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문호는 완전히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조수인 이도현이 무술을 익힌 고수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선생, 무술도 할 줄 아는 거야?”이도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조금 익혔을 뿐입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건강을 위해 무술을 배우잖아요. 저도 그저 조금 배웠습니다.”“이야! 나는 정말 상상도 못 했네. 네가 고대 한의학을 익힌 사람이었다니! 정말 내 불찰이었어. 훌륭해! 정말 대단하군!” 노문호의 눈에는 이도현을 부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마치 아이가 다른 아이의 사탕을 부러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선생님, 한의학에도 분류가 있나요?” 이도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는 이런 개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스승이 가르칠 때 한의학에도 고대와 현대의 분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대 한의학이라는 말은 그가 처음 들어본 개념이었다.“그렇지, 물론 분류가 있지. 고대 한의학은 아주 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 그 안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무술이나 전설 속의 주유술 같은 신비로운 치료 방법도 포함되지. 이것이 바로 고대 의술이라 불리는 거야.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런 것들이 미신으로 간주되었고 많은 치료법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지. 남은 것은 주로 약물 이론에 따른 치료법들뿐이었어. 지금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의학에는 강건한 체력을 유지하는 무술이나 고대 의술이 거의 사라진 거야. 지금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강건한 체력 유지법이나 고대 의술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오직 몇몇 전통 가문에서만 소수의 기술이 전해지고 있지. 그런데 네가 고대 한의학을 계승한 사람이라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 네가 처음 썼던 처방을 보고 약재의 배합이 독특하고 군신관계가 아주 적절해서 내가 감탄했어. 그때는 네 이론이 탄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네 통찰력이 대단한 거였구나! 나는 네가 이 고대 한의학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어. 우리 조상들이
의사 면허증 한 장이면 한 사람을 십팔층 지옥으로 끌고 내려갈 수 있다.어떤 약을 개발해서 서양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면 자본가들이 찾아와서 그 약을 사려고 할 것이다. 약을 팔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온갖 죄목을 씌워서 가족까지 전부 감옥에 보내고 엄청난 벌금을 때려서 집안을 완전히 망가뜨릴 것이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정말 역겨운 정도가 지나쳐 토가 나올 정도다.“이선생, 방금 그 건달들을 때린 것 때문에 오늘 밤 여기서 안전하지 않을 수 있어. 나랑 같이 집으로 가는 게 어때? 집에서 지내는 게 더 안전할 거야.” 문밖으로 나서던 노문호는 갑자기 멈춰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저는 그냥 이 한의원에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한의원을 지키면 그 건달들도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이도현은 거절하며 대답했다. “에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해. 문단속을 잘하고 만약 그들이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해. 네가 무술을 한다고 해도 혼자서는 여러 명을 상대하기 힘들 거야. 조심해!” 노문호는 이도현에게 여러 번 당부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이도현은 노문호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후에야 한의원으로 들어왔다. 그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건달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건달들을 몇 번 더 혼내줘서 무서워하게 만든 후 그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하고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가 이곳을 떠났을 때 그들이 복수하려 들면 한의원에 큰 문제가 생길것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밤새 기다렸지만 건달들은 오지 않았다.다음 날, 이도현은 평소와 같이 진료 준비를 마치고 환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평소 이 시간쯤이면 노문호가 이미 한의원에 도착했을 텐데 오늘은 평소보다 30분이 지나도 노문호가 오지 않았다. 이도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어젯밤 그 건달들이 자신을 찾지 않고 노문호를 찾아갔을까 봐 걱정되었다.이도현이 직접 가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선생님! 형님과 형수님을 데려오신 게 저에게 병을 보게 하시려는 건가요?” 이도현이 물었다.“그렇지! 아니면 내가 이른 아침에 조카와 조카사위를 왜 끌고 왔겠어? 어서 한 번 봐주게!” 노문호가 웃으며 말했다.“아니, 선생님께서 이 자리에 계시는데 제가 감히 나서겠습니까?” 이도현은 겸손하게 대답했다.“사실 둘의 병은 내가 치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어제 네가 고대 한의학을 배운 걸 알게 되어 혹시 방법이 있을까 해서 너에게 진단을 부탁한 거야. 만약에 가능하다면 처방을 부탁하네.” 노문호는 설명했다.“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형님을 실망하게 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에이, 이선생님, 괜한 말씀을 다 하십니다. 우리 병이 어떤지 우리도 잘 압니다. 이 일로 병원을 수도 없이 다녀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어서 몇 년이 지나고 결국 단념했죠. 오늘도 사실 우리 삼촌이 안 데려오셨으면 우리도 귀찮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노영식이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농민 특유의 소박함이 그의 태도에서 드러났다.“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형님과 형수님께서 앉아주십시오. 사실 이미 조금은 파악했습니다.” 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방금 말하는 동안 이도현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망진법을 통해 부부의 상태를 이미 어느 정도 알아본 상태였다.“벌써 파악했다고? 이선생, 이거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닌가? 아직 맥도 안 짚었는데 벌써 다 파악했다고? 이 사람들은 내 조카들이야. 신중해야 해!” 노문호는 이도현이 지나치게 자신감 넘친다고 생각했다.“아닙니다! 선생님, 걱정 마세요.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모든 환자에게 신중히 임해야 하죠. 제가 대충하는 일은 없습니다. 망진법도 진단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도현이 웃으며 답했다.“그렇군, 맞아! 내가 너무 조급했네. 시작하게나!” 노문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도현의 본격적인 진찰이 시작되었다.“형님! 제가 맞게 짚었다면 오늘 두
“이선생님... 그러면... 치료 방법이 있나요?” 노영식은 흥분해서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부부는 긴장된 눈빛으로 이도현에게 물었다.“있죠! 간단한 문제입니다.” 이도현이 가볍게 대답했다.퍽!노영식 부부는 바로 이도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선생님... 우리 병을 꼭 치료해 주십시오. 정말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겁니다!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누구의 몸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고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이제는 정말 절망했어요. 그런데 이선생님께서 우리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시니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부부는 감격하며 울먹였고 고개를 조아리며 이도현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이도현은 부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얼른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 저는 의사고 당신들은 환자입니다. 병을 치료하러 왔는데 제가 어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당신들은 노선생님과도 친척 관계인데 제가 치료를 안 할 이유가 없죠. 그러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노문호는 웃으며 말했다. “이보게, 이도현! 이미 방법이 있다면 빨리 이야기해 주게나. 대체 왜 이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건가? 자네도 알겠지만 이 두 사람의 병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네. 많은 고서를 찾아봤지만 그들의 몸 상태도 아주 좋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는 이유를 찾지 못했네. 왜 아이가 없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빨리 말해 주게나. 이 부부가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 보이지 않나?”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선생님, 이건 병이라기보다는 노영식 형님이 어렸을 때 받은 충격 때문입니다. 그때 생식기가 손상되어 생식 기능이 차단됐고 이후의 생활 습관과 장기간의 약 복용이 원인이 되어 지금까지 아이가 없었던 겁니다.”“맞아요! 제가 어릴 때 놀다가 언덕에서 굴러 내려와 생식기가 나무에 부딪혔습니다. 그때 많이 부어올
“이선생! 정말 너무 잘됐다. 이선생은 그야말로 그들의 구세주야. 모든 것이 참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졌구나! 어젯밤에 그 건달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선생이 고대 한의학을 배웠다는 걸 몰랐을 거고 이 부부를 데려와 시험해 보지도 않았을 거야! 그런데 운 좋게도 이렇게 희망이 생겼다니, 이게 바로 인연이 아니겠냐! 하하! 그들 부모님도 이제는 마음 놓을 수 있겠군, 하하하.” 노문호가 흥분하며 크게 웃으며 말했다.“이선생! 빨리! 침술로 치료하겠다며?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하자!”“이게... 그게...” 이도현은 난처해하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왜 그래, 이선생? 무슨 일 있어? 말해 봐. 함께 해결해 보자!” 노문호는 이도현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아니... 저... 선생님! 어려운 건 아니지만 잠시 후 침을 놓을 때 옷을 벗어야 할 겁니다! 노 형님은 괜찮지만 형수님은... 그게...” 이도현은 말하기 난처했다. 예전에는 한지음이나 조혜영에게 침술을 할 때는 이런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옷을 벗기고 바로 침술을 하곤 했다. 이후 서로 익숙해지면 큰 침까지 놓았고 그들 모두 결국 그의 여자가 되었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일을 자연스럽게 여겼고 의사로서 사람을 치료한다는 생각만 있으면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산촌 마을에서 이 기간 동안 지내면서 이곳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대도시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도시에서는 흔한 일이 이곳 농촌에서는 대역죄나 다름없었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는 배꼽이 드러나는 옷이나 엉덩이까지 오는 짧은 치마를 입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고 사람들은 그저 섹시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심지어 더 과감하게 입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대개는 좀 과하다며 지나가듯 말하고 끝난다. 하지만 시골 마을 같은 곳에서는 그런 옷차림은 통하지 않는다. 엉덩이까지 오는 짧은 치마는 고사하고 몸에 딱 맞는 청바지 하나만 입어도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허벅지까
“그게 걱정돼?” 노문호가 황당하다는 듯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선생님. 아시다시피 남녀가 유별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형수님께서는 유부녀시고 여기 농촌에서는 이런 것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만약 오해라도 생긴다면 그건 제 잘못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도현이 조심스레 말했다.언제나 무자비한 모습이었던 이도현이 이렇게 고민스러워하는 모습은 노문호도 처음 본 것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깜짝 놀랄 일이다. 여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옷을 벗기는 것을 고민하는 이도현의 모습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의사는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의사로서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왔어.” 노문호는 진지하게 말했다.“우양! 방금 들었지? 이도현이 너희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네 아내의 옷을 벗기고 침을 놓아야 해. 이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신체를 접촉하거나 보게 될 텐데 자네는 이 점을 신경 쓰는가?” 노문호는 이도현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직접 물어보았다.“삼촌! 그게 무슨 문제겠어요? 이도현 선생님은 우리를 치료하려고 하는 건데 우린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도현 선생님, 저희는 둘 다 교육도 받았고 그렇게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런 걱정 마시고 우리를 치료해 주세요!” 노영식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들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며 많은 검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내의 몸을 보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지만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게다가 아이를 가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실패만 거듭한 그들이었다.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생겼고 그것도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하니 사실 몸을 보여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만약 이도현이 다른 요구를 해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시골에서 아이가 없으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고개를 들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이도현은 노영식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노영식은 옷을 벗었고 이도현은 선학신침을 꺼내 노영식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밖에서 말할 때는 가볍게 말했지만 이 부부의 상황은 사실 훨씬 더 심각했다. 특히 노영식의 아내는 거의 선천적으로 불임에 가까운 상태였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고 병원에서도 별다른 병을 찾을 수 없었지만 임신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고도의 의술과 내공 그리고 선학신침의 특별한 침술을 통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체내에서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근원을 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도현은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단순히 노영식의 어릴 적 부상과 부부의 장기간 약물 복용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그렇게 병을 간단히 설명한 이유는 그의 겸손 때문이다. 병을 너무 심각하게 말하면 병을 고친 후에도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갈 수 없고 이곳에서 계속해서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일할 수도 없을 것이었다. 또한, 노문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로부터 배울 기회도 줄어들게 될 것이었다. 만약 노문호가 그의 고도의 의술을 알게 되면 노문호는 더 이상 예전처럼 그를 세심하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며 진료를 볼 때도 망설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노영식 형님, 이제 침을 놓겠습니다. 침을 놓을 때 약간의 통증이 있을 수 있는데 조금 참아주십시오. 몸 안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그냥 맡기시면 됩니다.”이도현은 선학신침의 음양교미침법을 사용해 노영식의 죽어 있던 생명 근원을 다시 자극하여 생명 기운을 재생시킬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소 통증이 있을 수 있으며 노영식의 몸 안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모두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노영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이도현 선생님, 치료만 된다면 어떻게든 참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농촌에서 무슨 고생을 안 해봤겠습니까. 아프면 참으면 그만입니
고통스러웠다가 다시 놀라고 또 충격을 받는 등 노영식의 표정은 매우 다양하게 변했다. 그의 몸속에서는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한쪽은 얼음처럼 차갑고 한쪽은 불처럼 뜨거운 두 기운이 끊임없이 몸 안에서 오갔다. 몸에서 느껴지는 이 이상한 감각에 그는 충격을 받았지만 고통 역시 매우 심했다. 이 고통은 몸 내부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퍼지는 느낌이었고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몸 안의 모든 근육이 찌릿찌릿 아팠다. 침이 놓인 부위에서부터 자극적인 통증이 밀려왔고 그 고통에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이도현은 노영식의 반응을 주시하며 침을 손가락으로 튕기거나 돌리며 때로는 빼고 다시 넣는 일련의 동작을 반복했다. 신기한 것은 이도현이 손을 뗄 때마다 그가 손을 댔던 모든 침의 끝부분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것이다.이도현의 동작 하나하나에 따라 노영식은 몸이 뜨거워졌다가 다시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뜨거울 때는 마치 오장육부가 불에 타오르는 듯했고 차가울 때는 오장육부가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뼛속 깊은 곳까지 느껴지는 고통을 강하게 참아내었다.불과 3분 정도였지만 노영식은 마치 며칠 밤낮을 지나온 것처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마침내 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을 때 이도현이 말을 꺼냈다.“됐습니다.”이도현이 손을 한 번 휘젓자 노영식의 몸에 꽂혀 있던 모든 은바늘이 사라졌다. 침이 빠져나가는 순간 노영식은 몸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지는 느낌을 받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 밀려왔다.“벌써 끝난 건가요?” 노영식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의아하게 물었다.“다 끝났습니다. 이제 옷을 입으세요.” 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집에 가면 설사를 할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몸에 쌓인 약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과정이니 3일 후에는 괜찮아질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반달 동안은 절대 부부관계를 가지지 마세요. 당신의 몸이 회복 중이니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반달만 참으세요.” 이도
“이도현, 난 태허산 선배들의 체면을 봐서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거지, 네가 두려워서 그랬던 게 아니야.”“자미각이 정말 너처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을 무서워할 것 같아?”틀린 말이 아니었다. 회도 경지에 이른 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그가 이도현에게 거듭 양보하는 이유는 이도현이 태허산의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태허산이지 이도현이 아니었다.“하하하. 그럼 지금 똑똑히 말하지. 그쪽은 태허산의 체면을 전혀 살려주지 않아도 되고 우리 태허산 선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분명히 말하는데 이 모든 일은 내 개인적인 일이지 태허산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러니까 모든 결과는 내가 스스로 책임질 거야.”“당신도 이제 거리낌 없이 나에게 덤벼...”이도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태상 장로는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그는 이도현이 가문에서 오냐오냐 키워서 이렇게 방자한 줄 알았다. 마치 어릴 때부터 가문에서 횡포를 부리던 대가족의 제자들이 밖에 나와서도 집안 배경 때문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자, 자신이 너무 잘나서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태상 장로의 눈에 이도현이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천하무적인 줄 알고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이도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이가 어린 이상 성장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하하하. 이 자식, 허풍도 정도껏 해야지?”“배후에 태허산이 없다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난 손가락 하나로 널 거뜬히 죽일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사람을 놓아주고 이곳을 떠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널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그리고 우리 자미각이 절대 너와 맞서지 않겠다고 약속하지.”태상 장로는 냉랭하게 말했다.이도현에게 목을 조르고 있는 자미각 각주는 분노하며 말했다.“당장 날 놓지 못해? 죽고 싶어?”짝.맑은 뺨따귀 소리가 자미각 각주의 얼굴에서 울려 퍼졌다. 이도현이 각주의 뺨을 때린 것이다.“지금
이도현은 태상 장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자미각과 원한을 맺은 이상, 그는 오늘 이곳에서 물러서면 반드시 공작제국에 당했던 것처럼 뒤통수를 맞을 것이었다.게다가 자미각은 공작제국보다 더 얍삽하게 처음부터 그의 주변 사람을 조사했다. 만약 이도현이 오늘 자미각을 놓아준다면 내일 그의 주변 사람들은 자미각에 박해당할 것이 분명했다.그렇기에 이도현은 이 일을 이쯤에서 넘기라는 태상 장로의 말을 듣지 않았다.“끝내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오늘 자미각을 놓아준다면 당신들은 내일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릴 거잖아.”“난 절대 사람을 먼저 건드리지 않아. 내가 공작제국을 상대할 때 너희 자미각에서 억지로 끼어들었다가 실력이 부족해서 도망친 거지. 그 일은 내가 깊이 파고들지 않았어.”“그런데 너희들이 나를 조사하고 위험에 빠뜨리게 했어. 인제 와서 나더러 그만하라고? 그게 가능할 것 같아?”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이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자네는 뭘 원하는데?”“뭘 원하냐고? 좋아, 물었으니까 대답하지. 난 이 일에 관여한 사람들이 모두 죽길 바라지...”이도현이 또박또박 말했다.“뭐라고?”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자미각은 순간 들끓었다.‘이도현, 말이 너무 건방지고 방자해.’‘이번 일에 참여했던 사람이 모두 죽기를 원한다고 말하다니, 그럴 거면 차라리 자미각을 멸망시키겠다고 말하지.’알아야 할 것은, 자미각이 하는 모든 일은 각주와 모든 장로가 상의 끝에 내린 결정들이다.이도현의 말대로 이 일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죽어야 한다면 자미각의 각주와 호법 장로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죽어야 한다.자미각의 고수가 모두 죽는다면 종파가 멸망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이도현의 말에 자미각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그들은 이도현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듣고 모든 불만이 한꺼번에 용솟음쳤다.“이도현,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네가 뭔데.”“무슨 용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좋은 말로 하니까 우리 자
“우리 자미각 각주의 팔도 잘랐겠다. 이 정도면 화가 풀리지 않았어? 그만하게.”“난 자네가 태허산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태허산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계속 나서지 않고 분풀이할 때까지 내버려 뒀던 거야.”“이제 그만할 때도 됐어. 손 놓으시게.”이 말을 듣자 자미각의 수만 명 제자뿐만 아니라 장로와 각주 그리고 잡일을 도맡은 일반 제자까지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놀라운 얼굴로 조상을 바라보았다.그들은 방금 출관한 조상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믿겨 지지 않았다.더욱이는 자미각의 태상 장로, 회도 경지를 돌파한 강자의 입에서 이런 멍청한 말이 나올 줄 몰랐다.설사 강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눈앞에서 가족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무기를 들고 적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의 강한 내공을 가진 태상 장로는 가문 사람이 죽어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상대에게 화가 풀렸으면 그만하라고 타이르며 그와 원수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그들은 조상의 반응에 어이가 없어 혀를 찰 지경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머릿속에 멍청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조상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이 짐승 놈이 자미각의 장로 여덟 명을 죽이고 각주의 팔까지 잘랐습니다. 저희 자미각에 이토록 큰 모욕을 안겨주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까?”“그냥 넘어가면 저희 자미각을 어떻게 여기겠습니까? 동네북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패기 넘치는 제자 한 명이 못마땅하여 큰소리로 따졌다.혈기 왕성한 젊은이는 남에게 업신여기는 것을 두고 볼 리가 없었다.지금 집 안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 조용히 넘어가라고?만약 체면이 깎여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존엄이 짓밟혀도 반항하지 않는다면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젊은이의 눈에는 체면이 제일 중요하고 심지어 목숨보다 중요했다.태상 장로는 젊은 제자의 질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룻강아지 주제에 뭘 안다고... 아직 시련을 겪어보지 못해
“이도현... 네가 감히... 너... 너 무슨 배짱으로... 자미각에서 이 각주의 팔을 잘라... 오늘 살아서 자미각을 걸어 나갈 생각, 꿈도 꾸지 마...”자미각 각주는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안색이 창백했고 통증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으며 이도현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조상님, 왜 아직도 손을 쓰지 않는 겁니까? 정말 눈 뜨고 자미각 각주인 제가 이렇게 모욕당하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을 겁니까?”“정말로 천년을 이어받은 자미각의 가업이 이놈의 손에 망치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을 겁니까? 각주가 모욕당하고 자미각이 모욕당하는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겁니까?”“조상님, 저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 자미각의 천년 명성만은 지켜주십시오. 오늘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 짐승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 자미각은 앞으로 고무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공작제국보다 더 심하게 놀림당할 것입니다.”자미각 각주는 조상에게 실망하여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상을 살짝 원망하기도 했다. 폐관 수련을 끝내고 막 관문을 나선 조상은 내공이 회도경지에 도달했기에 손을 거들기만 하면 이도현을 단숨에 죽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상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눈을 뜨고 이도현이 여덟 명의 자미각 장로를 죽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심지어 지금 각주인 그가 이도현에게 목을 조르고 팔을 베여도 꿈쩍하지 않았다. ‘정말 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맞고 내가 알던 자미각의 조상님이 맞아?’이 상황은 외부인이거나 자미각의 친구가 봐도 나서서 도와주었지 손 놓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자미각의 태상 장로, 자미각에서 조상으로 불리는 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곳에 서서 이도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어떻게 자미각의 제자를 남몰라 할 수 있어? 이러고도 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될 자격이 있어? 무슨 자격으로?’“허허허. 오늘은 하느님이 와도 널 지킬 수 없어. 유언 남길 기회를 줄 테니까 말해봐.”이도
“너... 너 잘 생각해... 여기는 자미각이야...”“날 죽인다면 우... 우리 자미각 수천수만 명의 제자는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은 거야...”자미각 각주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힘겹게 협박의 말을 내뱉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겁먹은 게 분명했다.그 자리에 있던 자미각 제자들은 이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자미각에서 그들의 각주, 자미각에서 황제와 같은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목을 조르고 있다.‘미친 거 아니야?’‘이 이도현이란 자, 간덩이가 부은 건가? 아니면 정말 피 터지게 싸울 작정인가?’이도현이 자미각 각주를 함부로 대할 때부터 그들의 원한 관계는 이미 맺어졌다.이도현이 각주를 죽이지 않더라도 각주는 체면을 잃었기에 모든 것을 걸고 이도현을 죽여 자신의 치욕을 씻을 것이다.만약 이도현이 각주를 죽인다면 자미각의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각주가 눈앞에서 살해당했는데 구성원이 손 놓고 가만있으면 자미각의 명예도 완전히 실추되기 때문이다.이도현을 죽이지 않는다면 자미각은 앞으로 고무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조상님, 빨리 사람을 구하십시오. 빨리 각주님을 구하십시오.”장로들은 다급히 소리쳤다.그러나 태상 장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도현을 보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을 뿐 손쓸 생각이 없었다.사람들은 조상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결국, 호법 장로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도현. 건방진 놈. 당장 각주님을 놓아주지 못해? 정말 우리 자미각과 맞서 싸우겠다는 건가?”“시끄러워.”이도현은 화를 내며 그 장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수중의 음양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색 검기는 장로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퍽.묵직한 소리와 함께 장로는 폭파하여 피안개로 되었고 즉석에서 목숨을 잃었다.“이도현, 네가 감히...”“너 이미 우리 장로 여덟 명을 죽였어. 뭘 더 어쩌자는 거야? 우리 자미각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꼭 너의 모든
“짐승 같은 놈. 죽음을 자초하네.”자미각의 기타 장로들이 화를 번쩍 냈다.“죽어라.”몇 명의 장로는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지 못해서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다.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자미각 장로 호법이 사면 팔방에서 나와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장로들은 제각기 곧바로 병기를 내세웠고 모두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죽어...”이도현도 그들을 봐주지 않고 음양검을 손에 들었으며 검을 한번 휙 휘두르자 다섯 갈래의 검기가 오색의 빛을 내뿜으면서 여러 장로를 향해 베어졌다.쿵쾅.커다란 소리와 함께 이도현을 중심으로 오행의 힘이 쾅 하고 자미대전의 문 앞에 터져 나왔다.강대한 위력 아래에 자미각의 여러 장로는 이 힘 때문에 옆으로 날아갔으며 저 멀리 땅에 떨어지면서 거대한 소리를 냈다.쿵, 쿵, 쿵.몇 명의 장로의 몸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딱딱한 바닥 때문에 박살이 났다. 그들은 오장육부가 순식간에 위치가 변한 것처럼 아팠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너...”“어떻게 이럴 수가...”“악...”장로들은 잔뜩 놀란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곧이어 많은 사람의 놀란 눈빛 아래서, 장로들의 몸에 갑자기 피 구멍이 군데군데 자라났다. 그리고 피 구멍에서 검기가 한 줄기씩 나타나더니 피범벅이 되었다. 몹시 무서운 광경이었다.비명 속에서 자미각의 장로들은 축 쓰러졌고 잠시 발버둥 치더니 바로 숨을 거두었다.그저 채 딱딱해지지 않은 몸뚱이만 남긴 채 계속 피를 뿜으면서 바닥을 빨간색으로 물들였다.“스읍...”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냉기를 들이마셨다.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도현이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자마자 바로 사람을 죽이며 전혀 기회를 주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도현은 단번에 자미각의 몇몇 장로 호법을 베어 죽였다. 그것도 자미각 사람들의 보는 앞에서, 자미각 각주, 태상 장로와 모든 장로 호법 그리고 수만 명의 제자 앞에서 사람을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한 제자가 허둥지둥 달려오며 크게 소리쳤다.“각주님. 큰일 났습니다. 각주님. 쳐들어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쳐들어왔습니다.”이 말을 듣자 태상 장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젠장. 도대체 어느 간덩이가 부은 놈이야. 나가 보자...”자미각의 각주가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어느 눈치 머리가 없는 놈이 감히 자미각까지 쳐들어오는 거야? 우리 자미각 태상 장로가 오늘 출관했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다 같이 나가 봐봐.”태상 장로가 말하면서 앞장서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조상님이 나갔으니 나머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나갔다.뭇사람들이 대전 밖으로 나갔을 때, 젊은 청년이 맨주먹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밖에서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나서서 그를 말리던 제자들은 그의 곁에 다가가지도 못했는데 작은 빛발에 날려갔다.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빛발은 다름이 아니라 뜻밖에도 작은 은바늘이었다.“이도현. 각주님, 저놈이 바로 이도현입니다.”자미각에서 유일하게 이도현을 뵌 적이 있는 사람은 바로 그때 공작제국에서 이도현에게 겁을 먹고 달아난 호법 장로였다. 그가 겁을 먹으면서 말했다.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이도현은 이미 그들 앞에 있는 계단에 도착했다.“내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설명을 들으려고 왔어. 나와 자미각은 아무런 원수를 진 적이 없는데 왜 나를 상대로 뒷조사를 하고 미행을 하며 내 주변 사람들의 뒷조사까지 하는지 알아내려고. 당신들은 오늘 나한테 설명을 하는 것이 좋을 거다. 아니면 오늘 이후로 자미각이 존재할 필요가 없게 될지도 몰라.”건방졌다.아주 건방졌다.그는 혼자서 남의 자미각 대전 앞에서, 자미각 수천수만 명의 제자들 앞에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였다. 아니면 자미각이 존재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자미각은 천년이나 이어왔다. 단 한 명도 감히 자미각의 대전 앞에서 자미각을 소멸하겠다고 큰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이도현이 말을 내뱉은 순
태상 장로는 애써 침착하면서 자기의 분노를 억눌렀다. 어찌 됐든 그는 태상 장로이긴 하지만 지금은 자미각의 관리층이 아니었다.하지만 자미각이 한 짓은 정말 너무했다.‘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 개자식이 어떻게 태허산이 몰락했다는 말을 할 수 있지? 어디 이게 말이야 방귀야? 태허산이 몰락했다는 말을 꺼내다니. 참말로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어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지?’태허산이 얼마나 강한지 그는 격하게 체험한 적이 있다. 그가 어렸을 때 수많은 고수가 태허산의 계승자를 에워싼 적이 있었다. 결국, 태허산의 노도를 분노하게 했고 노도는 검을 메고 혼자 하산하여 고무계의 고수들을 거의 한바탕 해치웠다.그때의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세대의 걸출한 천재를 거의 다 죽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감히 태허산이 몰락했다는 말을 내뱉다니.“어리석다. 태허산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희들은 영원히 모를 거다. 아무런 우리 자미각이 몰락했다고 해도 태허산은 절대 몰락하지 않아.”“얘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다. 어찌 됐든 여기에 있는 자네들이야말로 자미각의 각주이고 장로니까. 하지만 아직 만약 태허산의 제자랑 관계가 틀어지기 전이라면 얼른 그자와 화해하기를 바란다. 아니면 진짜로 자미각에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다.”태상 장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이 말을 듣자 자미각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만약 이도현을 상대하지 않는다면 대진제국의 노여움을 감당해야 했다.태허산의 이도현에 비할 때 그들이 더욱 감당하기 싫은 건 성역의 대진제국과 대항하는 것이었다.잠깐 고민을 한 뒤 자미각의 각주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조상님.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예전이랑 다르며 우리 자미각은 예전의 자미각이 아닙니다. 태허산도 조상님이 생각하던 그런 태허산이 아닙니다.”“만약 이번에 태허산의 제자가 고무계로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전 고무계는 이 천하에 태허산이
“이도현이 저더러 각주님에게 말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자미각이 멸문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합니다.”제자의 말에 유쾌하던 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래. 알겠으니까 일단 내려가 봐.”자미각 각주가 급하게 말했다.그는 이일을 태상 장로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면으로 흥을 깨기도 하고 다른 한 면으로 이도현의 일에 있어서 각주가 불미스러운 것도 있었다. 어찌 됐든 자미각의 각주가 되는 사람이 이도현의 개 노릇을 한다는 것을 어르신이 알게 되면 체면이 안 서기도 했다.하지만 방금 제자가 한 말을 태상 장로는 아주 똑똑히 들었다. 기타 일은 안 묻고 그냥 지나칠 수 있어도 누군가가 자미각을 없애겠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는 순간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미각은 누가 뭐래도 고무계에서 손에 꼽히는 세력이었다. 감히 큰소리를 하면서 없애겠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자미각은 천백 년의 역사를 이어왔고 감히 자미각을 멸망시키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감히 이런 큰소리를 치는 자가 있다니. 예전에도 자미각은 그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장로가 회도 경지까지 돌파했으니 이런 큰소리를 내뱉는 사람을 보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누가 담이 이렇게 큰소리를 내뱉는 거야? 우리 자미각을 없애겠다고? 내가 들어나 보게 얘기해봐.”“조상님, 별거 아닙니다. 그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짐승 놈이 하나 있는데 우리 자미각이랑 맞서고 있습니다.”자미각 각주가 말했다.“짐승 같은 놈? 허허. 일이 이렇게 간단하다니. 각주. 너는 내가 늙어서 노망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태상 장로는 각주의 얼렁뚱땅한 말이 무척 맘에 들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조상님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사실 정말 별거 아닙니다. 태허산의 제자가 출산했는데 전에 공작제국에서 대판 싸웠다가 공작사의 보물 칠색동백꽃을 빼앗아갔습니다.”“하지만 성역 안 대진제국의 넷째 황자가 저희