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진은 억울함을 가득 담아 이렇게 말했다.“민아 씨, 나 골로 보내려고 작정했어요?”방민아가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세진 삼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왜 세진 삼촌을 골로 보내요? 난 그냥 KB 클럽에 선물을 보낸다고 했을 뿐이지 소원 씨가 거기서 출근하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소원 씨를 그쪽으로 보내요?”아니나 다를까 방민아는 계획대로 발을 뺐다. 애초에 조세진에게 말할 때도 소원이라는 말은 일절 없었고 선물을 준비했다고만 했다. 이런 일이 생길 걸 대비해 여지를 많이 남겨둔 덕분에 책임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조세진은 이제 소원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방민아는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고 선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악하기 그지없었다.“방민아 씨, 돌려서 얘기하지 말고 어떻게 할지나 말해봐요. 이 여자 전에 민아 씨 약혼자랑 붙어먹었던 그 여자 아닌가요? 뭐 시체 하나 없애는 건 일도 아니지만 이것 하나는 약속해야죠. 육경한이 나 찾아오거나 그러진 않겠죠?”“세진 삼촌, 삼촌도 그 여자가 과거라는 거 아네요. 적어도 지금은 경한 씨도 내게 그 여자를 꺼낸 적이 없어요. 해결하고 싶으면 나랑 얘기하지 말고 알아서 해결해요.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듣기만 해도 너무 끔찍하네요.”방민아는 쓸데없는 말만 이어가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다만 방민아의 말투에서 발을 빼겠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앞으로 다른 사람 혹은 경찰이 조사한다 해도 방민아는 농담인 줄 알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긴 방민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일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었고 조세진 혼자서 벌인 일이라 방민아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조세진은 이제야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다. 이 바닥에 이렇게 오래 있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여자에게 호되게 데일 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다 조세진의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업보였다.조세진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방민아와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손 떼겠다는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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