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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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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늦은 밤인 탓인지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방금 달아나느라고 땀이 난 고은서는 바람을 맞자마자 약간의 쌀쌀함을 느꼈다.송민준은 이내 자신이 들고 있던 외투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술 냄새가 조금 나긴 하지만 괜찮다면 쓰고 있어요.”술이 깬 송민준은 평소의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의 눈빛은 미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추위를 느낀 고은서는 사양하지 않고 외투를 건네받았다.심지어 그녀는 연회 일로 종일 바삐 보낸 데다가 돌아가는 길에 이런 일까지 부딪히게 되니 너무 피곤했다.그래서 행여나 감기라도 걸릴까 봐 냉큼 외투를 받아 걸쳤다.“죄송해요, 은서 씨. 제가 민폐를 확실하게 끼친 것 같네요. 몸은 괜찮나요? 병원에 가서 검사라도 받아보는게 낫지 않을까요?”송민준이 근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괜찮아요.”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발이 심하게 부은 것 같은데 민준 씨야말로 병원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아까 경찰한테 부탁해서 임시로 스프레이를 뿌렸는데 많이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은 잠시 안 가려고요.”송민준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마침 송민준의 기사가 차를 몰고 두 사람 앞에 섰다.“은서 씨, 제가 데려다줄게요.”자신의 몸은 자신이 더 잘 아는 법, 고은서는 더는 그를 달래지 않고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워 기절한 듯이 자고 싶었다.송민준은 차로 다가가 고은서를 위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고은서는 거절하지 않고 곧장 차에 올랐다.그러나 문이 닫히기 전에 그녀는 송민준의 팔에 핏자국이 있는 걸 발견했다.“혹시 손을 다쳤나요?”방금 전 고은서가 칼을 든 남자를 발로 차버리긴 했으나 칼을 휘두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송민준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실수로 베였을 수도 있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송민준은 팔을 들고 확인해 보았다.“별로 큰 상처가 아니네요. 약 바르면 괜찮을 거예요.”그래도 상처가 깊지 않아 다행이었다.기사는 비상용으로 차에 둔 약상자에 상처에 바를만한 연고가 있다면서 두 사람에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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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기사는 차 밖에서 대기 중이었고 송민준은 발 때문인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청하고 있었다.인기척을 느낀 그는 이내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제가 저도 모르게 잠들었네요.”고은서는 목을 어루만지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고는 속으로 무의식적으로 송민준 몸에 기대지 않아서 다행이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를 깨우지 그랬어요?”고은서가 물었다.송민준은 고은서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화제를 바꾸었다.“저에 대한 경각심을 내려놓았나 봐요. 이렇게 쉽게 잠들다니.”금방 잠에서 깬 고은서는 비몽사몽한 상태라 송민준의 말에 깃든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머쓱해 하며 답했다.“너무 피곤해서 밖을 내다보다가 저도 모르게 잠에 들었는데 죄송해요.”“제가 해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송민준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차 안은 아주 어두웠는데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비춰 들어왔다.고은서는 송민준의 표정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그저 느낌상 그가 평소 젠틀한 모습과 달리 비아냥거리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보아낼 수 있었다.“저를 해치기라도 하시게요?”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그럴 리가요.”송민준은 이내 나긋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부인했다.“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내주는 은서 씨가 꽤 부럽네요.”고은서는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이내 송민준의 뜻을 알아차렸다.“민준 씨는 민아 오빠 되는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송씨 집안 가정교육과 조건을 보아서라도 민준 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만한 믿음은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고은서는 진심이었다.송민준이 아무리 위험한 인물이라고 해도 이런 틈을 타 그녀를 해칠 정도의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그녀의 말은 송민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어릴 적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아무런 곤란도 겪어보지 못하고 자란 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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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고은서는 이 일로 더는 송민준과 쟁론하고 싶지 않았는 데다가 그가 원하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은행 카드 번호와 연락처를 송민준한테 알려주고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문을 열자마자 밖에서 공손한 자세로 대기 중인 기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나더러 더 편히 자라고 차에서 내려보낸 거겠지.’고은서는 기사한테 간단하게 사죄한 후 아파트 단지로 걸어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문을 들어서자마자 이미숙이 부랴부랴 달려왔다.“은서 씨, 대체 어디 가셨다 이제 온 거예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죠?”이미숙은 그녀가 행여나 다치진 않았는지 이리저리 훑으면서 확인했다.사실 고은서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귀가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심지어 전엔 몇 번이고 고씨 집안 본가에서 하룻밤 머무르다 오곤 했는데 이미숙은 단 한 번도 지금처럼 다급해 한 적이 없었다.‘오늘 무슨 일 있었나?’“아줌마, 저 괜찮아요. 제가 늦게 들어오면 먼저 쉬라고 했잖아요. 아직도 안 주무시고 뭐 하는 거예요?”고은서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이미숙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마침 그녀의 폰이 울렸다.“돌아왔어요. 은서 씨가 금방 집에 들어왔는데 다친 곳도 없고 괜찮은 것 같아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도련님.”이미숙은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반면 고은서는 도련님이란 세 글자를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곽승재 연락을 받고 날 걱정하는 거야?’그날 농장에서 곽승재한테 화내면서 자신에게 더는 집착하지 말라고 한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그녀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고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심지어 유일 투자 은행에서 주최하는 연회도 그를 초대하지 않았다.‘이 늦은 시간엔 무슨 일로 전화한 거지?’“네, 알겠습니다. 금방 바꿔드릴게요.”이미숙은 말하면서 폰을 고은서에게 건네주었다.“은서 씨, 도련님 전화에요.”그녀는 의문스럽긴 했지만 순순히 폰을 건네받았다.“무슨 일이야?”“괜찮아? 아무 일 없어?”곽승재의 목소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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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이미숙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린 고은서는 일부러 외투를 벗으면서 강조했다.“보기만 해도 알리지 않나요? 남자 외투잖아요.”“...”이미숙은 경악하면서도 아쉽다는 표정을 드러내며 그녀한테서 외투를 건네받았다.“내일 세탁소에 맡겨둘게요. 은서 씨는 얼른 올라가서 쉬세요.”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방으로 들어갔다.이미숙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도련님 곁에는 인플루언서가 질척거리고 있고 사모님 곁에는 적지 않은 구애자가 존하고 심지어 오늘은 남자 외투까지 걸치고 왔는데 두 분 정말 재결합할 수 있는 걸까?’이미숙은 은근히 걱정되었다....이튿날, 고은서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어제 그런 일을 겪은 데다가 오랜만에 달리기까지 하는 바람에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다행히도 어디 불편한 곳은 없었다.그녀가 씻고 준비하고 유일 투자 은행에 들어섰을 때 송민아가 최신형 스마트 폰 하나를 건네주었다.“오빠가 주라고 해서. 어제 일은 오빠한테 전해 들었어. 미안해, 은서야. 그렇게 큰일을 겪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너랑 상관없는 일인데 사과하지 않아도 돼.”고은서가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취하지만 않았어도 네가 이 일에 휘말려들 일도 없는데. 그럼 그 불량배들과 맞붙을 일도 없을 거 아니야.”송민아가 자책하면서 말했다.“또 마침 오빠가 발을 상하면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다 네가 물리쳤다며.”‘아주 자세하게 알려줬네.’“괜찮아. 사고일 뿐이야. 그리고 나 폰 있어. 그러니까 도로 가져가.”고은서는 여분의 폰을 두고 있었는데 마침 그 폰을 쓸 기회가 생겼다.게다가 두 사람을 도와준 남자에게 줄 이천만 원도 송민준이 냈는데 차마 새 폰까지 받을 수는 없었다.“그냥 받아. 마땅히 줘야 할 선물이야. 오빠가 아니었으면 폰이 고장 날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송민아가 재촉했다.“이거 먼저 가지고 나중에 시간 나는 대로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어.”“밥은 거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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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여시은을 향한 경각심을 낮출 수 없었던 고은서는 그녀한테서 연락이 오자마자 녹음 공능을 켜두었다.그러나 여시은이 이리도 눈치 빠르게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은서 씨, 화났어요? 아니면 정말 저를 오해한 거예요? 저는 은서 씨를 계속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여시은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제가 하도 멍청해서 여시은 씨의 경지에 이르기는 불가능할 것 같네요. 여시은 씨 친구가 될 자격도 없고요.”“은서 씨, 너무 겸손해하지 않아도 돼요. 멍청하다뇨? 퍼퓸 제작 솜씨도 훌륭한 데다가 유일 투자 은행까지 운영하고 있잖아요. 심지어 해성 10대 청년상 수상자이면서 왜 그러는 거예요. 아, 맞다. 어제 연회에서 발언하는 사진을 봤는데 너무 이쁘고 멋지던데요. 저 엄청 부러워했는데.”고은서는 여시은이 갑자기 왜 그 얘기를 꺼내는지 의문이 들었다.“부러워할 필요가 있나요. 시은 씨 능력으로 마음만 먹으면 뭐든 다 해낼 수 있는데. 심지어 저보다 백배 정도 더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과찬이에요.”여시은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무슨 능력이 있어요. 유일하게 은서 씨보다 훌륭한 점이라면 운인 것 같네요. 저 대신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는 아빠가 있어서 굳이 노력하지 않고서도 이 세상 많은 사람들보다 더 좋은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운이랄까요? 그저 간혹 심심할 때가 있어서 은서 씨 같은 사람과 지내면서 더 많은 걸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지금 나한테 좋은 아빠를 두었다고 자랑하는 거야?’확실히 이 방면에서는 고은서는 전혀 비길 자격이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어머니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고 고준석마저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었다.인내심이 바닥난 고은서는 더는 여시은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제가 바빠서 이만 끊어야 할 것 같네요.”전화를 끊은 후 얼마 되지 여시은한테서 문자가 왔다.[은서 씨, 나중에 회사에 또 연회가 있으면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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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여시은은 방긋 웃으면서 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절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없으니까 시름 놓고 돌아가셔도 돼요.”...고은서는 퇴근하자마자 라이트문으로 돌아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녀는 눈처럼 새하얀 몸뚱이에 아주 이쁘장하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고양이를 그녀를 향해 야옹 하면서 다가와 다리에 자신의 몸을 비볐다.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 고은서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어루만져 주었다.그러나 이내 고양이가 전에 곽승재가 자신에게 보내준 사진 속의 고양이 퀸이라는 걸 발견했다.전보다 많이 자란 데다가 털도 예전보다 훨씬 길어졌는데 눈동자는 바다처럼 푸르렀는데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이뻤다.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퀸의 머리를 더 어루만져 주었다.그러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퀸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설마...’고은서의 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맞은편 집에서 익숙한 남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퀸.”곽승재는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땅에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를 어루만지고 있는 고은서와 눈이 마주쳤다.가녀린 몸매에 뽀얀 피부를 가진 고은서가 흰 고양이를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이 유독 아름다워 보였다.그러나 고은서의 눈빛은 그를 보자마자 차가워졌다.이를 본 곽승재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나면서 표정이 굳어졌다.“나와 연관된 건 다 싫다며. 그런데 왜 퀸을 안고 있는 거지?”곽승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고은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퀸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퀸이 품에 꼭 안긴 채 더 어루만져 달라고 그녀의 손가락을 살랑살랑 핥기 시작했다.새끼 고양이 앞에서 차마 마음이 독해질 수 없었던 고양이는 앞으로 다가가 직접 퀸을 곽승재 손에 쥐여주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왜 여기 있는 거야?”“내 집인데 있으면 안 돼?”고은서는 열린 문 사이로 그의 집 안을 살짝 흘겨보았는데 다행히도 마재경은 보이지 않았다.‘전에 아줌마는 마재경이 이사 갔다고 했는데 곽승재는 왜 여기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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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곽승재는 자신을 경계하는 고은서를 보면서 입술을 달싹이다가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퀸을 안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고은서는 어이없어졌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정말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재경과 알콩달콩하더니 동거할 집을 따로 구한 거 아니었어? 왜 계속 여기에 있는 건데? 정 안되면 예원 별장으로 가면 될 것을 왜 굳이 여기에 있는 거냐고?’고은서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그러나 차마 퀸이 굶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고은서는 이미숙한테 우유를 대신 가져다주라고 말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그녀가 집에 없었다.전화해 물어보니 장보고 잃어버리고 안 가져온 채소가 있어서 다시 가지고 가는 길이니 배고프면 국을 먼저 먹고 있으라고 그녀에게 말했다.고은서는 고민 끝에 우유를 들고 곽승재의 집 문을 두드렸다.곽승재는 퀸을 집 안에 두고 혼자 문을 열었다.“무슨 일이야?”고은서가 안을 들여다보니 퀸이 배고픈 탓인지 계속 물을 할짝거리고 있었다.“우유 달라며!”그녀가 우유를 건네주며 말했다.그러나 곽승재는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필요 없어. 이미 사람 시켜 사료랑 우유를 가져오게 했어. 아마 곧 도착할 거야.”고은서는 곽승재가 일부러 이런다는 걸 알고 있었다.‘내가 방금 전에 거절했다고 본인도 나를 거절한다는 거야?’“싫으면 말고.”‘좋은 마음으로 우유를 가져다줬더니 찬물이나 끼얹고 난리야.’고은서는 씩씩거리며 뒤돌아 가려고 했다.그러나 곽승재가 갑자기 그녀를 붙잡고 집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벽에 밀어붙였다.그의 따뜻한 체온이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고은서가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보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탁하는 소리와 함께 우유도 땅에 떨어졌다.“곽...”고은서가 화를 내려고 하던 찰나 곽승재가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그는 미리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끼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서로 숨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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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고은서는 그 일로 곽승재의 뺨까지 내리쳤었다.‘그러니까 내가 마재경을 해치려 할까 봐 다른 곳으로 옮겨준 게 아니라 내 말을 듣고 정말 라이트문에서 쫓아냈단 말이야?’곽승재는 고은서의 표정 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기억났으면 계속해도 되지?”그는 고은서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또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곽승재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둘러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부축한 채 방금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또다시 숨이 막혀온 고은서는 부득이하게 고개를 들고 그의 키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키스가 끝난 후, 고은서는 곧 질식할 것만 같았다.곽승재의 몸은 점점 더 뜨거워 났고 그곳도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이를 발견한 고은서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곽승재, 당신 정말 변태야?”그녀의 발그스름한 얼굴과 촉촉한 입술을 바라보고 있던 곽승재는 욕구가 억누를 수 없을 만큼 거세져 가는 것 같았다.“은서야, 난 그저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정말 곧 터질 정도로 네가 그리웠어...”곽승재는 말하면서 또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그러나 고은서는 더는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던지라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잊지 마. 우리 이미 이혼한 사이야. 게다가 당신도 새로운 여자가 생겼잖아. 선 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고은서는 애써 덤덤한 척하면서 말했다.곽승재는 그녀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고은서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니면 무언갈 떠올렸는지 그는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눈빛도 점점 어두워졌다.마침 퀸이 뒤에서 야옹거리는 바람에 고은서는 그 틈을 타 곽승재를 밀어냈다.“얼른 놔.”그는 고은서를 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면서 뒤로 한발 물러서더니 끝내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고은서가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할 때 뒤에서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 이건 네가 나한테 진 빚이야. 난 그저 마땅하게 돌려받을 뿐이고. 절대 집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어.”고은서는 그의 말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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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발신자는 다름 아닌 송민준이었다.“민준 씨, 무슨 일이죠?”“민아한테서 들었는데 새 폰을 거절했다면서요?”고은서는 이내 웃으면서 답했다.“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폰일 뿐인데 여분으로 둔 폰이 하나 더 있어서 그냥 그 폰을 쓰면 돼요.”“제가 폰에 손이라도 댔을까 봐 걱정되어서 그러는 건가요?”송민준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질문을 투척했다.고은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확실히 걱정되긴 했지.’그녀는 지금까지도 송민준이 어떤 사람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어떨 땐 위험하게 느껴지다가도 간혹 젠틀한 면을 보일 때도 있었다.그러나 폰만은 마음 놓고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면 나더러 어떻게 대답하라는 거지?’“장난이에요.”고은서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송민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폰은 거절했으니 다른 선물로 골라볼게요. 어떻게서든 제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어서요.”“민아를 봐서 도와준 건데 괜찮아요. 민아 오빠만 아니었더라면 아마 상관하지도 않았을 거예요.”고은서가 사실대로 말했다.“제가 민아 덕분에 살았네요. 시간 편할 때 민아도 불러서 같이 밥 한 끼 먹죠.”고은서는 흔쾌히 승낙했다.송민준은 이어 어젯밤에 도주한 세 사람이 이미 경찰에 잡혔는데 응당한 벌을 받게 될 거라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고은서에게 전해주었다.전화를 끊은 후 텔레파시라도 통한 건지 이내 박지연한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 계속 부재중이라고 뜨던데.”고은서는 송민준이랑 통화하고 있었다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까지 다 그녀에게 알려주었다.박지연은 이내 걱정하면서 다친 곳은 없냐고 물었다.그녀는 괜찮다는 답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 진짜 절에라도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자꾸 재수 없는 일만 생기는 거야?”“시도 때도 없이 이런 사고가 자꾸 생기는데 나도 왜 이렇게 재수 없는지 모르겠어. 보살님한테 빌어서 해결될 일이라면 네가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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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고은서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정말 절에 가는 거야?”“당연하지. 마침 육현석도 시간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같이 절에 가서 간절하게 빌고 주변에서 놀다 돌아오자. 일도 쉬면서 해야지.”박지연이 답했다.‘육현석도 같이 가는 거구나. 쉬는 게 아니라 그냥 데이트하러 가는 거겠지.’“난 굳이 두 사람 사이에 끼고 싶지 않은데.”“괜찮아. 너도 이젠 습관 될 때가 되지 않았니?”박지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고은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박지연과 시간을 정한 후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그러나 뜻밖으로 곽승연과 마주치게 되었다.품에 퀸을 안고 있는 걸 봐서는 아마 곽승재 집에서 나온 듯했다.“언니! 언니도 여기 살아요?”곽승연은 그녀를 보자마자 무척 기뻐했다.‘따지고 보면 승연이를 못 만나지도 꽤 됐네.’곽승연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눈에 띄게 좋아하며 총총 달려왔다.“응. 승연이는 여기에 왜 온 거야?”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엄마가 오늘 바빠서 같이 못 있어 준다고 나갔는데 마침 오빠를 너무 오래 못 본 것 같아서 기사님 차에 오빠 찾으러 온 거예요.”곽승연의 말하는 속도도 전과 달리 많이 빨라졌다.마침 곽승재가 집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고은서를 보고 입술을 달싹이더니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틀 전의 키스를 떠올린 고은서도 그한테 별로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승연아, 언니는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그러자 곽승연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언니, 어디 가는 거예요?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고은서는 전에 편한 시간에 그녀를 데리고 놀러 가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아무튼 박지연이랑 육현석 두 사람과 나가는데 승연이를 데리고 가도 괜찮겠지?’“승연이 데리고 어디 갈 생각이었어?”고은서가 곽승재를 향해 물었다.“판주에 처리할 일이 생겨서 사무실에 데려가려고.”곽승재가 덤덤하게 답했다.‘굳이 휴식일에 동생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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