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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1화

산에서 내려온 이도현은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가 며칠 후 고월진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비교적 외진 마을로 주변에 있는 농촌들은 고월진까지 이삼십 리 떨어져 있었고 마을에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끌벅적한 편이었다. 주변 몇몇 마을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러 이곳에 오고 집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가져와 여기서 팔면서 돈을 벌었다. 마을은 작지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했다. 소규모 상인들과 노점상들이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었고 이도현은 이곳이 자신에게 딱 맞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정말로 인생의 여러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이 오가며 물건을 팔고 값을 흥정하며 서로 욕설을 퍼붓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가 간식을 사달라고 떼쓰며 울면 부모가 혼내는 모습도 있었다. 또한 소매치기를 잡아 거리를 내달리며 쫓는 사람들, 노점 관리인이 노점상에게 자릿세를 받는 모습도 보였다. 두부를 파는 과부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이곳은 마치 작은 사회처럼 다양한 생활 모습이 담겨 있었고 대도시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것을 본 이도현은 이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인생의 여러 모습을 느끼기에 이곳이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여기서 머물기로 결심한 이상 당연히 먹고 잘 곳을 해결해야 했다. 그는 주머니에 돈이 많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인생을 경험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으니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이 돈이 넘쳐나는 경우는 없으니까 말이다. 돈이 많다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는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돈을 벌며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이도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다가 점점 더 마음이 평온해지는것을 느꼈다. 그의 스승이 했던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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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이상하다 싶었는데 진료받으러 온 게 아니었군! 젊은 청년이 큰 병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일자리를 찾고 있었구나. 그럼 앉아서 기다리게, 줄만 새치기 하지 않으면 돼.”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이도현은 미소 지었다. 어디에서나 줄을 새치기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바로 그때, 방금 진료를 마친 한의사 노인이 이도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네가 여기서 일자리를 구하려고?”“네, 맞습니다. 저도 몇 년간 한의학을 배운 적이 있어서 여기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싶습니다.” 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한의학도 배웠다니, 참 잘됐군! 몇 년 동안 젊은 의사를 찾고 있었지만 적합한 사람이 없었어. 한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은 필요 없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부담스러워서 말이지. 요즘 젊은이들은 한의학을 배우는 경우가 점점 드물어지고 있고 우리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이 기술도 머지않아 사라질지 모른다니까! 너처럼 젊은 사람이 한의학을 배웠다니, 정말 드문 일이다!” 한의사는 칭찬하며 말했다.“과찬이십니다, 어르신. 저도 겨우 겉핥기식으로 배운 것뿐이라서요. 어르신 앞에서 감히 경솔하게 나서지는 못합니다.” 이도현이 겸손하게 말했다.그가 배운 의술을 아는 사람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아마도 욕부터 했을 것이다. ‘죽은 사람도 되살릴 정도의 실력을 두고 겨우 겉핥기식이라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하하하! 겸손하구먼. 한의학은 말이지, 서양 의학과는 다르게 시간이 필요하고 경험이 쌓이면 자연히 더 많은 걸 알게 되는 법이야. 한의학은 서양 의학처럼 기계로 병을 진단하지 않고 맥을 짚고 진단하는 방식이지. 한의학은 경맥, 기혈, 음양의 균형을 중시하고 몸속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하지만 서양 의학은 병의 원인을 외부의 세균 감염으로 보고 있지. 한마디로 서로 다른 도리가 있다고 해야겠지만 한의학을 미신이라고 하는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소리야. 한의학이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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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어르신, 문제를 내 주십시오!” 이도현은 허리를 굽혀 말했다. 그는 이 노인의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이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과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좋아! 자네가 한의학을 몇 년 배웠다고 하니 저 환자의 증상이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게나! 그리고 어떤 처방전을 내릴 건지 말해 보게!” 노인은 방금 진료한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모자랄지 모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가르쳐주세요!” 이도현은 겸손하게 말했다.“좋아, 좋아! 시작해!” 노인은 수염을 만지며 이도현의 겸손함에 만족한 듯했다.이도현은 여성의 맥을 짚는 척하며 행동을 시작했다. 사실 이도현의 현재 의술 실력으로는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도 없었다. 여성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그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평범한 사람의 삶을 체험해 보고 싶었다.이도현은 여성의 맥을 짚고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세심한 태도를 보였고 그의 진지한 모습에 노인은 더욱 만족했다. 이도현이 제대로 진단했는지는 둘째치고 그 태도만으로도 이미 한의사로서 훌륭한 자질을 보여주고 있었다.잠시 후, 이도현은 이제 다 됐다고 생각하고 일어나 말했다. “어르신, 진료를 마쳤습니다.”“좋아! 이제 자네가 진단한 병에 대해 처방전을 내리게나. 내가 한번 보겠네.”“알겠습니다!”이도현은 붓을 들어 평범한 처방전을 작성했다. 사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처방전을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에는 이 여성이 앓고 있는 병은 은바늘 두 개만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뛰어난 처방전을 써서 노인을 놀라기 하지 않기 위해 신중히 고민했다.심사숙고한 끝에 이도현은 아주 평범한 처방전을 작성해 두 손으로 노인에게 건넸다.노인은 처방전을 받아 수염을 만지며 살펴보다가 몇 가지 지적할 부분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도현의 처방전이 너무나도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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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이도현은 이제 이곳의 직원이 되었다. 그는 일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거처 문제까지 해결되어 정말 좋았다.한의사 노인은 이도현을 앉히고 이도현이 작성한 처방전을 그 여성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선생이 준 처방전을 써보세요. 3일 동안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거예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노선생님!” 여성의 말투는 다소 꺼림칙했다. 이도현이라는 풋내기 청년을 믿지 못한 듯했고 약도 여기서 받지 않았으니 처방전을 나가자마자 버릴 것 같았다....그 후 며칠 동안, 이도현은 한의원에서 정식으로 일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직원이 되었다. 한의원의 주인이자 한의사 노인의 이름은 노문호로 집안 대대로 3대째 이어온 한의사였고 이 한의원도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노문호는 이 주변 마을에서 유명한 한의사였다. 평소 그곳에서 진료받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그가 의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한의원의 약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비해 약값이 훨씬 저렴하고 비싼 검사비도 없었으며 간단한 질병은 여기서 만원짜리 약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또한 돈이 없어서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노문호는 외상을 허락했다. 치료를 먼저 받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갚으라고 하며 다른 병원처럼 돈이 없으면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과는 달랐다. 병원에서는 돈이 없으면 바로 약이 끊기곤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노문호의 영제당을 찾았고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물론 노문호가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있을 때는 병원에 가보거나 더 나은 의사를 찾아가 보라고 권하며 환자의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문호는 이곳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며칠동안 일을 해본 후, 이도현은 노문호의 인품과 의덕을 매우 높이 평가했고 이 작은 한의원에서 일하면서 그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매일 매일 바쁘게 보내지만 그는 충실함을 느꼈다. 병이 나아 기뻐하는 환자들,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병으로 슬픔에 잠긴 환자들,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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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이선생, 이 환자 무슨 일인가?” 노문호의 목소리를 듣고 이도현은 조용히 은바늘을 거두며 대답했다. “이 환자가 배가 몹시 아프다고 했습니다.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빨리! 내가 이 환자를 진찰해 볼 테니 이선생은 뜨거운 물을 준비해!”노문호는 서둘러 가방을 내려놓고 남자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기 시작했다. 짧은 진찰 후, 노문호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지더니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 “이 환자의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 약물 치료로는 너무 느려서 반드시 은바늘을 사용해 신장을 뚫어줘야만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렇게 말하며 노문호는 급히 가방에서 바늘가방을 꺼내 펼쳤고 그 안에는 길이와 크기가 다양한 은바늘이 꽂혀 있었다. 이는 한의들이 흔히 은바늘을 보관하는 방법이었다. 대부분의 한의는 보통 사람들로서 이런 방법으로 은바늘을 휴대했고 이도현처럼 은바늘을 자신의 공간에 보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게다가 이도현은 자신의 몸 여러 곳에 은바늘을 숨겨두고 있었다. 은바늘은 그에게 있어서 생명을 구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는 살인 무기도 되었기 때문이다. 노문호는 양손으로 각각 네 개의 은바늘을 잡고 이도현에게 환자를 침대에 엎드리게 도와달라고 한 후 빠르게 은바늘 여덟 개를 남자의 신장 부근의 혈에 찔러 넣었다. 이도현은 이 혈자리를 잘 알고 있었고 노문호의 이 방법이 좋긴 했지만 두 개의 은바늘을 다른 혈자리에 놓으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은바늘을 꽂은 후에도 환자의 고통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노문호는 서두르지 않고 계속해서 은바늘을 조절하고 특수하게 처리했다. 1~2분 정도가 지나고서야 노문호는 손을 멈췄다. “환자의 상태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해서 화침을 더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술을 가져올 테니 너는 환자를 움직이지 않도록 보고 있어라.”그렇게 말하고 노문호는 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노문호가 떠나자 이도현은 재빠르게 두 개의 은바늘을 꺼내 남자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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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맥을 짚고 나서 노문호는 놀랐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약을 다 지어주고 나서도 그는 여전히 같은 표정이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이도현이 호기심에 물었다. “이상하군! 아까 내가 처음 이 사람의 맥을 짚었을 때 환자의 신경이 이미 사기로 완전히 침범된 상태였어. 그런데 방금 다시 맥을 짚어보니 그 사기가 많이 줄어들었어! 이 상태라면 7일 치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 같군! 정말 이상하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많이 나아진 거지!” 노문호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뭐가 이상한가요, 선생님의 침술이 그만큼 좋으신 거죠!” 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소리야,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말거라. 우리는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야. 환자를 대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해. 확실한 것은 확실하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한다. 절대 대충 이 정도면 될 거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돼!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 한 가지 한 가지를 모두 신중하게 따져보고 생각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해. 절대 대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은바늘을 사용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은바늘은 작아 보여도 잘못된 자리에 침을 놓거나 깊이가 조금만 잘못돼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앞으로 침술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이 점을 기억하거라. 꼭 명심해야 한다!” 노문호는 문제를 생각하며 이도현을 가르쳤다. 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깨달음을 표현했다. 동시에 그는 노문호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 의술의 수준을 떠나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가진 의사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싶었다. “아참, 이선생, 침술은 할 줄 아니?” 노문호가 갑자기 물었다. “저... 조금은 합니다. 다만 기초적인 정도입니다.” 이도현은 어떻게 대답할지 망설였다. “조금 할 줄 알면 됐다. 스승은 길을 가르쳐 줄 뿐 나머지는 스스로 익혀야 한다. 이런 것들은 스스로 연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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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오늘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전부 농촌 사람들로 병도 다 보편적인 질병들이었다. 만약 초기에 치료를 받았다면 효과가 매우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농촌 사람들은 항상 그렇듯이 작은 병이나 통증은 스스로 견디다가 도저히 참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데 그때쯤이면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그들은 큰 병원에 가지 않고 이렇게 작은 진료소에서 약을 조금 사서 먹고 통증만 사라지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은 그냥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도현이 영제당에서 일한 지 반 달이 넘었지만 이런 상황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뭐랄까, 그는 이런 세상이 고통스럽다고 느꼈다.이 사람들의 삶을 보면 다시는 인간 세상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몇 푼, 몇백 원, 이 돈은 이 사람들에게는 큰돈이다. 몇만 원을 위해서라면 생명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다.얼마 전에는 마흔도 되지 않은 한 남자가 찾아왔다. 평범한 농부로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위에서 떨어진 시멘트 판에 다리가 으스러졌다. 공사 감독은 그의 실수라며 보상을 거부했고 그 남자는 병원에 가는 대신 작은 진료소 몇 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다리는 이미 썩어버렸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감염되었다.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에 가족들은 영제당으로 그를 데리고 와 한의학으로 다리를 살릴 수 있는지 물었다. 당연히 이 상태에서는 다리를 살릴 수 없었다. 아무리 이도현이라도 방법이 없었다. 치료할 수는 있지만 그 대가가 너무나도 컸고 몇 가지 약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를 정도였다.확신이 없었기에 이도현은 섣불리 희망을 주지 않았다. 결국 노문호는 그에게 다리를 절단하고 생명을 구하라고 조언했지만 돌아온 것은 돌팔이 의사라는 말이었다.요즘 사람들은 한의학을 미신으로 취급하고 병을 치료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여긴다. 사실 병이 처음 나타났을 때 한의학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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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바쁜 하루가 끝나고 날이 어두워졌다. 노문호는 지칠 대로 지쳤고 이도현 역시 힘들었다.노문호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갑자기 한 대의 승용차가 영제당 앞에 급정거하더니 다채색 머리를 한 젊은이들이 차에서 피투성이가 된 중년 남성을 들어 올렸다. 그들의 차림새만 봐도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빨리 문 열어! 우리 형님 피부터 멈추게 해, 빨리!” 빨간 머리의 한 건달이 소리치며 이도현을 향해 윽박질렀다. 이도현이 움직이지 않자 그 건달은 화를 내며 외쳤다. “이 자식 뭐하는 거야! 당장 문 안 열어? 죽여버린다!”노문호는 차분하게 말했다. “여기는 한의원입니다. 상처를 꿰매는 건 못 하니 병원으로 가세요.”그러자 그 건달은 더욱 격분하며 소리쳤다. “이 늙은이가 죽고 싶나! 한의든 서의든 상관없어. 의사라면 우리 형님부터 치료해! 우리 형님이 잘못되면 네놈들 다 죽여버린다! 빨리!”이도현은 원래 싸움을 피하려 했지만 노문호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는 앞으로 나서서 차갑게 말했다. “꺼져라! 우리 병원은 치료 안 한다!”“이놈! 죽고 싶냐? 감히 우리한테 그따위로 말해?” 건달은 화가나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휘두르며 이도현을 죽일 기세로 그의 머리를 향해 내동댕이쳤다.그러나 몽둥이가 떨어지기 전에 건달은 갑자기 공중으로 날아가 땅에 세차게 떨어졌고 너무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저 누군가 자신을 발로 찬 것만 느꼈을 뿐이다.“얘들아! 다 같이 덤벼서 이놈을 죽여버려! 찢어버려!” 건달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비록 상황이 어찌 되었는지 몰랐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이도현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한 무리의 건달들이 손에 낫, 몽둥이, 도끼 같은 무기를 들고 이도현에게 몰려들었다. 이도현 입장에서는 이들이 아무리 흉악하게 보인다 해도 보잘것없는 존재들이었다. 한 무리의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고 아무리 흉포하다 해도 그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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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노문호는 완전히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조수인 이도현이 무술을 익힌 고수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선생, 무술도 할 줄 아는 거야?”이도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조금 익혔을 뿐입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건강을 위해 무술을 배우잖아요. 저도 그저 조금 배웠습니다.”“이야! 나는 정말 상상도 못 했네. 네가 고대 한의학을 익힌 사람이었다니! 정말 내 불찰이었어. 훌륭해! 정말 대단하군!” 노문호의 눈에는 이도현을 부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마치 아이가 다른 아이의 사탕을 부러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선생님, 한의학에도 분류가 있나요?” 이도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는 이런 개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스승이 가르칠 때 한의학에도 고대와 현대의 분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대 한의학이라는 말은 그가 처음 들어본 개념이었다.“그렇지, 물론 분류가 있지. 고대 한의학은 아주 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 그 안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무술이나 전설 속의 주유술 같은 신비로운 치료 방법도 포함되지. 이것이 바로 고대 의술이라 불리는 거야.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런 것들이 미신으로 간주되었고 많은 치료법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지. 남은 것은 주로 약물 이론에 따른 치료법들뿐이었어. 지금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의학에는 강건한 체력을 유지하는 무술이나 고대 의술이 거의 사라진 거야. 지금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강건한 체력 유지법이나 고대 의술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오직 몇몇 전통 가문에서만 소수의 기술이 전해지고 있지. 그런데 네가 고대 한의학을 계승한 사람이라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 네가 처음 썼던 처방을 보고 약재의 배합이 독특하고 군신관계가 아주 적절해서 내가 감탄했어. 그때는 네 이론이 탄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네 통찰력이 대단한 거였구나! 나는 네가 이 고대 한의학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어. 우리 조상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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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의사 면허증 한 장이면 한 사람을 십팔층 지옥으로 끌고 내려갈 수 있다.어떤 약을 개발해서 서양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면 자본가들이 찾아와서 그 약을 사려고 할 것이다. 약을 팔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온갖 죄목을 씌워서 가족까지 전부 감옥에 보내고 엄청난 벌금을 때려서 집안을 완전히 망가뜨릴 것이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정말 역겨운 정도가 지나쳐 토가 나올 정도다.“이선생, 방금 그 건달들을 때린 것 때문에 오늘 밤 여기서 안전하지 않을 수 있어. 나랑 같이 집으로 가는 게 어때? 집에서 지내는 게 더 안전할 거야.” 문밖으로 나서던 노문호는 갑자기 멈춰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저는 그냥 이 한의원에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한의원을 지키면 그 건달들도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이도현은 거절하며 대답했다. “에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해. 문단속을 잘하고 만약 그들이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해. 네가 무술을 한다고 해도 혼자서는 여러 명을 상대하기 힘들 거야. 조심해!” 노문호는 이도현에게 여러 번 당부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이도현은 노문호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후에야 한의원으로 들어왔다. 그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건달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건달들을 몇 번 더 혼내줘서 무서워하게 만든 후 그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하고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가 이곳을 떠났을 때 그들이 복수하려 들면 한의원에 큰 문제가 생길것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밤새 기다렸지만 건달들은 오지 않았다.다음 날, 이도현은 평소와 같이 진료 준비를 마치고 환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평소 이 시간쯤이면 노문호가 이미 한의원에 도착했을 텐데 오늘은 평소보다 30분이 지나도 노문호가 오지 않았다. 이도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어젯밤 그 건달들이 자신을 찾지 않고 노문호를 찾아갔을까 봐 걱정되었다.이도현이 직접 가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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