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97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9 19:00:00
소종은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별장이 워낙 멀어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게 빠를 것 같았지만 유진이를 혼자 두고 가는 것도 걱정이었다.

집에는 어린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도우미 두 명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방민아가 자청하며 말했다.

“소 비서님, 제가 아이 돌볼게요. 소 비서님은 아주머니를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소종은 잠시 망설였다. 방민아를 아이 곁에 두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자 방민아가 덧붙였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돌볼게요.”

그녀는 고개를 숙여 유진이에게 말했다.

“유진아, 네가 착하게 말을 잘 들어야 아저씨가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어. 이모 말 들어줄래?”

어린 유진이는 아직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고 그저 할머니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 좋다고 생각했다.

하여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말했다.

“들을게요! 이모 말 잘 들을게요. 우리 할머니 구해주세요!”

유진이의 말에 안심한 소종은 곧바로 아주머니를 업고 차에 태운 뒤 병원으로 향했다.

방민아는 먼저 두 도우미에게 유진이가 혹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 다음 두 사람에게 자신이 아이를 돌볼 테니 밖에서 쉬라고 말했다.

도우미들은 방민아가 자주 별장에서 육경한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봐왔고 그녀가 곧 유진이의 새어머니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순순히 물러났다.

그렇게 방민아는 아이의 방을 둘러보았다. 별장의 단순한 흑백 인테리어와 달리 이 방은 어린 소년에게 어울리도록 꾸며져 있었다.

벽에 걸린 그림들과 책상, 침대까지 모두 소년의 방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육경한이 유진이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떠올리자 방민아의 마음속에서 불편한 감정이 점점 커져갔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유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이름이 뭐니?”

“유진이요.”

유진이는 조금 전보다 진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방민아는 그에게 있어 낯선 이모일 뿐이었는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8화

    유진이는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엄마... 엄마다...”아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방민아를 애타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모, 저 언제 엄마 볼 수 있어요?”유진이는 엄마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엄마를 볼 수 있다면 그와 함께 보고 싶었던 서현재 삼촌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진이는 그 둘이 너무나 그리웠던 것이다.“이모 말 잘 들으면 엄마 만나게 해줄게.”아이를 달래듯 방민아는 부드럽게 속삭였다.“네. 유진이 말 잘 들을게요!”유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방민아는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그럼 이제 잠깐 자야겠네. 힘을 키워야 엄마를 만나러 갈 수 있지, 맞지?”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방민아의 말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도였는데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도우미들에게도 충분히 들릴 만큼이었다.육경한은 유진이를 절대 혼자 두지 말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바 있었다.그래서 방민아가 곁에 있더라도 도우미들은 문밖에서 대기하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비록 방민아가 곧 안주인이 될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도우미들은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결국 방민아는 새엄마일 뿐이었고 새엄마가 아이를 해쳤다는 뉴스를 수도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만약 사고라도 생긴다면 도우미들은 자신들이 책임질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문밖에서 그녀들의 귀에 들리는 방민아의 말투는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그녀가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에 안심한 도우미들은 긴장을 조금 늦추었다.그러나 그녀들은 보지 못했다.방 안에서 방민아가 이미 얼굴이 붉어진 유진이를 이불도 덮여주지 않은 채 얇은 잠옷만 입힌 상태로 침대에 눕혔다는 것을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바람은 방 안으로 들어와 곧바로 유진이 쪽으로 불어닥쳤다.방민아는 침대 옆에 앉아 육경한을 꼭 닮은 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질투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입술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그녀는 소

    최신 업데이트 : 2024-12-29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9화

    의사는 몸이 스스로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며 환자가 오랜 시간 제대로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이렇게 깊이 잠든 것이 오히려 좋은 징조라고 설명했다.육경한은 의사의 말이 정말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침대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 건 사람은 소종이였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육경한은 짧게 침묵하다 차갑게 말했다.“알아서 처리해.”그때였다.소원이 희미하게 정신을 차리며 들은 말은 바로 ‘처리’라는 한 단어였다.‘처리... 누구를 처리한다는 걸까?’그러다 소원은 안지철이 떠올랐다.‘그 사람을 처리한다는 거겠지?’육경한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다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소원을 발견했다.그녀는 무표정하게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그 모습에 잠시 놀랐지만 육경한은 곧 안도와 함께 기쁨을 느꼈다.조금 전 소원이 쓰러졌던 모습이 떠올라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기 때문이다.“깨어났어?”짧게 말한 뒤, 육경한은 소원의 이마에 손을 대 체온을 확인하려 했다.그녀가 깨어난 뒤에는 체온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고 했고 발열이 있다면 즉시 조치를 취하라고 의사가 당부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육경한의 손이 이마에 닿자마자 소원은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더러운 손으로 나 만지지 마!”순간 몸이 얼어붙더니 육경한이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소원은 힘겹게 몸을 옆으로 돌리며 냉랭하게 말했다.“나가.”그녀는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육경한이 나타날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지금의 소원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잠깐의 휴식 같았던 이번 실신 이후, 소원은 다시 싸울 방법을 찾아야 했다.이제는 육경한이 아닌, 그들과 싸워야 할 차례였다. 특히 방민아 말이다.그녀가 했던 말들은 아직도 소원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소원의 직감은 방민아가 단순히 위협만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겉으로

    최신 업데이트 : 2024-12-29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0화

    “돌아온 후 한 일 중에서 단 하나라도 네 목숨을 천 번이나 내놓기에 충분하지 않은 일이 있었어?”육경한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널 그렇게 많이 봐줬는데 대체 어디가 부족했단 말이야!”그러자 소원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웃었다.“하하...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그래? 다 네가 나를 억지로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잖아.”그녀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육경한, 나는 그저 정정당당하게 너와 맞섰을 뿐이야. 그런데 넌 매번 온갖 비열한 술수를 부렸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잖아. 안지철, 네가 음모를 꾸며서 죽인 거지? 그다음은 누굴 죽일 건데?”“유시연?”육경한은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야. 난 안지철을 죽이지 않았어.”그러나 소원은 비웃었다.“물론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았겠지. 너 같은 사람이 그런 자잘한 일에 손대겠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대신 처리해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잖아. 완벽하게, 빈틈없이 말이야.”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너한테 사람 목숨이라는 건 뭐야? 네가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긴 게 어디 한두 번이야?”이 말에 육경한은 분노에 차 소원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쥐었다.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며 목소리조차 거칠어졌다.“내가 안 했다고 말했잖아!”“육경한!”소원은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너 현재한테 손 써서 기억을 잃게 만든 건 물론 나한테서 유진이까지 빼앗아갔잖아. 그 순간부터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난 네가 역겨워.”이 말에 육경한의 몸이 굳더니 손에 들어갔던 힘도 점점 풀렸다.길게 이어진 침묵 후, 그는 문밖으로 발길을 돌렸다.곧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병실을 울렸다. 침대마저 흔들릴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그는 지금 이 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소원을 찢어발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그렇게 미운 거야? 왜 뭘 하든 마음을 돌릴 수 없는 거지?’심지어 육경한은 나중에 나타난 서현재에게조차 자신이 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소원의 눈에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2-29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1화

    보안 요원은 소종의 말을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절차대로 상부에 보고하기로 했다.잠시 후, 병원의 관리 책임자가 직접 내려왔다.그는 소종의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소종의 제안이 허언이 아님을 금세 알아챘다.책임자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더는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그러고는 소종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며 말했다.소종은 공손하게 부탁했다.“이번 일은 단순한 오해입니다. 아래 직원들에게도 함부로 말을 퍼뜨리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저희 대표님이 가족이 입원 중이라 감정이 격해져 잠시 이성을 잃으신 겁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억누르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안 그렇습니까?”병원 책임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작은 일입니다.”병원 입장에서는 육경한이 문 하나를 부순 것이지만 실질적인 피해도 없었고 사람이 다친 것도 아니었다.게다가 이 사건으로 병원은 건물 전체의 문을 방탄 문으로 교체할 예산을 얻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병원이 이득을 본 셈이었다.책임자는 다짐하듯 말했다.“안심하세요. 직원들에게는 절대 입을 닫으라고 하겠습니다.”그러자 소종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예산은 이미 배정해 두었습니다.”책임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소종이 이렇게 신중하게 행동한 이유는 단순했다.최근 안지철 사건과 더불어 소원이 육경한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던 일이 계속해서 소문으로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여기에 오늘 사건까지 엮인다면 사람들이 육경한을 정말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게 될 위험이 있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연결되면 예상치 못한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다.하여 소종은 마치 소방관처럼 불이 더 번지기 전에 빠르게 진화하는 데 집중했다.육경한은 이미 차로 돌아와 있었다.손의 부상은 소종이 부른 의사가 차 안에서 직접 처치했다.처치가 끝난 후에도 그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차를 출발시키라는 명령도 하지 않았고 소종은 분위기를 읽고 말없이 기다렸다.소종은 지금까지 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2-30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2화

    “민아 씨가 왔다고?”육경한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당황한 도우미는 급히 대답했다.“네, 민아 씨가 지금 위층에서 작은 도련님을 돌보고 계십니다. 저더러는 내려와서 작은 도련님이 드실 호박죽을 준비하라 하셨고요.”육경한은 눈썹을 찌푸렸다.유진이를 이 별장에 머물게 한 이후로 그는 방민아를 이곳에 다시 데려온 적이 없었다.방민아가 아이를 보고 싶다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그는 이유도 모른 채 이를 꺼려왔다.“누가 그 사람을 들여보라고 했지?”육경한의 목소리엔 분명한 불쾌감이 담겨 있었다.그러자 도우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붙었다.‘민아 씨는 미래의 안주인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거지?’소종이 급히 상황을 설명했다.“대표님, 제가 데려왔습니다. 민아 씨가 귀걸이를 별장에 두고 갔다고 해서 함께 왔는데 마침 아주머니가 급성 질환으로 쓰러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주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동안 민아 씨가 작은 도련님을 돌보겠다고 하셨습니다.”소종은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지만 육경한의 찌푸린 미간은 풀리지 않았다.더 다급해진 소종이 말했다.“민아 씨가 아직 떠나지 않았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경한은 벌써 계단을 올라가 유진이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곧 문이 쾅 하고 열렸다.육경한은 한마디 하려다 침대 옆에 반쯤 기대어 잠든 방민아를 발견했다.눈을 가늘게 뜬 채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옆에는 물과 수건이 놓여 있었고 유진이의 이마에는 물수건이 얹혀 있었다.뒤따라 올라온 도우미가 급히 설명했다.“어젯밤 도련님께서 갑자기 열이 나셔서 민아 씨가 밤새도록 간호하셨어요. 약을 쓰는 건 안 된다고 하셔서 물리적으로 열을 내리게 하셨습니다. 저희가 대신 간호를 하겠다고 해도 본인이 직접 지켜야 한다고 하시면서요.”이 말을 들은 육경한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방민아는 소음에 잠에서 깨어났는지 비몽사몽 눈을 뜨며 그를 보고 반갑게 말했다.“경한 씨, 돌아왔어

    최신 업데이트 : 2024-12-30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3화

    소종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작은 도련님, 그러면 안 됩니다. 아빠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아빠 아니에요!”유진이가 소리쳤다.“아니라고요! 내 마음속에 있는 아빠는 현재 삼촌뿐이에요!”그러자 육경한이 발걸음이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한 마디씩 힘주어 물었다.“뭐라고 했어?”“현재 삼촌이 내 아빠라고요. 현재 삼촌만 난 아빠로 받아들일 거예요!”곧 육경한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로 갑자기 유진이의 옷깃을 움켜쥐며 소리쳤다.“입 다물어! 내가 네 아빠야! 너한테 아빠는 평생 나 하나밖에 없어!”아직 어린 유진이는 육경한의 분노에 압도당했다.결국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아이는 계속 말했다.“아니에요... 아저씨는 아니에요...”참다못한 육경한은 유진이의 뒤 옷깃을 움켜쥐고 갑자기 높이 들어 올렸다.유진이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데다 숨이 막혀 금세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경한 씨!”방민아가 크게 외쳤다.그 소리에 육경한은 정신을 차렸다.방민아는 아이를 빼앗듯 안아 들고 꼭 끌어안은 채 간절하게 말했다.“경한 씨, 아직 어려서 애가 뭘 몰라서 그런 거니까 화내지 마세요. 이렇게 대하면 애 악몽 꿔요.”유진이는 방민아의 품에서 계속 기침을 해댔다.그제야 육경한은 자신이 또다시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게다가 그것도 이렇게 작은 아이 앞에서 말이다.유진이의 두려움 가득한 눈빛만 봐도 자신이 얼마나 아이를 겁먹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미안하다’는 말이 입술 끝에서 수없이 맴돌았지만 결국 육경한은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육경한은 유진이가 서현재를 아빠라고 한 말에 여전히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민아 씨가 아이 돌봐요.”다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까 두려웠던 육경한은 방민아에게 말했다.그들 모자 입에서 서현재라는 이름만 나와도 육경한은 견딜 수 없었고 모든 걸 파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그리고 방민아가 조금 전 보여준 모성애 넘치는 모습은 육경한에게 작은 충격을 주었다.그런 모습을 보니 방민아가

    최신 업데이트 : 2024-12-30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4화

    방민아는 초대도 받지 않고 소원의 병실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침대 옆에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씨, 또 입원하셨네요. 몸은 괜찮으세요?”소원은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해서 온 게 아님을 알고 있었는지라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뭘까요?”“당연히 소원 씨를 보러 왔죠...”소원은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찾아왔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녀와 말싸움을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소원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우리 사이가 그런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요. 할 말 있으면 솔직하게 하세요.”“소원 씨, 왜 저한테 그렇게 적대적이에요?”그러자 방민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뭘 잘못했나요?”소원은 헛웃음을 지었다.‘연기를 참 잘하네.’그날 법원 밖에서 방민아가 했던 말들을 그녀는 하나도 잊지 않았다.방민아는 유진이를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려 했고 이것은 소원의 한계를 건드리는 일이었다.소원은 엄마로서, 자신의 아이를 건드리려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걸고라도 맞설 것이었다.“제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는 민아 씨가 더 잘 알 텐데요.”소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정말 모르겠는데요? 설명 좀 해보세요.”하지만 방민아는 여전히 능청스럽게 말했다.피곤했던 소원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딱히 할 말도 없고 민아 씨도 이미 저를 봤으니 이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랑 할 얘기도 없는 것 같은데.”소원의 단호한 태도에 방민아의 얼굴빛이 변했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소원을 바라보았다.부상 때문에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했고 그 약간의 나약함이 오히려 소원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어쩐지 남자들이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심지어 육경한처럼 냉정한 사람도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방민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더러 그냥 가라고요? 난 소원 씨가 아이 소식을 듣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이 말에 소원은 갑자

    최신 업데이트 : 2024-12-30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5화

    “헛소리하지 마세요!”소원은 화가 치밀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유진이는 체질이 약하기는 해도 아주머니의 정성 어린 보살핌 덕에 아픈 일이 드물었다.그런데 육경한에게 데려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열이 났고 게다가 방민아 같은 여자가 아이를 돌보게까지 했다.‘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건지 모르겠네.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가 다른 여자가 낳아준 그 사람의 자식을 진심으로 잘 돌봐줄 리가 없잖아. 육경한이 미친 게 틀림없어. 어떻게 방민아가 유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거지?’소원은 연달아 떠오르는 의문들에 답답함이 몰려왔지만 스스로를 다잡고 차분히 물었다.“민아 씨, 돌려 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요. 대체 무슨 속셈이에요?”“이렇게 나오신다면야...”방민아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손등으로 입술을 가리며 나직하게 말했다.“듣자 하니 소원 씨가 예전에 경한 씨를 따라다니며 술자리에서 접대도 하고 꽤 능숙했다고 하던데요?”소원은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훗, 재미없네요. 얘기할 생각이 없다면 전 이만 가볼게요.”곧 방민아는 손가방을 들고 일어서려 했다.소원은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가지 마요. 잠시만요... 생각해볼게요.”소원은 머릿속을 뒤지듯 기억을 더듬었다.그러다 문득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육경한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와서는 그녀에게 요란한 옷을 입히고 KB 클럽에 가서 여러 대표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한 일 말이다.그것은 단 한 번 발생한 일이었고 그마저도 ‘접대’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모욕하려는 목적이었다.지금도 그때의 치욕적인 기억이 떠오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원은 꿀꺽 침을 삼키며 말했다.“그런 일이 한 번 있었어요. KB 클럽에서. 하지만 그게 다예요. 그리고 저는 접대를 하러 간 게 아니었어요.”이를 듣고 난 방민아는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육

    최신 업데이트 : 2024-12-31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12화

    소원이 멈칫하자 서현재가 설명했다.“소원 씨 지금 몸 상태로는 술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약속이 있더라도 조심해요.”서현재는 소원이 약속 때문에 온 거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소원은 고개를 저으며 숨기지 않았다.“약속 때문에 온 거 아니에요. 여기서 출근하고 있어요.”“...”서현재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원은 대화가 끝난 줄로 알고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소원 씨.”서현재가 소원을 불러세우자 소원이 걸음을 멈췄다.“혹시 요즘 돈이 부족한가요?”서현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소원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내 의지로 여기서 일하는 거예요. 고마워요.”소원이 이렇게 말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소원은 이렇게 말하면 서현재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기억을 잃은 바에는 철저히 잃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소원의 일에 끼지 않는 게 서현재의 발전에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랬다. 지금처럼 기억을 쭉 잃는 것도 어찌 보면 좋은 일이다. 이게 소원이 서현재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일지도 모른다.서현재는 멀어져가는 소원의 뒷모습을 보며 침묵에 빠졌다. 왜 여기로 출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원은 이런 곳에서 출근할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원이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서현재도 과도하게 참여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소원의 삐쩍 마른 뒷모습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소원은 이제 종이 인형처럼 말라 있었지만 허리를 꼿꼿이 편 모습이 겨울에 피어난 매화와도 같았다. 그 누가 뭐라 하든 절대 꺾이지 않는 그런 매화꽃 말이다.덤덤하던 서현재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 여자를 마주칠 때마다 텅 빈 가슴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느낌인지 명확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떨치려고 해도 떨쳐지지 않았다.서현재는 소원의 뒷모습이 금빛으로 빛나는 대문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 직원이 소원에게 누구를 찾아왔냐며 물었다. 소원이 이름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11화

    서현재는 물건에 부딪쳤을 때만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육연주는 뒤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내키지 않는지 가방을 주워 들고는 핸드폰을 꺼내 서진태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할아버지, 현재가 저 괴롭혀요. 저랑 파혼하겠다고 막 그러고 있어요.”육연주가 울먹거리며 일러바쳤다.서진태가 한참 말려서야 육연주는 눈물을 그쳤다.“알겠어요. 할아버지. 저도 그냥 갑자기 울분이 터져서 그래요. 현재 씨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어차피 결혼할 텐데요.”서진태가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우리 연주 어쩌면 이렇게 착할까. 걱정하지 마. 정해놓은 결혼식 날짜는 변하지 않아. 네가 우리 서씨 가문 며느리라는 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서진태가 육연주를 열심히 달래는 건 육경한과의 거래뿐만이 아니라 육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손을 잡으면 막대한 이익이 같이 따라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결혼에 절대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서현재가 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서현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핸드폰을 꺼버렸다.코너를 돌자 핸드백을 든 소원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현재는 신분도 그렇고 육연주와 약혼한 사이라 파혼하기 전까지는 다른 여자에게 크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가버리려 했지만 소원이 기둥에 기댄 채 막연한 표정으로 서 있는 걸 보고는 마음이 약해져 앞에 차를 세웠다.서현재가 차창을 내리고 소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소원 씨, 어디 가요?”소원은 여기서 서현재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잠깐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이제 들어가려고요.”소원은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면 서현재가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현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바래다줄게요.”소원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이미 차 불렀어요.”서현재는 지도를 힐끔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지금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혀요. 차를 불렀다 해도 그렇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10화

    조금 전 육연주가 뱉은 말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한 것일 뿐이었다.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녀도 자신의 말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서현재를 좋아하고 있었기에 그가 정말로 파혼이라도 언급할까 봐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러나 서현재는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제 신분이 연주 씨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억지로 자신을 괴롭힐 필요 없어요. 연주 씨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찾으면 되잖아요.”“현재 씨!”육연주는 그의 말이 진심일 줄은 몰랐다.‘어떻게 나더러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할 수 있어?!’분노가 차오르니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러다 육연주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아, 가슴이 아파요...”이 말은 스스로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기 위함이었다.이미 결혼 이야기가 대외로 알려졌는데 지금 와서 상대를 바꾸는 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무엇보다 그녀는 정말로 서현재와 결혼하고 싶었다.육연주는 서현재를 좋아했다.아니, 그에게 집착하고 있었다.서현재가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대해줬다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현재 씨가 날 조금만 더 이해하고 한 발만 더 다가왔더라면...’하지만 서현재는 늘 차가웠다.그리고 서현재는 육연주의 연기를 더 이상 참아주지 않았다.“이 결혼,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그의 말은 단호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육연주는 충격을 받았다.‘날 달래기는커녕 파혼하자고?!’“현재 씨, 현재 씨 예전엔 이렇지 않았어요. 날 정말 사랑했잖아요...”육연주는 눈물을 머금고 애처롭게 말했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그녀와 서현재 사이에는 ‘예전’이라 불릴 만한 진짜 추억은 존재하지 않았다.모두 육연주와 그의 외삼촌 육경한, 그리고 가족들이 꾸며낸 이야기였을 뿐이지.당시 육연주는 눈물을 흘리며 육경한에게 하소연을 했고 육경한은 그녀에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 말을 믿지 않았던 그녀는 몇 주 뒤, 서현재의 할아버지인 서진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9화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육연주는 서현재가 자신의 외삼촌과 관계가 있는 그 비밀스러운 여자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신경 쓰고 있다 하기엔 과장일 수도 있었지만 서현재는 늘 차가운 성격이었기에 그 여자의 말에 직접적으로 반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육연주의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두 사람의 눈빛 교환 하나하나가 육연주에게 불길한 예감을 들게 했다.왜냐하면 서현재는 그녀에게 한 번도 그런 눈빛을 보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사실 육연주는 서현재가 자신을 제대로 쳐다본 적조차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생각에 점점 더 불안해지던 육연주는 그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현재 씨, 지금 아이 가지면 결혼식 때는 티도 안 날 거예요.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 아닐까요?”서현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지 않았다.육연주의 스킨십이 달갑지 않은 듯 보였고 옷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다.가끔 서현재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와 육연주가 ‘연인 사이였다’는 이야기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게 사실이라면 육연주의 스킨십에 이토록 거부감이 들 리가 없기 때문이다.옷깃조차 스치지 않길 바라는 자신을 보며 의문이 들곤 했다.아이를 갖는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여 서현재는 단순히 무심하게 대답했다.“다음에 얘기해요.”하지만 육연주는 그 말이 회피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오히려 희망을 품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오늘 밤 제가 집에 갈까요? 우리...”그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서현재는 발걸음을 떼며 육연주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뿌리치고 냉정하게 말했다.“지금은 곤란해요.”이 정도 표현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거절이었다.서진태는 항상 그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네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내뱉는 건 안 된다. 연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고 항상 체면을 세워줘야 해.”그러나 육연주와의 관계는 서현재에게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했다.그녀는 항상 자신이 특별 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8화

    소원은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퇴원을 고집했다.결국 의사는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허락했고 소원은 퇴원 수속을 마친 뒤 계좌를 확인하다가 거기에 꽤 많은 돈이 입금된 것을 발견했다.아마도 소종이 대신 납부한 병원비일 것이다.하여 소원은 미우 그룹의 회사 계좌를 찾아 병원비를 곧바로 송금했다.그 돈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육경한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그와 조금의 연관조차 맺고 싶지 않았고 오직 유진이의 양육권을 되찾을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다.아침에 알아본 바로는 병원에 안지철의 진료 기록이 없었고 근처 다른 병원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안지철은 행방불명 상태였다. 아마 이미 죽었을 가능성도 컸다.유시연 쪽으로 연락이 닿을 가능성도 없었다.이미 발각된 이상, 소종은 모든 흔적을 깔끔하게 정리했을 테니 말이다.소원은 소종의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한 번 손을 대면 단 하나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반년 동안 추적해왔던 일이 이제야 결실을 맺으려는 찰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절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다.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소원은 병실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려 했다.2층 복도 멀리서, 서현재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그는 아래층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소원의 모습을 보았다.희미한 실루엣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또 그 여자네?’왠지 모르게 익숙한 감정이 다시금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났다.소원의 모습은 생기라고는 없는 듯했다.생각에 잠긴 채 그녀는 마치 허공을 떠도는 것처럼 걸어가고 있었다.알 수 없는 연민에 가슴이 저릿한 서현재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심장이 자꾸 통제되지가 않아...’“현재 씨!”밝은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서현재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육연주가 다가오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그러자 서현재는 소원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7화

    소원은 육경한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방민아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사업가로서 육경한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이익과 평판이었다.방씨 가문은 미우 그룹이 가장 어려운 시절에 도움을 준 적이 있었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육경한은 방민아와 결혼해야 했다.그렇게 해야만 상업계에서 그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결국 아무도 ‘이용하고 버리는 사람’이나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다.방민아와의 결혼은 육경한에게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미우 그룹의 서울에서의 지위를 안정시키기 위한 중요한 한 수였던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육경한은 유진이를 위해 방민아를 꾸짖을 리 없었다.육경한에게 있어서 그건 ‘손해 보는 거래’일 뿐이었다.그렇다. 모든 게 결국 거래였다.육경한의 머릿속에서 세상 모든 일은 하나의 거래로 계산되었다.“소원 씨, 이렇게 좋은 기회인데 바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어요? 시간을 끌수록 소원 씨 아이만 더 힘들어질 텐데요.”방민아의 이 말 한마디는 소원의 모든 선택지를 막아버렸다.아이, 그것이 소원의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그녀는 아이를 외면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었다.“알겠어요. 할게요.”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소원은 거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 앞에 놓인 길은 단 하나, 바로 타협이었다.그러자 방민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소원 씨가 뭘 좀 아시네요. 오늘 밤 바로 그곳으로 가세요. 제가 아는 분을 배정해뒀으니 꼭 잘 대접해야 해요. 손님을 실망시키면 안 돼요, 알겠죠?”소원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그 사람이 누군데요?”방민아는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굳이 묻지 않아도 돼요. 가보면 알게 될 거니까.”그녀의 비정상적인 웃음에 소원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어떤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사람이 아닐 거라는 것은 분명했다.그럼에도 소원은 어쩔 수 없었다.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방민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민아 씨 말대로 할게요. 하지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6화

    “민아 씨는 육경한이 이런 짓을 눈감아줄 거라고 생각해요?”소원은 단호하게 물었다.아무리 그래도 육경한은 아이의 아버지였다.그가 자기 친자식의 목숨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설령 유진이가 그에게 단지 협박을 위한 도구일지라도, 유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소원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육경한도 알고 있을 것이다.“하하하하...”방민아는 소원의 말을 듣고는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소원 씨, 정말 순진하시네요. 유진이는 병약하잖아요. 열이 나거나 음식 하나만 잘못 먹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애를 제가 굳이 손까지 대야겠어요?”방민아는 소원의 순진함을 산산조각내고 싶다는 듯 미소를 띤 채 속삭이듯 말했다.“경한 씨가 그런 거로 저랑 싸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그녀의 말은 명백했다.자신은 유진이를 해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더라도, 유진이가 육경한의 곁에 있는 한 기회는 충분했다.게다가 방민아의 말처럼 유진이는 정말로 사소한 자극에도 버티기 힘든 아이였다.크게 손대지 않아도 작은 계략 하나면 충분히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소원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위험을 상상하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듣자 하니 그 아이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만약... 그냥 만약에요, 이식받기 전에 죽게 된다면 정말 안타깝겠네요.”방민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아직 어린애라 세상을 즐길 기회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가버리면 정말 아쉽지 않을까요?”“감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소원은 손에 힘을 주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유진이한테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내가 너희 모두를 죽여버릴 거야.”소원은 ‘너희’라고 말했다.육경한이 아이를 방민아 같은 여자에게 맡긴 순간, 그는 이미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잃은 것이다.짐승과 다를 바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할 건 없었다.만약 유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소원은 어떤 수를 써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5화

    “헛소리하지 마세요!”소원은 화가 치밀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유진이는 체질이 약하기는 해도 아주머니의 정성 어린 보살핌 덕에 아픈 일이 드물었다.그런데 육경한에게 데려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열이 났고 게다가 방민아 같은 여자가 아이를 돌보게까지 했다.‘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건지 모르겠네.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가 다른 여자가 낳아준 그 사람의 자식을 진심으로 잘 돌봐줄 리가 없잖아. 육경한이 미친 게 틀림없어. 어떻게 방민아가 유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거지?’소원은 연달아 떠오르는 의문들에 답답함이 몰려왔지만 스스로를 다잡고 차분히 물었다.“민아 씨, 돌려 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요. 대체 무슨 속셈이에요?”“이렇게 나오신다면야...”방민아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손등으로 입술을 가리며 나직하게 말했다.“듣자 하니 소원 씨가 예전에 경한 씨를 따라다니며 술자리에서 접대도 하고 꽤 능숙했다고 하던데요?”소원은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훗, 재미없네요. 얘기할 생각이 없다면 전 이만 가볼게요.”곧 방민아는 손가방을 들고 일어서려 했다.소원은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가지 마요. 잠시만요... 생각해볼게요.”소원은 머릿속을 뒤지듯 기억을 더듬었다.그러다 문득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육경한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와서는 그녀에게 요란한 옷을 입히고 KB 클럽에 가서 여러 대표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한 일 말이다.그것은 단 한 번 발생한 일이었고 그마저도 ‘접대’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모욕하려는 목적이었다.지금도 그때의 치욕적인 기억이 떠오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원은 꿀꺽 침을 삼키며 말했다.“그런 일이 한 번 있었어요. KB 클럽에서. 하지만 그게 다예요. 그리고 저는 접대를 하러 간 게 아니었어요.”이를 듣고 난 방민아는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육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4화

    방민아는 초대도 받지 않고 소원의 병실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침대 옆에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씨, 또 입원하셨네요. 몸은 괜찮으세요?”소원은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해서 온 게 아님을 알고 있었는지라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뭘까요?”“당연히 소원 씨를 보러 왔죠...”소원은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찾아왔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녀와 말싸움을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소원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우리 사이가 그런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요. 할 말 있으면 솔직하게 하세요.”“소원 씨, 왜 저한테 그렇게 적대적이에요?”그러자 방민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뭘 잘못했나요?”소원은 헛웃음을 지었다.‘연기를 참 잘하네.’그날 법원 밖에서 방민아가 했던 말들을 그녀는 하나도 잊지 않았다.방민아는 유진이를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려 했고 이것은 소원의 한계를 건드리는 일이었다.소원은 엄마로서, 자신의 아이를 건드리려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걸고라도 맞설 것이었다.“제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는 민아 씨가 더 잘 알 텐데요.”소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정말 모르겠는데요? 설명 좀 해보세요.”하지만 방민아는 여전히 능청스럽게 말했다.피곤했던 소원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딱히 할 말도 없고 민아 씨도 이미 저를 봤으니 이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랑 할 얘기도 없는 것 같은데.”소원의 단호한 태도에 방민아의 얼굴빛이 변했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소원을 바라보았다.부상 때문에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했고 그 약간의 나약함이 오히려 소원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어쩐지 남자들이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심지어 육경한처럼 냉정한 사람도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방민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더러 그냥 가라고요? 난 소원 씨가 아이 소식을 듣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이 말에 소원은 갑자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