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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Author: 재인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자 연정이가 강하리를 보고 손을 내밀었다.

손연지는 강하리의 쇄골에 난 이빨 자국을 보고는 혀를 찼다.

“구승훈은 역시 개다.”

강하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강하리가 연정이를 안을 때 손연지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머뭇거렸고 강하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 그래? 노민우가 연락했어?”

손연지가 웃었다.

“아니.”

“지금까지 연락이 안 왔다고?”

손연지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보고 싶지 않아.”

강하리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손연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일은 됐고 하리 너랑 주해찬은 어떻게 된 거야?”

멈칫하던 강하리가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어제 구승훈의 휴대폰에서 봤던 동영상과 협박 문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무슨 소문이라도 났어? 아니면 동영상인가?”

강하리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차가워졌고 손연지는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강하리가 직접 휴대폰을 꺼냈다.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손연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강하리가 웃었다.

“못 볼 것도 없어.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모함하는지 봐야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휴대폰을 클릭한 뒤 보이는 조롱에 얼굴에 머금었던 웃음이 조금은 사라졌다.

앞서 구승훈이 요란하게 프러포즈하기 바쁘게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영상이 폭로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온갖 험한 말들이 쏟아졌다.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린 강하리가 휴대폰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보지 마, 배고프지? 내가 밥해줄게.”

손연지가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으려던 찰나 구승훈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그녀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구승훈이 오해하진 않겠지?”

강하리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

그렇게 말한 뒤 강하리는 구승훈의 전화를 받았다.

“일어났어?”

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구승훈은 곧바로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먹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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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진태형의 집에서 나온 진시연은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말끔히 사라졌고 아무도 나오지 않은 집을 돌아보며 가슴 한구석에 서늘한 기운이 올라왔다.결국 진태형에겐 강하리가 더 중요했던 거다.진시연의 눈동자가 내키지 않는 듯 번쩍이며 휴대폰을 꺼내 이정숙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심씨 가문의 셋째 딸 심연청이었다.진시연과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그녀는 진시연의 복수를 위해 얼마 전 사람을 시켜 JM 홈페이지를 해킹하고 강하리를 욕하게 한 장본인이었다.진시연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연청아, 무슨 일이야?”심연청은 직격탄을 날렸다.“강하리랑 구승훈이 혼인 신고한 거 알아?”진시연은 굳어버렸다.“뭐라고?”심연청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분명 진시연은 구승훈이 강하리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강하리가 구승훈에게 결혼을 거절당한 우스운 꼴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오늘 할아버지 댁에 도착했을 때 강하리가 구승훈과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게다가 심준호는 그녀를 위해 그렇게 많은 결혼 선물까지 준비했다.분명 그녀야말로 심씨 가문 사람인데 이젠 강하리가 그녀보다 더 많은 걸 누리고 있었다.대체 왜?강하리 그 망할 년이 무슨 자격으로!몇 명의 남자랑 뒹굴었는지도 모를 걸레를 심씨 가문에선 그녀보다 더 귀하게 챙기고 있었다.밤새 화가 나 있던 심연청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진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와 구승훈이 혼인신고하고 검색어까지 올랐는데 설마 모르고 있었어?”진시연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SNS에 접속했다.인기 검색어에 두 이름이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을 본 진시연은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빠는 그녀를 버렸고 구승훈마저 강하리가 빼앗아 갔다.강하리.전부 강하리다.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강하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지!대체 그녀가 강하리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서?게다가 구승훈은 정말로 강하리와 혼인신고를 했다. 강하리와 주해찬 사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가?진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02화

    강하리를 몇 번이고 건드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다만 자신을 키워준 진태형이 얼마나 정직하고 의리가 있는 사람인지 너무 잘 알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심미현 때문에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결혼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러니 자신이 한 일을 설사 그가 안다 해도 어쨌든 그가 키운 딸이기에 화를 낼 뿐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번엔 강하리를 위해 그녀조차 버릴 줄이야.진시연은 내내 기다리다가 깊은 밤이슬을 맞으며 돌아오는 진태형을 보았고 눈물을 흘리며 소파에 앉아 있는 진시연을 보고 진태형은 걸음을 멈췄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그의 표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진시연은 계속해서 바닥으로 눈물을 떨구었다.“아빠, 이젠 날 버리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아빠 딸이라고 했잖아!”진태형은 눈물을 흘리는 진시연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손을 들어 휴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울어?”진시연은 진태형의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아빠, 난 그냥 무서워서...”“빨리 눈물 닦고 돌아가서 자.” 진태형이 그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덧붙이자 진시연은 충격에 빠졌다.“아빠, 나보고 어딜 가라는 거야? 여기가 내 집이잖아.”진태형은 깊은 분노가 담긴 눈으로 진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아, 내가 기회를 줬잖아. 하리랑 화해하고 잘 지낼 수 있는데 네가 그렇게 안 하고 계속 괴롭혔잖아. 내가 했던 경고를 귓등으로 들은 거야?”진시연은 울어서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이젠 눈물을 치고 멍하니 진태형을 바라보았다.“아빠, 차별이 심하네. 강하리만 아빠 딸이고 난 아니야? 뭐가 됐든 핏줄은 이길 수 없나 봐. 내가 아무리 잘해도 그건 봐주지 않는 거야?”진태형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진시연의 뺨을 내리쳤다.“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내가 하나하나 나열해 줄까? 이 진태형이 키운 딸이 그런 사람일 줄은 나도 몰랐다.”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01화

    정안그룹 공식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이 빠르게 올라왔다.사진 속 여자의 손가락은 섬세한 옥처럼 하얗고 늘씬했지만 남자의 마디가 분명한 손은 소나무처럼 단단했다.깍지 낀 손 뒤에는 사랑스럽게 잠든 꼬마 공주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전에 프러포즈했을 때 한마디씩 하던 공식 계정에서 또다시 찾아와 댓글은 축복이 쏟아지고 있었다.강하리가 단잠에 빠져 있을 때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이 구승훈과 함께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구승훈은 SNS의 열기를 보며 눈빛이 암울하게 번뜩이다가 강하리의 입술에 입맞춤하고는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밖으로 나온 그는 나문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부터 진시연의 움직임을 잘 지켜봐요.”나문빈은 혀를 찼다.“구승훈 씨, 첫날밤을 보내지는 않고 왜 자꾸 날 귀찮게...”“남미에서 돌아오고 싶어요?”나문빈은 순간 멈칫하며 마음속으로 악랄한 부부라고 욕하면서도 정작 입 밖으론 아부 섞인 말을 뱉었다.“구 대표님, 결혼 축하드려요. 더 시키실 일은 없으신가요?”“진시연이 정양철과 연락한 적은 없는지 다시 알아봐요.”나문빈은 군말 없이 대답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창가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한참 후 그는 노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두 번째 주사를 맞았어.]멀리 연성에 있던 노민준은 그의 메시지를 보고 가슴이 살짝 철렁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첫 번째 주사를 맞으면 최소 열흘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겨우 며칠이나 지났지?노민준은 순간 메시지에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오늘은 그가 혼인신고를 한 날인데 왜 일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 걸까.노민준은 휴대폰을 든 채 마음이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축하 메시지를 보내려다 다 지워버리고 다시 글을 썼다.[괜찮아, 안정적이기만 하면 돼.]구승훈은 노민준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피식 웃었지만 그의 눈에는 웃음기가 조금도 없었다.노민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갑자기 서재의 문이 열리며 서재의 밝은 빛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00화

    좋아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고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였다.강하리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꼭 해야 하는 건 없어. 이미 했으면 후회하지 마.”손연지는 갑자기 눈물이 나 강하리를 껴안고 울었다.“그냥 그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강하리는 손연지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너무도 잘 알기에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뭐라 해도 그녀의 아이였다.자신이 어쩔 수 없이 첫 아이를 지웠을 때처럼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잊을 수 없었다.“앞으로 또 낳을 수 있어. 하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지금은 감정을 추슬러야 해. 아니면 어른도 아이도 고통스러울 거야.”강하리가 조용히 한마디 하자 손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휴지가 그녀의 손에 건네졌고 연정이는 손연지를 잡고 일어서더니 휴지를 들고 얼굴에 마구 문질렀다.손연지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방으로 돌아온 강하리가 침대에 리시안셔스가 가득한 걸 보고 걸음을 멈칫했고 연정이는 침대의 꽃밭에 신나게 몸을 던졌다.구승훈이 문 앞에 서서 혀를 찼다.“밤새워 준비한 건데.”말은 그렇게 해도 목소리에 애정이 가득했고 말을 마친 그도 꽃밭에 뛰어들어 연정이와 장난을 쳤다.한동안 방 안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잠시 후 연정이는 마침내 지쳐서 졸기 시작했다.강하리가 아이를 씻겨주고 달래서 재우는데 잠든 연정이를 본 구승훈은 강하리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고 강하리는 깜짝 놀랐다.“그만해! 연정이 깨겠어.”하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문에 바짝 밀착시켰다.“사모님, 오늘이 우리 첫날밤인데.”남자의 숨결이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고 강하리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구승훈의 입술에 키스를 했지만 그저 키스만 하고 바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구승훈은 그녀가 입술을 떼기도 전에 갑자기 큰 손으로 그녀의 목뒤 쪽을 잡고 격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잠깐 욕실에는 거친 숨소리와 강하리의 귀에 요란하게 들리는 심장 박동 소리만 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9화

    심씨 가문에서 나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강하리는 연정이를 안은 채 다소 넋이 나가 있었다.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녀가 결혼하는 모습을 엄마가 봤다면 얼마나 좋을까.강하리는 마음이 아팠다.심미현은 그토록 이 관계를 지켜주려 했지만 결실을 맺는 걸 보지 못했다.“무슨 생각해?” 구승훈이 갑자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이렇게 말하면서도 강하리는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고 구승훈은 황급히 차를 옆에 세웠다.그는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주면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울게 내버려뒀다.마침내 강하리는 구승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연정이는 강하리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작은 입을 삐쭉거리더니 덩달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한동안 어른과 아이의 울음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고 구승훈이 강하리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만 집중하자 강하리가 알아서 휴지를 뽑았다.“연정이 좀 달래줘.”구승훈은 혀를 찼다.“얘 남편이 아니라 나보고 달래라고? 우리 아내가 질투할까 봐 무서운데.”“좀 진지할 수는 없어?”그래도 구승훈의 말 덕분에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고 그녀는 눈물을 닦은 후 연정이를 꼭 안았다.연정이도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강하리에게 안기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강하리의 눈물을 집요하게 닦아주었다.강하리는 순간 마음이 시큰거렸다.울어선 안 된다.이젠 엄마가 없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엄마, 나에겐 가족이 생겼어.”엄마가 마음속으로 속삭이며 손을 들어 연정이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행복할 거다.손연지는 연정이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했고 연정이도 낯을 가리지도 않는지 그녀를 보며 뭐라고 옹알이를 했다.하얀 얼굴에 큰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작은 코는 차 안에서 울어서인지 아직 약간 분홍빛을 띠며 말할 때는 입안의 작은 이빨 몇 개가 슬쩍 보였다.손연지는 사랑스러움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있지?아이가 이렇게 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8화

    개자식, 항상 중요한 것만 말하지 않는다.하지만 강하리도 더 묻지 않았다.구승훈이 뭘 하든 그녀를 해칠 일은 없다고 믿었으니까.강하리는 휴대폰 속 영상 아래 적힌 글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난 후 이렇게 말했다.“구승훈, 난 두렵지 않아.”멈칫한 구승훈은 그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이해했다.그녀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영상이 폭로되는 것도, 남들이 수군거리는 것도.그러니 진시연의 한 마디 협박 때문에 물러서지 말라는 뜻이었다.“우리는 당당하게 서로 사랑하는데 왜 그 여자를 무서워하겠어?”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그 아름다운 눈동자엔 온통 남자의 모습만 비치고 있었다.구승훈은 마음속이 타들어 가는 듯 뜨거운 고통을 느꼈다.분명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누구와 결혼했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자신을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물러서겠나.진시연이 앞으로 또 어떤 수작을 부리든 그저 강하리만 지키면 그만이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구승훈이 무기력한 웃음을 내뱉었다.“그럼 지금 혼인신고 하러 갈까?”필요한 서류는 일찌감치 준비해 놓았다.사진을 찍고, 서류를 작성하며 10분 만에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마쳤고 구청을 나오는 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강 대표님, 그렇게 행복해?”강하리가 그를 흘겨보았다.“앞으로 얌전히 살아. 유부남이라는 것 잊지 말고.”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네, 사모님.”문득 강하리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한때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호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이제 진짜로 구승훈의 아내, 사모님이 되었다.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을 때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기 너머 심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오늘 집으로 와.”강하리는 막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연정이를 본 지 이틀이 지났기 때문에 정말 보고 싶었는데 심준호가 특별히 당부하자 문득 마음이 조금은 불안해졌다.“삼촌, 무슨 일 있어요?”심준호는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7화

    구승훈은 눈앞에 나타난 강하리를 바라보며 문득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가 밤낮으로 결혼하길 고대하던 여자가 지금은 마치 그에게 최후통첩을 내리는 것 같았다.감히 거절하기만 하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듯이.강하리는 책상 뒤에 앉아 미소를 짓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아릿할 정도로 화가 나서 무심코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을 집어 들어 구승훈에게 내리쳤다.구승훈은 깜짝 놀라 황급히 피했고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강하리의 눈은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날 이렇게 가지고 노는 게 재밌어?”구승훈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굳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미안해.”그가 손을 뻗어 강하리를 끌어당기려고 했지만 강하리는 한 발짝 물러섰다.자신과 구승훈 사이엔 너무도 많은 우여곡절과 아쉬움이 있었기에 하루빨리 그들 관계를 확정 짓고 남은 날들은 그저 아름답게만 보내고 싶었는데 늘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강하리가 피식 웃었다.“이젠 강요 안 해.”말을 마친 그녀가 돌아서서 문밖으로 걸어 나가자 구승훈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서둘러 다가가 강하리의 손을 잡아끌었다.“가지 마, 내가 설명할게.” 남자는 무력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아니에요. 강요하지 않을게요, 구 대표님. 억지로 가져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구승훈의 입꼬리가 파들 떨리며 몸을 굽혀 그녀를 안고 사무실 의자에 앉힌 뒤 두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잡아 품 안에 가두었다.“일부러 약속 어긴 건 아니야. 먼저 처리할 일이 있었어.”강하리는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구승훈은 약간 복잡한 표정이었다.“문자를 하나 받았어.”강하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구승훈은 곧장 강하리에게 휴대폰을 건넸고 영상이 눈앞에서 재생되자 휴대폰을 잡은 그녀의 손이 떨렸다.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영상에서 그녀가 주해찬에게 한 말은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하리는 피식 웃음이 났다.그토록 애정이 담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6화

    진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라고요?”구승훈이 비웃었다.“진시연, 계속 그런 식으로 해. 빈털터리로 만들어 줄 테니까.”말을 마친 구승훈은 뒤돌아 떠났고 다시 JM 건물로 왔지만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휴대폰에는 강하리가 보낸 답장이 와 있었다.[알았어, 기다릴게.]구승훈은 피식 웃으며 갑자기 주먹으로 차를 내리쳤고 차의 경보음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로 울려 퍼졌다.구승재는 정안 그룹 건물에서 황급히 내려와 구승훈의 곁에 다가간 뒤 그의 손에 주사를 건넸고 차에 돌아와 주사를 놓으며 구승훈은 미간을 꾹 눌렀다.“형수님이랑 혼인신고 하러 간다며? 왜 안 갔어?”구승훈은 묵묵부답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선 영상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낸 다음 마음 놓고 강하리와 혼인신고를 할 수 있었다.그 영상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았다.당시 강하리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설령 그녀가 주해찬을 정말 사랑한다고 해도 그는 그녀를 곁에 두고 싶었다.하지만 강하리의 평판은 고려해야 했기에 남자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잠시 후 그는 나문빈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휴대폰 해킹 좀 해줘요.”강하리는 온라인에서 구승훈의 프러포즈를 본 순간부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회사 직원들도 그녀를 보고 농담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던 중 구승훈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입가에 번지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강하리는 한참 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구승훈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문득 그를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강하리는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 일을 처리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혼인신고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끝내 전화를 걸지는 못했다.아래층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고 강하리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리며 가슴이 답답했다.남자는 아래층에 있으면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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