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파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바보가 아닌 이상, 그는 윤구주의 눈빛으로부터 가득한 악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경멸로 가득 찬 악의를."대체 무슨 뜻이냐?"진파천이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무슨 뜻 까지는 아니고.""당신이 자격이 없다는 건 둘째 치고, 설사 황제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안 되지. 왜냐면 내 출신은 결코 나한테 조상님의 뜻에 저버리는 일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파천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네놈은 그럼 정체가 뭐야? 어느 가문의 후예지?"잔뜩 가라앉힌 목소리로 진파천이 물었다."내 성씨는 윤, 이름은 구주다.""백 년 전, 당신이 죽인 수많은 사람들 속엔 우리 윤 씨 일가도 있었지."쿠궁!윤 씨 가문의 후예!진파천의 동공이 갑자기 떨리며 두려움의 빛이 스쳤다.윤 씨 가문은 화진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으로, 그 유서는 가히 삼황오제 시절까지 거스를 수 있는 깊이였다.너무 먼 역사는 고증할 수 없다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천 년간 윤 씨 가문의 행보는 화진 방방곡곡에 자취를 남겼다.천여 년간 윤 씨에선 수많은 인걸들이 배출되었고, 이들은 문단의 리더이자 무림 고수였으며 장군의 수를 헤아릴 수 없었고 심지어는 후작 작위도 열 명 이상이나 되었다.하지만 화진에서 실제 그 자신이 어떤 신분이든, 윤 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항상 외부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그럼 사명감을 위해 천 년간 피를 흘리며 화진 무도계에 도전했고, 한때는 화진 무도를 선도하기도 했었다.화진의 세가들은 윤 씨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아마 윤 씨 일가는 타고난 반골기에 문제를 일으키길 좋아하는 걸로 여겨졌다.진파천은 윤 씨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윤 씨는 화진 종문들에게 있어 천년의 숙적 있었는바, 종문 연합의 부상을 수없이 막아 나섰는 바, 윤 씨의 개입만 없었더라면 지금의 화진은 애초 진작 종문들의 천하가 되었을 터!특히 진 씨 왕조 말기, 진파천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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