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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04 19:00:00
그랬다. 소원이 원하는 건 바로 방민아가 유진의 새엄마가 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방민아처럼 악독한 사람에 유진을 가까이할 기회가 생겨서는 안 된다. 그때가 되면 육경한이 말했던 약혼녀와의 사이가 돈독하고 안정적이라는 증언도 무효가 될 것이다.

방민아는 아이를 돌보는 데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육경한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것도 일종의 실책이었다.

소원은 아까보다는 밝아진 눈빛으로 조세진에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정보만 가져다주면 돈도 두둑이 받고 이 전쟁에서 발 뺄 수 있게 도와줄게요.”

조세진이 말했다.

“장난해?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소원처럼 집도 없고 절도 없는 여자가 그의 위기를 모면해 주고 돈까지 벌게 해준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교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손에 넣을 수 있게 도와줄게요.”

“교외?”

조세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프로젝트는 수익이 보장되어 있어 손에 넣으면 평생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젝트였다.

“미우 그룹 프로젝트를 어떻게 손에 넣는다는 거야?”

육경한이 공짜로 줄 리는 없었다. 이익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여자 하나 때문에 프로젝트를 그대로 내준다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육경한은 이제 소원에게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소원이 말했다.

“조 대표님, 나랑 도박 한번 해볼래요?”

조세진은 소원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옷은 찢어졌지만 표정만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정말 숨겨놓은 카드라도 있는 거 아니야?’

조세진은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잘만 하면 신분 상승할 좋은 기회였다. 거짓말이라 해도 조세진이 손해 볼 건 없었다.

조세진은 소원을 바라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금 한 말 기억해. 일단은 믿어보겠지만 허튼수작 부리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

소원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기다릴게요.”

“용기 하나는 참 대단해. 여장군이야 뭐야.”

조세진이 이렇게 비꼬았다.

“아참, 아들을 육 대표한테 뺏겼지?”

조세진은 웃을 때 유독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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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아직 영숙이 방민아의 사람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았고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지만 뭐가 이상한지 콕 집어서 얘기하긴 어려웠다.영숙을 보자마자 소원은 영숙이 두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영숙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모습은 그녀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지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 뒤에 숨겨진 그 모습이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추측하기 어려웠다.다행히 조세진은 빠릿빠릿한 편이었기에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들인 아가씨들 영 마음에 안 드네. 성격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숙 매니저가 잘 좀 교육해.”“오늘 제대로 즐기지 못했나 보네요.”영숙이 얼른 웃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제가 쏘는 걸로 할게요. 조 대표님 기분을 풀어드리지 못한 건 제 잘못이죠. 다 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 노여움 푸세요. 화내면 몸 상하는데 조 대표님 몸 상하면 나 마음 아파요.”여전히 매혹적인 영숙이 조세진을 살살 달래자 조세진의 기분도 금세 풀렸다. 영숙이 기싸움에서 밀린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여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숙이 밑지는 장사를 할 리가 없었다. 물장사는 원래 큰 이익이 오가는 장사였기에 영숙은 단골이 찾아올 때마다 서비스를 톡톡히 줬다. 덕분에 KB 클럽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영숙도 밑지는 건 없었다. 소비하러 온 사장님들이 쓴 돈으로 서비스해 주는 거라 돈도, 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아주 쉽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특급 마케팅이었다.조세진의 커다란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역시 일은 숙 매니저가 잘한다니까. 숙 매니저 없이 오늘의 KB 클럽이 있을 수 있겠어?”“조 대표님 또 농담하신다. 전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KB 그룹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거죠.”영숙의 말에서 KB 그룹 대표에 대한 고마움이 물씬 느껴졌다.“KB 클럽이 아니었다면 저도 지금처럼 편안하게 살지는 못했을 거예요.”영숙의 말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소원이 놀란 가슴을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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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은 말없이 있었지만 방민아는 내심 무척 즐거워했다.물론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육연주에게 다소 정색하며 말했다.“연주야,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그러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소원에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어려운 일 생기면 꼭 말해주세요. 소원 씨랑 경한 씨 서로 동창이잖아요. 도울 수 있는 건 도울 겁니다.”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방민아는 자신이 충분히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고 느끼며 만족한 듯했다.이어서 그녀는 작은 보석 가방을 꺼내 육연주에게 건네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주야, 이건 나랑 네 삼촌이 같이 고른 거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그러자 육연주는 기쁘게 가방을 받아들며 말했다.“언니는 뭘 주셔도 다 좋아요. 언니 눈썰미는 최고니까요.”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제윤’ 브랜드 최신작 보석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이 목걸이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등급의 회원만이 예약 가능한 특별한 제품이었다.육연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 삼촌, 고마워요.”이 말에 방민아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아직 그렇게 부를 때는 아니잖아, 연주야...”그러자 육연주는 장난스럽게 웃었다.“곧 그렇게 부를 날이 오잖아요. 미리 연습하는 거예요.”“어머, 이 녀석 정말...”육연주는 방민아의 손을 잡고 앉으며 말했다.“어서, 저희 삼촌이랑 이모한테 술 한 잔 따라 드려요.”소원은 이 상황에서 육연주가 자신을 쉽게 보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무릎을 살짝 굽히며 술잔을 채운 뒤 육경한에게 건넸다.“드세요.”하지만 육경한은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며 잔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드세요.”소원이 다시 말했지만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그때 방민아가 잔을 대신 받아들며 말했다.“죄송해요. 경한 씨가 요즘 술을 끊었거든요. 담배도 마찬가지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1화

    “이 천박한 게...”육연주의 친구가 다가와 소원을 밀치려 하자 소원도 만만치 않게 방어했다.그 친구는 힘이 약한 편이라 그대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감히 나를 밀어?”여자는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소원을 덮치려 했다.하지만 소원은 그녀가 덤벼들 것을 예측하고 이미 자리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지금은 육연주와 정면으로 맞설 처지가 아니니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서비스를 거부해 영숙에게 혼나는 게 차라리 낫지 더 큰 싸움에 휘말려 자신만 손해를 보는 건 피해야 했다.소원이 아직 몸을 피하지 못했을 때, 육연주가 벌떡 일어나 그녀의 친구를 붙잡아 떼어놓았다.이 행동은 소원에게도 뜻밖이었다. 육연주는 평소 남을 위해 베푸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육연주는 말했다.“그만 좀 해. 오늘 내 생일 파티야. 곧 다른 사람도 올 거라고.”그녀의 친구도 육연주의 생일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이상 분위기를 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얌전히 따랐다.그러나 여전히 소원을 노려보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두고 보자.”소원은 그녀의 분노를 무시한 채 육연주를 바라보았다. 막 떠나겠다고 말하려던 순간, 방 문이 다시 열렸다.바깥에서 들어오는 빛과 함께 또각또각 울리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너무도 익숙한 발소리였다.소원이 고개를 돌리자 예상대로 정장을 차려입은 육경한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지난번 병원에서 그를 본 이후로 소원은 한동안 육경한을 만난 적이 없었다.그 뒤로 의료비를 납부하며 연락했던 소종이 한 말이 떠올랐다.“대표님은 앞으로 소원 씨와 엮일 일이 없을 겁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거고 아이 역시 소원 씨에게 절대 넘기지 않을 거예요.”육경한은 아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했고 소원에게도 아이를 보게 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두 사람의 현재 위치가 너무 다르다 보니 육경한이 만나기를 원치 않으면 그는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 지낼 수 있었다.소원은 아이의 소식을 들을 방법이 없었고 육경한이 아이를 돌보는 아주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30화

    “그...”소원은 손에 들고 있던 술병으로 손님 잔에 술을 따르던 중이었다.최근 만난 두세 명의 손님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모두 방씨 가문이나 육씨 가문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다루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작은 방에서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소원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해 대화 내용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소원은 그들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고 그런 정보들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다.방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한편 손님은 영숙과 소원의 대화 소리에 관심을 돌렸다. 그는 영숙을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영숙 씨. 체리를 어디로 데려가려고?”그러자 영숙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그쪽 방에서 한 단골 손님이 체리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손님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지금 체리 여기서 잘 서비스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부른다고 해서 데려가려고? 내가 돈이 없어서 서비스 비용을 못 낼까 봐 그러는 거야?”이 말에 영숙은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양 대표님이 돈이 없다고 생각하겠어요? 그러면 제가 바보죠.”“근데 왜 데려가려고 하는 건데? 돈 때문이 아니면 날 무시하는 거야?”손님이 더욱 화를 내며 공격적으로 나오자 영숙은 가슴에 손을 얹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억울합니다, 양 대표님. 제가 그쪽에도 예약 없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오늘 그쪽 방에 있는 한 여성 손님의 생일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여기는 제가 술 한 병 더 드리면서 보상해드릴게요. 이렇게 하면 괜찮으실까요?”손님은 상대방이 생일이라는 말을 듣자 더는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번만 넘어가겠어. 하지만 다음번엔 이런 일 없도록 해.”“당연하죠. 정말 감사합니다.”영숙은 싹싹하게 고개를 숙이며 소원을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문밖으로 나온 소원은 영숙에게 물었다.“대체 누가 절 지목한 거예요?”소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9화

    진아연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작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부족해서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신비로운 사람은 차갑게 명령했다.“당장 소원에게 접근해.”그러자 진아연은 당황하며 물었다.“왜요, 선생님?”소원만 보면 겁이 덜컥 나는 그녀였다.과거에 그렇게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이 이제 자신을 알아봤으니 불리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고 싶은데 오히려 다가가야 하다니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신비로운 사람은 단호했다.“그래야 육경한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겨. 그 약은 반드시 정해진 횟수만큼 먹여야 효과가 나. 한 번이라도 빼먹으면 소용없어. 알겠어?”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진아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신비로운 사람은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투로 경고했다.“진짜 그렇게 하길 바라. 네가 잊지 말아야 할 건 너도 약을 먹었다는 거야. 네 생사는 내가 정해!”진아연은 뒷목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겁먹은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반드시 따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끊을게. 앞으로는 나한테 먼저 연락하지 마.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네, 네. 알겠습니다.”진아연은 마치 병아리가 쪼아대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곧이어 전화가 끊겼고 진아연은 깊게 숨을 내쉬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러더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나보고 그 년한테 접근하라고? 대체 왜?! 내가 원하는 건 그년이 죽는 거야!”휴게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혼잣말은 정신이 이상해 보일 정도로 날카로웠다.한편으로는 소원이 죽기를 바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육경한이 죽기를 바랐다.하지만 육경한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면서도 그녀의 말투에서는 어딘가 미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소원은 이어폰을 통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혼란스러웠다.‘진아연이 아직도 육경한을 좋아한다고? 정말 정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8화

    소원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과거 진아연은 육경한에게 가혹한 대우를 받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채 도망쳤다.그런데도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니, 얼마나 비정상적인 집착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하지만 선미는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네가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네 말도 이해할 수 없어.”이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휴게실에서 뛰쳐나갔다.그 뒷모습은 마치 도망치듯 허겁지겁이었다.소원은 선미의 반응이 너무나 뚜렷하다고 생각했다.‘육경한한테 당한 뒤에 모든 걸 버리고 도망쳤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을 수 있었을까?’그녀가 성형을 하고 모습을 바꿀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누군가 그녀를 도왔다는 뜻일 것이다.‘도대체 누가 도와준 거지? 진아연을 돕는 목적은 뭐고?’소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휴게실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가방에서 작은 이어폰 모양의 장치를 꺼내 귀에 꽂았다.조금 전 선미의 턱을 잡을 때, 얇은 형태의 초소형 도청기를 그녀의 옷깃 아래쪽에 붙여두었던 것이다.이제 선미가 누군가와 접촉하면 그 대화를 통해 그녀가 숨겨온 진실을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예상대로 이어폰에서는 곧 진아연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저예요.”“누가 너보고 전화하라고 했어!”상대방의 목소리는 매우 거칠고 쉰 듯했으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저... 저를 누군가 알아챘어요.”진아연이 말했다.“뭐라고?”“소원이 저를 알아봤어요. 제가 진아연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 어떡하죠...”그녀는 겁에 질린 듯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인정했어?”상대방이 물었다.“아니요. 아니요.”진아연은 상대를 두려워하는 듯 여러 번 부인하며 말했다.“그래, 그럼 된 거야. 기억해, 진아연은 이미 죽었어. 이 세상에 진아연에 대한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너는 지금 임선미야. 아무도 네가 진아연이라는 걸 증명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7화

    선미가 성형미인이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으나 소원이 오기 전에는 그녀가 누구를 따라 성형한 건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소원이 오고 나니 상황이 묘해졌다.선미의 얼굴은 마치 소원을 본떠 만든 듯했지만 인위적이다 보니 일종의 ‘저급 버전 소원’처럼 보였다.매일 진한 화장을 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화장을 지우면 성형 부작용으로 비뚤어진 부분들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소원은 일부러 선미의 근무 시간에 맞춰 몇 번 마주치려 했지만 선미는 소원만 보면 피하며 말조차 섞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소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직접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녀를 몰래 관찰하기로 했다.그렇게 지켜보는 동안 이상한 점이 하나둘씩 드러났다.선미는 왼손으로 식사를 했고 때때로 새끼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동작을 했다.그 모습과 표정이 소원으로 하여금 한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했는데...’소원은 선미를 따라 그녀의 휴게실까지 갔고 선미가 문을 닫으려는 찰나 안으로 들어섰다.“어이, 누구야...”선미는 발끈하려다 상대가 소원인 것을 보고 기세가 약간 꺾인 듯했다.“나가주세요. 남의 휴게실에 무단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 거 몰라요?”소원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선미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너, 진아연이구나?”몇 년 만에 불러보는 이름, 소원은 차마 믿을 수 없었다.진아연이 여기, 그것도 이런 모습으로 숨어 있었을 줄은 말이다.소원은 그녀가 왜 자신의 얼굴을 따라 성형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무슨 목적이 있었던 걸까?’소원은 차분하게 물었다.“내 얼굴을 따라 한 이유가 뭐야?”선미는 처음엔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곧 태연한 척 눈을 굴리며 대꾸했다.“나 원래 이 얼굴이야. 누가 네 얼굴 따라 했대?”“원래?”곧 소원은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6화

    소원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백현주는 생각보다 다정했다. 조금 전의 강렬한 분위기와는 달리, 지금은 이웃집 소녀처럼 친근해 보였다.“체리 언니, 나중에 그 조세진이라는 사람이 언니를 괴롭히진 않았어요?”소원은 잠시 백현주를 바라봤다.‘혹시 이 사람도 방민아가 심어둔 사람이 아닐까? 혹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지금 이걸 묻는 건가?’소원이 이렇게까지 의심하는 이유는 방민아의 성격 때문이다. 그녀라면 분명히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클럽에 눈을 심어둘 가능성이 컸다.소원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으려고 살짝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 좀 별로였어요...”애매모호하게 말하며 조세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뉘앙스를 남겨 상대방이 알아서 추측하게끔 여지를 남겼다.백현주는 더 묻지 않고 수다를 이어갔다.“근데 언니가 이렇게 멀쩡히 나온 게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그 조세진이라는 사람, 진짜 끔찍하거든요. 특히 신입 괴롭히는 걸 아주 좋아해요. 게다가 얼굴은 둥글둥글해서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정작 하는 짓은 완전 쓰레기예요. 이상한 짓까지 시키고...”그녀의 말은 끝날 기미가 없었지만 소원은 조세진의 더러운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결국 이마를 어루만지며 그녀는 쉬고 싶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백현주는 한참 떠들다가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체리 언니, 제가 괜히 방해했죠? 쉬고 계세요. 먼저 나갈게요.”마침 밖에서 누군가가 백현주를 불렀고 그녀는 대답한 뒤 소원에게 다시 말했다.“언니, 저 여기서 1년 넘게 일했거든요.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여기 어떤 대표님이 까다롭고 어떤 대표님이 후한지 제가 다 알거든요.”백현주의 지나친 친절은 소원에게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여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네, 알겠어요.”“그럼 이만 갈게요, 체리 언니.”백현주가 나간 뒤 방 안은 겨우 조용해졌다.소원은 침대에 누워 유진의 생각으로 마음을 놓지 못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5화

    영숙이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소원은 뒤에 있는 거울로 등에 난 상처를 확인했다. 피가 나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았다. 아마도 아까 조세진이 그녀를 테이블에 밀치면서 생겨난 상처 같았다.소원에게는 별거 아닌 작은 상처였기에 개의치 않고 바로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앞으로 며칠은 쉬어.”영숙의 말에 소원이 다급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이 상처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마든지 출근할 수 있어요.”소원이 다급해진 건 소원이 집에서 휴식한다는 걸 방민아가 알게 되면 유진을 괴롭히며 협박할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KB 클럽은 방씨 가문과 연관된 산업이라 좋은 장소였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불법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없는지 확인해 하루라도 빨리 방씨 가문을 무너트리고 싶었다. 게다가 선미라는 여자에 대한 수수께끼도 아직 남아 있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 걱정해서 이러는 것 같아?”영숙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아직 손님 접대에 서툰 것 같으니 일단 수업 들으면서 배우라고 그러는 거야.”“수업이요?”소원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신입에 한해서 진행하는 수업이 있어. 어떻게 술을 따르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등등 다 포함되어 있지. 내일부터 열심히 배워. 쉽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수업 끝나고도 어리바리하면 돈 두 배로 물어내.”소원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영숙이 소원에게 쉬라고 한 건 집에서 쉬라는 게 아니라 나와서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소원은 이곳에 나올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네. 언니.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할게요.”소원이 얌전하게 대답하자 영숙도 더는 흠을 잡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소원은 직원 전용 휴게실로 향했다. 개인 구역이 나누어진 휴게실이라 한곳에 모여 어색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다. 소원은 아까 테이블에 부딪히면서 몸 여러 군데에 멍이 든 터라 일단 잠깐 누웠다가 갈 생각이었지만 누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소원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4화

    소원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아직 영숙이 방민아의 사람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았고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지만 뭐가 이상한지 콕 집어서 얘기하긴 어려웠다.영숙을 보자마자 소원은 영숙이 두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영숙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모습은 그녀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지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 뒤에 숨겨진 그 모습이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추측하기 어려웠다.다행히 조세진은 빠릿빠릿한 편이었기에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들인 아가씨들 영 마음에 안 드네. 성격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숙 매니저가 잘 좀 교육해.”“오늘 제대로 즐기지 못했나 보네요.”영숙이 얼른 웃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제가 쏘는 걸로 할게요. 조 대표님 기분을 풀어드리지 못한 건 제 잘못이죠. 다 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 노여움 푸세요. 화내면 몸 상하는데 조 대표님 몸 상하면 나 마음 아파요.”여전히 매혹적인 영숙이 조세진을 살살 달래자 조세진의 기분도 금세 풀렸다. 영숙이 기싸움에서 밀린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여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숙이 밑지는 장사를 할 리가 없었다. 물장사는 원래 큰 이익이 오가는 장사였기에 영숙은 단골이 찾아올 때마다 서비스를 톡톡히 줬다. 덕분에 KB 클럽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영숙도 밑지는 건 없었다. 소비하러 온 사장님들이 쓴 돈으로 서비스해 주는 거라 돈도, 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아주 쉽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특급 마케팅이었다.조세진의 커다란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역시 일은 숙 매니저가 잘한다니까. 숙 매니저 없이 오늘의 KB 클럽이 있을 수 있겠어?”“조 대표님 또 농담하신다. 전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KB 그룹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거죠.”영숙의 말에서 KB 그룹 대표에 대한 고마움이 물씬 느껴졌다.“KB 클럽이 아니었다면 저도 지금처럼 편안하게 살지는 못했을 거예요.”영숙의 말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소원이 놀란 가슴을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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