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우선 나가서 지원군을 불러오고 그다음에 저 사람들을 처리하자.”소원이 설득했다.“시간이 없어요.”서현재가 고개를 저었다.“지금 나가더라도 산 중턱까지만 갈 수 있고 거기서 내가 미리 준비해 둔 산속 마을 사람들이 누나를 데리고 나갈 거예요. 하지만 산을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만 사흘이 걸려요. 우리가 지원군을 데리고 다시 오는 데까지 일주일은 족히 걸릴 거예요. 그동안 저 사람들은 이미 눈치채고 도망갈 준비를 마쳤을 거고.”그때가 되면 그녀들이 잡아 온 ‘산 채로 보관된 희생양’들은 오직 하나의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입막음 당하는 것.이번에는 족장의 육신 교체 의식 때문에 바깥에 배치되어 있던 무녀들까지 모두 소집된 상태였다.이렇게 한곳에 다 모이는 일이 드문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 잔당들을 언제 다시 완전히 소탕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었다.“그래도 이건 네가 할 일이 아니잖아! 네 몸 상태는 어때? 전에는 왜 기억을 잃었고 왜 갑자기 순순히 말을 듣게 된 건데?”소원이 한꺼번에 쏟아내듯 물었다.하지만 서현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모든 걸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소원 누나, 내 말 들어요. 떠나요. 무조건 떠나야 해요.”서현재의 목소리는 한없이 단호했다.“아니, 나갈 거면 같이 나가야지.”소원이 더 강한 의지로 맞섰다.그녀는 성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이 무모한 짓을 하는 걸 보고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지지할 수는 더더욱 없고 말이다.“소원 누나, 난 안 나가요.”서현재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함께 체념이 서려 있었다.떠날 수 없었다.떠나서도 안 됐다.소원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현재야, 제발 나랑 같이 가자. 나가서 지원군을 부르자. 이건 애초에 네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저 사람들 그렇게 많은 데다가 뱀도 다루고 심지어 독벌레까지 조종할 수 있잖아...”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이건 누가 봐도 죽으러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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