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용이 용인 빌리지에 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그가 윤구주의 소식을 가지고 왔을 것으로 생각한 백경재, 주세호, 그리고 소청하 부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모두가 앉아 있는 대청마루에 연규비가 들어왔다.“규비 여신님, 박 사령관이 무슨 소식을 가지고 온대요? 저하에 관한 소식인가요?”백경재가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연규비에게 묻자, 연규비가 답했다.“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박 사령관의 말투로 보아 그런 것 같아요.”“하하! 이런 경사가 또 어디 있을까. 우리 저하의 소식이라니요.”감격에 겨운 듯 백경재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서울로 떠난 반년이란 시간 동안에 윤구주는 문벌과 세가와 싸우느라 강성에 있는 식구들을 신경 쓰지 못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이들을 버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저하가 저희를 버리지 않았다고 제가 말했잖아요.”주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모두가 대청마루에서 창용 부대의 총사령관인 박창용을 기다리고 있었다.한 시간이 흐른 뒤, 용인 빌리지의 아래에 3대의 지프 군용차가 나타났다.차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차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군복을 입고 실탄 장착한 총을 지니고 있던 경비병들이었다.그러고 나서 우람한 체구를 갖춘 박창용이 차에서 내렸다.“사령관님, 도착했습니다.”경비병의 말에 박창용이 고개 들어 용인 빌리지를 올려다보았다.“저하가 떠난 이후로 한 번도 오지 않았으니 꽤 오랜만이네. 다들 저하를 그리워하고 있겠지?”말을 마친 후, 박창용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이제 올라가 보자꾸나.”그는 경비병 몇 명과 함께 용인 빌리지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박창용과 경비병들이 용인 빌리지의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입구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백경재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박 사령관님, 이제야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말하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백경재를 바라보던 박창용은 하하거리며 웃었다.“백 대사님, 오랜만입니다.”“제가 얼마나 눈이 빠지게
이에 대해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박창용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설국의 선대 국주가 갑자기 붕어한 탓에 다른 새 국주를 임명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새 국주가 여성이라던데.”주세호가 말했다.“주 회장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설국의 젊은 국주가 왜 갑자기 붕어했는지는 알고 있나?”박창용이 또 묻자, 주세호가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주세호는 사업가인지라 국정에 대해 알 리 없었다.“참수당했어!”박창용은 큰 소리로 말했다.“네? 설국의 선대 국주가 참수당했다고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10국의 성원이었던 설국의 야심은 하늘을 찔렀어요. 특히 요 몇 년 동안에 우리 화진의 국경을 밥 먹듯이 침범한 탓에 그 대가를 치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설국은 군신, 광명 신전 등 거물급 인사들까지 잃었어요.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한 화진 사람의 소행이고요.”이 말을 내뱉는 박창용의 목소리는 격앙된 상태였다.“그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소행이에요?”소청하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화진 사람 한 명이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의 국주를 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소청하의 질문에 박창용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사람들에게 되물었다.“하하! 누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여러분은 짐작이 가시나요?”“박 사령관님, 혹시 구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총명한 연규비가 물었다.“네? 저하라고요?”백경재가 외치자, 소채은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주세호와 다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저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규비 여신님밖에 없네요. 맞아요. 설국의 국주를 참수하고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에게 굴복시키게 한 인물이 바로 저하에요.”박창용이 진실을 말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홀로 한 나라와 맞선 데다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니!”“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의
박창용이 말했다.“저도 잘 몰라요. 북방군과 황성 금위군이 흑여산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 외에 저하에 대해서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지금까지 감가 무소식이에요.”대청마루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모두 윤구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박창용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조차도 윤구주의 행방을 모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어휴. 언제면 저하를 만날 수 있을는지.”백경재가 탄식했다.다른 사람들도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탈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이때, 강성의 숨겨진 공항에 군용 헬기가 천천히 착륙하더니 군인들이 공항 외곽을 철저히 봉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중무장한 군인들로 채워졌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3명의 영웅인 박천후, 염수천, 그리고 윤구주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박 총사령관님! 염 통령님!”소령으로 보이는 한 장교가 박천후와 염수천이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차려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이 장교는 윤구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박천후가 이 장교를 힐끗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너희들은 이만 가봐.”“네!”그러자 두 줄의 군인들이 물러났다.“저하, 강성에 도착했어요.”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돌린 박천후가 공손하게 말했다.윤구주는 자리에 멈춰선 후, 강성의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는가? 용인 빌리지로 갈 테니 차 준비해.”“네!”차를 준비하라고 박천후가 서둘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박천후와 염수천을 데리고 용인 빌리지로 향하는 도중에 윤구주는 소채은과의 기이한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와 강성에서 보냈던 날들을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러자 박천후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저하의 얘기를 들어보니 채은 씨는 엄청 착하신 분이네. 그녀를 만난다면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려야겠어.”“그래.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염수천도 찬성했다.윤구주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채은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함과 함께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백경재는 즉시 공격 태세를 갖췄다.“백 선생, 날 죽이려고?”익숙한 목소리가 백경재의 귓가에 들려옴과 동시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늙은이가 꿈꾸고 있는 건가? 저하?”갑자기 나타난 예구주를 보더니 백경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백경재에게 다가갔다.“뭐야? 고작 반년 못 봤는데 날 잊은 거야?”“제가 어찌 저하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백경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하가 정말로 강성으로 돌아왔다고요?”백경재는 여전히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당연하지. 나 윤구주 맞아.”윤구주가 싱긋 웃자, 백경재는 자기 얼굴을 꼬집었다.통증이 느껴지고서야 그는 비로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맙소사! 저하가 돌아오다니! 저하가 정말로 돌아왔네요!”용인 빌리지의 내부를 향해 백경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주 회장님, 채은 씨, 규비 여신님, 어서 나와들 보세요. 저하가 돌아왔어요!”백경재의 말에 서둘러 뛰쳐나온 주세호, 연규비, 소청하 부부, 그리고 박창용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저하!”“내 사위가 정말로 돌아왔다고?”“저하가 돌아왔어!”익숙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윤구주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그래. 나야. 이 윤구주가 왔어.”윤구주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우리 사위가 드디어 돌아왔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윤구주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천희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잠깐, 천후 맞지? 수천도 있네. 너희들이 왜 저하 옆에 있어?”윤구주 뒤에 박천후와 염수천이 있는 것을 박창용은 발견했다.“하하하! 당연히 저하와 함께 창용 씨를 뵈러 왔죠. 그나저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저하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았으면서도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어요?”박
말을 마친 천희수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소채은에게 전화했지만, 소채은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얘가 왜 휴대폰은 끈 거야?”몇 번 전화를 더 해봐도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천희수가 답답해하자, 그녀 옆에 있던 소청하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구주야, 걱정하지 마. 채은이 네가 너무 그리워서 산책하러 나갔나 보다. 아마 곧 돌아올 거야.”소채은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윤구주는 조금 서운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강성의 스카이가든, 이곳은 소채은이 소씨 가문에서 쫓겨 난 후 소채은과 윤구주가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소채은과 그녀의 곁에 고분고분하게 누워있는 까망이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윤구주가 혼자서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 전체를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박창용한테서 들은 후부터 그녀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쓸쓸하기도 했다.기뻤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이 세상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사실이었고, 쓸쓸했던 것은 자신이 윤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하얀 다리를 껴안은 채 옆에 있던 까망이에게 물었다.“까망아, 그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천하를 뒤흔든 구주왕의 배필로 전혀 어울리지 않긴 해. 사실, 나도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평생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텐데…”말하다 말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소채은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부귀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의 바람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그녀가 혼자서 흐느끼며 울고 있을 때 갑자기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옆에 있던 까망이도 극도로 흥분하여 문을 향해 멍멍 짖었다.“누구세요?”소채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스카이가든은 그녀만의 사적인 공간이어서 부모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런
“채은아, 널 보러 왔어.”현관 입구에 있던 윤구주가 웃음 띤 얼굴로 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바라보자, 소채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윤구주를 껴안았다.손을 놓으면 그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꽉 잡고 있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윤구주도 자기 앞에 있는 소채은을 껴안으며 말했다.그가 기억하고 있던 소채은은 순수하고 착해서 나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비록 연규비, 이홍연, 그리고 연예인인 은설아와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윤구주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소채은이란 사실이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그들 옆에 있던 까망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마치 윤구주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듯 ‘멍멍’하며 짖어댔다.“드디어 돌아왔네! 난 또… 네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소채은이 흐느끼며 말했다.그녀도 사랑과 증오,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을 가진 평범한 여자인지라 윤구주의 정체를 알았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너무 훌륭하고 완벽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었다.“이 등신아. 내가 왜 안 올 거로 생각한 거야? 서울에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제야 오게 된 거야.”윤구주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그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나저나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흐르는 눈물을 닦은 소채은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묻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우리 둘이 함께 살았던 곳이잖아.”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방긋 웃었다.‘구주의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나 보다.’“서울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왜 이렇게 몰라보게 변했어?”소채은은 눈을 깜빡이며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내가 변했다고? 어떻게 변했는데?”윤구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전보다 더 멋있어진 것 같아.”소채은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녀의 말대로 전성기를 되찾은 윤구주
은설아는 마음속으로 윤구주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모하는 마음이 더 컸다.무예가 출중하다면 윤구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그녀가 그와의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수련한 것이었다.붉은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재이가 열심히 수련하는 은설아의 모습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설아 씨,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인제 그만 쉬도록 하세요.”윤설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할만해요.”윤설아의 말에 재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설아가 열심히도 수련하네.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수련하는 윤설아를 바라보며 용민이 혼자서 중얼거리자, 강철 몸을 가진 철영도 한마디 했다.“사랑 때문에 저 짓거리 하고 있는 거예요.”“뭣이라?”철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용민은 어리둥절했다.한마디만 내뱉고 철영은 정원 밖을 빠져나왔다.“야! 이 자식아. 말하다 말고 어디 가? 사랑 때문이라니?”용민이 그를 뒤쫓아가며 물었다.은설아가 한창 수련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얘기를 나누며 방 안에서 나왔다.“이놈아, 수이 소식이 아직 없다고?”말을 꺼낸 사람은 민규현이었다.“없어요. 형님.”천현수가 답했다.“수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민규현이 계속 말했다.“흑여산맥 쪽의 저하 소식은 없고?”“그쪽에서 보내온 소식통에 따르면 저하는 이미 그곳에서 떠났대요.”“그렇다면 서울로 돌아온다는 말이냐?”민규현이 서둘러 묻자, 천현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들의 말로는 서울 아니고 강성으로 갔대요.”“강성?”강성이란 말에 민규현은 어리둥절했다.“형님, 잊으셨어요? 형수님이 강성에 있잖아요.”천현수가 그에게 상기시켜 주자, 민규현은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맞아. 저하가 서울에 온 이후로 형수님을 본지가 꽤 되었으니, 강성에 가는 것도 이해는 되지.”“그건 그렇고 형님, 암부가 최근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대요.”천현수가 갑자기 화제를 돌
한참 지나서야 민규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종문이 움직인 것은 분명 저하 때문일 거야.”그 말에 천현수도 한마디 했다.“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의 실력 차가 분명하다고 해도 어찌 됐든 같은 줄기에서 뻗어져 나온 것이잖아요. 종문이 움직인 것은 저하가 전에 노룡산에서 세가를 학살한 것이 누설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현수야. 3개 종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라고 암부에 전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하라 하고.”민규현이 지시를 내렸다.“네!”…서울의 어느 숨겨진 지하 궁전, 절세미인인 문아름이 봉황관을 쓴 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문창정이었다.“할아버지.”“현문, 만불종, 칠수방 사람들이 모두 서울에 도착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문아름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문창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서두를 것 없어. 6대종문이 모두 모인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아.”문창정이 차분하게 답했다.“하지만 서요산은 물론 천도궁과 자운각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이들을 계속 기다려야 한단 말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구주가 설국을 수복한 이후 국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리고 육도진도 태산에 갔고요. 아마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아요.”문아름의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육도진이 태산에 갔다고?”“네.”“무슨 연유로?”문창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문아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황성 사람들이 비밀로 하고 있어서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들 말로는 조만간 국주의 움직임이 있을 거래요.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국주가 움직인 것은 확실해요.”‘그’라는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만약 국주가 정말로 구주의 편을 든다면 저의 왕위가 온전치 못할 것 같아요.”문아름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하긴 화진의 왕으로서 위대한 업적이 없다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긴 하
개인 비행장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는데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공수이 등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들은 매우 들떴고, 두 시간 전부터 그곳에서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만 윤신우는 그곳에 없었고 대신 윤창현과 윤정석 두 사람이 있었다.“태웅이 형님, 구주 형님께서 돌아오시면 우리 둘을 혼내지 않을까요?”공수이는 눈을 깜빡이면서 비행장 상공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태웅에게 물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형님들께 미리 얘기했어. 형님들께서는 우리가 몰래 서울을 벗어났다는 얘기를 저하에게 알리지 않을 거야.”정태웅은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요?”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당연하지. 이 형님은 아주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고!”“하하, 역시 형님은 대단하시네요! 정말 듬직해요!”공수이는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사람들은 계속 비행장에 서서 윤구주를 기다렸다.얼마 뒤, 호화로운 전용기가 상공에 나타났다.“왔어!”“저하께서 돌아오셨어!”다들 흥분했다.윤창현과 윤정석도 기뻤다.“우리 조카가 드디어 돌아왔어. 하지만 신우 형님은 우리 조카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지 못하네.”윤창현이 탄식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구주가 언젠가는 형님과 화해할 거라고 믿어요.”“휴, 그랬으면 좋겠어.”윤창현이 탄식하며 말했다.하늘에서 호화로운 전용기가 서서히 착륙하자 윤구주의 형제들은 서둘러 맞이했다.전용기 문이 열리면서 흰옷을 입은 멋진 윤구주가 도착했다.윤구주의 뒤에는 아름다운 연규비와 소채은이 있었고 백경재도 있었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구주 형님,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구주야, 돌아왔구나!”다들 윤구주에게 인사를 건넸다.윤구주는 형제들 외에 윤창현과 윤정석도 있을 줄은 몰랐다.그는 웃으면서 그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그의 뒤에 있던 소채은은 낯선 얼굴들을 보자 저도 모르게 긴장하면서 몸을 살짝 뒤로 물리며 뒤에 섰다.“연규비 씨도 오셨군요!”
“홍연아, 진정해. 할머니가 이제 구주한테 물어본 뒤에 자세히 얘기해줄게.”하미연은 이홍연을 설득할 수 없는 것 같자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끌기로 했다.그러나 이홍연에게 그런 방법은 먹히지 않았다.이홍연은 울면서 말했다.“상관없어요! 전 구주가 직접 제게 설명해 주길 바라요. 대체 어떤 불여우가 구주의 마음을 빼앗은 건지 볼 거예요! 할머니, 솔직히 얘기할게요. 구주는 이미 제 몸을 가졌어요. 저는 이번 생에 오직 구주뿐이에요. 아무도 제게서 구주를 빼앗아 갈 수 없어요!”이홍연은 상황을 전부 얘기했다.하미연은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눈을 끔벅이며 이홍연에게 물었다.“그게 정말이니?”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죠!”하미연은 그 말을 듣고 기뻐했다.“그래, 그래! 홍연아, 지금부터 마음 놓거라. 그놈이 네 몸을 가졌다면 평생 널 책임져야 해. 만약 걔가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내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다!”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이홍연은 그제야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할머니, 꼭 제 편을 들어주셔야 해요!”“그럼, 그럼. 지금부터 넌 우리 윤씨 일가의 며느리야. 할머니는 당연히 네 편이 되어줄 거란다.”하미연이 가슴을 툭툭 치면서 장담했고, 이홍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서울 상공, 호화로운 전용기가 서울 안으로 들어왔다.호화로운 전용기 안에는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의 곁에는 백화궁의 연규비, 백경재, 그리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소채은 세 사람이 있었다.윤구주는 폐황령이 내려졌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서울에 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그는 반드시 당장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다만 이번에 윤구주는 사람들을 많이 데려가지 않았다.그는 오직 세 명만 데려왔다.주세호와 박창용 등 사람들은 데려오지 않았다.“저하, 저희 서울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와, 여기 강성보다 몇 배는 더 화려한 것 같은데요?”백경재는 유리를 통해서 아래의 화려한 도시의 밤경치를 바라보며 감탄했
“당연하지. 그러게 왜 쓸데없이 입을 놀려?”정태웅이 원망하듯 말했다.“태웅이 형님, 이건 제 잘못이 아니죠! 태웅이 형님이 그러셨잖아요. 강성에 구주 형님의 예쁜 아내가 있다고요.”공수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너한테 얘기한 거잖아. 그런데 그걸 왜 공주님께 얘기한 거야?”“왜요? 말하면 안 돼요?”“당연하지! 생각해 봐. 우리 저하와 공주님은 어렸을 때부터 죽마고우로 자랐고 공주님은 저하를 굉장히 좋아했어. 그런데 너는 공주님께 저하께서 아내를 찾으러 갔다고 했잖아. 누구라도 그런 말을 들었다면 널 죽이고 싶었을 거야.”정태웅이 말했다.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였다.“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 태웅이 형님, 이제 어떡해요?”공수이는 두려운 얼굴로 정태웅에게 물었다.정태웅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뭐든 근본을 해결해야 해. 이건 저하의 사적인 문제니까 저하께서 해결하시는 게 가장 좋아. 저하께서는 알고 지내는 여자들이 굉장히 많아. 그리고 저하께서는 그들을 전부 성공적으로 설득했어.”공수이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맞아요. 그러면 구주 형님께서 맡겨야겠어요. 구주 형님께서 자초한 일이니까요. 형님께서는 수많은 미녀 누나들의 마음을 훔쳤잖아요. 저한테는 한 명도 남겨주지 않고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이홍연은 온종일 화가 난 상태였다.공수이도 찾을 수 없었고, 강성에 윤구주의 아내가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 아무도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매번 윤구주의 지인들을 찾아갈 때마다 그들은 모른다고 하거나 바로 도망쳤다.이러한 상황을 겪고 나니 이홍연은 윤구주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빌어먹을 놈! 바람둥이! 돌아오면 가만두지 않겠어!”단단히 화가 난 이홍연은 어쩔 수 없이 하미연을 찾으러 갔다.뒷마당에 도착한 이홍연은 곧바로 하미연 앞에서 울면서 호소하기 시작했다.“할머니, 할머니께서는 제 편을 들어주셔야 해요!”이홍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억울한 얼굴로 울
공수이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그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 정태웅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태웅 형님...”정태웅은 마치 공수이가 역병이라도 되는 듯이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나한테 묻지 마.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뭐?’공수이는 점점 더 이상함을 느꼈다.그는 서둘러 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안타깝게도 그들 역시 공수이가 역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며 공수이를 무시했다.공수이와 선을 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공수이, 얼른 얘기해. 구주의 아내가 대체 누구야? 얘기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이홍연은 미친 사람처럼 공수이를 위협했다.어쩔 수 없었다.황실 공주인 이홍연은 진심으로 윤구주를 좋아했고, 흑여산맥에서 자신의 모든 처음을 그에게 주었다.그런데 공수이의 말을 들어 보니 윤구주는 강성에 자기 아내를 찾으러 갔다고 한다.진짜로 아내를 찾으러 간 거라면 그녀는 뭐란 말인가?이홍연의 협박에 공수이는 겁에 질렸다.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아름다운 공주님, 조금 전에는 제가 말실수를 한 거예요. 다시 말하면 안 될까요?”“거짓말하지 마! 오늘 나한테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이홍연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아름다운 눈을 부릅떴다.이홍연이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자 정태웅이 말했다.“저, 저는 배가 좀 아파서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곧바로 도망쳤다.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도 이홍연이 화를 내면 그 결과가 무시무시하다는 걸 알았기에 서둘러 말했다.“저희도... 볼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보겠습니다.”그렇게 다들 도망쳤다.심지어 마지막엔 윤신우, 윤창현, 윤정석까지 이홍연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조금 전까지 사람으로 가득 찼던 거실에는 이제 분노 때문에 눈까지 벌게진 이홍연과 협박을 받는 공수이만 남았다.“공수이, 얘기할 거야? 말 거야? 얘기하지 않는다면 이 칼로 찔러서 죽여버릴
지금 종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문벌, 세가까지 전부 서울로 모여들었다.“잘 왔네! 감히 우리 구주를 해치려고 한다면 전부 죽여버릴 거야!”윤창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어찌 됐든 이번에 서울에 무인들이 굉장히 많이 모였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일이 크게 번질까 봐 걱정됩니다!”윤정석이 이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뭘 두려워해? 그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구주를 노리는데 죽이지 못할 이유라도 있어?”윤창현이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창현 어르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젠장, 우리 저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 다들 죽어 마땅해요!”정태웅이 이때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전부 죽이자고요!”공수이가 이때 끼어들었다.다들 한마디씩 주고받았고 마지막엔 윤신우가 천천히 말했다.“화진의 무인들이 전부 서울에 모인 이유는 그들이 경외하는 종문에서 나섰기 때문이야. 그들의 기를 죽이려면 우선 종문부터 상대해야 해.”윤신우가 말했다.이번에 3대 서열은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모여들었는데 그 이유는 종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무인들 사이에서 종문의 지위가 가장 높았다.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종문부터 제압해야 했다.“가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종문을 상대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민규현이 이때 입을 열었다.종문은 아주 강했고 거의 모든 종문에 엄청난 지위를 가진 조상들이 있었다.게다가 그 늙은 괴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화석 같았다. 그들은 실력도 엄청났지만 소문에 따르면 무도 성지인 곤륜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라고 한다.그런 생각이 들자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종문을 상대하는 일은 다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한테 맡겨. 비록 종문의 실력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윤씨 일가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거든.”이때 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입을 열었다.“가주님, 대단하십니다!”“가주님, 위엄이 넘치십니다!”정태웅이 옆에서 떠들어댔다.옆에 있
두 노인이 떠난 뒤 정태웅은 그제야 서둘러 입을 열었다.“창현 어르신, 저희 형님들께서 이곳에 계신 걸까요?”“그래. 내가 안내해 주마.”윤창현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그들을 안내해 주었다.이내 두 사람은 윤창현을 뒤따라서 안마당에 도착하게 되었다. 안마당에 도착하자마자 천현수가 보였다.“천현수, 내가 돌아왔어!”정태웅은 기쁘게 말하면서 천현수를 향해 달려갔다.그런데 천현수는 정태웅의 뚱뚱한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천현수에게 걷어차인 천현수는 엉덩이를 잡고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젠장, 왜 날 걷어차는 거야?”“왜? 안 돼? 얘기해 봐. 그동안 어딜 갔었던 거야?”천현수는 노기등등해서 물었다.정태웅은 당연히 할 말이 없었다.그에게 잘못이 있었으니 말이다.정태웅은 중얼대며 말했다.“난... 나는... 밖에 나가서 좀 놀았어. 그래도 제때 돌아왔잖아...”“제때 돌아오긴! 두 사람이 떠난 뒤 우리 아군이 하마터면 전멸될 뻔한 거 알아?”천현수는 계속해 그를 욕했다.“그래,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풀어. 형님은 괜찮으셔?”정태웅은 뻔뻔한 사림이었기에 천현수에게 욕을 먹고 서둘러 그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천현수는 당연히 진심으로 정태웅을 원망하지 않았다.그는 화를 낸 뒤 말했다.“형님은 괜찮으셔.”민규현 등 사람들이 괜찮다는 걸 알게 된 정태웅과 공수이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천현수, 화내지 마. 나랑 수이 동생이 어젯밤 그 빌어먹을 놈들을 단단히 혼쭐내줬어. 우리가 대신 화풀이를 한 거로 생각해 줘.”정태웅은 어젯밤 공수이와 둘이 문벌, 세가 사람들을 죽인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윤창현은 흠칫했다.“어젯밤 서쪽, 북쪽에서 무인들을 죽인 사람들이 너희 둘이었어?”“헤헤, 맞습니다!”정태웅은 웃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윤창현은 다시 한번 공수이를 힐끔 보았다.어젯밤 전투에서 천여 명의 무인들이 죽었다. 심지어 그들 중 대부분이 세가와 문벌 출신의 절정 강자였
천하제일이라고 적힌 금빛 현판을 본 순간 공수이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대단하네요! 우리 형님의 집안이 이렇게 대단했군요! 하지만 이상하네요. 우리 형님은 집안이 이렇게 대단한데 왜 이곳이 아니라 굳이 그 허름한 집에서 살았던 걸까요?”공수이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다.“쉿!”공수이가 말을 마치자마자 정태웅은 서둘러 그에게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줬다.“왜 그래요?”공수이는 황급히 조심스럽게 물었다.“잠시 뒤 안으로 들어가면 말조심해. 우리 저하께서는 아주 오래전 집안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신이 윤씨 일가 자제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해. 그러니까 꼭 말조심해야 해.”정태웅은 상황을 설명했다.“그렇군요!”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휴, 대단한 집안들은 다 이런가 봐. 수이 동생, 잠시 뒤에 말조심해야 한다는 것만 명심해. 윤씨 일가의 가주님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돼. 절대!”정태웅은 공수이에게 신신당부했다.공수이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면서 대꾸했다.“네, 알겠어요!”두 사람은 밖에서 대화를 나눈 뒤에야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이제 막 날이 밝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정문이 아니라 담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두 사람이 정원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무시무시한 절정 기운을 가진 사람 두 명이 그들을 맞이했다.“어떤 놈이 감히 윤씨 일가에 멋대로 발을 들인 것이냐?”청색 옷을 입은 두 청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태웅이 형님, 조심하세요!”상대방의 실력이 모두 절정 수준이라는 걸 눈치챈 공수이는 빠르게 움직여 가장 앞에 섰다.그의 몸 위로 금빛의 거북이 등껍질이 나타났고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두 손바닥을 막아냈다.청색 옷을 입은 두 노인은 공수이가 그들의 일격을 막아내자 살짝 놀라워했다.“이 자식, 내 공격을 막았어? 그래, 그러면 어디 한번 이것도 막아 봐!”그 말과 함께 앞에 있던 건장한 노인이 손을 움직였다. 곧 넘실대는 청색 현기가 거대한 손이 되
“좋아요!”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 다른 세 개의 무인 집결지로 향했다.그날 밤은 무인들의 운이 좋지 않던 밤이다.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유는 종문의 기를 살려줌과 동시에 서울에서 거만을 떨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그날 밤 공수이와 정태웅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미친놈들을 마주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오늘 밤 서울의 다른 세 곳에서는 아주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죽은 자들은 모두 무인이었고, 그중 무인들이 가장 많았던 집결지에는 무인들의 시체 300구 정도가 발견되었다.시체들은 모두 끔찍한 모습으로 훼손되어 있었고 일부 시체는 머리가 부서졌다.하룻밤 사이에 거의 천여 명쯤 되는 무인들이 죽었다....날이 서서히 밝기 시작했다.윤씨 일가의 저택.“형님, 동쪽과 북쪽에서도 무인들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저희가 심어둔 사람들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 모두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모여든 문벌, 세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거실 안, 윤창현은 소식을 얻은 뒤 곧바로 윤신우에게 보고했다.“누가 죽인 건지 알아냈어?”윤신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중3품쯤 되는 초극 절정인 것 같습니다.”윤창현이 말했다.윤신우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종문 쪽에서는 반응이 있었어?”“아직은 없습니다. 자운각 쪽에서는 오늘 밤 3명의 하급 절정을 잃었다고 합니다.”윤창현이 말했다.“자운각? 6대종문 중에서 가장 먼저 나선 것이 자운각일 줄이야.”윤신우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형님,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윤창현이 갑자기 말했다.“무슨 소식이야?”윤신우가 물었다.“전해지는 데 따르면 전에 형님께서 종문을 공격한 뒤로 6대종문 절정 수준의 늙은 괴물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형님을 상대할 거라고 했답니다!”윤창현은 어두운 얼굴로 얘기했다.“날 상대하겠다고?”윤신우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30년이나 되었으니 몸을 잘 풀
공수이는 정태웅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그렇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여기 살아있는 사람이 한 명 있잖아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얼굴로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은 류성균을 가리켰다.류성균은 겁을 먹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상태였다.조금 전 절정 강자인 조경석마저 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죽었는데 신급 강자인 그 역시 당연히 단숨에 죽을 것이다.“죽이지 말아줘. 제발 날 죽이지 말아줘!”류성균은 죽음을 앞두게 되자 서둘러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공수이와 정태웅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사정했다.“죽고 싶지 않아? 좋아! 그러면 내가 질문할 테니 당신은 대답해. 당신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정태웅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좋아. 내가 아는 것이라면 전부 말할게.”류성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얘기해. 누가 무인들을 소집해서 우리 저하를 상대하려고 한 거야?”정태웅이 물었다.“자운각이야!” 류성균이 대답했다.“조금 전 죽은 그 자식이야?”정태웅은 계속해 물었다.“그래.”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면서 욕을 했다.“젠장, 종문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같잖은 문벌과 세가까지 감히 우리 저하를 상대하려고 해?”정태웅은 잠깐 고민한 뒤 계속해 물었다.“너희 말고 또 누가 우리 저하를 상대하려고 하지?”“아주 많아!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적어도 만 명은 될 거야. 그리고 지금 전국 각지의 문벌, 세가 사람들이 서울로 오고 있어.”류성균은 솔직히 말했다.폐황령이 내려진 뒤 서울은 완전히 개방되었다.3대 무도 서열은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무인들을 서울로 초대했다.윤구주에게 따져 묻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미간을 한껏 찡그렸다.“제기랄, 다들 미친 거야? 감히 우리 저하를 상대하려고 해?”공수이는 옆에 서서 경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태웅이 형님, 걱정할 게 뭐가 있습니까? 찾아오는 놈들은 전부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정태웅은 대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