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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1화

Author: 고운
“하아...”

임가희는 가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연지를 데리고 설윤 씨에게 직접 사과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설윤 씨가 오해를 했고 화가 난 채로 경주를 떠나버렸어요. 어디로 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아가씨가 밖에서 누군가에게 속거나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최국환이 물었다.

“다친 곳은 없나?”

“저는... 저는 다치지 않았어요.”

“굳이 설윤을 감싸주지 않아도 돼. 설윤이 당신을 찌르고 겁에 질려 도망친 거지?”

임가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설윤 씨도 순간적인 충동이었을 거예요. 아직 어리잖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최국환은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너무 착해. 감히 당신을 다치게 하다니. 도망쳤다면 다시 돌아올 생각도 말아야지. 당신도 더는 이 일로 신경 쓰지 말고 몸이나 잘 회복해.”

“여보, 설윤 씨가 먼 곳으로 간 게 아니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당신도 참, 아직도 다른 사람 걱정을 하고 있다니?”

“다른 사람은 상관없지만... 설윤 씨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당신이 마음 아플까 봐요.”

최국환은 마음이 흔들리며 말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야. 그러니 다른 사람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몸이나 잘 챙겨. 알겠지?”

“응, 알겠어요.”

부부는 집안일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뒤 통화를 마쳤다.

임연지는 감탄하며 말했다.

“고모, 이 수법은 정말 대단해요!”

몇 마디 말로 진실을 뒤바꾸고 고모부가 설윤을 싫어하게 만들다니.

임가희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이런 건 배워둬야 해. 알겠니?”

“알겠어요, 고모.”

“하지만 아직 방심할 때는 아니야. 반드시 설윤을 찾아서 그 여자 아이를 없애야 해.”

임가희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고모가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보냈으니 분명 찾게 될 거예요.”

...

“엄마, 아빠는 왜 저를 보러 오지 않아요?”

메이슨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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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위태로운 제안   제1292화

    “정말 착하네. 자, 어서 들어가자.”매 여사의 집은 10층에 위치한 방 3개와 거실 1개로 구성된 아파트였고 정교하게 꾸며진 인테리어 덕분에 매우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남편은 오늘 출근해서 집에 없어요. 지금 집에는 나랑 무영이뿐이에요.”매 여사는 지문 인식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안쪽을 향해 외쳤다.“무영아, 온 아줌마랑 메이슨 오셨어.”곧 무영이가 총총걸음으로 달려 나왔다.“아줌마, 안녕하세요. 메이슨, 이리 와서 같이 애니 보자!”집 안은 난방이 잘 되어 몹시 따뜻했고 온하랑은 메이슨의 패딩을 벗겨 주며 말했다.“가서 무영이 형이랑 놀아.”“네.”메이슨은 아직 어색한 듯 소파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거실에서는 영어로 된 애니가 재생되고 있었는데 익숙한 언어가 그의 긴장을 조금 덜어주었다.‘무영이 형은 정말 친절해.’매 여사는 과일을 먹기 좋게 자르고 접시에 담은 후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메이슨, 여기 과일 좀 먹어.”“감사합니다, 아줌마.” 메이슨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괜찮아. 여기 둘 테니까 먹고 싶을 때 알아서 집어 먹으렴.”안무영은 이쑤시개로 멜론 한 조각을 찔러 입에 넣더니 또 하나를 메이슨에게 건넸다.“여기.”“고마워, 형.”온하랑의 시선이 식탁 위에 놓인 오븐, 도마, 그리고 반죽으로 향했다.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베이킹하려는 거예요?”“네, 주말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종종 이런 걸 만들곤 해요. 이번엔 제 손맛 좀 보시겠어요?”“대단하네요. 저도 해봐도 될까요?”“물론이죠.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그렇게 메이슨과 안무영은 소파에서 나란히 앉아 애니를 보고 온하랑은 매 여사와 함께 베이킹을 배우며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서른 즈음 되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는데 깔끔한 정장을 입고 키가 훤칠하며 잘생긴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온하랑을 보고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어... 손님이 있었네요?”“소개할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293화

    강씨 대표의 사무실은 공기가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안승현은 깊은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제 추측이 맞다면 서이안 씨를 의도적으로 가까이하려 했을 겁니다. 서이안 씨의 친구라는 명목으로 저를 몰래 조사하려는 거죠.”책상 뒤에서 강기우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다리를 교차하고 여유롭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가끔 다리를 흔들고 팔꿈치를 팔걸이에 기댄 채 손등으로 턱을 받쳐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강기우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자 안승현은 불안한 표정으로 목소리의 조급함이 묻어났다.“강 대표님, 저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강기우는 느리게 시선을 들어 안승현을 바라보았다.“내 아버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겠어?”안승현은 잠시 망설이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감히 물어볼 수도 없어서 그저 명령대로 따랐습니다.”“알았어. 이젠 돌아가라. 네 할 일이나 잘하고 실수하지 마.”“...네.”안승현은 뒤돌아 문을 향해 걸어갔으나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강 대표님, 반드시 빨리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그들은 한배를 탄 관계였기에 만약 그가 발각되면 강 씨 가문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강기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 걱정하지 마.”안승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문이 닫히고 나서 강기우는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고 짙고 어두운 눈빛으로 깊은 생각에 잠긴 후 전화를 걸었다.“면회 신청을 준비해 줘. 아버지를 면회하러 갈 거야.”교도소 면회실에서는 유리 앞에 몇 명씩 앉아 마이크로 유리 너머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분노에 차서 꾸짖고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강기우는 자리를 고른 후 유리 앞에 앉아 기다렸다.1분 후 유리 너머에서 경호원에 의해 교도소 옷을 입은 강시우가 들어와 강기우와 마주 앉아 마이크를 집어 들고 말했다.“기우야.”“아버지.”부자는 유리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강기우는 턱

  • 위태로운 제안   제1294화

    바 테이블 앞에는 몇 명의 젊은 남자들이 앉아 수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은 가끔 술집의 한 방향을 힐끗 바라보며 웃음소리를 흘렸다.“...정말 예쁘네요. 혼자 온 건가요?”“어이 저기 봐요. 화장실 가는 거 같지 않아요?”“좋은 기회네요. 가서 말을 걸어보고 카카오톡 아이디라도 달라고 해볼까요?”그들이 쳐다보는 시선 끝에 술집 구석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예쁜 여자가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이 지역은 거리가 번화하고 많은 행인들이 혼잡하게 지나가며 숨어 있기 딱 좋은 곳이었다.설윤은 어제 도착해 작은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체크아웃 후 바로 이 술집에 숨어 있었다.방금 들어온 그 남자들이 설윤을 찾으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됐다.설윤은 마음이 복잡해져 화장실로 들어갔고 갑자기 한 손이 그녀의 입을 덮으며 옆에서 나타났다.순간 설윤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솟구쳤다.손발이 움직일 새도 없이 그녀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화장실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뒤에서 남자가 큰 손으로 문을 잠갔다.‘이런. 나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이건 그냥 변태잖아.’설윤은 팔꿈치를 뒤로 세게 밀고 발을 들어 차려고 했지만 뒤의 남자는 쉽게 피하며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꽉 붙잡아 문에 밀어붙였다.“움직이지 마.”설윤은 잠시 멈칫하며 코끝에서 피가 섞인 냄새를 맡았다. 남자의 손에서 나는 듯했다.잠시 망설이다가 갑자기 바깥에서 몇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화장실에는 없어.”“가자.”“잠깐만...혹시 반대로 생각해서 여자 화장실에 숨은 거 아닐까?”설윤은 아까 들어온 그 남자들이 그녀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그녀 뒤에 있는 사람을 찾으러 온 것이었음을 깨달았다.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그들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자 설윤은 숨을 죽이며 조금이라도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좁고 조용한 공간에서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의 발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

  • 위태로운 제안   제1295화

    화장실의 다른 칸들이 모두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경호원은 유일하게 문이 닫혀 있는 칸 앞에 다가가 손을 들고 문을 두드리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나와!”“꺼져!”칸 안에서 성난 남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경호원은 순간 멈칫했다.‘여자 화장실 칸 안에 남자가 있다고?’의아해하는 찰나 이번에는 달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응...정말 김새게 하네... 아... 자기야 빨리 좀 해줘요...”경호원은 온몸에 전율이 일며 순간적으로 당황했다.‘그만두자.’알고 보니 그냥 한 쌍의 연인이 여기서 정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고 술집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기에 경호원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여자 화장실을 나왔다.그래도 찝찝한 마음에 남자 화장실까지 확인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그들은 끝내 목표를 찾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술집을 떠났다.“그들이 갔어요.”남자가 말했다.“네. 고마워요.”설윤은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다.“설윤 씨?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최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두 사람의 동시에 말했고 설윤은 눈앞의 초췌한 최동철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짓하고 말했다.“저요? 당신 새어머니한테 쫓겨나서 여기까지 도망 온 거예요. 방금 그 사람들도 임 여사가 보낸 거고요.”최동철은 볼의 피를 닦아내며 설윤을 흘겨보았다.“그 늙은이가 가만히 있어요?”설윤은 고개를 저었다.“국환 씨는 그때 경주에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뭐... 임 여사가 하는 말이 곧 법이겠죠. 아마 내 등에 온갖 더러운 누명이 씌워졌을걸요. 그런데 당신은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출장 중에 누군가의 표적이 됐어요.”최동철은 짧게 대답했다.“그럼 국환 씨에게 사람을 보내달라고 연락은 해봤어요?”최동철은 설윤을 힐끗 바라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순진하군요. 지금 나를 가장 원하지 않는 사람은 바로 저의 아버지예요.”그가 돌아가지 못하면 최국환은

  • 위태로운 제안   제1296화

    “거기 누구야?”그들에게 들킬까 봐 최동철은 즉시 피해서 떠났다.“쫓아!”밤이 깊어지며 타운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쇼핑하거나 저녁 식사를 위해 거리를 거닐고 학원에서 나온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함께 거리를 돌았다.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노골적으로 추격할 수 없었다. 최동철은 그 틈을 이용해 사람들 속을 이리저리 빠져나갔고 주변의 복잡한 길들을 따라 추격자를 따돌렸다.뒤쪽에서 추격자가 사라지자 최동철은 그 틈을 타 인근 작은 골목으로 빠져나갔다.갑자기 앞쪽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이며 날카로운 칼날이 날아왔다.최동철은 즉시 몸을 피했지만 칼날이 그의 팔을 스쳐 지나가며 외투와 안에 입고 있던 옷까지 찢어지고 피부까지 상처를 입혔다.상처를 힐끗 살펴본 후 최동철은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곳에는 한 명만 있었고 아마 가까운 곳에서 그를 가로막으려던 사람일 것이다.최동철은 손목을 돌려 가볍게 풀었고 순간 긴장감이 고조되며 그는 팔꿈치를 뻗어 상대의 손목을 단번에 잡았다.상대는 칼을 휘두르며 다시 최동철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최동철은 몸을 돌려 피한 뒤 기회를 노려 상대의 등을 팔꿈치로 세게 박았고 상대는 신음하며 몇 걸음 앞으로 휘청거렸지만 그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시 최동철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었다.최동철은 신속하게 결단을 내리고 싸움을 빨리 끝내기로 했다. 너무 오래 끌면 상대의 동료들이 오게 되고 그만큼 더 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한 번의 빈틈으로 칼날이 최동철의 어깨를 찔렀다.최동철은 그 틈을 타 상대의 손목을 움켜잡고 무릎을 상대의 복부에 강하게 박았다. 그 후 상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아래로 끌어내리며 팔꿈치로 상대의 뒤통수를 세게 가격했다.상대는 땅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했고 최동철은 망설임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상대가 최동철의 다리를 붙잡아 최동철은 못 가게 했지만 최동철은 상대의 머리를 발로 찼고 상대는 일어나지 못했다.최동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장을 빠져

  • 위태로운 제안   제1297화

    모텔의 엘리베이터는 입구 바로 앞에 있어 카드 없이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얼마 전 한 잘생긴 남자가 들어왔고 그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올라갔다. 프런트 직원은 그를 한 번 더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손님 참 잘생겼네. 왜 전에 본 적이 없지?’그때 직원은 잠시 그를 부를지 고민했지만 이 남자가 어제 체크인한 손님일 수도 있고 자신이 점심시간에 잠깐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런 생각을 하던 중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최동철 씨는 아마 친구 만나러 간 거겠죠. 저희도 올라가요.”리더인 남자는 동료와 눈을 맞추고는 눈짓을 보냈고 그들은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인원이 너무 많아요. 방을 잡고 올라가세요. 아니면 경찰을 부를 거예요.”‘그 잘생긴 남자 한 명만 올라갔으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방에 들어가겠냐?’리더는 상황을 보고 돌아서서 말했다.“알겠어요. 트윈룸 두 개로 예약해 주세요.”“등록증을 주세요.”남자가 등록증을 내자 프런트 직원은 컴퓨터에서 방을 예약하기 시작했다.리더인 남자는 동료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다.“둘째, 동철한테 전화해서 친구가 어느 방에 있는지 물어봐 줘요.”동료는 전화를 꺼내고 30초 후 말했다.“전화가 안 돼요. 안 받아요.”리더는 다시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모니터에서 최동철이 어떤 방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나요?”프런트 직원은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그 친구 이름이 뭐예요?”“저희도 몰라요. 그가 이곳에 친구가 있다고 했고 우리에게 놀러 오라고 했는데 최동철은 먼저 가버렸어요.”프런트 직원은 방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모니터 확인은 사장님만 할 수 있어요. 먼저 방에 가서 쉬세요. 사장님이 나중에 연락할 거예요.”그들은 서로 눈을 맞추고 한마디도 없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알겠어요.”엘리베이터 안에서 리더가 말했다.“최동철 씨가 다쳤으니까 상대하기 쉬워요. 우리가 네 명으로 나눠서 각 층

  • 위태로운 제안   제1298화

    “먼저 부 대표님께 보고하고 대표님의 지시를 기다리죠.”...모텔의 어느 방에서 설윤은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그들은 잠시 나갔어요.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어요.”“네. 고마워요.”최동철은 싱글 침대에 기대어 팔꿈치를 눈에 대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당신 너무 크게 다쳤어요. 이렇게 놔두면 안 돼요. 병원에 가서 봉합해야 해요.”설윤은 그의 어깨에 난 상처를 보았고 그 주위를 감싼 천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괜찮아요. 번거롭게 해줘서 미안하지만 나한테 외상 약이랑 붕대 소염제 좀 사다 줄 수 있어요? 상처가 깊지 않아서 봉합은 필요 없어요.”최동철은 팔을 내리고 흐릿한 시선으로 설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해도 괜찮은 거예요?”설윤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혹시 치료를 잘못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해요?”“그건 설윤 씨가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알았어요.”설윤은 슬그머니 최동철을 째려보았고 선의를 몰라주는 그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약 사올게요. 당신은 방에서 아무도 문을 열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누구라도 문을 두드리면 열지 말고요. 알겠죠?”“네.”최동철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지친 듯 눈을 감았다.최동철이 아직 방 안에 있는 관계로 설윤은 방 키를 챙기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모텔 밖으로 나가자 설윤은 무심코 주변을 살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일 매점 앞에서 익숙한 인물을 발견했다.그들은 멀리 가지 않았고 모텔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설윤은 기억을 더듬어 이 길을 따라 몇백 미터만 가면 약국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약을 사서 모텔에 돌아가면 그들이 의심할 것 같았다.그래서 설윤은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일부러 일이 있어 나온 척했다.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설윤은 바로 탑승해 세 정거장을 지나 모텔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그리고 주변 약국을 찾았다.설윤은 여러 가지 약을 사고 결제한 후 비닐봉투를 들고 약

  • 위태로운 제안   제1299화

    최동철은 그 말을 듣고 샤워기를 틀었다.설윤은 간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 위에 놓인 칼을 가렸고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걸어가 문을 여니 예상대로 복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방 안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키우는 햄스터가 실수로 도망쳤는데, 혹시 보셨나요?”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금 밖에 나갔다 와서요. 잘 모르겠네요. 남편한테 물어봐 드릴게요.”그녀는 욕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 혹시 햄스터가 들어오는 거 봤어?”샤워기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설윤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여보, 작은 햄스터가 들어온 거 못 봤어?”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머리를 빼고 남자에게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못 봤대요. 다른 곳도 한번 찾아보세요.”“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의심 없이 돌아섰다.최동철처럼 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숨겨줄 이는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설윤은 차분히 문을 닫고 귀를 문에 붙여 조심스럽게 소리를 들었다. 남자가 정말로 떠났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갔으니 나와요.”그리고 테이블로 가서 비닐봉지 안에서 약들을 꺼냈다. “자요, 여기 이 약들이 충분한지 확인해봐요.”최동철은 뒤에서 걸어나와 약의 종류와 양을 살펴봤다.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설윤은 생수를 주전자에 붓고 버튼을 눌렀다. “제가 약 발라줄까요?”“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최동철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수락하고 천천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그가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설윤이 다가가 도와주었다. 그녀는 그의 겉옷을 벗기고 벽걸이에 걸었다.안에는 짙은 회색 니트가 있었고 상처 부위는 터져 피로 얼룩져 있었다. 니트를 벗으려면 팔을 들어야 했기에 설윤은 그의 어깨 상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잘라낼까요? 이 옷은 이미 알아본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Pinakabagong kabanata

  • 위태로운 제안   제1357화

    그때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의 무관심이 좋기만 했는데 클수록 오재원은 그게 다 기대가 없어서였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다.주위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과 형을 비교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집안의 무게는 형이 다 짊어지니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오기도 했다.모두가 내놓은 자식이라 해서 정말 그렇게 사니 부모님은 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고 타박했다.그런 사람들 속에서 오직 임연지만이 오재원을 인정해주었다.오재원의 우수함을 발견하지 못한 건 오승은과 오형일이 부모 노릇을 잘 못 했기 때문이라며, 오재원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모 때문에 엇나간 거라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었다.노력만 하면 절대 형한테 뒤지지 않을 거라는 그 한마디가 오재원의 가슴을 울렸고 오재원은 그때부터 임연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오재원도 자신이 형보다 못 한 게 아니라 형이 받았던 교육을 못 받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재원아,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결혼생활은 오래갈 수 없는 거야. 넌 아주머니, 아저씨 자식이니까 너를 탓하진 않겠지만 나한테 그 화살이 올 거야. 그러면 날 더 싫어하시겠지.”“나도... 떳떳하게 너랑 결혼하고 싶은데...”임연지가 얼굴까지 붉히며 말하자 오재원은 그녀를 향해 무턱대고 약속부터 했다.“걱정 마 연지야. 내가 부모님 설득해볼게. 네가 내 아이까지 임신했으니까 부모님도 어쩌진 못하실 거야.”“고마워 재원아...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너무 든든하다.”오재원은 눈물을 글썽이는 임연지를 꼭 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연한 일인데 뭐. 넌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니까 내가 너만은 꼭 지킬 거야.”“우리 부모님은 아직 내가 귀국한 거 모르셔. 내일 집에 가서 너랑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너희 집 가서 의논할 거니까 너도 고모랑 고모부한테 미리 말해놔.”“응. 아주머니, 아저씨랑 싸우지 마.”“알겠어.”...리우그룹 대표 사무실.“나가 봐.”보고도 끝난 마당에 최동철

  • 위태로운 제안   제1356화

    소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임연지는 이튿날 아침 바로 예쁜 원피스를 입고 청초함이 돋보일 수 있게 화장도 연하게 한 뒤 오재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재원아,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우리 자주 보던 카페에서 볼까?]역시나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오재원이 답장을 보내왔다.[알겠어, 바로 갈게.]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임연지는 그의 답장에 입꼬리를 올렸다.30분 뒤, 카페에 도착한 오재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구석에 앉아있는 임연지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어딘가 불안하면서도 초조해 보이는 모습에 오재원은 걱정스레 물었다.“연지야,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오재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임연지는 빨개진 눈시울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재원아, 나... 나 임신 한 것 같아.”“진짜? 연지야, 이거 진짜야?”잠시 당황하던 오재원이 펄쩍 뛰며 좋아하자 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생리가 5일이나 밀려서 아침에 테스트기 해봤는데... 두 줄이더라.”두 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오재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임연지의 손을 맞잡았다.“너무 잘됐다! 우리한테 드디어 아이가 생긴 거잖아!”그에 똑같이 기뻐하며 손을 맞잡던 임연지는 이내 울상을 지었다.너무 기쁜 마음에 임연지의 이마와 볼에 뽀뽀를 하며 희열을 만끽하던 오재원도 그제야 그녀의 굳은 표정을 발견하고 물었다.“연지야, 표정이 왜 그래?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 건데 너는 안 기뻐?”“기쁘지.”임연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그냥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감금 피하려고 임신한 애를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나게 하는 게...”“너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잖아. 네 탓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결혼만 하면 미혼모 가정도 아니잖아. 나랑 결혼하자 연지야.”“싫어.”임연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재원을 외면했다.“왜 싫은데?”임연지가 침묵만 유지하자 조급해 난 오재원은 자리까지 옮기며 물었다.“연지야,

  • 위태로운 제안   제1355화

    한진이 답장을 하지 않아도 임연지는 혼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설윤과 최씨 집안의 원한 관계를 짤막하게 설명해준 임연지는 설윤에게 파렴치하고 가증스럽다는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나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꼴 못 보겠어. 무슨 방법 없을까?]계속 답장이 없는 한진에 임연지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그녀가 머리까지 다 말리고 나니 한진이 그제야 답장을 보내왔다.[네 고모가 이런 수모를 당한 게 아무래도 집안에서 발언권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 같아. 사촌 동생도 많이 어리니까 더 그렇지.][그럼 어떻게 해야 발언권이 좀 생길까?][옛날 역사를 보면 말이야 그때도 과거제도가 있었거든. 뭐 정시, 별시, 식년 아무튼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그때도 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꿰찼었어. 왕조가 망해도 권세가들은 그 부귀영화를 계속 이어갔지. 그런 집안들이 좀 되는데 나열하자면 많아.][...][그런 권세가들이 세력이 전부 다 조상들 덕분만은 아니거든. 중요한 건 혼인이야. 지금으로 말하면 정략결혼을 해서 자신들의 세력을 늘려나간 거지.][결혼을 시키라고? 그러기엔 동림이가 너무 어리잖아. 그리고 걔 결혼문제는 고모부가 나설 텐데 고모가 어떻게 끼어들어.][너 바보냐? 너 말하는 거잖아 너!][나?][그래.][그런데... 내 상황을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나랑 결혼을 하고 싶어 하겠어?][오재원 있잖아. 너만 바라보는 놈.][!]생각해보니 오재원이라는 좋은 신랑감이 있긴 했다.한진의 말대로 오재원을 휘어잡다 보니 그는 이미 임연지 말에 따라 움직이는 개가 되어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걸림돌은 있기 마련이었다.[그런데 그 집에서 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재원이 너 아니면 죽는다는데.][네가 오씨 집안 사람이 돼서 고모 도와주면 고모부도 이런 일로 이혼하자고 하지는 못할걸.][그리고 정말 백만 번 양보해서 이혼한다고 해도 넌 오씨 집안 사람이니까 당당하게 네 동생 만나러 갈 수 있는 거잖아

  • 위태로운 제안   제1354화

    “...”최동철이 생각보다 쉽게 동의하자 최국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경계했다.“나중에 말 바꾸지 마.”“당연하죠. 설윤 씨 배속에... 제 동생이 있는 건데.”“다른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먼저 나가볼게요.”웃으며 방을 나선 최동철은 문을 닫자마자 미소를 싹 지웠다.이어서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넓은 복도에 울려 퍼졌다.임가희도 없는 거실을 지나 최동철은 밖으로 나갔다.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차에 탄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특유의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윤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어두운 상사의 표정에 안절부절못하던 기사가 조심스레 물어왔다.“저택으로 모실까요 대표님?”“네.”...최씨 집안 방.임연지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임가희를 향해 짜증을 부렸다.“고모, 진짜 그년 집에 들일 거예요?”“응.”“하지만!”이미 모든 걸 받아들인 임가희는 체념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임연지는 그 더러운 내연녀의 얼굴을 집안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파렴치하게 최씨 집안에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고모가 상간녀가 남편의 자식을 낳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더 이상 방법이 없어 연지야.”“일을 좀 더 철저하게 못 한 내 잘못이지. 내가 설윤 그 년한테 도망갈 기회를 준 거야.”임연지는 한숨만 푹푹 내쉬는 고모를 보며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 여자가 집으로 들어오면 너도 괜히 시비 걸지 마.”짜증 난다는 듯 대충 대답하던 임연지는 갑자기 무슨 수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고모, 일단 집에 들이고 그다음에 다시 처리...”“아니, 난 이제 아무 짓도 안 할 거야.”임가희는 임연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답했다.“그럼 진짜 그 년이 아이를 낳는 걸 지켜보겠다는 거예요?”“애 낳아봤자 재산 조금 받는 것뿐이야. 그런데 난 이혼하면 아무것도 못 가지는 거잖아.”아직 어린 동림이를 두고 이혼한다면 최씨 집

  • 위태로운 제안   제1353화

    최동철은 차분한 표정으로 무릎에 올린 손가락을 움직였다.“네. 얼마 전에 경주 떴다고 알고 있습니다.”‘어디 보기만 했을까, 잠도 잤는데.’“가희가 연지 데리고 사과하러 갔는데 설윤이 거절하고 가희를 다치게 했대. 그리고 그 책임을 물을까 봐 도망갔다던데 그때는 가희 몸에 상처도 나 있어서 그 말을 믿었거든.”여기까지는 최동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래서...”“그런데 오늘 설윤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알아보니까 설윤이 임신 사실을 가희가 받아들이지 못해서 내쫓은 거더라고.”최국환의 말을 듣다 보니 혼란스러워진 최동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설윤... 설윤 씨가 혼자 경주로 돌아왔다고요?”임가희한테 쫓겨나기 전에 임신을 했다는 것 못지않게 다움시에서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놀라웠다.하지만 최국환은 설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최동철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응... 회사 주위를 맴돌다가 직원한테 발견된 거야. 울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려주는데 얼마나 짠하던지. 애도 유산될뻔했대.”그 말에 최동철은 입꼬리를 올렸다.돌아오기 전에 최동철이 같이 가겠냐고 물었을 때도 거절하던 설윤이었다.다움시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인터넷쇼핑까지 하던 사람이 힘들게 살았다니.최동철도 떠나기 전 설윤에게 몇억을 주고 왔었는데 수중에 돈이 남으면 남았지 모자랄 리는 없었을 것이다.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노인네에게 달라붙은 것도, 아이를 잃을뻔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두 우스워서 최동철은 냉소를 흘렸다.매일 밤 잠자리를 가질 때는 신경도 안 쓰던 아이가 갑자기 아쉬워진 건가.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낯부끄러웠던 최국환은 그만 말을 멈추었다.“가희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설윤이 다시 데려오겠대. 아이 낳을 때까지 잘 보살펴주겠다고 해서 나도 동의했고.”이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재벌가에서 첩을 들이는 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어떤 본처는 첩을 데리고 쇼핑도 하면서 아이

  • 위태로운 제안   제1352화

    최동철은 사색에 잠긴 듯 한동안 임가희를 바라보았다.빨갛게 부어오른 눈과 눈물이 말라붙은 볼 때문에 사람이 유독 초췌해 보였다.설윤을 쫓아낸 일이 들통난 건지 임가희는 최국환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넌 서재로 가 있어.”“... 제가 들으면 안 될 얘기라도 하시게요?”최동철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자 최국환의 눈치를 보던 임가희는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불안한 마음을 감추려는 듯 옷자락을 꼭 쥐는 임가희와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최국환을 번갈아 보던 최동철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전 서재에 가 있을게요.”최동철이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온 거실을 가득 채웠다.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내며 집안의 장식들을 더욱 화려하게 빛냈지만 그럼에도 어두운 분위기는 감춰지지 않았다.최동철을 올려보낸 최국환은 금세 표정을 굳히더니 임가희를 보며 말했다.“당신 입으로 뱉은 말 지켜. 당장 다시 데려와서 치료부터 음식까지 당신이 다 책임져. 가희야, 넌 똑똑하니까 알 거야. 설윤이랑 걔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임가희는 고분고분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설윤 씨 아이 낳을 때까지 내가 잘 보살필게요.”설윤이 도망가버린 뒤로 임가희는 겉으로는 평온한 척했지만 사실 매일 밤을 불안 속에서 지새우고 있었다.사람을 시켜 알아보던 설윤의 행적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됐을 때는 그 불안이 가시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찌르고 할퀴었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경계심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하필 이때 최국환이 모든 걸 알게 된 것이다.모든 거리의 CCTV, 간하림을 포함한 직원들의 증언 그리고 설윤의 임신 검사결과보고서까지 수많은 증거를 들이미니 임가희도 차마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최국환 앞에서는 설윤의 존재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본처 연기를 하며 임연지 더러 사과까지 하게 하고 선물도 전해줬었는데 뒤에서 이런 모진 짓을 했다는 게 들켜버리는 고개를 들기도 힘들었다.임신 사실을 뻔히 알

  • 위태로운 제안   제1351화

    “알겠어요.” 부시아는 마지못해 대답했다.연도진은 부시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병원 병실.연도진이 부시아를 데리고 도착했을 때 이엘리아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오빠.” 이엘리아는 연도진 뒤에 서 있는 부시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시아 왔구나. 엄마한테 와 봐.”부시아는 다가가서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삼촌이 말한 대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아요?”“천천히 회복 중이야.”“그렇군요.” 부시아는 고개를 돌려 연도진을 보며 기지개를 켰다. “삼촌, 저 하루 종일 비행기만 타고 있었더니 너무 피곤해요. 이제 집에 가요.”이엘리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연도진은 이엘리아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그럼 시아 데리고 먼저 갈게.”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엘리아의 눈빛 속에는 어딘지 모를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경주. 밤이 깊어가며 화려한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거리에는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네온사인 불빛이 창문에 비쳐 그 빛과 그림자가 뒤엉켰다.최동철은 하루의 바쁜 일정을 마친 뒤 차 뒷좌석에 앉아 피곤에 지쳐 좌석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고 있었다.기사는 익숙하게 차를 시동 걸고 천천히 차들 사이로 움직였다.최동철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비비고 무심코 창밖을 훑어보다가 갑자기 익숙한 인물을 보았다그 인물은 바로 한 여인이었고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풀어놓은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최동철은 본능적으로 몸을 바로 세운 뒤 그 방향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그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걸까?’‘설윤 씨가 여기 있을 리 없잖아.’그는 다시 좌석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머릿속엔 설윤의 얼굴과 민박집에서 일어난 일들이 떠올랐다.다움시에서 돌아온 이후 두 사람은 더

  • 위태로운 제안   제1350화

    필라시 국제공항.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방송에서는 항공편 정보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연도진은 도착 대기 구역에서 사람들 속을 살피며 부승민과 부시아를 찾고 있었다.그는 잘 맞춘 짙은 색 정장을 입고 차분한 표정으로 가끔씩 시계를 확인하며 여유 있게 서 있었다.잠시 후, 부승민이 짐 수레를 밀고 통로를 지나 나오고 부시아는 짐 수레 위에 앉아 손에 봉제 인형을 안고 신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어린 소녀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두 개의 작은 땋은 머리를 한 채로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삼촌!” 부시아는 멀리서 연도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짐 수레에서 뛰어내리며 작은 발걸음으로 달려왔다.연도진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려 아이를 맞아 안았다. 드물게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시아야, 돌아온 거 환영해.”부시아는 연도진의 품에 안겨 목을 감싸며 맑고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정말 보고 싶었어요.”부승민은 부시아를 보고 잠시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네.’부시아는 혀를 내밀고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도진은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도 너 정말 보고 싶었어. 이번에 삼촌이랑 많이 놀자.”부승민은 짐 수레를 밀고 다가오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연도진 씨, 오랜만입니다.” 연도진은 일어난 후 부승민과 악수를 나누며 차분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목소리로 말했다. “부 대표님, 시아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별 말씀을요.” 연도진은 눈길을 부시아에게 돌리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시아야, 피곤하지 않아?” 부시아는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안 피곤해요. 비행기에서 만화도 보고 잠도 자고 왔어요.” 연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부승민에게 말했다. “이엘리아가 며칠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직 병원에 있어요. 시아를 데리고 이엘리아를 보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실래요? 그

  • 위태로운 제안   제1349화

    이엘리아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무심한 듯 말했다. “엘리샤, 우리 집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지?” 엘리샤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벌써 6년이 되었어요. 아가씨.” “6년이라...”이엘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감탄했다. “시간 참 빠르네. 처음 왔을 때는 수줍음 많던 소녀였는데 이제는 제법 어른스러워졌구나.” 엘리샤는 감사의 마음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아가씨.” “고마워할 것까진 없어. 넌 요 며칠 동안 날 성심껏 돌봐줬잖아. 그 보답으로 네게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하려고 해.” 엘리샤는 순간 귀를 의심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아치 거리 쪽에 있는 곳이야. 내가 아직 병원에 있어서 당장 처리하긴 어렵지만 퇴원하면 함께 소유권 이전을 하러 가자.” 이엘리아는 엘리샤의 놀란 표정을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흘러나왔지만 그 속에는 의심의 여지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너는 우리 집을 위해 정말 많은 걸 해줬어. 이건 당연히 네가 받을 자격이 있는 보상이야.” 엘리샤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목소리가 떨리며 말했다. “아가씨... 너무 과분한 선물이에요. 어떻게 받아야 할지...”이엘리아는 부드럽게 손을 흔들며 안심시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담 갖지 마. 내겐 그저 작은 선물일 뿐이지만 네겐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잖아. 난 늘 너한테 감사하고 있었어.” 엘리샤는 두 손을 꼭 모으며 감정이 북받친 듯 말했다. “아가씨,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해서 아가씨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이엘리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똑똑한 아이야. 난 항상 널 높이 평가해왔어. 앞으로도 내 곁에서 충성심을 잃지 않는다면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엘리샤는 감동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 평생 윌슨 가문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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