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91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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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할 수만 있다면...강소영은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삼켰다. 하마터면 정말 수현에게 원하는 걸 말해버릴 뻔했다.‘지금은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야. 냉정해져야 해.’소영은 얼른 화제를 바꿔 어르신의 병세에 관해 물었다.“그러고 보니 나 귀국하고 한번도 할머님을 뵙지 못했네. 괜찮으시면 조만간 한번 찾아뵙고 싶은데 어때?”수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거절했다.“나중에. 할머니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봐 그래.”그의 말을 들은 소영은 입가의 웃음이 옅어졌다. 매번 이런 식이다. 왜인진 모르지만 선월은 소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수현을 구해준 은인이기에 예의를 갖추는 정도다. 그녀를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은 분명 소영을 그저 은인으로만 생각한다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영과 달리 심윤아는 친손녀처럼 대한다는 사실이 소영을 더욱 안달 나게 했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소영은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_휴가를 마친 윤아는 회사로 돌아왔다.연차를 급하게 쓰는 바람에 휴식 전 인수인계를 잘했어도 일손이 모자랐다. 윤아가 돌아왔을 땐 업무상의 허점들을 이미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돌아쳐야 했다. 윤아 앞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일 때문에 점심시간이 되어야 간신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임연수는 바쁜 윤아를 위해 중간중간 마실 음료를 가져다주곤 했다. 윤아는 바쁜 와중에 연수가 가져다준 커피를 들어 한입 마셨다가 커피의 씁쓸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지는 감각에 불현듯 뭔가 떠오른 듯 잔을 내려놨다. 연수가 다시 돌아왔을 땐 그 뒤로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아 차게 식은 커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윤아 님. 커피 새로 타서 그릴게요.”연수의 말에 윤아는 드디어 일에 파묻혀있던 머리를 들며 말했다.“연수 님. 앞으로 커피 대신 따뜻한 물로 주세요.”“네?”연수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커피 안 마시게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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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윤아는 서늘해진 눈빛과는 달리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괜찮으니까 먼저들 먹어요. 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서요. 기다릴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윤아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윤아는 그때 마침 나가려던 연수를 보고 몸을 일으켰다.“연수 님. 식사하시러 가는 거죠?”“네. 윤아 님. 같이 드실래요?”“네. 같이 가요.”윤아는 가방과 핸드폰을 챙기고 연수와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연수는 윤아와 함께 걸어가는 내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잔뜩 설레었다. 사실 그녀는 윤아와 함께 구내식당에 가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방방 뛰는 참새같이 윤아의 곁에서 말이 끊이질 않았다.“윤아 님. 구내식당에 음식을 입에 맞으실까요? 별로면 밖에서 먹어도 되는데.”“괜찮아요.”윤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구내식당이 가깝잖아요. 먹고 바로 일해야 하니까 여기가 편해요.”“아...”일 얘기에 연수는 자책하며 말했다.“죄송해요. 다 제가 부족한 탓이에요. 제가 능력 좋은 직원이었다면 지금처럼 일이 많지도 않으실 텐데.”연수의 말에 윤아는 그녀를 한 눈 보기만 할 뿐 별다른 위로는 하지 않았다.이제 진수현과 이혼을 하고 나면 윤아는 이 일도 그만둘 생각이다. 윤아의 사람은 임연수밖에 없으니 그녀가 이 회사를 떠날 때면 반드시 연수도 데려갈 것이다. 예전의 윤아는 연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느슨하게 대했다. 대부분 일은 윤아가 다 하고 연수는 옆에서 천천히 가르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는 여유를 부릴 순 없었다.“그렇게 미안하면 오후부턴 공부량을 늘리도록 하죠.”연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힘껏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저 꼭 열심히 해서 윤아 님 부담을 덜어드릴게요.”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식당에서 줄을 섰다.밥을 가지러 가는 내내 주변에서는 윤아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는데 윤아가 자리에 앉고 나서는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말이 돼요? 대표님 부인이 우리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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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결국, 연수는 윤아의 잔잔한 호수 같은 표정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다시 앉긴 했지만, 연수는 여전히 화가 사그라지지 않은 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윤아 님. 저 사람들이 하는 말 못 들으셨어요?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정말이지 당장 달려가 저 인간들 입을 찢어버리고 싶어요.”반면 윤아는 느릿하게 말했다.“그리고 나서는? 저 사람들 말 몇 마디에 반응했다가 구내식당으로 쫓겨나 밥 먹는 것도 모자라 저들이 하는 말에 찔려서 손까지 댔다는 소리 듣게 할거예요?”윤아의 말에 연수는 미간을 찌푸렸다.“윤아 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알아요. 그런 뜻 아닌 거. 하지만 지금 저 사람들한테 따지러 간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연수 씨가 반격하든 안 하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까지 막을 순 없어요.”연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렇다고 윤아 님이 저런 모욕을 당하는 걸 듣고만 있으라고요? 전 못해요.”자신을 대신해 화를 내주는 연수의 모습에 윤아는 마음이 찡해났다. 평소에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겁쟁이인 줄만 알았는데 관건적인 순간에는 이렇게 불같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윤아는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모욕이라고 할 수는 없죠.”그의 말에 연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윤아 님. 뭐라고요?’“저 사람들이 한 말 다 맞죠. 우리 집이 망한 것도, 수현 씨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도.”“그럴 리가요...”연수는 계속해서 윤아를 대신해 말해줬다.“윤아 님이 회사에서 제일 도움이 많이 되는 사람인걸요. 능력이 이렇게 출중하신데 어느 회사든 윤아 님을 원할걸요. 윤아 님만 계시면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니까요. 저 사람들 하는 말 하나도 안 맞아요.”“됐어요.”윤아가 서둘러 수연의 말을 멈췄다.“어서 먹어요. 그 정성으로 돌아가서 더 많이 배우세요.”연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윤아의 모습에 뭐라 더 말하기도 무안해 그저 화를 삭이며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윤아는 무표정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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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연수는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때, 옆에 함께 앉아있던 윤아가 맞은 쪽에 앉은 그 인간을 서늘하게 바라보더니 말했다.“대표님. 공적인 얘기 하실 거 아니면 저흰 시간 낭비 안 하고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윤아는 아직도 얼이 빠져있는 연수를 일으켜 대표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선선한 바깥공기가 윤아와 연수의 얼굴을 식혀주었지만 연수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심...심비서님. 저희 그냥 이렇게 가도 괜찮은 거예요?”윤아는 그런 연수를 한 눈 보고는 말했다.“안 그럼요? 계속 있고 싶어요?”연수는 힘껏 고개를 저었다.“아니...아뇨.”“그럼 됐어요. 가요.”윤아는 지나가는 택시 한 대를 세워 연수를 데려다줬다.“저와 함께 일하는 동안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절대 참지 마세요. 안 그러면 저런 뻔뻔한 인간들만 더 기고만장해질 뿐이에요.”덕분에 연수는 윤아와 함께 일했던 긴 시간 동안 이런 일은 더는 당하지 않았다.윤아가 지금 그녀에게 많은 양의 업무를 내주는 것도 아마 그녀를 잘 가르쳐보려는 것일 거다. 연수는 윤아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힘차게 스스로 다짐하고는 일에 몰두했다.‘똑똑’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연수가 고개를 들었다. 웬 아름다운 여성이 문 앞에 서 있었는데 흰 드레스에 어깨까지 드리워진 고운 머릿결이 인상적이었다.“안녕하세요. 심 비서님 찾으러 왔는데요.”연수는 그녀를 한 눈 보자마자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연수가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던 그날, 진수현 대표님과 함께 사무실에 있었던 여자. 최근 회사 내에 무성한 소문의 주인공인 강소영이다.연수는 강소영이 요즘 들어 부쩍 회사에 자주 드나드는 바람에 윤아가 식당에서 그런 일을 당한 거라 생각해 그녀를 곱게 볼 수 없었다.연수가 대답이 없자 소영이 한 번 더 물었다.“저기요?”연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새초롬하게 말했다.“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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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윤아의 말에 소영은 잠시 멈칫했다.생각 못 해본 일은 아니다. 이미 여러 번 눈치를 줬는데도 진수현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뿐. 못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척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소영은 직접 말했다가 수현이 자신을 가벼운 여자로 생각 할까 봐 천불이 나는 걸 꾹 참고 있었던 거다.소영이 낯빛이 어두워져서는 말이 없자 윤아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혹시 불러내지 못해서 절 찾아와 부탁하는 건가요?”그 말에 소영은 머리를 들어 불쾌한 기색이 역력해서 윤아를 쳐다봤다. 그러나 소영의 시선에도 꿈쩍 않는 윤아.“제 말이 틀렸나요? 이런 쓸데없는 일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절 싫어하면서도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건 수현 씨 앞에서 대인배 행세를 하고 싶은 건가요? 그런 거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 아량이 넓지 못하다고 싫어할 남자라면 이참에 헤어지는 게 낫지 않겠어요?”윤아의 말은 소영의 속내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다. 소영은 주먹을 꽉 쥐며 당장 윤아를 능지처참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윤아는 입꼬리를 올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제가 일을 해야 해서요. 별일 없으면 이만 가시죠.”소영은 분노로 부글거렸다. 대인배 행세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 미치게 후회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윤아에게 날카로운 말 몇 마디라도 날려주고 싶었지만 윤아의 심기를 건드려 수현의 앞에서 막말이라도 할까 봐 간신히 참아냈다. 소영은 차오르는 분노를 꾹꾹 누르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윤아 씨. 제게 이렇게까지 적대적일 필요 없어요. 윤아 씨가 제 요구를 들어준다고 약속했을 때부터 우리 관계는 이제 다 풀린 거예요. 전 그냥 윤아 씨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서 잘 챙겨주려는 거예요. 나이로 따지면 사실 제가 언니인데...”소영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윤아가 싸늘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강소영 아가씨. 우리 집 딸은 저 하나밖에 없습니다.”잠깐의 침묵이 흘렀다.“그래요. 제가 준비한 반찬이 윤아 씨 입맛에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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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제 말을 이해하지 못했나 봐요. 똑똑히 들어요. 진 씨 그룹에서 연수 님은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그리고 저와 연수 님이 무슨 사이라고 절 대신해 화를 내주는 거죠?”연수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간신히 참고 있었다.사무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큼, 큼.”이때, 밖에서 누군가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윤아는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봤다. 언제 왔는지 강찬영이 문어구에 서 있었다.윤아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연수에게 말했다.“가서 일 보세요.”연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강찬영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찬영은 연수의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걸 보았다.연수가 나간 후에야 윤아는 찬영에게 물었다.“찬영 오빠. 무슨 일이에요?”찬영이 문을 닫으며 윤아에게 다가갔다. 그는 윤아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왜 말을 그렇게 못되게 해? 그러다 너 호의도 다 곡해되는 수가 있어.”윤아는 아무 표정 없이 그저 시선을 떨궜다.“상관없어요. 어차피 전 얼마 안 가 떠날 거니까요.”좋게좋게 말했다가 연수가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성장하지 못하면 어떡한단 말인가.윤아의 담담한 모습에 찬영은 잠시 멈칫했다. 이윽고 들고 있던 파일을 윤아의 책상에 올려놓고는 무심한 척 말했다.“간다고? 언제?”윤아는 강찬영에게 수현과의 가짜 결혼과 임신 사실을 제외하고는 딱히 숨기는 게 없었다. 그녀는 잠시 입을 앙다물더니 이내 말했다.“구체적인 시간은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아마 곧 갈 거예요.”찬영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곧 떠난다는 그 말에 조금 전 연수를 대하는 태도까지... 찬영은 이런 정황들로 보아 윤아가 한 달 안에 회사를 떠날 거라 짐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다른 수를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생각에 잠긴 찬영의 모습에 윤아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찬영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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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찬영은 윤아의 사무실에서 한참을 머물다 떠났다.그녀의 사무실에서 나올 때 그는 마침 함께 대표실에서 나오는 진수현과 강소영과 마주쳤다.강찬영의 모습을 보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는 수현. 그는 온몸으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찬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소영도 금세 수현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저 멀리 윤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강찬영을 보며 넌지시 말했다.“찬영 씨는 윤아 씨와 사이가 참 좋나 봐. 며칠 전 둘이 함께 밥을 먹는 모습도 봤었던 것 같은데.”수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영은 그런 수현을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었다.“사실 생각해보면 찬영 씨가 윤아 씨에게 참 잘해줘. 심씨 가문이 망했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다 윤아 씨를 멀리했는데 찬영 씨만 윤아 씨와 같이 회사에 들어왔잖아. 지금까지도 자주 보는 것 같고. 예전에 사람들이 윤아 씨 아버님이 찬영 씨를 사위로 생각한다고 하던데 그땐 그저 농담일 줄 알았지 뭐야.”소영은 더 말하지 않았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소영은 윤아를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니 수현의 옆에서라도 손을 쓰는 수밖에.역시나 소영의 말에 급격히 낯빛이 어두워지는 수현이다. 그녀의 말을 정말 받아들인 듯 보였다.그러나 소영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수현의 이런 반응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소영은 이런 이유로 더더욱 윤아의 임신 소식을 감추려 했던 것이다.소영은 아무래도 일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_그날 밤,샤워를 마친 수현은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달랑 걸친 채 상체를 훤히 드러내며 욕실을 나왔다. 그는 수건을 들어 물기를 가득 머금은 머리를 탈탈 털며 안방으로 향했다.안방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윤아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어폰을 귀에 낀 채 침대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네. 이 부분은 한 번 더 보고 수정한 후에 보내주세요.”그는 청아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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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윤아는 잔잔한 호수같이 평온했다. 마음속에는 그저 일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 연수를 어떻게 잘 가르칠지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그러나 수현은 아녔다. 그녀가 수현의 곁을 지날 때 그는 참지 못하고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낮 시간이 일을 다 하기에 부족했나 봐? 아니면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일에 차질을 준건가”그의 말에 윤아는 걸음을 멈췄다.“무슨 뜻이야?”윤아는 정확히 수현과 등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걸음을 멈췄고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일에 차질을 주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안 했다고 생각 하는 거야?”“아닌가?’수현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열심히 했으면 집에서까지 해야 할 일은 없었겠지.”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수현이 왜 또 시비를 거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두 사람은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등을 진 채 서 있었다.잠시 후, 수현이 실소를 터뜨렸다.“왜 말이 없어? 네 그 잘난 찬영 오빠랑 얘기하는 게 그렇게 좋았나 봐?”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놈의 알량한 남자의 자존심 때문이었나보다.윤아의 태도는 똑같았다. 그와 상대하기 싫다는 듯 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발걸음을 옮겨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그러나 윤아의 가느다란 손목을 확 낚아채는 수현.윤아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수현은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 후 몸을 들어 안았다. 수현의 손에 정신없이 들린 탓에 윤아는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도 그만 떨어트리고 수현에게 두 손이 잡힌 채 푹신한 침대에 던져졌다.윤아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녀의 몸을 수현의 몸에 깔려 있었다.“진수현. 뭐 하는 짓이야?”윤아가 버둥거리자 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손을 더 힘있게 잡았고 무릎을 들어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그녀의 다리를 꾹 눌렀다.수현에게 짓눌린 윤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고개를 돌려 그의 팔뚝을 꽉 깨물었다. 아무리 힘 있는 수현의 팔이라도 윤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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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질투?수현은 잠시 멈칫했다. 잠시 후 그는 손가락으로 윤아의 입가에 묻은 붉은 핏자국을 꾹 누르며 반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정말 질투 하는 거면 뭐 어때서? 잊었나 본데 넌 법적으로 내 아내야.”그의 퇴폐적인 목소리는 사람을 홀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수현은 말을 하는 동시에 윤아에게로 바짝 다가갔다. 그의 얇은 입술이 윤아의 입술에 다가가자 윤아는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감도는 것을 느꼈다.두 사람의 입술이 거의 닿으려 할 때, 윤아가 말했다.“법적으로 아내면 또 어때서? 그렇다고 수현 씨가 질투할 자격 있어?”수현은 멈칫했다.윤아는 옅은 미소와 함께 조롱을 곁들이며 말했다.“말을 바꿔서 그럼 질투했다고 쳐. 그럼 강소영 씨는 어쩌려고?”제3자의 등장에 수현은 야릇하던 감정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사라졌다. 윤아의 입에서 강소영이 나올 줄 몰랐던 그는 어느새 눈빛이 차게 식었다.“강소영이 여기서 왜 나오는데?”윤아: “왜? 하면 안 돼? 그럼 수현 씨는 찬영 오빠에 대해 왜 얘기했는데?”수현: “...”둘은 한참을 정적 속에서 눈을 맞추다 결국 수현이 잡았던 손을 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윤아도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수현이 세게 잡은 탓에 그녀의 손목은 붉게 부어올랐다.“짐승같은 놈.”윤아는 낮은 소리로 한마디 내뱉고는 땅에 떨어진 노트북을 챙겼다. 바닥에 제대로 떨어져 버린 탓에 윤아는 노트북이 고장 나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일 분을 노트북을 켜보려고 시도했으나 아무래도 완전히 망가져버린듯 했다. 윤아는 일하기도 글렀으니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연수에게 문자를 남겼다.「노트북이 고장 나서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회사에서 계속하죠.」메시지를 전송한 윤아는 노트북을 닫고 정리를 했다.수현은 윤아의 움직임을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대형 냉장고 못지않게 냉기를 뿜어내면서도 윤아의 곁에서 떠나질 않았다.윤아가 노트북을 닫자 수현이 입을 열었다.“일은 안 하나?”그걸 질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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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순식간에 선을 그어버린 윤아. 계산까지 이 정도로 정확히 한다니. 수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혹시 이러는 이유가... 그 사람 때문인가.’이튿날, 윤아는 노트북을 수리하러 갔다. 십만 원 정도가 들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이제 이 회사에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새 노트북을 사는 건 낭비였다.윤아는 연수와 함께 아침을 먹으러 회사 근처의 브런치 가게로 향했다. 그녀는 밥을 먹으면서도 어김없이 일 얘기를 시작했다.연수는 잔뜩 풀이 죽어 커피만 마셔대며 윤아를 힐끗 봤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아가 요즘 들어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쩍 많은 걸 가르쳐주려고 하기도 한다. 전부 감탄만 나오는 것들을 말이다. 생각에 빠져있던 연수는 입안의 커피를 꿀꺽 넘기고는 물었다.“윤아 님. 저 뭐 좀 물어봐도 돼요?”윤아는 연수를 한 눈 보고는 말했다.“말해요.”연수는 주변을 한번 살피고는 경계태세로 잔뜩 수상하게 윤아의 곁에 다가왔다.“혹시 회사 그만두시려는 거예요?”윤아:“...”‘참 눈치도 빠르네.’윤아는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수는 곤란해하는 윤아의 기색에 되려 당황하며 말했다.“윤...윤아님. 제가 일부러 떠보려거나 그런 게 아니라요. 그냥 요즘 갑자기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아서... 게다가 부쩍 많은 걸 가르쳐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든 생각이에요.”“맞아요.”윤아는 지금 연수에게 알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부정하지 않았다.“그니까 잘 배워둬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믿을 수 없다는 듯, 연수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윤아 님...”윤아는 하던 일을 끝마치고 노트북을 접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연수는 그저 멍하니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충격적인 소식에 뒤늦게 슬픔이 밀려왔다. 마음속에 큰 파도가 덮쳐 심장을 집어삼키는 느낌이었다. 어제 윤아가 갑자기 그렇게 화를 낼 때는 자신이 한 말 때문에 화가 난 줄 알고 어리둥절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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