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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986 챕터

제911화

“지찬아, 유한이가 미친 거 아닐까? 임유희를 집에서 쫓아내고 현채영을 온씨 저택에 데려갔어. 최신애가 엄청 화를 낼 것 같은데?”최의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현채영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몰랐네... 그때 지아를 신경 쓰는 것보다 더...”강지찬이 힐끗 바라보자 최의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참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임유희 때문에 온씨 가문과 임씨 가문 사이도 안 좋아졌어. 임씨 가문이 체면을 완전히 구겼잖아. 아마 이번 기회에 단단히 복수하려 할 거야. 그 임씨 부부도 생각이 있는 어른들은 아닌 것 같아. 온유한이 임유희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딸을 이용해 온씨 가문에 바싹 달라붙어 가문의 지위를 올리려 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최신애만 그걸 모르고 어떻게든 유한이와 임유희를 엮어주느라 골머리를 앓았지. 온유한은 임씨 가문의 속셈을 알았을까?”한규진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코웃음을 쳤다.“그 자식 계속 약속 펑크내서 이제 어떻게 생겼는지도 까먹을 것 같아.”경은우가 말했다.“유한이 형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일 거야. 유한이 형이 절대 함부로 누구를 대하는 사람이 아닌데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니까.”최의현이 말했다.“며칠 전 만났을 때 임씨 가문 얘기를 몇 마디 했는데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어.”몇 사람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강지찬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밤 10시가 넘은 시각. 하루 종일 잠을 잔 현채영은 가방을 들고 외출 준비에 나섰다.“잠깐!”거실에 앉아 있던 최신애는 현채영의 화려한 차림을 보고 화를 냈다.온유한이 석식이 있어 집을 비우니 현채영은 한밤중에 외출을 하려 했다.현채영이 뒤돌아서서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무슨 일 있으세요?”“어디 가는 거야?”“친한 여자친구들과 술 약속이 있어 오늘 밤엔 안 들어올 거예요.”그 말에 최신애는 바로 화를 냈다. “친한 여자친구들? 부잣집에 시집갈 생각밖에 안 하는 날라리 여자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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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안에서 나왔다.제일 앞에 서 있던 강지찬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뒤따라오던 최의현은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저 사람 현채영 아니야? 저 남자는 누가야? 낯이 익네.”한규진은 호텔 로비에 막 들어선 최신애를 보고 한마디 했다.“쯧쯧, 볼거리가 생겼네.”현채영은 그 남자와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최신애가 뒤따라가자 최의현 일행도 따라갔다.“미친, 생각났어.”최의현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저 자식, 그 지씨 가문 셋째 아니야? 추호와 친하던 애 있잖아. 지씨 가문에서 꽤 총애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지씨 가문 셋째?”한규진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서울에서 지씨 가문은 명성이 높은 집안은 아니지만 구설수는 꽤 많다.예전에 지씨 집안의 막내아들이 밖에서 데려왔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사생아이지만 정실 마누라가 낳은 아들보다 더 총애를 받고 있다고 했다.틀림없이 지씨 가문 셋째 아들 지태주일 것이다.지태주와 현채영이 만난다고?생각보다 재미있는 관계가 될 것 같다.최의현은 당당한 모습으로 최신애의 뒤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스위트룸 방문 앞에 멈춰선 최신애는 노크를 하는 대신 손목시계만 계속 들여다봤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20여 분 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온유한은 강지찬 일행과 마주쳤다.온유한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강지찬을 슬쩍 쳐다봤다.강지찬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온유한을 시크하게 흘겨보았다. 화가 난 건지 짜증 난 건지 알 수 없었다.옆에 있던 최의현이 온유한 앞에 다가가더니 턱으로 스위트룸 방향을 가리켰다.“어떻게 된 일이야? 현채영이 왜 지태주와...”온유한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온유한의 말에 강지찬 일행은 온유한을 멍청하다고 생각했다.남자와 여자가 한밤중에 호텔 스위트룸에 들어가서 3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 설마 철학 토론이라도 하겠는가?하지만 온유한은 그들의 생각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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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최신애는 반평생 살면서 오늘 처음으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고고한 이미지를 다 내려놓은 채 마치 미친 사람처럼 싸워봤다.그리고 온유한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더욱 흥분해서 그에게 물었다.“봐봐, 네가 좋아한다던 여자가 지금 어떤 꼴인지. 더 할 말이 있어?”온유한은 그저 말없이 주위를 둘러봤는데 침대는 이미 엉망진창으로 된 채 바닥에는 뜯긴 콘돔이 널려져 있었다.그러나 그는 아주 덤덤하게 현채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샤워 가운을 다시 입혀준 뒤 머리도 뒤로 넘겨주며 다정하게 물었다.“어디 다친 데 없어요?”현채영은 재빨리 답했다.“아니요.”“그럼 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요.”온유한의 말에 그녀는 곧바로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최신애는 자기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는 온유한의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끄, 끝이야?”그리고 온유한을 잡고 헝클어진 침대를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저 여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안 보이냐고! 현장까지 잡은 마당에 넌 아무렇지도 않아?”그러나 온유한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이건 저랑 채영 씨 사이의 문제니까 상관하지 마세요.”“온유한!”최신애는 복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렇게 변했어?”온유한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답했다.“지태주 씨와의 일은 채영 씨가 나중에 해명할 겁니다. 저는 저 사람을 믿거든요.”“아직도 믿는다고?”최신애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두 눈으로 직접 다른 남자랑 침대에서 뒹군 꼴을 보고도 믿을 수 있어?”“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죠.”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지태주는 히죽거리며 그에게 말했다.“온 대표님은 정말 좋은 남자의 표본인 것 같네요.”그의 말에 온유한이 그를 힐끔 쳐다보자 지태주도 같이 매섭게 쏘아보았지만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최신애는 이 상황이 그저 답답해서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 같았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미쳤어, 진짜 미쳤어.”계획대로라면 오늘 밤 현채영을 바로 쫒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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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온유한과 현채영이 떠나간 뒤 최의현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표정이 최신애와 다를 바 없었다.“그냥 이렇게 끝나는 거야?”결과가 너무 허탈하고 온유한의 태도에 놀랐다.한규진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이런 상황을 보고도 설마...”강지찬도 한껏 어두운 얼굴로 자리를 뜨면서 속으로 생각했다.‘겨우 이거야? 지아랑 비교하면 저건 아무것도 아닌데.’최신애는 화병으로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바짝 독이 올라와 있었고 깨어나서도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또 한차례의 검사를 받게 되었다.집안일에는 여태껏 신경조차 쓰지 않던 온혁진도 어젯밤 이야기를 듣고 불같은 화를 냈다. 그러다가 최신애의 행동을 먼저 꾸짖었다.“아직도 모르겠어? 유한이는 지금 일부러 당신 말을 안 듣는 거야. 당신이 강지아랑 그 애를 갈라놓는 바람에 지금 일부러 저런 수준의 여자를 데려와서 심기를 건드리는 거라고.”“예전에 지아를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지? 그 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지금 그나마 유명해지고 온씨 가문에서도 많이 도와줘서 이 바닥에서는 지금 우리 가문이랑 혼인을 맺으려고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는데 괜히 당신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 바람에 우리도 마음 편히 살지 못하고 있잖아.”최신애는 이마를 짚고 그에게 반박했다.“지금 제 탓을 하는 거예요? 그럼 그때 당신은 뭐 하고 있었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요. 3년 전에 당신도 강지아를 엄청 싫어했잖아요.”정곡을 찔린 온혁진은 최신애의 말을 인정하기 싫어 버럭 화를 냈다.“여태껏 집안일은 항상 당신이 결정했고 분명 자기 실수로 집안일이랑 회사까지 말아먹게 만들고는 지금 남 탓만 하고 있잖아. 임씨 가문의 일은 무조건 빨리 해결해야 해. 만약 그 사람들이 손잡고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거로 결론이 나면 우리 쪽에서 준비한 새 프로젝트는 망하는 건 물론이고 손실도 어마어마할 테니까.”최신애는 그의 입에서 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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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공항에는 워낙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서원준의 행동은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내려줘.”강지아는 화가 나기보다 어이가 없었다.“보는 눈이 너무 많아.”“볼 테면 보라 그래. 내 여자 친구를 내가 안겠다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어?”서원준은 말을 마친 뒤 턱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동하민에게 말했다.“짐은 뒤에 있어요.”말을 마친 뒤 그대로 강지아를 안고 자리를 떴다.오늘 유난히 들떠 보이는데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몰랐다.서원준은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강지아를 데리고 예약해 둔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갔다.그리고 두 사람만의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특별히 동하민에게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 뒀다.동하민은 어쩌다 먹어보는 호화로운 저녁에 주스를 마시다가 참지 못하고 SNS에 사진을 올려 자랑했다.[사장님과 맛있는 식사. 회사 복지가 아주 굿굿.]그리고 아홉 장을 꽉 채워서 음식과 아름다운 야경 사진까지 올렸다.멀지 않은 창가 자리에서 서원준은 눈앞에 앉은 여자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빛은 너무 강렬했고 그의 눈에는 강지아, 오직 그녀만 보였다.그러다가 문득 네모반듯 한 케이스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자 강지아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서원준은 케이스를 열어 그녀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반지가 아니니까 긴장하지 마.”케이스 안에는 예쁜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반짝이고 있었고 강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예뻐?”“응.”마침 강지아는 오늘 귀걸이를 안 하고 나왔는데 서원준은 재빨리 귀걸이를 가지고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그의 손끝이 너무 뜨거웠는지 강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움직이지 마.”“나 처음으로 여자한테 이런 걸 해줘서 자칫하면 찌를 수 있어.”그의 말에 강지아는 그제야 얌전히 앉아서 서원준의 손길을 느껴보려고 애를 썼다.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는지 서원준의 향수 냄새가 빠르게 그녀의 코를 간지럽혔는데 참으로 사람에게 안전감을 주는 동시에 남자 매력이 흠씬 풍기는 냄새였다.그러나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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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그러다가 문득 자기 접시에 깐 새우가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서원준은 국도 한 그릇 떠서 강지아의 앞에 놓아줬다.“밥을 잘 먹어야 해.”강지아는 이미 배불렀지만 그가 떠준 국은 다 마셨다.그리고 서원준의 차를 타고 강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와서야 그녀는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지아 씨, 내가 출장 가기 전에 했던 말은 아직 기억하지?”“무슨 말?”서원준이 그녀의 이마를 살짝 때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갔다 오면 나랑 같이 만날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잊었어?”강지아는 이마를 어루만지더니 그제야 생각나는 듯했다.“누구야?”“내일 오후 다섯 시쯤에 데리러 올게. 그때 되면 알게 될거야.”“...”강지아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되물었다.“꼭 만나야 해?”서원준이 눈썹을 들썩거리며 답했다.“당연하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고 그저 나랑 같이 놀러 간다고 생각해.”“안 가면 안 될까?”“안 돼! 안 가면 업고라도 데려갈 거야.”“...”이튿 날 오후, 서원준은 때를 맞춰 데리러 왔다.그는 평상시보다 훨씬 편한 차림이었는데 티셔츠에 5부 데님 반바지를 입었다.이런 옷차림을 강지아는 처음 보는 거라 자신이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했나 싶기도 했다.‘혹시 서원준 씨 어머니를 뵈러 가자는 건 아니겠지?’강지아도 그에 어울리게 편한 차림으로 입었다.그러나 차는 점점 시내를 벗어나고 시외 쪽으로 가고 있었다.“대체 누구를 만나는 거야? 난 아무 선물도 준비 못 했어.”강지아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누구를 만나든 분명 서원준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 텐데 어르신이면 빈손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걱정하지 마. 이따 가는 길에 대충 아무거나 사면 되니까.”“...”서원준의 대답에 그녀는 더 이상 물어도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차는 도시를 떠나 꽃들이 만발한 어느 꽃가게에 도착했는데 서원준은 차에서 내리더니 어느 한 화분을 가리키며 강지아에게 말했다.“하나 골라.”강지아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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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서원준의 어머니인 서영희는 어렸을 때부터 댄스 강사여서 그런지 몸매가 아름다웠다.그리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두 사람의 성이 같았다.“어머니, 안녕하세요.”강지아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며 인사했다.그러나 예전의 안 좋은 일들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지 그녀는 매우 긴장되었다.“너무 예쁘네요.”서영희는 강지아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면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그런데 꽃보다 지아 씨가 더 예뻐요.”“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서영희가 기뻐하는 모습에 강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꽃을 사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꽃이 아니라 지아 씨가 더 예쁘다잖아. 바보.”서원준이 장난스레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가 바보야? 우리 지아 씨는 절대 바보가 아니야. 너는 여기에 멀뚱하게 서 있지 말고 빨리 가서 차나 먹을 것 좀 가져와.”서원준은 입을 삐쭉거리다가 금세 활짝 웃었다.“네! 두 미녀분은 이쪽으로 모실게요. 차도 금방 준비해서 가져오겠습니다.”서영희는 강지아의 손을 이끌고 정자 아래로 가서 앉았다.정자는 정원 안에 있었고 그 뒤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장미꽃 벽과 앞에는 다양한 꽃들이 펼쳐져 있어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어머니, 혹시 이 꽃들은 다 직접 심은 거예요?”강지아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정원에는 다른 도우미가 없는 것 같아 호기심에 묻게 되었다.“그럼요. 심심해서 취미 삼아 아무렇게나 막 심었는데 벌써 이렇게 큰 정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런데 정원이 너무 커서 이제는 관리하기도 조금 벅차네요. 그러면서 몇몇 품종은 무분별하게 막 자라게 된 거예요.”그러다가 강지아에게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예전에는 엄청 깔끔했어요. 그런데 저기 저 차나무 좀 봐요. 몇 달 동안 가지치기를 안 해서 너무 지저분해진 거.”“오히려 더 멋있는데요?”“하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저대로 두고 나중에 너무 안 예쁘면 다시 다듬어주려고요.”이때, 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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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야 강지아는 정원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서영희는 그녀에게 이 저택은 서원준이 사준 집이라고 말하면서 집은 낡았어도 정원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고 했다.“저놈이 원래 자기 집에서 같이 살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정원이 이렇게나 큰데 하루 종일 정리하다 보면 시내에서 사는 것보다 더 바쁘게 살 것 같았거든요.”서영희는 강지아를 힐끔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원준이한테 이 말도 했어요. 나중에 그 애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요. 각자 사는 게 서로 마음이 편하잖아요. 그러다가 나중에 아이가 크면 우리 집 정원에 데려와 마음껏 뛰어놀게 하라고 했어요.”서영희도 분명히 강지아와 온씨 가문의 일에 대해 들은 바가 있을 것이다.그러나 말을 마친 뒤 혹시나 강지아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제가 개도 한 마리 키우는데 엄청 예쁘고 순해요. 보러 갈래요?”강지아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정원에서 꽃구경도 하고 강아지랑 놀다 보니 서원준의 요리도 다 끝나갔다.사실 이 저택에는 집 청소 및 요리해 주는 도우미가 있었고 청각장애가 있는 운전기사도 따로 있었다.식구가 몇 명 없다 보니 분위기는 화목했다.서영희는 인테리어 해둔 곳곳마다 자기가 직접 만든 작은 꽃바구니를 달아 놓았다.그렇게 즐거운 식사 자리가 시작되었고 줄곧 긴장해 있던 강지아도 서영희와 서원준의 농담에 웃고 떠들다 보니 점점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밥을 다 먹은 뒤 서영희는 강지아를 데리고 위층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그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보석상자 안에서 초록색 팔찌 하나를 꺼냈다.“지아 씨, 이 팔찌는 원준이 외할머니께서 남겨주신 유품인데 지아 씨한테 줄게요.”순간 깜짝 놀란 강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안 돼요. 저는 받을 수 없습니다.”강지아는 순간 긴장된 얼굴로 팔찌를 바라보더니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한 채 불안에 떨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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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서원준의 진지한 태도에 강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왜 차는 멈췄어. 시간도 늦었는데 빨리 가...”“마음이 아팠지?”서원준은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눈을 맞췄다.“온유한 씨랑 현채영 씨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지?”“아니.”강지아는 단칼에 부인했지만 서원준은 믿지 않았다.“아닌데 왜 이렇게 몸을 떨어?”그는 강지아의 한쪽 손을 잡아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 지아 씨 자신을 좀 봐봐. 얼마나 떨고 있나.”강지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답했다.“그런 게 아니니까 빨리 출발해.”서원준은 여전히 거짓말하는 강지아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뭐가 그런 게 아닌데? 안 떨었다는 거야, 아니면 이제 온유한은 잊었다는 거야?”강지아는 그의 말에 발끈 화를 냈다.“아니라면 아닌 줄 알아!”그리고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이거 놔. 그냥 나 혼자 갈게.”서원준은 그녀의 어깨를 너무 세게 잡은 나머지 뼈가 다 으스러질 것 같았다.“제발 정신 좀 차려. 세상에는 온유한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니까.”“그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지아 씨한테 안정감도 주지 못하고 사랑도 주지 못하는데 대체 뭐가 아쉬워서 아직도 그런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어?”그의 입에서 자꾸 들리는 온유한이라는 단어에 강지아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만 말하라고!”그러나 서원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말도 못 해? 대체 온유한 씨는 당신한테 어떤 존재인 거야?”비록 오늘 저녁 식사 자리는 매우 순조로웠지만 서원준은 만족하지 못했다.서영희가 그토록 강지아를 마음에 들어 하는데도 여전히 경계심이 있어 보이는 건 분명 예전에 온유한과 함께 했을 때의 그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다.“지아 씨, 나한테도 기회를 줘. 우리 같이 노력해서 내가 온유한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서원준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시선을 맞췄다.“날 봐!”“나도 더 이상 기다리기 싫어졌어. 나는 원래 비열하고 욕심도 많아서 지아 씨랑 같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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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왜 이렇게 빨리 왔어?”강지찬과 정유진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정유진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이 그에게 고개를 저었다.그제야 강지아는 소파 위의 강지찬과 새언니를 보고 자신이 집을 잘못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왕 온 김에 그녀는 쿠션을 안고 아예 소파에 앉아버렸고 잠깐 생각을 정리한 뒤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이때, 강지찬이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원준 씨 어머니 만나러 갔어?”“응.”“어땠어?”“좋았어.”강지찬은 순간 어두운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원준 씨는 분명 자기 어머니가 너를 매우 좋아할 거라고 장담했었는데 설마 또 그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니지?”저 ‘또’라는 말이 그녀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그러다가 정유진이 강지아의 손목에 찬 팔찌를 발견하고 웃으며 말했다.“가보도 준 걸 보면 마음에 든 것 같은데?”강지아는 팔찌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 시각, 온씨 가문의 최신애도 지금 할 말을 잃었다.술에 잔뜩 취한 온유한을 현채영과 운전기사가 부축해서 데려왔기 때문이다.그러면서 입으로는 계속 큰 소리로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제...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 테니까 저랑 결혼... 해줘요.”그리고 현채영은 옆에서 그의 말에 대답을 해줬다.“네. 알겠으니까 우리 꼭 결혼해요.”최신애는 듣다가 화가 치밀어 올라 죽을 것 같았다.“우리 아들을 꼬드겨서 또 어디에 갔던 거야?”“그저 같이 술을 마셨을 뿐이에요.”“멀쩡했던 우리 아들이 너 때문에 하루가 멀다고 술에 절어있어. 유한이는 의사야. 수술하는 의사라고!”최신애는 현채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진짜 유한이를 망치려고 작정했어?”그녀의 말에 현채영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유한 씨는 지금 저랑 같이 있는 게 너무 행복하대요. 저랑 하루 종일 술도 마시고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또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어머니께서 바라왔던 지난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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