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훈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강진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그의 모습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강진혁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드디어 오셨군요.”이유는 모르겠으나 연성훈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어때요? 그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연성훈이 물었다.“마지막 통화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강진혁의 답에 연성훈은 사뭇 진지해졌다.“그쪽에서 정체를 유추할 만한 그 어떤 단서도 흘리지 않았나요?”“네, 그저 용골을 준비하라는 말밖에...”강진혁은 한숨을 내쉬며 목에 걸고 있던 장신구를 뺐다.하얀 펜던트였는데 치아 같기도 하고 백옥같기도 하며 매우 신비로웠다.“이게 뼈예요?”연성훈이 묻자 강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희 집안 대대로 물려받는 보물 같은 거죠.”“이걸 내놓으실 의향은 있고요?”연성훈이 재차 물었다.“당연하죠. 이깟 뼈가 대수인가요? 미주가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진성 그룹을 내놓을 마음도 있어요.”연성훈은 쓴웃음을 지었으나 그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뼈를 건네받은 연성훈은 그것이 손에 닿자마자 몸에서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이 밀려와서 깜짝 놀랐다.체내의 모든 에너지가 조금씩 솟구쳤고 마치 손안의 뼈가 그의 몸속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았다.“뭐지?”심상치 않은 기운에 연성훈은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이 뼈가 어떻게 생긴 건지는 알고 계시나요?”연성훈의 질문을 듣고 강진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잘 몰라요. 이름은 용골이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라는 것밖에...”그도 이 뼛조각의 출처를 잘 모르는 듯, 얼굴에는 약간의 막연함이 드러났다.강진혁이 초조하게 물었다.“이제 어떡하죠?”“현재로서는 아무런 단서가 없어요. 그쪽에서 이걸 원하고 있으니 반드시 연락을 해올 겁니다. 그러면 제가 이 뼈를 전달하러 나갈게요.”연성훈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강진혁의 표정은 더더욱 어두워졌다.“우리 미주 너무 예뻐서 걱정이었는데.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강진혁은 급히 답한 후 전화를 끊었고 연성훈은 옆에 서서 모든 통화 내용을 들었다.“제가 갈게요.”그는 손에 들린 뼈를 꽉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털썩하고 주저앉아 연성훈에게 무릎을 꿇었다.“갑자기 왜 이러세요?”연성훈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고 강진혁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성훈 씨, 미주는 내 목숨이나 다름없는 자식이에요. 행여나 안 좋은 사고라도 당할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서워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제발 우리 미주 좀 데려와 줘요.”연성훈은 흠칫 놀라더니 곧이어 한숨을 내뱉었다.“너무 급히 오는 바람에 무기를 하나도 챙기지 못했어요. 아직 상대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약속드리죠. 전 목숨을 걸어서라도 미주 씨를 지킬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강진혁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성훈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으니 믿을게요.”“차 키 주세요.”강진혁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차 키를 건네줬고 연성훈은 서산을 향해 운전했다.강성의 서산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원래 이곳에 공원을 만들어 관광지로 발전시킬 계획이었으나 개발이 끝나기도 전에 별안간 중단되었다.서산의 정상에는 버려진 절이 있는데 매우 영험하다고 하여 지금도 가끔 참배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연성훈은 지금껏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워낙 관심이 없는지라 곧장 운전하여 목적지로 향했다.서산 근처에서 길을 헤매던 그는 돈을 주어 현지 가이드를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서산의 한 오솔길 앞에 멈춰 섰고 가이드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이쪽으로 쭉 올라가시면 절 하나가 보일 겁니다.”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고마워요.”차에서 내린 연성훈은 오솔길을 따라 안으로 걸어갔다.그는 서두르지 않고 일반인처럼 천천히 움직였고 가는 길에 숲 사이에 숨어있는 수상한 사람들을 여럿 봤으나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태연하게 길을 따라 산을
숲 안으로 운전할 수 없었던 터라 연성훈의 속도는 매우 더뎠다.그는 산을 처음 타는 일반인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으나 어딘가 조급하고 불안해 보였다.30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버려진 절 하나가 보였다.곧바로 연성훈의 귓가에는 두 개의 숨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이런 긴 호흡은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라는 걸 증명한다. 적어도 그들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연성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홍연의 실력자이자 언더킬러 랭킹 탑10위에 드는 탁충제는 심야 파수꾼에 잡혀 어디에 갇혀있는지 알 수 없었고 빨간 장미는 지금 인해에 있다.이런 상황에서 두 명의 실력자가 나타났다는 건 홍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아무 생각 없이 절을 향해 달려갔다. 입구에 이르자 겁에 질 린채 구석에 숨어 벌벌 떨고 있는 강미주의 모습이 보였고 연성훈은 괴로움을 금할 수 없었다.모르는 사람에게 차갑게 대하고 친한 사람에게만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지금은 넋을 잃은 채 구석에 숨어있다니.그나마 다행인 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연성훈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을 보게 되었는데 순간 마음속에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강미주에게 손을 쓴 사람이 저들이라니...홍연의 보스, 허남천!홍연의 숨은 병기, 섀도우!언더킬러 랭킹 탑3를 차지하는 사람이 탁충제와 빨간 장미, 그리고 섀도우라고 불리는 이 사람이다.그는 줄곧 허남천의 곁을 지키며 거의 손을 쓰지 않았는데 언더킬러 랭킹에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최강의 전적은 심야 파수꾼 임시 기지에 쳐들어가 넘버6을 살해하고 무사히 탈출한 것이다.당시 그도 순식간에 유명해져 언더킬러 랭킹에 올랐고 제이훈이 심야 파수꾼을 배신하기 전까지 줄곧 상위를 차지했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건 맞으나 연성훈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강미주를 힐끗 보더니 그녀에게 달려갔다.“미주 씨, 미주 씨.”연성훈은 강미
연성훈은 몸을 돌려 강미주를 자신의 뒤로 숨긴 뒤 조마조마하며 허남천과 섀도우를 바라봤다.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걱정하는 것 같다.두 사람과 정말 진지하게 싸우기 시작한다면 전혀 두려울 게 없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강미주까지 고려해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허남천이 무슨 짓을 할지 전혀 예상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물건은?”허남천이 연성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가져왔어.”그는 말을 이으며 주머니에서 뼈 펜던트를 꺼내 공중에 띄웠다.연성훈의 손에 들린 펜던트를 보자 허남천은 두 눈이 반짝 빛나더니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강진혁 그 자식 역시 나를 속이지 않았네. 누가 그랬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손자가 강진혁 때문에 강성에서 죽었거든.”허남천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이 자식이 강진혁 미래 사위인 것 같으니까 그냥 죽여.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지 않겠어? 그리고 저 여자는 예쁘니까 크라임 시티에 버려. 그러면 강진혁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솔직히 저 정도 외모면 부르는 게 값이니까 일석이조 아니겠냐?”연성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역시나 예상대로 홍연은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허남천은 미소를 지으며 연성훈을 바라봤다.“이봐, 날 원망하기 전에 강진혁의 사위가 될 너 자신을 탓해.”연성훈은 저도 모르게 뒤로 한발 물러섰고 강미주는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예쁜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성훈 씨, 얼른 도망가. 당장! 저 사람들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빨리 도망쳐.”연성훈도 겁에 질린 듯 뒤로 물러서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할 건데?”“참 애틋하고 심오한 사랑이네.”허남천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정말 감동적인데 어쩔 수가 없네. 섀도우, 처리해.”정장 차림의 섀도우가 선글라스를 낀 채 한 걸음 한 걸음 연성훈을 향해 다가왔고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를 띠었다.연성훈은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성훈 씨, 부탁이
연성훈도 이 뼈가 어떻게 몸속으로 녹아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처음 이 뼈를 만졌을 때 그는 뼈가 자신의 몸속에 녹아들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땐 스스로 거부감을 느껴서 애써 밀어냈다. 어쨌든 이 뼈는 강미주를 구하는 데 쓰이게 되니까.그리고 방금 전 뼈를 손에 꽉 쥐었을 때 그 느낌이 다시 찾아왔다.게다가 섀도우가 가져가려는 상황까지 더해지자, 모든 거부감을 내려놓고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다.그러자 뼈가 온몸에 일체화되는 듯한 기운이 밀려오며 다음 순간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그의 에너지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고 마치 그동안 억눌렀던 것들이 이 순간에 도약하는 것 같았다.섀도우는 그의 기습 공격에 반항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곧바로 날아갔다.연성훈 뒤에 있던 강미주는 믿기지 않는듯한 눈빛으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연성훈의 출신이 매우 신비로워 어떤 사람인지 항상 궁금했고 예전에 언급했던 심야 파수꾼이 뭔지도 너무 궁금했으나 네이버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어제 허남천과 섀도우에게 잡히면서 처음으로 언더그라운드 사람을 접하게 되었고 방금 전 연성훈이 보여준 비범한 광경까지 목격하게 되니 그동안의 호기심이 눈앞에서 풀리는듯했다.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아버지가 왜 연성훈을 공손하게 대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고, 연성훈이 왜 신해 은행의 다이아몬드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게 알게 되었다.연성훈... 어쩌면 어젯밤 그녀를 납치한 사람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너 누구야!”허남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연성훈이 방금 뿜어냈던 에너지는 그를 겁에 질리게 했다.“너 여우성이야?”허남천은 말을 이었다.“아니다, 여우성에게 이런 실력이 있을 리가 없어. 설마 네가 심야 파수꾼 넘버1이냐?”연성훈은 아무 말 없이 곧장 허남천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허남천, 겁쟁이처럼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 올줄이야. 이제 도겸이의 목숨을 갚을 때가 온
퍽!섀도우는 또다시 날아갔지만 확실히 허남천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줬고 예상대로 그는 매우 빨랐다.홍연의 보스로서 그 역시도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다. 밖으로 도망친 그는 단번에 섀도우를 잡은 후 신속하게 산 아래로 달려갔다.연성훈은 뒤를 돌아 재빨리 강미주의 곁으로 다가갔고 겁에 질린 그녀의 눈빛을 보고선 허리를 감싼 채 황급히 절 밖으로 뛰쳐나왔다.수년 동안 허남천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이대로 도망치게 놔둘 수가 없었다.연성훈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저 사람 막아!”숲 사이로 허남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연성훈은 곧바로 많은 사람이 절을 둘러싸고 있음을 느꼈다.매사에 조심하는 건 역시나 허남천다운 행동이었다강진혁이 심야 파수꾼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고, 그를 위협했지만 여전히 걱정됐는지 곳곳에 홍연사람들을 배치했다. 그들은 연성훈의 추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연성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사람들의 방해로 인해 허남천을 추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됐다. 다음 기회를 노리지 뭐.”그는 한숨을 내쉬며 강미주를 풀어줬다.동시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손에 칼을 들고 숲 사이로 나와 연성훈을 포위했다.강미주는 연성훈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에 연성훈은 고개를 돌려 강미주를 향해 웃더니 자신의 외투를 벗으며 쪼그려 앉아서 말했다.“내 등에 업혀.”강미주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연성훈의 등에 업혔고, 연성훈은 옷으로 강미주와 자신을 묶은 뒤 입을 열었다.“절대 놓으면 안 되니까 꽉 붙잡고 있어. 그리고 눈 감아. 내가 뜨라고 할 때까지 절대 뜨면 안 돼.”강미주는 얌전하게 말을 들었다.“눈 감았어.”목소리가 떨어지자 연성훈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고 바람 소리가 그녀의 귀를 스치는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들려왔다.악!이들 중 단 두 명만이 홍연 골드킬러였고 나머지 대부분은 레드 킬러들이다.30명에 육박하는 이런 라인업은
도로 위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운전석에는 상의를 탈의한 연성훈이 있었고 조수석에는 아름다운 얼굴의 강미주가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채로 입술을 깨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유를 모르겠으나 강미주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와 연성훈에게 입을 맞췄다.그 덕에 차 안은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연성훈이 먼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심야 파수꾼 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어? 내가 어떻게 네 아빠를 구했는지도 궁금했잖아? 이제 답할 수 있으니까 물어 봐.”심야 파수꾼의 존재는 일반인에게 말할 수 없는 내용이자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하는 비밀이기도 하다.그러나 지금의 강미주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홍연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 방금 연성훈이 누군가에게 현장을 치우라고 연락한 것도 보았으니 더 이상 숨길 게 없었다.다만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 어색하게 느껴질 뿐이다.강미주는 고개를 돌리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사실 그녀는 이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매우 많은 편이었고 연성훈의 신분은 물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알다시피 인해에 있을 때 난 연중근 일행 때문에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었어. 심각한 형을 선고받고 절망에 빠진 그때 한 어르신이 나한테 찾아왔어. 그와 함께 떠난다면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해줬지...”연성훈은 허심탄회하게 심야 파수꾼에 들어가게 된 이유부터 그동안의 경험을 얘기해줬고 자연스레 심야 파수꾼에 대해 설명해줬다. 물론 핵심 기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건 강미주가 심야 파수꾼에 합류하지 않는 한 얘기해줄 만한 것이 아니었다.연성훈의 말이 끝날 때까지도 강미주는 여전히 모든 게 믿기지 않은 듯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설마... 거짓말하고 있는 건 아니지?”“서운하네. 내가 거짓말하는 그런 사람처럼 보여?”“쳇, 저번에 슬기 씨랑 나한테 경비원이라고 소개했잖아. 거짓말 잘하면서...”강미주가 입을 삐쭉이며 말
얼마 후 연성훈과 강미주가 집으로 들어갔다. 강진혁은 벌거벗은 연성훈의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곧바로 강미주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미주야,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걱정되어서 죽는 줄 알았어.”강미주는 강진혁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렇게 서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강진혁은 강미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씻고 자. 밤새 한숨도 못 잤지?”강미주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연성훈을 할끗 바라봤다.“아빠, 여기 남자 옷 없으니까 회사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사 오라고 해요.”강진혁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지시를 내렸고 강미주는 샤워하러 2층으로 올라갔다.그는 강미주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갑자기 털썩 주저앉더니 연성훈에게 무릎을 꿇었다.“성훈 씨,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성훈 씨 덕분에 저와 미주 모두 목숨을 구하게 되었네요.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연성훈은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이러지 마세요. 저랑 미주 친구 사이예요. 이렇게 부탁하지 않으셔도 무조건 구하러 갔을 겁니다.”부축받으며 자리에 앉은 강진혁은 연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고마움을 뭐로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미주를 드릴게요. 미주랑 결혼하는 건 어때요?”연성훈은 말문이 막혔다.순간 차 앞에서의 입맞춤이 떠올라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강진혁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솔직히 미주 씨는 저한테 과분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제가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잘 아시잖아요. 내일 당장 임무 수행 중 칼에 맞아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연성훈의 말에 강진혁은 고민하며 진지하게 물었다.“우리 미주를 심야 파수꾼으로 보내는 건 어때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늦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전우가 된다면 이어질 수 있는 사이 아닌가요?”연성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진심으로 미주 씨를 심야 파수꾼으로 보낼 의향이 있으신 거예요?”강진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