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식, 항상 중요한 것만 말하지 않는다.하지만 강하리도 더 묻지 않았다.구승훈이 뭘 하든 그녀를 해칠 일은 없다고 믿었으니까.강하리는 휴대폰 속 영상 아래 적힌 글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난 후 이렇게 말했다.“구승훈, 난 두렵지 않아.”멈칫한 구승훈은 그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이해했다.그녀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영상이 폭로되는 것도, 남들이 수군거리는 것도.그러니 진시연의 한 마디 협박 때문에 물러서지 말라는 뜻이었다.“우리는 당당하게 서로 사랑하는데 왜 그 여자를 무서워하겠어?”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그 아름다운 눈동자엔 온통 남자의 모습만 비치고 있었다.구승훈은 마음속이 타들어 가는 듯 뜨거운 고통을 느꼈다.분명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누구와 결혼했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자신을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물러서겠나.진시연이 앞으로 또 어떤 수작을 부리든 그저 강하리만 지키면 그만이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구승훈이 무기력한 웃음을 내뱉었다.“그럼 지금 혼인신고 하러 갈까?”필요한 서류는 일찌감치 준비해 놓았다.사진을 찍고, 서류를 작성하며 10분 만에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마쳤고 구청을 나오는 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강 대표님, 그렇게 행복해?”강하리가 그를 흘겨보았다.“앞으로 얌전히 살아. 유부남이라는 것 잊지 말고.”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네, 사모님.”문득 강하리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한때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호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이제 진짜로 구승훈의 아내, 사모님이 되었다.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을 때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기 너머 심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오늘 집으로 와.”강하리는 막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연정이를 본 지 이틀이 지났기 때문에 정말 보고 싶었는데 심준호가 특별히 당부하자 문득 마음이 조금은 불안해졌다.“삼촌, 무슨 일 있어요?”심준호는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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