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 북라국에서는 오직 제일의 용사만이 국왕이 될 자격이 있었다.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북라국의 권력자들은 편안하고 사치스러운 생활 속에서 돼지처럼 변해버렸다.윤구주의 말에 자극받은 북라국 국주는 주먹을 꽉 쥐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자신의 뚱뚱한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신혈 무사들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게 무슨 국주냐? 그냥 뚱뚱하고 멍청한 돼지일 뿐이지.’“윤구주, 신계의 사신이여! 나는 아사 신전 신혈 무사 대장이다. 구주왕, 너는 나와 한 번 싸울 용기가 있느냐?”신혈 무사 대장은 신성한 갑옷을 벗고 상처로 가득한 거대한 몸을 드러냈다.“나를 도전하겠다고? 좋아, 그 도전 받아주지. 네 기백만큼은 인정한다. 너에게 온전한 시체를 남겨주마.”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신혈 무사 대장은 속으로 욕을 했다.‘왜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야?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승리를 확신하다니.’“구주왕, 너무 자만하지 마라.”신혈 무사 대장은 검을 들고 오랫동안 윤구주와 대치하다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산을 가를듯한 기세를 담아 윤구주를 향해 내리쳤다.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쾅!그 칼날이 윤구주의 얼굴에 닿을 순간 윤구주는 손을 들어 장법으로 무기를 한 방에 산산조각내고 신혈 무사의 거대한 몸을 관통했다.신혈 무사 대장은 멀리 날아가 땅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겉으로 보기에는 큰 상처가 없어 보였지만 내부의 장기와 뼈가 모두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윤구주는 약속을 지켜 그에게 온전한 시체를 남겨주었다.북라국 국주가 힐끗 보니 신혈 무사 대장의 뼈와 살이 액체화된 내장과 함께 입과 코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그걸 본 북라국 국주는 소스라치게 놀라 기절할 뻔했다.신혈 무사 대장은 팔부 동천의 절정에 도달한 신급의 존재였다. 신에 거의 가까운 그가 구주왕의 한 방을 견디지 못했다.대장의 시체를 본 나머지 신혈 무사들은 무릎을 꿇고 신들에게 기도하며 전사한 후 영령전에 올라 영생하기를
특히 이번 화진과의 전투에서는 양측이 각각 신병을 황천관으로 보내 화진 대군을 섬멸하려 했다.하지만 황천관으로 가야 할 빙신전의 신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걸까?빙신전이 아사 신전과 북라국을 배신한 것이 틀림없다.빙신전 부전주는 비록 윤구주를 이길 수는 없지만 일반 신급의 신혈 전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부전주는 얼음 주문을 외워 모든 신혈 전사들을 얼음 조각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고급 신술을 사용해 현장에 얼음 신전의 문양을 남겼다.“항복이야. 제발 죽이지 말아줘. 내가 잘못했어.”북라국 국주가 땅에 엎드려 울부짖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구주왕 하나만으로도 이미 아주 버거운데 빙신전까지 윤구주와 손을 잡았다니. 망했어.’“주인님, 이자를 살려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이용 가치가 있습니다.”빙신전 부전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음, 그 말이 꽤 마음에 드는군. 네 말대로 해. 이젠 나와 함께 황천관으로 가자. 그리고 나는 종말산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종말이라면 종말다워야지. 이렇게 호화로운 신전을 지어놓은 건 뭐냐? 얼마나 많은 금은보화를 낭비했는지.”윤구주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특히 금은보화라는 단어를 강조했다.부전주는 윤구주의 말뜻을 금방 알아차렸다.“그럼 주인님께서 먼저 가십시오. 제가 곧 따라가겠습니다.”휙!윤구주가 먼저 황천관으로 떠나자 빙신전 부전주는 신식을 발동해 모든 금은보화를 지팡이 속에 넣었다. 그리고 금술을 발동해 종말산의 호화로운 신전들을 모두 얼음 조각상으로 만들고 산 전체를 얼려버렸다.이 모든 것을 마친 부전주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그는 기절한 북라국 국주를 데리고 구름을 타고 황천관으로 날아갔다.황천관.현모가 이끄는 십만 구주군은 이미 북라국의 부대를 거의 섬멸했다. 남은 북라국 군대는 30여 개 귀족 영지에서 모인 병력으로 마음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각자 다
무너지는 전선을 바라보는 데이로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그는 최선을 다해 흩어진 잔병들을 모아 황천관 안으로 돌아갔고 다시 한번 군심을 안정시켰다.삼백만 명 중 절반이 사라져서 이제는 백만 명 정도만 남아 있었다.이때 구주군 십만 명이 황천관 관문을 공격하고 있었다.“암부의 정태웅이 왔으니 주작도 곧 도착할 것이다.”“이 데이로는 북라국의 명장다워.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태어났어. 화진의 적대 편에 서는 게 아니었는데.”이대로라면 화진이 승리할 것은 분명했지만 구주군도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낼 것이다. 이건 현모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이 전투에서 북라국을 완전히 제압해야 한다. 북라국의 기를 죽이지 못하면 삼백만 명을 모두 죽여도 소용없다.현모가 황천관으로 돌격해 데이로를 직접 상대하려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기세가 황천관을 휩쓸었다.구주군 상공의 국운 기세가 극에 달했고 구주군 전사들은 하나같이 끝없는 힘을 받은 것처럼 북라국 대군을 미친 듯이 공격했다. 이 십만 구주군은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저하께서 오셨다.”현모가 구주군의 변화를 눈치채자마자 윤구주의 전음이 도착했다.“상황을 안정시키고 네 성수인으로 그들을 모두 진압해. 저걸 봐. 북라국 광전사보다 더 미친 것 같지 않나?”전음을 받은 현모는 즉시 술법을 운용해 성수 전법의 기세로 구주군의 미친 기운을 진압했다. 이성을 되찾은 구주군은 다시 질서 있게 공격을 개시했다.이때 금빛 그림자가 하늘에서 떨어져 황천관 지휘지역으로 추락했다.동시에, 천여 명의 검은 망토를 입은 자들도 하늘에서 떨어졌고 순식간에 수만 명의 북라국 전사들을 깔아 죽였다.도착한 것은 바로 윤구주와 지하궁전의 꼭두각시들이었다.꼭두각시들은 하늘에서 떨어지자마자 북라국의 남은 부대를 공격했고 동시에 데이로를 포위했다.지휘 체계가 무너진 데다가 구주군이 저하를 외치자 북라국 전사들은 구주왕이 직접 왔다는 것을 알고 군심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번에는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30여 개
북라국을 완전히 누르려면 데이로처럼 애국심이 강하고 시비를 분명히 하는 사람을 국주로 세워야 후환을 없앨 수 있다.“구주왕, 당신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라국의 총사령관입니다. 누구든 항복할 수 있지만 저는 항복하면 안 됩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데이로에게 항복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마친 후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북라국 안으로 돌아갔다.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있었다.총사령관이 물러나자 나머지 북라국 전사들은 완전히 중심을 잃었고 항복하면 무죄라는 한 마디에 거의 백만 명이 무기를 내려놓았다.데이로는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성공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눈 덮인 숲속으로 사라졌다.“하, 거참. 저하, 일부러 그런 거죠?”정태웅이 어느새 윤구주 옆에 와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뭐라고 했어? 예의 없이.”윤구주는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정태웅을 시멘트 구덩이로 날려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왕이 후방 대군을 이끌고 황천관에 도착했다.그가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북라국의 항복한 병사들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는 것이었다.이 평민들은 지금까지 배고픔에 시달렸고 7일 동안 배불리 먹지 못했다.북라국은 심한 눈 폭풍을 겪었고 각지의 귀족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며 그들을 전쟁터로 데려왔다.백만 명의 평민을 위해 동시에 밥을 짓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었다.“저하, 일부러 데이로를 놓아준 건가요?”이때 도착한 현모가 물었다.“데이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윤구주는 현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명장답습니다. 전쟁이 이 지경까지 왔고 이렇게 열세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 군에 일정한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병사를 거느리는 능력은 우리 화진에서도 장군의 직위를 받을 만합니다.”현모는 사실
한 번의 술법으로 빙신전 부전주를 날려버린 주작은 약간 당황했다.‘이런 인물은 곤륜에서도 강자로 꼽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가 있지? 게다가 방금 그 역겨운 미소는 또 무슨 뜻이었나? 그리고 빙신전 부전주가 대체 왜 북라국 국주를 데리고 있지?’하늘 위에 있는 북라국 국주는 너무 추워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주작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녀가 빙신전 부전주를 때리는 것을 보고 즉시 주작에게 구원을 요청했다.“이봐! 나는 북라국 국주야. 어서 나를 호위해라.”“그게 뭔 개소리야?”주작이 그를 죽이려는 순간 정태웅의 연락이 도착했다.“누님, 저하께서 도망친 북라국 귀족들을 암살하라고 하셨어요. 위치는 이미 보냈으니 얼른 가보세요.”“저하가 황천관에 도착하셨니? 그럼 거긴 내가 필요 없겠네. 그보다 저하께 왜 빙신전 놈들이 북라국 국주랑 같이 있냐고 물어봐 줘.”주작은 의혹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이때 빙신전 부전주가 초라한 모습으로 날아오더니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주작님! 저는 지금 당신들과 같은 편입니다. 저하께서 제게 북라국 국주를 데려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뭐라고?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우리 저하께서 어떻게 너희 빙신전과 협력할 수 있겠냐.”주작은 엄청난 목소리로 외치며 바로 결전을 벌이려 했다.이때 윤구주의 전음이 도착했다.“당황하지 마라. 이 녀석은 우리에게 투항해 지금 내 노예가 되었다. 아직은 쓸 데가 있으니 잠시 목숨을 붙여두고 우리 화진을 위해 속죄하게 하라.”이 말을 들은 뒤에야 주작은 기세를 거두었다.“보세요, 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죠? 저는 지금 당신들과 한 편입니다. 전 이제는 곤륜의 가짜 신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저도 화진 사람입니다!”빙신전 부전주가 서둘러 말했다. 주작은 윤구주의 휘하 군신으로 화진에서 지위가 높으니 그녀를 잘 보좌하는 것이 옳았다.“입 다물어. 너 같은 놈이 우리 화진 사람이 되겠다고? 이건 우리 화진의 피를 더럽히는 짓이다. 그리고 너는 우리 저하의 노예
데이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국면을 역전시켜 북라국을 부흥시키고 싶었다. 끝까지 이렇게 버틸 수만은 없었다. 개혁하지 않고 신들을 타도하지 않으면 결국 나라가 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 데이로 같은 천민 출신은 영원히 출세할 길이 없었다.절망의 그림자가 모든 사람을 덮쳤고 모든 전사는 긴 전투에 지쳐 있었다. 윤구주가 그들을 추격하지 않아도 이 눈 덮인 숲만으로도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데이로가 고민에 빠진 그때 빙신전의 부전주가 도착했다.하늘에서 내려온 빙신전 부전주 곁에는 반쯤 얼어 죽은 것 같은 북라국 국주가 있었다.삼천 명의 전사들은 즉시 정신을 차렸고 갑자기 나타난 자가 빙신전의 신임을 알고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데이로는 이 신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았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현재 아사 신전의 지원군은 보이지 않았지만 빙신전과 연합하면 다시 반격할 수 있을 것이다. 화진이 황천관을 점령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틈을 타서 갑자기 공격하면 패배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저는 데이로입니다.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신을 뵙습니다. 국주님...”데이로는 국주가 왜 빙신전 사람과 함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재 가장 급한 일은 전쟁이었기에 국주를 잠시 제쳐두었다.“야, 말해, 내가 방금 너한테 뭐라고 했지?”빙신전 부전주가 국주를 한 번 훑어보자 국주는 겁에 잔뜩 질린 채 존재감을 낮추었다.그는 부전주가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데이로를 대할 때는 국주의 위엄이 다시 돌아왔다.“건방지구나, 데이로. 내가 언제 너를 북라국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느냐? 너는 고작 작은 단장일 뿐이야. 네가 이분을 참배할 자격이 있느냐? 예법에 따라 엎드려 대답하라.”이 말을 들은 데이로는 이 노골적인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할 뻔했다.국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총사령관은 허위적인 직위였고 데이로는 단장에 불과했다. 이것이 북라국 천민 출신의 장수가 얻을 수
영원히 환생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충성스럽게 나라를 지키다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데이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쏜살같이 달려 나가 북라국 국주를 땅바닥에 내던졌다.“건방진 놈. 이 천민이 뭘 하려는 거야?”북라국 국주는 항상 횡포를 부리던 터라 데이로가 감히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내가 뭘 하겠냐고? 전쟁은 너희가 일으켰는데 우리가 전선에서 피를 흘리며 희생하고 너희는 편안하게 즐기기만 했잖아. 이기면 명예와 땅, 보석은 모두 너희 것이고 지면 죽는 건 우리 천민뿐인데 이 승패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우리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저주받아야 하냐? 북라국은 조만간 너희들 손에 망할 것이야. 그러니 나는 천하를 뒤집어볼 것이다.”데이로는 분노에 찬 주먹을 휘둘러 북라국 국주의 머리를 날려버린 뒤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주먹을 한 방 또 한 방 휘둘러 지금까지 참아온 분노를 마구 쏟아냈다. 분노를 모두 쏟아낸 데이로는 완전히 무너졌고 하늘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으로 가득했다.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데이로의 삼천 명 형제들이 달려와 으깨진 북라국 국주의 시체를 짓밟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살점을 뜯어먹기까지 했다.데이로는 이제야 모두가 북라국 귀족들에게 불만이 가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북라국 백성들은 귀족으로 인한 고통을 오랫동안 겪어왔지.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때가 된 것을 본 빙신전 부전주가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무슨 뜻이냐? 우리 북라국이 너희 빙신전을 위해 일하길 바라는 거냐? 내 눈에서 너희와 아사 신전은 다를 바 없다. 네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지난 몇 년간 우리 북라국 백성들을 해친 건 바로 너희들이야.”데이로는 부전주를 노려보며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한탄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손을 썼을 것인데.“말 잘했네. 빙신전과 아사 신전은 모두 한통속이야. 곁에 있는 대국을 본받고 가까이하는 것이 정확한 길이다.”빙신전 부전주가 웃으며 말했다
진동왕은 해결할 방법이 없어 윤구주를 찾아가 이 일을 알렸다.“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북라국과 화진의 접경한 국경 주변에 도시 몇 개를 건설합시다. 우리 북역 삼주는 모두 곡물 생산이 많은 지역이라 백만 명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우선 그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게 도와줘야겠네요. 북라국 국경 쪽은 광물이 많죠? 도시를 건설하면 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잖아요. 저는 몇 년 안에 국경이 번영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국경 무역만으로도 북라국 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이에요.”윤구주가 말했다.진동왕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그가 북라국과 연합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진동왕이 윤구주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북라국 경제를 일으켰다가 나중에 배신당할까 봐 걱정이었다. 북방 여러 나라들이 모두 배은망덕한 놈들이었기에 그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나쁜 것은 사람 마음이죠. 하지만 고통받는 것은 백성들 뿐입니다. 백성들이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 전쟁의 목적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입니다. 제가 북라국 귀족들을 완전히 없애고 은혜를 아는 군주를 북라국의 국주로 세우면 미래에 북라국은 우리 화진 최고의 협력자가 될 것입니다. 아저씨 걱정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곡물은 모두 우리 화진에 있으니 화진이 흥하면 북라국도 흥할 수 밖에 없죠. 두 나라의 이익이 하나가 되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고 그들을 괴롭히는 귀족들도 사라졌는데 누가 자신의 밥그릇을 깨려 하겠습니까?”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좋아. 그럼 모든 것을 네 명령대로 할게. 지금 바로 우리 화진 북역 삼주에서 곡물을 운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기초 시설을 건설해야겠어.”진동왕이 중얼거렸다.진동왕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윤구주는 누군가를 떠올렸다.“상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강성의 주세호를 불러오세요. 제 사람이니 믿고 쓸 수 있어요.”“주세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주 회장님인가? 이 둘이 같은 사람이었어?.”진동왕이
“주작, 현모, 화진의 군신이라. 하하. 네놈들이 말해봐라. 내가 지금 구주왕을 배신한다 해도 너희들이 나를 막을 수 있겠나? 이전엔 너희 셋이 힘을 합쳐도 백여 합 버티는 게 고작이었지. 지금은 내가 황자급 경지에 올랐고 백호는 얼어붙어 잠든 상태라 너희 둘밖에 없는데 뭘 할수 있겠니? 난 세 방이면 충분히 너희들의 목을 벨 수 있어.”빙신전 전주가 비웃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작은 두 눈을 부릅뜨고 빙신전 전주를 바라보았다. 설령 그렇다 해도 두려울 것 없다. 당장 빙신전과 결전을 벌이려는 순간 현모가 침착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주작, 진정해. 저놈이 배신할 마음이 있다 해도 최소한 저하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 거야. 문아름처럼 똑똑한 여자도 실패하지 않았나? 저놈에겐 그럴 배짱이 없을 거다.”막 황자급 경지에 올라 기분이 좋았던 빙신전 전주는 현모의 말에 불쾌해졌다.윤구주를 배신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그는 이미 윤구주에게 정신적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상태라 생각이 바뀐 지 오래 되였다. 윤구주가 이번 원정에서 실패한다 해도 최소한 생존은 보장될 것이고 윤구주를 따라 황자급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윤구주의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권력을 누리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그의 현재 실력으로는 결코 4대 군신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됐어.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지. 4대 군신은 정상이 하나도 없구만. 구주왕님이 떠나기 전 내게 전음을 남기셨다. 아사신족의 잔당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이 전법을 파괴하라고 말이야. 너희 저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그분은 곤륜에서도 학살을 벌인 자야. 신계의 결계쯤이야 가뿐히 넘어설 거다.”이 말을 들은 주작은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빙신전 전주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현모, 구주왕님이 너에게 지휘를 맡기셨다. 내가 최선을 다해 협력할 테니 요구사항이 있으면 말해라. 단 헨드리 문제는 우리 빙신전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재권 따위 이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윤구주가 황인으로 만든 전법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전법이 사라지면 세 인황과 백 명의 왕, 수만 영령들이 사라질 것이다.마지막 순간, 헨드리에 사는 화진 사람들이 현재 화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편집해 헨드리의 제일 큰 광장 스크린에 올렸다.화려하게 발전한 화진의 모습을 본 영령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세 인황과 왕들은 모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고 통일된 왕조를 세운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왕조를 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왕조가 번성에서 쇠퇴로 기울면 그 순간 화진에 재앙이 밀려온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집된 영상 속 화진의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했다.“선배님들, 화진은 이미 수많은 고비를 딛고 넘어섰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났으니 안심하십시오. 화진에 저 윤구주가 있으니 마음 놓고 돌아가세요. 저 윤구주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화진에 재앙을 가져오는 놈들의 뿌리를 뽑아 영원한 태평성대를 만들겠습니다.”전법이 사라지며 영령들은 천지로 흩어졌다. 고인들은 돌아올 수 없지만 그들의 영령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천지 영기는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다.영령들이 흡수했던 영기는 신들이 소멸할 때 천지에 되돌려졌다. 후손들이 능력만 있다면 화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분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화진이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근본이었다.수백 년, 심지어 천 년이 지난 후 윤구주도 세 인황처럼 선대 인황이 되어 후손들에게 소환될지 모를 일이었다.이 생각에 윤구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주군 장수들과 암부 대원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격앙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문아름, 너의 비뚤어진 마음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야. 넌 나를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화진의 선조들을 대적하는 것이다. 죽어도 갚지 못할 빚을 진 채 선조들조차 너를 가만 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화진에 부끄럽지 않아. 설령 언젠가 죽어 흔적도 없이
“도망칠 생각 말라. 사악한 신이여 목숨을 내놓아라.”세 인황이 돌진하자 백 명의 강자들이 그들을 뒤따르며 도망치려는 타이탄 거신의 영혼을 공중에서 가로막아 산산조각냈다.“우와 대박! 과연 화진의 옛 황제님이시여.”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던 백호가 세 인황을 향해 외쳤다.진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두 인황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타이탄 신의 잔여 영혼 정수를 모아 강제로 백호에게 주입했다.에너지가 체내로 들어오자 백호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고 정신이 혼미해져 폭주 상태에 빠졌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윤구주가 천주 금술을 발동해 백호의 의식을 봉인했다.휙!세 인황의 의도를 알아챈 빙신전 전주도 술법을 써서 백호를 얼음 속에 가뒀다.“구주왕님의 이 부하는 보통사람이 아닌 듯하군요. 영혼을 삼켜 경지를 올릴 수 있으니 정말 신기한데요. 다른 사람이라면 마인이 되었을 텐데 이 자는 원래부터 미친놈이라 오히려 영향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군요.”빙신전 전주가 중얼거렸다.“그건 개소리야. 저놈이 음혼을 삼킬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양도의 혼이라면 순식간에 타버릴걸.”윤구주가 투덜대자 그 말을 들은 빙신전 전주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하의 음기로 수련을 했기 때문에 음혼이 될 수밖에 없었다.정확히 윤구주만이 이 폭주하는 백호를 길들일 수 있었다. 다른 이라면 이미 백호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드디어 해결되었다.화려한 도시의 십 분의 일이 폐허가 되었고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유라비아 전체를 구한 대가치고는 합당했다.세 인황과 수백 명의 왕, 그리고 수만 영령이 전법 주변에 모였다. 전법아래에는 화진에서 온 장군들과 암부 대원들이 선조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미래의 화진을 못 보았으니 참 아쉽구나.”당국의 인황이 한숨을 내쉬었다.세 인황 중 제일 인자했던 그는 백성을 가장 아끼던 존재였다.“그만하세. 우리가 할 일은 다 했다네. 이젠 우리
“세 번째 방법은 바로 천지의 영기와 음양오행을 빌려 황자가 되는 거야. 이 방법으로 황자급 경지에 오른 자는 모든 천지 속성을 흡수해 약점이 없으니 무적이라 불리지.”윤구주의 말에 빙신전 전주가 흥분하며 물었다.“구주왕님, 그럼 제가 가장 강한 황자인가요?”윤구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내 말은 네놈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다. 너는 천령을 내버려 두고 지하 음기를 빨아들였잖아. 전에 내가 박살 낸 빙황보다는 강하지만 그자의 경지가 너보다 높았으니 너희 둘이 싸우면 넌 여전히 졌을 거야.”“네?”빙신전 전주의 얼굴이 축 처졌다. 황자가 되면 윤구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빙신전 전주의 경지 돌파에 이어 다른 빙신전 수련자들도 많이 강해졌고 현모, 주작, 백호 세 사람의 경지도 급상승했다. 주작은 구오 대원만 경지, 현모는 구오 후기, 백호는 극 신급 절정 중급에 도달했다.반면 기사들의 성장은 미미했다. 이들은 수련한 적이 없었고 영기를 정화하는 방법만 익혔기 때문에 근육이 더 발달하고 힘만 세졌을 뿐이었다.“참 훌륭하군. 내가 알기로 화진 역사에서 자네와 같은 경지에 오른 자는 먼 고대의 황제뿐이었어.”무제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다른 두 인황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화진이 윤구주의 손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세 인황은 용기의 가호를 받으며 타이탄 최강의 거신을 협공했고 다른 왕들은 일반 타이탄 신들을 상대했다.그들의 공격에 타이탄 신들이 차례로 쓰러지자 주작과 청해가 법기로 그들의 시신을 수거했다. 이 경지에 오른 수련자의 몸은 귀중한 보물이니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놓아둘 수 없다.타이탄 거신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마침내 최후의 타이탄 시조신만 남았다.세 인황이 힘을 합쳐도 시조신을 잠시 억제할 수 밖에 없었다. 술법을 쓰지 않는 상대임에도 쓰러뜨리기 어려웠다.“이봐, 네 전법이 거의 끝나가니 계속 구경만 하지 말고 어서 나서라.”진왕이 윤구주를 향해 소리쳤
황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윤구주의 모습에 빙신전 전주는 강자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갈아엎어야 했다.‘인황은 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고대 화진의 인황이 구주 오방을 통일한 게 당연했어.’화진의 옛 황제들과 왕들이 힘을 발휘하자 공중에 화진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세가 하늘을 뚫고 천지를 뒤흔들었다.힘이 약한 사악한 괴물들은 이미 소멸되었고 강력한 파라오는 무제의 창에 찔려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갔다. 당국의 왕은 다른 고대 문명의 신을 단칼에 베어 죽였다.사악한 기운마저 이 황제들과 왕들에 의해 정화되고 있었다.이제 헨드리에 남은 적은 타이탄 신뿐이었다.사악한 기운에 빙의된 고대 신들과 달리 타이탄 신은 실체를 가진 수련자들이었다.술법을 쓰지 못하지만 몸을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단련한 그들은 무적에 가까웠다. 황제들과 왕들이 이끄는 영령 군대는 타이탄 신족과의 결전에서 별다른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이 영령들은 문물과 흩어진 영기에 의존해 잠시 소환된 존재들이었기에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수련자들을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불길을 더 크게 지펴야겠군.”“구양진용결!”“구음만상결!”“백호, 주작, 현모의 성수여 제자리로 돌아가거라.”아홉 마리 진용이 구름을 뚫고 내려와 왕도 상공에 떠 있었다.황제들과 왕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전 진용 천자라 불렸던 그들은 용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었기에 그 기운을 마음껏 흡수했다.나머지 영령 전사들은 만상의 힘을 흡수해 한 단계 진화했다.백호, 주작, 현모의 정혈이 윤구주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 성수가 삼각형을 이루며 세 가지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청룡이 부족하구나. 청룡의 정혈이 없으니 환영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지.”윤구주가 청룡 성수의 환영을 소환해 나머지 한쪽을 지키게 했다. 네 성수가 모이자 천지의 영기가 배로 증가하였다.무궁무진한 영기들이 영령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구주군 장군들과
윤구주가 쓴 술법은 서요산의 금술에 구양진용결을 더한 것이고 인황인은 윤구주가 곤륜에서 스승들로부터 미리 전수받은 것이다.인황인을 윤구주에게 전수한 목적은 단순했다. 미래에 윤구주가 인황이 될 수 있다면 천지의 영기를 호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만약 되지 못하면 인황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인황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술법으로 천술을 넘어 전설 속 성술에 해당하는 경지였다.마치 격렬한 태양과 같은 금빛 인장이 서서히 떠올랐다. 이것이 전설 속 인황인이었다.인황인이 응축되며 천지의 영기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이 영기들은 헨드리가 과거 화진에서 약탈해 간 고대 유물들 속으로 스며들었다.개방되지 않은 보물관 한쪽에서 청동 검 하나가 영기를 흡수하더니 진동하기 시작했다.이상을 감지한 박물관 관장이 달려왔다.“이 검은 화진 진왕의 칼인데. 대체 무슨 일어난 거지?”진왕의 검에서 엄청난 위압을 가진 한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과인을 깨운 자가 누구냐? 과인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을 터. 새로운 인황이 천지 영기를 모아 과인의 영혼 잠시 소환한 모양이로군.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좋다. 인황이 부른다면 과인도 황인을 받들어 다시 한번 전장에 나서겠노라. 진국의 병사들이여, 어디 있느냐?”우웅!전시관에 보관된 진국의 문물들에서 눈 부신 빛이 솟아올랐다. 영혼의 형체들이 정신을 되찾으며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순식간에 천 명의 영령 군대가 결집되었다.“폐하를 뵙습니다.”“그래. 짐이 바로 천자다. 여러 장수들은 명을 들어라. 짐을 따라 관문을 나서 사악한 마귀들을 섬멸하라.”진왕이 진국 병사들을 이끌고 전시관을 뛰쳐나오자마자 바로 다른 문명에서 온 고대 사신들과 맞닥뜨려 싸움을 벌였다.지하 보물실에서는 당국의 인황이 병사를 이끌고 지면으로 뛰쳐나와 타이탄 신을 향해 돌진했다. 술법으로 깨어난 무제가 친위대를 거느리고 고대 이집트 미라 군단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이들은 화진의 옛 인황들이었다. 왕의
함대 지휘실에서 작전을 지시하던 명필무가 드론으로 전송된 헨드리 왕도의 영상을 확인했다.그 영상을 본 구주군 장군들은 왕도 안의 마물들이 방금 함대가 섬멸한 괴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왕도의 인구가 너무 밀집해 있어서 우리에게 무기가 있어도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네.”명필무가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했다.왕도가 함락되고 헨드리 수천만 명의 시민들이 괴물들에게 찢겨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명필무는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일단 포격이 시작되면 그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방금과 같은 조건에서만 명필무는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사령관님, 저하께서 금방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이 해역을 잘 지키고 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해결되면 구조를 위해 왕도 항구 안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입니다.”구주군의 한 장군이 윤구주로부터 온 전음을 명필무에게 전했다.“오? 그 말은 구주왕께서 이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거로군.”명필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윤구주가 어떤 방법을 쓸지 알 수 없었지만 화진의 인황인 그에게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 믿었다.한편, 헨드리 왕도의 빙신전 수련자들은 한창 고전 중이었다.현모는 혼자 성수인을 발동해 수백만 헨드리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성수인으로 형상화된 성수의 금빛은 점점 희미지고 있었는데 이는 현모의 정기가 고갈되어 버티기 힘들어졌음을 의미했다.가장 처참한 이는 빙신전의 전주였다. 그는 정혈을 끌어내어 목숨을 걸고 회의실을 지키고 있었다.“구주왕님, 저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차피 이 천술대진이 깨지면 저도 죽을 목숨이니 마음대로 하십시오.”빙신전 전주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그가 저항을 포기하려던 순간 회의실 건물 옥상에 있던 윤구주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손에 들고 있던 동화책을 높은 하늘로 던지며 뭐라 외치자 동화책은 화려한 자색 빛을 뿜어냈다.동화책은 한 장씩 풀려나갔고 페이지마다 고대의 신비로운 부호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팔기지, 천주금술.”“팔기지, 부자
헨드리는 술법으로 깨어난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듯했다.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들이 인간 세상을 배회하고 있어 마치 진정한 세계의 종말이 온 듯해 보였다.부활한 고대의 사악한 영혼들이 곳곳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타이탄 신들마저 인간 세상에 강림하자 헨드리는 완전히 절망에 휩싸였다.괴물들이 너무 많아 황혼 기사단과 빙신전의 인원들이 전부 동원되었음에도 그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괴물들과 타이탄 신들이 함께 회의실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빙신전의 전주가 홀로 현빙전법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법기를 동원해 연이어 금술을 펼쳤다. 그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구주왕님, 어서 나서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저도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빙신전의 전주가 서둘러 윤구주에게 전음을 보냈다.사실 현재 난동을 부리고 있는 괴물들은 빙신전 전주 같은 강자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지만 윤구주와의 협약이 있었기에 도망갔다가는 참혹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일단 버텨라. 아직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니다.”윤구주가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의 전법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르렀기에 다른 일에 정신을 팔 수 없었다.웅!헨드리 상공에 세 가지 수력이 연이어 나타났다. 백호, 주작, 현모 세 사람이 성수인을 발동시키자 세 성수의 화신이 세상에 강림했다.현모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헨드리의 민간인들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주작은 깃털의 수호신과 하나가 되어 붉은 그림자로 변해 괴물들 사이를 누비며 암살 기술로 수백 마리의 괴물들을 처리했다.그들 중 성격이 제일 괴팍한 백호는 가장 강한 괴물들만 골라 싸웠다.다른 이들에게 이곳은 지옥이었겠지만 싸움을 즐기는 백호에게 괴물들이 가득한 헨드리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슈욱!백호와 한 타이탄 거신이 맞붙었고 두 사람은 고층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약한 괴물들이 두
그 사령들의 목표는 각 제단 주변의 고대 문물들이었다.하늘에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사방에서 검은 기운이 벽을 이루며 헨드리를 봉쇄했고 순식간에 헨드리와 외부의 연결이 끊겼다.사령이 빙의되며 고대 문명의 신들이 부활했다.지하 동굴에서는 무수한 죽은 자들이 석관을 부수고 나왔다. 괴이한 빛을 내는 해골들이 성전 기사들과 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더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성전 기사단장이 앞장서자 다른 기사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해골들과 맞붙었다.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도 열심히 싸웠지만 열병기로는 해골에게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불꽃만 일으킬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폭발이 가능한 화약만이 미약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격전이 시작되었다. 앞장선 기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이 고대 신들을 막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해골들은 무적일 뿐만 아니라 고대 신술까지 사용할 줄 알았다.신술때문에 수많은 성전 기사들이 폭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윌리엄의 특수 부대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박물관에서는 파라오와 그의 미라 하인들이 부활했는데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의 대제사장이 파라오 본인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망할! 저 극 신급 절정 후기 대제사장은 황자에 근접한 실력을 갖췄어.”양쪽의 실력 차이가 엄청 낫기에 청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했다.차가운 기운이 응집되며 박물관 전체가 얼어붙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모래가 얼음을 깨고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뜨거운 모래는 주변의 차들을 얼음처럼 녹여버렸을 뿐만 아니라 지면까지 녹여버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수많은 기사도 뜨거운 모래에 삼켜져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구주군의 한 장군도 심한 화상을 입었다. 윤구주가 전수한 공법이 없었다면 그도 기사들과 함께 모래 속에 묻혔을 것이다.같은 상황이 헨드리 왕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헨드리가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온 고대 문물들이 모두 부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