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이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연재준에게 말해주던 때는 그녀가 그의 비서였던 그 3년이었다.처음 반년 동안, 유월영은 무슨 일이 생기면 그에게 모두 이야기하곤 했다.예를 들어, 이상한 고객을 만났다거나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다거나, 심지어 인터넷에서 웃긴 영상을 보았다거나 하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식사 중이거나 단둘이 있을 때 그에게 말하곤 했다.그럴 때마다 연재준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녀가 왜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 후로 유월영은 그에게 이런‘사소한’일들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었다.그녀는 점점 차분한 모습만 보였고 그 어떤 일도 조용하고 여유롭게 처리하는 비서처럼 변해갔다.오히려 연재준이 자신의 모든 일을 유월영에게 공유하기 시작한 건 그녀가 지성에 있으면서 신현우의 아래에서 일할 때였으며 연재준은 유월영을 쫓아다니며 재결합하려고 했었다.그 시기 동안 연재준은 유난히 ‘집착'했고, 자주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자신의 하루 세 끼 뭘 먹었는지, 날씨가 어떤지, 새로운 고객이 얼마나 건방졌는지, 오래된 부하 직원이 어쩌다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는지까지 말하곤 했다.그리고 그녀를 보고 싶다고 말하며‘자기’라고 부르고,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조르곤 했다.하지만 그때 유월영은 연재준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들은 이런 관계였다. 사귀었지만 진정으로 서로 사랑한 적은 없었다.두 사람은 모두 상대방이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순간에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언제든지 이 관계를 끝내버려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연재준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러자 폐부의 통증이 심장으로 옮겨간 듯했으며 마치 돌덩이가 짓누른 듯 숨이 막혔다.그는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문을 두드렸다.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유월영이 다른 남자와 이렇게 다정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바로 들어가서 그녀가 자기 것이라는 걸 주장했을 것이었고, 그녀에게 아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고 으르렁거렸을 것이었다.하지만 이제
유월영은 그를 바라보다 ‘비숍'을 한 칸 움직이며 말했다.“연 대표님과 윤 대표님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데, 이렇게 저주하듯 말하는 건 좀 지나치지 않나요?”체스, 국제 장기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은 64개의 작은 칸으로 이루어진 체스판에서 양측이 각각 16개의 말을 가지고 경기를 벌이고 말마다 이동 방식이 다르고, 상대의 ‘킹’을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연재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윤씨 가문의 최근 3년 자금 흐름은 5분의 3이 해성 그룹으로 들어갔고, 5분의 1은 신해 그룹의 정상 운영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었어. 나머지 5분의 1은 윤 대표가 윤씨 가문의 사업을 확장하는 데 보탰고.”“하지만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어? 최근 2년 동안 시장 상황이 너무 나빴잖아. 거의 모든 산업이 하락하고 있어. 그는 투자에 실패한 게 아니라,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지. 그래서 지금 그의 자금에 큰 구멍이 생긴 거야, 특히 최근에.”연재준은‘폰'을 한 칸 앞으로 움직였다.체스의 규칙에 따르면, ‘폰'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고, 뒤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그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이어 말했다.“이제 연말 정산이 다가오고 있는데 윤 대표는 이미 은행에서 여러 번 대출을 받았으니 더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멍을 메우지 못한 거야. 지금 그는 아주 위태로운 상태야.”유월영은 그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체스를 움직였다.“연 대표님께서 남의 집안 자금 상황을 이렇게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니 선을 넘은 거 아닌가요? 그래도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묻겠어요. 그 구멍이 얼마나 되나요?”“약 200억 정도.” 연재준은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유월영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윤 대표님은 업계에서 인맥이 좋지 않나요? 멀리 볼 것도 없이 연 대표님이나 신 대표님 그리고 오 변호사님 같은 분들이 있으니, 이 정도의 친분이면 200억 정도는 가뿐히 준비해서 그를 도울 수 있지 않나요?”연재준이 갑
유월영은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전화 건 사람은 바로 윤영훈이었다.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윤 대표님, 무슨 일이 신가요?”윤영훈의 목소리는 다소 쉰 상태였다. 아마 밤을 너무 많이 새웠거나 담배를 많이 피운 듯했다.“고 대표님, 아직도 청원에 계시는가요?”유월영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맞아요. 이곳에 온 건 정말 잘못된 결정이었어요. 눈이 아직도 그칠 기미가 없고, 도로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서 차가 나갈 수가 없어요. 이 지역 대부분이 일시적으로 공사도 멈추고 학교도 쉬고 있다고 들었어요.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어요. 정말 출장 일정이 다 꼬였지 뭐예예요.”“그렇죠, 우리 같은 도시 사람들은 이런 큰 눈은 상상도 못 했죠.”윤영훈의 말투는 다소 건조했다. 그는 사실 이런 잡담을 할 기분이 아니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고 대표님, 제가 하나 무리한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한세인이 홍차를 우린 찻잔을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홍차는 진한 색을 띠며 향긋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네. 무슨 부탁인가요?”윤영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고 대표님께서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있으신지요? 제가 지금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급히 자금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차용증을 써 드릴 수도 있고 이자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내년 초에 자금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갚도록 하겠습니다.”“아...”유월영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혹시 얼마나 필요하신 건가요? 제 계좌에는 약 30억 정도가 있는데, 급한 대로 그걸 보내 드릴 수 있어요. 저희 사이에 이자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그녀가 이렇게 선뜻 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윤영훈인 잠시 침묵했다.2분 정도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그게...고 대표님, 가용 자금이 30억 밖에 없으신가요?”유월영이 놀란 듯한 말투로 말했다.“30억도 부족한가요? 윤 대표님, 설
윤영훈은 의자에 다시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미간에는 주름이 깊게 잡혀 있었다.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두 번 들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비서는 이쪽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채고 망설이며 말했다.“대표님, 은행에서도 저희 재정 적자가 너무 많아서 대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하네요.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윤영훈은 고개를 들어 비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온통 충혈돼 있었다신해 그룹의 재정 위기가 시작된 이후 그는 일주일 동안 합쳐서 열 시간도 자지 못했다.그는 조용히 혼자 중얼거렸다.“유월영의 30억도 사라졌어.”비서와 몇몇 경영진은 서로 눈치를 봤다.“그렇다면...지금 우리는 오 변호사의 40억과 신 대표의 40억만 남은 거네?”윤영훈의 말에 경영진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원래는 연 대표님도 얼마 정도를 빌려줄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지금 폭설에 갇혀 연락이 전혀 닿지 않고 있어요. 그분이 안 계시니 해운 그룹에서도 큰 금액을 이체할 사람이 없어 사실상 2억도 빌릴 수 없는 셈입니다.”윤영훈은 다시 눈을 감았다.그는 평소에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사업에서 모두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친구가 별로 없었고 대부분은 그저 겉으로만 가까운 사이일 뿐이었다.해성 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주위의 너무 많은 질투와 시기를 살 수밖에 없었다. 신해 그룹이 위기에 처한 지금 경쟁사들이 돌을 던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배려였다. 그러니 자금을 대줄 수 있는 사람이 더더욱 없을 터였다.그중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는 몇몇 사람들도 연말이라 각자의 정산으로 코가 석 자라 한꺼번에 많은 유동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신현우와 오성민이 각각 40억을 내놓은 것도 그들의 한계였다.비서가 입을 열었다.“문제는 회사의 구멍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400억이나 되니까요...”연재준이 예측한 것보다 200억이 많은 금액이었다
윤영훈은 일주일 내내 별장에 오지 않았었다.하지만 오늘은 별장에 들렀을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퇴근 시간도 빨랐다.그가 집에 들어서자 가정부가 그의 외투를 받아주었다.그는 신발을 갈아신고 거실로 들어갔다.거실 카펫 위에서 유모와 놀고 있는 딸을 본 윤영훈은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연이야.”여자아이는 낯설지 않은 듯 윤영훈을 보고 거부감 없이 눈을 깜박거렸다.윤영훈은 어린 딸을 안아 들고 자연스럽게 카펫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딸을 무릎 위에 앉히고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달랬다.“아빠라고 해봐. 아빠, 아빠.”딸아이는 아, 아 하는 무의미한 소리만 냈다. 윤영훈은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한 글자씩 말했다. “아빠 해 봐.”연이가 옹알거렸다.“아! 아!”“아니야 아니야, 연이야. 따라 해봐. 아빠.”“엄마! 엄마!”윤영훈은 잠시 멍해졌고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주월향이 다가오고 있었다.여자아이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주월향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주월향은 딸아이의 분유를 타며 조용히 말했다.“애는 이제 겨우 1살 반이에요. 아직 잘 말할 줄 모르니 너무 다그치지 마세요.”윤영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그는 다시 예전의 그 방탕하고 가벼운 윤영훈이 된 듯했다.“그럼 당신이‘여보'라고 한 번 해봐.”주월향은 잠시 흠칫하더니 곧 윤영훈의 품에서 아이를 안아가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윤 대표님께서 연이로 나를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난 절대 당신 곁에 남아있지 않았을 거예요.”그래서 그녀가 그를 “여보”라고 부를 일은 없었으며 그들 사이에는 그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윤영훈은 가만히 카펫에 앉아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그녀가 능숙하게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이 갑자기 애틋해졌다. 그는 눈을 깜빡이기 싫었으며 한 초라도 더 보고 싶었고 이 장면을 마음속에 새기고 싶었다.주월향은 그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불편해
주월향은 아주 빠르게 윤영훈과 사랑에 빠졌다.그는 그녀의 첫 남자였고 첫사랑이었다. 그녀는 순진하게도 그들의 미래를 그렸으며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부터 함께 백발이 된 모습까지 상상했다.결국, 고작 반년도 채 안 돼서 그녀는 현실의 쓴맛을 알게 되었다.윤영훈이 그녀에게 마음을 쏟았던 이유는 오직 이름에 “월”자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게다가 윤영훈은 이미 그녀를 질려했고 곧 주변에 다른 여자가 생겼다. 그리고 그 여자가 아무렇게나 둘러댄 모함에 윤영훈은 주월향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고 자연스럽게 그녀와 헤어졌다.그녀가 믿었던 진정한 사랑은 결국 순진한 꿈에 불과했다.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던 그 시절 그녀가 어떻게 견뎌냈는지는 하늘만이 알고 있었다.주월향의 눈에는 잠깐의 증오가 스쳤지만 곧 그것을 억누르며 감췄다.윤영훈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두 번이나 “영훈 씨”라고 불렀지만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주월향은 할 수 없이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영훈 씨. 영훈 씨?”조용히 자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주월향의 손목을 잡더니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주월향은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나 좀 놔줘요!”윤영훈의 쉰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잠깐만 이러고 있게 해줘.”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그 말투를 듣자 주월향의 극도로 거부하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차분해졌다. 그녀는 그의 셔츠를 잡고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윤영훈은 주월향을 품에 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린 채 조용히 말했다.“당신이 믿든 안 믿든 난 당신을 그 누구의 대체품으로도 여기지 않고 있어. 내가 뭘 하는지 잘 알고 있어.”주월향은 자기도 모르게 울컥해졌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는 건 아니야. 결국 우리 사이도 고작 반년이잖아. 내가 지금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해'라고 말해도 당신은 믿지 않을 거잖아.”주월향은 말없이 그의 가슴에 엎드려 그의 심장 소리를
윤영훈은 대답이 없이 가만히 있다 2층 아기방으로 올라가 딸아이와 놀기 시작했다.주월향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핸드폰에 신해 그룹을 검색했다.곧 수많은 게시글이 나타났고 모두 윤씨 가문이 이번에 위태롭다는 내용이었다.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다.그녀는 몇 개의 글을 대충 훑어보았다. 요약하자면,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고 부도가 멀지 않다는 것이었다.주월향은 핸드폰을 꽉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딸아이는 오후에 내내 낮잠을 잤기에 지금은 전혀 졸리지 않아 까불고 있었다.윤영훈은 아이를 안고 두더지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12개의 구멍이 있는 장난감 기계에서 작은 다람쥐가 튀어나오면 그는 딸아이의 손에 작은 망치를 쥐여주고 두더지를 때리게 했다.“아야! 못 맞혔네! 다시 해보자, 이거 때려! 맞췄다! 연이 최고네~”여자아이는 즐거워하며 깔깔 웃어댔다.주월향은 그가 자기 자식을 모른척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가 아이를 이렇게나 좋아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부녀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침실로 돌아와 씻으려고 준비했다. 그리고 옷장을 열어 잠옷을 꺼내다가 무심코 아래쪽의 수납함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주월향은 상당히 깔끔한 성격이었고 계절이 지난 옷들은 항상 깔끔하게 접어 수납함에 넣고 방충제를 넣어 뚜껑을 덮은 후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했었다.그런데 그 수납함은 지금 뚜껑이 비스듬히 되어있었고 누군가 열어본 듯했다.주월향은 몸을 숙여 뚜껑을 열어 확인했고 안에 있는 옷들도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아래쪽을 뒤져보았고 예상대로 몇 개의 딱딱하고 차가운 물체가 만져졌다.안에 물건을 꺼내 확인하는 순간 주월향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건 돌이 아닌 금괴였다!벽돌처럼 생긴 커다란 금괴가 손에 묵직하게 느껴졌으며 적어도 3~5kg은 나갈 듯했다.하지만 이 물건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주월향은 순간 혼란스러워졌다.그녀는 수납함을 확 젖혔다. 안에는 이런 금괴가 다섯 개나 있
윤영훈은 조사를 받으러 불려 갔고 신해 그룹은 대혼란에 빠졌다. 주가는 폭락하여 예전의 해운 그룹 때보다 더 빠르게 떨어졌다.업계에는 비밀이 없었으며 사람들은 이내 알게 되었다. 윤씨 가문은 빚더미에 올라앉고 곧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것을. 신용이 파탄 난 윤씨 가문은 더는 회생할 가능성이 없었다.그러나 사람들은 더 궁금해했다. 네 대 재벌 중 하나였던, 한때 명성을 떨치던 윤씨 가문과 윤영훈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몰락하게 되었는지.해성 그룹은 그동안 아주 잘 발전해 왔고 사람들은 아직도 그가 석 달 만에 종을 울리며 상장한 전설을 기억하고 있었다. 해성 그룹이 있는 한 윤씨 가문이 이렇게 갑자기 무너진 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 문제는 곧 인터넷에서 자칭 전문가들과 유명 블로거들의 분석과 토론을 불러일으켰다.어떤 사람들은 윤영훈이 연속적인 의사결정 실수로 인해 부동산에 투자했으며 결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져서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그가 지인들에게 배신당했다고 했고 그 증거로 윤씨 가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연씨 가문을 포함한 세 가문에서 그의 해성 그룹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했다고 주장했다.그 밖의 소문들도 가지각색이었다. 경영진들이 경쟁사로 빼돌려졌고 고객도 같이 데려갔다는 둥, 주주들은 자금을 들고 도망갔고 윤영훈은 자산을 해외로 이전했다는 둥그런 내용들이었다...이런 추측들은 그나마 “그럴듯한” 것이었고, 가장 터무니없는 것은 윤영훈이 도박에 빠져 하룻밤에 몇억, 몇십억을 잃었다는 이야기였다.유월영은 그 뜬소문들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생각나네요. 내가 처음 윤영훈을 만난 건 현씨 가문의 유람선에서였는데, 우리 함께 몇 판 카드놀이를 했었죠.”그때 웃음을 띠며 유월영에게 “너도 같이 겸상할 자격이 있냐”고 오만하게 물었던 윤영훈은 아마도 자신이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될 운명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한세인은 서류를 정리하며 물었다.“그럼 아가씨는 그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몰락하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