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 Chapter 1491 - Chapter 1500

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491 - Chapter 1500

1651 Chapters

제1491화

소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옷을 걸치지 않으면 돌아가서 또 세게 아플 것이다.육경한은 유진에게 감정이 없었기에 소원까지 죽으면 육경한의 오락가락하는 성격에 힘든 건 유진밖에 없을 것이다.소원은 방민아가 법원 앞에서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했다. 사랑에 미쳐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거나 범죄의 길로 나아가는 사람도 적잖게 있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소원은 그 옷이 육경한의 옷인 걸 알면서도 추위를 이겨내고파 얼른 챙겨 입었다.육경한은 곁눈질로 그런 소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당기더니 아래로 내려가 진흙을 뒤집어쓴 안지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 육경한의 눈빛에 안지철은 심장이 철렁했다. 몸집이 크고 체격이 빼어난 육경한은 승냥이처럼 부리부리한 눈으로 안지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철은 평소 거의 일반인들과만 소통했고 이런 거물은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눈빛이 닿기만 해도 온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감히 내게 발길질을 해?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당장 사람 불러서 너 죽인다.”안지철이 으름장을 놓으며 용기를 북돋으려 했다. 주로 연락하는 소종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육경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안지철은 소원이 큰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소원을 도와주러 온 사람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아우라가 남다를 뿐 종이호랑이일지 모른다고, 그러니 상대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오늘 이 여자를 죽이지 못한다면 이따 베일에 싸인 그 사람에게 연락해 처리해달라고 하면 된다. 이 일이 새어나가면 그 사람에게도 해가 될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모든 죄를 안지철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면 안지철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안지철도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나를 죽여?”육경한은 안색이 너무 어두웠고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독수리와도 같은 부리부리한 눈은 모든 걸 뚫어버릴 것처럼 매서웠는데 비바람이 몰아치
Read more

제1492화

안지철이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알고 보니 육경한이 시계 판이 위로 향하게 시곗줄을 손바닥에 움켜쥔 채 안지철의 코를 가격한 것이다. 한 번의 펀치 만에 안지철은 코피가 터졌고 코뼈가 부러지면서 코가 삐뚤었다.몇십억을 호가하는 비싼 시계라 그런지 펀치를 날려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아악... 너 미쳤어?”안지철은 코를 부여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육경한이 이 정도로 매섭게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펀치를 날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펑.둔탁한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고 안지철의 광대뼈가 부러졌다. 안지철은 그제야 이 남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인지 실감하고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부여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원...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돈이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때리지만 않으면... 흑흑...”육경한이 웃음을 터트렸다.“나 돈에는 관심 없어. 그냥...”“그냥 뭐... 원하는 게 뭐야. 다 줄게.”안지철은 눈치가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살아만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돈이야 언제든 다시 벌 수 있기에 그때 가서 다시 원하던 삶을 살면 되지만 일단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을 지켜야 했다.육경한은 입술을 삐쭉거리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어떡하지? 내가 관심 있는 건 네놈 목숨밖에 없는데.”안지철은 이 말이 너무 섬뜩해 바지에 지릴 뻔했다. 원하는 게 목숨밖에 없다니, 무서워도 너무 무서운 남자였다.“저기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저랑 원수진 거 없잖아요. 기껏해야 저 여자 건드린 것밖에 없는데 사실 아무 짓도 못 했고 겨우 뺨 두 대 때린 것뿐이에요.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겨우 뺨 두 대 때렸다?”육경한의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네가 뭔데 감히 손을 대?”이 말에 안지철은 심장이 너무 벌렁대 숨 쉴 엄두조차 나지 않아 그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애원했다.“어르신, 아니 형님, 하느님, 부처님, 제가 죽을죄를
Read more

제1493화

하지만 소원은 그런 육경한의 마음을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여러 감정이 뒤섞이자 육경한은 감정을 해소할 구멍이 필요했다. 모든 걸 망가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머리를 쳐들었다.육경한의 정신질환은 점점 심해져 환각까지 보였다. 앞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이 안지철이 아닌 다른 무서운 얼굴을 한 괴물로 변했고 육경한을 먹어버리려는 듯 몸을 비틀며 육경한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아악...”육경한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더니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그 고함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든 안지철은 육경한이 어딘가 매우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마치 몸 안에 숨어있던 악마가 깨어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설마 이 사람... 정신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잔꾀가 생각난 안지철이 몰래 돌멩이 하나를 줍더니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육경한의 머리를 공격했다.“육경한.”경사 위에 앉아 있던 소원이 갑자기 이렇게 불렀다. 소원도 육경한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정신질환이 곧 도질 것 같은 상태처럼 보였다.육경한은 이성을 잃으면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고 잡히는 족족 죽일 정도로 쥐어팼다. 소원이 유진을 데려오려는 것도 이런 원인이었다. 육경한의 정신 상태로는 아이를 돌보기 힘들었다.연약한 유진은 육경한에게 한 입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소원은 안지철이 육경한을 죽이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육경한이 쓰러지면 안지철은 공격의 화살을 소원에게 돌릴 것이다. 눈이 돌아가 버린 이상 한명이든 두 명이든 닥치는 대로 죽일 게 뻔했다. 게다가 소원의 몸으로 이성을 잃은 안지철을 당해내긴 무리였다.소원의 고함에 육경한이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육경한은 안지철이 휘두른 돌을 그대로 맞았고 순간 잘생긴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육경한은 그 공격에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안색은 피로 물든 얼굴 때문에 더 음침해졌다.안지철은 육경한의 눈빛에 놀라서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돌로 내리찍어도 아무 반응
Read more

제1494화

육경한은 지금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힘껏 안지철의 얼굴에 펀치만 계속 날렸다. 그렇게 이가 전부 부서진 안지철은 잘못 삼켰다가 사레가 들려 죽을 뻔했다.소원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육경한.”육경한의 주먹이 안지철의 얼굴에서 1cm 떨어진 곳에 멈췄다. 소원을 향해 고개를 돌린 육경한의 얼굴에는 아까 돌에 맞아서 흘린 피와 안지철을 때리면서 튄 피가 섞여 유난히 음침해 보였다.이에 소원은 전에 호러물에서 봤던 얼굴 없는 남자가 떠올랐다. 육경한은 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아무 표정 없이 소원을 바라봤다.“왜? 이 자식 손을 빌려서라도 나 무너트리게?”이 말에 소원은 말문이 막혔다. 안지철이 죽으면 증인도 사라지게 되니 소원은 안지철이 죽는 게 싫었다. 유시연도 찾을 수 없는 마당에 안지철이라도 살아 있어야 유진을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소원은 육경한에게 안지철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지철이 나쁜 건 맞지만 법률로 제재해야지 육경한이 사적으로 재판해서는 안 되었다.육경한은 늘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생각했고 가치가 없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처리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소원이 원하는 건 정의로운 재판밖에 없었다.안지철은 지은 죄는 법원에서 판결하는 게 맞았다.“육경한, 너...”소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부어올라 생김새를 알아볼 수 없는 안지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당신이 그 사람이야?”육경한이 안지철을 힐끔 쳐다봤다.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는 얼굴이 부어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에 육경한의 살기등등한 얼굴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이렇게 말했다.“당... 당신이 감정을 맡긴 사람이네. 당신이 그 사이코패스였어?”안지철은 그제야 육경한이 왜 자기를 폭행했는지 알게 되었다. 하긴, 아무 병도 없는데 샘플을 바꿔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안지철은 육경한이 어느 정도로 미쳤는지 모르지만 그 약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분노
Read more

제1495화

소종 뒤로 방민아가 따라왔다. 육경한이 걱정되었던 방민아는 소종에게 무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리라고 했지만 소종은 차마 방민아에게 육경한이 소원을 구하러 갔다고 말할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방민아는 몰래 소종의 뒤를 따라 병원에 온 것이었다.방민아를 발견한 순간 소종의 안색이 변하더니 잽싸게 앞으로 다가가 말리려는데 방민아가 소종의 손을 뿌리치더니 가져온 외투를 육경한에게 걸쳐줬다.“경한 씨, 도대체...”방민아는 육경한의 얼굴을 보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진흙과 피가 마치 물감처럼 남자의 얼굴에 흩뿌려져 있었고 옷도 엉망진창이었다. 이 정도로 망가진 육경한은 방민아도 처음이라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질투심이 타올랐다. 다른 여자를 위해 이렇게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다만 밖으로 드러낼 엄두가 나지 않았던 방민아는 솟구쳐 올라오는 질투를 꾹꾹 참아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경한 씨, 일단 상처부터 처리해요. 이마가...”방민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이마는 어쩌다 다친 거예요?”육경한이 그제야 방민아를 발견한 듯 그쪽을 힐끔 쳐다봤다.“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육경한의 표정이 어딘가 언짢아 보였다. 방만아는 그런 육경한을 보며 기분이 상했지만 결국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경한 씨가 걱정돼서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육경한이 자기를 버리고 간 게 소원을 위해서였다는 걸 알고 방민아의 가슴에 난 틈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르는 것 같았다. 전에 육경한과 약속한 것처럼 유명무실한 결혼은 싫었다. 소원은 마치 가시처럼 육경한의 가슴에 박혀있었고 방민아가 아무리 빼내려 해도 빼지지 않았다.“여기 남아있을 필요 없으니까 이제 돌아가요.”간단한 한마디였지만 뜻은 명확했다.“하지만... 나는 경한 씨 옆에 있고 싶어요...”방민아는 너무 서러웠다. 육경한의 약혼녀는 분명 방민아인데 그가 다른 여자 곁을 이렇게 지키는 게 너무 싫었다.“방민아 씨, 돌아가요.”육경한이 성까지 붙여서 차갑게
Read more

제1496화

소종을 바라보던 그녀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소 비서님, 별장으로 돌아가시는 길이신가요? 제가 지난번에 별장에서 귀걸이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데 혹시 같이 타고 가도 될까요?”소종은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다.그 별장은 유진이가 들어가기 전에도 방민아가 종종 방문해 육경한과 식사를 함께했던 곳이었으니 말이다.게다가 별장에는 방민아를 위해 마련된 전용 객실도 있었다.하지만 소종은 의아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방민아와 육경한이 여전히 각방을 쓰고 있는지 말이다.보통 성인 남녀라면 서로 끌리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은 다소 이상했다.방민아는 외모도 준수했고 몸매나 분위기 역시 상위권이라 할 만했다. 특히 그녀 특유의 재벌가 아가씨 같은 기품은 매우 매력적이었다.그런데도 육경한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심지어 자신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여자를 찾는 편인데 육경한은 아무런 욕구도 없는 듯했다.그래서 한동안 소종은 육경한이 혹시 어떤 신체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었다.예전 소원과 함께할 때 육경한의 표정은 가장 매력적으로 빛났고 항상 묘한 열기를 띠고 있었다.하지만 방민아와 함께한 뒤로는 그런 열기가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만 남았다.별장에 도착한 뒤 소종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진이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방민아도 뒤따라 올라왔는데 그녀가 귀걸이를 찾으러 가지 않고 자신을 따라오자 소종은 퍽 난감했다. 결국 그가 물었다.“민아 씨, 귀걸이는 안 찾으시나요?”그러자 방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아이를 좀 보고 싶어서요.”소종은 순간 멈칫했다. 육경한의 특별한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방민아가 아이를 봐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육경한은 이전에 방민아를 데리고 아이를 보러 간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이런 소종의 마음을 알아채서인지 방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경한 씨가 전에 저더러 아이 봐도 된다고 했어요. 믿기 어려우시면 경한 씨한테 전화해서 확인하셔도 돼요. 아니면
Read more

제1497화

소종은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별장이 워낙 멀어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게 빠를 것 같았지만 유진이를 혼자 두고 가는 것도 걱정이었다.집에는 어린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도우미 두 명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방민아가 자청하며 말했다.“소 비서님, 제가 아이 돌볼게요. 소 비서님은 아주머니를 병원에 데려다주세요.”소종은 잠시 망설였다. 방민아를 아이 곁에 두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으니 말이다.그러자 방민아가 덧붙였다.“걱정 마세요. 제가 잘 돌볼게요.”그녀는 고개를 숙여 유진이에게 말했다.“유진아, 네가 착하게 말을 잘 들어야 아저씨가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어. 이모 말 들어줄래?”어린 유진이는 아직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고 그저 할머니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 좋다고 생각했다.하여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말했다.“들을게요! 이모 말 잘 들을게요. 우리 할머니 구해주세요!”유진이의 말에 안심한 소종은 곧바로 아주머니를 업고 차에 태운 뒤 병원으로 향했다.방민아는 먼저 두 도우미에게 유진이가 혹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지 물었다.그런 다음 두 사람에게 자신이 아이를 돌볼 테니 밖에서 쉬라고 말했다.도우미들은 방민아가 자주 별장에서 육경한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봐왔고 그녀가 곧 유진이의 새어머니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따라서 그녀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순순히 물러났다.그렇게 방민아는 아이의 방을 둘러보았다. 별장의 단순한 흑백 인테리어와 달리 이 방은 어린 소년에게 어울리도록 꾸며져 있었다.벽에 걸린 그림들과 책상, 침대까지 모두 소년의 방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육경한이 유진이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떠올리자 방민아의 마음속에서 불편한 감정이 점점 커져갔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유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이름이 뭐니?”“유진이요.”유진이는 조금 전보다 진정된 상태였다.그러나 방민아는 그에게 있어 낯선 이모일 뿐이었는지
Read more

제1498화

유진이는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엄마... 엄마다...”아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방민아를 애타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모, 저 언제 엄마 볼 수 있어요?”유진이는 엄마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엄마를 볼 수 있다면 그와 함께 보고 싶었던 서현재 삼촌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진이는 그 둘이 너무나 그리웠던 것이다.“이모 말 잘 들으면 엄마 만나게 해줄게.”아이를 달래듯 방민아는 부드럽게 속삭였다.“네. 유진이 말 잘 들을게요!”유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방민아는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그럼 이제 잠깐 자야겠네. 힘을 키워야 엄마를 만나러 갈 수 있지, 맞지?”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방민아의 말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도였는데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도우미들에게도 충분히 들릴 만큼이었다.육경한은 유진이를 절대 혼자 두지 말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바 있었다.그래서 방민아가 곁에 있더라도 도우미들은 문밖에서 대기하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비록 방민아가 곧 안주인이 될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도우미들은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결국 방민아는 새엄마일 뿐이었고 새엄마가 아이를 해쳤다는 뉴스를 수도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만약 사고라도 생긴다면 도우미들은 자신들이 책임질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문밖에서 그녀들의 귀에 들리는 방민아의 말투는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그녀가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에 안심한 도우미들은 긴장을 조금 늦추었다.그러나 그녀들은 보지 못했다.방 안에서 방민아가 이미 얼굴이 붉어진 유진이를 이불도 덮여주지 않은 채 얇은 잠옷만 입힌 상태로 침대에 눕혔다는 것을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바람은 방 안으로 들어와 곧바로 유진이 쪽으로 불어닥쳤다.방민아는 침대 옆에 앉아 육경한을 꼭 닮은 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질투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입술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그녀는 소
Read more

제1499화

의사는 몸이 스스로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며 환자가 오랜 시간 제대로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이렇게 깊이 잠든 것이 오히려 좋은 징조라고 설명했다.육경한은 의사의 말이 정말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침대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 건 사람은 소종이였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육경한은 짧게 침묵하다 차갑게 말했다.“알아서 처리해.”그때였다.소원이 희미하게 정신을 차리며 들은 말은 바로 ‘처리’라는 한 단어였다.‘처리... 누구를 처리한다는 걸까?’그러다 소원은 안지철이 떠올랐다.‘그 사람을 처리한다는 거겠지?’육경한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다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소원을 발견했다.그녀는 무표정하게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그 모습에 잠시 놀랐지만 육경한은 곧 안도와 함께 기쁨을 느꼈다.조금 전 소원이 쓰러졌던 모습이 떠올라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기 때문이다.“깨어났어?”짧게 말한 뒤, 육경한은 소원의 이마에 손을 대 체온을 확인하려 했다.그녀가 깨어난 뒤에는 체온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고 했고 발열이 있다면 즉시 조치를 취하라고 의사가 당부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육경한의 손이 이마에 닿자마자 소원은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더러운 손으로 나 만지지 마!”순간 몸이 얼어붙더니 육경한이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소원은 힘겹게 몸을 옆으로 돌리며 냉랭하게 말했다.“나가.”그녀는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육경한이 나타날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지금의 소원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잠깐의 휴식 같았던 이번 실신 이후, 소원은 다시 싸울 방법을 찾아야 했다.이제는 육경한이 아닌, 그들과 싸워야 할 차례였다. 특히 방민아 말이다.그녀가 했던 말들은 아직도 소원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소원의 직감은 방민아가 단순히 위협만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겉으로
Read more

제1500화

“돌아온 후 한 일 중에서 단 하나라도 네 목숨을 천 번이나 내놓기에 충분하지 않은 일이 있었어?”육경한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널 그렇게 많이 봐줬는데 대체 어디가 부족했단 말이야!”그러자 소원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웃었다.“하하...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그래? 다 네가 나를 억지로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잖아.”그녀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육경한, 나는 그저 정정당당하게 너와 맞섰을 뿐이야. 그런데 넌 매번 온갖 비열한 술수를 부렸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잖아. 안지철, 네가 음모를 꾸며서 죽인 거지? 그다음은 누굴 죽일 건데?”“유시연?”육경한은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야. 난 안지철을 죽이지 않았어.”그러나 소원은 비웃었다.“물론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았겠지. 너 같은 사람이 그런 자잘한 일에 손대겠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대신 처리해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잖아. 완벽하게, 빈틈없이 말이야.”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너한테 사람 목숨이라는 건 뭐야? 네가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긴 게 어디 한두 번이야?”이 말에 육경한은 분노에 차 소원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쥐었다.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며 목소리조차 거칠어졌다.“내가 안 했다고 말했잖아!”“육경한!”소원은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너 현재한테 손 써서 기억을 잃게 만든 건 물론 나한테서 유진이까지 빼앗아갔잖아. 그 순간부터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난 네가 역겨워.”이 말에 육경한의 몸이 굳더니 손에 들어갔던 힘도 점점 풀렸다.길게 이어진 침묵 후, 그는 문밖으로 발길을 돌렸다.곧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병실을 울렸다. 침대마저 흔들릴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그는 지금 이 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소원을 찢어발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그렇게 미운 거야? 왜 뭘 하든 마음을 돌릴 수 없는 거지?’심지어 육경한은 나중에 나타난 서현재에게조차 자신이 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소원의 눈에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Read more
PREV
1
...
148149150151152
...
16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