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연성훈은 기분이 상쾌해졌을 뿐만 아니라, 주위 공기마저 평소보다 맑아진 것 같았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돈이 어디서 왔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임설아네 일가족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돈이 있다는 그 사실에만 집착하고 후회할 뿐! 이 집안사람들은 돈의 출처 따위엔 전혀 관심 없을 거야.’연성훈의 예상이 정확했다. 같은 시간 임설아네 일가족은 더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휩싸였다.백연아는 자기 얼굴을 부여잡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그 녀석이 감히 나를 때려? 아니, 나를 때리다니! 이 일은 이렇게 넘길 수 없어요. 그 녀석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마음속에서 연성훈은 여전히 그녀의 말에 토 한번 달지 못하는 만만한 존재였다. 뺨 한번 맞았다고 해서 그동안의 이미지가 개선될 리 없었다.“연아야, 우리는 오히려 연성훈에게 도움을 구하는 입장인데, 네 태도가 적절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야, 어쨌든 연성훈도 더는 설아의 남편이 아니잖아.”옆에서 백훈이 원망 섞인 어조로 말했다.일이 이렇게 틀어졌으니, 연성훈은 그의 부탁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백훈은 물류 회사를 바꿔야 했고, 따라서 인상되는 가격은 그의 회사엔 큰 손실이자,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었다.백연아가 이를 갈며 대답했다.“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잘난 척 할 수 있어요! 어떤 멍청한 계집애가 버러지 같은 연성훈을 거두어준 건지, 그 계집애는 평생 불운이 따르게 될 거예요!”임설아는 백연아를 부축해 세웠다.이 시각, 임설아는 마음이 복잡미묘했다. 이혼하던 그날 연성훈이 신해은행 VIP 고객 전용 창구에 은행 업무를 봤던 일, 구윤아와 메리어트 호텔에 성대그룹의 대표이사로 나타났던 일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그녀는 줄곧 모든 상황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인제 와서 생각해보니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성훈이 그동안 보여준 성격상의 변화는 그녀의 맨눈으로도 알아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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