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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711 - 챕터 1720

1816 챕터

제1711화

그러나 발견한 건 한쪽 구덩이 속에 버려진 아이의 옷뿐이었다.그 순간 노인은 절망에 빠졌다.무녀들에게 아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싶었지만 지칠 대로 지친 몸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그때 그는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자신이 키운 그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아버지, 제발 돌아가세요. 살아남으셔야 해요.”아마도 하늘이 그를 불쌍히 여긴 걸까.노인이 잠든 사이, 몸이 나무 덤불 아래로 굴러떨어진 덕분에 무녀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노인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걸 깨닫고 혼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날의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았다.그리고 이제 소원이 친구를 찾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며 노인은 그때의 자신을 떠올렸다.그때의 자신은 너무도 비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어린 여자도 두려움 없이 무곡산으로 향하겠다고 하는데 이제는 늙고 죽음을 앞둔 자신이 무엇을 더 두려워할 게 있겠는가.소원은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게 해야 했다.“어르신, 아드님은 아마 이미... 돌아가셨을 거예요.”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눈가에는 여전히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알아요. 그래도 한 번은 불러보고 싶어요. 그 아이는 사냥을 나가면 끼니 챙기는 것도 잊고 돌아오지 않았거든요. 내가 부르지 않으면 집에 돌아올 줄도 모르는 바보 같은 녀석이었죠. 그러니 이번에도... 내가 불러야 돌아오지 않겠어요?”“이번만큼은 내 바보 같은 아이를 집으로 데려올 거예요...”노인의 목소리는 쓸쓸하고도 짙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소원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좋아요. 같이 가서 아드님을 집으로 데려와요.”그렇게 노인은 간단히 짐을 꾸렸다.말린 고기를 챙기고 안으로 들어가 헌터 라이플을 꺼내 들었다.“이거 다룰 줄 알아요?”소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서현재가 마을에서 사격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몇 번 해본 적이 없어서 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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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2화

팔찌 안쪽에는 MQ 주얼리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소원은 화려한 보석 장식은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금처럼 실용적인 장신구를 선호했다.그래서 주얼리 업계의 거물 MQ에게 매 시즌마다 신제품을 보내 달라고 했고 그렇게 받은 것들 중 하나가 이 팔찌였다.이 금 장신구들은 단순히 무게로 값을 매기는 것이 아니었다.세공 기술이 중요했기 때문에 작은 팔찌 하나라도 일반 금장보다 백 배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그런데 지금 그런 귀한 것이 허름한 초가집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육경한의 이목구비가 살짝 찌푸려지더니 음색도 한층 낮아졌다.“서둘러 소원의 행적을 찾아.”소종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들과 함께한 사냥개들은 훈련이 잘된 추적견들이었다.사냥개들은 곧 냄새를 따라 산속으로 향했다.옆에서 걱정스럽게 보던 소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잠깐 쉬는 게 어떻겠습니까? 벌써 72시간째 제대로 못 쉬셨잖아요. 차에서 잠깐 눈 붙이신 게 전부인데 이렇게 계속 가면 몸이 버티질 못할 겁니다.”그들은 워낙 거친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라 대충 차에서라도 잘 수 있었다.하지만 육경한은 그들과 달랐다.겉보기에는 침착했지만 눈썹을 살짝 찌푸리는 걸 보면 피로가 쌓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게다가 걱정이 깊은 탓인지 깊은 잠에 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런데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쉴 필요 없어. 계속 간다.”현재까지 모은 정보로 볼 때 소원은 당장 위험에 처한 것 같진 않았다.그러나 이 팔찌를 남겨두고 간 게 문제였다.‘혹시 강제로 빼앗긴 건 아닐까?’이 산속 사람들은 그 팔찌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하지만 설령 그냥 금팔찌로만 인식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그런데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한 것은 금이 아니었다.이러한 사실이 더욱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육경한은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멈춰서 쉴 여유 따위도 없었다.소종은 육경한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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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3화

어둠은 이미 짙게 깔려 있었다.소원은 하늘이 완전히 검게 물들기를 기다려 그 틈을 타 침입할 계획이었다.그때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요. 내가 먼저 할 일이 좀 있어서요.”“네.”소원은 노인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몰랐다.하지만 그가 무녀들을 증오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무엇을 하든 깊이 캐묻지 않기로 했다.노인은 손에 쥔 도구를 들어 올리며 다시 한번 말했다.“그쪽이 구하려는 사람을 찾든 못 찾든 해가 뜨기 전엔 반드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요! 알겠죠?”왜 이런 말을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던 소원은 당황한 채 노인을 바라보았다.“왜요?”그러자 노인이 말했다.“들어올 때 산속 계곡에 붉은 열매가 잔뜩 열린 걸 봤을 거예요. 그게 뭔 뜻인지 알아요? 오늘 밤, 무녀들이 제사를 올린다는 거예요. 아침이면 의식이 끝나고 무녀들과 사룡족들이 대거 흩어질 거예요. 수가 많기 때문에 그때 이 안에 남아 있으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거예요.”소원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제사라니...’갑자기 한 기억이 떠올랐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자신을 생제물로 바치려 했던 일 말이다.‘지금 난 도망쳤는데 그럼 이번 제물은 누굴까?’노인은 소원이 생각에 잠긴 걸 보자 다시 한번 강조했다.“절대 잊지 마요. 해가 뜨기 전에 반드시 떠나야 해요. 알겠죠?”소원은 노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노인은 안심한 듯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그리고 어둠이 완전히 깔린 뒤에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결국 소원은 혼자 움직이기로 하고 지난번 탈출했던 경로를 따라 다시 의식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불안으로 가득 찼다.이상했다.어딘가 석연치 않았다.제사장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이미 수백 명의 무녀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그들은 모두 거대한 붉은 테두리가 둘러진 검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두꺼운 모자가 얼굴을 완전히 덮어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그들은 일제히 땅에 무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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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4화

다행히 어둠이 짙게 깔린 데다 넓은 망토가 몸을 감싸고 있어 소원은 쉽게 들키지 않았다.곧 그녀 차례가 되었다.소원은 앞사람들을 따라 고개를 숙인 채 불길을 향해 걸어갔다.수많은 무녀들이 불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이루고 있었는데 족장이 한 마디 외치면 아래의 무녀들이 일제히 따라 외쳤다.소원도 입술만 달싹이며 따라 하는 척했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계속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그리고 틈을 타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렸다.단상 위에는 족장이 열렬하게 연설을 이어가고 있었다.그 옆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제단 위, 거기에는 십자가 형태로 묶인 채 축 늘어진 한 남자가 있었다.그의 머리는 아래로 떨궈져 있었고 생명의 징후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소원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걸어야 한다는 것도 따라 외쳐야 한다는 것도 잊고 멍하니 입을 반쯤 벌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왜냐하면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서현재였으니 말이다.‘말도 안 돼... 어째서 현재가 제물이 된 거지?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아무나 제물이 될 수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게다가 현재는 남자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현재가 제물로 선택된 거지?’수많은 의문이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그때, 묶여 있던 서현재가 힘겹게 눈을 떴다.그의 시선이 아래를 훑다가 이상하게 가만히 서 있는 소원을 발견했다.수백 명의 무녀들 속에서 그녀는 너무도 눈에 띄었다.그 순간 소원은 뒤쪽에 있던 무녀와 부딪쳤다.“왜 멈춰 있어?”불만스러운 듯 고개를 든 무녀는 앞에 서 있는 인물이 낯선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다.하여 입을 크게 벌리며 뭔가 말하려던 찰나...쾅!제단 위에서 서현재가 거세게 몸부림치자 십자가를 결박하고 있던 구조물이 균형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엄청난 굉음에 무녀들은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제단을 바라보았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즉시 소리쳤다.“다들 조용히 해! 의식을 계속 진행하라!”족장은 비록 내심 화가 났지만 당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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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5화

족장의 얼굴이 급격히 변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서현재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내가 헛소리를 하는지 아닌지 그쪽이 제일 잘 알 텐데? 거짓말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도 믿게 된 건가? 하하...”“어린놈이 뭘 안다고! 나를 속이려 하다니 어림도 없다!”족장이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서현재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속이는 건지 아닌지 그쪽이 제일 잘 알겠지.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여든 살이라고 했었지? 그 여자는 그쪽이 내세우는 살아 있는 광고판이야. 여든이 되어도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으니 많은 무녀들이 그쪽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렇게 말했겠지. 그해 가장 적합한 족장을 선출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내가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올랐다고.”“원래 그런 일이었는데 뭐가 맞고 틀리다는 거야.”“사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올해 겨우 스물두 살이잖아.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지.”서현재는 단번에 그녀의 비밀을 폭로해버렸다.“그쪽은 그 여자가 어릴 때부터 최면을 걸어서 스스로 일흔을 넘겼다고 믿게 만들었지. 이후로도 계속 나이를 더해 가도록 세뇌했고 여자는 최면에 걸린 채 그 사실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어. 하지만 언젠가 여자가 실제로 나이를 먹고 얼굴에 변화가 생기면 몰래 제거한 후, 성공에 들어가 성령이 되었다고 떠벌릴 계획이었겠지.”“꽤 그럴듯한 얘기를 지어내는구나.”순간적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던 족장은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네 말대로라면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그걸 믿을 것 같아? 자기 나이를 너보다는 더 잘 알지 않겠어?”족장은 서현재가 떠벌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이 불멸의 존재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오랜 세월 세뇌된 결과,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믿든 말든 내 상관 아니야. 병원에 데려가서 골밀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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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6화

네 명의 여자가 서현재를 붙잡아 제단으로 끌고 갔다.그리고 연꽃 모양의 제단 한가운데에 그를 눕힌 뒤, 팔다리를 네 개의 모서리에 단단히 묶어 대자 형태로 만들었다. 그의 얼굴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족장은 거룩한 표정을 지으며 장엄하게 선언했다.“오늘 우리 무당가의 모든 구성원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성령께서 악령에게 오염된 이 자의 영혼을 정화하는 과정을 함께 목도할 것이다! 오직 성령님만이 그의 심장을 깨끗이 정화할 수 있으며 우리 성령께서는 백성을 위해 자신의 정수를 아낌없이 사용하신다. 그것은 오직 사방의 평안을 위함이다! 오늘의 이 의식을 통해 세상이 태평하기를 바라며 성령께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기원한다!”제단 아래에서 무녀들이 일제히 외쳤다.“세상에 평화를! 성령님 영원하소서! 세상에 평화를! 성령님 영원하소서! 세상에 평화를! 성령님 영원하소서!”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파도처럼 몰아쳤다.무녀들은 완전히 족장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마치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하나같이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이 광경을 본 소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사람들, 진짜 정신이 나갔군. 허무맹랑한 불사의 신앙 때문에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족장을 믿다니... 바보 같은 광신도들이야!’그때 족장이 손에 횃불을 들고 성스러운 제단으로 다가갔다.곧 불을 붙이고 그것을 연꽃 제단에 던지려는 찰나, 순식간에 움직인 소원이 군중의 혼란을 틈타 빠르게 뒤로 접근했다.그리곤 단검을 빼 들어 빨간 옷을 입은 여자의 목에 겨누고 외쳤다.“멈추지 않으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광기에 휩싸여 있던 무녀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넋을 놓고 얼어붙었다.모두가 숨을 죽이고 소원이 인질로 잡은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바라보았다.족장 역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소원을 본 순간, 그녀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도망쳐놓고 다시 스스로 걸어 들어오다니... 손 안 대고 다시 잡을 수 있게 됐군.’족장은 조소하며 말했다.“우리 성녀를 감히 협박해?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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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7화

“말도 안 돼!”무녀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란을 피웠다.“맞아, 족장님께서 자비로워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것뿐이야!”그 말을 들은 족장은 이를 기회 삼아 덧붙였다.“그래, 나는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를 놓친다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그러자 소원이 도전적으로 소리쳤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 지금 당장 나를 끔찍하게 죽여봐. 그쪽들 신도들이 그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말이야.”“이...!”족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에 띄게 화가 난 모습이었다.소원은 콧방귀를 뀌었다.“이는 무슨. 그럼 어떻게 할래? 지금 당장 나를 처형하든가 아니면 저 제단 위의 사람들을 풀어주든가. 이건 명백한 학살이야!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고 그쪽 만행이 가려질 것 같아? 이제 그쪽 멋대로 폭정을 휘두를 수 있는 시대는 끝났어!”무녀들은 자신들이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고 믿었기에 자신들이 나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들에게 있어 정화의식은 곧 선행이었고 제물 역시 축복받은 존재였다.족장은 소원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헛소리하지 마라! 감히 우리 무당가를 선동하려 들다니, 네 따위가 함부로 조종할 상대가 아니다!”그때, 인질로 잡혀 있던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족장님! 이 여자가 족장님의 권위를 도발하고 있습니다. 어서 이 여자를 처단해 주세요!”소원은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가장 심하게 세뇌된 인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리고 조금 전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아가씨... 아니, 동생이라고 불러야겠네. 넌 사실 나보다 나이가 어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네게 너는 여든 살이다라고 반복해서 주입했지. 그러다 보니 네 스스로도 그렇게 믿게 된 거야. 하지만 네 기억 속에 여든 년 동안 살아온 흔적이 있어?”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순간 말을 잃었다. 사실 그녀는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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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8화

족장이 내려갈 리가 없었다. 속으로 방금 말한 무녀를 저주하며 ‘멍청한 것’이라고 이를 갈면서 말이다.그녀는 겉으로 노기를 띠며 소리쳤다.“내가 너희 말을 듣고 내려가야 한단 말이냐? 단순한 요녀의 망언 때문에 이 족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정신이 나갔구나!”그 말을 들은 무녀는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오랜 세월 동안 족장의 권위에 눌려 살아왔던 터라 그녀의 분노에 잔뜩 겁을 먹고 그 자리에서 움츠러들었다.다른 무녀들도 마찬가지였다.제멋대로 족장을 끌어내리려 한 그녀가 어리석다는 듯 모두 속으로 비웃었지만 정작 그 누구도 감히 족장을 의심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러나 오직 한 사람,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이 흔들렸다.다른 무녀들은 족장을 가까이서 본 적도 없었고 그 모습조차 희미하게만 기억할 뿐이었지만 그녀는 달랐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유일하게 족장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리고 가끔씩 족장의 목에서 기괴한 모습을 보곤 했다.그곳의 살갗은 바싹 마른 가죽처럼 거칠었고 얇은 막처럼 뼈에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피부가 늘어져 주름이 겹겹이 잡혀 있었는데 마치 벗겨지기 직전의 뱀 허물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녀가 평생 믿어온 것은 ‘족장은 초월적인 존재’라는 신념이었고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그녀 자신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족장은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었는지라 서늘한 눈빛으로 소원을 노려보며 위압적으로 말했다.“요망한 년, 네가 지금 하늘의 노여움을 샀다는 걸 아느냐?”그녀는 소원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결코 그녀를 놓아줄 수 없다고 확신했다.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처리하는 편이 나았다.곧 그녀는 손에 쥔 횃불을 가볍게 흔들었다.그러자 불꽃이 갑자기 치솟으며 거대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순간 족장은 바닥에 엎드리며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성령님께서 노하셨다! 성령님께서 노하셨다!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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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9화

순간,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소원의 두 손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제대로 반응할 수도 없었다.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이렇게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목을 칼날에 들이밀어 자결할 줄이야.“아...!”누군가 먼저 비명을 질렀고 곧 모든 무녀들이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성녀라서 죽지 않는 몸이 아니었나?그런데 왜 이렇게 피를 흘리는 거지? 게다가 상태도 위독해 보였다.소원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급히 몸을 낮춰 로브를 벗어 상처를 누르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핏줄이 끊어지면서 피가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쏟아졌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크게 뜨였고 목에서 쉰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이미 성대가 베여 말을 할 수도 없었다.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소원이 다급하게 말했다.“말하지 마! 제발 말하려고 하지 마! 버텨야 해! 네가 내게 준 그 약, 그걸로 널 살릴 수 있어? 피를 멈출 수 있냐고?”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표정조차 지을 수 없었다.하지만 생명이 빠져나가는 건 본인도 알 수 있었다.그제야 후회가 밀려왔다.‘정말로 죽는 건가? 설마 내가 불사의 몸이라는 말이 거짓이었던 건가? 족장님이 날 속였던 건가?’믿고 싶지 않았다.아니,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절망적으로 족장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흰머리의 노인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걸 본 순간,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모든 걸 깨달았다.족장은 정말로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그것도 수년 동안을 말이다.오로지 족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이었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속임수에 당해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다.“크... 억...!”피로 얼룩진 손이 족장을 가리키다 힘없이 떨어졌다.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소원은 급히 고개를 돌려 외쳤다.“그 약 어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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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0화

족장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다.지금 당장 이 요망한 여자를 없애야 했다.하지만 그 전에 겉치레라도 해야 했기에 족장은 횃불을 든 채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악령을 제거하고, 위대한 선을 쌓으리라!”그 아래 머리 없는 꼭두각시처럼 무녀들이 일제히 따라 외쳤다.족장은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씩 올렸다.바로 이 효과를 원한 것이었다.이들이 있는 한, 무당가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사실 처음엔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자신의 뜻을 이어받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여겼기에 후계자로 삼으려 했다.그러나 지금 보니 그녀는 신념이 부족했다그래서 스스로의 어리석음 때문에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그래, 오히려 잘됐어. 내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고 말이야.’족장은 횃불을 내려 제단에 불을 붙이려 했다.그때였다.휙!바람을 가르며 날아든 화살 하나가 족장의 어깨를 정확히 꿰뚫었다.핏방울이 로브를 적셨고 아래에 있던 무녀들은 일제히 술렁였다.놀란 족장이 비틀거리며 안색이 창백해질 틈도 없이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아와 무릎을 관통했다.“아악!”족장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주변의 무녀들은 공포에 질려 허둥대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찾았다.고개를 돌린 순간, 모두가 숨을 삼켰다.나뭇가지 위에 선 한 노인이 손수 만든 활을 든 채 족장을 겨누고 있는 것이었다.뒤이어 거친 목소리가 숲을 가로질렀다.“이 늙은 악마야! 내 아들의 목숨을 내놔라!”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이번에는 정확히 족장의 심장을 관통했다.족장의 손이 경련을 일으켰고 몸은 앞으로 고꾸라졌다.그와 동시에 손에 쥔 횃불이 그녀의 로브 끝자락에 불을 붙였다.족장은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묶여 있던 약병을 풀어냈다.‘이 약만 있으면... 아직 살 수 있어...!’떨리는 손가락으로 힘겹게 병뚜껑을 열고 한 움큼 쏟아내 입에 털어 넣으려던 순간...퍽!공중에서 날아온 발차기로 인해 약병이 그대로 나뒹굴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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