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12화

Author: 이한나
팔찌 안쪽에는 MQ 주얼리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소원은 화려한 보석 장식은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금처럼 실용적인 장신구를 선호했다.

그래서 주얼리 업계의 거물 MQ에게 매 시즌마다 신제품을 보내 달라고 했고 그렇게 받은 것들 중 하나가 이 팔찌였다.

이 금 장신구들은 단순히 무게로 값을 매기는 것이 아니었다.

세공 기술이 중요했기 때문에 작은 팔찌 하나라도 일반 금장보다 백 배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그런데 지금 그런 귀한 것이 허름한 초가집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육경한의 이목구비가 살짝 찌푸려지더니 음색도 한층 낮아졌다.

“서둘러 소원의 행적을 찾아.”

소종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과 함께한 사냥개들은 훈련이 잘된 추적견들이었다.

사냥개들은 곧 냄새를 따라 산속으로 향했다.

옆에서 걱정스럽게 보던 소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잠깐 쉬는 게 어떻겠습니까? 벌써 72시간째 제대로 못 쉬셨잖아요. 차에서 잠깐 눈 붙이신 게 전부인데 이렇게 계속 가면 몸이 버티질 못할 겁니다.”

그들은 워낙 거친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라 대충 차에서라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육경한은 그들과 달랐다.

겉보기에는 침착했지만 눈썹을 살짝 찌푸리는 걸 보면 피로가 쌓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걱정이 깊은 탓인지 깊은 잠에 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쉴 필요 없어. 계속 간다.”

현재까지 모은 정보로 볼 때 소원은 당장 위험에 처한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이 팔찌를 남겨두고 간 게 문제였다.

‘혹시 강제로 빼앗긴 건 아닐까?’

이 산속 사람들은 그 팔찌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그냥 금팔찌로만 인식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데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한 것은 금이 아니었다.

이러한 사실이 더욱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육경한은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멈춰서 쉴 여유 따위도 없었다.

소종은 육경한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13화

    어둠은 이미 짙게 깔려 있었다.소원은 하늘이 완전히 검게 물들기를 기다려 그 틈을 타 침입할 계획이었다.그때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요. 내가 먼저 할 일이 좀 있어서요.”“네.”소원은 노인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몰랐다.하지만 그가 무녀들을 증오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무엇을 하든 깊이 캐묻지 않기로 했다.노인은 손에 쥔 도구를 들어 올리며 다시 한번 말했다.“그쪽이 구하려는 사람을 찾든 못 찾든 해가 뜨기 전엔 반드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요! 알겠죠?”왜 이런 말을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던 소원은 당황한 채 노인을 바라보았다.“왜요?”그러자 노인이 말했다.“들어올 때 산속 계곡에 붉은 열매가 잔뜩 열린 걸 봤을 거예요. 그게 뭔 뜻인지 알아요? 오늘 밤, 무녀들이 제사를 올린다는 거예요. 아침이면 의식이 끝나고 무녀들과 사룡족들이 대거 흩어질 거예요. 수가 많기 때문에 그때 이 안에 남아 있으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거예요.”소원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제사라니...’갑자기 한 기억이 떠올랐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자신을 생제물로 바치려 했던 일 말이다.‘지금 난 도망쳤는데 그럼 이번 제물은 누굴까?’노인은 소원이 생각에 잠긴 걸 보자 다시 한번 강조했다.“절대 잊지 마요. 해가 뜨기 전에 반드시 떠나야 해요. 알겠죠?”소원은 노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노인은 안심한 듯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그리고 어둠이 완전히 깔린 뒤에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결국 소원은 혼자 움직이기로 하고 지난번 탈출했던 경로를 따라 다시 의식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불안으로 가득 찼다.이상했다.어딘가 석연치 않았다.제사장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이미 수백 명의 무녀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그들은 모두 거대한 붉은 테두리가 둘러진 검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두꺼운 모자가 얼굴을 완전히 덮어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그들은 일제히 땅에 무릎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14화

    다행히 어둠이 짙게 깔린 데다 넓은 망토가 몸을 감싸고 있어 소원은 쉽게 들키지 않았다.곧 그녀 차례가 되었다.소원은 앞사람들을 따라 고개를 숙인 채 불길을 향해 걸어갔다.수많은 무녀들이 불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이루고 있었는데 족장이 한 마디 외치면 아래의 무녀들이 일제히 따라 외쳤다.소원도 입술만 달싹이며 따라 하는 척했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계속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그리고 틈을 타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렸다.단상 위에는 족장이 열렬하게 연설을 이어가고 있었다.그 옆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제단 위, 거기에는 십자가 형태로 묶인 채 축 늘어진 한 남자가 있었다.그의 머리는 아래로 떨궈져 있었고 생명의 징후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소원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걸어야 한다는 것도 따라 외쳐야 한다는 것도 잊고 멍하니 입을 반쯤 벌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왜냐하면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서현재였으니 말이다.‘말도 안 돼... 어째서 현재가 제물이 된 거지?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아무나 제물이 될 수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게다가 현재는 남자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현재가 제물로 선택된 거지?’수많은 의문이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그때, 묶여 있던 서현재가 힘겹게 눈을 떴다.그의 시선이 아래를 훑다가 이상하게 가만히 서 있는 소원을 발견했다.수백 명의 무녀들 속에서 그녀는 너무도 눈에 띄었다.그 순간 소원은 뒤쪽에 있던 무녀와 부딪쳤다.“왜 멈춰 있어?”불만스러운 듯 고개를 든 무녀는 앞에 서 있는 인물이 낯선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다.하여 입을 크게 벌리며 뭔가 말하려던 찰나...쾅!제단 위에서 서현재가 거세게 몸부림치자 십자가를 결박하고 있던 구조물이 균형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엄청난 굉음에 무녀들은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제단을 바라보았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즉시 소리쳤다.“다들 조용히 해! 의식을 계속 진행하라!”족장은 비록 내심 화가 났지만 당황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15화

    족장의 얼굴이 급격히 변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서현재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내가 헛소리를 하는지 아닌지 그쪽이 제일 잘 알 텐데? 거짓말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도 믿게 된 건가? 하하...”“어린놈이 뭘 안다고! 나를 속이려 하다니 어림도 없다!”족장이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서현재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속이는 건지 아닌지 그쪽이 제일 잘 알겠지.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여든 살이라고 했었지? 그 여자는 그쪽이 내세우는 살아 있는 광고판이야. 여든이 되어도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으니 많은 무녀들이 그쪽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렇게 말했겠지. 그해 가장 적합한 족장을 선출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내가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올랐다고.”“원래 그런 일이었는데 뭐가 맞고 틀리다는 거야.”“사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올해 겨우 스물두 살이잖아.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지.”서현재는 단번에 그녀의 비밀을 폭로해버렸다.“그쪽은 그 여자가 어릴 때부터 최면을 걸어서 스스로 일흔을 넘겼다고 믿게 만들었지. 이후로도 계속 나이를 더해 가도록 세뇌했고 여자는 최면에 걸린 채 그 사실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어. 하지만 언젠가 여자가 실제로 나이를 먹고 얼굴에 변화가 생기면 몰래 제거한 후, 성공에 들어가 성령이 되었다고 떠벌릴 계획이었겠지.”“꽤 그럴듯한 얘기를 지어내는구나.”순간적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던 족장은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네 말대로라면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그걸 믿을 것 같아? 자기 나이를 너보다는 더 잘 알지 않겠어?”족장은 서현재가 떠벌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이 불멸의 존재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오랜 세월 세뇌된 결과,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믿든 말든 내 상관 아니야. 병원에 데려가서 골밀도 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16화

    네 명의 여자가 서현재를 붙잡아 제단으로 끌고 갔다.그리고 연꽃 모양의 제단 한가운데에 그를 눕힌 뒤, 팔다리를 네 개의 모서리에 단단히 묶어 대자 형태로 만들었다. 그의 얼굴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족장은 거룩한 표정을 지으며 장엄하게 선언했다.“오늘 우리 무당가의 모든 구성원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성령께서 악령에게 오염된 이 자의 영혼을 정화하는 과정을 함께 목도할 것이다! 오직 성령님만이 그의 심장을 깨끗이 정화할 수 있으며 우리 성령께서는 백성을 위해 자신의 정수를 아낌없이 사용하신다. 그것은 오직 사방의 평안을 위함이다! 오늘의 이 의식을 통해 세상이 태평하기를 바라며 성령께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기원한다!”제단 아래에서 무녀들이 일제히 외쳤다.“세상에 평화를! 성령님 영원하소서! 세상에 평화를! 성령님 영원하소서! 세상에 평화를! 성령님 영원하소서!”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파도처럼 몰아쳤다.무녀들은 완전히 족장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마치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하나같이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이 광경을 본 소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사람들, 진짜 정신이 나갔군. 허무맹랑한 불사의 신앙 때문에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족장을 믿다니... 바보 같은 광신도들이야!’그때 족장이 손에 횃불을 들고 성스러운 제단으로 다가갔다.곧 불을 붙이고 그것을 연꽃 제단에 던지려는 찰나, 순식간에 움직인 소원이 군중의 혼란을 틈타 빠르게 뒤로 접근했다.그리곤 단검을 빼 들어 빨간 옷을 입은 여자의 목에 겨누고 외쳤다.“멈추지 않으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광기에 휩싸여 있던 무녀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넋을 놓고 얼어붙었다.모두가 숨을 죽이고 소원이 인질로 잡은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바라보았다.족장 역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소원을 본 순간, 그녀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도망쳐놓고 다시 스스로 걸어 들어오다니... 손 안 대고 다시 잡을 수 있게 됐군.’족장은 조소하며 말했다.“우리 성녀를 감히 협박해? 네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17화

    “말도 안 돼!”무녀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란을 피웠다.“맞아, 족장님께서 자비로워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것뿐이야!”그 말을 들은 족장은 이를 기회 삼아 덧붙였다.“그래, 나는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를 놓친다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그러자 소원이 도전적으로 소리쳤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 지금 당장 나를 끔찍하게 죽여봐. 그쪽들 신도들이 그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말이야.”“이...!”족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에 띄게 화가 난 모습이었다.소원은 콧방귀를 뀌었다.“이는 무슨. 그럼 어떻게 할래? 지금 당장 나를 처형하든가 아니면 저 제단 위의 사람들을 풀어주든가. 이건 명백한 학살이야!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고 그쪽 만행이 가려질 것 같아? 이제 그쪽 멋대로 폭정을 휘두를 수 있는 시대는 끝났어!”무녀들은 자신들이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고 믿었기에 자신들이 나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들에게 있어 정화의식은 곧 선행이었고 제물 역시 축복받은 존재였다.족장은 소원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헛소리하지 마라! 감히 우리 무당가를 선동하려 들다니, 네 따위가 함부로 조종할 상대가 아니다!”그때, 인질로 잡혀 있던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족장님! 이 여자가 족장님의 권위를 도발하고 있습니다. 어서 이 여자를 처단해 주세요!”소원은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가장 심하게 세뇌된 인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리고 조금 전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아가씨... 아니, 동생이라고 불러야겠네. 넌 사실 나보다 나이가 어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네게 너는 여든 살이다라고 반복해서 주입했지. 그러다 보니 네 스스로도 그렇게 믿게 된 거야. 하지만 네 기억 속에 여든 년 동안 살아온 흔적이 있어?”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순간 말을 잃었다. 사실 그녀는 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18화

    족장이 내려갈 리가 없었다. 속으로 방금 말한 무녀를 저주하며 ‘멍청한 것’이라고 이를 갈면서 말이다.그녀는 겉으로 노기를 띠며 소리쳤다.“내가 너희 말을 듣고 내려가야 한단 말이냐? 단순한 요녀의 망언 때문에 이 족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정신이 나갔구나!”그 말을 들은 무녀는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오랜 세월 동안 족장의 권위에 눌려 살아왔던 터라 그녀의 분노에 잔뜩 겁을 먹고 그 자리에서 움츠러들었다.다른 무녀들도 마찬가지였다.제멋대로 족장을 끌어내리려 한 그녀가 어리석다는 듯 모두 속으로 비웃었지만 정작 그 누구도 감히 족장을 의심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러나 오직 한 사람,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이 흔들렸다.다른 무녀들은 족장을 가까이서 본 적도 없었고 그 모습조차 희미하게만 기억할 뿐이었지만 그녀는 달랐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유일하게 족장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리고 가끔씩 족장의 목에서 기괴한 모습을 보곤 했다.그곳의 살갗은 바싹 마른 가죽처럼 거칠었고 얇은 막처럼 뼈에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피부가 늘어져 주름이 겹겹이 잡혀 있었는데 마치 벗겨지기 직전의 뱀 허물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녀가 평생 믿어온 것은 ‘족장은 초월적인 존재’라는 신념이었고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그녀 자신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족장은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었는지라 서늘한 눈빛으로 소원을 노려보며 위압적으로 말했다.“요망한 년, 네가 지금 하늘의 노여움을 샀다는 걸 아느냐?”그녀는 소원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결코 그녀를 놓아줄 수 없다고 확신했다.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처리하는 편이 나았다.곧 그녀는 손에 쥔 횃불을 가볍게 흔들었다.그러자 불꽃이 갑자기 치솟으며 거대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순간 족장은 바닥에 엎드리며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성령님께서 노하셨다! 성령님께서 노하셨다! 용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19화

    순간,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소원의 두 손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제대로 반응할 수도 없었다.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이렇게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목을 칼날에 들이밀어 자결할 줄이야.“아...!”누군가 먼저 비명을 질렀고 곧 모든 무녀들이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성녀라서 죽지 않는 몸이 아니었나?그런데 왜 이렇게 피를 흘리는 거지? 게다가 상태도 위독해 보였다.소원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급히 몸을 낮춰 로브를 벗어 상처를 누르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핏줄이 끊어지면서 피가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쏟아졌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크게 뜨였고 목에서 쉰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이미 성대가 베여 말을 할 수도 없었다.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소원이 다급하게 말했다.“말하지 마! 제발 말하려고 하지 마! 버텨야 해! 네가 내게 준 그 약, 그걸로 널 살릴 수 있어? 피를 멈출 수 있냐고?”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표정조차 지을 수 없었다.하지만 생명이 빠져나가는 건 본인도 알 수 있었다.그제야 후회가 밀려왔다.‘정말로 죽는 건가? 설마 내가 불사의 몸이라는 말이 거짓이었던 건가? 족장님이 날 속였던 건가?’믿고 싶지 않았다.아니,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절망적으로 족장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흰머리의 노인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걸 본 순간,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모든 걸 깨달았다.족장은 정말로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그것도 수년 동안을 말이다.오로지 족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이었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속임수에 당해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다.“크... 억...!”피로 얼룩진 손이 족장을 가리키다 힘없이 떨어졌다.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소원은 급히 고개를 돌려 외쳤다.“그 약 어디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20화

    족장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다.지금 당장 이 요망한 여자를 없애야 했다.하지만 그 전에 겉치레라도 해야 했기에 족장은 횃불을 든 채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악령을 제거하고, 위대한 선을 쌓으리라!”그 아래 머리 없는 꼭두각시처럼 무녀들이 일제히 따라 외쳤다.족장은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씩 올렸다.바로 이 효과를 원한 것이었다.이들이 있는 한, 무당가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사실 처음엔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자신의 뜻을 이어받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여겼기에 후계자로 삼으려 했다.그러나 지금 보니 그녀는 신념이 부족했다그래서 스스로의 어리석음 때문에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그래, 오히려 잘됐어. 내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고 말이야.’족장은 횃불을 내려 제단에 불을 붙이려 했다.그때였다.휙!바람을 가르며 날아든 화살 하나가 족장의 어깨를 정확히 꿰뚫었다.핏방울이 로브를 적셨고 아래에 있던 무녀들은 일제히 술렁였다.놀란 족장이 비틀거리며 안색이 창백해질 틈도 없이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아와 무릎을 관통했다.“아악!”족장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주변의 무녀들은 공포에 질려 허둥대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찾았다.고개를 돌린 순간, 모두가 숨을 삼켰다.나뭇가지 위에 선 한 노인이 손수 만든 활을 든 채 족장을 겨누고 있는 것이었다.뒤이어 거친 목소리가 숲을 가로질렀다.“이 늙은 악마야! 내 아들의 목숨을 내놔라!”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이번에는 정확히 족장의 심장을 관통했다.족장의 손이 경련을 일으켰고 몸은 앞으로 고꾸라졌다.그와 동시에 손에 쥔 횃불이 그녀의 로브 끝자락에 불을 붙였다.족장은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묶여 있던 약병을 풀어냈다.‘이 약만 있으면... 아직 살 수 있어...!’떨리는 손가락으로 힘겹게 병뚜껑을 열고 한 움큼 쏟아내 입에 털어 넣으려던 순간...퍽!공중에서 날아온 발차기로 인해 약병이 그대로 나뒹굴어 떨어졌다.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6화

    소원은 육경한의 새로운 비서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종 씨는 어떻게 됐나요?”비서는 놀란 듯 두 눈이 동그래진 채 소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모르셨나요? 선배님은 자살미수로 인한 뇌 산소 부족으로 지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그 말을 들은 소원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믿기 어려운 사실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소종 씨가 또 자살을 시도했다고? 이럴 수가? 소종 씨는 이미 회복되었다고 들었는데, 지난번 자살 시도도 육경한의 위로 덕분에 괜찮아졌는데, 무엇 때문에 또 자살을 시도해서 이런 심각한 상황이 된 걸까?’“소종 씨가 또 자살을 시도한 건가요?”소원은 그 소식이 믿기지 않아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비서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선배님이 약을 먹었대요. 낮에는 괜찮았는데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런 선택을 했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2분만 더 늦었으면 살아날 희망이 없었다고 하셨어요.”소원의 머릿속은 얼어붙은 것처럼 멍해졌다.그녀는 이제야 육경한이 서현재를 그렇게 미워하는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모든 게 설명됐다. 육경한이 소중한 가족으로 여겼던 소종이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며 생을 마감하려 하니 육경한은 끝없는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소종은 육경한을 구하려다가 절단 수술을 받았고 그 때문에 생의 희망을 잃고 자살을 시도했다.소종의 일이 이렇게 쉽게 지나갈 리 없다는 것을 눈치를 챈 소원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육경한이 오늘처럼 미친 짓을 할 것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며 내버려 두면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이 폭풍은 오래 지속할 것이다.소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길을 잃은 사람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었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소원은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결국 육경한의 마지막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넌 알고 있을 거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5화

    유리문 밖, 서현재는 그 조폭 같은 사람들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 사람들은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마치 서현재를 때려죽이려는 것처럼 잔인하게 굴었다. 서현재도 고집이 세서 매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또 다시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체력이 이미 바닥났는데도 그는 일어나려고 애를 쓰며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소원은 서현재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 소리쳤다.“육경한, 넌 이미 날 의심하고 있잖아. 내가 뭐라 해도 넌 날 믿을 생각 없잖아.”“그러니까 보여달라고. 내가 널 믿을 수 있게. 넌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잖아.”육경한이 단호하게 말했다.“몰라... 난 모르겠어...”소원은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희망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적인 일이었다. 분명히 일이 좋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희 와 비가 이렇게 반복되면서 소원은 완전히 기운을 잃었다. 그녀는 자포자기하며 말했다.“차라리 날 죽여. 육경한, 이렇게 나를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나를 죽여줘...”“죽고 싶어?”육경한은 아무런 감정 없이 차갑게 말했다. “그럼 넌 누굴 함께 데려가고 싶어?”그의 말에 놀란 소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울음을 멈췄다.“첫 번째는 서현재, 그러면 두 번째는 누구지? 네가 누구와 접촉했었지? 생각해보자.”육경한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아연이? 아니면 그 여경 강민혜 씨? 아니면 숙 매니저?”육경한이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소원은 잔뜩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소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물었다.“이게 민혜 씨와 영숙 언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진아연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죽어도 싼 사람이었지만 민혜 씨와 영숙 언니는 아니잖아. 이게 그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육경한은 입꼬리를 살짝 내리며 말했다.“그 사람들과 상관없다는 걸 알았다면 나한테 죽여 달라고 말하지 말았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4화

    육경한이 원했던 대답은 서현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서현재를 무시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틀린 대답을 했기 때문에 서현재가 다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다.소원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듯 무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점점 육경한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소원이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억지로 곁에 두고 자신의 말을 듣게 하려고 그녀가 아끼는 사람을 괴롭히는 이런 악순환이 정말로 그를 기쁘게 할까?말을 마친 육경한은 소원을 잡아당기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디로 가려는 거야?”소원은 남자의 손에 끌려 휘청거리며 따라갔다.육경한은 그녀를 연회장 뒷문으로 끌고 갔다. 뒷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두꺼운 유리 너머로 밖에서 서현재를 구타하는 여러 사람이 눈에 띄었다.조폭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방금 육경한에게 아부하던 남자였다. 이 사람들도 그 남자가 불러온 모양이었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들에게 서현재를 죽도록 때리라고 명령했다.“그만해!”소원은 서현재를 구하려고 달려들었지만 굳게 잠긴 유리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유리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그만하라고! 당장 그만해! 이건 살인이라고! 이 나쁜 놈들아!”소원이 아무리 소리쳐도 밖의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하게 때렸다.서현재는 원래 몇몇 사람 정도는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 있었지만 여덟 명이 함께 덤비는 바람에 한 번 쓰러지면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사이에서 다시 일어날 방법이 없었다.소원은 피투성이가 된 서현재의 모습을 보며 분노가 극에 달했다.그녀는 앞문으로 돌아가서 서현재를 구하려고 했지만 육경한이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그녀를 유리문에 밀어붙였다.소원은 머리를 유리에 기댄 채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육경한은 그녀의 틀린 대답 때문에 더 비참해진 서현재의 운명을 지켜보게 하려 했다.소원은 그에게 서현재를 풀어달라고 애원해서는 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3화

    이때 육경한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괜찮아요. 저도 이 일이 효도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서현재 씨는 서씨 가문의 사람이니 이런 행동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는 소원을 바라보며 마치 농담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서현재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거야?”소원은 육경한의 말에 당황해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육경한의 속마음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평온해 보이는 가면 뒤에 이미 분노가 쌓여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옆에 있던 남자는 할 말을 잃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육경한의 여자 친구는 서현재의 편을 들고 있었지만 육경한은 아니었다.두 사람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남자는 더는 두 사람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육경한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서현재 옆을 지나갈 때 일부러 팔꿈치로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와인 잔을 부딪치고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눈이 먼 거예요? 와인이 제 옷에 묻었잖아요.”서현재는 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상대방이 자신의 잔을 부딪쳤던 것이라 도둑이 도둑 잡으라고 소리치는 격이다.그는 조금이라도 화난 기색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쪽이 저를 부딪친 거예요.”남자는 일부러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뭐라고요? 제가 부딪쳤다고? 누가 증명해 줄 수 있나요?”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아무도 서현재를 도와주려 나서지 않았다. 이 상황을 본 남자는 큰소리로 웃더니 웨이터 손에 들려 있던 와인 한 병을 가져와 서현재의 머리 위로 쏟아부은 뒤 비웃으며 말했다.“저희는 그쪽 같은 배은망덕한 사람을 환영하지 않아요. 알아서 꼬리 내리고 빨리 이곳에서 나가주세요!”그는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서현재를 한바탕 모욕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주변에서는 불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구경꾼들이 우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2화

    이때 서현재의 아내 육연주도 이혼을 요구했고 이는 육씨 가문이 서현재의 적대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이렇게 된 이상 서울 전체가 어느 편에 설지 뻔한 일이었다.육연주의 삼촌인 육경한이 서현재에 대해 언급한 것은 분명히 서현재를 마음에 들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재빨리 상황을 눈치채고 침을 뱉으며 경멸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저런 비천한 사생아에게 그럴 자격이 있겠나요?”욕을 하고 나서야 육경한이 아직 여기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척 연기하며 바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제 말은 대표님에 비하면 저 녀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냥 발로 짓밟아 죽일 수 있는 작은 개미일 뿐이죠.”육경한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는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죠. 어쩌면 서현재 씨에게 대단한 능력이 있을지도 몰라요.”“그럴 리가.”남자는 큰 소리로 말했다.“비록 늙은이를 무너뜨리긴 했지만 결국엔 공매 당한 회사만 남았잖아요. 들리는 얘기로는 집까지 모두 담보로 내주었다고 해요. 그런데 서씨 가문을 다시 일으킬 생각을 한다니. 그건 꿈꾸는 거랑 마찬가지죠!”소원은 그저 열흘 만에 서씨가문에 이런 큰 변고가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서진태는 죽었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분명히 악독하고 나쁜 사람은 서진태였는데 바깥세상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서진태는 자신의 혈육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서현재를 죽이려 했는데 어떻게 이런 가증스러운 사람이 자애로운 노인으로 포장되고 서현재는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서진태가 죽었으니 그가 여론을 조작할 수는 없었기에 여론을 조작한 사람은 서씨 가문이 사람이거나 서현재를 싫어하는 사람일 것이 틀림없다.소원 옆에 있는 이 사람도 그중 하나일 수 있었다.그녀는 소종이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확신할 수 없었다.“저는 이런 배은망덕한 쓰레기를 제일 싫어해요. 오늘날,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자업자득에 불과하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1화

    육경한의 여자 친구에게 이런 선물을 하는 건 배경 조사를 거쳐 소원이 그냥 평범한 여자 친구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이 미래에 헤어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헛수고가 될 테니까.소원이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던 찰나 육경한이 먼저 말을 했다.“비취 좋아해?”육경한이 소원에게 물었다.남자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즉시 칭찬을 퍼부었다.“아가씨, 저희 가게의 그 비취는 천 년에 한번 나올법한 아주 진귀한 것인데 고급스러운 제왕록이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져요. 이런 비취는 여성분들에게 정말 좋죠.”소원은 육경한이 분명 남자의 의도를 알고 있었고 그와 일을 함께할 마음으로 이 말을 꺼낸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거절하려 입을 열었다.“감사하지만 저는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오늘 밤 소원은 반짝이는 아름다운 드레스 외에 어떤 보석도 착용하지 않았고 머리도 간단히 묶었으며 머리 액세서리도 없었다.아주 간단한 스타일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꾸밈없는 모습이 그녀를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남자는 소원이 이렇게 눈치 없이 행동할 줄은 몰랐기에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 분명히 육경한은 그 비취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소원이 거절하자 그는 불만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가씨, 먼저 한번 보시는 게 어때요? 그래도 마음에 안 드시면 그때 다시 돌려주셔도 돼요.”육경한의 사람에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그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와 엮일 수 있었기에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소원은 계속해서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전 정말 보석을 착용하지 않아요.”더 설득해 보려던 남자가 뭐라 말하기 전에 육경한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이분이 좋아하지 않으면 억지로 가져올 필요도 없겠네요. 다른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아마 누군가는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남자의 표정이 많이 굳어졌다.‘다른 사람이 좋아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40화

    육연주는 겉으로 대충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소원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가 나쁜 바보였기에 소원을 대처할 방법은 방민아에게 물어봐야 했다.이지애는 자신의 딸이 방민아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음에도 방민아를 다시 찾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정말 방민아 때문에 죽지 않으면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다른 한편,육씨 가문 별장.소원은 육경한이 그날 밤 이후 며칠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을 줄 몰랐다. 날짜를 세어보니 열흘 정도 돌아오지 않았다.이건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비록 그녀도 육경한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오지 않아 마음이 불안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의 소식을 전혀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불안했다.그녀는 별장에서 나갈 수 없었지만 유진이와는 만날 수 있었기에 두 사람은 집에서 매일 바둑을 두고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생활을 보냈다.사실 소원은 육경한이 그녀를 언제까지 가둘 생각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을 초조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었다.이렇게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으니 그녀는 반드시 외부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그녀가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 육경한에게서 새로운 비서를 통해 소식이 전해졌다.“소원 씨, 대표님께서 준비를 마친 뒤 함께 나가서 식사하자고 하셨습니다.”비서는 은색 보석이 달린 피시테일 드레스를 소원에게 전해주었다. 소원은 이렇게 눈에 띄는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지만 비서가 고집스럽게 말했다.“대표님께서 만약 입지 않으시면 나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소원은 나갈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드레스를 갈아입었다.드레스는 허리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었기에 섹시하면서도 요염한 느낌을 주었고 소원의 외모와도 잘 어울렸다.육경한이 갑자기 그녀더러 꾸미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소원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식사 장소로 향했다.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눈앞의 연회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육경한이 그녀를 사람 많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9화

    육연주는 방민아와 거의 같은 시각에 풀려났다.이지애가 마중을 나와 있었는데 그녀는 육연주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연주야, 고생했어. 너무 많이 야윈 거 아니야? 걱정돼서 잠도 잘 못 잤어.”“엄마...”육연주는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그곳에서 보낸 보름 동안,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처음에 아가씨 행세를 했다가 같은 방 사람들에게 맞기까지 했다. 그들은 경험이 많았기에 CCTV에 찍히지 않는 곳만 골라서 그녀를 때렸고 겉으로 보면 큰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거기서는 아무리 울부짖어도 소용이 없었고 소리를 지르며 원망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삼촌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절 저런 곳에 가둬두고 구해주지 않을 수 있어요?”육연주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지애는 더욱 속상해져서 그녀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네 삼촌 많이 변했어. 다 그 여자 때문이야. 게다가 너 나올 때쯤 되면 해외로 유학 보내겠다고 하더라고.”“뭐라고요?”육연주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엄마, 전 해외로 가고 싶지 않아요!”여행을 가는 것과 유학을 하러 가는 건 완전히 달랐다. 육경한이 보내주는 유학이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철저히 감시당할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자유라고는 조금도 없을 터였다.“엄마도 어쩔 수 없어. 네 삼촌도 내 말도 들으려 하지 않거든. 네 삼촌 눈에는 그 여우 같은 년이랑 사생아밖에 안 보이나 봐.”이지애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녀는 끝까지 유진이가 육씨 가문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이지애는 소원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 여자의 아이도 미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유진이를 사생아라고 부르며 경멸했다.육연주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불안해졌다.“엄마, 유학은 안 돼요. 저 해외 안 갈래요. 그건 저더러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너무 조급해하지 마. 엄마가 방법을 생각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38화

    기사는 방민아가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현재 방씨 가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아가씨, 아직 모르실 겁니다만 방씨 가문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차를 팔아서 그 프로젝트의 구멍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는 몸이 매우 편찮으셔서 요즘 계속 병원에 계세요.”방민아는 자신이 구치소에 있을 때 방씨 가문에 이렇게 큰 재난이 닥쳤다는 소식에 많이 놀랐다. 사실 그녀는 구치소에서 나오면 소원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제는 먼저 방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사해 봐야 했다.방민아는 방현수를 만나러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병원에서 방현수를 만난 방민아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방현수는 예전보다 안색이 아주 나빠 있었고 얼굴에 주름도 많아져서 이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방민아를 보자마자 방현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민아야, 우리 집은 육경한때문에 이젠 망했어...”방민아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어떻게 그럴 수가...”방현수는 방민아가 구치소에 갇혀 있을 동안 방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전부 이야기한 뒤 한숨을 쉬며 말했다.“육경한이 너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구나. 정말로 감정이 없나 보네. 육경한은 우리 방씨 가문을 다 이용한 후 버린 거야. 나는 이제 나이도 많아서 방씨 가문을 지킬 수 없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구나. 내가 죽고 나면 조상님들 얼굴을 어떻게 보겠어...”방민아는 손에 힘을 주며 주먹을 쥐고 방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제가 육경한 뜻대로 되지 못하게 만들 거예요.”“그만두렴. 네가 무슨 방법이 있겠니? 그 사람은 너를 사랑하지 않잖아. 지금 육경한이 신경 쓰는 건 그 여자랑 병든 아들뿐이야.”방현수가 머리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웃기고 있네. 그는 병든 아이를 위해서 더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정관 절제술을 하겠다니. 그 아이가 그에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심장병은 기증자를 기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