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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1화

Author: 이한나
보안 요원은 소종의 말을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절차대로 상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잠시 후, 병원의 관리 책임자가 직접 내려왔다.

그는 소종의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소종의 제안이 허언이 아님을 금세 알아챘다.

책임자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더는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소종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며 말했다.

소종은 공손하게 부탁했다.

“이번 일은 단순한 오해입니다. 아래 직원들에게도 함부로 말을 퍼뜨리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저희 대표님이 가족이 입원 중이라 감정이 격해져 잠시 이성을 잃으신 겁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억누르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병원 책임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작은 일입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육경한이 문 하나를 부순 것이지만 실질적인 피해도 없었고 사람이 다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병원은 건물 전체의 문을 방탄 문으로 교체할 예산을 얻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병원이 이득을 본 셈이었다.

책임자는 다짐하듯 말했다.

“안심하세요. 직원들에게는 절대 입을 닫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러자 소종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예산은 이미 배정해 두었습니다.”

책임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소종이 이렇게 신중하게 행동한 이유는 단순했다.

최근 안지철 사건과 더불어 소원이 육경한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던 일이 계속해서 소문으로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늘 사건까지 엮인다면 사람들이 육경한을 정말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게 될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연결되면 예상치 못한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다.

하여 소종은 마치 소방관처럼 불이 더 번지기 전에 빠르게 진화하는 데 집중했다.

육경한은 이미 차로 돌아와 있었다.

손의 부상은 소종이 부른 의사가 차 안에서 직접 처치했다.

처치가 끝난 후에도 그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차를 출발시키라는 명령도 하지 않았고 소종은 분위기를 읽고 말없이 기다렸다.

소종은 지금까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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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2화

    “민아 씨가 왔다고?”육경한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당황한 도우미는 급히 대답했다.“네, 민아 씨가 지금 위층에서 작은 도련님을 돌보고 계십니다. 저더러는 내려와서 작은 도련님이 드실 호박죽을 준비하라 하셨고요.”육경한은 눈썹을 찌푸렸다.유진이를 이 별장에 머물게 한 이후로 그는 방민아를 이곳에 다시 데려온 적이 없었다.방민아가 아이를 보고 싶다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그는 이유도 모른 채 이를 꺼려왔다.“누가 그 사람을 들여보라고 했지?”육경한의 목소리엔 분명한 불쾌감이 담겨 있었다.그러자 도우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붙었다.‘민아 씨는 미래의 안주인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거지?’소종이 급히 상황을 설명했다.“대표님, 제가 데려왔습니다. 민아 씨가 귀걸이를 별장에 두고 갔다고 해서 함께 왔는데 마침 아주머니가 급성 질환으로 쓰러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주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동안 민아 씨가 작은 도련님을 돌보겠다고 하셨습니다.”소종은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지만 육경한의 찌푸린 미간은 풀리지 않았다.더 다급해진 소종이 말했다.“민아 씨가 아직 떠나지 않았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경한은 벌써 계단을 올라가 유진이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곧 문이 쾅 하고 열렸다.육경한은 한마디 하려다 침대 옆에 반쯤 기대어 잠든 방민아를 발견했다.눈을 가늘게 뜬 채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옆에는 물과 수건이 놓여 있었고 유진이의 이마에는 물수건이 얹혀 있었다.뒤따라 올라온 도우미가 급히 설명했다.“어젯밤 도련님께서 갑자기 열이 나셔서 민아 씨가 밤새도록 간호하셨어요. 약을 쓰는 건 안 된다고 하셔서 물리적으로 열을 내리게 하셨습니다. 저희가 대신 간호를 하겠다고 해도 본인이 직접 지켜야 한다고 하시면서요.”이 말을 들은 육경한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방민아는 소음에 잠에서 깨어났는지 비몽사몽 눈을 뜨며 그를 보고 반갑게 말했다.“경한 씨, 돌아왔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3화

    소종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작은 도련님, 그러면 안 됩니다. 아빠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아빠 아니에요!”유진이가 소리쳤다.“아니라고요! 내 마음속에 있는 아빠는 현재 삼촌뿐이에요!”그러자 육경한이 발걸음이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한 마디씩 힘주어 물었다.“뭐라고 했어?”“현재 삼촌이 내 아빠라고요. 현재 삼촌만 난 아빠로 받아들일 거예요!”곧 육경한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로 갑자기 유진이의 옷깃을 움켜쥐며 소리쳤다.“입 다물어! 내가 네 아빠야! 너한테 아빠는 평생 나 하나밖에 없어!”아직 어린 유진이는 육경한의 분노에 압도당했다.결국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아이는 계속 말했다.“아니에요... 아저씨는 아니에요...”참다못한 육경한은 유진이의 뒤 옷깃을 움켜쥐고 갑자기 높이 들어 올렸다.유진이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데다 숨이 막혀 금세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경한 씨!”방민아가 크게 외쳤다.그 소리에 육경한은 정신을 차렸다.방민아는 아이를 빼앗듯 안아 들고 꼭 끌어안은 채 간절하게 말했다.“경한 씨, 아직 어려서 애가 뭘 몰라서 그런 거니까 화내지 마세요. 이렇게 대하면 애 악몽 꿔요.”유진이는 방민아의 품에서 계속 기침을 해댔다.그제야 육경한은 자신이 또다시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게다가 그것도 이렇게 작은 아이 앞에서 말이다.유진이의 두려움 가득한 눈빛만 봐도 자신이 얼마나 아이를 겁먹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미안하다’는 말이 입술 끝에서 수없이 맴돌았지만 결국 육경한은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육경한은 유진이가 서현재를 아빠라고 한 말에 여전히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민아 씨가 아이 돌봐요.”다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까 두려웠던 육경한은 방민아에게 말했다.그들 모자 입에서 서현재라는 이름만 나와도 육경한은 견딜 수 없었고 모든 걸 파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그리고 방민아가 조금 전 보여준 모성애 넘치는 모습은 육경한에게 작은 충격을 주었다.그런 모습을 보니 방민아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4화

    방민아는 초대도 받지 않고 소원의 병실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침대 옆에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씨, 또 입원하셨네요. 몸은 괜찮으세요?”소원은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해서 온 게 아님을 알고 있었는지라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뭘까요?”“당연히 소원 씨를 보러 왔죠...”소원은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찾아왔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녀와 말싸움을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소원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우리 사이가 그런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요. 할 말 있으면 솔직하게 하세요.”“소원 씨, 왜 저한테 그렇게 적대적이에요?”그러자 방민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뭘 잘못했나요?”소원은 헛웃음을 지었다.‘연기를 참 잘하네.’그날 법원 밖에서 방민아가 했던 말들을 그녀는 하나도 잊지 않았다.방민아는 유진이를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려 했고 이것은 소원의 한계를 건드리는 일이었다.소원은 엄마로서, 자신의 아이를 건드리려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걸고라도 맞설 것이었다.“제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는 민아 씨가 더 잘 알 텐데요.”소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정말 모르겠는데요? 설명 좀 해보세요.”하지만 방민아는 여전히 능청스럽게 말했다.피곤했던 소원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딱히 할 말도 없고 민아 씨도 이미 저를 봤으니 이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랑 할 얘기도 없는 것 같은데.”소원의 단호한 태도에 방민아의 얼굴빛이 변했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소원을 바라보았다.부상 때문에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했고 그 약간의 나약함이 오히려 소원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어쩐지 남자들이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심지어 육경한처럼 냉정한 사람도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방민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더러 그냥 가라고요? 난 소원 씨가 아이 소식을 듣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이 말에 소원은 갑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5화

    “헛소리하지 마세요!”소원은 화가 치밀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유진이는 체질이 약하기는 해도 아주머니의 정성 어린 보살핌 덕에 아픈 일이 드물었다.그런데 육경한에게 데려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열이 났고 게다가 방민아 같은 여자가 아이를 돌보게까지 했다.‘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건지 모르겠네.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가 다른 여자가 낳아준 그 사람의 자식을 진심으로 잘 돌봐줄 리가 없잖아. 육경한이 미친 게 틀림없어. 어떻게 방민아가 유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거지?’소원은 연달아 떠오르는 의문들에 답답함이 몰려왔지만 스스로를 다잡고 차분히 물었다.“민아 씨, 돌려 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요. 대체 무슨 속셈이에요?”“이렇게 나오신다면야...”방민아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손등으로 입술을 가리며 나직하게 말했다.“듣자 하니 소원 씨가 예전에 경한 씨를 따라다니며 술자리에서 접대도 하고 꽤 능숙했다고 하던데요?”소원은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훗, 재미없네요. 얘기할 생각이 없다면 전 이만 가볼게요.”곧 방민아는 손가방을 들고 일어서려 했다.소원은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가지 마요. 잠시만요... 생각해볼게요.”소원은 머릿속을 뒤지듯 기억을 더듬었다.그러다 문득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육경한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와서는 그녀에게 요란한 옷을 입히고 KB 클럽에 가서 여러 대표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한 일 말이다.그것은 단 한 번 발생한 일이었고 그마저도 ‘접대’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모욕하려는 목적이었다.지금도 그때의 치욕적인 기억이 떠오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원은 꿀꺽 침을 삼키며 말했다.“그런 일이 한 번 있었어요. KB 클럽에서. 하지만 그게 다예요. 그리고 저는 접대를 하러 간 게 아니었어요.”이를 듣고 난 방민아는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육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6화

    “민아 씨는 육경한이 이런 짓을 눈감아줄 거라고 생각해요?”소원은 단호하게 물었다.아무리 그래도 육경한은 아이의 아버지였다.그가 자기 친자식의 목숨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설령 유진이가 그에게 단지 협박을 위한 도구일지라도, 유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소원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육경한도 알고 있을 것이다.“하하하하...”방민아는 소원의 말을 듣고는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소원 씨, 정말 순진하시네요. 유진이는 병약하잖아요. 열이 나거나 음식 하나만 잘못 먹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애를 제가 굳이 손까지 대야겠어요?”방민아는 소원의 순진함을 산산조각내고 싶다는 듯 미소를 띤 채 속삭이듯 말했다.“경한 씨가 그런 거로 저랑 싸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그녀의 말은 명백했다.자신은 유진이를 해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더라도, 유진이가 육경한의 곁에 있는 한 기회는 충분했다.게다가 방민아의 말처럼 유진이는 정말로 사소한 자극에도 버티기 힘든 아이였다.크게 손대지 않아도 작은 계략 하나면 충분히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소원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위험을 상상하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듣자 하니 그 아이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만약... 그냥 만약에요, 이식받기 전에 죽게 된다면 정말 안타깝겠네요.”방민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아직 어린애라 세상을 즐길 기회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가버리면 정말 아쉽지 않을까요?”“감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소원은 손에 힘을 주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유진이한테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내가 너희 모두를 죽여버릴 거야.”소원은 ‘너희’라고 말했다.육경한이 아이를 방민아 같은 여자에게 맡긴 순간, 그는 이미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잃은 것이다.짐승과 다를 바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할 건 없었다.만약 유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소원은 어떤 수를 써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7화

    소원은 육경한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방민아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사업가로서 육경한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이익과 평판이었다.방씨 가문은 미우 그룹이 가장 어려운 시절에 도움을 준 적이 있었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육경한은 방민아와 결혼해야 했다.그렇게 해야만 상업계에서 그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결국 아무도 ‘이용하고 버리는 사람’이나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다.방민아와의 결혼은 육경한에게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미우 그룹의 서울에서의 지위를 안정시키기 위한 중요한 한 수였던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육경한은 유진이를 위해 방민아를 꾸짖을 리 없었다.육경한에게 있어서 그건 ‘손해 보는 거래’일 뿐이었다.그렇다. 모든 게 결국 거래였다.육경한의 머릿속에서 세상 모든 일은 하나의 거래로 계산되었다.“소원 씨, 이렇게 좋은 기회인데 바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어요? 시간을 끌수록 소원 씨 아이만 더 힘들어질 텐데요.”방민아의 이 말 한마디는 소원의 모든 선택지를 막아버렸다.아이, 그것이 소원의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그녀는 아이를 외면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었다.“알겠어요. 할게요.”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소원은 거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 앞에 놓인 길은 단 하나, 바로 타협이었다.그러자 방민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소원 씨가 뭘 좀 아시네요. 오늘 밤 바로 그곳으로 가세요. 제가 아는 분을 배정해뒀으니 꼭 잘 대접해야 해요. 손님을 실망시키면 안 돼요, 알겠죠?”소원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그 사람이 누군데요?”방민아는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굳이 묻지 않아도 돼요. 가보면 알게 될 거니까.”그녀의 비정상적인 웃음에 소원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어떤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사람이 아닐 거라는 것은 분명했다.그럼에도 소원은 어쩔 수 없었다.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방민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민아 씨 말대로 할게요. 하지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8화

    소원은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퇴원을 고집했다.결국 의사는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허락했고 소원은 퇴원 수속을 마친 뒤 계좌를 확인하다가 거기에 꽤 많은 돈이 입금된 것을 발견했다.아마도 소종이 대신 납부한 병원비일 것이다.하여 소원은 미우 그룹의 회사 계좌를 찾아 병원비를 곧바로 송금했다.그 돈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육경한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그와 조금의 연관조차 맺고 싶지 않았고 오직 유진이의 양육권을 되찾을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다.아침에 알아본 바로는 병원에 안지철의 진료 기록이 없었고 근처 다른 병원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안지철은 행방불명 상태였다. 아마 이미 죽었을 가능성도 컸다.유시연 쪽으로 연락이 닿을 가능성도 없었다.이미 발각된 이상, 소종은 모든 흔적을 깔끔하게 정리했을 테니 말이다.소원은 소종의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한 번 손을 대면 단 하나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반년 동안 추적해왔던 일이 이제야 결실을 맺으려는 찰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절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다.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소원은 병실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려 했다.2층 복도 멀리서, 서현재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그는 아래층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소원의 모습을 보았다.희미한 실루엣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또 그 여자네?’왠지 모르게 익숙한 감정이 다시금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났다.소원의 모습은 생기라고는 없는 듯했다.생각에 잠긴 채 그녀는 마치 허공을 떠도는 것처럼 걸어가고 있었다.알 수 없는 연민에 가슴이 저릿한 서현재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심장이 자꾸 통제되지가 않아...’“현재 씨!”밝은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서현재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육연주가 다가오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그러자 서현재는 소원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09화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육연주는 서현재가 자신의 외삼촌과 관계가 있는 그 비밀스러운 여자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신경 쓰고 있다 하기엔 과장일 수도 있었지만 서현재는 늘 차가운 성격이었기에 그 여자의 말에 직접적으로 반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육연주의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두 사람의 눈빛 교환 하나하나가 육연주에게 불길한 예감을 들게 했다.왜냐하면 서현재는 그녀에게 한 번도 그런 눈빛을 보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사실 육연주는 서현재가 자신을 제대로 쳐다본 적조차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생각에 점점 더 불안해지던 육연주는 그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현재 씨, 지금 아이 가지면 결혼식 때는 티도 안 날 거예요.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 아닐까요?”서현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지 않았다.육연주의 스킨십이 달갑지 않은 듯 보였고 옷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다.가끔 서현재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와 육연주가 ‘연인 사이였다’는 이야기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게 사실이라면 육연주의 스킨십에 이토록 거부감이 들 리가 없기 때문이다.옷깃조차 스치지 않길 바라는 자신을 보며 의문이 들곤 했다.아이를 갖는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여 서현재는 단순히 무심하게 대답했다.“다음에 얘기해요.”하지만 육연주는 그 말이 회피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오히려 희망을 품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오늘 밤 제가 집에 갈까요? 우리...”그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서현재는 발걸음을 떼며 육연주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뿌리치고 냉정하게 말했다.“지금은 곤란해요.”이 정도 표현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거절이었다.서진태는 항상 그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네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내뱉는 건 안 된다. 연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고 항상 체면을 세워줘야 해.”그러나 육연주와의 관계는 서현재에게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했다.그녀는 항상 자신이 특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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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2화

    상황이 매우 긴급했기에 육경한은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병원으로 나와 곁을 지켰고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았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일은 운이 좋으면 빨리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10년을 기다려도 힘들었다. 게다가 유진의 몸 상태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소원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진에게 그 알약을 먹이려고 했고 육경한도 동의했다. 소원도 잘 회복하고 있었고 임신까지 했다는 건 약효가 정말 신기하다는 의미였다.약을 먹기 전에 소원과 육경한이 유진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유진은 두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용감했고 오히려 웃으며 두 사람을 위로했다.“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 꼭 나아서 더 좋은 유진이가 될게요.”유진은 그 알약을 먹은 후로 고열에 시달리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몸이 작기도 했고 체질이 약해서 감당 능력이 어른과는 비길 수 없었다.소원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고 서현재도 소식을 받고 달려왔다. 유진이 커가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 감정이 여간 두터운 게 아니었기에 유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육경한은 서현재를 보고도 드물게 화를 내지 않았고 쫓아내지도 않았다. 아마도 서현재의 눈빛에서 유진에 대한 걱정을 보아내서 그런 것 같았다.서현재는 정말 유진을 끔찍이 아꼈고 유진도 서현재를 좋아했기에 육경한은 유진이 깨어났을 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랐다. 아버지가 된 후로 육경한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감정이라는 게 들어갔다. 아버지가 되면서 얻은 제일 큰 변화였다.지금 이 세 사람에겐 같은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진의 건강이었다.세 사람이 이렇게 화목하게 병원 복도에 앉아 있은 건 처음이었다. 유진이 여기 있으니 병원의 모든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었고 조금만 이상을 보여도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알약을 복용한 이튿날 밤, 유진이 잠에서 깼고 얼굴에 윤기가 감도는 게 상태가 매우 좋아 보였다. 검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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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아연의 죄는 이루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벌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진아연을 꼭 찾아내 벌받게 하고 진아연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누군지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그 배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알아내야 해.’소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방에서 건너오더니 소원에게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아무 잘못 없는 거 맞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지영 씨 아빠 살인범 아니에요. 지영 씨가 있으니까 삼촌이 무슨 결정을 하기 전에 늘 지영 씨를 생각하더라고요. 지영 씨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삼촌이 엄청 노력한 건 사실이에요.”안지영이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아버지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뻐했다.“언니, 언니도 하루빨리 아저씨 죽인 범인 찾아내길 바라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소원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을 찾아내어 응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소원은 미리 친구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가게 했다. 안상철의 힘을 빌리면서 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든 두 사람을 보호해야 했고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으로 잠깐 피신해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소원은 그 자리에서 나오며 강민혜에게 소식을 알렸다. 강민혜는 소원이 안상철을 믿은 것에 놀란 듯 보였다. 다만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예를 들면 안상철이 소진용을 아래로 밀어버리는 장면에 대한 증거가 없었기에 안상철의 말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소원이 말했다.“나는 삼촌 믿어요.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는데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삼촌이 맞았어요.”소원이 안상철을 믿기로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안상철은 소원을 해치려는 생각이 없었고 결국 손을 대지 않았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진용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일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0화

    진아연이 소진용을 죽이려 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소진용의 죽음으로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만들고 소원이 아버지의 투신을 육경한이 건넨 파일때문이라고 생각해 육경한을 죽도록 원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소원은 육경한을 죽이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테고 진아연은 어부지리로 육경한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결국엔 육경한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진아연은 정말 뱀보다 더 잔인하고 독한 여자였다.사실 소원은 소진용의 죽음을 계속 의심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었을 텐데 딱 봐도 흠집이 많은 계약서 때문에 옥살이할까 봐 투신자살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은 절대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원도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기에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 전미영까지 쓰러졌으니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잿더미가 된 소원은 좀비처럼 살면서 차분하게 정리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죄라고 생각했다.모든 걸 털어놓은 안상철은 그제야 홀가분해졌다.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면서 털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 건 결국 복수가 두려워서였다. 범인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면 계획을 알고 있는 안상철을 가만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범인이 안상철만 노린다면 안상철도 두려울 게 없었지만 돌봐야 할 딸도 있고 모셔야 할 어른도 있었기에 그들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묵혀뒀던 사실을 털어놓은 건 소진용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였지만 다 털어놓음으로써 안상철의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소원은 이제 안상철의 처지를 알았고 안상철이 왜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삼촌, 지금 이대로 출국해서는 안 돼요. 너무 위험할뿐더러 지영 씨도 힘들 거예요. 내가 전화번호 하나 줄 테니까 그 사람한테 연락하면 무사히 출국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9화

    안상철은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살이 떨렸다.“아래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아까만 해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던 분이 왜 갑자기 뛰어내린 건지 의문이었죠.”안상철의 머릿속에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이었고 다급하게 현장을 벗어난 걸 봐서는 회사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안상철이 소진용의 죽음을 의심한 건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소진용의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영상이 아직도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 데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 해도 딸에게 불리한 동영상은 무조건 지우지 켜두고 갔을 리 만무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올라와 조사할 것을 대비해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조치했을 텐데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상철은 이내 여기 있다가 발견되면 무조건 연루된다는 생각에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USB를 빼서 사무실에서 나왔다.그 뒤로 시골에 숨어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소진용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숨어있다가 소식을 알아보러 나왔는데 신문 기사에 소진용이 자살했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이 사실이 이대로 묻혔음을 알게 되었다. 안상철은 기회를 노리고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안상철에게 외국 의사의 연락처를 보내줬다.소식이 잠잠해지자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수술하러 나갔지만 약간의 휴양 시간만 가지고 다시 귀국했다. 외국은 적응하기 힘들뿐더러 누구든 총을 소지할 수 있었기에 늘 안지영이 괴롭힘을 위험해질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고민 끝에 그래도 국내가 안전할 것 같아 안지영을 데리고 귀국한 것이다.그렇게 5년간 안정된 삶을 살면서 모든 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찾아오면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아챘다.안상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소원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7화

    소원이 무릎을 꿇자 충격을 받은 안상철이 입술을 뻐끔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지영아, 다른 방에서 나 기다려.”안지영이 가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아빠,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어요?”“말 들어.”안상철이 말했다. 안지영이 알면 자책할 게 뻔했기에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이라는 족쇄는 안상철이 평생 지는 걸로 족했고 딸만큼은 여생을 아무 부담 없이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 만약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걸 알면 안지영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상철이 걱정되어 이렇게 물었다.“설마 소원 언니한테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니죠?”안상철이 그런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아빠 못 믿어? 걱정하지 마. 아빠 절대 사람 죽인 적 없어.”이 말에 안지영은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옆방으로 향했다. 이제 방안에는 소원과 안상철만 남았다.안상철이 앞으로 다가가 소원을 부축하더니 말했다.“소원 씨, 일어나요.”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나 삼촌 믿어요. 하지만 진실이 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안상철이 입을 열었다.“소원이 예상이 맞아요. 대표님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거예요.”소원의 마음은 마치 무수히 많은 화살에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아빠가 자살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라니...’안상철이 그해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해 해산 회의를 하기 전에 어떤 여자가 저를 찾아왔어요. 돈은 섭섭지 않게 줄 테니 말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어떤 물건을 대표님께 보여드리면 된다고 했어요. 좋은 물건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준 테이프 안에는...”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었어요. 남자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원 씨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나왔더라고요.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6화

    하지만 지금은...안상철이 들고 있던 막대기를 놓으며 말했다.“가요.”소원을 보내주는 건 안상철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였다. 아니면 정말 소원을 쓰러트리고 강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상철은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소원이 생각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안상철이 말했다.“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찾아오지 마요. 다치고 싶지 않으면 얼른 가요.”소원이 입을 열었다.“삼촌, 난 그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과거 얘기가 나오자 안상철은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지만 안상철도 결국 딸을 보호해야 하는 아버지였고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아들이었기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마음을 다잡은 안상철이 막대기로 소원을 가리켰다.“소원 씨, 5분 줄게요. 그래도 안 간다면...”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소원은 갈 생각이 없었다. 안상철이 이렇게 내쫓는다는 건 아직 양심을 완전히 말아먹은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그때도 딸을 살리기 위해 순간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피해자의 딸인 소원은 안성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묵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삼촌,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소원이 꿋꿋하게 말했다.“기회를 줘도 제 발로 걷어차네요.”안상철이 손에 든 막대기를 흔들며 소원에게 달려들었다.“아악...”옆에 있던 안지영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안상철의 팔을 잡고 울먹였다.“아빠, 아빠... 제발 다른 사람 다치게 하지 마요...”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지금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안지영이 울면서 말했다.“소원 언니가 나 살려줬는데... 이러면 안 되죠.”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5화

    소원은 안지영이 말한 주소로 향했다.지난번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소원 혼자 갔다. 괜히 안상철을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 가야 무언가라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이 보내준 장소는 꽤 멀리 있는 교외였다.안지영의 말로는 안상철이 안지영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차를 타고 외진 변두리 작은 마을로 간 뒤 거기서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떠날 방법은 아주 많았다.소원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교외에도 집이 몇 채 있었다.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폐교가 된 학교 안에 숨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원은 문 앞에 도착한 뒤 안지영이 말한 대로 뒤쪽 담장의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학교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잡초가 무성한 것이 그야말로 숨기 좋은 장소였다.소원은 교실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확인했고 마침내 세 번째 교실을 찾았다.교실 안에는 키가 크지만 몸이 약간 구부정한 사람이 서 있었다. 소원은 그 사람이 안상철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상철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등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것이 삶에 많이 짓눌린 듯했다.소원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문을 두드리자 안상철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다. 손에 두꺼운 몽둥이를 쥔 채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상철은 소원을 본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소원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소원이 먼저 말했다.“상철 삼촌, 오랜만이에요.”안상철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어떻게 온 거예요?”소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말했어요. 아빠, 내가 소원 언니를 불렀어요.”“지영아, 너 미쳤니?”안상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한 말 다 잊었니?”“안 잊었어요.”안지영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안 잊었기 때문에 소원 언니를 부른 거예요. 아빠가 나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4화

    주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은 미열이 나는 것뿐이에요.”소원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일단 미열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주석훈은 소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말했잖아요.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거예요. 소원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운명이니까 자책하지 마세요.”주석훈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원은 더욱 미안해져 조용히 한마디 했다.“주 변호사님, 그렇게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제 책임이 크다는 거 알아요. 내가 갑자기 아프지만 않았어도 주 변호사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면 그 취객에게 물리지도 않았을 것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 우리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 변호사님에게 큰 빚을 졌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반드시 도울게요.”주석훈이 말했다.“내가 어떻게 말해도 소원 씨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하하, 그럼 진짜로 문제가 생기면 소원 씨에게 부탁할게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한 주석훈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이요!”이때 소원의 전화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소원이 물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계속 말하지 않으면 끊을게요.”소원이 장난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상대방이 말했다.“소원 언니...”소원은 깜짝 놀랐다.목소리만으로도 안지영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안지영의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민혜가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만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안상철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안상철이 눈치를 챈 것이다.소원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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