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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1화

Author: 김원호
갑자기 용암 아래에서 거대한 기류가 분출되었다. 마치 그 속에서 어떤 절세의 흉물이 세상에 나오려는 듯이.

쾅!

수 톤의 용암이 아래의 거대한 물체에 의해 솟구쳤고, 곧이어 불빛처럼 붉은 신작이 날아올랐다.

슛!

이내 아래에서 또 한 사람이 뛰쳐나와 몸이 마치 금강으로 단조되기라도 한 듯, 뜨거운 용암을 꿰뚫으며 벽력 같은 일격을 가했다.

신작은 이 기습을 몸으로 받아 위쪽 지층으로 튕겼다.

이 일격에 거의 산산조각이 날 뻔 한 신작의 부서진 날개 아래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감싸져 있음이 어렴풋이나마 보였다.

"저건 곤륜 지역 수신전의 술법, 성수인이다!"

임정설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수신전의 성수인도 이 정도밖에 안 되나!"

금강불괴의 몸을 가진 남자가 용암을 밟으며 방자하게 웃었다.

그는 한눈에 이성설을 알아보았고 그다음 한순간 혼란에 빠졌다.

방금 전에 용암 속에서 주작과 싸우며 환각을 본 줄.

"이 씨 집안의 꼬마야, 너 이미 죽지 않았어? 그럴 리가, 오장육부를 반이나 뽑아냈는데 어떻게 살아남았지?"

"설마 그놈의 쌍둥이 형제냐고?"

남자는 커다란 의구심을 금치 못했다.

임정설은 남자를 날카롭게 응시했고, 그 날카로운 눈빛은 남자로 하여금 그가 방금 자신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던 임정설이 맞음을 대번에 알아차리게 되었다.

"구주야, 저자가 바로 전조의 마지막 군주 진파천이다."

임정설은 윤구주에게 그 사람을 알렸다.

"진파천이라고?"

윤구주의 미간은 순간 찌푸려졌다.

그는 화진 5천 년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폭군이었다.

화진이 근대에 겪은 모든 치욕은 모두 진파천 때문에 시작되었고, 바로 이 폭군의 등극과 맞물려 항상 세계 문명을 선도하던 화진이 급속도로 퇴보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거의 전 세계 국가들이 화진으로 몰려와 이익 침탈을 시도했을 때, 진파천은 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적국들이 화진에 주둔하는 것을 환영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화진은 적국들의 야망에 휘둘려 사분오열되었고, 진파천은 이런 상황에서도 백성들을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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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쪽 귀족 출신의 대신들은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무사들이 그들을 도와주러 올 뿐만 아니라 그 전공이 모두 자기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순식간에 열의를 불태웠다. 원래 그들은 화진군이 쳐들어오는 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여겨서 데이로가 싸워 이기면 좋고 지거나 전사하면 그 자리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지금 그들에게 신을 기쁘게 할 기회가 왔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평소 데이로를 깔보던 귀족들도 일제히 두 손을 들어 찬성했다.한편 북라국으로부터 보내온 답장을 받은 현모는 분노가 폭발했다.“우리 화진군더러 물러가라니 참 어이없군. 전쟁을 장난으로 여기나? 협상을 제안해? 데이로가 북라국을 대표할 자격도 없거니와 설사 된다 한들 내가 원하는 건 북라국의 항복이지 담판이 아니다.”“내 명령을 전하라. 지금 당장 출병해서 성을 친다.”현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수인이 발동되었다.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 성수가 사지를 땅에 내리찍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북라국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데이로는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전사들의 지원 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간신히 사기를 유지했다.10만 대군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그는 살상 무기 사용을 감히 명령하지 못했다. 그가 먼저 사용한다면 뒤에서 기다리는 진동왕이 즉시 황천산에 포격을 퍼부을 것이 뻔했다.3백만 군대가 한곳에 모여있어 포격을 몇 차례만 맞으면 사기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그는 광전사 부대와 휘하 변경 군단을 최전방에 배치했고 각지에서 온 30여 명의 귀족 대신들은 후방에서 지원하도록 했다.전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즉시 진동왕과 북라국에 깊숙이 잠입해 있는 주작에게 전해졌다.진동왕은 현모의 성수인이 일반 병기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북라국이 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후방에서 중화기로 보복을 하기로 했다.주작은 북라국 후방 방어망을 교란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적의 동향을 감시했다.두 사람 모두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나서야 진짜 승부

  • 구주, 왕의 귀환   제1876화

    “사람을 보내 데이로에게 전투 신청서를 전하라!”현모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곧 도발적인 내용이 담긴 전투 신청서가 데이로의 손에 들어갔다.“절대 물러설 수 없습니다. 현모 따위가 뭐라고 그럽니까? 윤구주 휘하의 제일 약한 장수일 뿐입니다.”“맞습니다. 화진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신의 피가 흐르고 있는 우리 북라국 무사들에게 화진의 놈들이 감히 상대되겠습니까?”전투 신청서를 본 휘하 장군들이 일제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신경질적인 어조는 분명히 데이로를 자극하려는 수작이었다.북라국은 무술을 중요히 여기는 나라라 강자의 명령만을 따른다. 만약 데이로가 화진의 도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물러선다면 휘하 장군들은 더는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데이로는 화진의 전투 신청서를 받은 뒤로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천민 출신인 그는 양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예로부터 화진과 북라국은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 북라국은 영토 대부분이 사시사철 눈에 덮여있고 나머지도 불모지라 발전이 가능한 땅이 극히 적었다.옛날 폭설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을 때마다 화진이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음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화진이 쇠퇴하자 북라국은 그 은혜를 잊고 대대적으로 화진을 침략했다.그뿐만 아니라 세계열강이 화진을 약탈할 틈을 타서 화진의 땅을 탐냈다.현대에 이르러서는 화진 임씨가 역사의 원수를 뒤로하고 잘 대해줬음에도 북라국은 반성 없이 구주왕의 위기를 틈타 불의의 기습을 감행했다.화진 측에서 그들에게 전투 신청서를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데이로는 마음속으로 큰 죄책감을 느꼈지만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나라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황천관을 잃으면 화진 10만 대군이 쳐들어올 것이고 북라국은 이대로 멸망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현모, 구주왕 휘하 4대 군신 중 한 명. 지난날 화진 남부 구역을 지키며 남해에 있는 제국

  • 구주, 왕의 귀환   제1875화

    북라국 후방 기지에서 30여 명의 귀족들이 암부에게 목이 잘렸다. 기지 밖의 경비병과 참모부도 모두 죽임을 당했으며 수천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임무를 완수한 민규현은 다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대를 이끌고 이동했다. 정태웅은 암부 한 부대를 이끌고 기지 안의 수송기를 타고 황천관으로 향했다. 황천관, 북라국의 요충지로 북라국 내부의 부유한 도시로 통하는 길을 지키고 있었다. 이 관문이 함락되면 화진군은 이틀 안에 북라국의 수도로 쳐들어갈 수 있었다. 현모가 이끄는 십만 구주군은 황천관에서 불과 100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구주군의 진군 속도로는 최대 반 시간 안에 황천관 아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전투 직전에 황천관은 혼란에 빠졌다. 모집된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 안에 모여들어 난장판이 되었다. 그 이유는 얼마 전에 황천관을 원격으로 지휘하던 지휘 센터와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이 300만 명의 병력은 30여 개의 영지에서 모인 병력이었다. 황천관을 담당하는 북라국 총사령관은 이렇게 많은 병력을 지휘할 수 없었다. 게다가 후방 지휘부가 화진의 미사일로 전멸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혼란에 빠진 군대는 반란 직전까지 갔다. 황천관 총사령관은 몇 명의 귀족을 죽여야만 군중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에 전법을 펼치고 있을 때 현모가 이끄는 구주군이 도착했다. 주작의 행동은 이미 현모에게 알려졌다. 현재 황천관은 지휘부가 무너져 북라국의 특성상 이미 반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현모는 예상했다. 하지만 황천관 아래에 도착해 300만 명의 깃발 전법을 보자 현모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 황천관을 지키는 총사령관은 데이로야. 이 녀석은 능력이 뛰어나. 평범한 인물이 아니야.” 현모가 말했다. 데이로, 북라국의 유명한 장군으로 북방 여러 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모르고 공격할 때마다 승리했던 인물이다. 이후 국경에 주둔하며 북경왕과 몇 번 마찰을 빚었지만 항상 우위를 점했다. 북경왕은 이 인물을

  • 구주, 왕의 귀환   제1874화

    화진의 민주주의와 달리 북라국은 귀족제도를 실시하고 있었다. 북라국의 국왕은 더 큰 연맹의 수장과 같았고 국왕의 권력은 제한적이었다.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귀족을 좌우로 끌어모아야 했기 때문에 윤구주는 북라국을 대국의 이름만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 지휘소는 북라국의 베리 공작이 총지휘를 맡고 있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과 함께 황천산의 군대 배치를 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공작님, 정말 훌륭한 계획입니다. 화진군은 우리 국경에 병사가 없는 것을 보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줄 알고 곧장 우리의 심장부로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수도로 공격하려 한다면 황천관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입니다. 화진군이 다른 도시를 공격하려 해도 우리 북라국 남부는 땅이 넓고 인구가 적어 도중의 도시들은 이미 우리가 보급품을 모두 쓸어버렸으니 천 리 설원에는 보급품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의 십만 병력은 굶주림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여러 귀족은 칭찬을 늘어놓았다. 베리 공작도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이 전쟁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있었다. “전략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는 데 능숙하군요. 화진에는 제갈량이라는 인물이 있어요. 후방에 앉아서도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 제갈량 따위는 별거 아니네요. 본 공작은 여기서 와인을 마시며 여러분과 담소를 나누며 아주 쉽게 화진의 십만 구주군을 전멸시킬 수 있어요. 화진에서 가장 강한 이 십만 정예군을 없애면 그때 전군을 출동시켜 북역 삼주를 수복할 거예요. 여러분 모두 이 공로를 세우게 될 것이니 그때는 국주조차 나를 세 번은 우러러봐야 할 것입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귀족들은 매우 영리했다. 그들은 곧바로 공작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역 삼주를 점령했을 때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좋은 말만 늘어놓았다. 이 귀족들이 아직도 삼주의 부유한 도시를 자신의 영지로 삼으려는 꿈을 꾸고 있을 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

  • 구주, 왕의 귀환   제1873화

    문아름이 계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본 문창정은 직접 나서기로 했다. “빙신전과 아사 신전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해. 윤구주는 신경 쓰지 마. 너희들의 목표는 그 십만 구주군이다.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쇠약해졌으니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구주군에서 탄생한 새로운 국운을 반드시 싹부터 잘라내는 거야. 문씨 가문은 전적으로 너희들의 행동에 협력할 것이다.” 문창정은 직접 두 신전에 전언을 보냈다. 북주에는 현모가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청관을 나와 국경을 넘어 북라국을 공격했다. 진동왕은 50만 대군을 이끌고 중간에서 협공했다. 현모의 군대는 빠르게 진군했지만 북라국 국경에 도착했을 때 눈 덮인 산맥에는 단 한 명의 병사도 없었다.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현모는 즉시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북라국의 설관은 지형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내가 이 관문을 점령한다면 10만이 아니라 100만 명도 막을 수 있어. 지금 이렇게 좋은 방어 지점을 북라국이 단 한 명의 병사도 배치하지 않고 이렇게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고?” 이곳의 중요성은 현모도 잘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관문을 점령하면 북라국 군대를 막을 수 있다. 이 관문을 지키는 것은 화진 국경을 지키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이토록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는 것은 현모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현모님, 북라국이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한꺼번에 전멸시키려는 건 아닐까요?” 한 장군이 분석했다. 다른 장군은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두 나라가 전쟁할 때 원인을 떠나서 북라국이 화진을 공격한다면 화진은 적군을 국경 밖에서 막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전멸시키려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큰 위험입니다. 제 생각에는 북라국이 화진과 전쟁할 때 곤륜 구역 세력이 지원한다 해도 전황은 여전히 오십 대 오십입니다.” 두 장군의 말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최종 결정권은 현모에게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난 치욕을 씻고 구주왕의 위엄을 세워야 하니 이번

  • 구주, 왕의 귀환   제1872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알아보다니?” 주작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정말로 대장님이시군요! 무슨 말씀이세요? 대장님은 재가 되더라도 제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천현수는 감격에 겨워 울부짖었다. 주변의 암부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군신 현모가 돌아온 것도 암부에게는 기쁜 일이었지만 주작만큼은 그들의 중심이었다. 현모와 비교했을 때 주작은 그들에게 단순히 대장님이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였다. 암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눈물을 흘렸다. “다들 이게 무슨 꼴이야? 그리고 내가 떠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너희들은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구나. 가문의 규율을 적용해야겠어.” 암부들의 감격과 달리 주작은 매우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암부들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천현수도 땅에 엎드려 벌을 청했다. “벌은 돌아가서 주겠다. 지금은 전쟁이 코앞이다. 현모 쪽에서 우리 정보가 필요하니 너희가 알아낸 상황을 모두 내게 보고해. 북라국은 작지만 빙신전과 아사 신전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해.” 주작이 기지 안으로 들어가자 천현수와 몇몇 대장들도 다급하게 따라 들어갔다. “대장님, 전황이 급박합니다. 현모는 이미 출병했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왕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북라국만 놓고 보면 현모가 주력을 이끌고 출격하고 진동왕이 협공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장님 말씀처럼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진짜 적이에요.” 천현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두 신전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북라국을 이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왕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들만으로는 두 신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누가 왕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어? 이번에는 내가 왕과 함께 서울에서 돌아왔어.” 주작은 차갑게 말했다. 중요한 점을 설명하려던 천현수는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네? 왕께서 돌아오셨다고요? 그럼 국주께서는 안전하시다는 건가요?” 천현수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국주가 무사하기를 바라지 않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천현수의 그런 속마음은

  • 구주, 왕의 귀환   제1871화

    7일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아직도 윤구주는 북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모, 아직 윤구주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모든 결정은 윤구주가 돌아올 때까지 미루자.” 임홍연은 청관에 있는 현모와 통화진며 말했다. “장군이 전장에 나가면 군령을 따르지 않을 때도 있죠. 왕께서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하라 하셨으니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직접 구주군을 이끌고 북라국을 공격하겠어요.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현모의 대답은 단호했다. 임홍연도 전쟁 선포가 내려진 이상 전 세계가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는데도 출병하지 않는다면 화진의 국제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미 화살은 시위에 걸려 있고 발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홍연이 할 수 있는 일은 현모의 행동에 협력하는 것뿐이었다. 하나를 움직이면 전체가 따라 움직인다. 북경 삼주의 군사력이 동시에 출동했다. 현모는 청관을 떠나 병력을 이끌고 나가는 동시에 북라국 내부에서는 암부가 세운 비밀 기지에 예기치 못한 침입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수많은 방어선을 뚫고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기지 밖에 도착했을 때 천현수는 비로소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신무 주작진을 펼쳐!” 상대가 혼자서 기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실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천현수는 곧바로 삼백 명의 암부에게 진을 짜서 대응하라고 명령했다. “죽여라!” 300명의 암부가 일제히 돌진했다. 신무 주작진은 수많은 고수를 쓰러뜨린 전법으로 일류의 신급 강자가 와도 맞설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현수는 암부를 시험 삼아 보내고 자신은 기회를 노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돌멩이 여러 개를 들어 암부들을 쓰러뜨렸다. 열몇 명이 쓰러지자 전법의 기운도 흩어져 버렸다. 전법이 제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상대는 손쉽게 전법을 무너뜨렸다. 천현수는

  • 구주, 왕의 귀환   제1870화

    이 말을 들은 임홍연은 며칠 동안 연속으로 바쁘게 일하느라 지쳐 있었지만 순간 피로가 사라졌다. 탁! 임홍연이 책상을 치며 진동왕을 노려보자 임성진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지금 모두 구주왕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모두 구주왕의 부하예요. 이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흠, 너 이 녀석. 할아버지를 꾸짖는구나. 네 아버지도 나에게 감히 이런 식으로 말하지 못했어!” 임성진도 화가 났다. 구주군 중에서 그는 윤구주만을 존경했고 윤구주 다음으로 자신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 공주 따위는 별것 아니었다. “할아버지! 제발 정신 차리세요. 구주왕의 명성은 죽여서 얻은 것이에요! 제 아버지 같은 인자한 왕과는 달라요! 구주가 당신을 쓰는 것은 할아버지가 구주에게 유용하고 화진에 유용한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약 언젠가 구주가 당신이 화진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거나 당신이 구주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구주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우리 아버지가 가장 먼저 당신을 처단할 거예요! 믿든 말든 그게 현실이에요.” 임홍연은 엄숙하게 말했다. 이 말은 임성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임정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계를 넘지 않는 한 마음대로 놀게 해주지만 한계를 넘는 순간 삼촌이라도 죽일 수 있다. “알았어, 충고 고마워. 나도 그냥 말만 한 것뿐이야. 군자는 행실로 판단 받지 속마음으로 판단 받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말하자면 너는 정말 누가 왕이 되든 상관없어? 그래, 우리 임씨 일가가 왕이 되면 너는 공주이고 윤구주가 왕이 되면 너는 왕후지. 어쨌든 우리 임씨 일가는 손해 볼 것이 없네!” 진동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특히 왕후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할아버지, 입 다물어요! 저는 왕후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만약 윤구주가 정말 왕이 된다면 이 왕후 자리는 제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 자격이 없어요.” 임홍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응? 그렇게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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