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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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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윤영훈은 약간 혼란스러웠다. 유월영이 지금 이 시간에 왜 자신을 찾아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 주월향을 돌아봤다. 어젯밤 같은 방에서 지냈지만 그는 소파에서 자고 침대는 주월향에게 내어줬었다.“연이가 옆방에 있으니 보러 가봐.”그리고 그는 비서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에서 유월영을 만났다.유월영은 벽에 걸린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감상하고 있었다.“고 대표님, 미리 말도 없이 오셨네요. 실례지만 제가 이제 막 일어나서요.”윤영훈은 계단을 내려가며 유월영을 바라봤다. 그녀는 라즈베리 색의 긴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고, 짙은 보라색으로 그라데이션이 된 옷은 몸매에 딱 맞았다. 허리에는 가죽 벨트를 매어 얇은 허리가 돋보였고 짧은 부츠를 신어 세련돼 보였다. 윤영훈은 어젯밤 주월향이 자기를 유월영의 대체품으로 삼았다고 비난하던 일을 떠올랐다. 확실히 당시 유월영이 갑자기 “죽었을” 때, 그는 그녀를 잊지 못했었다.하지만 그와 유월영 사이에 깊은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월영에 대한 감정도 사라졌다. 이제 그는 오히려 주월향을 더 많이 떠올리고 있었다.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공항에 가는 길이었어요. 마침 윤 대표님 집 근처를 지나게 돼서 찾아뵈어 인사드리려고 했죠. 그런데 이 그림, 진품은 아니겠죠?”“물론 아니죠. 진품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걸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그림도 아주 고급 복제품이에요. 몇천만 원 주고 샀거든요.”윤영훈은 유월영 옆에 다가가며 궁금한 듯 물었다.“공항에요?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유월영이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윤 대표님, 잊으셨나요? 레온 그룹이 해성 그룹과 협력한 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레온 그룹의 참여하고 있잖아요. 이미 완성된 실험실을 점검하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알아보러 가야 해요.”“아, 맞아요.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지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가네요.”윤영훈은 이마를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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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유월영은 손에 든 핸드폰을 꽉 쥐었다. 몇 초 후, 그녀는 차분하게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뒤에 있는 차를 따라가세요.”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차가 있었기에 유월영의 차량 대열은 눈보라 속에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세 대의 차는 천천히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5~6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앞뒤로 정원이 딸린 2층 복층 주택에 도착했다.연재준은 차를 그 집 앞에 세웠고, 모두 차에서 내린 후에야 유월영은 그가 비서도 경호원도 없이 혼자임을 발견했다. 그는 검은색 패딩을 입고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입과 코에서 흰 김이 나왔다. 이 눈 내리는 한겨울 속에서 그의 이목구비는 더욱 선명해 보였다.연재준은 먼저 유월영을 살피며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한 후 집 대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유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이 집이 그의 집이라고? 그는 어째서 이런 곳에 집을 가지고 있지?’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라도 한 듯 연재준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이 집은 내가 지난번 실험실을 보러 왔을 때 길을 지나다 경치가 좋아서 샀어. 나중에 당신이랑 휴가를 오려고 말이야.”유월영은 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려보낸 채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실험실은 지난 3년 동안 건설된 것이고, 그녀는 3년 전에 이미 ‘죽은' 상태였다. ‘그는 그때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텐데, 어떻게 나랑 같이 휴가를 오려고 했다는 것일까?’‘뭐, 내 영정사진이라도 데려와서 휴가를 즐길 생각이었나?’연재준은 문을 열고, 이어서 메인 전기 스위치와 수도 밸브를 켰다.집은 유럽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거실에는 밀폐된 장작 벽난로가 있었다.연재준이 유월영의 경호원에게 벽난로에 불을 붙이라고 하자 유월영의 지시만을 따르던 경호원은 그녀의 동의를 구하는 듯 바라보았다. 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호원은 그제야 연료실로 갔다.곧 벽난로안의 불은 타오르기 시작했고, 따뜻한 온기는 대설 속에 얼어붙었던 사람들의 몸에 다시 피가 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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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유월영은 무표정하게 연재준이 들고 있는 패딩을 바라봤다.‘그래,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워. 굳이 자해할 필요는 없지.’‘그렇게 좋은 사람 행세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지.’그러다 연재준이 감기에 걸린다고 해도 그건 그의 선택일 뿐 자신은 어떤 죄책감이나 고마운 마음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유월영은 자신을 설득했다.결국 유월영은 입고 있던 패딩을 벗고 그의 옷을 받아 입었다. 입고 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그 옷에는 그의 체취가 묻어 있었고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그리고 그들이 이 집에서 이틀, 삼일을 함께 지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짜증 났다.이런 상황이 그들에게 닥치다니 정말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이, 연재준은 의자를 벽난로 옆으로 끌고 와 유월영의 반쯤 젖은 패딩을 펼쳐 벽난로의 열기로 말리기 시작했다.“여기에 먹을 게 있어요?”유월영은 가장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여기서 며칠을 버텨야 하는데 물만 마시고 있을 수는 없었다.연재준은 일회용 종이컵 세 개를 꺼내 차에 적당량의 커피를 넣으며 말했다.“차에 있어. 하지만 전부 즉석식품이야. 원래는 실험실 직원들에게 보내주려던 건데, 우리가 먼저 먹어야겠군.”유월영은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연 대표님, 업무 보러 오시면서 비상식량까지 가지고 다니세요?”연재준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실험실은 외곽에 있어서 주변에 슈퍼마켓이나 시장이 없어. 음식을 구하는 게 쉽지 않지. 그래서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지난번에 실험실을 둘러볼 때, 직원들이 먹는 음식이 별로 시원치 않은 것 같아 이번에는 미리 준비해 온 거야.”유월영은 그를 바라보며 말없이 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우연히 그렇게 된 걸까?’때맞춰 폭설이 내려 길이 막히고, 때맞춰 그와 마주쳤으며, 때맞춰 이 고속도로 근처에 집이 있고 음식을 챙겨 왔다.유월영은 이 모든 “우연”이 너무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자신을 의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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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유월영은 연재준의 농담을 무시하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다 배터리가 거의 없는 걸 확인하고 한세인한테 충전 케이블을 가져오라고 하려던 찰나, 연재준이 자신의 핸드폰에 꽂혀 있던 충전 케이블을 그녀에게 건넸다.유월영은 그의 행동에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매번 자신이 뭘 하려 하는지 알아맞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유월영은 연재준의 손에 있는 케이블 선을 낚아채고 한세인이 돌아오면 바로 충전기를 가져오라고 할 생각이었다.연재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 차에 즉석식품 있는데.”이미 저녁 시간이 되어 유월영은 당연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고, 연재준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 트렁크에서 즉석식품 몇 상자를 꺼내왔다. 그는 남은 사람들에게 두 상자를 남기고, 한 상자를 들고 올라왔다.유월영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연재준은 이미 그녀의 냉소적인 말이 아무렇지 않았다. 그는 상자를 뒤적이며 말했다.“당신 매운 걸 잘 못 먹었던 것 같은데. 어떤 게 괜찮아?”유월영은 그의 손을 피해 아무거나 집어 들며 말했다.“굳이 연 대표님을 귀찮게 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유월영은 포장을 뜯고 소스 팩을 꺼내면서 말했다.“근데 아직 물어보지 않았네요, 연 대표님도 실험실을 보러 오셨나요? 전혀 그런 일정이 있다고 들은 적이 없어서요.”“급하게 결정한 일정이었어. 주된 이유는 신주시를 잠시 떠날 구실을 찾기 위해서였지.”“왜요? 신주시에 연 대표님이 두려워하는 무언가라도 있나요?”유월영은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연재준은 뜨거운 물을 그녀의 컵밥에 부으며 대답했다.“당신이 이 시점에 신주시를 떠난 이유와 같아.”유월영은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즉석 도시락은 몇 분 만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유월영은 일회용 수저를 뜯어 한 숟가락 떠서 후후 불었다.“연 대표님께서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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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유월영은 연재준의 말이 귀에 거슬리게 느껴져서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 씻었으니 와서 먹어.”유월영은 그제야 그가 매운 반찬을 모두 골라내어 유리그릇에 담아 매운맛을 제거하려고 물에 헹군 것을 알아차렸다.“이제는 덜 매울 거야. 내가 다시 우유를 데워 줄게.”유월영은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은 원래 세심하거나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도려님으로 자라온 그는 조금이라도 음식이 짜거나 싱겁거나 식어버리면 차라리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자신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가며 신경을 쓰고 있었다.유월영은 소파로 돌아가며 말했다.“연 대표님께서 갑자기 이렇게 자상하게 나오니 오히려 겁이 나네요.”연재준은 음식을 유월영의 앞에 두며 말했다.“내가 당신한테 그렇게 많은 걸 빚졌으니 조금이라도 잘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나?”유월영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옷 한 벌 빌려주고, 음식을 좀 신경 써주고 우유 데워주는 걸로 날 위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해요?”비꼬는 말투였지만 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 뭐든지 말해.”유월영은 그가 또 무슨 속임수를 쓰는지 알 수 없어 새 일회용 젓가락으로 그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연 대표님, 그렇게 비굴하게 굴지 마세요. 당신답지 않게.”연재준도 피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당신이 생각하는 나란 어떤 사람이지?”“당신은...”유월영의 젓가락은 그의 턱에서부터 목젖까지 천천히 내려갔다. 다만 그 행동은 어떤 애정도 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놀이였다.“나를 거역하는 자는 멸망할 것이요.”“나만 너를 버릴 수 있고 네가 날 먼저 떠난다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하고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감히 나에게 반항하다니, 이 결과는 네 스스로 자초한 거야.”“당신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죠. 이게 진짜 연 대표님 모습이에요.”연재준의 울대가 움찔거리더니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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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유월영은 한세인에게 방을 한 번 더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연재준에게 다가가 가식적으로 말했다.“우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 머물러 정말 폐를 끼쳤네요. 그래도 떠날 때 사용한 물품들은 모두 보상할 테니 걱정 마세요.”연재준은 더 이상 그 문제로 실랑이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차면서 말했다.“당신 내키는 대로 하면 돼.”“그럼 이제 연 대표님을 방해하지 않을게요.” 그녀의 말은 사실상 이제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뜻이었다.연재준은 자신이 묵고 있는 옆방으로 돌아갔다.한세인이 점검을 마치고 보고했다.“아가씨, 도촬 카메라나 도청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유월영은 욕실 거울 아래 있는 수납장을 열었다. 안에는 수건, 치약, 칫솔, 일회용 속옷이 들어 있었다. 유월영은 물건들을 꺼내어 자세히 살펴보았고, 포장지에 인쇄된 제조 날짜를 확인했다.3년 전이었다.이 집은 3년 전에 구매된 것이고, 이 물품들도 그때부터 놓여 있던 것이었다. 그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 물건도 그대로 있었으며 날짜로 보아 연재준은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유월영은 수납장을 닫고 방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모네의 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이 그림이 낯익은 느낌이 들어 한세인에게 물었다.“이 근처에 관광지가 있나요?”한세인이 핸드폰을 꺼내 검색한 후 곧바로 대답했다.“있습니다. 이 주택에서 3km 떨어진 곳에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스키장이 있습니다.”유월영이 멈칫했다.“아, 이제야 기억이 나네.”그녀는 다시 그 그림을 바라보며, 낯익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연재준은 자신의 방 서랍에서 슬리퍼를 발견했다. 유월영이 짧은 부츠를 신고 있던 걸 떠올린 그는 슬리퍼를 가져다주려 방을 나섰다.그녀의 방 앞에 서서 막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방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어디를 갔어?”매우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에 연재준의 동작이 멈췄다.유월영이 대답했다.“아직 수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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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유월영이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연재준에게 말해주던 때는 그녀가 그의 비서였던 그 3년이었다.처음 반년 동안, 유월영은 무슨 일이 생기면 그에게 모두 이야기하곤 했다.예를 들어, 이상한 고객을 만났다거나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다거나, 심지어 인터넷에서 웃긴 영상을 보았다거나 하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식사 중이거나 단둘이 있을 때 그에게 말하곤 했다.그럴 때마다 연재준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녀가 왜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 후로 유월영은 그에게 이런‘사소한’일들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었다.그녀는 점점 차분한 모습만 보였고 그 어떤 일도 조용하고 여유롭게 처리하는 비서처럼 변해갔다.오히려 연재준이 자신의 모든 일을 유월영에게 공유하기 시작한 건 그녀가 지성에 있으면서 신현우의 아래에서 일할 때였으며 연재준은 유월영을 쫓아다니며 재결합하려고 했었다.그 시기 동안 연재준은 유난히 ‘집착'했고, 자주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자신의 하루 세 끼 뭘 먹었는지, 날씨가 어떤지, 새로운 고객이 얼마나 건방졌는지, 오래된 부하 직원이 어쩌다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는지까지 말하곤 했다.그리고 그녀를 보고 싶다고 말하며‘자기’라고 부르고,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조르곤 했다.하지만 그때 유월영은 연재준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들은 이런 관계였다. 사귀었지만 진정으로 서로 사랑한 적은 없었다.두 사람은 모두 상대방이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순간에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언제든지 이 관계를 끝내버려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연재준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러자 폐부의 통증이 심장으로 옮겨간 듯했으며 마치 돌덩이가 짓누른 듯 숨이 막혔다.그는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문을 두드렸다.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유월영이 다른 남자와 이렇게 다정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바로 들어가서 그녀가 자기 것이라는 걸 주장했을 것이었고, 그녀에게 아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고 으르렁거렸을 것이었다.하지만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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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유월영은 그를 바라보다 ‘비숍'을 한 칸 움직이며 말했다.“연 대표님과 윤 대표님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데, 이렇게 저주하듯 말하는 건 좀 지나치지 않나요?”체스, 국제 장기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은 64개의 작은 칸으로 이루어진 체스판에서 양측이 각각 16개의 말을 가지고 경기를 벌이고 말마다 이동 방식이 다르고, 상대의 ‘킹’을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연재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윤씨 가문의 최근 3년 자금 흐름은 5분의 3이 해성 그룹으로 들어갔고, 5분의 1은 신해 그룹의 정상 운영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었어. 나머지 5분의 1은 윤 대표가 윤씨 가문의 사업을 확장하는 데 보탰고.”“하지만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어? 최근 2년 동안 시장 상황이 너무 나빴잖아. 거의 모든 산업이 하락하고 있어. 그는 투자에 실패한 게 아니라,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지. 그래서 지금 그의 자금에 큰 구멍이 생긴 거야, 특히 최근에.”연재준은‘폰'을 한 칸 앞으로 움직였다.체스의 규칙에 따르면, ‘폰'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고, 뒤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그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이어 말했다.“이제 연말 정산이 다가오고 있는데 윤 대표는 이미 은행에서 여러 번 대출을 받았으니 더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멍을 메우지 못한 거야. 지금 그는 아주 위태로운 상태야.”유월영은 그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체스를 움직였다.“연 대표님께서 남의 집안 자금 상황을 이렇게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니 선을 넘은 거 아닌가요? 그래도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묻겠어요. 그 구멍이 얼마나 되나요?”“약 200억 정도.” 연재준은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유월영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윤 대표님은 업계에서 인맥이 좋지 않나요? 멀리 볼 것도 없이 연 대표님이나 신 대표님 그리고 오 변호사님 같은 분들이 있으니, 이 정도의 친분이면 200억 정도는 가뿐히 준비해서 그를 도울 수 있지 않나요?”연재준이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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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유월영은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전화 건 사람은 바로 윤영훈이었다.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윤 대표님, 무슨 일이 신가요?”윤영훈의 목소리는 다소 쉰 상태였다. 아마 밤을 너무 많이 새웠거나 담배를 많이 피운 듯했다.“고 대표님, 아직도 청원에 계시는가요?”유월영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맞아요. 이곳에 온 건 정말 잘못된 결정이었어요. 눈이 아직도 그칠 기미가 없고, 도로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서 차가 나갈 수가 없어요. 이 지역 대부분이 일시적으로 공사도 멈추고 학교도 쉬고 있다고 들었어요.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어요. 정말 출장 일정이 다 꼬였지 뭐예예요.”“그렇죠, 우리 같은 도시 사람들은 이런 큰 눈은 상상도 못 했죠.”윤영훈의 말투는 다소 건조했다. 그는 사실 이런 잡담을 할 기분이 아니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고 대표님, 제가 하나 무리한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한세인이 홍차를 우린 찻잔을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홍차는 진한 색을 띠며 향긋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네. 무슨 부탁인가요?”윤영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고 대표님께서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있으신지요? 제가 지금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급히 자금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차용증을 써 드릴 수도 있고 이자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내년 초에 자금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갚도록 하겠습니다.”“아...”유월영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혹시 얼마나 필요하신 건가요? 제 계좌에는 약 30억 정도가 있는데, 급한 대로 그걸 보내 드릴 수 있어요. 저희 사이에 이자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그녀가 이렇게 선뜻 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윤영훈인 잠시 침묵했다.2분 정도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그게...고 대표님, 가용 자금이 30억 밖에 없으신가요?”유월영이 놀란 듯한 말투로 말했다.“30억도 부족한가요? 윤 대표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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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윤영훈은 의자에 다시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미간에는 주름이 깊게 잡혀 있었다.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두 번 들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비서는 이쪽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채고 망설이며 말했다.“대표님, 은행에서도 저희 재정 적자가 너무 많아서 대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하네요.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윤영훈은 고개를 들어 비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온통 충혈돼 있었다신해 그룹의 재정 위기가 시작된 이후 그는 일주일 동안 합쳐서 열 시간도 자지 못했다.그는 조용히 혼자 중얼거렸다.“유월영의 30억도 사라졌어.”비서와 몇몇 경영진은 서로 눈치를 봤다.“그렇다면...지금 우리는 오 변호사의 40억과 신 대표의 40억만 남은 거네?”윤영훈의 말에 경영진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원래는 연 대표님도 얼마 정도를 빌려줄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지금 폭설에 갇혀 연락이 전혀 닿지 않고 있어요. 그분이 안 계시니 해운 그룹에서도 큰 금액을 이체할 사람이 없어 사실상 2억도 빌릴 수 없는 셈입니다.”윤영훈은 다시 눈을 감았다.그는 평소에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사업에서 모두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친구가 별로 없었고 대부분은 그저 겉으로만 가까운 사이일 뿐이었다.해성 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주위의 너무 많은 질투와 시기를 살 수밖에 없었다. 신해 그룹이 위기에 처한 지금 경쟁사들이 돌을 던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배려였다. 그러니 자금을 대줄 수 있는 사람이 더더욱 없을 터였다.그중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는 몇몇 사람들도 연말이라 각자의 정산으로 코가 석 자라 한꺼번에 많은 유동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신현우와 오성민이 각각 40억을 내놓은 것도 그들의 한계였다.비서가 입을 열었다.“문제는 회사의 구멍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400억이나 되니까요...”연재준이 예측한 것보다 200억이 많은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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