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성지 종말산.비록 어떠한 방어 병력도 없지만 이곳에는 상당한 수의 신시들이 살고 있었다.소위 신시란, 신의 가장 충성스러운 종을 뜻한다.신권이 최고인 나라에서 그들이 국가의 실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북라국 수입의 절반이 그들의 손에 들어갔고 신이 보낸 사자 역할을 하는 그들은 백성들의 옹호를 받으며 높은 지위에 있었다. 그 가증스러운 가면 뒤에서 그들은 타락한 삶과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검은 망토를 입은 자들의 칼날 앞에서 이 신시들은 뚱뚱한 몸집 때문에 멀리 도망치지도 못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지만 검은 망토를 입은 자들의 칼날은 용서를 빈다고 해서 멈추지 않았다.신시들이 대량으로 학살당하는 것을 본 북라국 국주는 가슴이 아팠다.그는 이 신시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모른다. 신시들이 귀족들을 통제해 줬기에 그가 국주의 자리를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현재 그가 데려온 수백 명의 호위대는 이미 전멸했고 더는 쓸 만한 병력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국주님, 정신 차리세요. 신혈 무사들이 여기에 있잖습니까.”신하들의 말에 북라국 국주는 정신을 차리고 신혈 무사들 앞에 무릎을 꿇어 그들의 도움을 빌었다.원칙적으로 신시들이 외부인들에게 이렇게 학살당하는 것은 아사 신전에 대한 도전이었다. 신혈 무사들은 신전의 가장 충실한 수호자로서 신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즉시 나서야 했다.하지만 이 신혈 무사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그 이유는 그들이 출관한 뒤로부터 신들과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연락을 담당하던 신패도 빛을 잃고 어두워져 있었기에 신혈 무사들은 누가 신전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현재 종말산보다 신전을 지키는 것이 더 시급했다.국주나 신시들이 죽으면 사람을 바꾸면 그만이었다. 북라국에는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났기에 이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신혈 무사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수십 명의 검은 망토를 입은 자들이 종말산을 올라 신
그 장면을 목격한 신혈 무사들이 동작을 멈췄다.‘이들이 정말 전설 속의 죽음의 신인가?’이번에는 삼백 명의 신혈 무사가 출동했고 여전히 승리를 거두었다. 수십 명의 검은 망토를 입은 자들은 신혈 무사의 손에 산산조각이 났다.그제서야 신혈 무사들은 이 죽음의 신들이 생명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잘려 나간 사지는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몸속에는 정교한 부품들이 돌아가고 있었다.“이건 꼭두각시 술법입니다. 신계 사악한 신들의 음모 아닐까요?”신혈 무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거의 해체된 꼭두각시들이 다시 회복되었다.천 명의 신혈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거의 동등한 수의 사상자를 내고서야 마침내 꼭두각시들을 완전히 해체했다. 사악한 꼭두각시들이 더는 회복되지 못했다.신혈 무사들이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종말산 신전을 초토화한 꼭두각시들이 신성한 성전으로 밀려들어 왔다.진정한 학살이 시작되었다.반신이라 불리는 신혈 무사들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치유 능력이 엄청나며 심지어 신술까지 사용하는 꼭두각시들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잔혹한 학살이 벌어진 후 천 명의 신혈 무사들은 백 명 정도로 줄어들었고 살아있는 자들도 모두 상처투성이였다.회복된 꼭두각시들은 더는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명령을 기다리는 듯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신혈 무사들도 안 되는 건가? 젠장, 여기서 끝나면 안 되는데.”북라국 국주는 주위를 둘러보며 탈출구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꼭두각시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이 사악한 신들이 감히 아사 신전을 모독하다니. 우리의 신들이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너희들은 아사 신전의 무자비한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신혈 무사 대장이 소리쳤다.이제는 신혈 무사들도 붕괴 직전이었다. 굳건한 신앙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너희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너희들이 그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해? 술법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반신인 주제에. 너희들은 아사 신전의 신들에게 언제든지 버려지게 되는 도구에 불과해. 게다가 너희들의 신들은 너희
수백 년 전 북라국에서는 오직 제일의 용사만이 국왕이 될 자격이 있었다.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북라국의 권력자들은 편안하고 사치스러운 생활 속에서 돼지처럼 변해버렸다.윤구주의 말에 자극받은 북라국 국주는 주먹을 꽉 쥐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자신의 뚱뚱한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신혈 무사들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게 무슨 국주냐? 그냥 뚱뚱하고 멍청한 돼지일 뿐이지.’“윤구주, 신계의 사신이여! 나는 아사 신전 신혈 무사 대장이다. 구주왕, 너는 나와 한 번 싸울 용기가 있느냐?”신혈 무사 대장은 신성한 갑옷을 벗고 상처로 가득한 거대한 몸을 드러냈다.“나를 도전하겠다고? 좋아, 그 도전 받아주지. 네 기백만큼은 인정한다. 너에게 온전한 시체를 남겨주마.”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신혈 무사 대장은 속으로 욕을 했다.‘왜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야?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승리를 확신하다니.’“구주왕, 너무 자만하지 마라.”신혈 무사 대장은 검을 들고 오랫동안 윤구주와 대치하다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산을 가를듯한 기세를 담아 윤구주를 향해 내리쳤다.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쾅!그 칼날이 윤구주의 얼굴에 닿을 순간 윤구주는 손을 들어 장법으로 무기를 한 방에 산산조각내고 신혈 무사의 거대한 몸을 관통했다.신혈 무사 대장은 멀리 날아가 땅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겉으로 보기에는 큰 상처가 없어 보였지만 내부의 장기와 뼈가 모두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윤구주는 약속을 지켜 그에게 온전한 시체를 남겨주었다.북라국 국주가 힐끗 보니 신혈 무사 대장의 뼈와 살이 액체화된 내장과 함께 입과 코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그걸 본 북라국 국주는 소스라치게 놀라 기절할 뻔했다.신혈 무사 대장은 팔부 동천의 절정에 도달한 신급의 존재였다. 신에 거의 가까운 그가 구주왕의 한 방을 견디지 못했다.대장의 시체를 본 나머지 신혈 무사들은 무릎을 꿇고 신들에게 기도하며 전사한 후 영령전에 올라 영생하기를
특히 이번 화진과의 전투에서는 양측이 각각 신병을 황천관으로 보내 화진 대군을 섬멸하려 했다.하지만 황천관으로 가야 할 빙신전의 신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걸까?빙신전이 아사 신전과 북라국을 배신한 것이 틀림없다.빙신전 부전주는 비록 윤구주를 이길 수는 없지만 일반 신급의 신혈 전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부전주는 얼음 주문을 외워 모든 신혈 전사들을 얼음 조각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고급 신술을 사용해 현장에 얼음 신전의 문양을 남겼다.“항복이야. 제발 죽이지 말아줘. 내가 잘못했어.”북라국 국주가 땅에 엎드려 울부짖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구주왕 하나만으로도 이미 아주 버거운데 빙신전까지 윤구주와 손을 잡았다니. 망했어.’“주인님, 이자를 살려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이용 가치가 있습니다.”빙신전 부전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음, 그 말이 꽤 마음에 드는군. 네 말대로 해. 이젠 나와 함께 황천관으로 가자. 그리고 나는 종말산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종말이라면 종말다워야지. 이렇게 호화로운 신전을 지어놓은 건 뭐냐? 얼마나 많은 금은보화를 낭비했는지.”윤구주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특히 금은보화라는 단어를 강조했다.부전주는 윤구주의 말뜻을 금방 알아차렸다.“그럼 주인님께서 먼저 가십시오. 제가 곧 따라가겠습니다.”휙!윤구주가 먼저 황천관으로 떠나자 빙신전 부전주는 신식을 발동해 모든 금은보화를 지팡이 속에 넣었다. 그리고 금술을 발동해 종말산의 호화로운 신전들을 모두 얼음 조각상으로 만들고 산 전체를 얼려버렸다.이 모든 것을 마친 부전주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그는 기절한 북라국 국주를 데리고 구름을 타고 황천관으로 날아갔다.황천관.현모가 이끄는 십만 구주군은 이미 북라국의 부대를 거의 섬멸했다. 남은 북라국 군대는 30여 개 귀족 영지에서 모인 병력으로 마음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각자 다
무너지는 전선을 바라보는 데이로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그는 최선을 다해 흩어진 잔병들을 모아 황천관 안으로 돌아갔고 다시 한번 군심을 안정시켰다.삼백만 명 중 절반이 사라져서 이제는 백만 명 정도만 남아 있었다.이때 구주군 십만 명이 황천관 관문을 공격하고 있었다.“암부의 정태웅이 왔으니 주작도 곧 도착할 것이다.”“이 데이로는 북라국의 명장다워.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태어났어. 화진의 적대 편에 서는 게 아니었는데.”이대로라면 화진이 승리할 것은 분명했지만 구주군도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낼 것이다. 이건 현모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이 전투에서 북라국을 완전히 제압해야 한다. 북라국의 기를 죽이지 못하면 삼백만 명을 모두 죽여도 소용없다.현모가 황천관으로 돌격해 데이로를 직접 상대하려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기세가 황천관을 휩쓸었다.구주군 상공의 국운 기세가 극에 달했고 구주군 전사들은 하나같이 끝없는 힘을 받은 것처럼 북라국 대군을 미친 듯이 공격했다. 이 십만 구주군은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저하께서 오셨다.”현모가 구주군의 변화를 눈치채자마자 윤구주의 전음이 도착했다.“상황을 안정시키고 네 성수인으로 그들을 모두 진압해. 저걸 봐. 북라국 광전사보다 더 미친 것 같지 않나?”전음을 받은 현모는 즉시 술법을 운용해 성수 전법의 기세로 구주군의 미친 기운을 진압했다. 이성을 되찾은 구주군은 다시 질서 있게 공격을 개시했다.이때 금빛 그림자가 하늘에서 떨어져 황천관 지휘지역으로 추락했다.동시에, 천여 명의 검은 망토를 입은 자들도 하늘에서 떨어졌고 순식간에 수만 명의 북라국 전사들을 깔아 죽였다.도착한 것은 바로 윤구주와 지하궁전의 꼭두각시들이었다.꼭두각시들은 하늘에서 떨어지자마자 북라국의 남은 부대를 공격했고 동시에 데이로를 포위했다.지휘 체계가 무너진 데다가 구주군이 저하를 외치자 북라국 전사들은 구주왕이 직접 왔다는 것을 알고 군심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번에는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30여 개
북라국을 완전히 누르려면 데이로처럼 애국심이 강하고 시비를 분명히 하는 사람을 국주로 세워야 후환을 없앨 수 있다.“구주왕, 당신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라국의 총사령관입니다. 누구든 항복할 수 있지만 저는 항복하면 안 됩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데이로에게 항복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마친 후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북라국 안으로 돌아갔다.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있었다.총사령관이 물러나자 나머지 북라국 전사들은 완전히 중심을 잃었고 항복하면 무죄라는 한 마디에 거의 백만 명이 무기를 내려놓았다.데이로는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성공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눈 덮인 숲속으로 사라졌다.“하, 거참. 저하, 일부러 그런 거죠?”정태웅이 어느새 윤구주 옆에 와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뭐라고 했어? 예의 없이.”윤구주는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정태웅을 시멘트 구덩이로 날려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왕이 후방 대군을 이끌고 황천관에 도착했다.그가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북라국의 항복한 병사들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는 것이었다.이 평민들은 지금까지 배고픔에 시달렸고 7일 동안 배불리 먹지 못했다.북라국은 심한 눈 폭풍을 겪었고 각지의 귀족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며 그들을 전쟁터로 데려왔다.백만 명의 평민을 위해 동시에 밥을 짓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었다.“저하, 일부러 데이로를 놓아준 건가요?”이때 도착한 현모가 물었다.“데이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윤구주는 현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명장답습니다. 전쟁이 이 지경까지 왔고 이렇게 열세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 군에 일정한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병사를 거느리는 능력은 우리 화진에서도 장군의 직위를 받을 만합니다.”현모는 사실
한 번의 술법으로 빙신전 부전주를 날려버린 주작은 약간 당황했다.‘이런 인물은 곤륜에서도 강자로 꼽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가 있지? 게다가 방금 그 역겨운 미소는 또 무슨 뜻이었나? 그리고 빙신전 부전주가 대체 왜 북라국 국주를 데리고 있지?’하늘 위에 있는 북라국 국주는 너무 추워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주작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녀가 빙신전 부전주를 때리는 것을 보고 즉시 주작에게 구원을 요청했다.“이봐! 나는 북라국 국주야. 어서 나를 호위해라.”“그게 뭔 개소리야?”주작이 그를 죽이려는 순간 정태웅의 연락이 도착했다.“누님, 저하께서 도망친 북라국 귀족들을 암살하라고 하셨어요. 위치는 이미 보냈으니 얼른 가보세요.”“저하가 황천관에 도착하셨니? 그럼 거긴 내가 필요 없겠네. 그보다 저하께 왜 빙신전 놈들이 북라국 국주랑 같이 있냐고 물어봐 줘.”주작은 의혹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이때 빙신전 부전주가 초라한 모습으로 날아오더니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주작님! 저는 지금 당신들과 같은 편입니다. 저하께서 제게 북라국 국주를 데려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뭐라고?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우리 저하께서 어떻게 너희 빙신전과 협력할 수 있겠냐.”주작은 엄청난 목소리로 외치며 바로 결전을 벌이려 했다.이때 윤구주의 전음이 도착했다.“당황하지 마라. 이 녀석은 우리에게 투항해 지금 내 노예가 되었다. 아직은 쓸 데가 있으니 잠시 목숨을 붙여두고 우리 화진을 위해 속죄하게 하라.”이 말을 들은 뒤에야 주작은 기세를 거두었다.“보세요, 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죠? 저는 지금 당신들과 한 편입니다. 전 이제는 곤륜의 가짜 신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저도 화진 사람입니다!”빙신전 부전주가 서둘러 말했다. 주작은 윤구주의 휘하 군신으로 화진에서 지위가 높으니 그녀를 잘 보좌하는 것이 옳았다.“입 다물어. 너 같은 놈이 우리 화진 사람이 되겠다고? 이건 우리 화진의 피를 더럽히는 짓이다. 그리고 너는 우리 저하의 노예
데이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국면을 역전시켜 북라국을 부흥시키고 싶었다. 끝까지 이렇게 버틸 수만은 없었다. 개혁하지 않고 신들을 타도하지 않으면 결국 나라가 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 데이로 같은 천민 출신은 영원히 출세할 길이 없었다.절망의 그림자가 모든 사람을 덮쳤고 모든 전사는 긴 전투에 지쳐 있었다. 윤구주가 그들을 추격하지 않아도 이 눈 덮인 숲만으로도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데이로가 고민에 빠진 그때 빙신전의 부전주가 도착했다.하늘에서 내려온 빙신전 부전주 곁에는 반쯤 얼어 죽은 것 같은 북라국 국주가 있었다.삼천 명의 전사들은 즉시 정신을 차렸고 갑자기 나타난 자가 빙신전의 신임을 알고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데이로는 이 신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았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현재 아사 신전의 지원군은 보이지 않았지만 빙신전과 연합하면 다시 반격할 수 있을 것이다. 화진이 황천관을 점령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틈을 타서 갑자기 공격하면 패배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저는 데이로입니다.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신을 뵙습니다. 국주님...”데이로는 국주가 왜 빙신전 사람과 함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재 가장 급한 일은 전쟁이었기에 국주를 잠시 제쳐두었다.“야, 말해, 내가 방금 너한테 뭐라고 했지?”빙신전 부전주가 국주를 한 번 훑어보자 국주는 겁에 잔뜩 질린 채 존재감을 낮추었다.그는 부전주가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데이로를 대할 때는 국주의 위엄이 다시 돌아왔다.“건방지구나, 데이로. 내가 언제 너를 북라국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느냐? 너는 고작 작은 단장일 뿐이야. 네가 이분을 참배할 자격이 있느냐? 예법에 따라 엎드려 대답하라.”이 말을 들은 데이로는 이 노골적인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할 뻔했다.국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총사령관은 허위적인 직위였고 데이로는 단장에 불과했다. 이것이 북라국 천민 출신의 장수가 얻을 수
”감옥에?” 천해가 잠시 놀라더니, 이내 억제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목숨만 살려준다면 다른 죄목 따윈 문제되지 않았다.극 신급 절정 중기의 실력자라면 화진에서 윤구주 다음 가는 존재였다. 주인이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감히 그를 건드릴 자가 누구랴?백호만 찾아낸다면 그의 지위는 확고해질 터였다.“주인님께 솔직히 고하자면 당시 저희는 주인님이 사해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대 군신을 노렸습니다.”“문아름이 청룡을 함정에 빠뜨려 관외의 제신법진으로 유인해 혼백을 빼앗고 나머지 셋 한테도 차례로 손을 댈 계획이었습니다.”윤구주를 제외한 문씨 가문이 가장 두려워한상대는 바로 청룡이었다.당시 청룡은 화진의 형법을 완전히 틀어쥐고 오직 윤구주만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국주 임정설조차 그에게 명령 한 줄 내리지 못할 정도였다.이 때문에 청룡을 말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국주 임정설은 문씨 가문이 청룡을 공격할 때 현모와 주작은 보호했지만 백호는 우리 빙신전이 직접 손을 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윤구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내가 들은 바에선 청룡이 내 사해 사건을 알고 혼자 관외로 뛰쳐나가 열 국에게 복수했다더라. 그게 문아름의 계략이었단 말이냐?”천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네. 문씨 가문이 열 국의 고수를 모아 청룡을 공격하게 했지요. 결국 청룡과 열 국이 모두 부상을 입었고 문씨 가문이 그 틈을 타 청룡의 혼을 빼앗아 열 국의 국운을 무너뜨렸습니다.”“문씨 가문이 열 국의 국운을 무너뜨린 이유는 모르겠으나 문아름의 왕위 계승을 위한 발판이었을 겁니다. 큰 그림으론 문씨 가문이 이씨를 대신해 국주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헛소리 말아라! 내가 어린애로 보이느냐?”“문씨 가문은 곤륜의 꼭두각시다!”“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종맹이 화진을 갈가리 찢으려 든다는 계획이 성공할 거 아닌가!”주작이 칼날 같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천해가 손사래를 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주작 님! 저는 단지 객관적인
그 말인즉 혹시 몇 년 뒤 북라국이 다시 전쟁을 일으키면 윤구주는 북라국을 철저히 역사 속으로 보내 버리겠다는 뜻이었다.데이로는 이내 간담이 서늘해졌다.구주왕은 결코 자신이 뱉은 말에 전혀 에누리를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하늘을 무너뜨린대도 이 남자가 말하면 믿을 수밖에......”데이로는 그 말에 의심을 표할 용기조차 없었다.“이 데이로가 북라국의 국주가 되겠습니다! 구주왕 님께 맹세컨대 제가 즉위한 후 절대 화진을 선제 공격하지 않겠습니다!”데이로는 더 이상 명장이라는 연연함에서 벗어나 푯말에 매달리지 않았다. 자칫 망설이기라도 하면 기회가 사라질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좋아 한번 믿는다.”“나도 약속하노라. 북라국이 본분을 지키는 한 화진은 영원히 너희와 전쟁하지 않겠다.”곧바로 준비된 금색 책봉 문서 위에 윤구주가 주술 부적으로 데이로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너를 북라국 친왕으로 책봉하는 바 왕의 예법으로 왕정을 세우고 오조용포를 입을 권한을 준다!”헉!졸지에 데이로는 큰 들숨과 함께 두 눈이 을방울처럼 켜졌다.북라국과 화진은 완전히 다른 문명을 가졌는 바 전혀 신룡의 도를 믿은 적이 없었다.“이제 막 맹세해 놓고 이내 후회하는 거야? 금인은 이미 찍혔어. 만약 지금 명을 거부하려고 한다면......”풍덩!윤구주의 눈초리가 날아가자 데이로는 순간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감히 그럴 생각 없습니다. 화진의 책봉은 제 영광입니다.”“... 그러지. 이 앞으로 두 나라가 평화롭게 지내길 바라노라.”“이미 진동왕한테 북역 1개 주의 군량 조달을 지시했으니 곧 북라국에 도착할 것이며 동시에 무역 관문을 개방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북라국으로 생필품을 공급하겠다.”“새 나라를 세울 테니 왕정의 장수 임명은 네가 결정하라. 친왕 작위는 세습 가능하지만, 부하에게 작위를 수여하는 권한은 없어. 북라국에 새로운 귀족이 태어나선 안 된다!”윤구주의 목소리에 위엄이 깃들었다.이 조건에 데이로는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그
하지만 윤구주의 의도에 대해 불만을 품을 수 없었다.모든 문제는 결국 북라국 국주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만약 상층 귀족들이 무도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가 이미 귀족들에게 깊은 불만을 품지 않았다면 그리고 또 만약 그 국주가 정말 죽어 마땅한 자가 아니었다면 이 많은 경우가 다 아니었다면 데이로도 또 어떻게 윤구주의 꾀에 넘어갈 수 있으리.데이로는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떨쳐내려 애쓰며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올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마음을 다잡은 데이로는 윤구주가 건넨 양다리를 받아 들고 짐승처럼 크게 베어 물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잊고 지냈던 따뜻한 음식의 온기가 그의 메마른 감정을 조금씩 녹이는 듯했다.이를 지켜보던 현무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식사 시작!”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맛있는 음식이 쏟아져 나오고 커다란 나무통에 담긴 술이 병사들 앞에 놓였다.삼천 명의 병사들은 굶주린 맹수처럼 음식으로 달려들어 미친 듯이 먹기 시작했다. 며칠을 굶주린 듯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쑤셔 넣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그들의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은 퀭했지만 고기를 씹는 입가에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섞여 흘러내려 그 짠맛을 더했다.단순히 맛있는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들은 북라국의 정예병이었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투와 굶주림에 지쳐있었다.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풍성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또 언제었더라… … 척박한 땅에서 희망 없이 싸워온 그들에게 이 식사는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선 잊고 지냈던 인간적인 존중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그 어디 병사들뿐이랴 북라국의 총사령관인 데이로마저 기나긴 시간 동안 이런 따뜻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는 묵묵히 고기를 씹으며 북받쳐 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애써 삼켰다.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데이로 네가 국경에 주둔할 때 우리 진동왕과 여러 차례 전투를 벌
북라국 잔여병력은 주작의 손에 모조리 정리됐다.30여 명의 봉지 귀족들의 피범벅이 된 머리가 암부를 통해 데이로가 진을 친 설원으로 배달되었다.피투성이 머리 더미 앞에서 데이로와 3천 병사들은 심경이 착잡하기만 했다.오랜 억울함이 단번에 풀리는 듯한 후련함과 함께 이들의 원한을 대신 풀어준 이가 화진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윤구주의 의도는 불 보듯 뻔했다.데이로가 노골적인 회유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데이로는 3천 부하들의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전투든 항복이든 사령관 님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단호한 답변만이 돌아왔다.데이로가 고민하던 중 황천관에 파견된 정찰병이 돌아왔다.화진 군이 포로 학살을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은 알았으나 정찰병의 직접 보고를 듣자 병영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화진 군이 북라국 국경에 난민들을 위한 성채를 건설 중이며 포로들에게까지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였다.허무한 굴복은 원치 않았으나 부하들의 눈빛에서 이미 전의가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데이로가 갈등 속에서 침묵하던 그때 군영 중심에 윤구주의 모습이 홀연히 드러났다.구주왕!쿠궁!3천 병사들이 동시에 일어났다.경계와 경의가 뒤섞인 반응이었다.비록 적이지만 평민을 구한 자에 대한 존경이었다.“적이라 해도 약자를 보호하는 자는 존경받을 만할 터, 구주왕은 진정한 전사십니다.”데이로가 허리를 90도로 굽혔다.“구주왕 님을 뵙겠습니다.”“항복한 병사들을 살려둔 것에 감사를 표하는 건가?”“그런 이유라면 필요 없지.”“그들은 대부분 강제 징집된 평민일 뿐 화진의 어떤 장군이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윤구주는 북라국 병사들 한가운데로 걸어가 모닥불 옆에 주저앉았다.그의 손짓에 화진군이 줄을 지어 식자재를 운반해 왔다.구수한 고기냄새가 3천 병사들의 배고픈 창자를 두들겼고 침 삼키는 소리가 우레처럼 울렸다.모든 시선은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양갈비로 향했지만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뭐 독이라도 탔을지 두려
진동왕은 해결할 방법이 없어 윤구주를 찾아가 이 일을 알렸다.“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북라국과 화진의 접경한 국경 주변에 도시 몇 개를 건설합시다. 우리 북역 삼주는 모두 곡물 생산이 많은 지역이라 백만 명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우선 그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게 도와줘야겠네요. 북라국 국경 쪽은 광물이 많죠? 도시를 건설하면 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잖아요. 저는 몇 년 안에 국경이 번영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국경 무역만으로도 북라국 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이에요.”윤구주가 말했다.진동왕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그가 북라국과 연합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진동왕이 윤구주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북라국 경제를 일으켰다가 나중에 배신당할까 봐 걱정이었다. 북방 여러 나라들이 모두 배은망덕한 놈들이었기에 그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나쁜 것은 사람 마음이죠. 하지만 고통받는 것은 백성들 뿐입니다. 백성들이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 전쟁의 목적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입니다. 제가 북라국 귀족들을 완전히 없애고 은혜를 아는 군주를 북라국의 국주로 세우면 미래에 북라국은 우리 화진 최고의 협력자가 될 것입니다. 아저씨 걱정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곡물은 모두 우리 화진에 있으니 화진이 흥하면 북라국도 흥할 수 밖에 없죠. 두 나라의 이익이 하나가 되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고 그들을 괴롭히는 귀족들도 사라졌는데 누가 자신의 밥그릇을 깨려 하겠습니까?”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좋아. 그럼 모든 것을 네 명령대로 할게. 지금 바로 우리 화진 북역 삼주에서 곡물을 운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기초 시설을 건설해야겠어.”진동왕이 중얼거렸다.진동왕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윤구주는 누군가를 떠올렸다.“상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강성의 주세호를 불러오세요. 제 사람이니 믿고 쓸 수 있어요.”“주세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주 회장님인가? 이 둘이 같은 사람이었어?.”진동왕이
영원히 환생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충성스럽게 나라를 지키다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데이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쏜살같이 달려 나가 북라국 국주를 땅바닥에 내던졌다.“건방진 놈. 이 천민이 뭘 하려는 거야?”북라국 국주는 항상 횡포를 부리던 터라 데이로가 감히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내가 뭘 하겠냐고? 전쟁은 너희가 일으켰는데 우리가 전선에서 피를 흘리며 희생하고 너희는 편안하게 즐기기만 했잖아. 이기면 명예와 땅, 보석은 모두 너희 것이고 지면 죽는 건 우리 천민뿐인데 이 승패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우리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저주받아야 하냐? 북라국은 조만간 너희들 손에 망할 것이야. 그러니 나는 천하를 뒤집어볼 것이다.”데이로는 분노에 찬 주먹을 휘둘러 북라국 국주의 머리를 날려버린 뒤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주먹을 한 방 또 한 방 휘둘러 지금까지 참아온 분노를 마구 쏟아냈다. 분노를 모두 쏟아낸 데이로는 완전히 무너졌고 하늘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으로 가득했다.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데이로의 삼천 명 형제들이 달려와 으깨진 북라국 국주의 시체를 짓밟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살점을 뜯어먹기까지 했다.데이로는 이제야 모두가 북라국 귀족들에게 불만이 가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북라국 백성들은 귀족으로 인한 고통을 오랫동안 겪어왔지.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때가 된 것을 본 빙신전 부전주가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무슨 뜻이냐? 우리 북라국이 너희 빙신전을 위해 일하길 바라는 거냐? 내 눈에서 너희와 아사 신전은 다를 바 없다. 네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지난 몇 년간 우리 북라국 백성들을 해친 건 바로 너희들이야.”데이로는 부전주를 노려보며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한탄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손을 썼을 것인데.“말 잘했네. 빙신전과 아사 신전은 모두 한통속이야. 곁에 있는 대국을 본받고 가까이하는 것이 정확한 길이다.”빙신전 부전주가 웃으며 말했다
데이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국면을 역전시켜 북라국을 부흥시키고 싶었다. 끝까지 이렇게 버틸 수만은 없었다. 개혁하지 않고 신들을 타도하지 않으면 결국 나라가 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 데이로 같은 천민 출신은 영원히 출세할 길이 없었다.절망의 그림자가 모든 사람을 덮쳤고 모든 전사는 긴 전투에 지쳐 있었다. 윤구주가 그들을 추격하지 않아도 이 눈 덮인 숲만으로도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데이로가 고민에 빠진 그때 빙신전의 부전주가 도착했다.하늘에서 내려온 빙신전 부전주 곁에는 반쯤 얼어 죽은 것 같은 북라국 국주가 있었다.삼천 명의 전사들은 즉시 정신을 차렸고 갑자기 나타난 자가 빙신전의 신임을 알고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데이로는 이 신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았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현재 아사 신전의 지원군은 보이지 않았지만 빙신전과 연합하면 다시 반격할 수 있을 것이다. 화진이 황천관을 점령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틈을 타서 갑자기 공격하면 패배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저는 데이로입니다.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신을 뵙습니다. 국주님...”데이로는 국주가 왜 빙신전 사람과 함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재 가장 급한 일은 전쟁이었기에 국주를 잠시 제쳐두었다.“야, 말해, 내가 방금 너한테 뭐라고 했지?”빙신전 부전주가 국주를 한 번 훑어보자 국주는 겁에 잔뜩 질린 채 존재감을 낮추었다.그는 부전주가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데이로를 대할 때는 국주의 위엄이 다시 돌아왔다.“건방지구나, 데이로. 내가 언제 너를 북라국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느냐? 너는 고작 작은 단장일 뿐이야. 네가 이분을 참배할 자격이 있느냐? 예법에 따라 엎드려 대답하라.”이 말을 들은 데이로는 이 노골적인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할 뻔했다.국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총사령관은 허위적인 직위였고 데이로는 단장에 불과했다. 이것이 북라국 천민 출신의 장수가 얻을 수
한 번의 술법으로 빙신전 부전주를 날려버린 주작은 약간 당황했다.‘이런 인물은 곤륜에서도 강자로 꼽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가 있지? 게다가 방금 그 역겨운 미소는 또 무슨 뜻이었나? 그리고 빙신전 부전주가 대체 왜 북라국 국주를 데리고 있지?’하늘 위에 있는 북라국 국주는 너무 추워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주작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녀가 빙신전 부전주를 때리는 것을 보고 즉시 주작에게 구원을 요청했다.“이봐! 나는 북라국 국주야. 어서 나를 호위해라.”“그게 뭔 개소리야?”주작이 그를 죽이려는 순간 정태웅의 연락이 도착했다.“누님, 저하께서 도망친 북라국 귀족들을 암살하라고 하셨어요. 위치는 이미 보냈으니 얼른 가보세요.”“저하가 황천관에 도착하셨니? 그럼 거긴 내가 필요 없겠네. 그보다 저하께 왜 빙신전 놈들이 북라국 국주랑 같이 있냐고 물어봐 줘.”주작은 의혹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이때 빙신전 부전주가 초라한 모습으로 날아오더니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주작님! 저는 지금 당신들과 같은 편입니다. 저하께서 제게 북라국 국주를 데려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뭐라고?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우리 저하께서 어떻게 너희 빙신전과 협력할 수 있겠냐.”주작은 엄청난 목소리로 외치며 바로 결전을 벌이려 했다.이때 윤구주의 전음이 도착했다.“당황하지 마라. 이 녀석은 우리에게 투항해 지금 내 노예가 되었다. 아직은 쓸 데가 있으니 잠시 목숨을 붙여두고 우리 화진을 위해 속죄하게 하라.”이 말을 들은 뒤에야 주작은 기세를 거두었다.“보세요, 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죠? 저는 지금 당신들과 한 편입니다. 전 이제는 곤륜의 가짜 신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저도 화진 사람입니다!”빙신전 부전주가 서둘러 말했다. 주작은 윤구주의 휘하 군신으로 화진에서 지위가 높으니 그녀를 잘 보좌하는 것이 옳았다.“입 다물어. 너 같은 놈이 우리 화진 사람이 되겠다고? 이건 우리 화진의 피를 더럽히는 짓이다. 그리고 너는 우리 저하의 노예
북라국을 완전히 누르려면 데이로처럼 애국심이 강하고 시비를 분명히 하는 사람을 국주로 세워야 후환을 없앨 수 있다.“구주왕, 당신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라국의 총사령관입니다. 누구든 항복할 수 있지만 저는 항복하면 안 됩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데이로에게 항복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마친 후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북라국 안으로 돌아갔다.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있었다.총사령관이 물러나자 나머지 북라국 전사들은 완전히 중심을 잃었고 항복하면 무죄라는 한 마디에 거의 백만 명이 무기를 내려놓았다.데이로는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성공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눈 덮인 숲속으로 사라졌다.“하, 거참. 저하, 일부러 그런 거죠?”정태웅이 어느새 윤구주 옆에 와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뭐라고 했어? 예의 없이.”윤구주는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정태웅을 시멘트 구덩이로 날려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왕이 후방 대군을 이끌고 황천관에 도착했다.그가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북라국의 항복한 병사들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는 것이었다.이 평민들은 지금까지 배고픔에 시달렸고 7일 동안 배불리 먹지 못했다.북라국은 심한 눈 폭풍을 겪었고 각지의 귀족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며 그들을 전쟁터로 데려왔다.백만 명의 평민을 위해 동시에 밥을 짓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었다.“저하, 일부러 데이로를 놓아준 건가요?”이때 도착한 현모가 물었다.“데이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윤구주는 현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명장답습니다. 전쟁이 이 지경까지 왔고 이렇게 열세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 군에 일정한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병사를 거느리는 능력은 우리 화진에서도 장군의 직위를 받을 만합니다.”현모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