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백현주는 생각보다 다정했다. 조금 전의 강렬한 분위기와는 달리, 지금은 이웃집 소녀처럼 친근해 보였다.“체리 언니, 나중에 그 조세진이라는 사람이 언니를 괴롭히진 않았어요?”소원은 잠시 백현주를 바라봤다.‘혹시 이 사람도 방민아가 심어둔 사람이 아닐까? 혹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지금 이걸 묻는 건가?’소원이 이렇게까지 의심하는 이유는 방민아의 성격 때문이다. 그녀라면 분명히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클럽에 눈을 심어둘 가능성이 컸다.소원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으려고 살짝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 좀 별로였어요...”애매모호하게 말하며 조세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뉘앙스를 남겨 상대방이 알아서 추측하게끔 여지를 남겼다.백현주는 더 묻지 않고 수다를 이어갔다.“근데 언니가 이렇게 멀쩡히 나온 게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그 조세진이라는 사람, 진짜 끔찍하거든요. 특히 신입 괴롭히는 걸 아주 좋아해요. 게다가 얼굴은 둥글둥글해서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정작 하는 짓은 완전 쓰레기예요. 이상한 짓까지 시키고...”그녀의 말은 끝날 기미가 없었지만 소원은 조세진의 더러운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결국 이마를 어루만지며 그녀는 쉬고 싶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백현주는 한참 떠들다가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체리 언니, 제가 괜히 방해했죠? 쉬고 계세요. 먼저 나갈게요.”마침 밖에서 누군가가 백현주를 불렀고 그녀는 대답한 뒤 소원에게 다시 말했다.“언니, 저 여기서 1년 넘게 일했거든요.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여기 어떤 대표님이 까다롭고 어떤 대표님이 후한지 제가 다 알거든요.”백현주의 지나친 친절은 소원에게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여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네, 알겠어요.”“그럼 이만 갈게요, 체리 언니.”백현주가 나간 뒤 방 안은 겨우 조용해졌다.소원은 침대에 누워 유진의 생각으로 마음을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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