 돼요. 병원에 가서 봉합해야 해요.”설윤은 그의 어깨에 난 상처를 보았고 그 주위를 감싼 천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괜찮아요. 번거롭게 해줘서 미안하지만 나한테 외상 약이랑 붕대 소염제 좀 사다 줄 수 있어요? 상처가 깊지 않아서 봉합은 필요 없어요.”최동철은 팔을 내리고 흐릿한 시선으로 설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해도 괜찮은 거예요?”설윤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혹시 치료를 잘못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해요?”“그건 설윤 씨가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알았어요.”설윤은 슬그머니 최동철을 째려보았고 선의를 몰라주는 그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약 사올게요. 당신은 방에서 아무도 문을 열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누구라도 문을 두드리면 열지 말고요. 알겠죠?”“네.”최동철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지친 듯 눈을 감았다.최동철이 아직 방 안에 있는 관계로 설윤은 방 키를 챙기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모텔 밖으로 나가자 설윤은 무심코 주변을 살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일 매점 앞에서 익숙한 인물을 발견했다.그들은 멀리 가지 않았고 모텔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설윤은 기억을 더듬어 이 길을 따라 몇백 미터만 가면 약국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약을 사서 모텔에 돌아가면 그들이 의심할 것 같았다.그래서 설윤은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일부러 일이 있어 나온 척했다.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설윤은 바로 탑승해 세 정거장을 지나 모텔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그리고 주변 약국을 찾았다.설윤은 여러 가지 약을 사고 결제한 후 비닐봉투를 들고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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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9화

최동철은 그 말을 듣고 샤워기를 틀었다.설윤은 간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 위에 놓인 칼을 가렸고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걸어가 문을 여니 예상대로 복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방 안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키우는 햄스터가 실수로 도망쳤는데, 혹시 보셨나요?”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금 밖에 나갔다 와서요. 잘 모르겠네요. 남편한테 물어봐 드릴게요.”그녀는 욕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 혹시 햄스터가 들어오는 거 봤어?”샤워기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설윤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여보, 작은 햄스터가 들어온 거 못 봤어?”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머리를 빼고 남자에게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못 봤대요. 다른 곳도 한번 찾아보세요.”“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의심 없이 돌아섰다.최동철처럼 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숨겨줄 이는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설윤은 차분히 문을 닫고 귀를 문에 붙여 조심스럽게 소리를 들었다. 남자가 정말로 떠났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갔으니 나와요.”그리고 테이블로 가서 비닐봉지 안에서 약들을 꺼냈다. “자요, 여기 이 약들이 충분한지 확인해봐요.”최동철은 뒤에서 걸어나와 약의 종류와 양을 살펴봤다.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설윤은 생수를 주전자에 붓고 버튼을 눌렀다. “제가 약 발라줄까요?”“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최동철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수락하고 천천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그가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설윤이 다가가 도와주었다. 그녀는 그의 겉옷을 벗기고 벽걸이에 걸었다.안에는 짙은 회색 니트가 있었고 상처 부위는 터져 피로 얼룩져 있었다. 니트를 벗으려면 팔을 들어야 했기에 설윤은 그의 어깨 상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잘라낼까요? 이 옷은 이미 알아본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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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최동철이 말했다.“그럼 내일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제가 도와드릴게요.”약을 다 바른 뒤, 설윤은 그에게 거즈를 감아주며 말했다. “됐어요, 이제 좀 쉬세요.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어디 가려고요?” 최동철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가희 쪽 사람들이랑 마주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요.”“필요한 물건을 좀 사야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설윤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 인간들 손아귀에서 도망쳐 나온 제가 다시 잡힐 것 같아요?”최동철은 그녀가 방금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을 힐끗 보며 물었다. “왜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 거예요?”“이미 기회를 놓쳤어요. 제가 뭐라 해도 믿지 않을걸요?”“그럼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아요?”“당연히 괜찮지 않죠.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기회만 생기면 반드시 다시 돌아갈 거예요.”“성공하길 바라요.” 최동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돈은 있어요? 부족하면 제 카드를 써요.”설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조금만 써도 돼요?”돈이야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니까.최동철은 벽에 걸린 외투를 가리켰다. “지갑은 저기 외투 주머니에 있으니까 직접 꺼내요. 현금은 많지 않지만 블랙카드는 비밀번호가 필요 없어요. 사람이 적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을 거예요.”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니 고급 가죽의 촉감이 손에 닿았다.“얼마든지 뽑아도 괜찮아요?”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물론이죠.”“최 대표님, 참 후하시네요.”“제 목숨은 값으로 따질 수 없으니까요.”설윤은 밖으로 나갔다.최동철은 항생제를 먹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워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했던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깨어났다.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 시였다.설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최동철이 일어나 그녀를 찾으러 갈까 고민하던 찰나, 설윤이 돌아왔다. 그녀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늦었네요.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없었어요.” 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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