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훈은 아무 말 없이 두 사람 뒤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남자가 정중하게 물었다.“설아, 오늘 밤에 시간 있어?”연성훈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임설아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회사에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그녀의 곁을 맴도는 싱글 남자가 적지 않았다.“미안해요, 저녁에 약속 있어요.”임설아는 차분하게 답했다.“설아, 하 매니저님도 너 좋아하는 거 알아. 그런데 솔직히 월급 좀 높은 거 말고는 나은 구석이 하나도 없잖아. 난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남자의 말을 들은 임설아는 무덤덤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됐어요. 그만하고 얼른 엘리베이터 타요.”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임설아를 바라봤다.강산은 변해도 본성은 변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듯이 여전한 그녀의 모습에 연성훈은 헛웃음이 나왔다.연성훈과의 관계에서 후회한 적 있음에도 마음을 다잡기는커녕 여전히 돈 많은 남자를 찾아 인생 역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모양이다.심지어 연성훈 때문에 예전보다 눈이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임설아는 서류를 품에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후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러나 막 돌아서는 순간, 눈에 들어온 연성훈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자리에 얼어붙었다.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가장 높은 층 버튼을 눌렀다.임설아는 입을 벙긋했지만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3년 동안 부부였으나 그들은 아무런 실질적인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설마... 나 보러 온 거야?”임설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옆에 있던 남자는 자신에게 말 걸고 있는 줄 알고,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볼일 있어서 잠깐 온 거야. 회사 잘 다녀.”임설아는 이를 악물고 다시 침묵에 빠졌다.곧이어 임설아가 누른 층에 도착하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나 이제 회사 잘 다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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