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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 왕의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1871 - 챕터 1880

1984 챕터

제1871화

7일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아직도 윤구주는 북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모, 아직 윤구주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모든 결정은 윤구주가 돌아올 때까지 미루자.” 임홍연은 청관에 있는 현모와 통화진며 말했다. “장군이 전장에 나가면 군령을 따르지 않을 때도 있죠. 왕께서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하라 하셨으니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직접 구주군을 이끌고 북라국을 공격하겠어요.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현모의 대답은 단호했다. 임홍연도 전쟁 선포가 내려진 이상 전 세계가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는데도 출병하지 않는다면 화진의 국제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미 화살은 시위에 걸려 있고 발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홍연이 할 수 있는 일은 현모의 행동에 협력하는 것뿐이었다. 하나를 움직이면 전체가 따라 움직인다. 북경 삼주의 군사력이 동시에 출동했다. 현모는 청관을 떠나 병력을 이끌고 나가는 동시에 북라국 내부에서는 암부가 세운 비밀 기지에 예기치 못한 침입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수많은 방어선을 뚫고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기지 밖에 도착했을 때 천현수는 비로소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신무 주작진을 펼쳐!” 상대가 혼자서 기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실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천현수는 곧바로 삼백 명의 암부에게 진을 짜서 대응하라고 명령했다. “죽여라!” 300명의 암부가 일제히 돌진했다. 신무 주작진은 수많은 고수를 쓰러뜨린 전법으로 일류의 신급 강자가 와도 맞설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현수는 암부를 시험 삼아 보내고 자신은 기회를 노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돌멩이 여러 개를 들어 암부들을 쓰러뜨렸다. 열몇 명이 쓰러지자 전법의 기운도 흩어져 버렸다. 전법이 제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상대는 손쉽게 전법을 무너뜨렸다. 천현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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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2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알아보다니?” 주작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정말로 대장님이시군요! 무슨 말씀이세요? 대장님은 재가 되더라도 제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천현수는 감격에 겨워 울부짖었다. 주변의 암부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군신 현모가 돌아온 것도 암부에게는 기쁜 일이었지만 주작만큼은 그들의 중심이었다. 현모와 비교했을 때 주작은 그들에게 단순히 대장님이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였다. 암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눈물을 흘렸다. “다들 이게 무슨 꼴이야? 그리고 내가 떠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너희들은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구나. 가문의 규율을 적용해야겠어.” 암부들의 감격과 달리 주작은 매우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암부들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천현수도 땅에 엎드려 벌을 청했다. “벌은 돌아가서 주겠다. 지금은 전쟁이 코앞이다. 현모 쪽에서 우리 정보가 필요하니 너희가 알아낸 상황을 모두 내게 보고해. 북라국은 작지만 빙신전과 아사 신전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해.” 주작이 기지 안으로 들어가자 천현수와 몇몇 대장들도 다급하게 따라 들어갔다. “대장님, 전황이 급박합니다. 현모는 이미 출병했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왕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북라국만 놓고 보면 현모가 주력을 이끌고 출격하고 진동왕이 협공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장님 말씀처럼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진짜 적이에요.” 천현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두 신전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북라국을 이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왕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들만으로는 두 신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누가 왕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어? 이번에는 내가 왕과 함께 서울에서 돌아왔어.” 주작은 차갑게 말했다. 중요한 점을 설명하려던 천현수는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네? 왕께서 돌아오셨다고요? 그럼 국주께서는 안전하시다는 건가요?” 천현수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국주가 무사하기를 바라지 않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천현수의 그런 속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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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3화

문아름이 계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본 문창정은 직접 나서기로 했다. “빙신전과 아사 신전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해. 윤구주는 신경 쓰지 마. 너희들의 목표는 그 십만 구주군이다.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쇠약해졌으니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구주군에서 탄생한 새로운 국운을 반드시 싹부터 잘라내는 거야. 문씨 가문은 전적으로 너희들의 행동에 협력할 것이다.” 문창정은 직접 두 신전에 전언을 보냈다. 북주에는 현모가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청관을 나와 국경을 넘어 북라국을 공격했다. 진동왕은 50만 대군을 이끌고 중간에서 협공했다. 현모의 군대는 빠르게 진군했지만 북라국 국경에 도착했을 때 눈 덮인 산맥에는 단 한 명의 병사도 없었다.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현모는 즉시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북라국의 설관은 지형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내가 이 관문을 점령한다면 10만이 아니라 100만 명도 막을 수 있어. 지금 이렇게 좋은 방어 지점을 북라국이 단 한 명의 병사도 배치하지 않고 이렇게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고?” 이곳의 중요성은 현모도 잘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관문을 점령하면 북라국 군대를 막을 수 있다. 이 관문을 지키는 것은 화진 국경을 지키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이토록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는 것은 현모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현모님, 북라국이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한꺼번에 전멸시키려는 건 아닐까요?” 한 장군이 분석했다. 다른 장군은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두 나라가 전쟁할 때 원인을 떠나서 북라국이 화진을 공격한다면 화진은 적군을 국경 밖에서 막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전멸시키려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큰 위험입니다. 제 생각에는 북라국이 화진과 전쟁할 때 곤륜 구역 세력이 지원한다 해도 전황은 여전히 오십 대 오십입니다.” 두 장군의 말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최종 결정권은 현모에게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난 치욕을 씻고 구주왕의 위엄을 세워야 하니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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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4화

화진의 민주주의와 달리 북라국은 귀족제도를 실시하고 있었다. 북라국의 국왕은 더 큰 연맹의 수장과 같았고 국왕의 권력은 제한적이었다.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귀족을 좌우로 끌어모아야 했기 때문에 윤구주는 북라국을 대국의 이름만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 지휘소는 북라국의 베리 공작이 총지휘를 맡고 있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과 함께 황천산의 군대 배치를 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공작님, 정말 훌륭한 계획입니다. 화진군은 우리 국경에 병사가 없는 것을 보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줄 알고 곧장 우리의 심장부로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수도로 공격하려 한다면 황천관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입니다. 화진군이 다른 도시를 공격하려 해도 우리 북라국 남부는 땅이 넓고 인구가 적어 도중의 도시들은 이미 우리가 보급품을 모두 쓸어버렸으니 천 리 설원에는 보급품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의 십만 병력은 굶주림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여러 귀족은 칭찬을 늘어놓았다. 베리 공작도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이 전쟁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있었다. “전략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는 데 능숙하군요. 화진에는 제갈량이라는 인물이 있어요. 후방에 앉아서도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 제갈량 따위는 별거 아니네요. 본 공작은 여기서 와인을 마시며 여러분과 담소를 나누며 아주 쉽게 화진의 십만 구주군을 전멸시킬 수 있어요. 화진에서 가장 강한 이 십만 정예군을 없애면 그때 전군을 출동시켜 북역 삼주를 수복할 거예요. 여러분 모두 이 공로를 세우게 될 것이니 그때는 국주조차 나를 세 번은 우러러봐야 할 것입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귀족들은 매우 영리했다. 그들은 곧바로 공작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역 삼주를 점령했을 때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좋은 말만 늘어놓았다. 이 귀족들이 아직도 삼주의 부유한 도시를 자신의 영지로 삼으려는 꿈을 꾸고 있을 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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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5화

북라국 후방 기지에서 30여 명의 귀족들이 암부에게 목이 잘렸다. 기지 밖의 경비병과 참모부도 모두 죽임을 당했으며 수천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임무를 완수한 민규현은 다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대를 이끌고 이동했다. 정태웅은 암부 한 부대를 이끌고 기지 안의 수송기를 타고 황천관으로 향했다. 황천관, 북라국의 요충지로 북라국 내부의 부유한 도시로 통하는 길을 지키고 있었다. 이 관문이 함락되면 화진군은 이틀 안에 북라국의 수도로 쳐들어갈 수 있었다. 현모가 이끄는 십만 구주군은 황천관에서 불과 100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구주군의 진군 속도로는 최대 반 시간 안에 황천관 아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전투 직전에 황천관은 혼란에 빠졌다. 모집된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 안에 모여들어 난장판이 되었다. 그 이유는 얼마 전에 황천관을 원격으로 지휘하던 지휘 센터와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이 300만 명의 병력은 30여 개의 영지에서 모인 병력이었다. 황천관을 담당하는 북라국 총사령관은 이렇게 많은 병력을 지휘할 수 없었다. 게다가 후방 지휘부가 화진의 미사일로 전멸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혼란에 빠진 군대는 반란 직전까지 갔다. 황천관 총사령관은 몇 명의 귀족을 죽여야만 군중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에 전법을 펼치고 있을 때 현모가 이끄는 구주군이 도착했다. 주작의 행동은 이미 현모에게 알려졌다. 현재 황천관은 지휘부가 무너져 북라국의 특성상 이미 반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현모는 예상했다. 하지만 황천관 아래에 도착해 300만 명의 깃발 전법을 보자 현모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 황천관을 지키는 총사령관은 데이로야. 이 녀석은 능력이 뛰어나. 평범한 인물이 아니야.” 현모가 말했다. 데이로, 북라국의 유명한 장군으로 북방 여러 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모르고 공격할 때마다 승리했던 인물이다. 이후 국경에 주둔하며 북경왕과 몇 번 마찰을 빚었지만 항상 우위를 점했다. 북경왕은 이 인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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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6화

“사람을 보내 데이로에게 전투 신청서를 전하라!”현모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곧 도발적인 내용이 담긴 전투 신청서가 데이로의 손에 들어갔다.“절대 물러설 수 없습니다. 현모 따위가 뭐라고 그럽니까? 윤구주 휘하의 제일 약한 장수일 뿐입니다.”“맞습니다. 화진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신의 피가 흐르고 있는 우리 북라국 무사들에게 화진의 놈들이 감히 상대되겠습니까?”전투 신청서를 본 휘하 장군들이 일제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신경질적인 어조는 분명히 데이로를 자극하려는 수작이었다.북라국은 무술을 중요히 여기는 나라라 강자의 명령만을 따른다. 만약 데이로가 화진의 도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물러선다면 휘하 장군들은 더는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데이로는 화진의 전투 신청서를 받은 뒤로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천민 출신인 그는 양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예로부터 화진과 북라국은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 북라국은 영토 대부분이 사시사철 눈에 덮여있고 나머지도 불모지라 발전이 가능한 땅이 극히 적었다.옛날 폭설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을 때마다 화진이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음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화진이 쇠퇴하자 북라국은 그 은혜를 잊고 대대적으로 화진을 침략했다.그뿐만 아니라 세계열강이 화진을 약탈할 틈을 타서 화진의 땅을 탐냈다.현대에 이르러서는 화진 임씨가 역사의 원수를 뒤로하고 잘 대해줬음에도 북라국은 반성 없이 구주왕의 위기를 틈타 불의의 기습을 감행했다.화진 측에서 그들에게 전투 신청서를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데이로는 마음속으로 큰 죄책감을 느꼈지만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나라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황천관을 잃으면 화진 10만 대군이 쳐들어올 것이고 북라국은 이대로 멸망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현모, 구주왕 휘하 4대 군신 중 한 명. 지난날 화진 남부 구역을 지키며 남해에 있는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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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7화

아래쪽 귀족 출신의 대신들은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무사들이 그들을 도와주러 올 뿐만 아니라 그 전공이 모두 자기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순식간에 열의를 불태웠다. 원래 그들은 화진군이 쳐들어오는 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여겨서 데이로가 싸워 이기면 좋고 지거나 전사하면 그 자리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지금 그들에게 신을 기쁘게 할 기회가 왔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평소 데이로를 깔보던 귀족들도 일제히 두 손을 들어 찬성했다.한편 북라국으로부터 보내온 답장을 받은 현모는 분노가 폭발했다.“우리 화진군더러 물러가라니 참 어이없군. 전쟁을 장난으로 여기나? 협상을 제안해? 데이로가 북라국을 대표할 자격도 없거니와 설사 된다 한들 내가 원하는 건 북라국의 항복이지 담판이 아니다.”“내 명령을 전하라. 지금 당장 출병해서 성을 친다.”현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수인이 발동되었다.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 성수가 사지를 땅에 내리찍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북라국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데이로는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전사들의 지원 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간신히 사기를 유지했다.10만 대군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그는 살상 무기 사용을 감히 명령하지 못했다. 그가 먼저 사용한다면 뒤에서 기다리는 진동왕이 즉시 황천산에 포격을 퍼부을 것이 뻔했다.3백만 군대가 한곳에 모여있어 포격을 몇 차례만 맞으면 사기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그는 광전사 부대와 휘하 변경 군단을 최전방에 배치했고 각지에서 온 30여 명의 귀족 대신들은 후방에서 지원하도록 했다.전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즉시 진동왕과 북라국에 깊숙이 잠입해 있는 주작에게 전해졌다.진동왕은 현모의 성수인이 일반 병기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북라국이 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후방에서 중화기로 보복을 하기로 했다.주작은 북라국 후방 방어망을 교란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적의 동향을 감시했다.두 사람 모두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나서야 진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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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8화

문창정이 전음을 받자마자 건너편에서부터 귀청을 찌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네놈이 감히 우리를 팔아넘겨? 문씨 가문이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우리를 팔아먹을 줄이야! 그 사신이 다시 권력을 잡으니 우리 뒤통수를 치다니.”문창정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 멍해졌다.“망했어요. 윤구주가 이미 손을 썼나 봐요.”문아름의 얼굴에서 놀란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윤구주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터였는데 너무 늦었다.문창정이 급히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묻자 화가 잔뜩 난 것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연기 그만하지? 그쪽이 신전 출병 정보를 흘려서 빙신전 3천 신병이 윤구주에게 전멸당했소. 지난번 대제사장님의 원한도 갚지 못했는데 이번엔 세 명의 대제사장과 12명의 중요한 부하가 몰살당했소. 나조차 죽을 뻔했다고.”문창정에게 연락을 보낸 빙신전 부전주는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이때 그의 말을 들은 문아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뭔가 이상해요. 빙신전 부전주는 극 신급 절정 중기 실력이고 다른 대제사장 두 명도 부전주와 같은 실력이었는데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면서요. 이 상황에서 부전주가 어떻게 혼자 살아남은 거죠?”문창정도 문아름의 말에 숨은 뜻을 알아듣고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저 빌어먹을 자식이 우리를 팔아넘긴 거야. 윤구주에게 정보를 줌으로써 목숨을 건진 게 분명해. 추가 정보도 넘겼을 테지.”문창정은 빙신전 부전주의 말을 무시하고 3천 가족을 버린 채 문아름과 함께 문씨 가문의 비밀기지를 떠났다.그는 윤구주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북라국은 핑계일 뿐이었고 윤구주의 진짜 목표는 그들임이 분명했다.같은 시각 북라국.넓은 평원의 한가운데 검게 탄 땅이 수백 리나 펼쳐져 있었다.푸른 바다 같았던 초원이 불에 태워져서 이젠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아직도 검은 연기가 치솟는 이 지역엔 빙신전의 3천 신병의 시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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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9화

빙신전 부전주는 신의 위엄을 잃고 개처럼 땅에 엎드려 있었다.그는 구주왕 윤구주의 시선을 받으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그의 목구멍을 조였다.“구...구주왕님. 구주왕님이 시키는 대로 수행했습니다. 제 목숨을 살려준다고 하셨잖아요.”“그래 맞아. 나 윤구주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지.”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부전주의 눈에서 감격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사신이 곤륜역 출신이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소신은 이만 물러가도...”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가라고 했나?”그 말을 들은 부전주는 등골이 오싹해났다. 그는 고개를 돌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다시 바닥에 엎드려 빌었다.“제발 살려주십시오. 살려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목숨은 살려준다 했지. 그런데 이렇게 쉽게 보내줄 수는 없어.”‘망했어. 내 내공을 없애려는 거구나.’윤구주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검은 부적이 부전주의 등뼈를 파고들어 명맥을 조여오고 있었다.“이건 섭혼 부적입니까?”부전주는 내공을 잃는 것보다 섭혼 부적이 더 무서웠다.“아니야. 이건 폭혼 부적이다. 너에게 섭혼 부적을 쓰긴 너무 아까워.”부전주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폭혼 부적이 발동하면 말 그대로 영혼이 폭발하게 된다.“됐어. 꺼져. 어디를 가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당장 꺼져.”부전주에게 부적을 붙인 윤구주가 손짓하며 말했다.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이 부적을 달고는 곤륜으로 돌아갈 수도 세상 떠돌 수도 없었다. 곤륜으로 돌아가면 배신자로 몰려 처형을 당할 것이 분명하니 윤구주의 곁에 남아있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부전주는 윤구주의 발끝에 매달리며 울부짖었다.“개라도 되게 해주십시오. 죄를 갚게 해주세요.”“죄?”윤구주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북라국을 불모지로 만든 게 누군데? 예전의 북라국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였지. 너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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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0화

“그런데 문아름이 바보일 것 같아? 문아름이 능력이 없다면 무슨 수로 두 신전을 복종시켰겠나?”윤구주의 말에 부전주는 입을 다물었다. 이는 사실이었다. 문창정은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신전과의 연락이 두절되면 부하들이 즉시 이 소식을 문아름에게 알렸을 것이다. 그 여자의 머리라면 모든 것을 미리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종말산으로 가자.”윤구주는 기를 타고 검을 날리며 유성처럼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부전주는 비로소 이 모든 것이 구주왕의 함정이었음을 깨달았다. 깊이 생각할 사이 없이 그는 신술을 사용해 윤구주의 뒤를 바싹 따랐다.북라국 신화에서 종말산은 신들의 안식처이자 최후의 피난처로 알려져 있었다. 화진의 선전포고 후, 북라국 국주는 왕도를 버리고 이곳으로 피신한 상태였다.국주가 신들이 안식처인 이곳에 온 이유는 아사 신전의 보호를 받으며 그들에게 화진 대군을 물리쳐 달라고 부탁하기 위함이었다.아사 신전이 뿌리내린 이곳에는 신혈 전사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곤륜역 출신이 아닌 이들은 가혹한 시험을 통과한 반신들로 북라국의 진정한 히든카드였다.데이로가 우연히 말한 대로 아사 신전은 국주의 부탁을 받고 이미 천 명의 신혈 전사를 전장에 보내기로 약속한 상태였다.이들은 곤륜역에서 반신으로 불리며 화진 기준으로는 평범한 신급 수준이었지만 신앙을 업고 황천관에 도착한다면 전세를 뒤집기에 충분했다.천 명의 신혈 전사들은 신전의 부름을 받고 함께 나타났다.가혹한 시험으로 선택받은 그들은 무적의 무사들이라고도 불린다.국주를 비롯한 문무 대신들이 길 양쪽에 무릎 꿇은 채 숨죽이고 있었다. 제아무리 국주라 해도 신혈 무사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신혈 무사들이 움직였으니 화진의 10만 대군은 아무것도 아니야. 진동왕이든 현모든 모두 없애버릴 거야. 구주왕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막아내지 못해. 윤구주가 황천관에 있다면 그들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을 텐데. 그때가 되면 화진은 내 손에 들어오게 되지.”북라국 국주는 화진의 넓은 땅과 수많은 자원 그리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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