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901 - Chapter 910

993 Chapters

제901화

정안그룹 공식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이 빠르게 올라왔다.사진 속 여자의 손가락은 섬세한 옥처럼 하얗고 늘씬했지만 남자의 마디가 분명한 손은 소나무처럼 단단했다.깍지 낀 손 뒤에는 사랑스럽게 잠든 꼬마 공주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전에 프러포즈했을 때 한마디씩 하던 공식 계정에서 또다시 찾아와 댓글은 축복이 쏟아지고 있었다.강하리가 단잠에 빠져 있을 때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이 구승훈과 함께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구승훈은 SNS의 열기를 보며 눈빛이 암울하게 번뜩이다가 강하리의 입술에 입맞춤하고는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밖으로 나온 그는 나문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부터 진시연의 움직임을 잘 지켜봐요.”나문빈은 혀를 찼다.“구승훈 씨, 첫날밤을 보내지는 않고 왜 자꾸 날 귀찮게...”“남미에서 돌아오고 싶어요?”나문빈은 순간 멈칫하며 마음속으로 악랄한 부부라고 욕하면서도 정작 입 밖으론 아부 섞인 말을 뱉었다.“구 대표님, 결혼 축하드려요. 더 시키실 일은 없으신가요?”“진시연이 정양철과 연락한 적은 없는지 다시 알아봐요.”나문빈은 군말 없이 대답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창가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한참 후 그는 노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두 번째 주사를 맞았어.]멀리 연성에 있던 노민준은 그의 메시지를 보고 가슴이 살짝 철렁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첫 번째 주사를 맞으면 최소 열흘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겨우 며칠이나 지났지?노민준은 순간 메시지에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오늘은 그가 혼인신고를 한 날인데 왜 일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 걸까.노민준은 휴대폰을 든 채 마음이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축하 메시지를 보내려다 다 지워버리고 다시 글을 썼다.[괜찮아, 안정적이기만 하면 돼.]구승훈은 노민준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피식 웃었지만 그의 눈에는 웃음기가 조금도 없었다.노민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갑자기 서재의 문이 열리며 서재의 밝은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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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강하리를 몇 번이고 건드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다만 자신을 키워준 진태형이 얼마나 정직하고 의리가 있는 사람인지 너무 잘 알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심미현 때문에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결혼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러니 자신이 한 일을 설사 그가 안다 해도 어쨌든 그가 키운 딸이기에 화를 낼 뿐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번엔 강하리를 위해 그녀조차 버릴 줄이야.진시연은 내내 기다리다가 깊은 밤이슬을 맞으며 돌아오는 진태형을 보았고 눈물을 흘리며 소파에 앉아 있는 진시연을 보고 진태형은 걸음을 멈췄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그의 표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진시연은 계속해서 바닥으로 눈물을 떨구었다.“아빠, 이젠 날 버리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아빠 딸이라고 했잖아!”진태형은 눈물을 흘리는 진시연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손을 들어 휴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울어?”진시연은 진태형의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아빠, 난 그냥 무서워서...”“빨리 눈물 닦고 돌아가서 자.” 진태형이 그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덧붙이자 진시연은 충격에 빠졌다.“아빠, 나보고 어딜 가라는 거야? 여기가 내 집이잖아.”진태형은 깊은 분노가 담긴 눈으로 진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아, 내가 기회를 줬잖아. 하리랑 화해하고 잘 지낼 수 있는데 네가 그렇게 안 하고 계속 괴롭혔잖아. 내가 했던 경고를 귓등으로 들은 거야?”진시연은 울어서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이젠 눈물을 치고 멍하니 진태형을 바라보았다.“아빠, 차별이 심하네. 강하리만 아빠 딸이고 난 아니야? 뭐가 됐든 핏줄은 이길 수 없나 봐. 내가 아무리 잘해도 그건 봐주지 않는 거야?”진태형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진시연의 뺨을 내리쳤다.“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내가 하나하나 나열해 줄까? 이 진태형이 키운 딸이 그런 사람일 줄은 나도 몰랐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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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한편, 진태형의 집에서 나온 진시연은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말끔히 사라졌고 아무도 나오지 않은 집을 돌아보며 가슴 한구석에 서늘한 기운이 올라왔다.결국 진태형에겐 강하리가 더 중요했던 거다.진시연의 눈동자가 내키지 않는 듯 번쩍이며 휴대폰을 꺼내 이정숙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심씨 가문의 셋째 딸 심연청이었다.진시연과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그녀는 진시연의 복수를 위해 얼마 전 사람을 시켜 JM 홈페이지를 해킹하고 강하리를 욕하게 한 장본인이었다.진시연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연청아, 무슨 일이야?”심연청은 직격탄을 날렸다.“강하리랑 구승훈이 혼인 신고한 거 알아?”진시연은 굳어버렸다.“뭐라고?”심연청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분명 진시연은 구승훈이 강하리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강하리가 구승훈에게 결혼을 거절당한 우스운 꼴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오늘 할아버지 댁에 도착했을 때 강하리가 구승훈과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게다가 심준호는 그녀를 위해 그렇게 많은 결혼 선물까지 준비했다.분명 그녀야말로 심씨 가문 사람인데 이젠 강하리가 그녀보다 더 많은 걸 누리고 있었다.대체 왜?강하리 그 망할 년이 무슨 자격으로!몇 명의 남자랑 뒹굴었는지도 모를 걸레를 심씨 가문에선 그녀보다 더 귀하게 챙기고 있었다.밤새 화가 나 있던 심연청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진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와 구승훈이 혼인신고하고 검색어까지 올랐는데 설마 모르고 있었어?”진시연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SNS에 접속했다.인기 검색어에 두 이름이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을 본 진시연은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빠는 그녀를 버렸고 구승훈마저 강하리가 빼앗아 갔다.강하리.전부 강하리다.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강하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지!대체 그녀가 강하리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서?게다가 구승훈은 정말로 강하리와 혼인신고를 했다. 강하리와 주해찬 사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가?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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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자 연정이가 강하리를 보고 손을 내밀었다.손연지는 강하리의 쇄골에 난 이빨 자국을 보고는 혀를 찼다.“구승훈은 역시 개다.”강하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나도 그렇게 생각해.’강하리가 연정이를 안을 때 손연지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머뭇거렸고 강하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그래? 노민우가 연락했어?”손연지가 웃었다.“아니.”“지금까지 연락이 안 왔다고?”손연지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보고 싶지 않아.”강하리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손연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내 일은 됐고 하리 너랑 주해찬은 어떻게 된 거야?”멈칫하던 강하리가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어제 구승훈의 휴대폰에서 봤던 동영상과 협박 문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무슨 소문이라도 났어? 아니면 동영상인가?”강하리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차가워졌고 손연지는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그런데 강하리가 직접 휴대폰을 꺼냈다.“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손연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강하리가 웃었다.“못 볼 것도 없어.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모함하는지 봐야지.”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휴대폰을 클릭한 뒤 보이는 조롱에 얼굴에 머금었던 웃음이 조금은 사라졌다.앞서 구승훈이 요란하게 프러포즈하기 바쁘게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영상이 폭로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온갖 험한 말들이 쏟아졌다.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린 강하리가 휴대폰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보지 마, 배고프지? 내가 밥해줄게.” 손연지가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으려던 찰나 구승훈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그녀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구승훈이 오해하진 않겠지?”강하리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안 그래.”그렇게 말한 뒤 강하리는 구승훈의 전화를 받았다.“일어났어?”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구승훈은 곧바로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먹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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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휴대폰 화면에 주해찬의 이름이 뜨자 강하리는 바라보기만 하다가 끊기 직전에 받았다.“선배.”“축하해, 하리야.”주해찬의 목소리는 씁쓸했다.사실 그는 그동안 강하리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그날 강하리는 그가 여전히 자신이 알던 선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마음속 죄책감 때문에 다시 연락하는 것이 부끄러웠다.그러다 오늘 온라인에서 영상을 보게 되었다.강하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고마워요.”주해찬은 사실 서먹한 강하리의 말투가 느껴졌지만 지금 그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생각뿐이었다.“이미 인터넷에 해명 글 올렸어. 미안해, 그때 영상까지 찍힌 줄 몰랐어.”강하리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마워요.”주해찬은 쓴웃음을 지었다.“나한테 그렇게까지 예의를 갖춰야 해?” 하지만 강하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선배, 다리는 괜찮아요?”주해찬은 화제를 돌리는 그녀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벌써 재활 중이야.”“잘됐네요.”몇 마디 뒤에 더 이상 말이 없자 주해찬은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었다.진시연은 주해찬의 전화를 받고도 놀라지 않았다.오늘 영상 속 주인공이었으니까.“해찬 오빠, 무슨 일이야?”“진시연, 당장 온라인에 올라온 동영상 삭제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가 네 실체를 들추기 전에.”진시연은 웃으며 더 이상 주해찬 앞에서 가식을 떨지도 않았다.“주해찬, 어디서 착한 척이야? 그때 네가 협조하지 않았으면 이런 영상도 못 만들었을 거야.”주해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이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누구보다 잘 알잖아. 하리가 날 구승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모두의 오해를 받게 했지. 진시연, 진씨 가문에서 널 지금까지 키워줬는데 이런 식으로 진씨 가문 딸을 대하는 거야?”말하지 않으면 모를까 그 말에 진시연은 어젯밤 매몰차게 굴던 진태형의 모습이 떠올라 분노와 증오가 뒤섞인 눈빛으로 휴대폰을 꽉 쥐고 있었다.강하리와 잘 지낼 수는 있어도 왜 혼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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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이제 심씨 가문도 다 연루됐는데 이래도 예전처럼 강하리만 싸고돌지 두고 보자고.”진시연이 비웃으며 말하려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인기 검색어 상단에 있던 영상이 갑자기 사라지고 그 자리엔 다른 게시물이 등장했다.먼저 공개된 녹음 파일엔 조금 전 그녀가 주해찬과 나눈 통화 내용이 있었고 이를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정안그룹 공식 계정이었다.진시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구승훈은 정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까?강하리를 위해 해명을 해준다고?하지만 이런 해명으로 정말 네티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사람들은 주해찬도 믿지 않는데 고작 녹취록 따위를 믿을까.하지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쯤 정안그룹 측에서 또 다른 게시물이 올라왔다.전부 그녀의 채팅 기록이었는데 주해찬과의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이전에 약을 구입한 거래 기록, 약의 효능까지 채팅 기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강하리를 욕하던 네티즌들은 게시물을 입을 다물었고 대화 내용이 주해찬 본인이 해명한 것과 일치하자 그제야 이 모든 게 진시연이 꾸민 음모라는 걸 알았다.전에 진시연이 약을 먹인 것까지 더해져 사건의 전말이 빠르게 밝혀졌고 원래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이 뒤돌아 진시연을 욕하기 시작했다.진시연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약을 팔았던 상대의 연락처까지 다 지웠는데 대체 어떻게 대화 내용을 손에 넣은 걸까.그런데 곧바로 정안그룹에서 또 다른 게시물을 올릴 줄이야.심연청이 검색어를 돈으로 매수하고 댓글 알바를 고용한 거래 명세뿐만 아니라 지난번 JM 홈페이지를 공격한 사람들까지 드러났다.이 정도로 깊게 파헤칠 줄 몰랐던 심연청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심씨 가문에서 셋째는 원래도 별 입지가 없었고 얼마 전 할아버지가 대놓고 엄마에게 등을 돌리기까지 했는데 지금 사람들에게 그녀가 부린 수작이라는 게 공개되면 심씨 가문에서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대할까.심연청은 창백한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시연아, 난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그렇게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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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온라인의 열기는 며칠 동안 계속되다가 멈췄고 손연지는 진시연이 피 터지게 욕먹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며 강하리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너희 집 개자식이 능력은 있네. 근데 네 아빠 양딸이라는 여자 미친 거 아니야? 정말 너랑 구승훈 사이를 떼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강하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지만 눈빛은 약간 차가워져 있었다.“네가 이런 영상을 봤으면 믿을 수 있겠어?”말문이 막힌 손연지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렇다. 이런 영상이 공개되고 구승훈이 조금이라도 의심한다면 강하리는 해명할 방법이 없었다.“괜한 생각 마. 어차피 다 해결됐으니까.”강하리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지난 며칠 동안 이정숙은 심씨 가문에 찾아와 심준호에게 진시연을 풀어주라며 난동을 부렸고 진태형도 몇 번 갔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심준호는 특별히 전화를 걸어 당분간 심씨 가문에 오지 말라고 했지만 때론 그녀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강하리가 막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가정부가 갑자기 뛰어 들어왔다.연성에 있을 때 함께 지내던 가정부였다.손연지는 아직 몸조리 중이라고 강하리와 구승훈은 출근해야 하는데 연정이를 계속 손연지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게다가 강하리는 평소 그녀의 요리를 좋아했기에 구승훈은 가정부를 데리고 왔다.“사모님, 밖에 어떤 사람이 할머니라면서 찾아왔어요.”강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손연지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저 할망구한테 대체 누가 친손녀인지 제대로 물어봐야겠어.”강하리는 손연지를 끌어당겼다.“무시해. 말이 안 통해.”누가 친손녀인지 모르는 게 아니라 그저 강하리를 싫어하는 거다.처음엔 가식을 떨었어도 지난번 심미현을 욕한 이후로 이젠 연기조차 하지 않았다.강하리는 가정부를 바라봤다.“저 사람한테 꺼지라고 하고 별장 경비한테 앞으로 찾아오면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세요.”가정부가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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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저 사람 내쫓고 앞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요.”경비원은 서둘러 답했다.“네, 강 대표님.”새로운 주인 앞에서 경비원들은 그의 말을 어길 수 없었고 이정숙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젊고 힘센 경비원 몇 명을 이길 수는 없었다.이정숙의 모습과 목소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손연지는 입을 삐죽거렸다.“진 장관님께 어떻게 저런 엄마가 있을 수 있지?”강하리는 웃으며 “진 장관님은 어떻게 저런 엄마를 얻었어?”강하리가 웃으며 화내지 말라고 달래다가 손연지의 표정이 확 바뀌는 것을 보았다.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한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노민우 곁을 따라다녔던 여자라 강하리는 순식간에 알아차렸다.이 여자가 바로 노민우가 약혼한 여자라는 것을.순간 강하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노민우 개자식은 손연지에게 제대로 설명한다고 해놓고 며칠이 지나도 설명이 아니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더니 이젠 약혼녀가 문 앞까지 찾아오게 했다.강하리가 손연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몇 걸음도 못 가 뒤에 있던 여자가 불렀다.“강 대표님, 손연지 씨와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강하리는 뒤를 돌아보며 뒤따라오는 여자를 흘끗 쳐다보았다.“제가 안 된다고 하면요?”여성의 미소가 잠시 굳어졌지만 곧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강 대표님, 뭐가 무서워요? 내가 손연지 씨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혹시 강 대표님도 친구가 내연녀라고 생각해 마음이 불편한가요?”“말 가려서 해.”강하리의 얼굴이 싸늘해지고 여자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B시든 인터넷에서든 강하리의 명성은 자자했고 심씨 가문에서도 어젯밤 대부분 사업체를 강하리 명의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기에 정안그룹, 에비뉴, 그리고 강하리 본인이 세운 JM까지 있어 도저히 그녀에게 밉보일 수 없었기에 손연지를 돌아보았다.“손연지 씨, 시간 나면 나랑 얘기 좀 해요. 모든 일이 피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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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거실에서 구승훈은 잔뜩 어두운 눈빛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던 노민우를 바라보았다.노민우는 초라한 행색이었는데 머리는 다소 헝클어져 있었고 입고 있던 셔츠는 약간 구겨진 채로 마치 구걸하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우리 집에 왜 왔어?” 구승훈은 못마땅한 표정이었고 노민우는 다소 억울했다.“승훈아, 그래도 우리가 같이 자란 사이인데 그렇게 매정하게 굴면 안 되지. 내가 B시에 지낼 곳이 없어서 그러는데 며칠만 재워주면 안 돼?”“안 돼.” 구승훈은 단호하게 말했다.손연지는 강하리가 데려왔기에 뭐라 말하지 못하지만 절대 집안에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승훈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구승훈이 그를 바라보았다.“집도 못 사서 남의 집에서 살아야 해?”“못 사는 게 아니라 엄마가 카드 정지시켰어.”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승훈아, 난 그냥 강하리 씨한테 나 만나보지 않겠냐고 말한 것뿐이고 강하리 씨도 거절했잖아. 왜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야?”그렇게 말하던 노민우는 다시 2층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손연지 여기 있어?”“응.”“손연지도 있는데 나는 왜 안 돼?”구승훈이 비웃었다.“모르겠어? 이 집에선 내가 결정할 수 없어.”“...”한편 강하리는 노민우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손연지의 방으로 갔다.“정말 안 만날 거야?” 강하리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그 자식 오기만 해봐, 죽여버릴 거야!”입꼬리가 움찔하던 강하리는 문득 손연지가 수술받고 난 뒤 노민우가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가 손연지에게 함부로 한 건지, 손연지가 노민우를 혼내준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뭐가 됐든 그녀는 손연지의 선택을 존중했지만 방을 나서기 전 이렇게 덧붙였다.“연지야, 노민우가 찾아온 이상 그렇게 쉽게 떠나지 않을 거야. 난 그래도 얘기는 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해명이라도 듣게.”강하리는 말을 마친 후 손연지를 바라보았고 손연지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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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노민우가 약혼했을 때 손연지는 둘 사이에 조금의 희망도 남기고 싶지 않아 아이를 지우고 홀연히 돌아섰다.마음속에 노민우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확고했다.그런데 노민우의 약혼녀도, 노민우의 어머니도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줄이야.강하리가 한숨을 쉬며 다가가서 칼을 뺏으려는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구승훈, 뭐 하는 거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멀리 해. 우리 부부 사이 방해하지 않게.”강하리는 다소 말문이 막힌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떼어내고 가정부에게서 연정이를 건네받았다.“두 사람 싸우지 않게 잘 지켜봐. 난 연정이 씻기고 올 테니까.”구승훈은 피식 웃었다.노민우가 정말 손연지와 싸울 생각이라면 굳이 살아서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거실에서 노민우는 한동안 눈에 띄게 살이 빠진 손연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을 느꼈다.어머니가 손연지를 찾으러 갔고 노씨 가문으로 손연지를 데려와 모욕을 줬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손연지 어머니가 화가 나서 쓰러졌다는 것도.노민우는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손연지가 수술한 걸 알았을 때 왜 그녀에게 화를 냈을까.“미안해.”노민우는 이 세 글자를 끄집어내는 데 한참을 고민했다.“필요 없어.” 손연지는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정말 미안하면 돈이나 줘. 그쪽 어머니 방법이 나쁘지 않아. 돈으로 해결하는 데 굳이 감정 낭비할 필요 없지. 애초에 날 먹여 살리겠다며? 한 달에 2억으로 계산해서 이따가 24억 줘. 그리고, 앞으로 네 약혼녀가 날 찾아올 때마다 2억씩 보상금을 받을 거야. 이자는 됐어.”“손연지, 우리 사이에 남은 게 돈밖에 없는 거야?”손연지는 마음이 씁쓸했다.“그게 아니면? 애초에 그냥 잠만 자는 사이였잖아.”아무리 거짓된 모습을 보이려고 해도 마음이 괴로웠다.“내가 아니라고 하면?”노민우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왔고 손연지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내 그에게 허리를 잡혔다.“손 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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