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는 이 일로 더는 송민준과 쟁론하고 싶지 않았는 데다가 그가 원하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은행 카드 번호와 연락처를 송민준한테 알려주고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문을 열자마자 밖에서 공손한 자세로 대기 중인 기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나더러 더 편히 자라고 차에서 내려보낸 거겠지.’고은서는 기사한테 간단하게 사죄한 후 아파트 단지로 걸어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문을 들어서자마자 이미숙이 부랴부랴 달려왔다.“은서 씨, 대체 어디 가셨다 이제 온 거예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죠?”이미숙은 그녀가 행여나 다치진 않았는지 이리저리 훑으면서 확인했다.사실 고은서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귀가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심지어 전엔 몇 번이고 고씨 집안 본가에서 하룻밤 머무르다 오곤 했는데 이미숙은 단 한 번도 지금처럼 다급해 한 적이 없었다.‘오늘 무슨 일 있었나?’“아줌마, 저 괜찮아요. 제가 늦게 들어오면 먼저 쉬라고 했잖아요. 아직도 안 주무시고 뭐 하는 거예요?”고은서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이미숙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마침 그녀의 폰이 울렸다.“돌아왔어요. 은서 씨가 금방 집에 들어왔는데 다친 곳도 없고 괜찮은 것 같아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도련님.”이미숙은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반면 고은서는 도련님이란 세 글자를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곽승재 연락을 받고 날 걱정하는 거야?’그날 농장에서 곽승재한테 화내면서 자신에게 더는 집착하지 말라고 한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그녀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고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심지어 유일 투자 은행에서 주최하는 연회도 그를 초대하지 않았다.‘이 늦은 시간엔 무슨 일로 전화한 거지?’“네, 알겠습니다. 금방 바꿔드릴게요.”이미숙은 말하면서 폰을 고은서에게 건네주었다.“은서 씨, 도련님 전화에요.”그녀는 의문스럽긴 했지만 순순히 폰을 건네받았다.“무슨 일이야?”“괜찮아? 아무 일 없어?”곽승재의 목소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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