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형재가 정말로 동의하려고 하자, 도자가 속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구진철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현문에서 손형재의 입김이 워낙 센 터라 사람들은 그가 결정한 것에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구 장로님, 이제 어떡하죠?”이상 징후를 포착한 현문의 한 제자가 참지 못하고 구진철에게 묻자, 구진철이 답했다.“뭘 어떡해? 지금 유일한 희망은 다른 종문이 와서 도자를 막아주기를 바랄 뿐이야.”다른 제자들이 이 말을 듣더니 침묵했다.…국경에 있는 흑여산맥, 설국이 화진의 속국이 된 이후로 윤구주는 이곳에서 마음 편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박천후의 40만 북방군과 염수천의 10만 금위군도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흑여산맥의 지휘실 안에서 박천후의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저하! 이제 어쩔 계획인지요? 서울로 돌아갈 건가요? 아니면 여기 흑여산맥에 계속 남아있을 생각인가요?”박천후가 질문을 던지자, 옆에 있던 염수천도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올려다보았다.윤구주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말했다.“당분간 서울에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강성을 좀 돌아볼 생각이야.”“강성이요?”윤구주가 남부 도시인 강성을 언급하자, 박천후와 염수천은 깜짝 놀랐다.“잘 생각하셨어요.”윤구주는 사색에 잠겼다.서울로 간 이후로 강성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으니 갈 때도 된 것 같았다.강성에는 여전히 연규비, 박창용, 백경재, 주세호, 그리고 천하회의 원성일 등 친숙한 사람들이 있었다.물론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소채은도 있었다.그녀를 생각하자, 한동안 강성으로 발걸음하지 않아서 윤구주는 죄책감이 몰려왔다.“저하, 어차피 우리 둘도 할 일이 없으니 함께 가면 안 될까요? 창용 씨를 본지도 오래됐고 해서.”윤구주 휘하의 10대 장수인 박천후, 박창용, 염수천은 친형제보다 가까운 사이었다.윤구주가 강성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박창용이 그리워졌다.“그러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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