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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721 - Chapter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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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1화

불사신, 영원한 젊음 따위는 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고 족장은 그야말로 야비한 사기꾼이었다. 불에 그을린 냄새가 족장 몸에서 뿜어져 나오자 나무에 달려 있던 독벌레가 놀랐는지 칵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껍데기가 부서지며 독벌레들이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는데 숙주를 찾기 위해 사람의 기운을 따라 빠른 속도로 기어가기 시작했다.무녀들은 끔찍한 광경에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고 나뭇가지에 걸쳐있던 노인도 족장이 죽은 걸 보고 영혼을 뺏긴 사람처럼 중얼거렸다.“도망가. 다 도망가. 여긴 곳 잿더미가 될 거야...”허나 사람들은 도망가기 바빠 그가 중얼거리는 걸 아무도 듣지 못했다. 노인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껄껄 웃었다.“하하하하. 아들아, 봤니? 이 아비가 너 대신 복수했으니 이제 편히 눈 감아. 다음 생에 또 내 아들로 태어나야 한다. 그리해 줄 거지...”소원과 서현재는 아직 연꽃 제단에 묶여 있었다.서현재가 먹은 알약은 지금 그의 몸 안에서 다른 것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놀라운 효과가 있는 것 맞지만 바로 소화할 수는 없었기에 먹고 나서도 조용히 누워서 흡수해야 했다. 묶여 있는 상태라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없었던 서현재는 얼른 속박에서 벗어나 소원을 구하고 싶었지만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누나, 혹시 알아서 밧줄 끊어낼 수 있어요? 나는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서현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소원도 노력하고 있었지만 철사로 묶여있어 벗어나려면 살가죽이 벗겨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는데 그건 상상만 해도 너무 아플 것 같았다. 그래도 서현재를 다독이기 위해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 할 수 있을 것 같아.”더 좋은 방법이 없었기에 소원은 말하자마자 눈을 질끈 감더니 이를 악물고 손을 힘껏 당겼다.우지직.뼈에서 살이 발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소원도 고통을 이기지 못해 비명을 질렀다.“아악...”고통스러운 소원의 절규에 서현재가 걱정하기 시작했다.“누나... 누나... 괜찮은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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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2화

“아악.”찢어질 듯한 절규가 무곡산을 가득 메웠다. 얼핏 들어도 비명을 지른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서현재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누나...”상대가 겪고 있는 아픔을 조금도 나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든 다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큰 무력감에 휩싸인 서현재는 자기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다시 한번 자각했다.소원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지만 혀를 꽉 깨문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 진정한 소원은 이제 정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자각하고 살가죽이 벗겨져 피투성이인 손바닥으로 아직 묶여있는 다른 손을 풀었다. 움직일 때마다 아찔할 정도로 너무 아팠지만 소원은 비명을 질러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아무 소리 내도 내지 않았다.손을 푸는 데 성공한 소원은 숨돌릴 새도 없이 다치지 않은 손으로 묶였던 발을 풀기 시작했다. 그때 독벌레 한 마리가 소원의 손에서 나는 피비린내를 맡고 소원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독벌레니 기어다니기만 하지 태어난 지 7일이 지나면 날 수 있었기에 1초 만에 바로 소원의 손바닥으로 날아와 피와 살을 갉아 먹으며 핏줄을 타고 소원의 몸에 파고들었을 것이다.소원은 자신을 향해 기어 오는 독벌레를 보며 당황한 나머지 끈조차 제대로 풀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묶인 발을 풀기도 전에 독벌레는 어느새 발치까지 기어 왔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원의 발을 타고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손으로 쳐내려 했지만 독벌레는 들어가지 못하는 구멍이 없었다. 특히 밖으로 드러난 피부를 파고드는데 능했다.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절망한 소원이 이제 하늘에 맡기려는데 발치로 날아든 화섭자가 몹쓸 짓을 하려는 독벌레를 잿가루로 만들어 버렸다.한시름 놓고 고개를 든 소원은 바람막이를 단단히 챙겨입은 남자가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걸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바람막이로 중무장했다 해도 소원은 잘빠진 체격을 보고 그 사람이 육경한임을 한눈에 알아봤다.‘육경한이 여긴 어떻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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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3화

이런 상황에서는 안는 것보다 업는 게 더 맞았다.“잠깐만.”소원이 육경한에게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현재도 있잖아. 현재 구하는 거 좀 도와줘.”육경한이 서현재를 구해주고 싶을 리가 없는데 이런 부탁을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육경한이 들고 있는 단검이 철사도 그대로 끊어내는 걸 보고는 상처를 입은 자신보다는 더 빨리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일단 부탁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이제 이곳은 독벌레 대군으로 점령당한 상태였다. 독벌레가 있던 우리가 모두 터져버리는 바람에 독벌레가 많아지면서 상황이 점점 더 위험해졌다.사람의 힘으로도 독벌레를 전부 소멸할 수 없는데 화섭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화섭자는 그저 임시방편일 뿐 큰 작용을 하지 못했기에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소원이 나지막한 소리로 애원했다.“제발 좀 도와줘. 내가 빚진 걸로 할게.”소원은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육경한의 도움을 받으려면 이렇게 약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갑기만 하던 육경한의 표정이 이 말에 살짝 풀리는가 싶더니 소원의 손에 화섭자를 한 웅큼 쥐여주며 말했다.“주변 잘 봐. 조심하고.”육경한이 아직 제단에 묶여있는 서현재에게로 다가갔다. 다져온 솜씨가 있어서 그런지 아주 손쉽고 빠르게 서현재를 묶고 있던 철사를 끊어냈다.서현재는 육경한이 그를 구해준 것에, 그리고 소원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 일단 원망이든 원수를 다 내려놓고 진심으로 말했다.“고마워요.”아직 칼을 거두지 않은 육경한이 갑자기 서현재의 목에 칼을 겨누더니 낮지만 매서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내 와이프 넘볼 생각하지 마. 아니면 다음번에는 여기에 찔러넣을 거야.”서현재는 입술을 꼭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경이 온통 독벌레에 팔려있는 소원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끝났어?”육경한이 서현재를 힐끔 쳐다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검을 거뒀다.“끝났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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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4화

이상한 것에 고집을 부리는 두 사람을 보며 소원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인데 유치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육경한, 못 업겠다는 거지? 그러면 내가 업을게.”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원은 다치는 바람에 서현재가 아니라 유진이어도 업지 못하는 상황이었다.육경한은 내키지 않았지만 소원이 쪼그리는 걸 보고 차가운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됐어. 내가 해.”서현재가 그래도 얼굴을 굳힌 채 업히려 하지 않자 소원은 할 수 없이 서현재의 손을 육경한의 등에 올려놓았다. 그제야 서현재도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육경한의 목을 감쌌다.소원은 어정쩡하게 업힌 서현재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남자가 돼서 꽁하게 왜 그래.”서현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적 없어요.”서현재는 꽁한 게 아니라 그저 육경한에게 빚지는 게 싫을 뿐이었다. 이렇게 나가다가 소원과 관련된 일에서 입지가 좁아질까 봐 걱정이었다.오히려 육경한은 소원의 말에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이렇게 말했다.“꽁한 거 맞아.”188은 되는 키에 꽁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서현재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하얘졌다.두 사람의 말장난에 맞장구를 쳐줄 생각이 없는 소원이 차가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가기나 해.”얌전해진 육경한이 소종과 다른 세 사람에게 말했다.“얼른 가자.”그때 소원이 잠깐 사이에 독벌레에 의해 잠식된 노인을 발견했다. 틈도 없이 노인의 몸에 다닥다닥 매달린 독벌레가 정말 너무 역겹고 섬뜩했다. 저 정도면 허준이 와도 살려내지 못할 것 같았다.소원은 함부로 동정심을 내보일 만큼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건 온전히 노인의 선택이었다. 살고 싶다면 나무에 잘만 숨어있어도 숨 돌릴 시간은 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복수가 끝나기 살아갈 동력을 잃은 것 같았다.하늘이 점점 희끗해지는 걸 봐서는 동이 터오고 있었다.소종과 다른 세 사람이 육경한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때 바닥에 누워있던 노인이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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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5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찔하게 높은 나무 한 그루가 기우뚱하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독벌레가 뿌리를 전부 갉아 먹은 데다 산불까지 들이닥치니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나무가 넘어진 방향은 육경한과 보디가드의 부축을 받고 서 있는 서현재 쪽이었다. 빠른 속도로 상황을 읽어낸 보디가드는 얼른 서현재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소원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움직였다.“조심해.”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원은 서현재를 당기며 옆으로 굴러가는데 가슴이 철렁할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소종이 똑같이 위험에 처한 육경한을 덮치자마자 나무가 그대로 무너졌고 바닥에는 큰 구덩이가 생겼다. 제때 피하지 못했다면 나무 아래 서 있던 사람은 그래도 뭉개졌을지 모른다.소원이 한시름 놓기도 전에 외마디 비명이 들리더니 보디가드 셋이 우르르 몰려갔다.“소 비서님, 소 비서님...”소종이 육경한을 밀어내느라 나무에 오른쪽 팔을 부딪친 것이다. 건장한 체구를 가진 소종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곧 죽을 것처럼 허약해 보였다. 깜짝 놀란 소원이 고개를 드는데 육경한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제야 소원은 나무 아래 육경한도 서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소종이 아니었다면 쓰러진 나무에 부딪힌 건 어쩌면 육경한이었을지도 모른다.사실 소원도 육경한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육경한은 솜씨가 좋았기에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보디가드에게 버림받은 서현재를 구하지 않으면 납작없이 깔려 죽을 거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서현재를 잡고 옆으로 구른 것이었다.소원은 실망이 잔뜩 묻어나는 육경한의 눈빛에 설명을 덧붙이려다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소종의 상처를 살피는 육경한이 어쩌면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심하게 다친 소종은 지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팔과 어깨를 연결한 부분은 이미 뼈도 살도 없었고 얇은 살가죽으로 간신히 붙어있었다. 몇 명이 함께 그 나무를 옮기려 했지만 몇 톤이나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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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6화

서현재가 말을 이어갔다.“헬기가 온다고 해도 큰 나무를 옮길 방법이 없고 어차피 팔을 끊어내야 하는 데 차라리 지금 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그는 육경한의 표정을 무시한 채 말했다.“오래 눌리면 가망이 없으니 그쪽이 해요. 내가 알려줄게요.”손과 발에 힘이 풀린 게 아니었으면 직접 했을 것이다.육경한은 의사가 아니었고 절단 수술은 조금만 어긋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에 결코 쉬운 수술은 아니었다.육경한은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소종의 얼굴과 창백한 입술을 바라보며 잠시 고심한 끝에 단검을 꺼냈다.서현재는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알코올을 꺼내 칼날에 붓게 한 다음 천 조각을 찢으라고 지시했다.“팔을 꽉 묶어요.”경호원이 손을 대려는 찰나 육경한이 직접 건네받아 소종의 팔을 단단히 묶은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오랜 세월 소종은 그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직접 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단단히 묶은 후 서현재의 팔이 불편해 보여 소원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그를 부축해 더 잘 알려줄 수 있도록 앞으로 다가서는데 그 모습이 어떤 남자의 눈엔 무척 거슬렸다.마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 커플이고 자신은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소원은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조금 전 일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두 사람을 동시에 밀어낼 방법이 없었기에 한 사람을 선택한 것이고 지금 서현재의 상태로는 조금 전 그녀가 나서지 않았으면 목숨을 잃을 게 분명했다.반면 육경한은 적어도 손과 발이 민첩해서 나무에 눌리더라도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소종처럼 팔이나 다리가 부러질 수는 있겠지...만약 그렇게 되면 소원은 평생 육경한을 돌봐줄 생각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서현재는 힘겹게 손을 들어 위치를 가리켰다.“여기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해요.”육경한은 한 번 쳐다보더니 그래도 칼끝에 피를 묻혀본 사람이라 그런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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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7화

말을 마친 그에게 고통이 밀려왔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잠시 기절했던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줄 알았다.소종의 말에 소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육경한을 끌어당기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서현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술을 달싹였지만 소원이 그런 그를 보고는 팔을 누르며 말렸다.육경한은 소종의 말에 개의치 않은 듯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다행히 소종은 자신의 비참한 상태에 정신이 팔렸고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감각도 없이 마비된 자기 팔을 바라보며 순간 당황했다.“나... 왜 이래요?”“팔이 눌려서 괴사했어.” 육경한은 차분하게 알려주었다.“절단해야 해.”“...”주위에 적막감이 감돌았다.핏기 없는 소종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속으로는 분명 괴로울 거다.무려 오른손인데 왼손잡이도 아닌 소종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소종의 긴 침묵을 마주한 육경한이 침묵을 깨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여기 마취제가 없으니까 조금만 참아.”육경한은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침착했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이건 장난이 아니었고 소종을 무척 소중히 여겼기에 그가 죽는 걸 원치 않는 거다.“알겠어요.” 소종도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급박한 상황에서 1초라도 지체되면 그만큼 위험 요소가 많아진다.하지만...소종은 육경한 앞에서 팔이 없을 바엔 차라리 죽겠다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했다.이건 남자의 자존심이고 신체 건강한 남자로서 팔이 하나뿐인 장애인이 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육경한이 살려준 목숨이니 그가 죽으라고 하지 않는 이상 죽을 수는 없었다.“형님, 시작하시죠.”육경한은 소종에게 마른 수건을 건네 입에 물게 하고는 서현재가 방금 말했던 그 자리를 찾기 위해 더듬었다. 위치를 찾았을 땐 신중하게 말하며 서현재를 힐끗 보았다.그가 여기에 남아있는 유일한 의사가 아니었으면 그에게 묻지도 않았을 거다.서현재는 아래를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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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8화

마침내 경호원이 돌아오고 헬기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자 소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헬기에 연락했으니 이제 소종도 구할 수 있다.헬기는 도킹할 수 없어 구조 로프와 매트를 내려야 했고 경호원이 소종을 구조 매트에 올려놓고 묶은 다음 로프를 조심스럽게 감았다.헬기에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경호원 3명이 남아서 다음 헬기를 기다려야 했고 소원도 그들과 같이 탈 생각이었다.그런데 육경한이 헬기에 타기 전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그녀에게 말했다.“뭘 기다리는 거야?”“...”소원은 당황했다.“따라와.” 남자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원은 사실 서현재를 이곳에 머물게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독벌레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빠져나간 게 없다고 함부로 장담할 수는 없었다.경호원이 세 명이나 있었지만 그들 중 한 명은 서현재를 갑자기 떼어놓았기에 믿을 수 없었다. 그가 갑자기 손을 떼지 않았으면 소원도 육경한에게 알려줄 시간이 있었을 텐데...하지만 이건 전부 일이 벌어진 뒷이야기고 육경한이 한번 마음속에 생각을 품으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 변명으로 듣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육경한은 냉정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오늘 밤 여기서 짐승들 먹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 따라와.”이렇게 말한 뒤 그는 소원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밧줄을 잡은 채 위로 올라갔다.소원은 남자의 강압적인 말을 알아듣고 입술을 꽉 깨문 채 여린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육경한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옆에 있던 서현재는 자신이 이곳에서 위험에 처할까 봐 소원이 망설인다는 걸 알고 나지막이 말했다.“누나, 난 괜찮으니까 육경한 씨 따라가요. 전 다음 헬기 타면 돼요.”서현재는 육경한의 위협이 두렵다기보다 소원이 곁에 있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곳은 깊은 산이고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기에 최대한 빨리 나가는 게 좋았다.소원은 자신이 이곳에 있기를 고집하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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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9화

전부 다 봤지만 유독 지금처럼 머리카락 한 가닥까지 차가움이 배어 있을 정도로 싸늘한 모습은 처음이다.소종이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는 안다. 부모님이 차례로 세상을 떠난 후 소종의 존재는 그에게 가족 못지않았다.그의 팔을 끊어낸 것에 그녀의 책임도 없지는 않았다.만약 제때 육경한에게 알렸다면 육경한의 기량으로 피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 그녀의 눈에는 경호원들에게 뿌리쳐지는 서현재만 보였을 뿐이었다.서현재는 약을 먹어 온몸에 힘이 없던 터라 죽었을 게 분명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그런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죄악처럼 느껴졌다.소종이 아직 살아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죄책감에 시달리며 힘들었을 거다.이 침묵은 병원에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의사는 소종의 상태를 살핀 후 고개를 저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육경한 씨,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상처가 꽤 심각합니다. 그래도 제때 팔을 잘라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꼭 살리겠다고 약속하세요.”육경한은 굳은 표정으로 이 말만 내뱉었고 그 후 수술실 문은 몇 시간 동안 굳게 닫혀 있었다.마침내 소원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수술이 끝났다는 의사의 말이 들리며 소종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걸 알게 된 후에야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그 후 소종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한동안 상태를 지켜봐야 했다.육경한은 사라지고 그를 따라다니던 다른 비서가 와서 소원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다.육경한의 지시였을 거다. 깨어난 소종이 제일 만나길 원치 않는 사람이 그녀일 테니까.소원은 별장으로 돌아가 뜨거운 물로 목욕하며 더러움을 씻어낸 뒤 유진을 만나러 갔다.밤에 유진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후 그녀는 푸른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무술곡에서 나온 그녀는 족장이 바닥에 놓고 간 도자기 병을 집어 들었다.족장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여러 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떨어진 것 중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서현재에게 먹이던 것을 제외하고 재빨리 한 병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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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0화

“필요 없어요.” 소원이 손을 흔들었다.이 시간에 육경한은 분명 병원에 있거나 일하고 있을 텐데 전화해도 무슨 말을 하겠나.그가 이미 마음속으로 확정 지은 일이면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식사를 마친 후 잠시 유진과 놀아주다가 병원으로 향했다.아침에 그녀는 서현재로부터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현재 일행이 돌아왔고 육경한은 약속대로 서현재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종합검진을 위해 병원에 간 서현재는 소원에게도 언젠가 종합검진을 받으라고 말했다.그 약의 성분을 알 수 없어 혹시나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병원에 도착한 소원은 먼저 검진받으러 갔지만 결과는 며칠이 지나야 나온다고 하니 소종을 보러 갔다.병동 입구에 도착하자 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소원을 알아보고 정중하게 말했다.“사모님, 소 비서님 보러 오셨나요?”“네.” 소원이 물었다.“소 비서님은 쉬고 계세요?”“일어났어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경호원이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려고 하자 소원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니요. 나 혼자 들어갈게요.”소원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소종이 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막 가려는데 갑자기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란 소원이 문을 확 열고 들어갔더니 온몸이 바닥에 쓰러진 채 무언가를 집으려고 몸부림치는 소종의 모습이 보였다.예리한 눈썰미로 소종이 집어 든 것이 단검이라는 걸 알아차렸고 그는 망설임 없이 칼로 목을 그었다.그가 죽으려고 한다!소원이 달려들어 칼을 빼앗으려 했지만 소종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팔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년의 무공이 남아 있었고 여자인 소원은 힘으로 그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두 사람의 몸싸움 과정에서 칼날이 소원의 손에 깊은 상처를 내고 피가 솟구치듯 흘러내렸다.소종이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젠장, 죽고 싶어요?”소원의 머릿속에는 소종이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뭐라 해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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