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하게 강하리를 찾아와 정안그룹과 에비뉴를 내놓으라고 따지려던 참인데 강하리가 그들을 만나러 오지도 않을 줄이야.그들이 오자마자 응접실로 안내하고 좋은 차와 물을 대접했지만 강하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강하리가 전화를 끊자 손연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아? 정 안 되면 회사로 가. 걱정하지 마, 내가 죽이진 않을 테니까.”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일그러지며 고개를 돌려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노민우를 바라보았다.이번엔 접시를 깨고 그다음엔 그릇을 떨구자 강하리의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구씨 가문 사람들보다 어젯밤 소파에서 잔 노민우가 복수심에 주방을 망쳐버릴까 봐서 걱정이었다.“그릇 하나만 더 깨뜨리면 경비 불러서 쫓아내게 할 거예요!”그릇을 들고 있던 노민우의 움직임이 갑자기 조심스러워졌고 가정부는 연정이를 안은 채 눈 뜨고 못 봐주겠다는 표정으로 부엌을 바라보았다.“사모님, 제가 하게 해주세요.”강하리는 한숨을 쉬었다.“됐어요. 고생 좀 하라고 해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가 연정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가정부는 손연지와 노민우를 번갈아 보았다.“저기, 일들 보세요. 난 좀 치우고 있을게요.”손연지는 사람들이 떠난 뒤에야 부엌으로 향했고 멈칫하던 노민우는 고개를 돌려 손연지를 바라보았다.“어젯밤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손연지는 부엌문 앞에 서서 심호흡하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돌아가, 노민우. 여기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노민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이게 어떻게 시간 낭비야? 손연지, 난 특별히 사과하러 온 거야. 화 풀고 나랑 같이 가. 내가 일자리도 다시 마련해 줄게, 응?”손연지가 갑자기 비웃었다.“시간 낭비가 아니면 뭔데? 노민우, 난 다른 사람 결혼 망칠 생각 없어. 예전엔 네가 싱글이라 기꺼이 만났지만 이젠 약혼녀도 있으면 그 사람이나 소중히 여겨.”노민우의 손에 들린 칼에 손가락을 베일 뻔하며 다소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그 여자를 소중히 여기라고?”손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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