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1206 챕터

제111화

봉지를 받은 뒤, 윤아는 수현이 인스턴트 음식을 사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입맛이 없어 그저 열어 보기만 하고 다시 치웠다.수현은 거기에 서서 윤아의 행동을 다 눈에 담았다.“다 싫어?”이 말을 듣자, 윤아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래.”수현은 더는 말하지 않고 윤아의 곁에 앉았다.너무 적게 입어서인지 아니면 금방 밖에서 들어와서 그런지 수현이 옆에 앉는 순간, 윤아는 자신의 주위 온도도 함께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수현이 아직도 셔츠 한 장만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입을 열었다 닫으면서 뭐라도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침묵만 유지했다.둘을 이렇게 조용히 앉아있었다.비록 가까운 거리였지만 하늘 저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윤아는 자리에 앉아 아까 얘기를 나눴던 여자들을 보았다. 한명 한명씩 남자 친구와 함께 들어갔고 나올 땐 다정하게 팔짱을 끼거나 껴안으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이 장면을 보니 수현과 혼인신고 하러 구청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추억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현실은 얼마나 참혹했다. 참 많이도 변했구나...윤아가 이렇게 멍때리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와 수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정신을 차린 뒤, 그녀는 제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달싹이며 수현에게 말했다.“우리 차례야.”수현은 무슨 생각하는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안에서 누군가가 다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윤아는 깊은숨을 들이쉬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수현을 향해 말했다.“가자.”말을 마치고 윤아는 먼저 발걸음을 뗐다.“잠깐만.”수현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불렀다.그러자 윤아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물어뜯으면서 고개를 돌리려는 충동을 간신히 삼켰다. 비릿한 피 냄새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찌릿한 아픔은 흐릿해지는 정신을 더 또렷하게 했다.그녀는 자신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 것을 들었다.“왜 그래?”고개도 돌아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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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요양원에 가는 길에서 윤아는 너무 급한 나머지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고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꼬아서 부여잡았다. 심장은 벌렁벌렁 뛰었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잘못했다.구청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아침에 깨자마자 요양원으로 갔어야 했다.아니, 어젯밤에 돌아오는 게 아니라 요양원에서 할머님을 잘 보살펴드려야 했다.오늘 수술 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할머님이 거절하자마자 집으로 돌아오다니. 어쩜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는가.윤아는 한없는 자책에 빠졌다. 그녀는 몸을 좌석에 기댄 채 눈을 질끈 감았다.기억 속 흐릿하지만, 또 또렷한 장면이 이리저리 엉킨 채 머릿속에 펼쳐졌다.빨리 운전하여 요양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교통 규칙은 지켜야 하므로 수현은 할 수 없이 신호등 길목에서 천천히 멈추어 섰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그의 짙은 눈썹은 계속 찌푸리고 있었다.차를 세운 후, 수현은 점차 윤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머리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제야 윤아의 입술 사이에 붉은 피가 맺혀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너 왜 그래?”아무 응답도 없었다.윤아는 지금 이맛살을 찌푸린 채 얼굴은 창백했고 눈썹은 파르르 떨렸으며 입술은 꼭 깨물고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이런 윤아의 모습을 본 수현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붙잡고는 꼭 깨물고 있는 입술을 열게 하려고 했다.여러 번 시도했지만, 윤아가 너무 세게 깨물고 있는 바람에 몸부림칠 때 옅은 피가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심윤아, 뭐 하는 거야. 입술 놓으라고!”수현은 힘을 주고 싶었지만, 윤아가 다칠까 봐 말로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윤아는 마치 악몽에 빠진 사람처럼 어떻게 불러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순간, 수현은 뭔가가 떠올랐다.윤아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 곁에서 자라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아버지가 윤아를 무한한 사랑으로 키웠기 때문에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고 뭐든 그녀를 힘들게 하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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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하지만 수현이 몇 번이나 윤아의 이름을 불렀음에도 윤아는 전혀 듣지 못한 거 같았다. 마치 외부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자신을 꼭꼭 숨겨 두었다.윤아의 이런 모습을 본 수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신호등은 이미 초록 불로 되었다. 수현의 차가 움직이지 않는 바람에 뒤의 차들이 빵빵 경적을 울리면서 불평을 토로했다.수현은 이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 순간 몸을 숙여 윤아의 턱을 위로 한 채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그가 예상했던 대로 윤아의 이발이 꼭 맞물려있었다. 그래서 한참을 애써도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한쪽 손을 그녀의 허리에 대고 살짝 꼬집었다.윤아는 간지러움을 심하게 탄다.평소처럼 화들짝 놀라며 피하지는 않았어도 뻣뻣하게 경직되었던 몸에 조금의 반응이 있었다.수현은 이 틈을 타서 윤아의 입을 살짝 벌리며 꼭 깨물고 있던 그녀의 아랫입술을 구해냈다. 서로의 숨을 앗아갈 듯한 거리에서 수현은 아주 짙은 피비린내를 맡았다. 윤아에게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다고 질책하기도 전에 찌릿한 아픔을 느끼면서 미간을 찌푸리고는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너무 아픈 나머지 하마터면 윤아를 품에서 밀어낼 뻔했지만, 그런 충동을 간신히 억제했다. 그는 아픔을 참으면서 윤아의 허리를 아까보다 더 세게 꼬집다.그러고는 빨리 윤아의 입술을 놓아 주었고 다시 물어버리기 전에 즉시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매섭게 말했다."심윤아, 빨리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지금 여기서 너랑 잘 거야."그의 말투가 너무 매서웠는지 품속의 여자는 몸을 살짝 떨면서 점점 힘을 풀었다.금방 정신을 차린 윤아는 주위의 시끄러운 경적과 창밖으로 들려오는 기사들의 욕 하는 소리에 어리둥절했다.하지만 그녀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가까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수현이었다.남성 특유의 호르몬이 거의 그녀를 감쌌고 그의 큰 손은 윤아의 턱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드디어 깼네?"윤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피가 묻어있는 입술을 움직였다.뭐라도 말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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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내 뭐? 왜 말 못 해?”“...”윤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렇게 어색한 상황에서 그 말을 입밖에 내뱉기가 어려웠다.“못 말 하겠어?”계속 몰아붙이는 수현.윤아는 눈을 내리깔고는 침묵을 유지했다.수현은 이런 윤아를 보고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죽어. 그냥 하마터면 물어뜯길 뻔했지만.”이 말을 듣자, 윤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렇게 심해?”“심윤아, 네 입술에 생긴 상처 보면 몰라?”“...”그런 것 같았다. 아까 화장 거울로 봤을 때 상처가 아주 심했었다. 그러니 수현이라고 멀쩡할 리가 있겠는가.그의 말에 뭐라고 반박할 수 없으니, 윤아는 축 처진 눈을 한 채 다시 한번 사과했다.“미안해. 다음번엔 나 그냥 내버려둬.”이 말을 들은 수현의 눈썹은 다시 치켜 올라갔다.“다음 번이라니. 심윤아, 자해하는 게 네 낙이야? 앞으로 이런 일 없어야 해. 들었어?”오늘 그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위험했는데...윤아는 작게 중얼거렸다.“나도 억제할 수 없는데 어떻게 막아...”수현은 윤아를 한눈 쏘아보고는 표정을 굳혔다.윤아 말이 맞았다. 방금 어떻게 부르고 말을 걸어봐도 그녀는 마치 의식이 없는 사람처럼 듣지 못하는 것 같았고 몸만 외부의 자극에 반응했었다.수현은 이제 시간 날 때 윤아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윤아에게 말하며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켰다.“할머니께서는 그저 쓰러지셨을 뿐이야.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할 수 없지만 평소 꽤 건강하셨기 때문에 별문제 없으실 거야. 문제가 있다 해도 며칠간 수술 할 수 없을 정도에만 그칠 거야.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아까 일을 겪은 후, 윤아는 오히려 더 진정되었다.아까는 너무 긴장했다.할머님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다고 생각하니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았고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두려웠다. 수현의 말이 옳았다. 그녀는 진정해야만 했다.“응, 알겠어.”요양원.차를 세우자마자 수현이 먼저 운전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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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이 말을 듣자, 윤아는 머리를 들어 수현을 보았다.그의 검고 짙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윤아는 수현에게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다 간파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투로 대답했다.“응.”“그래?”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윤아의 안경 아래에 숨겨진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왜 다크서클 있어?”이 말을 마치고 수현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중얼거렸다.“어쩐지. 그래서 안경 꼈던 거네.”“...”윤아는 손을 거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다 닦았어. 그런데 수현 씨 입술에 난 상처는 약을 바르는 게 좋을 거야. 가자, 할머님 뵈러.”말을 끝낸 윤아는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갔고, 수현도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네 눈에 핏발 섰더라.”“피곤한 거 같은데. 어젯밤 잘 못 잤어?”연거푸 두 마디에 윤아는 참다못해 고개를 돌리고는 수현을 쏘아보며 말했다.“수현 씨, 그만해.”말을 마친 윤아는 하이힐로 땅을 쾅쾅 밟으며 앞으로 걸어갔다.의사는 선월이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쓰러졌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몸 상태는 정상이었고 다른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이걸 들은 두 사람은 그제야 마음을 놓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참 다행이었다. 긴장해서 쓰러졌을 뿐 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니.“현재 환자분의 이런 심리 상태로선 수술을 진행하기엔 무리입니다.”의사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소리를 낮추면서 제안했다.“심리도 아주 큰 문제입니다. 환자분의 신체적 조건은 부합되지만, 심리 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윤아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그럼 어떡하면 되나요? 의사 선생님, 해결할 방법이 있어요?”“네. 우선 약물치료 받으셔야 할 겁니다. 보호자분들도 환자분이 심리적 안정을 취하도록 대화도 나누면서 잘 협조해 주세요.”윤아는 알 것 같았다. 역시 심리 문제였다.그녀는 빨간 입술을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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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그래서 이혼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 한 거야?’-병실 밖.수현은 특별히 병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전화를 받았다.“수현 씨?”소영의 목소리가 전화 저편에서 들려왔다.수현은 비록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소영을 대할 때에는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평소처럼 말했다.“응.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소영은 전화 저편에서 근심 가득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실은 깬 지 오래됐어. 어젯밤에 걱정돼서 잘 못 잤거든. 할머님은 어떠셔? 수술실 들어가셨어? 수현 씨, 지금 이런 부탁 하면 안 되는 거 잘 아는데 나도 할머님 뵈러 가면 안 될까? 너무 걱정돼서 그래. 절대 할머님 눈에 띄지 않고 그냥 밖에 있다가 할머님이 깨시자마자 갈게. 절대 들어가지 않을 거야.”한없이 자신을 낮추며 말하는 소영의 목소리를 들은 수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생명의 은인으로서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됐다. 그는 소영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결국 선월의 병세를 고려해 입을 닫기로 결심했다.“소영아, 할머니께서 아직 수술실 들어가지 않으셨어.”이 말을 듣자, 소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물었다.“아, 그래? 수술이 지연된 거야? 아니면...”“응. 수술 지연됐어. 할머니께서 너무 긴장한 바람에 쓰러지셨거든.”이 말을 하면서 수현은 선월의 병실 쪽을 한눈 보고는 말을 이었다.“한동안 미루기로 했어.”“어? 미, 미루다니?”윤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지금 앞에 준비해 둔 와인과 스테이크, 심지어 향초를 바라보았다.원래 소영은 선월이 수술을 마쳤고 또 수현이 윤아와 순조롭게 이혼도 했으니, 그와 함께 축하 파티나 하자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응. 얼마나 미룰지는 모르겠어. 할머니께서 아직 혼수상태라서. 나중에 연락할게.”말을 마친 수현은 전화를 끊고 병실 쪽 방향으로 걸어갔다.뚜뚜-소영은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친구 한 명이 옆방에서 걸어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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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평소에 소영은 거의 화내지 않았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늘 다정하고 상냥한 모습이었다.예쁘기도 한데 성격마저 좋으니, 소영은 늘 여신의 대접을 받았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버럭 소리 지르며 화내니 친구들은 깜짝 놀라서 이상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사방은 삽시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친구들의 시선과 조용한 환경 속에서 소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아까 자신이 뭘 했는지가 떠올랐다.“얘들아, 미안해. 내가 기분이 좀 안 좋아서 예민하게 굴었어. 미안해.”그녀는 선홍빛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이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여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소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진주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소영이 버럭 지른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졌던 친구들도 소영이 울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자 금세 마음이 아팠다.“소영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울지마.”“그래, 소영아. 아까 수현 씨에게 전화하지 않았어?”다들 한편으로는 소영을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휴지를 건네면서 어렵게 달래고 있었다.소영은 원래 예쁘게 생겼는데 흐느끼면서 울기까지 하니 애처로움이 더해져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새하얀 손끝으로 눈가를 살살 닦으며 슬픔에 겨운 말투로 말했다.“응. 전화했어. 그런데 당분간은 이혼하지 않을 거래.”선월이 쓰러지는 바람에 수술이 지연됐으니, 수현과 윤아의 이혼 날짜도 뒤로 미루게 생겼다.소영은 이 일이 조금 창피했으나 끝까지 숨길 수도 없는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뭐? 당분간은 이혼 안 한다니! 왜?”“그러게. 전에 잘 말해뒀잖아. 어르신께서 수술만 마치시면 이혼하기로. 왜 이런 변수가 생겼대?”“난 알 것 같아. 분명 그 심윤아 나쁜 년이 수현 씨와 이혼하기 싫어서 수작 부리는 거지? 와, 진짜 얼굴 두껍다.”소영이 입술을 움직이며 뭐라고 해석하려고 할 때 다른 친구 한 명이 또 옆에서 말했다.“난 그 여자가 말 고분고분 듣지 않을 줄 알았어. 전에 우리가 찾아갔을 때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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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소영아, 걱정하지 마. 이번 일은 우리가 꼭 네가 당한 만큼 다 갚아줄게.”“얘들아, 이러지마...”소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앞에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너희들이 날 위해서 이러는 건 알겠는데 윤아 씨 요즘 요양원에서 할머님을 돌보고 있어. 정성이 지극해.”이 말을 듣자 친구들은 계속 말했다.“그래? 그러면 심윤아가 어르신을 다 돌본 다음에 혼쭐을 내주면 되지. 꼭 널 위해 복수해 줄게.”소영은 정말 난처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얘들아, 날 위해서 그런 창피한 일 하지 마. 나중에 내가 윤아 씨 만나서 얘기 나눠볼게.”“자, 지금은 저녁으로 준비했던 음식들을 해결해 볼까. 다행히도 넉넉하게 마련했어. 부족하면 더 시킬게.”“소영아...”“아까 일은 다시 꺼내지 말자. 우리 오늘 술도 마시면서 제대로 놀자. 슬픈 일은 잊는 거야.”소영은 와인 한 병을 따고 몸을 돌려 와인잔을 가져왔다.친구들은 이런 소영을 보고는 서로 시선을 맞추며 마음속으로 씨앗 하나를 묻어두었다.-윤아는 하루 동안 수현과 함께 요양원에서 선월의 곁을 지켰다.이 시간 동안 윤아는 입맛이 없어 옆의 병상에 반쯤 기대었는데 기운이 없어 보였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픈 게 윤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수현은 그런 윤아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뭐라도 좀 먹어.”윤아는 눈썹을 찌푸렸다.“입맛 없어.”수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신선 놀이 하는 거야?”하루 종일 입맛이 없다며 도통 먹지를 않으니.수현은 심지어 윤아가 요즘 들어 부쩍 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윤아를 보며 수현은 그녀에게 죽 한 그릇을 담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조금이라도 먹어.”윤아는 눈앞의 죽을 보며 이상을 찌푸렸다. 거절하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뭔가 떠오른 후 손을 뻗어 죽 그릇을 받아왔다, 그녀는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는 억지로 삼켰다.배고프지도 않았고 입맛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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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수현이 그녀에 대한 보살핌은 아마 소꿉친구 사이의 우정을 보아서, 혹은 양가가 대대로 맺은 친분을 보아서 그녀를 동생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결혼이라는 틀이 있든 말든 수현은 그녀에게 잘해줄 것이다.웃긴 건 이런 사이에 그녀가 수현에게 다른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이다.윤아는 자소 섞인 웃음을 지으며 눈을 질끈 감고는 수현에게 닿았던 시선을 거두었다.선월은 저녁 여덟 시에 깼다.그녀가 깨자마자 윤아는 선월의 병상에 다가가 엎드리고는 그녀와 눈을 맞추었는데 잔뜩 긴장한 모양이었다.“할머님, 깨셨어요? 몸은 어떠세요? 불편한데는 없어요? 배고프지는 않으세요?”선월은 눈앞에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는 윤아를 보았다. 자신을 걱정한 나머지 눈마저 동그랗게 뜬 그녀를 보며 선월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린 채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윤아 요것, 정말 마음에 든다니까.’선월이 머리를 흔들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더 긴장한 윤아는 입술을 핥으며 선월의 앞에서 손짓했다.“할머님, 저를 보세요. 이게 몇이에요?”선월은 자신의 앞에 놓인 손가락 두 개를 보면서 ‘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윤아를 놀리려는 생각에 결국 ‘일’ 이라고 했다.그러자 윤아는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할머님...”그녀는 당장 몸을 일으켜서 의사를 찾으러 가려 했다. 이때 옆에 서 있던 수현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윤아는 놀란 토끼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 의사 선생님 모셔 올 거야.”수현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다시 물어보지 그래?”그러자 선월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됐다. 이 할미가 널 놀렸어. 난 괜찮단다.”윤아는 선월을 바라보았는데, 그제야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니까 방금 일부러 일이라고 하신 거야?’‘하... 멀쩡하시구나. 놀릴 기분도 있으시고.’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할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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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돌아가. 윤아 데리고 가서 푹 쉬어. 여긴 간병인들이 있잖니.”윤아는 깨어나자마자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을 거부하는 선월이 왜 이러는지 도통 몰랐다. 수현도 선월의 말을 들은 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는 굳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앉아있었다.“수현아, 이젠 이 할미 말도 안 듣는 거니?”그러자 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윤아는 얼른 그의 앞을 막아서며 살랑살랑 말했다.“할머님, 무슨 염려가 있으세요? 저희에게 얘기해주시면 안 될까요?”쓰러진 후 이런 말을 한 선월이 윤아는 몹시 걱정되었다.“염려라니. 그냥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까, 생각도 바뀐 거야. 젊은이들이 나 때문에 바쁜 시간 쪼개며 왔다 갔다 하는 게 싫어서 그래.”선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는데, 윤아를 대하는 태도는 그래도 아주 부드러웠다.“윤아야. 사실 이 할미에겐 수술하든 말든 상관없어.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단다.”이 말을 들은 윤아는 순간 안색이 변했다.“어떻게 안 중요해요. 할머님, 왜 상관없으세요. 할머님 지금 상태 되게 좋아지셨다고 했어요. 그래서 수술도 아주 성공적일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할머님 두려우신 거예요? 그러면 저 오늘부터 여기 있을래요. 할머님 수술 마치실 때까지 곁에 있을게요. 네?”수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순간, 윤아는 거대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녀는 재빨리 선월의 손을 꼭 잡고 병상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마치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이 그녀인 것마냥 더 신경 썼다.이런 윤아를 보며 선월은 마음이 아팠다.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윤아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사랑이 부족했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선월같은 여성 어른을 만나니 더욱 기대고 의지했다. 선월이 나이가 많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윤아가 자신을 어머니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할머님, 네?”선월이 대답하지 않자, 윤아는 작은 얼굴을 쳐든 채 웃음을 띠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제가 요양원에서 할머님과 함께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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